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악보 - 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1
최정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먼저 읽은 '상상목공소'와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상상목공소에서 이미지를 언어로 표현해 내는데서 오는 한계점에서 '목공'이 시작되었다면,
이 책에선 사유를 언어로 표현해 내는데서 오는 한계점에서 '악보'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복합적인 이미지를 하나의 '목공'으로 탄생시켰다면, 악보는 '중의성'을 담은 하나의 텍스트이다.

상상목공소의 날개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처음과 끝을 알 수 없이 연결된 공간을 넘나드는 꿀벌이나, 
날씨에 따라 높낮이를 자유자재로 건사하며 나는 한마리 제비를 보는 느낌이었다면,
이 책에서의 날개는,
몇번 크르렁 대고는 탈탈거리다가 풀섶에 머리를 처박고 곤두박질치는 무선조종 글라이더의 프로펠러가 연상됐다고 해야할까. 

상상목공소의 그것은 낮게 날때 지형이나 입지를 자세히 관찰하며 즐길 수 있는 팁을 제공한다면,
이 책의 낮은 비행은 풀을 꺾고 땅을 파헤치는 것이 불안하다.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고치고 재정비해야할 여지가 있다.(이건 어디까지나 악보가 담고 있는 중의성을 내 맘대로 해석한 결과물이다.)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투덜이 스머프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똑똑하지만 잘난 척하는 '똘똘이 스머프'라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투덜이 스머프에 가깝다.
투덜이 스머프로 말할 것 같으면 '난 OO가 싫어'를 입에 달고 다니는 캐릭터이다.
세상일 모든 것에 불만이 있는 듯, 생각하는 것도 싫고, 일하는 것도 싫으며, 치장하는 것도 싫고, 요리하는 것도 싫으며, 즐거운 것도 싫다고, 다 모든 것이 다 싫다고 하는 불평분자, 비관주의자처럼 보이지만...
그 투덜거림의 근원을 살펴보면 모든 일에 두루두루 관심을 갖고 정성을 쏟는다.
(그가 아기 스머프에게 쏟는 정성을 보면 본심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관심을 갖는데서 변화를 모색할 수 있고 발전도 가능한 것이니까 말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는 서곡에서, 나는 이 책이 소수의 단수들을 위한 책이 되는 것에 만족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렇게 되기를 극적으로 의도하고 적극적으로 조장한다고 얘기한 뒤 바로 몇 줄 아래에서 나는 나의 이 책이 하나의 전염병이 되기를, 역병처럼 창궐하기를 소망한다 얘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난 번역에 관심이 많아, 이분이 논란의 중심에 섰던 그 사건(?)이 자세히 알고싶어 이책을 구입하였고, 이 부분을 읽고 말 생각이었다.
읽다보니 어려워 책장을 후두둑 넘긴 부분도 있지만 나와 관심사가 겹쳐 재밌게 읽은 부분도 있다. 

랑시에르의 번역과 관련하여서는 '번역이란 무엇인가, 혹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의 일부분만을 옮겨 보면 이렇다. 

'그 번역의 전반적인 느낌이랄까, 서론의 한 문장 한 문장을 차례로 검토해 보면서 받은 개인적인 인상은, 역자가 단어들의 일차적이고 표면적인 의미에만 얽매여서 그로 인해 기계적인 번역에 빠지게 된 경우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화가 난다기보다는 오히려 무엇보다 슬프고 쓸쓸하고 착잡한 마음을 지울 수 없는 비교 독해의 과정이었다고 할까. 번역본을 포함하여 하나의 책이 독자에게 '진정으로' 다가갈 수 있으려면, 저자/역자와 독자가 모두 함께 그 책에 '진심'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것은 책이라는 존재에 대해 나만이 품고 있는 지극히 '도착적'이고 '이상적'인 몽상일 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좋아했을, 그리고 현재도 여전히 좋아하고 있을, 존 레논의 노래<Imagine>가사의 한 구절처럼 "나만 그런 것은 아니리라 But I'm not the only one".(368쪽)


이쯤되면 그의 투덜거림이 어지간한 애정 이상임을 알 수 있다.

언젠가 읽었던 이세욱님의 '로아나'가 떠오른다. 
이세욱님은 '로아나' 하날 번역하길, 이탈리아어판 불어판 미국판 번역을 일일이 비교하셨다. 

4악장 문학적 분류법을 위한 야구 이야기도 재미있었는데...
이 글은 15년 전 품었던 서적 분류법에 대한 투덜거림으로 시작한다. 
현재 서른 네 살이니까 15년 전이면 열 아홉살인데, 그때 이미 서적 분류법에 의문을 품고 투덜거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자신의 이 책이 '음악'코너에 분류되어 있지 않을까 우려를 표한다. 

그는 문학적 분류법에 머물지 않고, 우리 문학의 위치를 재정비하고 문학의 나아갈 바를 조망하고 싶어한다.

그런 그이니 어쩜 세계문학 전집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세계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 게다가 현재성까지 아우르고 싶어한다.
내가 그의 시선이 따뜻하다고 여긴 이유는 다음 구절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세계문학은 없다' 따위의 부정적이고 확정적인 언사를 내뱉으며 어설픈 포스트모던의 몸짓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문학은 존재하며, 그러나 동시에 지금 존재하는 방식이 아닌 어떤 다른 형태로 존재하기를 요청받고 있다. 문제는 그 '세계'가 어떤 세계이며 또한 그 '문힉'이 어떤 문학이냐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계적'이고도 '문학적'인 요청으로부터 한 순간이라도 자유로울 수 있을까? '세계문학'이 우리에게 불편하게 묻고 있는 물음은 바로 이것이다.(161쪽)

5악장 테제들의 역사를 위한 현악사중주는 어떻게 보면 한없이 난해해 질 수도 있는데,
음악의 예술적 통일성과 통일적 일관성, 수행적 행위를 적절히 연결시키는 것도 경이로웠지만,
마르크스에서 맑스로 옮아가는 과정, 거기서 근로자와 노동자의 명명법으로, 김영하가 언급한 문학이 될 수 있는것과 없는 것으로 옮아가는 과정도 재미있다.
거기서 또 표리로, 인간의 내면으로, 모더니즘 소설의 주제가 되고 있는 인간 내면으로 넘나드는 걸 보는 것도 재미있다. 

여기서 또한번 번역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둔중하지만 무게감 있게 와닿는다.

...번역이란 단순히 일대일 대응의 옮기기가 아닌 것, 번역이란 오히려 무엇을 잃거나 덧붙인 상태에서의 어떤 변환 내지 전화轉化를 의미하는 것이다. 번역은 기본적으로 어떤 상실이거나 덧칠이다. 번역에 있어서는 언어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대일 대응이란 것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가감 없는 번역이란 없고 곡해 없는 해석이란 무의미하기까지 한 것...(179쪽)

요번엔 피식민지인, 식민지 종주국, 민족주의라는 용어가 나오고 식민지적 언어의 특수성이랑 말이 나오는데, 그 자체로 근대적 번역이 처한 일종의 '보편성'이기도 하지 않은가.라고 얘기한다. 나도 고민하던 문제여서 슬프지만 공감할 수 있었다. 

마르크스의 사진이 인쇄된 티셔츠를 보고 '메치니코프'라고 했다는 일화, 거기서 확대해석한 '생명연장의꿈'등은 질펀한 웃음 속에서 느껴지는 씁쓸함이었다. 

깔깔거리고 웃고 있을때, 조르조 아감벤의 '장치란  무엇인가'가 슬그머니 등장한다.
적재적소에 변주들이 등장하는데, 그게 이 책의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요소였지만...워밍업 하다가 싸늘해지는 요소이기도 했다. 

