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이 미래다 - 지역의 시민을 키우는 풀뿌리 지역교육
추창훈 지음 / 에듀니티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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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19는 2020년 교육현장도 휩쓸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되었다는 평이 있긴 하지만 사상 초유의 원격수업은 학력격차와 교사전문성에 대한 의문도 가져온게 사살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교육부의 2학기 강제 실시간 원격수업 지시기 있기전, 80%정도의 교사는 그저 다른 사람이 만든 컨텐츠를 연결, 소개하는 정도의 수업을 했고, 20%정도의 교사가 콘텐츠를 자체제작하거나 여러가지 플랫폼을 이용해 실시간 수업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2학기 상황이 호전되며 등교수업이 전면실시되고, 모두가 강제로 실시간 수업을 하면서 다수 수면아래로 가라않긴 했지만 이 문제는 교사의 전문성은 무엇일까라는 근본적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그저 남이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연결하는게 교사라면 그건 누구나 할수 있는 것이고 전문성을 의미하는 것은 당연히 아닐 것이다. 이는 원격수업이 수면위로 끌어올린 것일뿐 실제 교사는 일상적 등교수업에서도 비슷한 정도의 수업을 하고 있었다. 바로 교과서 그대로의 수업이다. 사실 교과서는 교육부에서 일부 교수나 교사에 의뢰해 교육과정 기준하에 제작한 것이다. 그리고 교육과정문서 어디에도 교과서 그대로의 수업을 강요하지 않으며 교과서는 자료의 하나일뿐임을 천명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는 행정업무의 과중함과 행정인력의 지원미비등 여러가지 이유로 교과서를 그대로 활용한 수업을 한다. 어찌보면 원격수업은 교과서 그대로의 수업을 하던 사람들이 원격수업을 계기로 교과서를 대신할 남이 만든 컨텐츠를 그대로 활용하는 비슷한 장면을 연출케해 이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린게 아닌가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렇다면 교사가 전문성을 찾는 방법을 뭘까? 아무래도 그것은 교사개인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주어진 교육과정의 한계속에서도 그것의 실현을 위해 교육과정을 자유자재로 디자인 하는 능력일 것이고, 교사 개인이 정한 교육목표 실현을 위해 다양한 학생중심의 교육방법을 실현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교사 개인의 교육철학과 접목하여 또 다른 차별적 교육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지역교육과정의 수립 및 실천이다. 이것 역시 교사 전문성의 하나가 될 수 있으며 이것을 설명하는게 바로 이 책 '로컬이 미래다'이다 

 한국의 교육과정은 국가중심의 교육과정이다. 이는 하나의 일정한 국민을 양성하기 위해서인데 문제는 그 각각의 국민이 지역사회 공동체의 시민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국가가 목표와 방법을 모두 설정한 교육과정은 국민의 양성은 모르겠지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시민의 양성은 실패할수 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의 지역교육과 지자체는 지역에 남아 지역사회를 이끌어갈 시민보다는 지역을 탈출해 서울 및 중앙으로 진출해 그 지역의 이름만 빛내줄 인재양성에만 총력을 기울인다. 그래서 매년 지역의 고교에는 서울주요 대학으로 진학한 사람의 이름만 내걸고 있으며 지자체 역시 다시 지역으로 전혀 돌아올 가능성이 없는 이들의 숙박 및 장학금 지원에만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 

 이런 현실때문에 교육과정의 지역화는 필수다. 이는 해당 지역에 근무하는 교사의 전문성과 지역의 상생 양자를 도모할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이 소멸하면 지역이 소멸하고, 지역의 소멸은 곧 교육의 소멸을 의미하기에 양자는 사실상 운명공동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교육은 이미 혁신교육이 시도하고 있다. 

 혁신교육은 혁신학교, 혁신지구, 마을교육공동체로 나뉜다. 혁신학교는 학교 공교육의 정상화를 혁신지구는 지역단위의 혁신교육 추구를 마을교육공동체는 학교의 교육과정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마을의 교육역량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교육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위해 지자체와 교육청이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다보니 양자가 서로 다른 목표와 사업을 벌이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교육청 자체만으로는 지역을 바꾸는 교육을 실행할만한 자원과 인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때문에 지자체와 교육청이 함께하는 혁신지구 사업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지역 단위이기에 좀더 읍면동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며 이것이 마을교육공동체이다. 

 저자는 이제 교육의 주도권을 교육에서 지역으로 넘겨야하며 획일적 국가교육과정에서 지역의 다양성과 특수성이 반영된 지역교육과정으로의 변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풀뿌리 지역교육이라는 용어를 제시하는데 이는 지역이 교육의 주체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의 아이는 어떤 아이로 성장해야하는지 그 아이가 자라서 지역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지식과 덕목이 필요한지,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어떤 지역의 교육과정이 학교에 반영되어야 하는지를 담는게 풀뿌리 지역교육이다. 

