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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지리 - 다섯 가지 키워드로 보는 초예측 지정학
최준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9월
평점 :
이 책은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양태는 주거, 자원, 인구 등 다양하다. 각 나라는 각각 고유의 문제를 갖고 있다. 얼핏 보면 다른 나라들은 마냥 평화로워 보이는데 이 책을 보니 그들도 우리처럼 적잖은 문제와 혼란을 갖고 있는 듯해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씩 살펴보겠다.
1. 환상의 주거 대책을 펼친 오스트리아 빈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 이유는 높은 녹지율과 인프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낮은 주거비 때문이다. 세계의 대도시들은 대개 땅이 부족하기에 주택공급부족으로 인해 주택 가격이 비싸다. 특히나 21세기 들어 세계적 양적완화와 인구의 증가, 이민자의 급증으로 주택가격은 더욱 비싸진 형국이다. 여기에 유럽의 도시들은 오래된 유적들과 건물을 보존하기에 각종 규제가 많아 개발이 매우 어렵다.
그래서 2018년 기준 파리의 월 임대료는 311만원, 런던은 277만원, 제네바는 255만원, 오슬로는 22만원, 코펜하겐은 203만원이나 하는데, 빈은 겨우 135만원에 불과하다. 어떻게 빈만 이렇게 저렴할까?
그것은 빈의 주택정책 때문이다. 빈은 신규주택을 꾸준히 건설하고 임대주택의 재고를 유지하고, 기존의 임대주택을 꾸준히 재생한다. 빈은 임대주택 비율인 높은데 188만 인구 중 26%가 공공이 운영하는 사회주택에 거주하고 35%가 민간 임대주택에 거주한다. 민간 임대 역시 임대료가 강한 규제에 묶여 있어 저렴하다.
빈의 임대주택의 시작은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빈은 인구 40만의 도시였지만 산업화로 인구가 200만까지 폭증한다. 그러자 성벽을 무너뜨리고 순환형도로 링슈트라셰를 건설한다. 인구가 증가하자 주택이 크게 부족했다. 1914년 사민당이 집권하자 그들은 공공주택건설, 그것의 건설을 위한 목적세의 도입, 건물을 지으려는 토지확보를 실천했다. 1차대전으로 군인들이 대거 참전했고 전쟁이 장기화하자 군인가족의 생활이 악화하자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군ㅇ니가족의 강제퇴거를 금지하고 임대료 인상도 금지했다.
1차대전 후 피란민이 대도시로 몰리자 사람들은 토지소유권은 무시하고 빈땅을 무단 점유하고 막무가내로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웠다. 빈 당국은 이를 묵인했다. 당시 8시간 노동 사회 개혁이 이뤄졌는데 이를 통해 8시간 노동 후 퇴근해 가족을 먹을 텃밭 가꾸기가 가능했다. 여유가 생기자 사람들은 빈땅에 주택을 건설했다. 당시 사회주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협동주택을 건설했다. 협동주택은 조합원이 단지 내 공공시설 우선 건설 후에 개인 주택을 건설, 입주 자격을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통상 2천 시간의 봉사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의 빈은 이 전통을 이어 받아 공공주택 위주의 건설을 실천하고 있으며 6-9층 정도다. 이동 부담이 덜한 1.2km정도 보행권역을 기본으로 블록을 구성하고 여기에 필수 시설을 구성한다. 빈의 임대주택은 건설 시 경제성, 건축비, 생태, 소셜믹스, 관리비, 에너지절감을 모두 고려한 프로젝트 공모를 한다. 그래서 빈의 건축비는 놀랍게도 인건비가 한국보다 높음에도 제곱미터당 150만원으로 한국보다 낮다.
빈은 시가 토지에 각종 규제를 도입하여 토지의 수익률을 낮추어 토지를 확보하고 이를 매수후 임대주택을 공급한다. 체비지를 팔아 돈을 마련한 우리와는 다른 방식이다.
2.스웨덴의 명암
스웨덴은 복지의 천국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의외로 대기업 중심의 국가이며 빈부격차가 상당하다. 스웨덴은 북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인구가 천만이 넘는다. 그리고 동일 직종,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다. 이는 대단히 독특하고 강력한 원칙이다. 가령 자동차 업종에서 일한다면 그가 작은 업체든 큰 업체든 적자든, 흑자든 동일 임금을 받는다는 의미다. 이게 가능하려면 퇴출 노동자에 대한 사회안전망과 이들의 이직을 돕는 재취업, 재교육 시스템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산별 노조가 임금교섭을 같이 해야 한다.
