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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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의 '오늘 뭐 먹지?'라는 산문집이 너무 좋았어서, 아무 망설임 없이 구입하였지만,

내처 읽을 수는 없었다.

소설집의 제목이 '안녕 주정뱅이'여서 책을 펼치자마자 '안녕 주정뱅이'라는 소설을 찾았는데, 그런 제목의 소설은 없었다.

곳곳에 주정뱅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알콜리즘에 가까운) 주정뱅이들이 등장한다.

 

기뻐서 마시는 건배의 술까지는 아니어도 '오늘 뭐먹지'에 나오는 류의 경쾌한 내용들을 기대했었는데,

고통을 달래고 아픔을 잊기 위하여,

(이런 말들도 사치인것 같고,)

생각을 안 하고 통증을 마취시키기 위하여,

거기다가 기억을 잊기 위하여 술이 등장한다.

 

책을 읽는 내내, 이들의 상실과 결핍 때문에 몸서리를 쳤다.

'오늘 뭐 먹지?'에 등장하는 사람과 안주들은 가볍고 경쾌하며 유머러스하기까지 한데,

이 책 '안녕 주정뱅이'에 등장하는 이들은 이다지도 어둡고 침잠하려드는 것인지,

내용이 재미없거나 글을 못 썼다는 생각은 1도 들지 않았지만,

이런 줄 알았다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글을 읽다가 어둠에 물들거나 침잠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단편 소설 하나 하나 마음이 아파서 힘들게 읽었다.

우선 '봄밤'에 몰입을 할 수가 없었다.

류머티스 관절염이 쇳독이 올라서 병이 난거라고 하는 설정도 그랬지만,

여성에게서 남성의 3배가 넘는 발병률을 보이는데,

남자를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를 만들어놓고 급속히 악화시키는 설정이 개연성이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관계의 온도에 대해서 생각했다.

관계의 온도가 공평하고 적절한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인연은 우리 주변에서 한단계만 걸치면 눈에 띄지 않는 관계가 되어 악연으로 뒤바뀌어 버리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나 만남은 하염없고 속수무책이다.

그런 걸 알게 되니,

오늘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크게 관심을 갖거나 개입을 할일도 아니지 싶다.

 

어찌 어찌 읽었지만,

이런 어둠이나 슬픔 속으로 침잠하는 건 싫다.

훌훌 떨고 일어나시길,

그리하여 권여선 님의 다음 소설들은 적당히 경쾌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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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8-01 17:56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소설은 참으로 기가 막힌데
한없이 수렁으로 빠져 버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어쩌면 이미 제목에서부터 밑자락을 잔뜩
깔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싶은
책 중의 하나입니다.

양철나무꾼 2018-08-02 10:03   좋아요 0 | URL
주변에서 알콜리즘은 환자로도 몇 번 봤었고,
소설에서도 많이 봤었는데,
로렌스 블록의 ‘800만 가지 죽는 방법‘에 나오는 매튜 스커터를 능가하는 멋짐 폭발하는 캐릭터는 아직이예요.

‘안녕 주정뱅이‘이 책을 읽으니까 매튜 스커터가 더 그리워지네요.
전 좀 전작주의로 독서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직 못 읽은 권여선 님의 다른 작품들을 읽기가 두려워집니다~--;

2018-08-02 0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8-08-02 10:17   좋아요 0 | URL
‘오늘 뭐 먹지‘에 나온 그 창작촌이 이 소설 속 ‘역광‘인가에 등장하는 것이 좀 충격적이었어요.
뭐라고 딱 꼬집어 얘기하긴 어려운데, 뭐랄까 까발려진다는 느낌이랄까?
소설을 가장한 르뽀 작품으로 읽혔어요.

중국 고전이나 외국 소설 속에서 만나게 되는 술꾼들은 하나같이 멋져 보이는데,
우리나라 소설 속에서 만나게 되는 술꾼들은 주변의 또 다른 나일지도 모른다는 현실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암울해요.
슬펐어요~ㅠ.ㅠ

감은빛 2018-08-08 20:41   좋아요 1 | URL
음 왠지 제가 주인공으로 나와야 할 것 같은 제목이군요.

아마 제가 쓰니까 그런 거겠지만, 제가 쓰는 소설 속의 주인공도 늘 술을 많이 마시더라구요.

양철님, 오랜만입니다. ^^

양철나무꾼 2018-08-09 09:44   좋아요 0 | URL
소설을 쓰시는군요~^^
님이 쓰시는 소설은 현장에서의 경험과 시니컬한 사고, 멋진 글빨이 어우러져 완전 멋질것 같아요.

술은 취하려고 마시는건데,
술을 잘 마시지 못해서 조금만 마셔도 취하는 제가 좀 윗길인건가요? ㅎ
더울때는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더 더운것 같아요.
너무 땀 흘리지 마시고,
술 드실때는 맛있는 안주를 넉넉히 함께 드세요~^^

AgalmA 2018-08-11 13:23   좋아요 1 | URL
김연수 산문집 <언젠가, 아마도>에 가는 곳마다 들른 장소와 먹는 얘기 나오는데 좀 상세하고 길면 좋았겠다 싶더라고요. 아무래도 연재글이다 보니 분량 때문에 그랬거니 싶은데 아쉬웠어요. 다들 <안녕 주정쟁이> 상찬이시던데 양철나무꾼님은 어째 시큰둥ㅎㅎ;
입추 지나니 덥긴 더워도 바람은 선선해진 거 같죠? 그럼 안뇽, 양철나무꾼님. 히히

양철나무꾼 2018-08-20 08:58   좋아요 1 | URL
여름 휴가를 다녀오느라 댓글이 늦었습니다.
님의 이 댓글보고 ‘언젠가. 아마도‘ 구입했지요~^^
‘안녕 주정뱅이‘는 ‘오늘 뭐 먹지‘란 산문집 전에 읽어야 느낌이 배가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큰둥한건 아니고,
뭐랄까, 너무 어두워서 아팠달까?