 풀뿌리 지역교육의 실현엔 로드맵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1. 지역의 교육목표, 방향, 내용, 방법에 대한 토론과 합의

2. 마을과 지역 단위의 거버넌스 및 중간지원조직 구축

3. 학교-교육과정 충실 운영, 지역의 학교로 역할 전환

  교사-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면서 마을과 연계수업 운영

4. 마을-학교의 교육활동을 지원하면서 돌봄과 공동체성 회복

5. 지역-교육지원청과 지자체를 포함한 지역전체가 학교와 마을 지원

6. 청년 지원 정책으로 양질의 일자리와 따뜻한 경제시스템 구축.


저자는 이중에서도 중간지원조직의 구축을 매우 중시하는데 이는 지역내 학교 교육과정 지원, 학교와 마을의 연결, 학교교육과정운영에 필요한 자원, 프로그램, 체험터 등을 발굴하여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곳이다. 실제 학교와 마을은 서로 매우 다르고 상호 몰이해하기에 양자를 모두 알고 연결하는 조직과 상주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간지원조직은 별도의 공간을 갖고 교육청의 지자체 양쪽에서 인원을 파견해 함께 근무하고 무언가를 결정할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좋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실제로 이 조직은 편성되면 방과후 학교, 돌봄교실 진로직업체험, 문화예술교육, 다문화 및 학부모 교육을 담당해 학교 교육 부담을 덜어주고, 지역과 학교를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풀뿌리 지역 교육이 일어나면 마을엔 긍정적 작용이 일어난다. 우선 마을엔 항상 잉여노동력과 남은 유휴시설이 있는 편인데 이를 활용하면 교육과 돌봄기능이 강화된다. 또한 유휴공간 활용에 마을 사람들의 인력을 활용하면 인건비 지급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도 일정 부분 일어난다. 우리나라의 지자체는 불가능한 제로섬식 인구유치 계획과 이를 위한 산업체 유치에만 몰두하는데 이는 사실 한국의 산업정체와 지역의 인구정체를 생각하면 불가능한 계획이다. 때문에 이를 철회하고 경제적 이득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질, 관계의 질에 의미를 부여하는 새로운 경제행위에 주목해야 하며 이를 실현하는 방법이 로컬푸드나 협도조합, 재래시장, 독립서점, 로컬카페등이라 말한다.

 로컬푸드하면 흔히 지역 특산물 매장만 생각하는데 이것이 아니다. 로컬 푸드는 소품종 대량생산과 다품종 대량 생산의 한계를 넘어서 소품종 소량생산을 지향한다. 이를 통해 생산과 소비를 일치시켜 로컬푸드 매장에 항상 마트 수준의 많은 제철 식품과 가공식품을 배치시켜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이득을 보는 산업형태다. 저자가 근무하는 완주군이 이것에 성공한 편인데 지역교육을 통해 아이를 지역시민으로 성장시켜도 결국 그 아이가 경제적 생활을 할수 있는 일자리가 있어야만 정주가 가능하기에 이런 로컬 산업은 풀뿌리 지역교육의 완성을 위해서라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마을교육공동체로 일컫는 지역교육이 한국 교육의 미래임을 확신할수 있었다. 교사는 사교육과 대비해 자신의 전문성을 키울수 있고, 학교는 학교만의 지역 특색을 가질 수 있으며 지역의 아이들은 자신의 지역에서 정주하고 살아남을 수 있으며 자신에게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지역의 교육과 지역이 동시에 살아남을 수 있으며 한국의 유별난 망국적 수도권 집중현상도 완화할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제 시작단계지만 할일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설치되면 교육부의 역할이 약화되고 시도 및 지역교육청의 역할이 강화되어 이런 지역교육에 순풍이 불거란게 저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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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1-21 19: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시절에 들이 닥친 원격수업
으로 학업의 증진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생활지도에서는 실패한
것 같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학교에 와야 밥을 먹을 수 있는 친구
들이 집에 있으면서 굶어야 했다는 말을
들으니 넘 슬펐습니다.

닷슈 2021-01-21 20:15   좋아요 5 | URL
학업은 당연히 실패입니다. 스스로 원래 잘하던 아이들은 잘했고, 관리 및 지도가 필요한 아이들은 학업성취도가 떨어졌습니다. 특히, 학교에서 교육기기를 빌려주긴 했지만 아무래도 가정에서 테블릿등 기기 지원이 잘 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간 격차가 있었습니다.
생활지도는 의외로 학교에 오지 않아 학교폭력등은 유의미하게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가정내에만 있어 활동량이 적고 부모가 잘 챙겨주지 못해 영양불균형으로 비만 아동이 많이 증가했습니다. 학교 급식도 매우 중요했던 셈이죠.