가장 재미있어서 여러번 되풀이해 읽은 장은 '불가능한 대화를 위한 자동번역기'였다.
여기서 또 '오역'에 관한 얘기가 등장한다.
지하철 걸인들이 사용하는 배경음악에서 절실한 문제는 '정서의 환기'가 아니라 '시선의 구걸'이라고 한다.
우리의 제사를 예로들며, 공자의 유물론을 언급한다. 죽어서 없지만, 있는 것처럼 살기.
철수와 영희의 '선생님, 안녕하셔요?'
등을 오역의 예로 들지만, 그러나 이 오역이 반드시 오역일 수만은 없다고 얘기한다. 

오랫만에 난해한 책을 만났다.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테지만, 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또는 '아는 만큼 보인다'등을 이용해 적절히 자위한다.
다 읽어내고, 다 완벽하게 해석하고, 다 완벽하게 이해하겠다는 욕심을 버리면...생각만큼 어려운 책은 아니었다.
나름 재미있었다.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그러니까 감정이입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노래 한곡을 예로 들면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다른 느낌의 곡이 탄생할 수 있듯이,
그가 만들어낸 악보를 이렇게 저렇게 읽고, 거기에 내 감정을 적절히 섞어 해석하고, 어떤 노래로 불러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곡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보자 일때는 어렵지만, 악보를 읽는 데 탄력이 붙으면서 변주가 가능해지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묵혔다가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 겠다. 그때는 작가의 투덜거림이 세레나데처럼 들려질지 또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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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7 0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18 1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18 2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1-04-17 10:08   좋아요 0 | URL
난해한 철학책들에 대해 항상 고민을 합니다. 과연 무엇을 위해 난 읽어야 하는가하고 말이죠 ^^. 저자가 난해다고하니 도전의식이 생겨서 읽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있구요. 이런 성향은 국가의 교육으로 인해 정답만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생긴 병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사실 제 멋대로 세상도 철학도 해석하고 사는 타입이라서요.ㅋㅋ

군대시절 일어를 번역해 보겠다고 원어 일본 소설을 하나 사서 2년 동안 군 생활 동안 쉼 없이 번역을 했는데 13페이지를 하니 전역하더라구요. -.- 번역이 쉬운 일이 아니구나라는 것은 그 경험을 통해 아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저 역시 양철댁님처럼 철학책은 내가 해석할 수 있는 것에 관심을 두고 읽어요. 그게 더 도움이 되더라구요. 저자와의 지적 결투는 저는 절대 사절입니다. 푸훗.

리뷰 중에서 제가 제일 집중이 된 것은 34살이라는 양철댁님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전 32살이니 누나세요..ㅋㅋ 하지만 생긴 걸로는 제가 더 나이 먹어 보일 듯.

양철나무꾼 2011-04-18 23:4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뭐 드시고 싶으셔요?
현재 서른네 살인 건 저자인걸요.
전 70 개띠랍니다. 이렇게 나이 공개하게 만드시네여~^^

절 영거하게 생각하셨다는게 나이 값 못하는 거랑 동의어일지 모르지만, 암튼 지금 이 순간 만은 덕분에 유쾌합니다.

서른두 살이라~
참 좋을 때네요.
예수가 거사를 마시고 생을 달리하였을때가 서른넷이었는데,,,아직 2년이나 남았네요~^^

루쉰P 2011-04-19 16:08   좋아요 0 | URL
아 완전 죄송^^;; 역시나 철학책에는 제가 잼병이라서 완전 실수했네요. 읽다가 그만 실수로 양철댁님의 나이라고 확신하고 우리 누님하고 동갑이네라고 하며 반가운 마음에 댓글을...T.T

제가 80년 잔나비 띠거든요.여자분께 나이를 말하게 하는 결정적 실수를 하다니 완전 죄송합니다. ^^;;;
저랑 별반 나이차도 별로 안 나시는데요. ^^ 젊음이란 것이 나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빤한 생각을 전 거부합니다. 전 젊음이란 삶에 대한 열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암튼 덕분에 유쾌하시다니 뭔가 잘한 행동이라 스스로 여기고 있어요. ㅋㅋㅋ

전 32살도 뭔가 많이 지나버린 나이라고 생각하는데 좋을 때라고 하시니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드네요. 푸훗.

양철나무꾼 2011-04-20 00:48   좋아요 0 | URL
ㅎ,ㅎ,ㅎ...개의치않습니다.
한순간 유쾌했으니 그걸로 충분합니다~^^

hnine 2011-04-17 10:23   좋아요 0 | URL
아, 제목부터 너무 어려워요.
(그나저나 한때 제 별명이 리뷰 제목에 등장해서 깜짝! ㅋㅋ)

양철나무꾼 2011-04-18 23:42   좋아요 0 | URL
생각만큼 그렇게 어려운 책은 아니더군요.

저, 스머페티도 알아요.
랄랄라 랄랄라
싱 어 해피 송...노래도 기억하구요~^^

반딧불이 2011-04-17 11:37   좋아요 0 | URL
어제 책을 받아놓고 있는데 어떤 내용인지 미리 보기를 마련해 주셨어요. 주로 번역위주로 보신듯한데 번역에 관한 내용만은 아니겠지요?

양철나무꾼 2011-04-18 23:43   좋아요 0 | URL
당근이죠~
한권의 잡학사전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비로그인 2011-04-17 18:06   좋아요 0 | URL
마침 오늘 제 옆에.. 읽고 투덜이스머프스러운 느낌인지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ㅎ

양철나무꾼 2011-04-18 23:46   좋아요 0 | URL
어떤가요?
혹 투덜거림이 세레나데로 들리진 않던가요?
그렇담, 적어도 책이랑 사랑에 빠지신건데~
바람의 결을 얘기할 수 있는 님이시라면, 파파스머프를 얘기하실지도 모르겠다는~^^

비로그인 2011-04-17 19:23   좋아요 0 | URL
어려운 책이라고 들었는데 능수능란하게 요리를 하시는군요. 재미있게 봤습니다. 과감히 한번 도전해보게 될 때 이 페이퍼를 다시 읽어야겠네요^^

양철나무꾼 2011-04-18 23:47   좋아요 0 | URL
능수능란은 아닌 것 같고요~
제맘대로 였으니, 퓨전요리쯤으로 할까요?^^

마녀고양이 2011-04-17 21:14   좋아요 0 | URL
ㅠㅠ, 어려웠어요... ^^
즐거운 한주되세요. 내일은 비 온다니, 우산 챙기구염.

양철나무꾼 2011-04-18 23:50   좋아요 0 | URL
님도 읽으셨어요?
그렇담 님 특유의 번호 붙여 요점 정리가 보고도 싶은데 말이죠.

혼자 술을 마시는데, 비처럼 좋은 핑계는 없는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 2011-04-18 23:57   좋아요 0 | URL
아니아니, 리뷰가 어려웠다구. 헤헤.

양철나무꾼 2011-04-19 00:04   좋아요 0 | URL
엄머머, 반가워라~
아니, 이시간에 어인 일?^^

잘잘라 2011-04-18 01:09   좋아요 0 | URL
제목두 난해,
표지두 난해,
리뷰에서두 쫌 그런 낌새가.. 헤헷^ ^;;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을,,

양철나무꾼 2011-04-18 23:52   좋아요 0 | URL
제목두 난해한데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들고,
표지도 난해한데 맘에 들어요~헤헷^^;;

더 어려운 책들도 두루 섭렵하시는 님이 엄살은요~^^

차좋아 2011-04-18 02:13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리뷰를 보면 책 하나를 읽은 기분이 들어요. 포만감이랄까^^ 저자가 이 리뷰를 꼭 봤으면 좋겠어요^^

양철나무꾼 2011-04-18 23:54   좋아요 0 | URL
설마 리뷰를 뜯어 드시는건 아닐테고...쫌 길었나요?^^
제 맘이 지금 좀 가난해서 말이지요, 글 하나로 님에게 포만감을 드렸다니 다행이다 싶습니다~

쉽싸리 2011-04-18 10:18   좋아요 0 | URL
서문을 읽고(서문만 읽는데 무쟈게 오래 걸리데요. 전체 500 페이지가 넘던데, 유난히 글씨가 자잘한 느낌입니다.)1악장을 삼분지 이 쯤 읽었어요.
서문은 참 재미있더라구요. 저자의 문체가 참 독특해요. 어줍잖게 얘기하면 박상륭 선생의 문체같아요.(전 이분의 <칠조어론>을 결국 못 읽고 있어요. 안읽은게 아니라. <죽음의 한 연구>는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어요. <사유의 악보는>칠조어론과 죽음의~의 중간쯤 이랄까요? 뭐 그런 느낌이.)

