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르포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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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이 현대사회를 살면서 겪는 평가는 수십회에서 많게는 수백회에 이를 것이다. 작게는 초등학교에서 본 받아쓰기부터 각급 학교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수능시험, 입사시험, 승진시험, 각종 고시들까지. 이처럼 평가는 자원과 기회가 한정되고 경쟁사회인 자본주의 현대사회에서 살아가야하는 인간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교육학에서는 이 같은 평가가 갖춰야 할 원칙으로 두가지를 제시한다. 하나는 타당도이고 다른 하나는 신뢰도이다. 타당도는 이 평가가 애초에 평가하기를 원했던 속성이나 능력을 정확히 밝혀낼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신뢰도는 이 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하냐는 문제다. 가령, 우리 회사에서 외국인 사업가와 무리없이 의사소통할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전통적인 한국의 문법위주 객관식 영어시험을 실행한다면 신뢰도에선 만점에 가까우나, 타당도는 매우 낮을 것이다. 또한 이 기업이 같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외국인 면접관을 고용하여 직접 외국어 면접을 통해 인재를 선발한다면 타당도는 매우 높겠지만 신뢰도는 다소 떨어질 것이다. 그 외국인 면접관도 사람인지라 면접과정에서 인터뷰이의 외모나 경력등에서 편견을 느낄수도 있고 이 것이 평가에 공정하지 못하게 작용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책의 작가 장강명은 한국의 이런 평가시스템의 맹점을 장편문학소설공모전과 전반적인 공채시스템에서 잡아냈다. 장강명은 매우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인데 현재 소설을 주로쓰는 작가지만(이 책은 르포다.) 과거에 기자고시에서 한번 떨어져 삼성의 공채에 붙어 소속 건설사에서 반년간 일한적이 있었고, 이후엔 동아일보 기자시험에 붙어 십년이 넘게 기자생활을 했다.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해 한 장편문학소설 공모전에 붙어 등단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장강명이 이런 르포형식의 책을 내고, 사회를 비판하는 소재로 소설을 쓰는 것이 가능했던 건 이런 특이한 이력때문일 것이다.

 장강명이 보기에 한국의 문학공모전이나 각 기업의 공채나 공무원시험, 각종 고시들은 모두 똑같다. 비교적 대규모의 인원을 짧은 시간동안에 매우 공정하게 뽑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하는 제도이며 세계 다른 대부분의 나라는 어느 기관이나 기업이든 필요한 인원을 간단한 서류접수후 인터뷰를 통해 뽑는 방법을 채택한다.

 양자는 서로 장단점을 지니는데 한국의 공채시스템은 짧은 시간안에 대규모 채용이 가능하고 채용직군의 충성도가 매우 높고, 향후 유연하게 이들을 각 계열사나 업무조직으로 편성이 가능하다.(전문성이 없단 이야기다.) 그리고 이 체제는 앞서 말한 평가의 신뢰도가 매우 높다. 반면 외국의 수시 채용형태는 우수인재를 상시 채용할 수 있고, 직무적응력과 전문성이 매우 높은 인재를 확보하며, 채용비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이 체제는 타당도가 매우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양자의 장점은 서로에겐 그래도 단점이 된다.

 이런 공채시스템은 고도 성장기 한국사회에 매우 적합한 제도였다. 또한 각종 지연이나 학연등에 얽메여 있던 사회에 공정성이란 신화를 제공하고 인맥이란 네트워크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등용의 기회를 주는 순기능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 체제는 고도 성장기가 끝나면서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우선, 공채시스템으로 선발한 인원은 자연히 군대처럼 기수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그 기수가 한국특유의 장유유서 문화와 결합해 강한 선후배 문화로 정착해 어느 업계든 수직적 구조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또한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해지다보니 공채시스템을 통과하는것 자체가 하나의 간판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를 통해 간판을 통과한 사람들에게는 막강한 권한과 자기들만의 폐쇄적 경직성이 생겨나게 되며, 통과하지 못한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거의 평생 패배의식과 열등감을 가지면서도 모순되게도 그 간판을 옹호하고 동경하는 자세를 갖게 된다. 마지막은 이 간판이 신뢰성만 높을 뿐 타당도가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공채시스템의 시험은 대부분 객관식 지필평가이며 문제도 매우 지엽적이고 업무와 무관한 경우가 많다. 또한 각 업무에 필요한 인성이나 적성 역시 뒷전이다. 그렇다 보니 높은 성적으로 바늘구멍을 통과한 이가 막상 실제업무에선 잼병이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공채를 통해서만 인재를 확보하다보니 공채에 실패한 이들이 다른 경로를 통해서 접근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그것이 설사 가능하더라도 편가르기나 계급이 생겨나버린다. 외국의 경우 외부 경력기자의 경력을 우대하고 존경하지만 한국의 경우 공채가 아닌 다른 지방이나 소규모 방송국의 경력기자가 경력직으로 올 경우 천대받는 것이 현실이다.