북다이제스터 2021-01-21 19: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우... 교육에 무지한 제가 감히 말할 수 없지만, 실례를 무릅쓴다면 신문이든 어디든 꼭 기고가 필요한 글입니다.
교육철학 필요와 지역 공동체에 적합한 교육 등 절절히 공감합니다.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닷슈 2021-01-21 20:16   좋아요 4 | URL
공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기고라니...... 과찬의 말씀입니다. 모처럼 교육부와 교육청이 실행은 몰라도 방향은 맞게 잡고 있는데 이를 실천할 선생님들이 아직 시야가 트이지 않은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다른 시민들도 마찬가지구요. 정치권에서도 항상 아이들 대학문제에만 관심이 있지 교육은 후순위라 걱정입니다.

붕붕툐툐 2021-01-21 21: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구절 한구절이 다 공감되네요!!

닷슈 2021-01-21 21:5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우리 반 연극 수업 어떻게 할까? - 초등 교사들의 '3인 3색 연극 수업' 들여다보기 세상을 바꾸는 교육
남상오,오현아.이동석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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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개정교육과정이 시작되면서 국어과에 온책읽기와 더불어 연극교육이 도입되었다. 중등은 정식교과로 도입되었고 초등에서는 5학년 2학기 6학년 1학기와 2학기에 연극단원이 들어섰다. 물론 이전에도 연극이 교육과정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중요도를 갖고 본격 도입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연극이란 예술이 갖고 있는 교육적 효과가 입증된 셈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정작 교육실행자이자 연구가인 교사에게 연극은 매우 부담스런 도구다. 교사자신이 연극교육은 물론 연기지도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3명의 초등선생님들이 자신들의 한 학기 연기경험을 구체적으로 풀어낸 것이 이 책이다. 

 연극을 하기 위해선 우선 극본이 필요한데 이 극본을 마련하는 방법에 따라 연극교육도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번째는 학생들이 온책읽기로 읽는 온작품을 극본으로 바꾸는 갈래 바꾸기이다. 두 번째는 아이들이 평소에 겪은 일을 극본으로 바꾸는 것으로 창작하기이다. 세 번째는 창작한 극본을 중심으로 이 것을 다소 각색하는 각색하기이다. 

 이렇게 극본이 정해지면 다음은 형식을 정해야하는데 무대에서 극본을 읽는 낭독극, 대사를 사전에 녹음하고 연기만 하는 더빙극, 대사를 모두 암기하고 무선 마이크를 갖고 공연하는 방법, 한 편을 길게 보여줄 것인지 아니면 여러편을 짧게 보여줄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것에 정해지면 다음은 역할 나누기의 단계다. 역할은 대본을 작성하는 사람, 총감독, 조명, 음향, 의상, 배우라 나뉜다. 총감독은 리더십이 있는 아이가 있다면 맡겨도 좋지만 초등의 사례인지 총감독역할은 선생님이 맡았다. 아이들은 대본이나 조명, 음향, 의상, 배우등을 맡게 되지만 아무래도 연극을 위한 공연시설이 부족해 교실에서 실행하는 상황이라 그런지 사실상 이 책에서 아이들이 맡는 역할은 극본과, 의상, 배우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극본은 모두가 특정 주제에 대해 극본을 만들고 이를 모두 돌려본 후에 선정하거나 모둠별로 쓰게하여 선정하는 방식이 많았다. 배우의 경우 이 책에선 가급적 모든 아이들에게 배역을 주려고 하였는데 인기 있는 역할의 경우엔 오디션을 보는 경우가 합리적이었다. 아이들이 해당 역할에 오디션을 보고 다른 아이들이 점수를 주어 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인기투표로 흐를 가능성이 있어 여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연극 수업을 진행하다보면 아이들이 여러 가지 문제를 드러내는 경우가 있는데 주로 이렇다. 우선 내용이 막장으로 많이 흐른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극본제작을 맡기면 갈등상황을 매우 좋아하고 상상의 세계로 흐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등장인물이 죽거나, 부활하고 싸우는 경우를 많이 등장시켜 내용이 막장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주의할 점은 연기를 하면서 서로간의 목소리가 매우 작아지거나 관객을 보지 않고 배우들끼리만 보는 점이다. 서로 대사를 하다보면 평소처럼 여겨져 작은 목소리와 시선처리가 안되는 것인데 연극이 자기들끼리 대화하는 거이 아닌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임을 주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연극으로 만들기 쉬운 작품 요건은 다음과 같다. 우선 시간이나 공간변화가 가급적 적은 것이 좋다. 시간이나 공간변화가 많으면 의상이나 배경이 변해야 하는데 이것이 학교현장에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등장인물이 적당하면서도 역할의 비중이 고루 분산되는게 좋다. 그래야 캐스팅 과정에서 갈등이 적기 때문이다. 작품은 10분내외가 좋은데 이 정도여야 아이들이 대사 암기가 수월해 연기지도에 집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재미인데, 재밌어야 배우들도 집중하고 관객들의 호응도 좋아 성공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세 명의 선생님이 각각의 방식으로 한 학기 10시간 정도를 연극수업 한 실제 사례가 잘담겨져 있다. 어려운 부분도 가감없이 담았고, 구체적이기에 도움이 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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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1-11 23: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연극 교육이라... 낯설지만 의미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이 진화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

닷슈 2021-01-12 09:07   좋아요 1 | URL
교육의 방향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낡은 서열적 학력관의 공정성신화에만 얽매인 많은 사람들과 일부 선생님들의 무지로 갈길이 멉니다. 이론과 실천이 따로노는 상황이죠.

