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마태우스님이세요?”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것은 그저께였습니다. 출판사에 몸담고 있다는 그녀는 대뜸 찾아오겠다고 합니다. “내일 점심 때 괜찮으세요?”
“괜찮긴 한데요...”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녀는 다음날 보자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좀 의아했습니다.
‘천안까지 온다는 소리인가?’
어제, 연구실에서 서재질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현관이랍니다. 나가봤더니 나시를 걸친 어여쁜 여성 한분이 절 보고 웃으며 명함을 건냅니다. ‘도서출판 휘슬러 편집자 이연경’이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점심 아직 안하셨죠? 제가 살께요, 가요!”
가면서 물어봤습니다.
“근데 정말 무슨 일이예요?”
여자는 말없이 웃기만 합니다. 그녀가 입을 연 것은 ‘왕비성’이라는 중국집에 앉아 음식을 시키고 난 뒤였습니다.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실은 마태우스님 술일기 말이죠, 책으로 내고 싶어서요”
“네? 술일기를요?”
그녀는 최근 아는 사람으로부터 술일기에 대한 정보를 전해듣고 몇시간 동안 다 읽었답니다.
“어쩜 그렇게 꾸준히 술을 마시고, 글로 쓰실 수가 있어요?”
그녀의 말에 의하면 도서출판 휘슬러의 지분 51%는 진로소주 거라고 하는데, ‘참이슬이 있는 서재’에 연재되는 술일기는 회사에서 원하는 바로 그 컨셉이라네요.
“그런 일이라면 전화로 해도 될텐데...”
“직접 뵙고 어떤 분인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어요”
갑자기 심난했습니다. 순전 개인적인 얘기들로 가득찬 술일기가 책으로 나가 독자와 만난다면 어느 정도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읽다보니까 그게 술을 마신 기록이 아니라, 술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거더라구요. 책 제목을 대충 정했는데요, 참이슬이 본 세상 쯤으로 하면 될 것 같구요, 원고는 작년 1월 1일부터 올해 7월까지 한 걸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녀는 제가 몇권의 책을 냄으로써 출판사 서너개를 망하게 한 실력자라는 것도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책이 나오면 진로 직원들이 총동원되어 책을 판매할 거거든요 그냥 책 내겠다고 동의만 해주세요.”
사실 전 참이슬만 마신 건 아닌데. 맥주도 먹고 가끔은 양주도 먹었는데.
“그건 중요한 게 아니어요. 어쨌든 제목에 참이슬이 들어간다는 게 중요하죠”
그녀는 내게 동의하냐고 했습니다. 잠시 고민에 빠졌죠. 공개해도 되는 내용도 있지만, 안그런 것도 많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은 가명 처리하구, 손을 좀 보시면 될 것 같은데요. 정 뭐하면 빼도 상관없어요.”
제가 계속 고민하자 그녀는 결심이 서면 전화를 하라고 했습니다. 만 하루를 고민한 끝에 오늘 저는 그녀의 전화번호를 돌렸습니다. 010-2511-7608....
"여보세요"
예쁜 그녀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카테고리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