우중충한 월요일 시작입니다. 이곳 대전은 금방 비라도 뿌릴것 같네요.

양철나무꾼 2011-04-18 23:57   좋아요 0 | URL
아직 1악장도 다 안 읽으셨는데 박상륭의 문체를 언급하시다니 어줍잖은 게 아니신걸요.
8악장엔가? 박상륭이 아주 자세히 파헤쳐지지요.
저도 칠조어론은 감히 범접 못하고 있다는...
박상륭을 얘기하시다니 쫌 반가운걸요~^^

감은빛 2011-04-18 12:56   좋아요 0 | URL
정말 어려운 책인가봐요.
양철님께서 어렵다하시니 말예요.
말씀하신 번역에 대한 부분은 저도 공감이 갑니다.

아침부터 날씨가 사람 기분을 확 떨어뜨리네요.

양철나무꾼 2011-04-18 23:59   좋아요 0 | URL
어렵다기 보다는 난해하다고 해야할까요.
이리저리 펼쳐져 있어서 그러모으느라고 힘들었어요~ㅠ.ㅠ

날씨가 술 푸게 해요~

2011-04-18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19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1-04-18 19:00   좋아요 0 | URL
뭐...번역이나 이런건 잘은 모르겠고... 난 투덜이 스머프를 스머프 중 가장 사랑합니다..ㅎㅎ 나랑 닮았거덩요..^^

양철나무꾼 2011-04-19 00:03   좋아요 0 | URL
와~머큐리 님이당~!!!
(제가 버선발로 마중 나온 거 아실려나~^^)
저도 투덜이 스머프를 가장 사랑합니다, 저랑도 닮았거든요~^^

첫눈 2011-04-20 13:15   좋아요 0 | URL
굉장히 난해한 책이라 저는 접근도 못했던 책이었습니다.
정말 대단하세요~^^
오우~~
저는..이렇게 어려운 책은 ...지인들의 서평으로 충분히 만족해요 ^^
잘 읽었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1-04-21 01:23   좋아요 0 | URL
더 난해한 책들도 두루 섭렵하시는 걸 보면...지나친 겸손이시다 싶지만,
암튼, 세상은 넓고 책들은 무궁무진하죠.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지만,
읽고 싶은 책만 읽고 살기에도 짧은 인생이죠~^^

람혼 2011-04-26 12:42   좋아요 0 | URL
꼼꼼하고 섬세한, 결을 따라 읽는 서평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자로서는 이만한 호사가 없을 듯합니다. 너무 흥미롭게 잘 읽었답니다.
난해함에 대한 인상에서 머무는 독자 분들도 많은데,
양철댁님의 세심한 서평이 제게 정말 큰 힘을 줍니다.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 투덜이 스머프, 람혼 올림.

양철나무꾼 2011-04-28 11:39   좋아요 0 | URL
좋은 책, 오히려 제가 감사드리는 걸요~^^
 
상상목공소 - 상상력과 창의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김진송 지음 / 톨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너무 똑똑한 책.
뭐라고 다른 수식어를 붙여줘야 할지 모르겠다. 

김진송님을 표현하라면, '게으름뱅이를 위한 테레비 시청용 두개골 받침대' 하나면 되지 않을까?

책 겉표지와 띠지에 수많은 말들이 나오는데, 그 말들을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
그 말들이 틀린 말이어서가 아니라,
어떤 사람은 코끼리의 몸통을, 또 어떤 사람은 코끼리의 다리를, 또 어떤 사람은 코끼리의 꼬리를 가지고 달리 표현하듯...
커다란 코끼리의 일부분만을 표현하는 말이어서 추상성이 구체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긴 돌도 있고, 저렇게 생긴 돌도 있다지만...
그걸 그냥 나열하였을때는, 다시말해 장황하게 늘어놓았을때 우리는 그걸 자갈밭이라고 부른다.
돌이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우리는 그걸 꽃밭이나 보석밭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런 나무 저런 나무가 있어도 밑둥이나 가지가 댕강 잘리워진 나무일때 우리는 그걸 폐목이나 장작이라고 부른다.
폐목이나 장작이 누군가의 상상력에 의해 하나의 작품으로 태어나는 걸 보는 일은 기쁘고 설레인다. 

이 책을 만나기 전 상상력이라고 하면 이른바 '환타지', 생각이 이리저리 널을 뛰는 걸 생각했었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많이 하여, 머리를 옵션으로 들고 다닌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지만...쓸모있거나 건설적인 생각이었던 적은 없다.
그냥 많은 이런 저런 생각들이 다듬이지 못했을때는 잡념에 불과하다.

이 책은 상상력을 어떻게 단계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상상력을 단계적으로 발전시키는 궁긍적인 목적은 소통이라는 것을 조곤조곤 예를 든다.

물질의 화학적인, 또는 물리적인 변화처럼...
상상력이라는 것이 어떻게 상호 유기적으로 발전하는지를 보여준다.
백조가 유유히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몸통을 최대한 넓혀 부력을 이용하는것도 중요하겠지만
보이지 않는 물밑에서 필사의 발길질을 해야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은 흡사 톱니바퀴가 맞물려야 돌아가는 이치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의 작품을 보면 그런 톱니바퀴의 이치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런데 이런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이치가...변화이기도 하지만,추운 겨울을 견디어 내면 봄이오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 위해선 꽃이 져야하는...순리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벌레구멍(worm hole)이 사과의 반대편으로 가기 위한 최단거리인지는 모르지만,
그 최단거리를 위해서 벌레는 사과를 조금씩 갉아 구멍을 파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상상과 현실은 구분되어 있거나 단절된, 서로 다른 공간이 아니라 뒤섞여 있는 동일한 공간이다.(124쪽)

를 이해하는데, 사차원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 듯도 하다. 

그는 불안을 상상력의 원동력으로 보았던 것 같은데, 그걸 '벌레'라고도 칭한다.

개미들의 전쟁을 살펴보고 실감나게 기록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 흑산도의 물고기를 기록한 정약전, 앤토니오 수전 바이어트의 '천사와 벌레' 등을 언급하며...할일이 없는 사람들에게만 자연을 성찰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특유의 반어법을 구사한다.
종국에는 카프카의 변신도 등장한다.
 
사실, 이 책에는 글을 쓰고 목물을 만드는 그의 이중적인 특성 상 이미지와 텍스트 등 어려운 용어를 규정하고 들어간다.
'상상력은 창조성이다'라는 얘기를 하기 위하여 '인식된 모든 것은 상투적이다.'라는 대조를 이용한다. 