붕붕툐툐 2021-01-11 2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극 수업~ 저도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예용!!^^

닷슈 2021-01-12 09:08   좋아요 0 | URL
연극 수업은 정말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하보면 학창시절 가장 재밌었던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어렵지만 정말 선생님들이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배당 투자로 한 달에 두 번 월급 받는다 - 하루 30분 투자로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수익을 얻는 법
곽병열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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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가 3천을 넘었다. 2천선 초중반이던게 무려 불황의 일년간 50%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이는 강한 불황후에도 주식시작은 반드시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믿음과 불황으로 저금리와 양적완화가 더욱 오래지속될 거란 믿음이 만들어낸 기현상이다. 강한 불황이 강한 상승장을 만들다닌 아이러니다. 이로인해 너도나도 빛투에 가담해 한국의 가계부채는 연간 GDP를 넘어섰다. 이미 세계금융권은 한국의 공적재정건전성은 우수히 평가하면서도 사적재정건전성엔 적신호가 켜졌다 경고하고 있다.

 이번에 본 책은 배당투자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한국도 미국처럼 배당성향이 강해질거라 보는데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주주자본주의가 성숙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국가간 자본시장의 장벽이 낮아지고 외국인 투자자일수록 배당을 강하게 요구하는게 보편적이라는 점도 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의 기관화다. 연기금 같은 기관 투자자는 주주와 경영진간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지만 결국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기에 배당압력을 크게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배당의 장점은 뭘까? 우선 인플레이션의 헷지다. 배당은 기업의 매출액을 근거로 하기에 당연히 물가상승만큼 매출액도 커져 배당도 커진다. 그 다음은 배당금의 강한 하방경직성이다. 배당은 일반적으로 시작되면 중지되거나 줄어드는 것이 쉽지 않다. 왜냐하면 주식투자자들이 그 기업의 배당중지를 강한 적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업은 배당의 시작에 매우 신중한 편이고, 현금여력이 충분한 안정적이고 시장장악력이 큰 기업이 배당을 시작하며, 일단 시작하면 중지나 감소를 좀처럼 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의 순환출자제도의 변화다. 과거 순환출자제도로 한국의 대기업들은 지배구조의 복잡성이 매우 높았고, 적은 자본으로도 기업을 지배하는 꼼수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 제대가 사라지면서 스스로들의 지분율을 높일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질수록 그들은 스스로의 이득을 높이기 위해 자연 배당도 많이 하게 된다. 

 책은 좋은 배당기업의 특징으로 경제적 해자를 갖는 기업을 꼽는다 경제적 해자로는 4가지가 있는데 무형자산과 네트워크 효과, 교체전환비용, 비용절감우위다. 무형자산은 브랜드나 라이센스이며 네트워크 효과는 특정 재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이미 형성되어 다른 이들이 구매에 강한 영향을 받는 것이다. 교체전환비용은 다른 재화 서비스로의 교체를 시도할 경우 그 교체전환비용이 너무 커서 바꾸기가 어려운 경우고, 비용절감우위는 경쟁사에 비해 가격 자체가 싼 것이다. 

 책에는 이런 경제적 해자를 가진 한국기업들을 대상으로 배당정책의 지속성(연속배당, 배당성장률), 배당수익률, 배당원천이 되는 이익 잉여금과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기업들을 선정하였다. 미국의 경우도 배당이 강한 기업을 선정하였는데 다들 하나같이 오래되고 경기방어적인 성격을 가지면서 반드시 산업이나 가계가 쓸수 밖에 없는 업종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특징을 갖기에 경기방어적이고 현금도 많고 역사도 많고 해자가 충분해 배당이 가능한게 아닐런지 싶다. 

 책에는 보통주와 우선주의 차이도 나온다. 의외로 양자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보통주와 우선주의 차이는 의결권에 있다. 보통주는 주주로서 의결권을 갖는데 하지만 우선주는 주주이긴 하지만 의결권을 포기하는 대신 기업 이익을 더 많이 얻는 주식으로 배당금이 더 큰 주식이다. 보통주는 우선주보다 가격이 높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거래량이 많아서이며 우선주는 거래량 자체가 적기에 가격이 낮아 주식가격 대비 높은 배당금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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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 (고흐 에디션)
김영숙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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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책들은 강하게 미술사 전반을 사상별로 짚는 책도 있고, 단순히 시대별로 가는 책도 있고, 특정작가나 주제에 집중하는 등 같은 소재로 다양한 형태로 집필되는 것 같다. 이번 책은 그 중에서도 좀 많이 독특했는데 부담스런 미술작품은 1년 365일간 한 개씩 접한다는 형태다. 지루하지 않게 월-일요일까지 주제도 다른다. 월은 작품, 화는 미술사, 수는 화가, 목은 장르, 기법, 금은 세계사, 토는 스캔들, 일은 신화와 종교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읽어도 정보가 많고, 빠르게 읽을 순 없지만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았다. 