입추 지나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네요.
님도 잘 지내시죠?^^

AgalmA 2018-08-26 19:38   좋아요 1 | URL
님 댓글 받은 즈음에 땡스투가 있던데 혹 양철나무꾼님이ㅎ!

음... 양철나무꾼님 특유의 돌려 말하기를 제가 잘 이해를 못한 것이구만요^^;
날이 많이 선선해졌네요. 이젠 감기 조심 얘길 건네야 할 정도로^^

양철나무꾼 2018-08-27 14:44   좋아요 0 | URL
음~, 여행 중 폰으로여서 ‘땡스 투‘는 못하고 주문한 걸로 기억이 쿨럭~--;
그나저나 날이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네요.
진짜 감기 조심 얘기 해야겠네요~^^
 
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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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에게 결여된 것을 부러워하는 속성이 있다.

지금의 삶을 '창살 없는 감옥' 같다고 툴툴거리지만, 그렇다고 자유를 갈망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누가 다스려주고 보살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여행은 귀찮고, 모험은 두렵다.

매일 그날이 그날 같은 삶이 지루하지만,

이젠 지루하지만 별일 없는 삶이 축복이라는 것도 안다. 

 

자신이 갇힌 곳이 꼭 감옥이 아니라서 그렇지,

갇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아파서 갇힌 사람들도 있고,

일에 갇힌 사람들도 있고,

섬이나 산골 오지에 살아서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도 있고,

유폐시키듯 자기 스스로를 가둔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감옥 아닌 감옥이 있지만,

자기가 갇힌 감옥이 살만한 곳이냐 그렇지 않은 곳이냐, 를 판단하는 기준은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감히 어림잡아 보자면,

감옥의 쾌적성이 아니라,

홀로 갇혔느냐 주변에 소통하고 왕래할 사람이 있느냐, 에 관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우리의 주인공 로스토프 백작은 러시아 혁명의 시절, 혁명에 동조하는 시를 써서 목숨은 부지하지만,

거처하던 호텔에 평생 갇혀있어야 하는 '종신 연금형'을 선고받는다.

거처도 스위트룸에서 하인용 다락방으로 옮겼지만, 그에게 호텔이 꼭 감옥인 것만은 아니다.

호텔에 갇히는 '종신 연금형'이 두려웠다면,

잘 지내던 프랑스에서 일부러 러시아로 되돌아오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그가 갇힌 메트로폴 호텔은 일류호텔인가 보다.

외교 행사의 주요 무대인 동시에 새로운 손님이 왕래하며 날마다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로스토프 백작은 그곳에서 유명 여배우와 몰래 사귀기도 하고,

공산당 간부의 비밀 개인 교사를 하기도 하고,

니나라는 꼬마 숙녀의 친구가 되기도 하고,

그곳 호텔 직원들과 친분을 쌓으며 나중에는 자신도 웨이터 주임으로 일하게 된다.


곳곳에 이런 구절이 나오는 걸로 미루어 이 책의 주제는,

'인간은 자신의 환경을 지배하지 않으면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 정도가 되겠지만,

내가 신뢰하는 '이박사' 님의 짧고 굵은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라는 100자평이 훨씬 와닿았다.

나는 장르소설에 관해서만은 이박사 님의 선택을 100퍼센트 신뢰하는 편인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책 역시 좋았다.

724쪽에 이르는 두꺼운 하드커버의 책인데, 다른 출판사였으면 두권으로 분철하는 호기를 부렸을 법도 하다.

현대문학 때땡큐요~^^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다.

훅 터뜨리는 한방은 없다.

최후의 반전이라 불리울만한 것도 없다.

다른 장르 소설을 보게 되면 스파이가 등장하고,

피튀기는 폭력이 난무하고 죽고 죽이고 하는데,

그런 잔인한 장면 없이도 재밌고 감동을 준다.

 

책의 곳곳에 고전 명작들이 내용과 조화를 이루며 등장을 하는데,

음악이나 영화 또한 그러하다.

'카사블랑카'가 보여주는 복선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러시아 고위급의 회담 장면이야 자료로 남아있는게 있을테니 상상할 수 있다고 치고,

식사 예절 따위를 엿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이런게 신사의 자격 내지는 본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재밌는 장면이 여러군데 있었는데,

이발소에서 자리 예약 문제로 누군가와 다투다가 콧수염을 잘리우고는 거울을 쳐다보며 이런 말을 한다.

백작은 거울을 향해 몸을 돌리고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그처럼 자신의 모습을 눈여겨 살핀 것은 몇 년 만에 처음인 것 같았다.

 오랫동안 백작은 신사란 불신감을 가지고 거울을 보아야 한다고 믿어왔다. 거울은 자기 발견의 도구이기보다는 자기기만의 도구인 경향이 있기 때문이었다.(65쪽)

 

이런 구절도 재미있었다.

사무원이거나 회계원일 것 같은 이 사람은, 조합의 사무직 근로자일 게 틀림없는 이 사람은 일단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나자 '돕는다'는 단어만큼이나 미지근하고 틀에 박힌 목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시적 간결함은 한 단어로 충분할 때 둘로 나누어 쓰는 것을 피할 것을 요구합니다."