하지만, 그가 진짜 얘기하려는 것을 나는 이 책의 끝부분에 가서야 짐작할 수 있었는데,

   
  목리란 나무의 품성이다. 나무는 단단하고 무른 정도, 거칠고 부드러운 정도, 결의 방향과 치밀함의 정도 등에 따라 쓰임이 다르다. 나무의 목리를 파악하고 나면 비로소 구조와 형태가 결정된다. 물질의 기능 형태 색채 구조 등등은 심미적 기능에 우선한다. 작가의 기분 태도 감정 정서 등등은 창작활동에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지만 목수에게 그런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개인적 성향이나 취향이 그렇다는 말이 아니다. 심미적인 요소조차 목수에게는 기능과 구조의 문제로 귀결된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바우하우스의 이념도 따지고 보면 목수가 추구하는 생각과 다를 바가 없다. 기능에 충실한 기하하적 구조는 인위적인 미학을 중시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오직 기능에 충실한 자연이 자연스럽듯이 기능에 충실한 물건은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미학을 가져다 준다.(248쪽)   
   
   
 

목수일을 준비하는 젊은 친구가 찾아온 적이 있다. 그는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 착실하게 여러 목공학교를 돌며 목공수업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해 나의 조언을 구하려 했다.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한 가지였다."그냥 하세요." 더 이상 그에게 필요한 것은 없었다. 도대체 나무를 깎는 데 무슨 절차가 필요한가? 나무를 구하고 연장을 사서 적당한 장소를 찾아 깎기 시작하면 될 것 아닌가? 오히려 너무 많이 배워 알고 있는 것이 그에게 방해가 되는 듯 싶었다. 그는 어떤 나무를 어디서 어떻게 구입하고 무엇을 어떻게 만들지를 결정하고 여기에 맞는 가장 적절한 연장을 어디서 어떻게 구입하여...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자기에게 부족한 내용을 늘어놓았다. 그가 말한 내용은 부족하거나 필요한 내용이 아니다. 그는 처음 일을 시작할 대 끌 한 자루와 망치와 톱 그리고 대패 하나만 있으면 충분할 것이라는 조언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목수일이 그렇듯이 일일이 누구에게 배우는 것보다 혼자서 그냥 하는 게 백번 더 나은 일이 세상엔 많다. 나무가 쪼개지거나 구멍을 잘못 뚫으면 나무를 하나 버리고 다시 작업해야겠지만, 그로써 얻어지는 목리와 방법에 대한 지식은 갑자기 엄청나게 증폭한다.(279쪽) 

 
   

인간에게는 본능과 경험과 지식이 분리되어 나타나는 법이 없다. 

참 좋은 책이지만,
자아를 통해 타자를 인식한다는 말을,
인간만이 소통할 수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 너무 많이 에둘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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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싸리 2011-04-14 11:44   좋아요 0 | URL
그냥 하는게 참, 어려운 부분이 있는것 같아요.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도, 막상 본격 시작 할려면 사람에 따라 또 다른거 같아요.
준비를 철저히 해서 덤비는 사람, 일단 저질러 보고 덤비는 사람, 그 중간인 사람, 다양한 거 같아요.
저 젊은 목수는 준비도 철저히 했고, 어찌보면 진작에 시작한 셈인데, 어떤 결정적인 또 다른 계기 같은게 필요해서 조언을 구하는것 같은데, 그냥 하라고 했으니 조금 맥이 빠졌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저 얘기 들어주고, 공감해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양철나무꾼 2011-04-17 01:52   좋아요 0 | URL
책엔 작가의 본심이 등장해 조금 맥이 빠지는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냥 하라'는 부분을 제 마음대로 해석하면 간 본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저 얘기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하는 것은...
그냥 보편적인 관계에서 얼마든지 가능한거잖아요~^^

하늘바람 2011-04-14 11:46   좋아요 0 | URL
목공소에 가서 이것저것 만들어 보고 프단 생각 많이 했었어요
상상 목공소
나무는 사람마음을 참 편하게 해주는 것같습니다.

양철나무꾼 2011-04-17 01:54   좋아요 0 | URL
님이라면 능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님의 서재 놀러가서 보면, 님의 솜씨도 장난이 아니던걸요~^^
나무는 꽃처럼 수선내지는 않지만 사람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1-04-14 13:39   좋아요 0 | URL
목리, 라는 말 참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예전엔 목공 관련 책을 읽고 나서 저도 종종 썼던 단어인데... 양철댁님의 글에서도 목리 같은 게 느껴지는군요^^

양철나무꾼 2011-04-17 02:02   좋아요 0 | URL
목리라는 말 참 좋아요.
제 글에서 목리 같은 게 느껴질 까닭은 없겠지만, 닮고는 싶어요~^^

마녀고양이 2011-04-14 20:47   좋아요 0 | URL
코알라가 토론 시간에 할 말을 적느라 끙끙 거리는데,
할 말이 없다는거예요. 그런데 그 반대로 주장을 펴면 할 말이 많다는거야.
그래서 주장을 바꿔라 그랬지, 그게 바로 네가 하고픈 말이니까 라고.

상상력이란게, 내가 생각한거랑 다르네요. 이쯤되면, 교육이랑 사회랑 회사가 생각나는걸?
그런거 있잖아... 창의력 수학, 창의력 과학, 회사에서 창의적인 사람이 되자 머 이런거.
이 책, 그런 느낌 맞아요?

양철나무꾼 2011-04-17 02:04   좋아요 0 | URL
코알라는 그림으로 상상하고 소통하고 하는 것 같던데...
마고님은 좋겠어요, 코알라가 펼쳐내는 상상의 날개를 맘껏 같이 하실 수 있잖아요~^^

차좋아 2011-04-15 09:15   좋아요 0 | URL
욕심이 날 때가 가끔 있어요. 더 키가 컸었으면 하고, 돈이 더 있었으면 하고 진정으로 소망하지도 않는 것을 바라며 상상를 하곤 해요. 제 상상은 그래요. 상상이라기 보다는 욕심이겠죠...

발전 시킬 수 있는 그런 상상를 많이 해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1-04-17 02:09   좋아요 0 | URL
전 키는 더 안 컸으면 좋겠어요, 지금 딱 남편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거든요.
키가 크면 남편을 바꿔야 하잖아요~^^

전 책을 빨리 읽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어요.
책을 스르륵 넘기기만 하면 다 읽고 내용 파악하고 느끼고 감동 받고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브레인스토밍이란 것, 꽤 흥미롭더라구요~

소나무집 2011-04-15 10:56   좋아요 0 | URL
그냥 하세요.
요게 가장 좋은 방법일 때도 많은 거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1-04-17 02:10   좋아요 0 | URL
그냥 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을 때도 있잖아요~^^

세실 2011-04-17 16:27   좋아요 0 | URL
"목리란 나무의 품성이다." 잠시 무언가 생각하게 해줍니다. 따뜻함이 느껴져요.
나무의 형태이다라고 했음 참 멋 없었겠죠. ㅎ

양철나무꾼 2011-04-18 23:31   좋아요 0 | URL
김진송님 자체가 나무를 닮은 사람이더라구요~
참 이상하죠, 싱그러운 것이 따뜻함이랑 동의어가 될 수 있다니요~
님은 나무를 키우느라 바쁘신걸까요, 아님 소를 키우느라,ㅋ~.
잘 지내시죠?^^
 
흐르는 강물처럼 - 우리 곁을 떠난 강,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송기역 지음, 이상엽 사진 / 레디앙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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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최성각의 '추천의 글'을 인용하며 시작할 생각은 없었다.
왜냐하면 최성각은 내게 감성을 건드리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인식되어 있었고, 이 책 '흐르는 강물처럼'은 '4대강 르포타주'라는 부제가 붙었을만큼 사실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꾸었는데, 사실이야말로 사람의 가장 원초적인 감성을 건드리는 코드이고, 감성이 자극을 받았다는 얘기는 다른말로 바꾸면 사실이라는 얘기이다.
사실은 아프지만 힘이 세다.