 읽으면서 큰 소득은 목요일 덕분인데 여러 장르와 기법을 알려주어 다른 미술책들은 당연히 안다고 전제하고 설명이 없던 부분들에 대해 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정리도 그 부분으로 했다. 먼저 조각이다. 유럽엔 참 아름다운 대리석 조각이 많은데 그 원조가 이집트란 점은 몰랐다. 이집트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의 얼굴에 석고를 발라 데스마스크를 제작해 영원히 그 모습을 간직하고 기억하고자 했다. 이것이 얼굴에서 목, 가슴 일부까지 내려오며 초상 조각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고대 그리스에 영향을 주었다. 고대 그리스에선 영웅이나 신을 조각했으므로 실사와는 다르게 매우 이상화해서 조각을 남겼다. 남겨진 것은 대리석이지만 사실 그리스인들은 청동조각을 했다. 이를 후대에 고대 로마인들이 대리석으로 복제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조각이 더 쉬워져 좀더 세밀한 묘사를 추가해 복제를 했다고 한다. 그리스와는 다르게 로마는 인물 조각을 매우 사실적으로 했고, 주름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로마에서는 왕정이 들어서면서부터 신격화가 되어 인물을 이상화하여 조각했다고 한다. 아, 대리석으로 복제한 청동조각들은 녹여 다른데에 써버렸다고 한다. 고대 로마의 조각은 당연하면서도 이상하게 화려한 치장이나 갑옷아래 항상 발이 맨발인데 이것은 조각상의 주인공이 거의 신적인 존재임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림을 보다보면 작가이름 있고, 연대 있고 프레스코화나 템페라라고 쓰여있는데 뭔지를 몰랐다. 프레스코는 벽화다. 이탈리아어로 신선한이란 뜻이다.(그래서 프레스코 파스타 소스가 있구나!) 벽에 회반죽을 바른 후, 아직 마르지 않은 신선한 상태일때 물감으로 그리는 기법이다. 마를때 벽과 물감이 같이 마르며 완성되는데 벽이 무너지지 않는 한 매우 오래 보존된다. 하지만 벽이 마르기전 그려야 하는 시간적 제약이 크고, 수정하려면 회반죽 자체를 다시 뜯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거기에 습기가 많은 지역에선 벽이 잘 마르지 않아 제작이 어려웠다. 템페라는 계란이나 벌꿀, 끈적이는 나무 수액등을 용매로 해서 색 안료를 섞어 그리는 기법을 말한다. 서양 회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기법은 유화다. 유화는 르네상스 사실주의의 발달에 중요한 도구로 자리했다. 광물질을 갈아서 테라핀 기름에 섞에 만드는 것으로 다양한 색을 내기 쉬웠고, 마르지 않아도 덧칠이 가능해서 그림의 사실적 완성도를 매우 높인 재료다. 

 판화중 석판화가 있다. 석판화는 조각칼로 파내는 식이 아니라 평평한 석판 표면 위에 그림을 그린 뒤 찍어내는 방식이다.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음을 착안해 만든 기법이다. 모노타이프란 기법도 있는데 역시 평판화의 일종이다. 평평한 금속이나 석판 등에 잉크나 물감을 바른 뒤 그것이 마르기 전에 종이로 찍어내는 판화 기법인데 한 두장만 찍을 수 있어 사실상 판화와 회화의 중간형식이라 할 수 있다. 

 르네상스 미술은 조화의 균형감과 정적이고 우아한 채색을 자랑했고 사실주의적 표현이 유행했다. 이후 미술을 바로크로 이어지는데 당시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교회는 신도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기 위해 성당건축을 더 화려하고 조각은 더 역동적이고 그림은 한 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주제와 기법을 사용했다. 때문에 바로크 미술은 매우 역동적이고, 자극적이며 폭력적이다. 다음에 등장한 로코코미술은 매우 화사한 파스텔 색감으로 연대사나 신화에서 나타난 관능적이고 퇴폐적인 주제가 주를 이루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난 신고전주의는 과거 그리스, 로마에 대한 향수로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가치의 공공선을 추구하고 미술도 이런 표현을 했다. 비슷하게 등장한 낭만주의는 그 대척점으로 감정을 중요시하고 객관보다는 주관 나아가 개인의 자유로운 정서를 표현했으며 인상주의 역시 찰나의 시적인 감각을 표현했다. 이후 표현주의가 등장하는데 표현주의는 르네상스 이래 미술이 추구하던 세상의 재현에서 벗아나고자 했다. 빛에 따른 색의 변화를 그린 인상주의와 달리 어떤 대상을 보며 일어나는 감정을 표현했는데 인상주의가 외부가 내눈안에 들어와 찍히는데로 그린다면 표현주의는 자신의 감정, 정서가 바깥으로 나가 대상에 찍힌 것을 그렸다는 점에서 파격적이었다. 