"저건 뭔 소리야?"

"뭐라고 한 거야?"

ㆍㆍㆍㆍㆍㆍ

"시적 간결함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종의 수컷들은 그 혼자로도 충분했을텐데도 짝을 부여받았잖아요."

우레와 같은 박수!

'돕는다'를 '가능케 하고 확실히 한다'로 대체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은 만장일치의 박수와 대다수가 발을 구르는 소리로 채탣되었다. 발코니에 있는 동안 백작은 정치적 담론이 언제나 따분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점을 인정하게 되었다.(113쪽)

 

또 한가지 아무리 뛰어난 학식이나 지식을 자랑한다고 해도 경험을 능가하는 것은 없다고 이 책은 얘기하고 있다.

백작은 고개를 저으면서 경험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생각을 되새겨보았다. 웨이터에게는 이런 일이 자신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이상적인 기회였다. 적합한 와인을 추천하는 것 하나로 웨이터는 젊은이를 편하게도 해주고, 지극히 만족스러운 식사가 되게도 해주고, 나아가 연애 진도가 나가게 도와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세심함이 부족하거나 감각이 부족한 탓에 비숍은 자신의 목적을 실현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고객을 곤경에 몰아넣기까지 했다.(159쪽)

 

책의 곳곳에서 단어가 가진 상반되는 뉘앙스를 살려내는데, 그것도 재밌고 좋았다.

"모두와 극소수의 차이는 숫자의 차이일 뿐이예요."(150쪽)

자신이 백작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암시하려는 게 아니라 반대로 아주 많다는 것을 시사하려는 의도였다.(339쪽)

"아이들이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 우린 잊어야 하는 거로군요."(509쪽)

 

감동을 받았던 부분은 서커스 단원이었던 안드레이가 친구들 앞에서 저글링 하는 장면이었다.

더 멋지게 표현하자면, 오렌지들은 앞으로 밀어내는 동시에 우주 공간 속으로 튕겨나가지는 못하도록 붙잡는 중력의 힘에 의해 좌우되는 행성들처럼 움직였다. 행성들 앞에 서 있는 안드레이는 그것들을 궤도에서 살짝 잡아당겼다가 다시 놓아줌으로써 행성들이 자연스럽게 정해진 경로를 따라 돌도록 만드는 듯했다.

ㆍㆍㆍㆍㆍㆍ

거리의 마술사에게 마음을 사로잡힌 소년 같은 표정의 에밀은 군중 틈에서 소줍게 빠져 나와 자신의 식칼을 내밀었다. 15년 가까이 다른 누구의 손이 닿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던 칼이었다. 안드레이는 의식을 치르는 듯한 마음가짐으로 허리를 굽혀 식칼을 받아 들었다. 그가 네개의 칼을 돌리기 시작하자 에밀은 의자 뒤로 몸을 기대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사신이 신뢰하는 칼이 공간 속을 가볍게 미끄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지금 이 순간, 이 시간, 이 우주가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355~356쪽)

이 부분을 읽는데 알 수없는 감동으로 한동안 울컥하였다.

 

많은 좋은 책들이 나오는데,

그 중 '잭런던'의 'The call of the wild'를 '야성의 외침'(409쪽)으로 번역해 놓았다.

창피한 일이지만 난 아직 읽어보기 전이라 이 부분을 '부름'이라고 번역해야 할지 '외침'이라고 번역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알라딘에 찾아보니 번역된 책의 제목으로 '야성의 부름'쪽이 많았다.

'부름'과 '외침'은 아무래도 내용이 정반대인데 어느 쪽 제목이 그럴 듯 한지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잭 런던'을 읽어보아야 겠다. 

 

완전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백작과 대령의 대화였다.

"제대로 장소를 찾으셨군요. 예전부터 예의 바른 사람들은 이런 술집에 모여 들곤 했답니다. 마음이 서로 통하는 영혼들과 한자리에 모여 속마음을 털어놓기 위해서 말입니다."

"또는 낯선 사람들과?"

대령이 손가락 하나를 공중에 세웠다.

"낯선 사람보다 더 마음이 통하는 영혼은 없지요. 그러니 서론은 생략하기로 합시다.ㆍㆍㆍㆍㆍㆍ(476쪽)

 

책을 읽으면서 프랑스나 이런 데로 망명하게 된 줄 알았는데,

마지막 부분에 니즈니노브고로드 주가 언급되는 것을 보고 혼란스러웠다.

그러고보면, 호텔에 평생 갇혀있어야 하는 '종신 연금형'은 백작이 자의적으로 택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백작이 원하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간에 머물 수 있고, 갇혀 있을 수 있으며, 떠나고 싶을때 떠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이 책을 읽다보면,

나이를 먹으면서 백작의 멋진 옷들은 낡고 해어지지만,

그걸 잘 손질해서 입는 장면이 나온다.

 

얼마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고 노회찬 님을 언급해서만은 아니고,

노회찬 님이야말로 이 책에 등장하는 로스토프 마냥 진정한 신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소탈했고,

첼로를 연주하실 정도로 음악을 즐기셨으며

서민들의 언어와 행동을 구사하실 줄 알았으며,

엄숙하기만 한 정치판에 유머를 곁들일 줄 알았던 그야말로 진정한 신사가 아니었을까.