 작가 장강명은 책에서 이런 공채시스템의 역사적 형성과정과 문제점을 주로 장편소설공모전과 영화시나리오 공모전, 각 기업의 공채시스템과 언론사의 공채시스템의 통해 고찰한다. 물론 작가가 직접 경험하고 많은 관련자를 인터뷰하는 것이 가능했던 장편소설 공모전을 주로 다룬다.

 장강명은 이런 간판을 형성하는 공채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면서도 이를 전면적으로 없애는 것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러기엔 우리 사회가 너무나도 저신뢰 고경쟁사회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타당도를 높은 평가시스템이라도 이런 저신뢰 고경쟁적인 사회분위기속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교육부가 옳은 뜻과 포부를 갖고 수능을 절대평가화하고 학교생활기록부를 강화하려해도 강한 반대에 부딪히는 것은 이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공채시스템의 유지를 주장한다. 공채시스템의 그간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했던 순기능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저신뢰 고경재사회의 현실적인  부분도 있다. 그러면서도 소위 간판의 약화를 위해 정보의 공개를 제안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뚧고 공채를 통과해 간판을 획득하여 기자나 법조인, 의료인등이 되고나면 그 이후로는 언제그랬냐는듯 경쟁이 사실상 전무하다. 이는 평가자체가 가진 타당성의 결여와 더불어 그 해당분야의 전문성을 떨어뜨려 국민의 후생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정보가 공개가 됨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느 변호사의 승률이 높고, 어느 의사의 수술후 생존성공률이나 오진율이 공개된다면 공채후에도 경쟁은 유지된다. 또한 공채를 통하지 않았지만 강한 경쟁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지게 되면서 자연스레 공채와 수시채용 이나 다양한 경로로의 업무 접근이 가능해진다. 타당도도 높이고 신뢰도도 어느정도 현실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작가가 보다 집중한 문학 부분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자면 장강명은 문학 부분에서도 이런 간판의 약화를 주장하면서도 장편소설 공모전의 폐지는 반대한다. 위와 마찬가지의 이유다. 문학계도 간판의 약화와 공채 이후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역시 정보의 공개가 중요한데, 문제는 문학계에 공개할만한 정보란게 전무하다는 점이다. 영화만 해도 각종 영화에 수만개의 전문가 집단 리뷰 이외의 일반인들의 리뷰가 존재하며 평점이 존재한다. 반면 문학의 정보란건 기껏해야 극 소수 서평가들의 리뷰와 일반인들의 리뷰에 불과하며 문단전문가들이나 기자들이 쓰는 리뷰는 현실적인 이유로 오래전에 제대로된 정보공개 기능을 상실했다.  

 때문에 작가는 독자들의 문예운동을 제시한다. 여러가지 방안이 들어있는데 강력하고 전문적인 영화리뷰어가 존재하는 것은 영화리뷰작성만으로도 먹고 살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서적에서도 이런 서평 리뷰어가 먹고 살만한 기회나 시장의 제공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방식으로는 서로가 쓴 서평을 통해 다른 사람이 책을 구매하게 되면 일정 부분의 인센티브가 주어지는등의 형태다. 또한 서평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리뷰도 제시한다. 단순한 별점형식이 아닌 오락성과 감상성, 정보성, 지식성, 실용성 등의 오각형을 채워나가는 형태의 종합적인 책 리뷰, 그리고 등단하지는 못했지만 재밌는 소설을 소개하는 정부나 다른 기관에 발행하는 서평집이나 소설테마집등이 그것들이다. 이런 작은 노력으로 문학시장이 활성화나갈때 문학계에서도 문학독자집단의 생성으로 정부가 생겨나기 시작하고 공채에 통과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라는게 작가의 생각이다.