 책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작품과 세계사적 내용, 작가의 이야기가 재밌게 담겨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그림 크기가 좀 작은 것인데 설명을 좀 줄이고 그림을 더 크게 넣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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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의 도시, 난징 지성인들의 도시 아카이브 1
신경란 지음 / 보고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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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오랫동안 하나였던 것 같지만 홍콩과 대만의 분리문제에서 드러내는 단일화 콤플렉스처럼 수차례 분열되었고, 열국이었고, 다른 민족에 침략 지배당한 역사가 제법 길다. 그래서 중국엔 무려 200개 도시가, 지금은 중국사에 편입된 여러 나라의 도읍지였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의 서울, 경주, 평양처럼 주요 국가의 도읍지였던 곳은 지금의 서안, 뤄양, 북경, 남경 4개의 도시를 꼽는다. 예전부터 왜 북경은 북경이고 남경은 남경인지 궁금했는데(서안이나 뤄양의 북과 남이라 그런줄 알았다.) 주원장이 명을 세우며 남경을 응천이라 했지만 넷째 아들 영락제가 북경을 순천이라 명하면서 서로 어느 곳도 중심이 되지 못한채 북경과 남경이 되었다. 비슷한 사례로 송의 조광윤은 개봉을 수도로 하며 그곳을 중경이라 하고 싶었겠지만 뤄양과 서안이 중심이기에 개봉을 동경성이라 명했고, 일본의 에도막부도 에도인 동경을 일본 천황이 있는 교토를 무시할수 없기에 에도가 그 동쪽에 있어 동경이라 칭했다. 그래서 이곳은 오늘날도 도쿄다.

 이 책은 도시 아카이브 시리즈로 지난 번 읽은 베이징의 전편이다.(저자도 같다.) 거꾸로 간 셈인데 이 책 역시 전작처럼 남경이라 불리는 난징의 역사, 문화, 인물, 전쟁, 지리적 요소가 꽉 차 있다. 중국 역사상 강남인 이 곳 난징을 최초로 수도로 삼은 자는 삼국지의 유명인사 오나라의 손권이다. 그 전에 전국시대의 오와 월도 이곳을 중요하게 다루었지만 최초로 도읍지로까지 삼은 것 손권이 최초다. 진시황은 통일 후 전국을 순시하며 금릉이라 불리던 난징을 지나며 왕기가 있다는 소문에 난징의 산맥을 끊고 물길을 내는 등의 행위를 했고 이름도 말릉이라 바꾼다. 이후 버려진 곳이던 이곳을 손권이 위와 매우 인접했음에도 과감하게 도읍으로 정하고 이름도 건업으로 바꾼다. 그럴만했던게 난징은 양자강이 도시의 서쪽과 북쪽을 막아주고 남으로만 뚫려있어 방어에 매우 유리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비도 많이 내리고 토양도 좋아 인구부양력도 충분했다.

 손권 이후 송, 제, 양, 진이 남경을 차례로 수도로 삼으며 이곳은 계속 발전한다. 남조왕조들이 위치상 어쩔 수 없기도 하였지만 한족문화권에서 변방인 이곳을 계속 수도로 삼은 것은 아무래도 남쪽 지역의 온난한 기후와 풍부한 강수량, 질좋은 토양으로 인한 높은 농업 생산력과 동남아 등으로 이어지는 해로를 통한 교역에서 나오는 경제력과 지역 자체의 풍부한 물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나라의 통일전쟁으로 남경이 파괴되며 쇠퇴기에 이른다. 송, 제, 양, 진의 남조 시절 남경엔 고구려와 백제의 사신이 자주 왕래했다. 고구려 사신의 객관은 현인관, 백제 사신의 객관은 집아관이라 하는데 아무래도 고구려는 북조국가와 인접하니 국방상의 이유로 남조와의 협력이 필요했을 것이고 이는 남조도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그리고 고구려와 경쟁하는 백제도 남조를 온전히 고구려에 넘기긴 좀 그랬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문화 수입에 열을 올렸다고 한다.

  남경과 우리나라와의 인연은 당나라 시절로도 연결된다. 신라 최치원은 어린 나이에 당에 유학과 외국인 국가고시인 빈공과에 합격한다. 이 수제는 남경으로 발령나 율수구와 고순구의 율수 현위가 된다. 최치원은 이곳에 무려 4년간 재직한 후 신라로 향하며 이후 그의 불행한 행보는 우리가 모두 아는 바이다. 

