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도시 -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시민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전쟁들 서울 선언 2
김시덕 지음 / 열린책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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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전체 5200만 인구 중 1000만 가량이 서울에 산다. 그리고 인접한 경기도에 1200만 정도가 살며 이들 중 대부분은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도시에 거주한다. 그렇다면 단순히 생각해도 서울과 관련한 사람의 수는 한국인구의 절반에 달한다. 여기엔 지극히 그 수가 적을 조부모세대부터 서울에 거주한 토박이도 있을테고, 조부모나 부모 세대가 서울로 올라온 2-3세대들, 그리고 지방에 살고있지만 과거엔 서울에 살았거나 아니면 지금 서울을 직장이나 학교등으로 생활권으로 둔 이들도 포함될 것이다. 

 이렇듯 서울은 상당히 많은 한국인의 삶의 터전이지만  사람들에게 서울이 대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쉽게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서울은 분명 고향이겠지만 웬지 고향같지 않을 것 같고, 살아가는 우리 동네임이 분명한데 웬지 우리 동네 같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아마도 서울이라는 도시가 정체성없이 계속 변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 변화엔 사람도 주변 건물도 자연도 포함된다. 실제 서울은 메갈로폴리스이자 첨단도시로 매우 빠르게 바뀌고 있다. 서울을 고향으로 삼는 사람들 중 서울내 수십년전 그들이 자라고 태어난 지역의 경관이며 이웃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 얼마나될까? 아마 산천을 제외하고 몇개의 건물이라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면 매우 반가울 것이다. 이러니 고향같지도 동네같지도 터전같지도 않은 것이다.

 그리고 문헌학자인 김시덕이 쓴 '갈등 도시'는 서울에서 직접 살아가는 도시민들의 삶과는 무관하게 자본의 논리로만 모습을 변모해가는 서울의 모습을 잘 드러낸다. 김시덕이 보기에 서울은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우선 행정의 연속성이다. 지금의 서울은 조선의 한양과 일제시대의 경성, 그리고 광복 이후의 현대 한국의 서울의 연속성상에서 생성된 곳이다. 그 과정에서 매우 크게 확대되었고, 지배주체도 바뀌었지만 놀랍게도 행정의 연속성이 발견된다. 우여 곡절끝에 완성된 경인 아라뱃길은 원래 일제가 기획했던 것이었고, 서울, 경기지역의 본래 군부대의 위치는 일본군-미군-한국군이 바통을 이어 주둔했을 뿐 그 위치가 같다.  

 또 다른 특성은 도시 곳곳에 갈등이 산재한다는 것이다. 김시덕은 시층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는데 이는 지질학의 지층과 비슷한 개념으로 땅에 오래된 지층이 순서대로 켜켜이 쌓이는 것처럼 도시도 과거의 모습을 여러형태로 간직하며 이것이 현대의 모습과 공존한다는 것이다. 실제 강북의 사대문안 원심을 제외한 서울의 상당수 지역은 과거 경기도의 농촌지역이었다.(이는 강남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서울에는 본래 그 지역을 터전으로 삼던 농민과 문중세력, 그리고 도시화가 진행되며 이후에 다른 지역에서 거주하기 시작한 세력과 그 후손들, 그리고 개발이익을 위해 들어온 새로운 세력들이 재개발, 재건축을 두고 팽팽히 대립한다.

 세 번째특성은 보존의 편혐함이다. 서울은 아직 상당히 많은 과거의 흔적인 도시화석을 곳곳에 갖고 있지만 이는 개발 논리와 거주를 위해 빠르게 철거되고 있다. 상당한 거주 수요때문에 이런 개발은 피하기 어려운데 그럼에도 일부 유의미한 것을 역사적으로 보존하여 과거의 모습과 현대의 모습을 공존시켜가야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서울은 개발과정에서 보존하는 유산도 매우 적지만 그 보존의 대상을 조선시대 왕가와 양반들만의 흔적만으로 삼는 것이 또 문제다. 조선시대 일반 백성이나 근현대 노동자의 삶의 흔적이 담긴 곳에 전혀 보존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시대적으로도 오로지 조선에만 국한된다. 

 마지막 특성은 서울의 특권의식과 경계지역들이다. 서울은 현대 한국의 수도로서 특별시로 지정되고 상당히 많은 이권을 누려왔다. 주요 특권중 하나는 서울을 거주 및 상업지역으로만 개발해가면서 주요 필요시설들을 외곽으로 밀어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요양원이나 석유비축기지, 물재생센터, 고아원, 군사시설, 화장장 등이 해당된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처사에 저항이라도 하는듯 경기도의 도시들은 이런 시설들이 자신들의 지역내에 위치함에도 하나같이 시설 이름 앞에 '서울'이라는 두글자를 붙였다. 서울이 아닌 경기도임에도 서울이름이 붙은 이런 류의 시설이 유독 많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럼 구체적 지역으로 들어가본다.