 작가 장강명은 단순히 소설가로 알았는데 다양한 경험에서 이런 르포형식의 재밌는 글도 작성할수 있는 사람이었다. 작가의 다른 소설도 제법 궁금해진다. 아마 댓글부대랑 한국이 싫어서란 책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늘 나와 주변사람을 얽메는 평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볼 수 있었다. 최근 교육계에선 교육과정의 목표로 과거 인간상에서 탈피해 역량을 강조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역량은 실제할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며 곧 신뢰도보다는 타당도에 집중한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가령 창의적 역량이 높은 인재라면 단순히 창의적인 객관식 문제를 풀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남들이 보지 못하는 문제의 다른 면이나 성질을 파악하고 이를 남다르게 해결하는 실제 능력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실제 학교현장과 사회의 평가가 이런 역량중심으로 이행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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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5 14: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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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5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07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07 23: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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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0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10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리커버 특별판. 페이퍼백) 애거서 크리스티 리커버 컬렉션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영희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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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래전 부터 영화로도 나왔고, 셜록홈즈 시리즈만큼 유명한 추리소설이다. 이렇게 나온지 오래된 책이지만 서적, 심지어 영화로는 최근에 다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보지 않다가 리커버 판이 나와 보게되었다. 물론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 유독 이 책에 딸린 굿즈의 역할이 컸다. 자그마한 찻잔과 북파우치, 노트 모두가 이쁘다. 이러다 다사는게 아닐런지......

 막상 보고나니 생각보다 재밌었고, 요즘 같이 더워서 책 읽기가 쉽지 않은 시절에 딱이란 생각이 든다. 더운 여름날 우리나라엔 어울리지 않지만 열차타면서 보고간다면 더욱 흥미진진할 것이다.

 시간은 대충 100년 정도 전인 것 같고(전쟁이야기에 인도가 아직 영국식민지인듯 하니 1차대전쯤인듯 하다.) 배경은 유럽이다. 특이하게도 처음 시작부분에서는 중동지역인 시리아에서 열차가 출발한다. 물론 시리아행 열차에선 사건의 묘한 떡밥만 던지고 본격적인 사건은 터키에서 갈아탄 오리엔트 특급열차에서 일어난다.

 살인범은 항상 운이 없게도 명탐정과 시공간을 함께하기 마련인데, 여기서도 살인범은 셜록홈즈와 버금가는 명탐정 프랑스의 푸아로와 함께한다. (가만 보면 모든 영화나 이야기, 만화에선 강한 악당은 항상 강한 선과 함께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그래야 균형이 맞고 이야기가 되어서일지. 드래곤볼의 부르마는 극중 인물중 가장 똑똑한 사람답게 통찰력을 갖고 손오공 일행이 강해질수록 강한 적을 불러오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푸아로는 라쳇이라는 미국인에게 자신을 경호해달라는 의뢰를 받지만 단칼에 거절한다. 이유는 라켓이란 녀석의 생김새가 맘에 들지않아서다. 정확히 말하면 사악함이 느껴져서이지만. 그리고 이유를 면전에다 대놓고 말한다. 라쳇이 푸라로의 명성을 알아보고 지금도 큰 돈이지만 당대엔 더욱 엄청났을 2만달러의 돈을 걸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라쳇은 오리엔트 특급열차 1등석에서 하인과 보디가드 탐정이 있음에도 살해당한다. 이상한 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 시점엔 대개 오리엔트 특급열차는 비어 있는 펀인데 유독 꽉 찼고, 매우 다양한 국적과 신분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공작부인에서 백작 등의 귀족부터 하녀까지 말이다. 푸아로는 친구인 철도회사 중역인 부크와 함께 사람들을 신문해나간다.

 역시 이상하게도 모두 알리바이가 있으며 살해동기도 없었다. 서로가 서로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주는 이상한 구조. 그걸 푸아로는 해결해나간다. 워낙 추리소설에 문외한이고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수수께끼 구조를 맞춰놓고 펼쳐나가는건 정말 대단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날카로운 사람은 억지스럽다고 볼지도.

 책은 오래전에 나왔음에도 비교적 현대적이다. 등장인물들이 드러내는 각 민족들에 대한 편견같은 것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당시 영국이 최강대국이어서인지 영국인은 합리적이고 직설적이라고 보며, 이탈리아 인은 다혈질이고 충동적, 미국인은 자유분방하고 실용적이지만 족보가 없고 예의가 없다는 식) 하지만 이런 요소를 감안하더라도 볼만한 책이다. 특히 여름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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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8-04 0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에 나오는 트릭이 너무나도 유명하고 고전적인 것이라서 영화나 드라마로 각색되거나 오마주되기도 한답니다. ^^

닷슈 2018-08-05 17:4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추리소설을 여름을 맞아 좀 보고 있습니다. 재밌는것 한권만 추천부탁드려요.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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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창작의 고통은 어느 분야이건 상당할 터인데, 책을 쓰는 입장에선 문학의 창작의 고통이 클지 아니면 교양서적이나 전문서적의 고통이 클지 말이다. 큰 전문지식이 많이 필요하지 않고 글의 길이도 자유롭다고 생각하면 문학이 편해보이고, 쌓은 지식으로 글을 펴나가는 건 결국 새로운 걸 만드는 건 아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면 교양전문서적이 편해보이기도 한다.

