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심리학 - 사는 게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양창순 지음 / 다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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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재밌게 시작했다.

빌 브라이슨의 '바디'라던가, 팀 마샬의 '지리의 힘'이라던가, 아들러, 프로이트, 융,

끝에가선 내가 좋아하는 '헤닝만켈'까지 인용을 하니,

호기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읽으면서 점점 흥미를 잃었고,

중반부로 넘어가면선 이게 뭔가...하는 생각이,

자괴감이 들고 말았다.

 

정신건강의학과 ㆍ신경과 전문의에다가,

명리와 주역까지 공부하고,

주역과 정신의학으로 논문까지 쓰셨다고 하니,

그러니 이런 책까지 내신 것일텐데,

당신의 말처럼 '독자들과 편안하게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19쪽)면,

혼자만 알게 나열할게 아니라,

먼저 기본적인 설명을 하고 예를 들었어야 했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은 몰라서 재미없었을 것이고,

이런 쪽의 책을 좀 읽었던 사람이라면 예가 적절한가 하는 의문을 가질만한데,

부연 설명이 없어서 아쉬웠다.

 

사주와 역학의 구분은 제대로 하면서 '명리'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리는 것인가 싶기도 했고,

 

가장 의아했던건,

'재미로 보는 프로이드와 융의 사주'라지만,

생년월일시의 기준이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달랐을 것이고,

북반구냐, 남반구냐에 따라 날씨도 정반대일텐데,

사계절과 환절기까지 넣어서 치밀하게 사주를 뽑는 마당에,

날짜와 시간 상의 차이는 어떻게 접근했는지가 궁금했다.

 

암튼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건 알겠는데,

이 책만으로는...심리학 내지는 정신의학과 명리학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는 도통 모르겠다.

 

이 책은 '단테'를 인용하며 끝을 맺는다.

하지만 그러한 미래는 아직 요원하고, 내가 보기에 하느님은 아주 조금씩만, 그저 우리가 뜻밖의 함정을 만나 느닷없이 추락하지 않을 정도로만 앞길을 인도해줄 뿐이다.

ㆍㆍㆍㆍㆍㆍ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이 무엇보다도 '변화에 대한 희망'을 얻길 바란다. 그리하여 단테가 다른 사람들은 자기 식대로 말하라고 내버려두라. 당신은 다만 자기의 길을 가라"라고 말한 것처럼 용기 있게 자기 삶의 여정을 당당하게 걸어갈 있기를 바란다. 나 역시 그 말에 힘입어 이 책을 쓸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처럼.(292~293쪽)

중간에 하느님도 등장하고 정신의학과 명리학도 등장하는,

이 내용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는데,

열린 결말 쯤으로 생각하려 한다, ㅋ~.

 

오히려 책 뒤에 나오는 참고자료가 숨은 보물인듯 여겨져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갈무리해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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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0-19 12:12   좋아요 1 | URL
리뷰다운 리뷰를 잘 쓰신 것 같습니다.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을 확 풀어 주셨네요. ^^

양철나무꾼 2020-10-19 14:14   좋아요 0 | URL
저는 생각나는대로 타다닥 올리는 글이어서,
웬만하면 오,탈자가 있어도 교정을 잘 하지 않는터라,
리뷰다운 리뷰라는 말에 부끄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이 책을 망설이는 분들의 궁금증은 다소 해소하실 수 있지 않을까~=3=3=3

2020-10-19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9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9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19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0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임계장 이야기 - 63세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노동 일지 우리시대의 논리 27
조정진 지음 / 후마니타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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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중 컴퓨터를 켜면 즐겨찾기 해 둔 블로그를 들른다.

그날 기분에 따라 이리저리 클릭질을 해대는 터라 순서는 뒤바뀔때도 있지만,

빼놓지 않고 찾는 블로그가 '스머프 할배의 만화방'(<=링크)이란 곳이다.

정치적인 견해도 다르고 현 사안에 대해서 얘기하는 목소리도 나와는 많이 달라 동조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빼놓지않고 찾는 이유는 그로부터 삶을 배우기 때문이다.

거창하게...삶의 스승이라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을때,

어떻게 일어나고, 어떻게 하루를 살아내며, 어떻게 잠들지 모르겠을때,

숨 고르기를 배우듯,

삶을 배운다고나 할까.

 

아파트 경비원인 그의 블로그를 보면서 막 살고 싶다는 의지가 샘솟지는 않고,

적어도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는 내 자신이 부끄럽기는 하다.