돌아가시면 잊혀질 줄 알았는데 날마다 선명해지는 것이 빈자리가 너무 크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부디 영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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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8-07-30 13:46   좋아요 1 | URL
오 찌찌뽕 하려고 했어요. 저도 읽고 있는 중이었거든요. 아직 앞부분만 읽어서 전체를 알 수는 없지만, 뭔가 종신형을 쿨 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자유롭지 못함에 싸아하게 마음 아파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소녀를 알게 되고, 세계가 점점 더 커져서 모스코바가 된다고 하잖아요? 그 부분도 정말 좋았어요.

양철나무꾼 2018-07-30 14:01   좋아요 0 | URL
아핫, 완전 반갑네요~^^
네, 님이 말씀하신 부분도 좋았고,
전 친구가 낸 책 부분에서도 대성통곡을 했어요.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한 얘길 할 순 없지만, 완전 재밌었고,
그의 전작 ‘우아한 여인‘도 구해읽고 싶어요~^^

레삭매냐 2018-07-30 15:16   좋아요 1 | URL
저도 오늘 막 읽었는데 참말로 재밌네요 :>

전 그전에 <우아한 연인> 구해 두어서
여름이 다 가기 전에 한 번 읽어 보려고 합니다.

양철나무꾼 2018-07-30 16:13   좋아요 1 | URL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은 사람들이라면 ‘우아한 여인‘이 예견된 수순인가 봅니다.
고전들이 적재적소에 인용되는 것이 완전 잼났어요~^^

라로 2018-08-02 14:32   좋아요 1 | URL
야성의 부름 쪽이 더 맞는 것 같아요. ㅎㅎㅎㅎ 그리고 저 메트로폴 호탤은 진짜 러시아에 있는 호텔은 아닌데라고 했는지 있다고 했는지 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처음에 작가가 상상으로 글을 쓰고서 자기가 상상한 호텔을 찾아갔는데 러시아에 거의 똑같은 호텔이 있어서 거기서 또 묵으며 글을 썼다고 한 것 같아요. ㅎㅎㅎㅎ 제 기억력이 어제 들은 것도 까먹는데 이 이야기는 제가 작년에 들은 거에요. 작가 인터뷰에서. ㅠㅠ 다시 들어보고 정확히 알려드릴게요. 저는 작년에 시작해서 올 1월에 다 읽었는데 무지 좋았어요. 신사죠! 작가나 주인공이나. ^^

양철나무꾼 2018-08-02 14:50   좋아요 0 | URL
라로 님도 읽으셨군요?^^
야성의 부름이라...그쵸?
라로님이 이렇게 컨펌을 주시니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듯 하여 안심하게 됩니다.
저도 이 책 읽으며 찾아봤는데 모스크바에 메트로폴 호텔이 있더라구요.
책도 멋졌고, 저자도 멋졌고, 로스토프 백작도 멋졌습니다.^^



link123q34 2019-05-01 11:17   좋아요 1 | URL
아.. 저도 저 저글링 장면이랑 바에서 미국인 대령 만나는 장면 너무 좋았는데ㅠㅠ 양철나무꾼님 글로 보니 더좋아요~ 번역에 대한 지적이 있던데 재밌게 읽으며 느끼지 못한 나는 앞으로 읽을 책이 참 많구나 하고 생각했어요ㅋㅋ 저도 저글링에서 찔끔하고 친구책꾸러미에서 왈칵했답니다ㅠㅠ

양철나무꾼 2019-05-01 14:56   좋아요 0 | URL
좋다고 해주셔서 저도 좋아요~^^
제가 책을 많이 읽어서 번역에 대해 궁시렁 거린 건 아니고,
트집을 잡고 보려는 안 좋은 습관인 것 같습니다.
님 덕분에 화들짝 반성하게 되네요.
같은 책을 읽고 비슷한 부분에서 비슷한 감성을 느끼고,
이런 맛에 이곳에 리뷰를 쓰는 것 같습니다.
좋은 책 친구가 되주셔서 감사합니다~^^

link123q34 2019-05-02 09:00   좋아요 1 | URL
사실은 알라딘 리뷰중에 번역에 대한 얘기가 있어서 무슨 내용인지 궁금했거든요~ㅠㅠ 덕분에 저도 알게되었는데.. 좋은 습관 그대로 소개도 그대로 해주시어요~~!ㅠㅠ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 소설은 어떻게 쓰여지는가
정유정.지승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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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궁금증 하나,

나는 이 책이 인터뷰 집인지 궁금하다.

책의 구성방식이야 묻고 대답하는 형태를 취하니 '인터뷰 집'이 맞겠지만,

구어체가 아니라, 문어체를 구사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존칭이나 물음표, 느낌표 따위가 다 생략되고 팩트만 전달된다.

지승호 님의 물음에 대한 정유정 님의 답은 대화라기 보다 한편의 짧은 이야기나 소설 등을 연상시킨다.

일상적인 대화라고 하기엔 형태가 체계적이고 논리적이다.

예도 상세하게 들고 자료도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입말이 아니라 문어체라고 해도, 몰입하는 힘이 있다.

앞으로 쭈욱 빼서 내처 읽게 만든다.

긴장감이라고 해야 할까, 속도감이라 해야 할까.

 

고백할게 있는데 난 정유정 님의 작품을 하나도 읽은게 없다.

그런 내가 '소설은 어떻게 쓰여지는가'하는 작법서를 읽고 있으려니까 아이러니컬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내가 앞으로 소설을 쓰고 살아갈 일은 없어도,

정유정 님의 소설 발자취를 궁금해 할 수는 있으니까 말이다.