 부질없는 생각인데, 이런 생각이 든 건 공지영 작가의 이 책이 창작의 고통과 자신의 삶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과정에 대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끄럽게도 공지영 작가의 책은 소문만 무성히 들었지 처음인데 문학을 좀처럼 읽지 않는 성향을 감안해도 너무했다.

 처음 접한 책이 장편이었으면 작가의 색깔을 보다 확 느낄 것 같았는데 이 책은 다섯편의 단편을 엮은 것이다. 또 다시 드는 부질없는 생각은 이런 단편집과 가수들의 앨범과의 비교다. 과거 테이프 시절 가수들은 오토리버스도 없고하니 테이프의 앞 뒤 면을 나누어 앨범을 수록할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앨범은 a면 b면으로 나누어지곤 했다. 기술적 한계로 인한 것인데 이게 의외의 효과를 보여서 앞 뒷면의 분위기가 확달라지기도 했고, 컨셉자체가 다르기도 했다. 그래도 가수들은 앨범을 엮으면서 매번 다른 곡으로 하나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노력을 하곤 했는데 소설가들도 과연 이런 비슷한 고민과 노력을 할것인가라는 점이다. 아마도 할 것 같은데 가수보다 어려운 점은 그래도 가수들은 여전히 창작의 고통을 겪어도 어찌보면 실행 예술가니 자신이 원하는 남의 곡을 받아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면 소설가는 그런게 일체 불가능하다는 거다. 이런 쓸데 없는 생각이 든것도 이 책때문인데 웬지 90년대 들었던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도 하나의 주제가 느껴지는 좋은 음악 앨범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은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인데 타이틀임에도 전체적인 책의 주제와 장르도 분위기도 소재도 가장 달라보이는 것이었다. 요즘 같은 계절에 어울리는 호러물에 가까운 내용이기 때문. 다른 단편들은 그래도 비슷하지만 다채로운 색깔을 보이고 있었다.

1. 창작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지난했던 개인사와 남편과의 불화, 그리고 아이의 엄마로써 살아가는 주인공

2. 분당에서 파출부로 일하며 불우한 개인사와 남편과의 불화, 그리고 대학생 딸을 둔 어머니

3. 공지영이 직접 등장하고 그 공지영이 사실 최인향이고 어릴적 다른 사람의 가정으로 입양된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여성을 만나는 일.

4. 역시 공지영이 직접 등장하고 일본에 진출해 자신의 통역과 작품 번역을 도맡는 H를 보며 깊은 동질감과 생애를 바라보는 일

 이렇게 정리해보니 다양하면서도 정말 잘 짜여진 앨범 같은 느낌이다. 공지영이 직접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단편이 둘이고 사실상 셋같기도 한데, 이런 본인의 직접 경험을 쓴것도 재밌는 부분이었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작가 공지영은 이렇게 삶과 부딪히고 그때 그때 생기는 상처에 감정과 생각이 쌓이고 그것이 문장으로 내리고 내려져서 글을 써나가는 그런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은 다채롭고 좋은 앨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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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 - 마음을 지배하는 공간의 비밀
콜린 엘러드 지음, 문희경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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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건축의 목표는 사람에게 미적인 즐거움과 편리함, 안전, 생활에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심리학과 진화심리학이 발전하면서 건축과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연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건축도 그에 발맞추어 심리지리학이나 신경건축학 등의 학문이 발전하게 되었다. 최근 등장한 스마트 기기들은 이런 동향을 더욱 가속화했는데 사람들에게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해 특정 공간과 건물에 들어갔을때의 심리적 효과를 매우 간단히 측정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건축의 특징과 발전 그리고 미래 동향을 매우 잘 보여준다.

 