...시인은 강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을 만났고, 그 사람들의 볼을 타고 흐른 눈물을 보았다. 그리고 그 눈물방울을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강믈'로 여기며 동변상련했다.(5쪽)

눈물방울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강물이라는 표현, 오래 두고 잊지 못할 것 같다.
최성각은 언어의 마술사답게,

'...파괴는 가치 없는 짓이며 그 과정이나 결과가 매우 흉악하지만, 파괴를 담은 기록은 이 책처럼 그것이 제대로 담긴 기록이었을 때 너무나 슬프고 아름답다는 것은 예상치 못한 아이러니이고, 서글픈 소득이 아닐 수 없다.(7쪽)'

는 문장으로 내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그동안 '4대강'이라고 얘기할 때 (우리나라의 지리를 속속들이 모르는 나는) 4대강이라서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우리나라의 많은 강 중에 그래도 큰 4개의 강만 개발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내가 큰 착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는 걸 깨달았는데...
각 장의 시작마다 실린 지도를 모아놓고 보면 우리나라 전체인데,
책에 실리지 않은 마을과 사람들, 그들의 눈물이 만들어낸 작은 강까지 합하면...
전국 방방곡곡 파헤쳐지지 않은곳, 피눈물 흘리지 않는 곳이 없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넘어져 무릎이라도 깨지면 그 상처에 염증반응이 생기고 딱지가 앉기까지, 우리의 몸은 싸우느라 몸살을 앓는다.
4대강 공사를 상처라고 치면 우리의 산하 전체가 파헤쳐져 있다는 건데,
최소한의 적응 기간을 갖도록 순차적으로도 아닌, 전국 방방곡곡이 한꺼번에 파헤쳐져 있다는 건데,
우리의 산하 전체가 앓고 있을 몸살을 생각하면 내 몸이 같이 욱신거린다.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가 덮쳐버린 건 일본 땅의 한 부분인데, 우리나라의 파헤쳐진 곳이 전국방방곡곡인 것을 보면...
참담함의 정도로 보면 우리가 나을 것도 없지 싶다.  

저녁에 산책을 나갔다보니, 밤하늘에 조각달이 떴었는데...그들이 보낸 이포 바벨탑엔 보름달이 떴었나 보다.

"여강 이포에 달이 떴습니다. 당신과 내가 있는 곳은 다르지만 우린 함께 달을 봅니다.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 주저앉지 않고 깨어나 흐른다면, 우리의 강은 영원히 흐를 것입니다."(100쪽)


그들이 바벨탑에서 41일동안 읽었다는 책을 만나게 되는 것도 흥미로웠다.
법정 스님의 법문집 <일기일회>,신정섭의 한강 답사기 <한강을 가다>,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도종환 시집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등 대략 10권 정도 된단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큰 수확이라면 지율스님을 좀 자세히 만나게 된 것인데,
지율스님이 왜 상주에 자리 잡게 되었는지 부터 시작해, 4대강 사업을 얘기하다보면 만나게 되는 어려운 용어들이 쉽게 설명되어 이해가 쉬웠다.


낙동강변을 걷는 지율 스님의 발. 스님은 모래사장을 걸을 때 늘 맨발이다. 마치 그 땅의 맨살을 느끼려는 듯 스스로도 맨발을 한다. 스님을 따르는 자들도 역시 맨발을 할 수밖에 없다.



"지금 걷고 있는 이곳은 강바닥을 지하 4미터를 파요. 물 높이는 평균 6미터 이상이 될 거예요. 물고기들은 그렇게 깊은 데 살 수 있는 애들이 많지 않아요. 우리 삶을 생각해보면 알 거예요. 우리가 갑자기 지하 6미터에 가서 사는 거하고 똑같은 거죠. 맑은 공기와 익숙했던 지상을 버리고 갑자기 6미터 지하에서만 사는 겁니다."(117쪽)

 

내가 숙연해지고 결의를 북돋우었던 대목도 있다. 

"앞서서 했던 사람들은 끝까지 해줘야 해요. 환경문제는 10년 이상 모니터링하고, 실질적으로 자료가 나오지 않으면 선례가 안 생기잖아요. 새만금 하다 끝나면 뭐하고, 또 뭐하고, 이렇게 해선 안 됩니다. 우리가 제기한 문제들이 결론이 어떻게 나오는가에 대해 조사하고 책임을 져야 해요."(132쪽)

 

책은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중에서 이런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

이해는 못했지만, 사랑했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그러나 난 아직도 그들과 교감하고 있다. 어슴푸레한 계곡에 홀로 있을 때면 모든 존재가 내 영혼과 기억, 그리고 빅블랙풋강의 소리, 낚싯대를 던지는 네 박자 리듬, 고기가 물리길 바라는 희망과 함께 모두 하나의 존재로 어렴풋해지는 것 같다. 그러다가 결국 하나로 녹아든다. 그리고 강이 그것을 통해 흐른다.(238쪽)

나와 나의 아이는... 강을 잃게 되면 무엇을 통해서 그들과 교감을 하게 될까?
강은 아는지 모르는지 무던히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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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1-04-10 10:44   좋아요 0 | URL
긴 강물의 흐름으로 보면, 이 미친 짓을 하는 인간들도 하나의 작은 생채기에 불과한 걸요. 뭐.
눈물이 가장 작은 강의 하나라는 말이 가슴을 치고 가네요.

양철나무꾼 2011-04-12 00:37   좋아요 0 | URL
강만 보지 말고, 강이 바다가 되는 것도, 그 바다가 비를 만드는 것도, 비가 다시 내를 만들고, 내가 강을 만드는 순환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죠.

순환이 순리가 되기도 하지만, 악습이 되기도 하는 걸 눈앞에 두고 보면서 말이지요~ㅠ.ㅠ

잘잘라 2011-04-10 13:33   좋아요 0 | URL
이렇게 책으로, 역사로 모조리 기록되는데, 두렵지 않은걸까요?
허긴 모든걸 뒤덮어버리는 거짓책, 거짓역사를 만드시느라 바빠서
진실을 두려워할 시간이 없겠지요. ㅠㅠ

양철나무꾼 2011-04-12 00:41   좋아요 0 | URL
강이 자정작용을 하듯, 역사도 강처럼 자정작용을 하지 않을까요?
끝까지 하야 한다는 지율스님의 말씀을 되새길 밖에요~ㅠ.ㅠ

순오기 2011-04-11 11:13   좋아요 0 | URL
주말에 예당저수지를 보고 왔는데, 불부족 국가라서 앞으로 그보다 더 큰 저수지를 또 만들어야 한다는데...심란했어요. 4대강은 결국 전국을 모두 파헤치는 폭력이군요.ㅠ

양철나무꾼 2011-04-12 00:45   좋아요 0 | URL
우리도 물부족 국가 대열에 합류하는 건가요?
예전엔 3면이 바다여서 물은 부족하지 않은걸로 배웠었는데 말이죠.

하긴 에너지 절약, 자원 절약 캠페인 나오면...예전 같지 않게 국가 전략 홍보인줄 알고 귀를 막아버려요~
아름다운 경치를 더 이상 아름답게만 볼 수 없는 현실이 슬퍼요~ㅠ.ㅠ

순오기 2011-04-12 08:30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가 물부족 국가로 분류된 건 아주 오래전이어요.
내가 기억하기론 90년대부터~~~~ 점점 현실로 실감하고요.

양철나무꾼 2011-04-14 10:33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라디오 공익광고에서 들어본 것도 같은데...귀를 막고 살았나 봐요.
하긴 구제역 침출수도 그렇고, 일본 방사능 오염도 그렇고...천일염이 그렇게 인기라네요~

감은빛 2011-04-11 13:40   좋아요 0 | URL
벌써 읽으셨군요!
저도 곧 읽기 시작합니다.

요위에 메리포핀스님의 댓글이 무척 인상적이네요!

양철나무꾼 2011-04-12 00:47   좋아요 0 | URL
네, 읽었어요.
쉬이 읽혔지만 아프게도 읽혔어요~ㅠ.ㅠ

메리포핀스님이야 통통~하시잖아요~^^

차좋아 2011-04-12 09:27   좋아요 0 | URL
무력해요...... 저는 옳은 소리에도 이제 아무런 감흥이 없어졌어요. 어떤 흉한 뉴스가 들리든 그냥 마음 한 번 찌잉 하고는 곰방 잊어요. 어쩌겠어요. 알면 아프고 모르면 좀 나은걸요.