 

그리고 이 책 '임계장 이야기'를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내가 모르는 일상들이, 삶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나 한명이 살기 위해서, 내가 의식을 했든 하지않았든 간에.

은연 중에 배경으로 존재하는 일상들이 있고,

나 또한 누군가에겐 그렇게 은연 중에 배경으로 존재할 것이다.

그렇게 어루러져 사는 것일 거다.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인 '임계장'.

이 분도 처음부터 임계장은 아니었고,

38년간 공기업 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하였으며,

서울대 출신이다.

 

버스 회사 배차 계장, 아파트 경비원, 빌딩 주차관리원 겸 경비원을 거쳐,

버스터미널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다 쓰러져 해고 되었다.

7개월간의 투병생활 이후 지금은 주상복합건물에서 경비원 겸 청소원으로 일하고 있단다.

 

내가 그의 이력을 옮겨적으며,

'서울대출신'을 적어넣은 이유는,

 "아빠, 저 경비 아저씨, 참 힘들겠네."

아빠가 대답했다.

 "응, 많이 힘들 거야. 너도 공부 안 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 그러니 공부 열심히 해야 돼."(103쪽)

 

적어도 공부를 안해서 경비 아저씨가 된 것은 아니란 말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학력이라는 이유로 '임계장' 같은 일을 마다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경계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또 한군데 슬펐던 지점은 여기였다.

눈물을 흩뿌린 이유를 설명하려들면 또 눈물 바람을 할 것 같으니 생략하기로 하고~--;

"이 사람 경비원 되려면 아직 멀어쑨. 그렇게 꽃잎만 쓸다가 다른 일은 언제 하나. 꽃은 말이야, 봉오리로 있을 때 미리 털어 내야 되는 거야. 꽃이 아예 피지를 못 하게 하는 겆;. 그래야 떨어지는 꽃잎이 줄어들거든. 주민들이 보게 되면 민원을 넣게 되니까 새벽 일찍 털어야 해."

ㆍㆍㆍㆍㆍㆍ

"선배님, 세월호 참사가 가슴 아팠던 건 미처 피지 못한 꽃들이 봉오리인 채 져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요? 어찌 보면 꽃잎을 머굼은 봉오리가 활짝 핀 꽃송이보다 더 값지지 않겠어요? 우리 몸이 고단하더라도 꽃잎이 싫다고 봉오리를 쳐내서야 되겠어요?"(181쪽)

 

어디선가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82~3세가 된다는 얘길 들은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100~120세까지 살 것이라는 말도 들은 것 같다.

60세에 정년 퇴직을 한 사람들은 82~3세 평균수명을 다할때까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운이 좋거나 혹은 (해석하기에 따라) 운이 나빠 100세, 120세까지 라도 살게 되면 또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책과 연관되었을 수도 있고,

아무런 연관이 없을 수도 있는데,

 

하루에도 열두번도 더 내 마음을 어쩌지 못하겠는 나날들이다.

 

이곳에 글들을 쓰고,

이웃 서재에 마실을 다니고 했었을 때의 내가 대견하기까지 하다.

이곳에 글을 쓰는 것도,

이웃 서재의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누르고 코멘트를 남기는 것도,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한없이 할일 없이 허허로워 보이겠지만,

나름 내 안의 나와 고군분투 중이다.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격려하는 것이다.

 

또 다시 명절이다.

조상님 따윈, 조상님의 은덕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고 하고 싶지만,

(조상님이 있다면 그렇게 쉽게 데려갈 이유가 없을테니까,)

누군가는 보름달 보고 소원은 빌어볼 수 있는,

또 누군가는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공식적으로 인정된 기간이니,

내겐 소원이나 희망은 요원하겠고...

주문이라도 외워봐야겠다.

메리 베리 해피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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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9-29 18:56   좋아요 1 | URL
먹먹해지네요.

양철나무꾼 2020-10-06 17:32   좋아요 1 | URL
유튜브에서 임계장 조정진 님이 얼마전 경비노동자의 죽음과 관련하여 코멘트 하신 걸 보다가 울컥하여,
한참을 눈물바람을 했어요.

사실 먹먹해하거나 눈물바람으로 끝낼게 아니라,
변하고...행동으로까지 이어져야겠지만,
쉽진 않네요~--;

hnine 2020-09-29 22:05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 이렇게 오랜만에라도 들러주시니 손이라도 덥석 잡고 싶어요. 자주 생각했답니다.
이책 읽어보겠어요. 역시 임계장으로 있는 제 사촌오빠 생각이 나네요.