 이어 원나라때도 우리와의 인연이 이어진다. 이번엔 고려말 명장 최영이 주인공이다. 원의 사실상 마지막 황제 순제 때(기황후 남편이다.)는 승상이 톡토였다. 권력이 막강했던 톡토는 장사성이 농민 반란을 일으키자 이를 진압하고자 원 각지에서 군대를 일으키고 힘이 모자랐는지 속국에도 군대를 요청한다. 당시 고려의 친원파 채하중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혼란한 고려의 상황은 고려치 않고 충분히 군대를 동원할 수 있음을 주장하여 고려는 없는 살림에 최영등의 장수와 수천의 군사를 머나먼 원으로 파견한다. 파병 중 북경 등지에서 군사가 크게 불어 군은 2만 3천의 대군이 되고 웬일인지 원의 진압군 80만의 선봉까지 하게 된다. 진압군은 장사성을 거의 물리치지만 기황후에 의해 톡토가 실각하고, 후임 지휘관의 무능까지 더해져 수차례 창에 찔리는 최영의 분전에도 패퇴하고 만다.

 명대에 이르러 주원장이 금릉을 남경이라 칭하고 수도로 삼는다. 그간 남경은 도성의 주축선이 양자강의 흐름에 맞추어 남서-동북방향으로 기울어져 지어졌는데 주원장은 이를 강의 흐름과 상관없이 남북방향으로 주축선을 수정한다. 거기에 남경을 요새화하는데 궁성, 황성, 도성, 외곽성의 4중구조로 성을 쌓았고, 20년 대공사에 규모도 크다보니 무려 3억 5천만개의 벽돌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유명한 자금성도 축조한다. 남경의 자금성은 사실 북경 자금성의 원조격인데 훗날 영락제가 북경으로 도읍을 옮기고 남경 자금성의 설계를 그대로 본따 북경에 자금성을 지었기 때문이다. 영락제는 아버지보다 궁을 크게 짓기 좀 그랬는지 남경 자금성보다 좀 작게 북경에 자금성을 지었다.

 남경엔 그 유명한 정화의 조선소가 있었다. 남경은 바다와 무려 300km나 떨어져있지만 양자강이 바다로 이어지기에 사실상 항구 역할을 한다. 정화는 1405년에서 1432년까지 일곱차례 인도양을 향했으며 선단의 규모도 유럽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정화는 회족으로 주원장이 운남성을 정복한 후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거세해 환관으로 삼은 아이들 중의 하나다. 본래 이름은 무함마드의 이름을 음차해 마삼보였지만 이후 영락제의 눈에 들고 정초패에서 큰 공을 세워 황제로부터 정씨성을 하사받아 정화가 되었다.

 이후 남경이 다시 역사의 전면에 들어서는 것은 청나라 말 아편전쟁으로 인한 난징조약 때다. 중국은 아편전쟁에서 패해 19세기 말 3차례 조약을 강요받는데 1차는 홍콩섬 2차는 구룡반도의 영국으로의 영구 할양 3차는 신계를 99년간 임대하는 것이었다. 사실 중국은 이름 그대로 천하의 중심국가로 스스로를 세계의 중심으로 생각하고 나머진 모두 동등한 대상이 아닌 속국이자 조공국이었다. 영토도 크고 천하의 중심은 중국은 물산도 풍부하여 교역의 필요성도 딱히 느끼지 못했다. 그런 중국에게 다른 나라와의 대등한 조약이나 무역은 전혀 없는 개념이었다. 특히, 지금과 다르게 당시 홍콩은 쓸모없는 무인도에 가까웠고, 개항이 요구된 상해 역시 요충지이긴 하나 황무지였다. 영국의 관세문제도 청 자체게 무역으로 인한 조세수입이 거의 의미가 없어 조약의 주요조건으로서 무의미했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나중에 절실하게 느끼게 되며 중국에서는 천하의 중심국가에서 만국공법의 세계 일부로 강제 편입된 이 사건을 중국의 근현대사의 시작으로 파악하다. 우리에게 강화도 조약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후 남경엔 태평천국군이 들어선다. 이들은 이곳을 수도로 삼는데 수많은 전란과 혼란으로 청대에 백만에 달하던 남경의 인구는 이시기 15만까지 축소된다. 청은 태평천국군을 북경의 팔기군으로 제압하고자 하지만 실패한다. 결국 수가 적은 만주족은 항상 수가 많은 한족 중심의 지방군을 반란의 위험으로 인해 그 사용을 기피하였는데 어쩔수 없이 태평천국군의 진압을 위해 이 지방군에까지 의존하는 상황에 이른다. 증국번 주도의 호남성 상군은 20여년간의 사투끝에 태평천국군을 진압하게 되고 이는 결국 청의 병권이 한족 중심으로 넘어가는 결과를 낳고 만다. 태평천국군은 무려 1-3만이 해외로 도피하는데 그 지역이 칠레다. 이들은 초석탄광 계약자로 노예처럼 일하다 이후 초석전쟁에서 칠레군으로 참여해 승전한다. 그래서 현재 칠레 북부 이키케 지역엔 이들의 후예가 무려 10만이나 있다.