1. 건축의 시작과 공간에 대한 본능

저자는 건축의 시작은 인간이 자신의 유한성을 인식한 것 때문이라고 본다. 건축은 이런 인간의 유한성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고 이런 원시 건축물은 죽음에 대한 원초적 투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종교의 건축은 죽음을 외면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 된다. 그리고 건축은 흔히 정착 이후 생겨났다고 보지만 종교가 농경 이전인 만큼 건축 역시 정착 이전에 시작되었다.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초기건축에서 벽의 존재는 매우 중요했다. 현대 건축에서 벽은 어쩔수 없는 차악이거나 가급적 없애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벽은 사람의 이동을 막고 서로의 시야를 가려 사생활과 안전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수렵사회에서 농경사회로 이향하고 주변의 낯선 사람이 매우 많아졌는데 벽의 존재는 이런 잠재적 위협인 타인을 일일히 감시해야 하는 인지적 부담을 크게 덜어주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주거지로 비슷한 장소를 선호한다. 바로 자신의 생존력을 높여주는 장소가 그곳인데 주로 언덕 꼭대기나 드넓은 바다를 마주보는 절벽의 양 옆이다. 이 장소들은 매우 좋은 조망권을 주는 동시에 자신은 은폐시켜주는 곳으로 조망과 피신의 원리에 매우 부합하는 장소다. 이는 현재에도 마찬가지여서 이런 입지를 가진 부동산은 가치가 높다. 오래된 광장을 관찰하고 있으면 사람들은 주로 한 가운데자리보다는 가장자리부터 차지하는데 이 역시 조망과 피신의 원리가 발현된 사례라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도 엠티라도 갈면 항상 방에서 가장 구석진 자리를 먼저 차지하곤 했다.) 

 

2. 집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람은 오랜 진화끝에 특정공간에 대한 선호를 갖게 되었으며 이곳이 자신의 생존력을 높여주기에 편안함을 느낀다. 집은 사람이 항상 머무는 곳이기에 이런 경향성이 가장 잘 나타날 수 밖에 없는데 책에서 밝힌 집에 대한 사람의 심리원리는 다음의 세가지다.

 첫째는 자연에서 발견되는 요소와 특정형태와 색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사생활을 보장하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는 곳을 선호하는 것이며 마지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년기의 경험과 그 경험이 일어난 장소를 더욱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런 모순돼 보이는 결과는 집에 대한 한 실험에서 얻어진 것이다. 실험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세 가지의 집을 경험하게 하였다. 하나는 로버트 라이트의 낙수장 같은 자연과 어우러진 집이며 다른 하나는 위의 첫번 째와 두번째 조건을 완벽히 충족시키면서도 미학적, 기능적으로도 매우 탁월하게 지어진 집이며 마지막은 그냥 우리가 쉽게 살고 경험하는 평범한 집이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당연히 첫번째와 두번째 집에 쏠렸으며 특히, 두번째 집에 대한 선호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럼에도 위의 세 집중 구매하고 싶은 집이 어느 집이냐는 매우 실질적인 물음에서는 모순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번째의 평범한 집을 골랐던 것이다.

 이는 결국 사람이 진화를 통해 형성된 자신의 생존가능성을 높여주는 공간과 건축에 끌리면서도 결국 추후에 형성된 인생초기의 경험에 의해 선호가 뒤바뀜을 의미한다. 이는 어찌보면 매우 당연한데 진화의 원리상 생존을 위해 초기에 설정된 심리적 선호는 경험에 의해 바뀌는 것이 더욱 생존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젊고 매우 신선한 건축이 좀처럼 발전하지 못하고 상자같은 집들만 양산되는 것은 어쩌면 이런 경향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이런 집들이 많아져 상자같은 집에서 인생초기를 경험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상자같은 집에 대한 선호도 높아질 것이므로 이는 자기충족적이기 까지 하다. 나오지 못할 쳇바퀴같다고나 할까.

 

3. 테마파크와 쇼핑몰, 카지노

사람은 안정적인 생활을 중시하면서도 일탈을 꿈꾼다. 이는 인간의 호기심에서 비롯되는데 주변의 세계에 대한 적당한 호기심은 인간의 생존에 매우 유리한 만큼 이는 매우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테마파크를 찾는다. 권태로운 일상에 충분한 호기심과 자극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마파크라고 해서 항상 자극만 주는 것은 아니다. 테마파크의 중앙에는 보통 메인 스트리트가 있는데 이곳은 과거의 즐겁고 평온한 분위기를 주는 조형물과 거리로 구성된다. (우리나라의 롯데월드나 서울랜드도 그렇다) 이런 자극과 다소 자극에 지친 나에게 평온을 주는 테마파크에서 사람은 자연히 오래 머물며 즐기게 된다.

 카지노의 목적은 사람들이 돈을 잃으면서도 따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며 이를 위해 그들이 도박장안에 충분히 오랜 시간동안 머물도록 하는데 있다. 인간은 직선이나 날카로운 것 보다는 곡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카지노의 공간은 곡선으로 대개 설계된다. 카지노에서 과거 슬롯머신은 도박장내에서도 루저들을 위한 공간이었지만 그 수익성이 주목받으면서 이젠 메인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슬롯머신의 위치도 매우 중요해졌는데 슬롯머신은 조망과 피신의 원리에 따라 역시 중앙공간보다는 좁은 구역을 빙둘러서 소규모로 군집배치된다.