어제는 노노데모라는 재밌는(?) 카페를 구경했는데 어떤 안타까운 뉴스보다 마음이 아팠어요. 그러니가 거기는 나라를 좀 특별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인데 정말....... 네이버 카페인데 어쩌다 사람들이 그 지경이 됐는지 겁납니다.

양철나무꾼 2011-04-14 10:38   좋아요 0 | URL
저도 님이랑 크게 다르지 않죠.
알면 아프고 모르면 좀 나으니까요~ㅠ.ㅠ
하지만, 이런 분들이 계셔서 이렇게라도 한번씩 자극받게 돼요.

오늘 아침 어느 뉴스를 들으니 4대강 사업은 거의 파헤쳐져서 손 쓸 수 없는 상황인데,
이젠 지류 지천까지 정비한다고 난리도 아니라네요~ㅠ.ㅠ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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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얼마전 아들이 노래를 부르던 일렉기타를 사주었다. 
아들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로 헌사를 했다. 
이리저리 튕겨보더니, '아흑~소리가 완전 '죽음'인걸!'하며 흡족해 했다.
앰프랑 또 컴퓨터랑 연결해 륑가륑가하더니 컴퓨터를 망가뜨렸다.
이때 이 녀석은 세상 다 살았다는 표정으로 '죽을 거 같애.'라고 읊조리더라.
나는 사람이나 사랑 때문도 아니고 일렉기타랑 컴퓨터 때문에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이 녀석이 한심하였지만, 뭐~
이렇게 한마디하였다.
'엄마, 아빠가  니 생명의 은인이네. 낳으면서 한 번, 이렇게 죽을 것 같은 걸 살려놓은 거 한번~' 

돌이켜보니, 나도 '죽음'을 이렇게 저렇게 섞어서 '과장법'을 제법 만들어 썼다. 
세상은 과장이 안보태지고도 죽을똥 살똥의 연속인데, 나 때문에 아이는 삶과 죽음을 과장하여 목도하게 되는 건 아닐까?
이제 죽음이 들어간 단어의 선택에 신중해야 겠다.

세상에 죽어 마땅한 사람이 있을까?
종종 천인공노할 죄를 저지르는 자가 있기는 하지만,
죄를 미워하되 그 사람은 미워하지 말랬다고...세상에 죽어 마땅한 사람 따위는 없는 게 아닐까?

이 책의 원제는 'Schneewitten muss sterben'이다.
그대로 해석하자면, '백설공주는 죽어야 한다', '백설공주는 죽어 마땅하다' 정도가 되겠다. 

난 백설공주를 이런 저런 버젼으로 접했었기 때문인지, 백설공주가 죽어 마땅하다는 뉘앙스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아이들 동화에 나오는 눈처럼 흰 백설공주로 알고 있는상황에서, "백설공주, 걔 죽어 마땅해...싸고지야." 했다면 좀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암튼,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이런 저런 상황이 어우러져 다시 한번 우리말 제목을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 친구 둘을 살해하고 시체를 은닉한 자의 형량으로 10년이면 너무 짧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난 후인가, 그 즈음인가...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라는 책을 읽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전도유망한 청년의 10년이 너무 안타까웠다.
뭐, 처음에만 그랬다는 얘기이다.
이 청년은 술에 만취해 그날의 일을 기억 못하는데...
나였으면 그러면 다시 술은 보기도 싫을 것 같은데...그는 또 술을 마신다.
이것이 내 안타까움이 지속되지 못한 이유이고 그에게 감정 이입 할 수 없었던 이유이다.

물론  일단 눈앞에 뼈만 가져다주면 시간이고 뭐고 다 잊고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사람(14쪽)  일에 관한 열정이 내 맘에 들었지만 그는 어찌된 것인지 일 외의 부분에서는 완전 찌질이다.

냉철한 카리스마 수사반장 보덴슈타인도 내가 보기에는 아내가 바람 피우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예나 지금이나 자신만만하시군요. 여자가 예뻐지면 남자들은 꼭 자기 때문이라고 하더라!"(85쪽)의 당사자가 된다.

이 책의 주인공 '토비아스'로 말할 것 같으면...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못하는 것 하나 없는 게다가 얼굴까지 잘 생겼다.
그런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여자 친구 둘을 살해하고 시체를 은닉했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들어간다.
이 책은 10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그가 예전 마을로 돌아가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토비아스가 맘 아팠지만,
토비아스에게 그런 일이 없었다면 과연 전도유망한 청년이 되어있을까?...에 대한 나의 예상을 얘기하자면 'never'이다.
왜냐하면 열아홉살 때까지의 그가 전도유망했다고 표현되는건 그의 외적인 스펙이다.
내적으로 그가 얼마나 인간적인지, 성숙했는지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면...거의 속물수준이다. 

외모만을 보고 이 여자에서 저 여자로 갈아치는게 신발을 갈아신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었던건 차치해 두고라도...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없이 제멋대로였다.
술을 아무리 인사불성이 되도록 먹었다고 해도 사람을 죽이고도 모를 정도로 먹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범인으로 지목되었을때, 그의 결백을 증명해 줄 친구 한명 없다는 것도 그렇다.
좋다, 그렇게 그렇게 형기를 마치고 나왔으면...
술 때문에 자신이 악화일로를 걸었다면, 또다시 술을 마시고 인사불성이 되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하지 않았을까?  

피아는 그의 긴장된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눈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억눌려온 노여움이 작은 불꽃처럼 일렁였다. 그 불꽃은 바람만 제대로 만났다 하면 거대한 불길로 변할 수도 있는 위험한 것이었다. 토비아스 자토리우스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그 자체였다.(75쪽)

복수의 칼날을 갈든 도를 닦든 10년동안 감옥에 있은 사람의 그것이라고 할 수가 없다.

이 책은 그러니까...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았겠다.
하지만, 이게 서사를 만들어나가는 힘이지, 장르소설이 갖추어야 할 개연성은 아니다. 
얘기를 직조해 냈다는 느낌이 아니라, 이리저리 붓 가는 대로 쓰다가, 얘기가 안 풀린다 싶으면, 하나씩 인물을 만들어내서 억지로 꿰어맞추는 식이다. 

한마을 사람들이 범죄에만 얽히고 섥힌게 아니라 관계도 이렇게 저렇게 얽히고 섥힌게...꼭 통속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재밌지만 그뿐, 읽고나면 남는 여운 따위는 없다.

'스몰플레인스의 성녀'가 생각났는데...
스몰플레인스의 성녀에서는 그래도 한가족 사이의 비밀이어서 억지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지만,
한마을이 통째로 얽히고 섥힌 이런 사건이 10년동안이나 은폐되었다는 게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자폐아와 아스퍼거증후군의 증상이 섞여서 왔다갔다 한다. 
이런 의학적 지식에 대한 자료수집도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다니 아쉽다.

책날개를 보면,
냉철한 카리스마 수사반장 보덴슈타인과 남다른 직관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감성 형사 피아 콤비가 등장한다고 했는데... 
이 안내 문구는 바꿔야 할 것 같다.
보덴슈타인은 아내의 바람을 감지하고 뒤쫒아 다니다가 자신도 맞바람을 피우는 찌질남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남다른 직관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는 여형사 피아의 경우도 전남편의 도움을 받아 거쳐야 할 단계를 생략해서 사건을 좀 빨리 해결하는 것 뿐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유럽소설 특유의 허무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긴 수사반장 보덴슈타인은 다음편에서도 계속 등장해야 할테니까 그를 주인공으로 놔두어야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말이다. 
유럽 장르소설은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개척 분야니까 백번 양보를 한다고 해도 말이다.
이 책이 눈 깜짝 할 사이에 7쇄까지 찍어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광고, 영업, 기획력을 유심히 살펴보고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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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4-07 02:37   좋아요 0 | URL
궁금1) 사업하시게요? 아니면 책 내시게요?