 청이 망하고 남경은 중화민국의 수도가 된다. 손문과의 약속과 달리 북양군 출신의 원세개가 황제에 오르며 긴 투쟁이 시작되고, 이후 손문의 후계자인 장개석이 이끄는 국민당군과 만주국의 세운 일제의 침략군, 그리고 마오쩌둥의 공산군이 뒤섞이며 중국은 혼란의 20세기 초반을 보내게 된다. 망국 이후 임시정부를 세운 김구와 김원봉이 주로 활약한 곳이 바로 남경이다. 장개석은 황포군관학교의 교장으로 있었고 그 시절 졸업생을 우대했는데 김원봉이 바로 그 학교 졸업생이었다. 또한 김구 역시 윤봉길의 상해 훙커우 공원 의거로 장개석에 인정받고 크게 지원받는다. 김원봉은 조선혁명간부 훈련반을 개교했는데 재밌게도 시인으로 알려진 이육사가 이 학교 제 1기 졸업생이었다.

 1937년 일제는 남경을 침략하고 함락시킨다. 이는 천인공노할 난징대학살로 이어지는데 희생자는 적어도 30만 이상으로 추정된다. 중국군은 끝까지 싸우도 적절한 퇴각시기를 놓치는데 이로 인해 질서정연한 후퇴에 실패해 상당수의 패잔병이 도시 전역으로 숨어들게 된다. 일본군은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학살을 시작한다. 상해, 약탈, 강간이 무자비하게 이뤄졌다. 이때 난징판 쉰들러 리스트가 있었는데 바로 욘 라베다. 나치당원인 그는 일제의 남경침략후 자국민 보호를 위한 각국의 소개명령에도 20여명과 남아 남경안전구역 국제위원회를 설립한다. 민간기구였음에도 이 기구는 힘이 있어 약 4만제곱 킬로미터의 면적에 25개 수용소를 만들고 약 30만을 보호한다. 라베는 이후 일본의 압력으로 독일에 귀국해 존 메기가 목숨걸고 촬영한 남경대학살 필름을 독일 각지에서 상영하고 라베일기도 출간한다. 하지만 일본과 독일이 함께 전쟁하던 시기라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사라져가다 중국계 미국인 아이리스 장에 의해 재조명된다. 일제는 난징대학살 외에도 1644부대라는 남경판 731부대를 만들어 무려 1천명의 중국인을 생체실험으로 희생시킨다.

 이처럼 난징은 중국 역대 왕조의 수도로 자리매김하면서도 현대사의 아픔을 갖는 중국의 도시지만 문화측면에서도 매력적인 도시다. 본래 강남은 쌀이 주식이고, 민물고기를 주로 먹었는데 북조의 인사들이 남조로 내려오고 교류가 이뤄지면서 오리고기와 잡곡을 이용한 요리도 시작되었다. 강남의 경제력을 바탕에 남조의 귀족문화가 합쳐져 여러 요리법과 조리도구가 경쟁적으로 발전하여 요리문화가 발전하였다. 여기에 해안으로부터 들어오는 요리에 원나라 때 회족을 비롯한 다양한 민족의 입맛이 합쳐지며 매우 다양한 요리문화를 갖게 되었다. 남경은 특히 딤섬이 유명한대 본래 딤섬은 배고플 때 요기하는 떡이나 부침개 정도를 의미했다. 하지만 차를 마시는 문화가 들어오면서 딤섬은 차를 마실 때 곁들이는 간단한 요리로 변화하고 이게 영국에도 영향을 미쳐 차에 곁들이는 애프터눈 티 과자가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책엔 여기서 정리한 내용 이외에도 남경의 거의 모든 것이라할 만큼 자세한 내용은 잔뜩 실려있다. 난징을 한 번 가고픈 마음이 드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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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grr 2021-01-05 0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좋은 날이 와서 선생님의 난징 방문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겠습니다.

2021-01-05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1-01-05 0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시 하나를 중심으로 역사를 풀어가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닷슈님 덕분에 좋은 책 하나를 또 얻어갑니다. ^^

닷슈 2021-01-05 08:59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이렇게 도시 하나를 두고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도시아카이브 시리즈1권입니다. 2권 나가사키, 3권 베이징 이렇게 나왔더군요. 저는 난징과 베이징을 읽었습니다. 작가분이 중국에서 오래 공부하셔서 그런지 중국의 도시에 대해서 정말 아는게 많으십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인데도 그 도시의 모든 것이 재밌고 밀도있게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