 카지노는 매우 자극적인 공간이기에 사람이 쉽게 지칠 수 있다. 이에 최근 카지노들은 세계 유명랜드마크를 대규모로 시뮬레이션 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장면과 소리를 제시하여 사람들의 기분을 고양하는 건물과 장치를 제공하고 있다. 긍정적인 정서를 불러오는 장소의 제공으로 사람들을 더 오래 머물게 하려는 요량인 것이다.

 쇼핑몰의 목적도 카지노, 테마파크와 대동소이하다. 최대한 사람이 오래머물러 그들의 가처분 소득을 빨아들이는 것이다. 쇼핑몰은 기본적인 특징이 있는데 양끝에 백화점이나 할인점 같은 주요 세입자가 자리하고 그 사이로는 대규모 소규모 특별매장이 존재하는 것이다. 코트에서는 사람들은 식사를 즐기는데 쇼핑에 시간을 쏟아야 하므로 패스트푸드위주이며 최대한 짧게 머무르도록 구성이 되어 있다.

 

4. 거대한 공간에 대한 경외감

경외감은 인간에게서만 볼수 있는 정서로 그 때문에 이것이 정서에 속하는지 인지에 속하는지 분명히 구분이 안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대개 정서로 불 수 있으며 경외감은 관대함과 순응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관대함은 물리적 크기든 지식이나 정신적 깊이든 어떤 크기에 대한 집착이며 순응은 경외감이 일으키는 자극에 반응하여 자신의 세계관을 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아인슈타인의 지식의 깊이에 경외감을 일으키고 그가 주창한 상대성 원리에 조응해 그동안 갖고 있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을 수정하는 것이 그런 것이다.

 이런 광대한에 대한 순종적인 감각은 사실 동물에게서 찾아 볼 수 있는데 보다 작은 개체가 큰 개체에게 싸움을 걸지 않고 순응하는 것이 그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인간이 느끼는 경외감이란 그 이상의 것이지만.

 광대한 경관은 사람들로 하여금 경외감을 일으켜 권력관계와 사회질서를 유지시키려는 목적이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성베드로 성당처럼 권력과 관계 깊은 종교집단이나 정치권력층의 건축물이 유독 큰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하지만 큰 건축물이 인간에게 주는 경외감은 다른 측면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거대한 건축물을 보면서 지배권력에 순종하기도 하지만 더 큰 감각을 느끼곤 하는데 이로 인해 시간과 공간이 해체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인간이 죽음을 맞딱뜨리는 방법중 우리가 육체에 갇힌 것보다 더 큰 존재의 일부(가령 우주 같은 것?)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방법과 맞닿아 있다.

 

5. 건축의 미래, 가상공간과 디지털 시티

인간에게 있어 자기 방어와 생존을 위한 기능중 가장 기본적인 것중 하나는 자신과 외부를 구분하는 것이다. 우리 몸의 신경계와 뇌의 작용은 이를 절묘하게 해내지만 뇌의 가소성으로 인해 이런 구분이 항구적이고 고정적인 것은 아니다. 사람은 쉽게 자신의 신체와 비슷해보이거나 연장된 부분을 신체의 일부로 인지하며 사라진 부분도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가상공간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이런 자신과 외부의 구분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실세계에서의 자신의 역할과 정체성 그리고 물리적 공간 모두에 해당된다. 가상세계에 들어가 다른 역할과 정체성을 경험한 사람은 실제로 현실세계에서도 그 영향을 받아서 행동의 변화를 나타내게 되며 이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당연히 있다. 가상세계에서 경험한 비현실적인 물리법칙이나 여러 공간에 대한 경험도 현실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이 역시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있다.

 현실공간에서도 디지털 시티가 들이 닥친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의 결합은 사람들에게 어느 공간에서든 집처럼 편하게 느끼는 공간과 경로를 제공한다. 나의 성향에 맞추어 도시를 거니는 나의 경로는 최적으로 설계 및 제공되며 각 장소에서 겪는 경험도 마찬가지다. 이런 맞춤형 장소 및 공간과 그에 따른 경험은 엄청난 장점과 효율성 및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인간의 주체성 상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인간의 주체성에는 의도도 포함되지만 우연도 들어간다. 가령 내가 도서관을 방문하는 경우, 디지털 시티의 기계장치와 내몸에 부착된 웨어러블 기기들은 나의 디지털 흔적을 파악해 최적의 경로로 내가 가장 선호할 만한 도서로 향하는 길을 추천할 것이다. 그리고 그 만족도는 분명 높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늘 도서관에 가면서 예가치 못한 책을 간혹 마주하고 예상 못한 높은 만족도와 경험을 누리기도 한다. 디지털 시티가 이런 것도 예측할 수 있을까?