내가 그동안 정유정 님의 소설을 안 읽은 이유를 변명해 보자면,

무서운 이야기들을 안 좋아하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난 귀신이 등장하는 그런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주변에 있을 법한 일을 다룬 무서운 이야기에 약하다.

굳이 읽고 기나긴 여름밤을 공포로 지새울 까닭은 없지 싶었다.

 

이 책은 지승호 님의 인터뷰 집이라는 형식이어서 구입했고,

인터뷰 집이 소설의 내용을 담고 있으면 얼마나 담고 있겠으며, 무서우면 또 얼마나 무섭겠나 싶기도 했다.

공모전에 여러번 떨어졌다는 얘기도, 스티븐 킹을 필사했다는 얘기도 흥미로웠다.

 

만약 이게 서면 인터뷰가 아니라,

대면 인터뷰였다면,

어떤 식으로 인터뷰를 했는지,

인터뷰의 주도권은 누가 이끌어갔는지 궁금하다.

정유정 님이 삶을 엿볼 수 있고,

그간 어떻게 소설을 써왔는지를 엿볼 수 있는 작법서에 가깝다.

그런데 또 책을 진행해 나가는 방식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재미있는 소설집을 엿보는 것 같은 것이 흥미롭다.

 

소설은 크게 둘로 나눌 수가 있는데, 하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고, 다른 하나는 경험을 하게 하는 소설이라는 부분을 읽으면서 정유정 님이 소설을 어떤 식으로 쓰는지 엿볼 수 있었고,

모든 사물이 그렇듯, 책도 한 가지 목적으로만 쓰이지 않는다. 마음의 양식도 되고, 때론 수면제도 된다. 내가 원한 건 수면제였다.(65쪽)

이런 구절도 좋았다.

 

소설을 쓰기 전에 던져봐야 할 말이 있다는데,

"나는 이 이야기를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라는 것이고,

작가의 의무로 '진실을 말해야 한다' 하나를 꼽았다.

 

정유정 님의 글쓰기 비법 같은 것이 그후로도 쭉 등장하지만,

안 읽어본 소설들을 나중에라도 읽어보고 싶은 욕심에 때로는 스킵했었고,

이 구절이 좋았어서 옮겨본다.

 

  부사는 항생제 같은 거다. 한두 번은 확실한 효과가 있지만 자주 쓰면 내성이 생긴다. 가령, '너무'라는 부사를 습관처럼 쓰면 정말로 '너무'한 일에 썼음에도 전혀 안 '너무'한 일처럼 느껴진다. 문장이 야단스러워지는 면도 있고.

  나는 단문을 좋아한다. 속도감 있게 읽히고 의미가 분명하게 전달되니까. 문제가 있다면, 단문만으로는 긴 문단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장들이 따로 놀거나 모래알처럼 서걱거리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려고 접속사를 쓰다 보면 단문의 장점인 속도감이 사라진다. 단타 늑유의 힘도 줄어들고. 그렇다고 문단을 짧게 자르거나 행갈이를 해대면 서술 흐름이 거칠어진다. 한 호흡으로 달려야 하는 긴 묘사는 꿈도 꿀 수 없다. 내 해결법은 문장과 문장 사이에 리듬을 넣는 것이다. 도치법, 주어나 동사 생략, 단독으로 부사 사용하기, '은, 는, 이, 가'의 활용, 장문과 단문 섞어 쓰기 등등을 총동원한다. 랩을 하듯, 한 문단이 쑥 읽히도록.

  종결어미는 과거형을 기본으로 쓴다. 현재시제는 꿈이나 편지, 일기 등, 구별이 필요한 부분에만 쓴다. 소설은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서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말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시간은 흐른다. 불과 1초 전이라 해도 엄밀한 의미에서 현재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개인적 취향인데, 감탄사는 웨난하면 쓰지 않는다. 대사에 쓰면 인물이 가벼워지는 느낌이고, 문장에다 쓰면 다음과 같은 느낌이 든다. 어때, 이 문장 죽이지!(233~234쪽)

이 책 말고도 어디선가 형용사와 부사 사용을 자제하라는 글을 본 것 같은데,

그게 어디인지 기억은 안난다.

헤밍웨이 였는지, 강원국이었는지 헷갈린다.

 

최고의 인터뷰어인 지승호 님답게 이런 질문들이장 좋았다.

 

지_ 하고 싶은 이야기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정_ 하고싶은 이야기가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최고로 좋을 것이다. 그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건, 의지와 능력이 대립하는 경우다. 내 경우 전자를 포기한다. 프로라면 그래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할 수 없는 분야가 있다는 걸 인정하면, 포기 못할 것도 없다. 나는 SF를 좋아하지만 이야기할 능력은 없다. 그래서 이 장르는 독자로만 만족한다. 물론 처음부터 포기한 건 아니었다. 무엇이든 일단 덤벼보기는 한다. 이 일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알려면 일단 해 보는 것 말고는 길이 없으니까.

하고 싶은 이야기 대신 세상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옳지 않다. 세상이 뭐라고 하든, 작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로 인해 듣게 될 비난이나 비판도 당연히 작가의 몫이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으니 그게 어딘가. 세상에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251쪽)

 

책의 곳곳에서 스티븐 킹을 인용하는 걸 보면 스티븐 킹의 영향을 어지간히 많이 받았나 보다.

 

이런 부분은 책은 소설가가 자신이 쓰는 소설을 이야기 하는 책이지만,

누구든 자신의 삶에 적용시켜 볼 수 있겠다.

