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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 털보 과학관장이 들려주는 세상물정의 과학 ㅣ 저도 어렵습니다만 1
이정모 지음 / 바틀비 / 2018년 1월
평점 :
정말 글 재밌게 잘쓴다.
이 책이 잡문으로 분류되는 거 같은데,
이런 종류의 잡문집이라면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
보통 잡문집이라고 하면 개인의 느낌이나 감정선을 따라가기 마련인데,
이 책은 거기다가 과학과 논리를 장착했다.
그러니 글이 힘이 세진다.
어디에서 읽은 구절인지 모르겠는데,
이 책 어디에선가 읽은 구절일수도 있는데,
시는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삶에 대한 사랑을 받아내는 그릇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이런 구절이었다.
과학도 마찬가지 아닐까.
과학이 자체만으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삶에 적용시킬 수 있고,
삶 속에서 화학변화를 일으킬때, 그 의미를 갖는다.
이분의 책도 그러한 것 같다.
책이란게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듯,
이 책도 과학 뿐만이 아니라,
정치, 소설 음악 등 우리들의 삶 전반에 거쳐서 중의적으로 아우른다.
그러면서 털보관장님은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라는 책 제목을 달고 이 책을 시작하고 있다.
이 책의 이런 제목이 가장 쉽게 이해되었던 부분은 이 부분이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 그리고 세차운동과 우주의 좌표가 빠진 별자리 이야기는 그냥 신화다. 신화만 이야기하면서 과학으로 아이들을 이끌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일화만 얘기하고서 부력을 설명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과학의 대중화란 어렵다는 이유로 본질적인 빼고 주변 일화를 설명하는 게 아니다. 본질에 접근하는 수준에서 문화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과학의 대중화다.
별자리는 과학이 아니다. 그래서 천문학과에서는 별자리를 가르치지 않는다. 하지만 별자리는 어린이를 과학으로 인도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별자리 교육이 느닷없느냐 의미가 있느냐는 얼마나 과학적인 내용을 담느냐에 달려 있다. 그저 쉽고 재밌게 설명한다고 해서 과학 대중화 운동은 아닌 것이다.(240쪽)
이 책이 멋진건 이런 구절때문이다.
재미있을뿐 더러, 과학 외적의 것들과 연결하여 힘이 세진다.
특히 옥타비아 바틀러를 얘기하면서 타임슬립을 얘기하다가 백남기 농민을 얘기하는 부분에선,
글이 점점 단단해져서 백남기 농민을 지지하는 무기가 되는 것을 발견하였다.
백남기 농민은 내가 다섯 살이던 1968년에 대학에 입학했다. 박정희 독재에 맞서 유신 철폐 시위를 주도하다가 무기정학 처분을 받고 수도원에서 수사 생활을 했다. 내가 고등학교2학년이던 1980년에 대학에 복학해 총학생회 부회장을 맡았지만 전두환 휘하의 계엄군에 체포되어 고문을 당했다. 그리고 내가 쉰세 살이던 2015년 11월 4일 민중총궐기 도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317일간의 의식불명 상태를 겪은 후 2016년 9월 25일 오후 소천하였다.(159쪽)
그렇다고 글이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똑 떨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격돌을 애기하면서,
인간의 품위를 잃지 않았던 이세돌에게 위안을 받은 것이다. 이세돌의 품성에서 우리 인류는 인공지능에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본 것이다.(47쪽)
라고 하고 있다.
이렇게 인간적인 감성을 폭폭 뿜어낼 때도 있다.
암튼 이런 책이 좋다.
지식을 축적할 수 있을 뿐더러 생각할 거리도 제공한다.
재미있는 건 덤이다.
내가 그동안 읽던 이런 종류의 책들 중에서 단연코 으뜸이다.
이건 책이랑 관련없는 얘긴데,
좋아하는 알라딘 이웃, 의 글이 뜸하길래 안부인사차 몇 자 끄적이다가
죠지의 보트에 미쳐있다고 했더니,
아, 글쎄~--;
죠지의 boat를 모르는지,
죠지의 ‘보트‘는 뭡니까ㅎㅎ
각자 바쁘게 재밌게 살고 있네요ㅎ
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죠지의 boat를 모르다니,
모를 수 있는건데,
그동안 모든 공감의 추억들은 까먹은 듯이,
호자 서럽고도 아쉽다.
계절을 좀 거스르는 감이 없지는 않지만 참 좋은 곡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