양철나무꾼 2020-10-06 17:36   좋아요 0 | URL
님의 서재에 들러 가끔 님이 올려주신 글을 읽곤 합니다.
때론 머물러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도 하지만,
때론 어둡거나 감성적인 글을 만날때면...그렇게 침잠해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이 마냥 싫지만은 않고,
내가 아직도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구나 싶어,
귀하게 여긴달까요.

늘 그 자리에서 그렇게 손내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__)

2020-09-30 0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20-10-06 17:39   좋아요 1 | URL
어느 대목에서 눈물이 났을지 짐작은 하지만,
그냥 무심한듯 지나가기로 하고..., ㅋ~.

임계장 이야기, 저 참 재밌게 읽었어요.
님도 읽어보셔요~^^

2020-10-08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08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 - 느긋하고 경쾌하게, 방구석 인문학 여행
박균호 지음 / 갈매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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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적조했다.

이곳에 비밀댓글로, 또는 DM으로 안부를 물어주신 분들이 계셨는데,

뭐라고 리플라이를 할 수 없었던 것은,

책을 안 읽어서가 아니라,

기록할만한 또는 읽힐만한 글들이 나오지 않아서였다.

머릿속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생각이 글로 정형화되지 않아서였다.

글쓰는 법을 까먹었다고 해야 할까.

 

며칠전에 이 책이 새로 나왔음을 알게 됐고,

읽으면서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리뷰를 쓸 순 없더라도,

몇 자 끄적거리고 싶어졌다.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읽기'라는 책도 좋았는데,

이 책 역시 완전 좋다.

 

그동안의 책들과는 다르게 유머 코드를 장착한다는 점에선 좀 아쉬웠지만,

인문학의 문턱을 낮추고 호기심과 재미를 갖게 됐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솔직히 나는 인문학 서적이나 고전으로 분류되는 것들을 숙제하듯 읽기는 하는데,

어떤 뜻으로 쓰였는지 간파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감상이 필요한 책이라면 이렇게 저렇게 감상을 얘기하면 될텐데,

인문학 책이나 고전들은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매핑 도스토옙스키'를 얘기하는 이 부분이 흥미로웠다.

도스토옙스키는 무엇보다 팔리는 소설을 써야 한다고 믿었고 그 지론을 잘 실천했으며 실제로 잘 팔렸다.(147쪽)

 

내가 이곳에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와 겹쳐지는 부분이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내가 이곳에 올리는 글은 읽지 않고,

다만 안부를 확인하고 안녕을 점치는 용도로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알라디너들은 글을 읽을 준비는 되어있는 사람들일텐데,

그런 사람들조차 읽지 않는 글이라면,

내 글은 재미가 없거나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암튼,

이 책은 그렇게 어렵게 인문학 책이나 고전을 읽지 않아도,

쉽고 재밌게 인문학적인 접근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의 주특기인 삶과 버무려낸 유머가 좀 아쉬운 감이 있었고,

책을 어떤 관점에서 읽고 어떻게 사고를 펼쳐나갔는지를 엿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소기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었다.

또 한가지 덤이라면, 인문학 책 여러권을 읽지도 않고 읽은 척 거들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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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0 1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11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08-10 19:32   좋아요 3 | URL
첫문장 적조가 격조 오타인 줄 알았는데요, 네이버 찾아보니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적조와 격조는
의미가 거의 같은 말입니다..
이것 외에도 소조하다, 구조하다, 구활하다등도 있습니다..

서로 연락이 끊겨 오랫동안 소식이 막히다.
멀리 떨어져 있어 서로 통하지 못하다
오랫동안 서로 소식이 막히다와 같은 의미입니다.
- - - - - -
잘 지내셨죠? 그동안 뜸하셨습니다. ^^

2020-08-10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10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20-08-11 09:00   좋아요 0 | URL
ㅎ,ㅎ...‘한동안 뜸했다‘는 말을 페이퍼마다 올린터라,
식상할 듯 하여 심사숙고하여 고른 단어인데,
님께 혼란을 드렸군요.
적조하다-오랫동안 서로 소식을 주고 받지 못하다.
격조하다-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통하지 못하다.
격조에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거리감이 추가된 듯 느껴져서 말예요.
이곳에 글을 남기진 않았지만,
자주 들락거려(?)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은 덜했나 봐요.^^

암튼, 코로나와 큰 비에 건강 잘 챙기시구요.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꾸벅~(__)

양철나무꾼 2020-08-11 09:02   좋아요 0 | URL
북다이제스터님,
참, 요 위 비 댓은 님과 저만 볼 수 있어서,
당사자분께 복사하여 전달하였습니다~^^

서니데이 2020-08-10 22:13   좋아요 1 | URL
이 책 제목에 집콕이라는 단어가 올해 여름에 잘 맞는 느낌이었어요.
한동안 새글이 없어서 궁금했는데, 잘 지내고 계신가요.
짧은 인사도 남기고 갑니다.
비가 자주 많이 오고 있어요. 건강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20-08-11 09:07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도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전 ‘잘‘은 아니고 좀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나 혼자 추스리고 살기도 버거운데,
친정에 좀 복잡한 일들이 있어서 말예요.