우리는, 아니 적어도 나는,

때로는 프로패셔널이란 이유로 막무가내로 주장하고 고집할 때도 하는 구나 싶어서 좋았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파리리뷰'와 인터뷰에서 한 말을 인용하는데,

그렇게 놓고 보니,

이 책의 인터뷰 방식이 파리 리뷰를 닮은 것도 같다.

이렇게 정유정 님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작가들을 대상으로 '파리 리뷰'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을 듯 하다.

 

뭐, 글을 쓸 것도 아니고,

소설을 쓸 것은 더 더욱 아닌 나로서는,

아주 좋았다고 할 수 없지만,

이 책이 계기가 되어, 그동안 미뤄왔던 정유정 님의 소설들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 의미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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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8-07-20 17:38   좋아요 1 | URL
대담도 있겠지만 사전 또는 사후 지면 인터뷰를 병행하지 않으면 일케 밀도 있는 인터뷰집이 나올 수가 없겠지요
이런 방식의 소설론 독자를 위한 배려 같고, 흥미 있네요
역시 책보다 리뷰인 양철님의 글~
더운데도 꾸준히 독서하시는 것도 부럽습니다^^





양철나무꾼 2018-07-20 17:50   좋아요 0 | URL
저 이 책 읽으면서 다크아이즈 님이 계속 떠올랐어요.
님이라면 어떻게 소설을 쓰실까,
이럴때 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하나 하나 님과 대비해 보게 되더라구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님께 강추 합니다~!^^

꾸준히는 하는데,
더워서 그런가 속도는 안 붙습니다.

제가 너무 너무 사랑하는 다크아이스 님,
날 더운데 지치지 않게 체력 안배 잘 하시구요.
기운 내세요~!^^

글쎄 2018-07-20 18:54   좋아요 0 | URL
읽고싶네요

양철나무꾼 2018-07-21 09:18   좋아요 0 | URL
트라이 투 해보세요.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nomadology 2018-07-20 22:52   좋아요 1 | URL
(스티븐 킹님께서)지옥으로 가는 길은 부사로 덮여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글은 아주 열심히 쓰고 계시지 않나요?

양철나무꾼 2018-07-21 09:2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nomadology님.
오래간만이십니다.^^

그러고 보니, 부사, 형용사를 자제하라는 말은 여러 사람이 했던 것 같습니다.
스티븐 킹도 강원국도 헤밍웨이를 읽었을테니, 헤밍웨이의 손을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소심하게 말씀드려 봅니다.

전 스티븐 킹의 초기작들이 오히려 아주 좋았는데,
언제부턴가 잘 안 읽게 되더라구요.
조힐이라고 스티븐 킹의 아들도 고딕 소설을 쓰는데 좀 그렇더라구요~--;

AgalmA 2018-07-22 15:28   좋아요 1 | URL
부사, 형용사 자제는 거의 모든 작법서에서 금지하는 터라 어느 책이라고 언급하기도 뭐한^^; 전 그것들을 쓰는 걸 ‘너무‘! 좋아하고 접속사 남발, 질질 끄는 종결어미도 즐겨 써 제 문장을 보며 전설의 고향을 보는 듯해 난감 망연....

양철나무꾼 2018-07-26 09:28   좋아요 1 | URL
Agalma님~, 상심하고 지내느라 댓글이 늦었습니다.
지나친 상실감으로 판단 불가, 감정 남발의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저는 형용사는 조금, 부사는 아주 많이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같습니다‘ 같은 모호한 단어도 사랑하고 말이죠.
전설의 고향이라셔서 뜬금없이 생각난건데,
호러물을 안 좋아하지만 존코널리는 아주 애정하죠.
그런 의미에서 님도 제가 많이 애정한답니다~^^
 
오늘 너무 슬픔
멀리사 브로더 지음, 김지현 옮김 / 플레이타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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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정말 잘 쓴다.

그러니까 웹상에서 글을 써올리고 상담을 하고 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글이 나랑은 안 맞는다.

글은 충분히 좋지만,

읽다보면 욕지기가 나오고 불편하다.

예전 같으면 이런 쪽으로의 간접 경험도 필요하다면서 꾸역꾸역 읽었겠지만,

이젠 그럴 필요를 못 느낀다.

 

구태여 글쓴이의 비밀들을,

(물론 인터넷에 게시하는 순간 비밀은 아니겠지만,)

글쓴이의 그렇게 은밀한 내면들을 알고 싶지도, 엿보고 싶지도 않았다.

 

글씨의 색깔도 흐리고,

글자 크기도 작고 해서 불편한데다가,

내용이 우리나라가 아니라 미국의 일이라서 그런건지,

내가 지극히 보수적인 사람이어서 그런건지,

완전 완전 완전 파격이라고 여겨졌다.

 

솔직히 '옮긴이 후기'를 봐도 뭐, 감흥 같은게 느껴지지 않았고,

책 뒷표지의 '록산 게이'의 추천글을 읽어도 공허하게 느껴질 뿐이다.