1. 봉천-신림동

이 지역은 내가 나고 자라 성장한 지역이라 좀 더 재밌게 본 부분이었다. 대학을 진학하고 이사하면서 지역을 떠나게 되었는데 여전히 지역에 사는 친구들에게 동이름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었다. 신림동은 무려 10개가 넘는 동이 있었고 봉천동도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들의 이름이 모조리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동은 법정동과 행정동이 있는데 법정동은 각종 법규로 규정한 동이고 행정동은 법정동을 쪼개거나 붙이는등 조정을 해서 실제 현실에 맞게 바꾼 것이다. 즉, 봉천동과 신림동 지역은 법정동의 이름을 유지하되 행정동의 이름만 바꾼 것이다. 

 봉천동과 신림동은 서울의 많은 지역이 그러하듯 초기 철거민이나 도시 이주민등 빈민들로 형성된 지역이다. 하지만 이 지역은 남부순환도로라는 간선도로가 개통되고 지하철 2호선이 지나고 하천이 복개되고 서울대학이 들어서 고시촌이 생기며 그 이미지가 서서히 변화했다. 그리고 이름의 변경은 이런 지역의 계급적 변경과 같은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실제 신림동이란 이름은 고시촌이 주는 좋은 이미지로 인해 남은 반면 봉천동의 이름은 빈곤 이미지로 인해 완전 사라졌다고 한다. 


2. 파주와 고양시의 미군위안부들

 파주와 고양시는 넓어서인지 도시의 중심이 하나가 아닌 여러 곳에 산재한 느낌이다. 하지만 과거 전체적인 무게중심이 동쪽에 있었다면 지금은 모두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파주와 고양은 원래 한반도의 중앙지역이었지만 분단으로 인해 남한의 최북단 변경지역이 되고 많다. 때문에 넓은 평야지대로 인해 개발이 용이했음에도 오랫동안 군사적 이유로 방치되어 왔다. 실제 일제는 인천과 서울을 잇는 서남라인의 개발을 중시했었다. 하지만 한국전 이후 한국정부는 군사적 방어의 이유로 개발이 쉬운 서쪽대신 고양-은평-강북-강남-성남을 잇는 서북동남라인을 개발했다. 지금은 이 지역이 모두 개발되어 편리해보이지만 경부고속로만 타고 이지역을 이동해봐도 얼마나 많은 터널과 산들이 존재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분단 이후 1966년까지 파주에는 미국부대가 주둔했고 기지촌만 38곳에 달했다. 당시 미군위안부 여성만 4500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 책에선 미군위안부란 용어를 쓰는데 일본군 위안부처럼 본인의 의지가 아닌 강제적이고 비인권처사가 행해졌기 때문이다. 증언에 의하면 당시 시골에서 많은 여성들이 취업알선이나 다른 일자리인줄 알고, 혹은 인신매매등으로 미군위안부가 되었다. 이후 갇혀 있는 경우가 많았고, 정부의 입김도 상당히 작용해 어쩌다 탈출해 경찰서로 갔음에도 경찰자체가 한패라 다시 끌려가는게 다반사였다 한다. 특히, 기지촌 여성들은 매번 성병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았는데 감염이 확인되면 강제로 페니실린 주사를 투여받았다. 부작용이 매우 강해 건강에 치명적 손상을 입거나 이로인해 사망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하니 미군위안부란 용어가 충분히 사용된만한 것이다. 

 하여튼 1971년 미 7사단과 1군단이 철군하면서 기지촌은 그 기능이 사라져 크게 쇠퇴한다. 그 유명한 용주골도 이 때 쇠퇴하는데 영업대상을 한국인으로 바꾸면서 그 명맥을 유지해간다. 이후 일산신도시가 개발되고 서울지역에 성매매와의 전쟁이 벌어지면서 집창촌이 서울외곽으로 튕겨나가 용주골은 어처구니없게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3. 을지로

어릴적 지하철을 타며 을지로가 뭘까 무척 궁금한 적이 있다. 지금도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책에 의하면 을지로는 글자 그대로 길의 이름이다. 이 길은 무척 유서가 깊어 저자는 조선은 물론 고려시대까지도 그 유서가 이어질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을지로는 지금의 서울시청에서 시작해 동대문 디지털 플라자 근처 한양 공고에서 끝나는 길의 남북쪽 블록이며 서울의 구도심인 사대문 안 지역을 동서로 관통하는 4개의 큰 길 가운데 북쪽으로는 종로, 남쪽으로는 마른 내로와 퇴계로 사이에 놓인 곳이다.