궁금2) 스티븐 킹의 소설도 '장르소설'인가요? 장르소설이라는 말, 잘 모르겠어요. 장르라는 말에 '추리'라는 뜻이 들었나보죠?

양철나무꾼 2011-04-07 17:08   좋아요 0 | URL
답1) 둘 다 아니구요, 잘 살펴두면 나중에 유용할 듯 해서요~

답2) SF·무협·판타지·추리·호러·로맨스 등 예전에 대중소설이라고 불리우던 것을 통칭하는 말이죠.
제가 장르소설이라고 그냥 뭉뚱그리는 이유는 요즘은 예전같지 않고 경계를 넘나드는 장르가 많아서 추리나 호러 한가지 이름으로 명명하기가 애매한 건 같아서이기도 하구요.

최내현 님 같은 경우는 SF를 science fiction이 아닌, social fantasy로 명명하시기도 하구요~

감은빛 2011-04-07 02:41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의 마케팅전략이 궁금하던 참이었습니다.
살펴보시고나면 저에게도 가르침을 주세요! ^^

양철나무꾼 2011-04-07 17:10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의하면 마케팅 스케일이 틀리더구만요.
자잘한 거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말이죠.
본받을만 해요~^^

루쉰P 2011-04-07 09:53   좋아요 0 | URL
유럽의 장르 소설에서는 그리 읽히지 않은 책들이 많다는 것은 제 개인적인 주관이에요. 뭐랄까? 스릴러 분야에서는 유럽 책 쪽에 저를 확 끌어당기는게 없거든요. 양철댁님이 지적해 주셨듯이 뭔가 기계 장치의 신처럼 이야기가 막힐 때 쯤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들은 독서를 집중하는데 참 번잡스럽게 만드는 것 같아요. 7쇄까지 찍다니 아예 처음부터 7쇄로 나온 것은 아닌지 하는 추론을 해봐요. ^^ '유럽 특유의 허무한 결말'이라는 문장이 제가 생각하고 있는 유럽 스릴러 문학에 대한 감상과 일치하는 것 같아요. 암튼 좋은 책 찾기는 아파트 경비를 보며 칭찬 받는 것과 거의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ㅋㅋㅋ

양철나무꾼 2011-04-07 17:21   좋아요 0 | URL
그러면서도 또 광고에 혹해서 말이지요~
그러니까 이 책의 영업, 광고, 기획, 편집력...다 배우고 싶다니까요~^^


마노아 2011-04-07 12:37   좋아요 0 | URL
리뷰도 무척 많이 올라오고 제목도 시선을 끌고 표지도 매력적이었는데 정작 내용이 매력적이지를 않군요.^^
벌써 7쇄라니, 놀라운 마케팅이에요.

양철나무꾼 2011-04-07 17:24   좋아요 0 | URL
그런데 내용이 꼭 매력적이지 않은 것도 아니예요~^^
단지 제 기준에 좋지 않은 것일 뿐이지~

암튼 7쇄 미스터리를 풀고 싶어요.
제가 1쇄와 7쇄는 가지고 있거든요.
혹, 다른 인쇄본을 가지고 계신 분?^^

양철나무꾼 2011-04-09 01:39   좋아요 0 | URL
다시 확인하니 제 것 두권 다 7쇄네요~^^

책가방 2011-04-07 15:30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인물관계도를 그려야 했다죠...ㅋ
등장인물도 많고 관계도 복잡하고 이름마저 어려워서요..^^
(토지)는 등장인물도 많고 관계도 복잡하지만 이름은 쉽잖아요..ㅋ
제가 소설은 많이 읽는 편이 아니라서 그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1-04-07 17:26   좋아요 0 | URL
저도 인물관계도 당근 그렸죠.
고3 독서실에 숨어서 무협지 읽을 때부터 터득한 버릇이라서 말이죠.
그래서 책 처음에 등장인물 관계도 나와 있으면 시원섭섭해요~^^

차좋아 2011-04-07 18:16   좋아요 0 | URL
여기저기 눈에 걸리는 책이었는데 양철댁님이 읽으셨군요.ㅎ 사실 별로 궁금도 안했는데 이렇게 양철댁님 후기를 보니 또 관심이 갑니다. '적극적 기회가 온다면 읽어야지. ㅎㅎㅎ'

양철나무꾼 2011-04-09 01:40   좋아요 0 | URL
적극적 기회를 만들어 드릴까요?
주소 알려주심 한권 분양해 드릴게요~^^

첫눈 2011-04-07 22:50   좋아요 0 | URL
이책 역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고 하더라구요.
전 재밌게 봣는데, 나와는 또다른 리뷰를 보면 저도 다시한번 되새겨보기도 해요 ^^
저와는 다른시각의 리뷰 너무 잘 봤습니다 ^^
리뷰가 너무 멋져서...전 좀 부끄럽네용 하하하 ^^;;

양철나무꾼 2011-04-09 01:42   좋아요 0 | URL
첫눈 님의 리뷰도 읽어봤어요.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재미는 있었어요.
근데 아줌 심리 발동, 아내의 바람에 맞바람 피우는 남자...멋지지 않더라구요~ㅠ.ㅠ

이박사 2011-04-09 05:43   좋아요 0 | URL
ㅎㅎ 약철댁 님 취향에 안 맞으셨군요. 전 이 책 출판사가 기대하지 않은 로또라고 생각했는데... 원래 장르 출판사도 아니고, '키켄'이라는 책도 거의 망했을테고... 아마도 제목과 표지로 일반 독자들한테 꽤 팔리고, 장르 팬들한테도 평이 좋으면서 그제서야 홍보도 하고 했을거라 생각해요. 그렇게 탄력이 붙으면서 자연스럽게 눈덩이가 커진 듯.

전 '백설공주'의 이야기가 꽤 오밀조밀하게 잘 짜여져 있고, 꽤 유명하다고 알려진 작품들이 놓쳤던 기본기 같은 것들이 참 보기 좋다고 느꼈어요. ('살인의 숲'에서 타나 프렌치가 해 줬으면 하고 바랬던 것들... 조금 깔끔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전 치정에 얽힌 이야기에 점수를 잘주지 않는 편인데, '백설공주'는 꽤 지저분하게 얽혀 있는 이야기가 깔끔하게 긴장감 있게 진행되었던 게 맘에 들었네요.

양철나무꾼 2011-04-09 08:35   좋아요 0 | URL
와~
님의 분석 너무 멋져요~
암튼 배울 점이 많은 책인 것만은 확실해요.

그렇다면 전 백설공주의 다른버젼을 알고 있어서...너무 당연지사라고 생각하고 봤었나 보죠?^^

이박사 2011-04-24 02:0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양철댁님. 제가 결혼생활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기에 ... 특히나 스릴러 장르 쪽을 보면 보통의 부부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기 쉽죠 ㅎㅎ

이전에 언급했던 '악마의 놀이' 같은 경우는 또 다른 스타일의 가족 이야기가 살짝 연관되어있기도 한데... 위의 기타 에피소드를 읽고 보니 그 책을 읽은 양철댁님의 의견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물론 조금 잔인한 편에 속하는 스릴러라 그런 걸 싫어하신다면 망설여지지만요.