 

멀리사 브로더의 에세이들은 슬프고 불편하면서도 독창적으로 찬란하다. 지금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를 정직하게 밝혀주는 에세이들

 - 「나쁜 페미니스트」지은이 록산 게이

 

이젠 어떤 책들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쿨하게 접어 치워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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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7-19 18:44   좋아요 3 | URL
맞지 않은 책을 쿨하게 접는 것도 전, 멋진 일인것 같아요.
저도 아주 최근에서야 그럴 수 있게 되었어요.
뜻모를 의무감에 꾸역꾸역 끝까지 읽었....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런데 맞지 않은 책이랑 페이퍼 제목은 너무 잘 어울리네요.^^

양철나무꾼 2018-07-19 19:37   좋아요 1 | URL
옛날에 우리나라 무가지 신문에 보면 켓우먼이라는 필명을 가진 분이 인생상담을 해주셨는데, 전 그 코너를 좋아했었어요.
이 책도 책소개만 보고 왠지 그럴 것 같았는데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더라구요.
좀 후회가 되기도 하지만 내 안목의 소박함을 탓항 밖에요~--;
제목이 쫌 잘 어울렸습니까?^^

북극곰 2018-07-20 14:07   좋아요 1 | URL
‘슬프고 불편하면서도 독창적으로 찬란하다.‘라는 말이 뭔가 숨기고 있는 듯 들려요. ㅎㅎㅎㅎㅎ ^^;;
근데 궁금하니까 도서관에 오면 서서 잠시만 훑어볼래요. ^^

양철나무꾼 2018-07-20 14:48   좋아요 0 | URL
이 여자가 겪었다고 하는 강박, 중독, 판타지, 정신 질환, 섹스, 사랑에 대한 얘기가 좀 충격적이었고,
내가 앞으로 살면서 어느 하나라도 경험하게 될 것 같지 않은 얘기라서 설득력이 부족했는지도 몰라요.
물론 앞으로 살아가면서 다른 것들로 힘들어 하며 살아갈 수는 있겠지만,
결코 이 여자가 겪은 이런 방식은 아닐 거라고 장담해 봅니다.
내 주변에서 발생할 수도 있으려는지 모르겠지만, 인정하긴 싫고,
내가 겪는다고 하기엔, 너무 나이 먹고 고리타분하다고 해야할까요?

리뷰들을 보니, 저랑 정 반대로 위로 받고 치유 받았다는 의견도 많더라구요.
님은 또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합니다.
혹 보시게 되면 코멘트 남겨 주실거죠?^^

AgalmA 2018-07-22 15:35   좋아요 1 | URL
록산 게이 <나쁜 페미니스트> 책밖에 못 봐서 성급한 판단이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문체나 성향이 아니라 인기 많은 페미니스트라 해도 록산 게이 다른 책 읽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요^^; 취향과 인상이란 이토록 넘사벽!

양철나무꾼 2018-07-26 09:34   좋아요 1 | URL
저는 록산 게이 ‘나쁜 페미니스트‘조차 못 봤어요.
페미니스트랑 그 저서들 간과할 수는 없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들도 아닌것 같애요.
저는 내공이 부족한듯, 숨 고르기 중이예요~--;

mysyrius 2018-09-30 01:17   좋아요 0 | URL
상관없는 내용이 이 글의 묘미가 아닐지? 내가 할 수 없는, 내가 하고프지 않있던 또다른 전혀 “다른” 결국 “타인”의 글을 읽는데 그 슬픔에 내가 공감하는 일종의 아이러니, 나는 절대 나로거 고독하고 그 사람도 나랑은 전혀 별개의 존재인 그 거리만큼 인간적인, 그렇게 느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저는

양철나무꾼 2018-10-01 14:27   좋아요 0 | URL
그렇게 읽는 사람도 있고, 이렇게 읽는 사람도 있는 거겠죠.
저는 일단 작가를 이해할 수 없었고, 때문에 공감하기 힘들었습니다.

님의 댓글에 호응을 못해드려 죄송합니다~--;
 
끝없는 사람 문학과지성 시인선 512
이영광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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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은 '이영광'을 일컬어 '죽음을 흠향하는 시인'이라고 했단다.

그 정도로 죽음을 품고 있는 시인이라는 의미일텐데,
언제부턴가 그가 품고 있는 죽음이 삶의 저변으로서의 죽음, 삶의 밑거름으로서의 죽음으로 여겨져 좋았었다.

꽃이 진 자리에서 열매가 맺듯이,

죽음의 자리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곤 하니까 말이다.

나도 힘이 들때면 그렇게 이영광의 시집들을 읽으며 위로 받고 다시 일어서곤 했었다.

늘 위로받았다고는 하지만,

태양이나 공기 같아서 잊고 지내다가,

요번 시집을 통하여 각성하게 되었다.

 

시집은 원래 내달려 읽는 것이 아니라 음미하는 것이라지만,

이 시집도 들인지는 쫌 되었지만,

시집을 들출때마다 베인듯 얽은듯 가슴 언저리가 쓰려와서,

한번에 다 읽어내지는 못했다.

지금 리뷰를 쓰고 있으나 오늘도 흡족하게 완독을 못할 수도 있겠다.

 

예민하고 까칠한 편이었던 나는 나이를 먹으며 제대로 무뎌지자고 작정을 한 경우인데,

상대방에게 다가갈 때 부딪히고 찌르지 않을 수 있도록,

나 자신부터 무뎌지고 너그러워지자 했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다시 뾰족하게 벼려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징역 살고 싶다'는 말이 아프게 와닿았다.

무인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것 같을 때면 어디

섬으로 가고 싶다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결별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어떻게 죄짓고 어떻게 벌받아야 하는지

힘없이 알 것 같을 때는 어디든

무인도로 가고 싶다

가서, 무인도의 밤 무인도의 감옥을,

그 망망대해를 수혈받고 싶다

어떻게 망가지고 어떻게 견디고 안녕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그만 살아야 하는지

캄캄히 다 알아버린 것 같은 밤이면 반드시,

그 절해고도에 가고 싶다

가서, 모든 기정사실들을 포기하고 한 백 년

징역 살고 싶다

돌이 되는 시간으로 절반을 살고

시간이 되는 돌로 절반을 살면,

다시는 여기 오지 말거라

머릿속 메모리 칩을 그 천국에 압수당하고

만기출소해서

이 신기한 지옥으로, 처음 보는 곳으로

두리번두리번 또 건너오고 싶다

 

'방심'이라는 시는 '방심'하고 있다가 '훅' 늘어오는 한방이 있었다.

