<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바쁘고 힘든 가운데 7월에서 8월로 아주 가파르게 넘어왔습니다. 하지만 한 권의 책 조차 제대로 잡을 수 없었던 그 시간들도 결국은 끝이 있었고 오늘로 과거가 되고 말았습니다. 오래만에 아주 느긋한 마음으로 '무한도전'을 볼 수 있었습니다. 거의 유일하게 보고있는 TV 프로그램이기도 하지만 오늘은 또 5개월 동안 달려온 조정 레이스의 피날레이기도 해서 안 볼수가 없더군요. 물론 결과야 이미 알고 있지만 그래도 2000미터를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독려해가며 꾸준히 저어가는 모습은 얼핏 저도 모르게 눈물이 고일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맴버들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다같이 보조를 맞추지 못하면 절대 잘 나아갈 수 없는 조정. 그렇게 특출한 하나나 둘을 강조하기 보다는 언제나 '함께'여야만 제대로 된 레이스를 펼칠 수 있는 조정 경기의 특성은 특히나 '함께'라는 게 강조되어야 할 지금 우리나라의 형편상 더욱 더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그런데 언제나 무한도전이 이렇게 연례 특집을 하게 되면 꼭 '누가 민폐다'라는게 따라붙게 되는 일이 있더군요. 이번 조정경기때도 어김없이 그랬습니다. 정형돈이 민폐로서 톡톡히 곤경을 치르더니 지금은 박명수가 바통을 이어받고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마음이 별로 안 좋더군요. 왜 이렇게 '민폐'를 집어내는 것인지. 레이스 완주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누가 발목을 잡았나를 꼭 골라낼 필요가 있는 것인지 이해도 가지 않구요. 무한도전 덕분에 저는 이번에 조정을 완전히 새롭게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잘 이해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정은 그야말로 약자에게 먼저 보조를 맞추는 스포츠더군요. 무엇보다 하나된 호흡을 중시해야 할 경기이니 아무래도 가장 처지는 이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밖에 없겠죠. 그렇게 합심하여 격려하고 응원하는 가운데 그 약자는 또 자신의 약함이 동료에게 고통이 되지 않도록 적은 힘이나마 더욱 더 내게 되는 것이고... 저는 '조정'이란 게 그렇게 이해되었습니다. 어쩐지 조정이야 말로 그 무엇보다 '무한도전'다운 스포츠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오래도록 무한도전을 지켜봐오면서 제가 느낀 무한도전의 기본 마인드는 '아무리 민폐가 되어도 어깨를 짊어지고서라도 끝까지 함께 간다'였기 때문입니다. 보조를 맞추지 못해도 따라오지 못해도 결국 발목을 잡게 된다 해도 그들은 버려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격려하고 응원하여 끝까지 책임질 대상이라는 게 제가 느낀 무한도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의 힘든 여름을 보내면서 가장 많이 떠올렸던 것은 '85호 크레인'이었습니다. 지치고 힘들때마다 창을 바라보면서 저너머 크레인 위에서 홀로 이 무더위를 견디고 있을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힘을 내었습니다. 그 분이 바라는 것과 조정과 무한도전이 의미하는 것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민폐나 고문관이라는 말에 묻어 있듯 그렇게 타인을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보지 말고 그 역시 나와 똑같이 존중받고 살아가야하는 사람으로 보는 것. 그렇게 같을 것입니다.  마크 뷰캐넌이 '사회적 원자'에서 아주 재밌는 말을 했더군요. 인간 만사가 정말 복잡하게 보여도 사실은 물리학의 법칙 처럼 아주 단순하고도 간단한 법칙을 따르고 있다고. 어쩌면  정말 이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을 정말 바꾸고 싶다면 그 시작은 타인을 어떻게 바라보는 가에 있을지 모릅니다. 그냥 무한도전의 감동이 는개 처럼 마음을 적시는 지금은 그냥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신간 페이퍼를 써야하는데 그만 객적은 소리를 많이 늘어놓고 말았네요. 그냥 그런 날이 있지 않을까요? 뭔가 흠뻑 빨아들인 것 같은 스펀지 같은 기분이 들었을 때는 그저 오롯이 흘리는 것 밖에는 별 도리가 없는 날이... 그냥 지금 제가 그런 기분이란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너무 빙돌아왔지만 이제라도 지금부터 제가 주목하는 신간들을 꼽아보겠습니다. 