 이처럼 미래 건축은 각종 센서를 부착한 웨어러블 기기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간이 공간에 대해 느끼는 심리적 반응을 낱낱히 분석하고 그에 따른 맞춤형 편의를 제공해 나갈 것이며 인간이 가장 좋아하는 건축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것이 주는 엄청난 경험과 편의성을 분명 대단할 것이다. 하지만 책은 이로 인한 자의식과 주체성 우연성의 상실도 경고한다. 깊에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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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언론 - 기레기 저널리즘의 시대 대한민국 권력 비판 3부작
박성제 지음 / 창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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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레기는 기자+쓰레기의 합성어로 정치권력과 자본에 굴종한 기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젠 너무 일상화되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 이 기레기란 말은 이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것은 세월호 사건 이후인데, 당시 언론의 총체적 오보와 부실로 많은 시민들에게 언론에 대한 불신과 충격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책은 언론이 지금 이렇게 된 과정과 미래에 대해 주요 언론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인터뷰한 책이다. 조금더 아는 사람이 많고 내부사정도 좀 더 알려진 편이어서 같은 권력시리즈인 권력과 검찰보다는 더 읽기 쉬웠고, 재미도 있는 편이었다.

 

1. 출입처와 어뷰징

 기레기가 탄생하게 된 배경으로 우선 책은 출입처 시스템을 다룬다. 세월호 사건에서도 드러나듯 기사에 있어선 팩트체크가 필수적인데, 기자들은 초년생부터 소위 출입처를 드나드게 된다. 청와대나 각 정당, 기업들에서 기자의 취재편의를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 출입처인데 그곳을 드나들고 그 쪽 사람들과 친목을 다지게 되면서 기자가 자연스레 편향성을 지니게 된 다는 것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과거만 해도 기자가 출입처를 관리하는 사람들과 식사도 하고 심지어 용돈요구까지 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한다. 노무현 정권에서 청와대 기자실을 없앴것도 이때문.

 다음은 어뷰징이다. 어뷰징은 자신이 작성한 기사를 제목이나 핵심어만 살짝 바꾸어 계속 웹상에 업로드하는 것으로 조회수를 높여 광고를 따내는게 목적이다. 과거에는 언론사가 몇개 없었고, 기자의 수도 많지 않아 이럴 필요가 없었지만 매체가 다변화 하고 언론사도 넘쳐나는 지금 시기에 서로간의 생존경쟁으로 이런 일이 자행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일은 대개 직급이 낮은 기자가 수행을 하며 선배나 윗선에서의 압력에 의해 대부분 일어난다.

 

2.MBC와 KBS

이명박 정권이 가장 먼저 장악한 것은 두 개의 공영방송사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간 거의 무한한 자유를 누려왔지만 정권차원에선 언론에 자유를 주면 알아서 정화되어 저널리즘이 잘 정착되리라 본것 같다. 하지만 지난 10년의 장악에서 볼수 있듯, 저널리즘을 누렸던 사람들 중에서는 권력이 그리웠던 언론인도 상당했던 것 같다.

 두 방송사는 이사회가 사장을 선임하는데 이사회의 수를 여당과 야당이 각각 추천인사를 정하나 여당수가 to 가 많으므로 늘 정권의 입맛에 좌지우지되는 사장을 선임하게 된다. 책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독일처럼 시청자위원회 50명중 추천된 10인이 사장을 선임하는 방식을 채택하거나 여당과 야당의 to 를 7대6으로 개선하고 사장선임같은 결정에선 삼분의 이 찬성방식을 도입할 것을 권장한다.

 책에서는 kbs의 문제를 더욱 지적하는데 kbs의 경우 지배구조가 형식상은 이사 10인이 사장을 대통령에 추천하나 결국은 정당의 입김이 작용하는 점. 그리고 kbs를 공영방송이 아닌 국영방송처럼 생각한다는 점. 그리고 위계적으로 편성된 조직구조를 그 예로 든다.

 

3.종합편성채널

종편은 언론장악에 나선 이명박정부가 승인한 것이다. 이들의 특혜는 엄청나서 다른 채널의 경우 유선사업자가 채널을 결정하는데 비해 종편만큼은 10번대에 자리한다. 또한 이들은 종편임에도 중간광고가 편성되고, 언론발전기금마저 오랜 기간 면제받는 특혜를 누렸다. 하지만 책무는 다하지 못해 jtbc를 제외한 tv조선, 채널a는 콘텐츠의 부족과 제작 역량강화의 부족으로 드라마나 각종 예능프로그램, 시사프로그램의 제작에서 기대치에 현저히 못미치고 있다.