스웨덴은 해고가 매우 어렵다. 노동자가 생산성이 떨어지면 회사는 그를 보직이동하거나 재교육을 한다. 그래도 생산성이 올라가지 않으면 그제서야 해고가 가능하다. 그리고 회사가 업황이 어려워지면 구조조정이 가능하다. 이 경우 한국은 경력직을 해고하지만 스웨덴은 연차가 적은 사람을 해고한다. 어찌보면 이게 회사경쟁력 유지를 위해선 당연해 보인다.
스웨덴은 소득세가 강하다. 한국은 소득세가 약한데 무려 급여생활자의 40-45%가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소득세는 급여가 적은 사람도 상당한 수준의 소득세를 낸다. 무임승차자를 최소화하자는 의미다. 다만 취득세나, 재산세, 법인세가 매우 낮고, 상속세가 없다. 그렇다 보니 상위 10%가 자산의 74%를 보유한다. 스웨덴의 기업들은 개별 노동자의 고용을 가급적 유지하고 동일 임금을 유지하여야 하는데 그려려면 강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고 이건 대기업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기업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법인세와 상속세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며 이것이 빈부격차로 이어지는 모순을 낳고 있는 셈이다.
3. 석유가 낳은 노르웨이의 나태
노르웨이는 가처분 소득대비 부채비율이 230%다. OECD 2위로 상당수가 부동산 때문이다.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는데 부동산에 대한 대출규제가 상당히 가볍다. 노르웨이는 1969년 대규모 유전 10개를 발견한다. 그래서 석유수출 세계 7위, 가스 4위다. 그리고 유럽 최대의 어업국이자 전체전력의 96%가 수력 발전이다.
노르웨이는 석유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그 수익금으로 국부펀드를 조성했다. 2조 달러로 세계최대 규모의 펀드다. 이를 71개국 9천개 기업에 투자한다. 수익 보다는 자국 화폐 크로나의 환율 방어 및 인플레이션 방어가 주 목적이다. 노르웨이는 이 국부가 상당한 부와 자금의 여유를 주기에 복지가 강하다. 행정기관은 상당한 자금의 여유가 있고 국민들은 1년 이상 병가를 쓰면서도 급여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15-64세 인구중 질병 휴직 인구가 무려 5.5%나 되고 10%나 되는 인구가 장애판정을 받았다. 불가능한 수치다. 과다한 복지로 인한 나태가 만연해 나라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술 규제가 엄격하다. 도수 4.7이상의 술은 국영 주류점에서만 취급하는데 개수가 고작 노르웨이에 270개에 불과하다. 영업시간도 평일 오후 6시, 토요일 오후2시, 일요일은 쉽다. 그래서 술을 사러 1-2시간 운전하는 것이 일상이다. 이렇게 주류에 엄격한 것은 자연 탓이다. 북유럽은 밤이 길고, 눈과 한파가 많아 집에서 머무는 기간이 길다. 때문에 뭔가에 중독되기 쉽고 이는 본인의 건강을 망치고 각종 범죄와 가정 폭력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4. 자원의 보고 미얀마
미얀마는 서북동쪽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가운데에 이리와디 강이 흐른다. 그래서 침략이 어렵지만 외부로의 교역도 어렵다. 민족은 70%가 버마족이고 150개 소수민족이 있으며 종교는 88%가 불교가 6%가 기독교 4%가 이슬람교다. 이리와디강은 산스크리트어로 코끼리란 뜻이다. 이 큰 강을 따라 미얀마 대도시가 형성되었다. 과거 수도인 양곤과 지금 수도인 네피도가 모두 여기 있다.
양곤은 원래 18세기만 해도 몽족의 땅이었으나 버마족이 빼앗았다. 랑곤은 그래서 격파하다라는 뜻이다. 그것을 1852년 영국이 무려 3년간 싸워 빼앗아 미얀마의 쌀과 목재를 팔아치우는 항구로 사용한다.