 

 먼저 가장 반가웠던 책입니다. 

           

    이 책이 나올줄은 정말 예상 못 했습니다. 캐스린 비글로우의 동명 영화를 보았을 때 부터 정말 궁금했던 원작이었기 때문입니다. 상영 당시 끔찍한 실패를 했으나 감정의 연출이 정말 절제있고 섬세하게 이루어져서 액션 감독으로만 치부되던 캐스린을 다시보게 만든 작품이라 개인적으론 그녀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의미있는 작품으로 꼽고 싶습니다. 아마도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그녀의 최고걸작이라 평가받는 '허트로커'도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아무튼 영화를 보고 정말 원작이 읽고 싶었습니다. 과연 원작의 어떤 말들이 저렇게 영상으로 표현되었나 궁금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 거기다 영화는 실패. 원작을 보게되는 건 그저 요원할 줄 알았는데 마치 뜻밗의 선물 처럼 이렇게 도착했네요. 반갑고 기쁩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주목하는 신간으로 추천합니다. 어쩐지 제게는 이 책 자체가 '기다림은 결국 현실로 이루어진다.'라는 말 자체를 증명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렇게 오랜 85호 크레인의 기다림도 현실로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역시나 영화의 원작이 되었던 책입니다. 아시는 분은 이미 아실테지만 이번에 칸느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생명의 나무'를 감독한 테렌스 맬릭의 세번째 영화'신 레드라인'의 원작이죠. 지금도 그 영화를 극장에서 보았을 때가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과작하기로 유명한 맬릭 감독의 정말 오랜만의 신작이라 개봉 첫날 극장으로 달려가서 보기도 했었죠. 제목인 '신 레드 라인'은 죽음을 뜻하죠. 다른 말로는 플랫라이너라고 하나요?  그렇게 흔히들 이 영화를 과달카날 섬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미국과 일본 사이의 전쟁으로 초래된 비극을 보여주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주의해서 살펴보면만 사실 이 영화는 그러한 항존하는 비극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삶의 지속을 이어가는 생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인간에 대한 변함없은 신뢰가 바탕이 된. 해안가에 버려진 야자수 열매에 다시 돋아난 싹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말이죠. 아무튼 그 감동적인 영화의 원작이라니 반갑고 안 볼수가 없네요. 당연히 추천작으로 선택합니다. 

 

 또 하나의 정말 반가웠던 책! 알라딘에는 발간일이 6월 30일로 나와 7월달 추천으로는 어울리지 않겠지만 너무나 보고싶었던 작가의 책이라 이렇게 룰을 어기면서까지 소개해봅니다. 백인 남성 중심의 SF 계에 여성으로 그것도 흑인으로서의 목소리를 전파한 선구자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그래서 한번은 감상해봐야 하는 작가 옥타비아 버틀러. 그녀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야생종'이 드디어 출간되었네요. 그녀의 단편 하나는 이미 소개된 적이 있지만 장편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녀의 명성을 유감없이 확인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녀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 'KINDRED'가 나오지 않은 것은 유감이지만 그래도 이제라도 이렇게 정식으로 그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으니 다행이지 않을 수 없네요. 

 

 

   앞 분들의 신간 추천을 보니 겹치는 게 하나도 없군요. 어쩌다보니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신간들만 추천한 듯 합니다.(그것도 하나는 6월말에 발간된 것을^ ^;) 하지만 때로 신간 추천을 이렇게 해 보고 싶어도 지는군요. 별로 주목하지 않는, 그렇게 시야에 뒤쳐진 존재들이지만 여기에 우리들과 같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게끔 말이죠. 오늘처럼 무한도전의 조정 경기를 본 날에는 더더욱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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