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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 - 느긋하고 경쾌하게, 방구석 인문학 여행
박균호 지음 / 갈매나무 / 2020년 7월
평점 :
그동안 적조했다.
이곳에 비밀댓글로, 또는 DM으로 안부를 물어주신 분들이 계셨는데,
뭐라고 리플라이를 할 수 없었던 것은,
책을 안 읽어서가 아니라,
기록할만한 또는 읽힐만한 글들이 나오지 않아서였다.
머릿속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생각이 글로 정형화되지 않아서였다.
글쓰는 법을 까먹었다고 해야 할까.
며칠전에 이 책이 새로 나왔음을 알게 됐고,
읽으면서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리뷰를 쓸 순 없더라도,
몇 자 끄적거리고 싶어졌다.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읽기'라는 책도 좋았는데,
이 책 역시 완전 좋다.
그동안의 책들과는 다르게 유머 코드를 장착한다는 점에선 좀 아쉬웠지만,
인문학의 문턱을 낮추고 호기심과 재미를 갖게 됐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솔직히 나는 인문학 서적이나 고전으로 분류되는 것들을 숙제하듯 읽기는 하는데,
어떤 뜻으로 쓰였는지 간파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감상이 필요한 책이라면 이렇게 저렇게 감상을 얘기하면 될텐데,
인문학 책이나 고전들은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매핑 도스토옙스키'를 얘기하는 이 부분이 흥미로웠다.
도스토옙스키는 무엇보다 팔리는 소설을 써야 한다고 믿었고 그 지론을 잘 실천했으며 실제로 잘 팔렸다.(147쪽)
내가 이곳에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와 겹쳐지는 부분이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내가 이곳에 올리는 글은 읽지 않고,
다만 안부를 확인하고 안녕을 점치는 용도로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알라디너들은 글을 읽을 준비는 되어있는 사람들일텐데,
그런 사람들조차 읽지 않는 글이라면,
내 글은 재미가 없거나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암튼,
이 책은 그렇게 어렵게 인문학 책이나 고전을 읽지 않아도,
쉽고 재밌게 인문학적인 접근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의 주특기인 삶과 버무려낸 유머가 좀 아쉬운 감이 있었고,
책을 어떤 관점에서 읽고 어떻게 사고를 펼쳐나갔는지를 엿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소기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었다.
또 한가지 덤이라면, 인문학 책 여러권을 읽지도 않고 읽은 척 거들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