미얀마는 자원이 풍부하다. 우선 물이다. 미얀마는 이리와디, 메콩, 땅귄, 시탕의 4대 강이 흐른다. 지표수가 8200억 톤, 지하수가 무려 5천억 톤으로 한국의 무려 30배다. 중국의 11배, 인도의 15배로 세계 2위에 달한다. 미얀마가 쓰는 양은 고작 5%다. 세계2위의 수자원은 물부족에 시달릴 중국과 인도가 탐낼만 하다. 그리고 석유가 있으며 목재 티크가 있다. 미얀마의 세계 티크의 75%를 보유했다. 티크는 벌레가 좀 먹지 않고 너무 단단하지 않아 가공이 용이하면서도 적절한 내구성이 있어 가구로 적절하다. 그외에 루비, 사파이어, 옥, 진주의 다양한 보석이 있고, 인건비가 매우 낮다.
미얀마는 이런 자원에도 정치적 혼란이 약점이다. 독립 선언 후 내전으로 혼란이 있었고 군사쿠데타 후 사회주의 군사정권이 나라를 지배했다. 군부는 근대식 교육체계를 붕괴시켜 과거 상대적으로 부유했고 교육 수준이 높았던 나라의 잠재력을 갉아먹었다. 이런 후진성은 지금도 현재진행중이며 군부는 아직도 정권을 놓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5. 규제와 이민자의 캐나다.
캐나다의 가장 큰 문제는 규제다. 캐나다는 20세기에 들어서며 미국 만큼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10개의 주가 서로 완전히 다른 규제를 갖고 있다. 이것은 서로 통합되어 있지 않고 완전히 달라 상당한 문제로 작용한다. 또 다른 문제는 생산성의 저하다. 캐나다는 중국의 부상으로 원자재 판매가 호조를 이루자 통화 강세를 보이면서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하였는데 이로 인해 테크 주도이 성장기회를 잃었다. 신규투자나 일자리도 현재 거의 정부 주도이며 민간은 거의 없다. 캐나다는 그래서 G7 국가임에도 이렇다하게 떠오르는 대기업 하나 없다.
캐나다는 주택 가격도 문제다. 여기엔 인구 증가가 같이 한다. 캐나다는 G7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인구가 증가 중인데 증가 인구 중 80%가 이민자다. 캐나다는 인구 증가로 수요를 창출 중이다. 캐나다의 이민제도는 포인트 제도인데 어학점수, 자격증 점수, 경력 점수, 그외 사회에 필요한 점수 등을 총합한다. 하지만 이민의 증가로 집값이 증가하자 경계심도 높아졌다. 사실 캐나다가 집값이 올라가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국토가 세계 2위로 드넓은데 인구는 고작 4100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지 이용 및 규제가 심해 주택 공급이 어려운게 문제다.
이민 규제엔 구멍이 있었는데 바로 유학 비자다. 캐나다는 캐나다 소재 대학에 입학 허가서만 있으면 유학 비자가 나고 이는 상한선도 없다. 2021년 학생 비자는 35만 이었던 것이 2022년 무려 80만이 되었다. 결국 캐나다 정부는 이들로 인해 주택 가격이 폭등하자 대학의 반발에도 유학생 비율을 35%나 감축하기로 결정한다.
캐나다는 사회경제적 격차도 크다. 상위 20%가 순자산의 66%를 차지하고 하위 20%는 2.7%를 차지한다. 이로 인해 캐나다의 Z세대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크다. 캐나다는 이처럼 불안요소가 많지만 여전히 많은 광물자원을 갖고 있고 기후 온난화로 인해 북극항로가 열리고 동토인 영토의 활용가능성으로 인해 미래가 밝은 편이다.
6. 수소와 셰일
수소가 땅에 매장되어 있다는 것은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수소는 매우 가벼워 땅에 갇혀 있기 어려운데 화학 반응으로 인해 땅에서 생성될 수 있고 이것이 땅에 매장된다. 최근에 발견되기 시작했고 그 수치는 무려 수백억 톤에 달한다. 이는 인류가 향후 수천년 쓸 규모다. 이 처럼 땅에 매장된 수소를 백색 수소라 한다.
셰일가스와 오일로 인해 한때 세계를 뒤흔들던 OPEC는 무력화했다. 기술의 발달과 채산성의 증가로 세계업계는 시추에서 석유의 추출까지 40%의 시간이 단축되었고 손익 분기점이 배럴당 45달러까지 내려왔다. 조금 더 기술 개선이 되면 이 분기점은 25-30달러까지 내려올 예정이다. OPEC은 셰일 업체를 무력화 하기 위해 강력한 감산을 시도하여 상당 수의 셰일 업체를 도산시켰지만 살아남은 이들이 더욱 강력해져 OPEC의 감산에도 유가를 더욱 내리고 있다.