님도 건강 조심하시고,
큰비에 침잠하지는 말자구요, 몸도, 마음도~^^

북극곰 2020-09-03 16:35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
자주 들어오지 않으니 즐찾서재의 새 글에서 자꾸 밀려서 글이 안 올라온 건가해서
들어올 때마다 서재 찾기로 검색해서 들어와서 확인합니다.
8월의 흔적이지마는 발견하고 반가워합니다.

나무꾼 님이 완전 좋다하면, 자꾸만 따라 읽게 됩니다.

여러모로 시절도 편치 않은데 집안 일까지 신경 쓸 게 있으시다니...
지금쯤은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있길 바라봅니다.

건강하셔요.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도제희 지음 / 샘터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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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이웃 알라디너의 서재에서 보고 혹해서 읽게 되었다.

난 이 알라디너의 글을 유머러스하고 재치발랄해서 좋아하는 지라,

그의 서평 속에서 만나게 되는 이 책 또한 내심 그러하리라고 기대했었나 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책은 유머러스하고 재치발랄할 뿐더러 페이소스까지 장착했다.

 

소싯적부터 도스토옙스키를 읽으려고 시도는 여러번 하였었으나,

여러가지 연유에서 끝까지 읽지 못하였었다.

그 여러가지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가독성' 정도가 될 것 같은데,

도스토옙스기를 읽지 않았어도 이 책을 읽는다면,

명함 정도는 내밀고 훈수는 둘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각 장을 시작할때,

그 소설의 등장인물들을 캐리커쳐처럼 그리고 그 밑에 이름을 적어넣어서,

헷갈리지않고 잘 따라읽을 수 있다.

길고 어려운 이름에 끌려다니다 보면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파악을 할 수가 없어 집어던지기 여러번이었는데,

이 책은 그 어려운 내용들을 간략하면서도 얘기하고자 하는 주제로 잘 묶어 표현해 놓았다.

 

이 책을 읽으며 영원히 '을'로 표현 되는 직장인의 애환이랄까 절박한 심정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였으나,

사실 내 나이가 '을'의 입장이 되기에는 좀 올드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끙~(,.)

책을 다 읽고서 든 생각은 이 책의 저자 도제희 님도 보통은 아니었겠다는,

이 거친 세상을 살아나가는 그녀만의 방법이 좀 통쾌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왜 이렇게 책과 저자에게 호의적이냐 하면,

예전 직장이 출판사들이 많은 동네여서

어디 한두 군데씩 아픈 사람들을 보아왔고,

나랑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한 사람은,

출판사 사장님이 자기 목에 빨대를 꽂고 피를(=피로 대변되는 어떤 책에 대한 아이디어나 활력을) 빨아먹는것처럼 느껴진다고 했었고,

고개를 주억이며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돌이켜보니 10년도 훨씬 전이다.

 

 나는 지적이고 싶고, 작은 제스처 하나에도 춤위가 묻어나는 사람이고 싶고, 매사에 일희일비하지 않는가 하면 많은 말로 실언하지 않고 싶고, 타고난 재능에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으면 좋겠고, 편안하고 자유로운 대인 관계를 맺는 능력이 있었으면 한다. 잡념에 치우치지 않는 깔끔한 사고방식의 소유자라면 더욱 좋겠다. 이 모든 것 중 뭐 하나 온전하게 이룬 것이 없어서 그런 사람을 만나면 질투한다.(95쪽)

 

이 책이 좋은 것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에 대한 처세법으로 읽히진 않는다는 것이다.

힘들게 세상을 살아나가는 이들에게 '토닥토닥' 연대나 공감의 위안으로 다가온다.

뒷담화는 안 좋으니 해서는 안된다는 둥,

고전에서 얘기하는 권선징악을 강요하지 않는다.

'솔직히 '뒷담화'를 듣는 게 재미있다(229쪽)'고 쿨하게 얘기한다.

 

언제부턴가 삶이란 무엇인가, 내지는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살아간다는 것은 하루하루 죽음에 다가가는 것,

나이 들어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낮아지며 땅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란 걸 실감하게 된다.

