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 - 현대 일러스트 미술의 선구자 무하의 삶과 예술
장우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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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하를 여행할 때 한 번은 찾아가게 되는 성 비투스 성당. 거기엔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아 절로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가 하나 있다. 슬라브 민족에게 처음으로 기독교를 전했다고 여겨지는 성 키릴로스와 성 메토디우스의 형제의 일대기를 재현한 것인데 무엇보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 때문에 더욱 강렬하게 보이는 화려한 색채 때문에 작가의 이름을 뇌리에 단단히 새겨두게 된다. 그 작가의 이름은 알폰소 무하. 오랫동안 미술을 바라보던 시각에 있어서 주류를 차지하고 있었던 고전주의에서 벗어나 현대 감각에 걸맞게 새로운 시야로 미술을 해석하고 표현했다고 하여 '아르누보'란 이름으로 알려진 사조의 대표 화가 중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뭐, 단순히 말하자면 아르누보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화가인 셈인데 그러나 내가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그만한 위치에 서 있는 화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에 대해 한 권의 분량을 전적으로 할애하는 책은 만나보지 못한 것 같다. 알폰스 무하의 매력에 빠진 사람으로썬 참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이제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게 되었다. 알폰스 무하에 대해서만 얘기해주는 책을 드디어 만나게 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미술이론가 강우진이 쓴 '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이란 책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 단편적인 지식으론 잘 알 수 없었던 알폰스 무하의 생애과 그 예술 여정을 체계적이면서 쉽게 알려주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가 어떤 인생 역정을 거쳐서 일러스트로 대변되는 그의 독특한 미술 세계를 정립했으며 또 말년엔 슬라브 민족주의로 나아가게 되었는지 그걸 명확하게 헤아리게 되는 것이다. 그의 인생 항로는 순탄하지 않았다. 1860년 7월 24일, 체코 모라비아의 작은 마을 이반지체에서 태어난 무하는 처음엔 성직자로 키우고 싶은 부모님의 뜻을 따라 어릴 때 성가대로 일하기도 했으나 곧 변성기가 찾아오고 더이상 음악으로 신에게 봉사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 그는 우연히 보게 된 지방 화가 음라우프의 '예수의 탄생'이란 그림 때문에 미술에 헌신하기로 결심을 하게 된다. 


 그는 빈에서 무대 미술을 전담할 화가를 구한다는 소식에 그것을 찾아 정든 고향을 떠난다. 떠날 때만 해도 무려 30년 동안이나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건 알지 못했다. 무하는 빈에서 미술에 있어서 한창 불고 있던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만끽했으며 빈에서 뮌헨으로 그리고 파리로 옮겨가면서 그것을 주로 밑바닥 민중의 생생한 생활상들을 스케치 하는 것을 통해 점점 자기만의 스타일로 소화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하하면 얼른 떠오르는 '일러스트'는 예술적 소신이 낳은 선택은 아니었다. 원초적인 이유는 궁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일이었다. 자신을 후원한 백작의 지원도 끊기고 생계 유지를 위한 수단도 어디서든 마련할 수 없어 생존이 정말 절박해졌을 때 겨우 들어온 일거리가 아이들을 위한 신문이 삽화를 그리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시작으로 그는 작업실을 가지게 되었고 자신의 작업실을 찾은 많은 파리의 아티스트들과 교류(여기엔 고갱도 있었다.)하다가 결정적으로 당시 파리의 가장 유명한 배우 사라 베르나르가 주연하는 연극 '지스몽다'의 포스터를 맡게 됨으로써 그의 예술적 세계가 만개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잘 아는 무하의 예술들은 이러한 여정들을 거쳐 태어났던 것이다. 미술에 대한 전통적인 고전주의적 시각에선 무하가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일러스트는 하찮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미술에 대한 전통적인 시각과 결별은 선언하는 아르누보의 입장에서 무하의 작품들은 고인 물과도 같은 예술에 신선한 물을 공급하는 마중물과도 같았다. 그렇게 그는 아르누보의 대표 화가가 되어갔지만 그러면서도 어릴 때부터 갖고 있었던 종교적 신념은 퇴색되지 않았다. 그는 1차 대전으로 향해가는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속에서 점점 불안해지는 체코의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체코 민중들에게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써 성좌를 그려주려 한다. 종교적 신념과 체코의 민족주의를 화합하는 것을 통해. 그것이 바로 무하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슬라브 서사시'이다. 성 비투스 성당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도 바로 그 '슬라브 서사시'의 일환이다.


 [책에 나오는 무하가 만든 성 비투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그냥 그림으로 봤을 땐 무하가 왜 저 때 하필이면 저런 그림을 그렸으며 과연 어떤 마음이 변화의 거센 노도 속에서 그 스타일을 통해 관통하도록 만들었을까 알지 못했다. 그냥 참 예쁜 그림이구나 하는 생각만 했을 뿐. 이제 이 책을 통해 무하의 생애와 예술에 투영된 신념들을 헤아리고 나니 가벼워 보이는 그림 속에도 실은 아주 진중한 터치가 깃들어 있음을 깨닫는다. 흔히들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알폰스 무하의 그림만큼 그 말이 잘 들어맞는 것도 없을 듯하다. 분명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무하 그림은 전혀 다르게 다가 올 것이다. 그러므로 나처럼 알폰스 무하에 대해 잘 알고 싶었다면 어쩌면 유일한 선택일 이 책을 추천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하여 무하의 그림들이 컬러로 많이 삽입되어 있어 눈까지 즐겁게 함으로 더욱 그렇다.


[이런 무하의 그림 도판이 책엔 많이 삽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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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3-03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폰스 무하 그림이 그때는 아주 새로운 거였군요 지금이라면 많은 사람이 좋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때도 좋아하는 사람 많았겠지요 아르누보 대표 작가니... 화가라고 해서 다 처음부터 그림을 그린 건 아니군요 그런 사람이 알폰스 무하만은 아니겠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찾고 재능도 있었네요 그림을 그린 사람 마음이 어땠는지 알고 그림을 보면 다르게 보이기도 하겠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