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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탐정 ㅣ 버티고 시리즈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윤철희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좀 늦게 들였다.
그동안 장르소설을 좀 멀리 했었는지,
소리 소문 없이 지나칠 뻔 하였다.
그래도 로버트 크레이스라고 하면, 마이클 코넬리와 더불어 웃질에 놓는 작가인데 말이다.
전에 어느 책에선가,
아마 둘 중 한명의 역자 후기에서였던것 같다.
둘이 한 동네에 사는 친구라는 걸 어디선가 주워들은 적이 있다.
그때 로버트 크레이스의 '라스트 디텍티브'에 해리 보슈가 카메오로 잠깐 등장한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지만,
그땐 책으로 만나지 못했던 터라 그냥 그렇게 넘어갔었다.
'라스트 디텍디브'라 하면 '마지막 탐정'을 일컬을텐데,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었는데, 우리의 해리보슈가 안 나오는거라, 슬프다~--;
솔직히 로버트 크레이스는 책의 내용이나 줄거리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그의 따뜻함을 좋아한다.
마이클 코넬리와 마찬가지로,
둘 다 외롭고 쓸쓸함을 마구 발산하는 캐릭터인데,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외롭고 쓸쓸함이 자기 자신을 잡아먹고 잠식당하도록 놔둔 채 안으로 파고드는 사람들이라면,
로버트 크레이스의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긍정적인 힘으로 전환시켜 자체치유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엘비스 콜의 단짝, 조 파이크의 꿀 케미도 한몫한다.
절망의 밑바닥에서조차 희망과 긍정을 얘기하는데,
그게 다소 대책없고 엉뚱하지만,
(내가 보기엔 불안불안 한데,)
퍼뜨리는 해피바이러스는 강력하고 힘이 세다.
이첵에 등장하는 경우에도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보슈라면,
겉으로 드러내 얘기하는 것조차 부질없다며,그냥 침묵하고 말았을텐데,
엘비스 콜은 차근차근 상대방을 이해시킨다.
"나는 비밀로 감춰뒀던 게 아냐. 어떤 일들은 보이지 않는 뒤쪽에 넣어둔 채로 잊어버리는 게 나아. 그게 다였어. 사람들은 과거를 뒤에 넣어두고 살아가. 그게 내가 하려고 애썼던 일이야. 전쟁 때 일만 랬던 것도 아냐."(172쪽)
이런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영상을 보면 사람들한테 기내의 기압이 떨어질 경우, 아이들에게 산소 마스크를 씌우기 전에 자신부터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말하잖아요. 처음에 그걸 봤을 때 나는 생각했어요.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나한테 자식이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애한테 먼저 마스크를 씌울 거야. 그게 당연한 일 아니겠어?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식을 구하고 싶어 하잖아.' 그런데 그 문제를 생각하면 할수록, 그 얘기가 사리에 맞았어요. 우리는 우리 자신부터 먼저 구해야 해요. 우리가 사아 있지 않으면 우리 자식을 도와줄 수 없다는 건 지당한 얘기니까요. 그게 바로 당신이에요, 콜. 벤을 돕고 싶으면 당신부터 마스크를 써야 해요. 집에 가요. 뭔가 튀어나오면 내가 전화할게요."(245쪽)
이 책을 읽으면서 엘비스콜이 전우의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는 장면에서 나는 넘쳐나는 눈물을 주체 못하고 꺼이꺼이 울었다.
이런 나를 두고 누군가는 어이없어 하겠지만,
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무한 위로가 되는 경험을 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기실 이 책은 언젠가 읽었던 프레더릭 포사이스나 빈스 플린과 비슷한 설정이 등장한다.
폭력에 대한 자세한 서술도 나로서는 반가울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로버트 크레이스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쾌하게 잘 읽었다.
카타르시스는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