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어느새 또 5월의 신간을 추천하는 시간이 닥쳐왔군요.
아직 선정된 책중 단 한권도 리뷰를 쓰지 못한 시점인데
정말 제가 마치 헤라클레스가 태양을 향해 쏘았던 그 화살에 매달린 것 처럼
눈깜짝할 속도로 여기로 날아오고 말았네요.
신간 추천 페이퍼를 작성하기 위해서 신간들을 훑어봤습니다.
5월 한 달동안 어마어마한 신간들이 출간되었더군요.
신간 평가단을 하면서 처음으로 새로나온 책들을 훑어보게되었는데
그렇게 많은 책들이 정말 소리 소문도 없이 나오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출판 시장 3위라는 말이 새삼 실감 났습니다 .
그 많고 많은 신간들 중에 이번달만큼 주목 신간을 고르기가 힘든 달도 없는 것 같군요.
아무튼 그 중에서 제가 주목한 신간들은 이렇습니다 .
일단, 뭐랄까요. 제 어린시절에 가장 충격을 주었던 그런 의미에서 정신적 스승이라고나 할까요. 하여간 그러한 분들의 신간들이 드디어 나왔길래 반가운 마음에 먼저 소개하려 합니다 .
'화성의 타임슬립'은 필립 K 딕의 걸작선 중 가장 첫번째로 나온 책입니다. 이렇게 멋진 디자인으로 진정한 의미의 걸작선이 나오다니 일단 딕의 팬으로서 감격입니다. 저는 어릴 때 말하자면 도서관 키드였는데요. 거기서 딕의 '사기꾼 로봇(THE IMPOSTER)'를 처음 만났습니다. 주위 사람 모두가 주인공을 외계인이 보낸 자살 폭탄 로봇으로 의심하는데 주인공은 끝까지 자신이 진짜 사람이라고 주장하죠. 당연히 독자들은 그의 입장에 서서 주위 사람들의 무지를 안타까워 하는데 그런데 결국 밝혀지는 진실이란... 문자 그대로 충격에 빠졌던 작품이었습니다. 한동안 어린 마음에 제 자신도 그러한 로봇이 아닐까 의심스러워했을 정도로... 그 때는 딕의 작품들이 아직 우리나라에 유명하지 않아서 제가 읽어볼 수 있던 단편도 딱 그 하나 뿐이었죠. 그 뒤 차츰 그의 소설들이 영화화되면서 주요 작품들도 번역되더니 드디어 완전한 의미의 걸작선으로 발간되었네요. 반갑고기쁘기 그지 없습니다.(전 이미 국내에 나온 딕의 소설들을 다 구매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복 소장을 하게 되었지만 말이죠. ㅠ ㅠ) 아서 G 클라크도 그러한 의미에서 딕과 동일한 정신적 스승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책 '유년기의 끝'이 제게 아주 많은 영향을 미쳤죠. 그런 의미에서 아서 G 클라크의 단편집들이 나오는 것은 제게 아주 반가운 일입니다. 첫번째 두 권이 나오고 이번에 나오기까지 거의 1년 넘게 걸렸지만 말이죠(아서 G 클라크도 할 말이 많지만 추천 페이퍼에 그걸 다 쓰면 두 권 얘기만으로도 엄청 길게 쓸 것 같아서 클라크는 이 정도로만 언급하는게 좋을 것 같네요ㅠ ㅠ)
황석영 작가가 또 이렇게 새로운 소설을 들고 찾아왔군요
부끄럽게도 저의 인연은 '심청'에서 멈춰져있습니다. 그 후의 작품들이 아직 공백으로 남아있는 터라 그것을 건너 뛰고 새로이 나온 책부터 읽는다는게 왠지 조심스럽지만 황석영 작가의 말중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지금의 세계는 우리와 더불어 살아온 도깨비를 끝없이 살해한 과정이었다. 나는 이들 우리 속의 정령을 불러내어 그이들의 마음으로 질문을 해보고 싶었다. 내 속에 그게 정말 아직도 살아 있는 거냐?" 이 말이 왠지 마음을 울려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다시금 '손님' 때의 그 황석영 작가를 볼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하드보일드 소설들에 있어서 탐정들(혹은 형사들)은 자주 작가들의 분신들로 평가받곤 합니다. 탐정들(혹은 형사들)은 그렇게 그야말로 작가들의 신념과 세상에 대한 분노를 육화시켜 놓은 인물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어떻게 탐정들(혹은 형사들)을 창조시켰는지에 대해 듣는다는 것은 작가들이 그의 작품들에 어떤 의미를 주고자 하는지 혹은 그의 작품들에 대해 어떤 태도들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굳이 그런 것을 제외하더라도 좋아하는 시리즈의 주인공이 어떻게 해서 창조되었는가 하는 궁금증을 해소시키고 싶은 것은 팬심으로서도 당연한 일이겠지요. 아무튼 작품의 보다 깊은 이해를 위해서나 팬으로서나 어차피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무진장 나와 있어서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무작정 닥치는대로 읽고 싶은 그런 책이기도 합니다.
살만 루슈디의 새 소설도 나왔습니다.
2008년에 나온 이 소설은 액면만 보면 출생의 비밀이 얽힌 인도의 무굴제국을 배경으로 한 옛 이야기 같지만 살만 루슈디 자신은 이 책에 관해서 말하길 자신의 책중 가장 재해석이 많이 될 작품으로 매년 끊임없이 읽을 것이 요구되는 소설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제임스 조이스가 자신의 소설 '율리시스'를 두고 했던 말과 비슷한데 그는 여기다 조이스 처럼 그 어떤 수수께끼들을 숨겨놓은 것일까요? 퍼즐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시라면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신간 추천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빨리 남은 숙제들 마치러 가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