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수업 (양장) - 글 잘 쓰는 독창적인 작가가 되는 법
도러시아 브랜디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우리 집엔 대충 1000권 책이 있다. 결혼하고 집이 생기고 서가도 하나 둘 들여놓으면서 마구 채워넣었다. 그 땐 빈 서가를 채울 욕심에 책 구매에 돈도 많이 썼지만, 막상 책을 고르는 눈은 사실 별로 없었다. 그저 신간이라면 마구 샀던 것 같다. 그러다 서가가 다 들어차고, 마누라 눈치도 보이기 시작했다. 거기에 심지어 이삿짐 센터 눈치도 보이기 시작했다. 짐도 별로 없는 집인데 책 땜에 이사 단가가 높아지곤 했다. 사실 내가 들어보아도 책은 제법 무겁다. 특히, 한국책은. 그래서 전자책으로 눈을 돌렸다. 크레마란 것도 사고 가상의 서가에 책을 채워넣었다. 이것도 첨엔 꽤 재밌었다. 근데 불만족스러웠다. 보고 싶은 책이 다 전자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가격이란것도 생각보다 싸지 않았다. 초기엔 반값도 많이했고 쿠폰도 많았는데 다 사라졌다. 거기에 무엇보다 인간동물의 소유욕을 제대로 채워줄 물성이 부족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다 욕심인게 냉정하게 마음 먹고 헤아려보니 천 권의 책 중 막상 내가 읽은 책이 겨우 60-70%에 불과했다는 것이다.(물론 중고로 처분한 것도 제법 되지 그것까지 넣으면 비굴하게 수치를 3-4%는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지라 다행히 장르에 따른 차별은 없었다. 전자책도 비슷했다. 전자책은 한번 보면 집중적으로 보지만 안보기 시작하면 계속 종이책만 보다보니 이런일이 생겼다. 있던걸 소비해야한다는 마음이 드는데 그래도 신상이 계속 나오니 유혹을 떨쳐내기 쉽지 않다. 마누라가 서가 수를 제한하지 않았다면, 집이 저택마냥 컸다면 이 소유욕을 계속되었을 것 같다.

 하여튼 이 책 작가수업도 오래묶은 책을 꺼낸 것이다. 이유는 재고를 처리해야하는데 일단 쉬워보여서랄까. 책은 무려 2010년 출간이다. 그것도 오래되었다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사실 이 책은 아득히 오래전체 출간된 것이었다. 타자기가 나오는데 타자기 욕을 한다. 글을 원고지에 조용히 써나가야하는데 타자기의 기계소리와 당기는 소리 그 기계음이 글쓰기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컨디션과 기분전환, 여러 가지 이유로 타자기가 두 대는 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 책은 기계라는 요소만 고려한다면 1980년대까지만 유효한 것이다. 

 물론 글쓰기엔 시대를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을테니 제법 쓸만한 소리도 있었다. 진정한 독창성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에서만 나온다는 것. 봉준호 감독이 가장 세계적인게 가장 개인적인 것이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하다. 그래서 모든 소설은 결국 자전적일 수 밖에 없는데 거기서 자신의 경험을 끊임없이 형상화하고 재결합해 꽤 긴 분량의 훌륭한 책을 이야기로 객관화해내는게 좋은 작가가 된다.

 작가에겐 네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 글쓰기 자체의 어려움과 한 책 작가, 가뭄에 콩 나듯 쓰는 작가, 기복이 심한 작가다. 이건 현대에도 완전히 유효한듯 하다. 작가들은 한 번의 등단이 너무 어려우니 첫 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고 기화해버리는 듯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있다. 한 책 작가나 가뭄에 콩 나듯 쓰는 작가가 그러할 것이다. 장강민 작가도 당선합격계급에서 첫 작이 매우 훌륭하더라도 다음 작이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진정한 작가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다.

 좋은 작가가 되려면 무의식과 의식을 잘 활용하는 이중적 삶이 필요하다고 한다. 무의식은 작가의 감수성과 창작의 원천, 천진함의 근원이고 이를 시대와 사회에 맞추어 어른스럽고, 분별력 있으며 절제와 공정함으로 밀어넣는 것이 의식의 역할이다. 작가는 글을 쓰면서 무의식 깊은 곳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 감정, 사건, 장면, 성격과 관계의 의미를 모두 불러내서 글로 풀어야 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의식은 그런 무의식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자료를 관리하고 통합 추려내는 역할을 해야한다. 예를 들어 무의식이 작가에게 전형적인 인물, 전형적인 장면, 전형적인 감정반응등 모든 종류의 전형을 제시하면 의식이 그 가운데 예술 소재로 삼기에 너무 개인적이거나 너무 보편적인 것을 쳐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일단 이야기가 모습을 드러내면 의식을 이를 철저히 분석하고 곁가지를 쳐내고, 다듬고, 내용을 보강하고, 눈길을 끄는 요소를 덧붙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의식이 이야기를 최종통합한다.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글을 만들고 싶은 욕망에 많은 글을 보고 읽고 쓰고 들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책은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 말한다. 너나 할 것 없이 너무 많은 말에 둘러싸여 살다보니 자기만의 호흡은 무엇이고 자신에게 진정한 흡입력을 갖는 주제가 무엇인지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의 참모습을 알아야 한다. 삶의 중요한 문제 대부분에 자신이 진정으로 믿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한다면 솔직하고 독창적이며 독특한 이야기를 구성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이렇게 힘들게 이야기를 구성했어도 자신은 아직 글을 객관적으로 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때문에 글을 완성한 후 당분간은 글을 한 쪽으로 밀쳐두고 관심을 다른데로 돌려야하며, 기력이 회복되고 긴장이 풀린 후에 마음이 초연해지만 다시 자신의 글을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이전엔 보지 못한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보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작가의 재능이 다소 노력과는 관계 없어 보이는 무의식에만 의존한다면 작가는 타고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책은 모든 사람이 작가가 되기엔 충분한 재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차이는 이러한 재능을 활용하는 방법을 모른 다는 것이다. 즉, 재능은 느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 활용법이 늘어나는 것이며, 보통의 사람이 가진 재능의 양이 평생을 다 쓰더라도 쓰지 못할 만큼 양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작가가 되거나 글을 써보려고 제대로 마음먹어 본적이 없기에 이런 류의 책은 사실 개인적으로 크게 다가오진 않는다. 하지만 막상 그런 마음을 언젠가 먹게 될지도 모른다면 참 어려운 일일듯하다. 강원국은 한 주제에 대해 자신이 막힘없이 열 시간은 떠들 준비가 되어야 책을 쓸수 있다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나한텐 그런 주제가 없다. 그리고 그럴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 같다. 작가가 된다는건 참 힘든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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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0 11: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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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0 22: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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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0 22: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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