OPEC은 사실상 무력화하여 2016 인도네시아 2019 카타르 2020 에콰도르 2023 앙골라가 탈퇴했다. 오일쇼크를 일으켜 세계 경제를 혼돈에 빠뜨렸던 과거의 영화를 사라진 셈이다
미국만 셰일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도 셰일층이 상당하다. 다만 한계가 있다. 중국의 투자가 현재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생산성이 낮고 미국은 대부분의 세일층이 평지인데 반해 중국은 대부분이 경사지라 개발이 더 어렵다는 점이다.
7. 쿠바,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쿠바는 관광, 설탕, 카지노, 시가 등으로 경제적으로 부유했다. 하지만 사회주의 혁명으로 미국수출길이 막히며 어려워진다. 하지만 소련과의 경제관계로 상황은 호전된다. 소련은 쿠바의 설탕을 수입했고 원유를 제공했다. 쿠바는 이 교역에서 얻은 이익으로 80년대까지 풍족했다. 소련의 붕괴로 90년대 대기근까지 겹치며 어려워졌고 90년대 후반 베네수엘라의 차베스가 원유를 제공해지자 상황이 호전된다.
이후 라울 카스트로가 집권하고 신경제를 도입하고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된다. 쿠바는 니켈과 코발트가 풍부하고 현재 인력을 파견에 외화를 벌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흑토로 유명해 밀을 많이 수출하지만 이 흑토에는 상당한 양의 희토류와 광물이 매장되어 있다. 트럼프가 젤렌스키에 굴욕적 광물 협상을 강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광물 매장지의 40%를 러시아에 점령당했다. 쉽사리 휴전협상에 응하기 어려운 이유다.
카자흐스탄은 상당히 넓다. 영토가 서유럽에 필적할 정도다. 농경 가능한 땅이 전 국토의 25%정도이며 이 땅은 흑토로 영양분이 많고 표토의 두께가 2m에 달한다. 카자흐스탄은 바람이 무척 많이 불어 풍력 발전 잠재력이 매우 높다. 연간 1kwh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한국의 연간 전력 소비량의 2배 치다. 다만 자국의 전력 소비량이 미약하고, 풍력 발전 설비 능력도 없어 이에 무관심하다.
8. 미국 플로리다와 중국의 물부족
미국 플로리다는 마이애미가 떠오르는 유명한 휴양지다. 하지만 미국 최남단인 만큼 백인들이 접근하지 좋지 않은 곳이었다. 100년 전만 해도 플로리다 하면 모기, 말라리아, 악어, 습지가 대표적 이미지였고, 주로 독립하기도 마땅치 않게 여겨질 정도였고 인구도 적었다. 미국이 여기를 지역으로 인식한 것은 2차대전 때문이었다. 군사훈련지가 필요했는데 날씨도 따뜻하고 인구도 적어서 적임지였다.
지난 백년간 플로리다는 인구가 무려 80배 증가했다. 2010-2020년간은 무려 15%나 증가했다. 지금은 인구가 2337만에 달했고 이 추세대로라면 3000만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곳이 선호되는 이유는 연금생활자의 은퇴지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하루 물 사용량은 무려 100억 배럴이다. 중국은 물의 수질이 상당히 악화했는데 이는 농업때문이다. 중국의 경작지는 미국의 75% 정도로 상당히 넓다. 반면 미국에 비해 비료는 2.5배, 농약은 4배를 쓰면서 집약적이다. 이로 인해 지하수와 하천이 상당히 오염되었다. 중국은 식량자급이 90% 정도로 생산성이 높다. 하지만 간신히 자급하는 수준이다. 건조한 화북평야와 둥베이에서 자급하기 위해 지하수를 끌어다쓰고 있다. 다만 매년 물을 끌어쓰는 지하수층의 깊이가 날이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는 곧 고갈을 의미한다. 중국은 외환 보유가 충분하므로 식량 자급이 어려워지면 수입을 하면 된다. 하지만 이는 외환이 부족한 중동과 남미 지역에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식량 난을 야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