 이 두채널은 선정적인 뉴스와 저렴한 시사토크쇼로 버티고 있는데 이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퍼뜨리는데 가장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특히, tv 조선의 경우는 사업자재선정 심사에서 기준치인 650점에 미달하는 625점을 받아 방송사가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지만 지나친 봐주기로 재심으로 살아남았다.

 종편이 지켜야 하는 조건들은 5가지 정도로

가. 오보, 막말, 편파의 제재건수가 연간 4건이하

나. 뉴스와 시사토크프로그램을 합산 32.6%이내로 편성

다. 자신들이 제시한 콘텐츠 투자금액 준수

라. 직관적이고 투명한 검증기구 운영

마. 진행자나 출연자로 인해 법적제재를 받을 경우 해당자 출연금지

들이 그것들이다.

 이 중, 가와 나의 경우가 심각한데 종편채널에서 진행자의 편향성과 막말을 상당한 경우이며, 책은 이들이 종이신문에서 해도 되는 어조를 방송에서 그대로 진행하면서 생기는 문제로 보고 있다. 종편은 가성비 좋은 저렴한 시사토크쇼를 다량으로 만들어 진행하는데 출연진도 대개 비슷해 같은 출연진이 각 종편의 성향을 고려해 발언의 수위도 정한다고 한다. 가령, tv 조선의 경우는 원색적, ytn은 점잖게, mbn은 약간 코믹하게 란다.

 종편의 경우 적자라고 난리치지만 설립 이후로 경영수지가 꾸준히 개선되고 매출인 신장하고 있으며, 자사 방송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회사인 미디어 렙을 이요하여 자사의 방송을 미끼로 한 강매등의 편법을 써서 수익을 더욱 신장시키고 있다.

 

4. 방송의 미래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우리나라는 방송과 통신을 묶어 법도 방통법이고 위원회도 방통위다. 하지만 책에서는 방송은 공공성이 중요하고 통신은 산업진흥이 중요한 만큼 양자를 묶어서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고 심지어 이로 인해 자본의 논리로 방송의 공공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통신은 국토교통부가 관장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흥미로웠다.

 또한 미래의 방송이 점차 파편화되고 수요자 중심이 되며 방법이 매우 다양해진다는 점에서 우리 나라의 방송이 이를 잘 따라가지 못함을 지적했다. 가령 종편의 경우도 종이신문의 시대가 끝났음을 알고 방송사를 설립한 부분은 시대를 따라 간 것이지만 실상의 운영에서는 종이신문 출신들이 대세라는 것이다. 종이신문사 출신들이 엘리트이자 사실상의 성골이라면 디지털이나 다른 미디어들은 같은 계열이지만 육두품이나 진골취급이라는 것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종이신문의 마인드를 가진 이들이 디지털 부분을 운영하면서 방송의 공공성도 훼손되고 경쟁력도 약화되는 문제가 전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본받을 만한 선진국의 예로 영국의 BBC 같은 경우 우리는 그저 영국의 공영방송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BBC는 1,2,3,4로 쪼개지며 1은 잉글랜드 방송 2는 스코틀랜드 3은 20대 4는 10대를 위한 방송으로 운영된다. 방송사는 서로 연결되지 않고 서로의 시장과 수요에 맞춰 따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도 KBS가 1과 2로 쪼개지나 사실상 역할 구분은 미약한 형국이다.

 필터버블 개념도 재밌었다. 필터버블은 사람들이 SNS 같은 투명한 비누방울에 갇혀 전체를 보지 못한다는 개념이다. 즉, 자신이 좋아하는 SNS나 매체만을 선호하고 거기서 생산되는 자기 입맛에 맞는 뉴스에 함몰되어 전체적인 상황 파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진보층은 자신의 구독하는 채널이나 SNS 상에서 그 어떤 트럼프의 지지자도 찾지 못하겠지만 전체적인 미국인의 지지는 트럼프였다. 이런 필터버블은 가짜뉴스가 판치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 인터넷과 SNS를 더욱 구조화하기 때문이다. 책은 저널리즘과 팩트체크만으로는 가짜뉴스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이 대응하기 힘들며 이 경우 저널리즘과 팩트체크를 넘어선 새로운 프레임짜기로 대응해야 할 것을 주문한다. 실제로 JTBC가 최순실 테블릿 PC 조작 음모설에 대해 수차례 팩트체크로 대응했음에도 효과는 없었던게 사실이다.  

 

권력과 검찰에 이어 본 권력 시리즈로 언론의 여러면을 보고 배울수 있었다. 다음 시리즈인 권력과 교회편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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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20: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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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21: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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