'우아하게 '을'이 되는 법'이나,

'고분고분한 사람이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법'이랑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싶다.

 

암튼 앞만 보고 치열하게 내달리는 사람들이라면 보기 힘든 것들을,

도스토옙스키의 고전을 통해서,

도제희 작가님의 이 책을 통해서 엿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권해본다.

또는 낮아지고 땅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도스토옙스키나 고전을 읽어볼만 하다.

 

이 책은 글도 글이지만,

글과 어우러진 그림들이 유머러스하고 재치발랄해서 맘에 든다.

덕분에 도스토옙스키에게 한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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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20-03-11 17:21   좋아요 1 | URL
유머러스하고 온화하고 위로가 되는 글이더라구요. 좋아하실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 고맙습니다.

양철나무꾼 2020-03-11 17:42   좋아요 1 | URL
내용도 재밌지만, 그림과 엮여 시너지가 상승하는 책이었어요.
전 등장인물이 다양하고 복잡할 경우 뼈다귀 그림을 대충 그려서 이름을 적고 족보를 만들어가며 책을 읽는 경우가 있는데,
책 처음의 등장인물 그림은 그래서,
중간 중간의 그림은 저자 님의 일상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냥 읽어도 위안이 되지만,
무엇보다 도스토옙스키를 안 읽어도 쉽게 읽힌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제가 고맙습니다~^^
 
조용한 아내
A.S.A. 해리슨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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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생각이 글로 고이지 못해,

(하긴 언제는 생각이란걸 하면서 글을 썼느냐 하면 그렇지 못했지만,

시종 '휘리릭~!' 일필휘지의 자세를 구사했지만서도, ㅋ~.)

리뷰를 잘 안 쓰게 되는데,

이 책은 간단히 코멘트라도 남기고 싶었다.

 

이 책은 스토리는 뻔하지만, 결코 뻔하게 쓰이지 않았고,

저자가 2013년 암으로 돌아가셔서 다른 책을 구해볼래야 볼 수가 없으며,

작품 전반에 흐르는 심리학적 접근이 스토리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처럼 조화를 이뤄 아름답기까지 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데,

주인공인 조디 브렛이 책에선 예쁘고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좀 작은 여자로 묘사됐었는데,

책 띠지엔 '니콜 키드먼 주연' 영화화 확정이란다.

니콜 키드먼은 다른 조건은 다갖추었고 안되면 되게 할 수 있는 연기력을 지녔다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녀의 키는 공식적으로 180cm란다.

 

그는 그녀와 부딪히며 물건을 넘어뜨리고 앞길을 막지만 조디는 그가 근처에 있는 게 좋다. 넉넉한 양감이 편안하다. 그녀는 그의 하루에서 풍기는 향을 들이마시고, 체온에 끌린다. 그는 언제나 손길이 따뜻한 남자다. 거의 늘 추워하는 사람에게는 동물적으로 중요한 문제다.(17쪽)

 

암튼 난 이런 섬세한 문장들이 마음에 들었는데,

영화에선 이런 문장을 어떻게 처리할지 좀 궁금하다.

나레이션으로 깔아버리려나.

 

평생을 연애를 처음 시작할때의 뜨거움으로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살아가면서 상대방 체온의 따뜻함에 위로받기도 하고,

때론 더운 여름날 상대방 체온의 뜨거움에 거리두고 싶어 질때도 있겠지만,

때때로 축복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존재가 부부 아닐까.

20년을 같이 살았으면서 살인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다니,

아이러니컬하다 싶지만 서도,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가슴이 서늘해지는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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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3-06 16:00   좋아요 1 | URL
읽어볼까말까 고민하던 책인데,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감사감사! ㅎㅎ

다락방 2020-03-06 16:00   좋아요 2 | URL
저는 이미 주문해서 오늘 도착했지롱요~ ㅎㅎ

양철나무꾼 2020-03-13 10:10   좋아요 1 | URL
네~, 박현주 님의 번역인데...
번역이 약간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별 하나를 뺄 정도까진 아닌,
괜찮은 소설이었습니다.

잠자냥 님, 다락방 님,
어떤 리뷰를 올려주실지...벌써 설렙니다~^^

2020-03-06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06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20-03-06 19:06   좋아요 1 | URL
저는 그냥 끌려서 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양철나무꾼님 글 읽고 더 기다림이 짙어지고 있어요.

양철나무꾼 2020-03-07 11:15   좋아요 0 | URL
지금쯤 수연 님 손에 도착했겠는걸요~^^
수연 님은 이 책을 또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해지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