 이중 을지로3-4가는 매우 유서가 깊은데 이들이 현대적 면모를 같게 된 것은 일제시대다. 일본인들이 19세기 말부터 한국은 침탈해오며 청계천 남쪽에 거주하며 그 세를 확장하고 있었는데 이에 불안을 느낀 한국인들이 울타리를 치듯 개량한옥을 대거 지었다. 하지만 일제시대 이후 2차대전중 미군에 의한 경성폭격 가능성이 제기되자 대규모 화재를 피하기 위해 울지로3-4가를 중심으로 종로부터 충무로 사이의 좁고 긴 구간의 목조주택을 철거했다. 화재의 전파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렇게 마련된 공간에 광복후 세운상가, 청계상가, 삼풍상가, 진양상가들을 들어서게 된다. 


4.강남

 강남은 강남, 송파, 서초 3구를 말하지만 성남분당과 판교, 용인수지, 수원광교, 화성동탄까지를 확장 강남으로 보기도 한다. 강남지역은 본래 주거지로 개발되어서 서울에서 가구수가 가장 많고 인구서도 많으며 지역도 생각보다 넓다. 최근의 이미지로 고급 고층 아파트가 빽빽할 것 같지만 의외로 그 비율이 절반 이하이며 자연부락과 단독주택, 빌라가 더 많은 수를 차지한다. 

 강남엔 세 가지 시층이 있는데 농촌시절의 강남 모습을 드러내는 구마을과 서울의 경계지로 강남에 형성된 과거 빈민촌, 그리고 영등포의 동쪽인 영동이라 불리며 영동개발시기 지어진 단독주택과 주공, 시영아파트, 시영주택들이 두 번째 모습, 마지막은 지금의 모습으로 주류가 된 고급 고층 아파트와 주상복합, 고층건물들이다. 

 강남은 본래 농촌지역인데 뽕나무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사실 배나무가 훨씬 많다. 이는 강남지역에서 뽕나무는 조선시대에 재배되었고, 현대에들어서는 배나무가 재배되었기 때문이다. 송파구 풍납동에는 의의로 삼표 레미콘 공장이 있는데 이 업체는 레미콘 1-2위를 다투는 업체다. 이는 서울근접성에서 얻는 경쟁력으로 가능한데 강남지역 주민의 반대로 업체의 이전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강남은 애초 사대문 안 원도심과 일제시대 개발한 영등포와 더불어 서울의 3대 도심으로 기획되었다. 때문에 공업, 광업기능보다는 거주 상업기능을 우선시하였는데 이런 강남에 레미콘 공장이 있다는게 무척 의외였다.

 강남은 박정희 정권때 개발되었느데 그 이유는 안보였다. 북의 공격시 강북에 집중된 서울인구의 방어가 어려웠기에 방어가 손쉬운 한강 이남 지역에 강북의 인구를 이전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때문에 강남엔 과거에 만들어진 안보시설이 상당히 있는 편인데 비싸기로 유명한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내부 곳곳에 군사용 벙커시설이 설치되었다는 것이 일례다. 

 성남은 과거 이름처럼 넓었던 광주의 일부로 광주대단지로 인해 형성된 도시다. 원래 도시빈민들은 대개 일용직으로 일하고, 그들의 일은 대개 도심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이들은 쪽방같은 곳을 감수하면서도 도시에 거주한다. 서울은 개발과정에서 철거민이나 수재민, 빈민들을 외곽으로 쳐냈는데 이 과정에서 광주대단지가 생겨난다. 하지만 위와 같으 이유로 빈민들은 다시 도심으로 돌아갔고, 이들이 떠나면서 남긴 토지에 대해 복잡한 부동산 거래가 일어나며 정부가 이를 규제한다. 그과정에서 시민 봉기가 1971년 일어났고 이를 정리하고 주민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탄생한 것이 성남이다. 

 용인은 더 재밌다. 놀랍게도 용인은 일제시대 일본제국의 수도 후보였다. 물론 다른 두 곳이 일본본토이고 한 곳이 용인이라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지만 그들은 용인이 국토 중앙부에 위치하고, 교통이 편리하며, 지역의 문화수준이 높고, 기성도시와 적당한 거리에 있기에 새로운 후보로 삼았다고 한다. 


이 책은 정리한 지역 외에도 서울의 다른 전 지역과 서울권으로 분류되는 경기도의 주요 도시들을 다뤘다. 서울이 확장하면서 철거민이나 빈민, 수재민등 기존 주민과 혐오시설을 경기도로 밀어내며 확장한 것, 그로 인해 애매한 경계지역에 혐오시설이 서울의 이름을 붙이고 어색하게 남아있는 것들, 개발의 논리만으로 서민의 모습이 남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런 것들이 잘 되어야 서울에서 태어난 사람, 그리고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 그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이 지역을 자신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으로 받아들일수 있지 않을까? 서울 시장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폭등에만 정치권이 집중하며 이런 문제는 모두 뒷전인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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