방심

 

그는 평생 한 회사를 다녔고,

자식 셋을 길렀고

돈놀이를 했다

바람피우지 않았고

피워도 들키지 않았다

방심하지 않았다

아내 먼저 보내고 이태째

혼자 사는 칠십대다

낮술을 몇 번이나 나누었는데

뭐 하는 분이오, 묻는 늙은이다

치매는 문득 찾아왔고

자식들은 서서히 뜸해졌지만,

한번 오면 안 가는 것이 있다

그는 이제 정말 방심하지 않는다

치매가 심해지고 정신이 돌아온다

입 벌리고 먼 하늘을 보며, 정신이

머리 아프게, 점점 정신 사납게,

돌아온다 그는 방심이 되지

않는다 현관에 나앉아 고개를 꼬고,

새가 떠나면 구름이 다가올 뿐인

먼 하늘에 꽂혀 있다

꽃 지자 잎 내미는 산벚나무 그늘 밑

후미진 꽃들에 들려있다

그는 자꾸 정신이 든다

평생의 방심이 무방비로 지워진다

한번 오면 안 가는 것이 있다

저녁엔 퇴근하는 내게 또 담배를 빌리며

어쩨 왔던 자식들의 안부를 물을 것이다

뭐 하는 분이오 침을 닦으며,

결코 방심하지 않을 것이다

 

훅 들어왔던 구절은,

"새가 떠나면 구름이 다가올 뿐인/

먼 하늘에 꽂혀 있다/

꽃 지자 잎 내미는 산벚나무 그늘 밑/

후미진 꽃들에 들려있다"

는 구절이었다.

 

'마음1', '마음2'라는 시도 아팠다.

사실 내가 한쪽으로 접어 놓는 것들이 있는데,

세월호 관련한 것들이 그렇다.

일부러 못 본척, 못 들은척 무심해볼려고 해도 그건 가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부지불식간에 훅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지고 그러다 보면 그 슬픔 속에 침잠해버려 빠져나올 수가 없다.

'사월'도 내겐 그렇게 읽혔고,

'평행우주의 그대'도 그렇게 읽혔으며,

'수학여행 다녀올게요'도 그렇게 읽혔다.

어쩜 이 시집 속의 모든 시들이 그렇게도 읽힐 수 있겠다.

 

'기다'와 '깁다'가 중의적으로 쓰인 '무릎'이라는 시도 좋았다.

무릎

 

무릎은 둥글고

다른 살로 기운 듯

누덕누덕하다

 

서기 전에 기었던 자국

서서 걸은 뒤에도 자꾸

꿇었던 자국

 

저렇게 아프게 부러지고도

저렇게 태연히 일어나 걷는다

 

좋은 시만을 골라서 옮긴다고 하는데,

적다보니 시집 한권을 통째로 옮기게 생겼다.

 

우리는 공감을 표현할 때 '알것 같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내가 상대방이 아닌데,

상대방의 맘 속을 들어가 본 것이 아닌데,

어떻게 알 것 같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이런  시 한 편, 시집 한권을 읽는 일은,

시인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흠뻑 담금질 하고 오는 것이라서,

공감 할 수 있겠고,

자연스레 내 마음에 빨간 약을 바르고 자체 치유할 수 있는 회복력을 준다.

 

그러고 보면 꼭 긍정 에너지 만이 세상을 구하고 사람을 살리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고통과 슬픔도 밑바닥으로 침잠하려만 들지 않고,

한번씩 고개를 내밀고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니까 말이다.

 

곁에 두고 한번씩 들춰볼 것 같고,

그러면서 살아가는 힘을 얻을 것 같다.

이 시집에서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을 '사람'이라고 하는 것 같다.

'끝없는 사람'이란 끝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나가는 그런 사람을 일컬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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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9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9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8-07-19 17:46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께서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말씀하신 이유로 저 역시 무인도에는 별로 가고 싶지 않네요. 차라리 시원한 동네 도서관에서 쉴 수 있다면, 더 행복하게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ㅋ

양철나무꾼 2018-07-19 17:57   좋아요 1 | URL
여름 휴가지로 고민 중이었는데, 동네 도서관 좋네요~^^

마당 평상에서 수박이랑 옥수수 먹으면서 보내는 꿈을 꿔봅니다~^^




hnine 2018-07-19 18:17   좋아요 1 | URL
웬지 문태준과 이영광 두분의 시에서 공통적으로 불교적인 색채가 느껴져요.
죽음은 모든 예술가의 벗어날 수 없는 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양철나무꾼 2018-07-19 18:25   좋아요 0 | URL
문태준이 이영광을 언급하는 이 페이퍼를 쓸때만 해도,
둘을 연관시켜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님의 이 댓글을 읽고보니...두 분이 그렇게도 연결이 되겠네요.

문태준 님이 응축시키고 생략하시는 방법이라면,
이영광 님은 뭐랄까, 풀어 자세히 설명하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요.

시인의 시를 읽고 알겠다, 공감하겠다 하면 안되는데,
이영광 님의 시들을 읽고는 공감 안 할 방법이 없달까요.

두분에게서 불교적인 색채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