양철나무꾼 2011-04-24 02:10   좋아요 0 | URL
악마의 놀이, 님께 땡스투 하고 구입해 뒀어요~^^
지금 비트 더 리퍼 읽고 있고, 넬슨 드밀이랑 마이클 코넬리가 대기 중이긴 하지만요.
언젠가 읽고 님을 위하여 짧게라도 코멘트를 남겨보기로 하죠.
잘 지내시죠?^^

다락방 2011-04-18 09:06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저 이 리뷰 읽었을 때부터 제가 가진 책이 몇쇄인지 알려드려야지 생각하고 자꾸 잊었다가 오늘 드디어 확인했어요. 제 책도 7쇄네요.

양철나무꾼 2011-04-20 00:35   좋아요 0 | URL
앗!
죄송해요, 댓글을 이제 봐서 덧글이 늦었네요.
엊그제 11쇄까지 봤어요.
아니 11쇄를 봤어요.
그러니까 제가 눈으로 확인한건 7쇄, 11쇄 이렇게 두 종류네요.
하긴 쇄에 이렇게 연연해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죠.
요즘은 루틴으로 만 부 이렇게 찍어내는 세상은 아니라네요~^^
 
킹스 스피치 - The King's Speech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보고 싶은데 못보고 찜해 놓은 영화가 여러 편이었는데, 그 중 이 영화를 택한 건 영화 OST때문이었다.
오랫만에 베토벤을 들을 욕심에 영화를 보기 전부터 설레였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난 '버, 버, 버, 버디' 조지 6세가 아니라, 그의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에게 감정이입을 해버렸고...
급기야 New Trolls의 'adagio'를 그의 배경음악으로 깔아주고 싶은 마음에 시달렸다.    

이 노래를 떠올린 건 to die, to sleep may be to dream이라는 구절 때문이었는데,
영화에서는  to be or not to be...라고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가 연극 오디션에서 읊어댄다.  

만약 내가 언어치료사라면 하고 봤을때...라이오넬 로그의 치료법은 아주 훌륭하지만,
그리고 훌륭한 결과를 끌어냈지만,
사실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는 무면허에, 무학위에, 호주 이민자 출신의 하층민이다. 
처음부터 버디와 마음이 잘 맞은 것도 아니다.
버디는 말을 더듬게 된 원인은 숨기고, 말을 더듬는 현상만을 고치고 싶어한다.
반면 로그는 원인을 알려고 버디의 과거, 마음 속 트라우마를 끄집어 내려한다.
상대가 마음 속에 감추고 있는 것을 끄집어 내기 위해서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필수이다.
로그는 치료를 받는 사람이 왕이든 왕비이든 동등한 입장에서 바라보자고 한다.
로그는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법을 적용한다.
그 적절한 치료법이란 무한 격려로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과 프랜드쉽이다.

사실 어떤 질환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진단명이나 치료법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얘기하지 못해 생긴 속병을 예로 들자면,
'대나무 숲에 가서 소리쳐라'는 대증처방이 아니라,
대나무 숲을 물색해주고, 그냥 소리치는 게 아니라 목이 쉬도록 소리쳐야 뭉친 응어리를 다 쏟아낼 수 있다는 경험처방처럼 말이다. 

이렇게 볼때,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를 만든건 아내와 아들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얘기에 지루해하는 아들들과 끝까지 경청하는 아내가 혼재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버디의 아내도 그렇고, 이래서 내조란 것이 필요하구나, 가화만사성, 수신제가치국평천하 구나 싶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버, 버, 버, 버디를 연기한 콜린 퍼스에 관해서이다.
그의 연기는 아주 훌륭했지만(급한 성격과 그에 따른 분노의 표현, 말을 더듬는 사람의 답답함을 표현해 내는 것까지),
그 같은 체형을 가진 사람은 말을 더듬을 수 없다.
말을 더듬는 사람의 체형은 급한 성격을 대변하듯 더 날렵해야 하고,
그의 걸음걸이도 날라야 하는데 풋 플레이트까지 지키는 것이 너무 안정적이다.
아니나 다들까...남겨져 있는 실제 조지 6세의 사진을 보니, 내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한가지 버디의 아내 경우, 국민을 대면하는 검소한 캐릭터로 알려졌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었는지...모피와 털코트로 휘어감은 사진이 여기저기서 포착되어 아쉬웠다. 

마지막 연설을 앞두고 '세이 투미 프렌드'라고 다독이는 로그가 매력만발이었다면,
버디는 '왕은 국민을 선동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발상 하나만 멋졌다. 

그리고 영화는 동화처럼 아름다운 결말을 맺는다.
Lionel and Bertie remained friends for the rest of their lives. 


   화엄사 편지  

                 - 박세현 - 

내친 김에 구례 화엄사까지 내려왔습니다
섬진강을 좇아오면서 내내 물살을 적시던
어린 겨울빛에 마음 뺏겼습니다
지리산 지락에서 일박하던 날
머리맡에서 글썽대던 저녁별들의
수화를 보았습니다
조금 건방지게 말하고 싶더군요
어떤 언어도 인생을 대신하지 않겠지요
인생이 언어를 대신하지 않듯이요
저녁예불 끝난 화엄사 입구에서
마른 잎 하나 주워 들었습니다
내일은 더 밑으로 내려가 보렵니다
나보다 먼저 내려가 겨울빛 안고
기다리고 있을 길들을 생각하며
오늘은 화엄사에서 저물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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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3-26 12:32   좋아요 0 | URL

poptrash 2011-03-26 12:45   좋아요 0 | URL
대책 없이 착하기만 한 영화였지만 그래서 좋았어요. 콜린 퍼스도 너무 귀엽고! >_<

양철나무꾼 2011-03-26 13:54   좋아요 0 | URL
ㅎ,ㅎ...이 영화에서 '이즘'을 빼고나면, 대책없이 착하기만 한 영화가 남지요~^^

전 영국식 영어의 맛을 느껴보고 싶어서...또 한번 볼 의향 있습니다~!!!

쟈니 2011-03-26 16:12   좋아요 0 | URL
닉을 바꾸셨군요.
저는 회사에 출근해서 오랫만에 알라딘을 찾았습니다.
킹스 스피치. 여기 저기서 많이 들리는 영화네요. 콜린 퍼스를 좋아하는데 꼭 봐야겠군요.
대책없이 착한 영화... 때론, 대책없이 착한 무언가가 필요해요. ^^
봄날 햇살이 따뜻하네요~~

양철나무꾼 2011-03-28 01:37   좋아요 0 | URL
정말 대책없이 착한 영화였어요.
콜린퍼스를 좋아하신다면 '꼭' 보셔요~^^
오늘 날씨도 참 착했어요~^^
잘 지내시죠?

세실 2011-03-26 18:21   좋아요 0 | URL
호호호 리뷰에 양철댁의 직업 정신이 나왔네요.
맞아요. 성격 급한 사람들이 말을 더듬더라구요. 몸이 먼저 나가고 살찔 틈이 없겠죠.
이 영화 보고싶은데 음...시간이 나질 않아요.

양철나무꾼 2011-03-28 01:39   좋아요 0 | URL
한없이 바쁜 우리 세실님,
제가 서유요원전 읽기 시작했거든요.
머리카락 뽑아서 여러명 만드는 방법 나오면 잘 메모해 놨다가 알려드릴게요~^^

프레이야 2011-03-26 20:28   좋아요 0 | URL
저도 로그에 감정이입되었고 그가 더 마음에 들어왔어요.
그의 아내도 참 사랑스러운 여인이더군요.
착한 영화인 거 같아요. 그게 상을 탈 수 있게 했겠지만 약간은 티가 되기도 하구요.

양철나무꾼 2011-03-28 01:41   좋아요 1 | URL
앗, 님도요?^^
저 착하고 넉넉한 웃음 또 보고싶어요~

감은빛 2011-03-27 03:36   좋아요 1 | URL
아주 오랫만에 '아다지오'를 듣네요!
영화평도, 뉴트롤스 음악도 다 멋져요!
저 체격은 말을 더듬지 못하는 군요.
어릴 때 친구중에 말을 더듬는 녀석이 있었는데,
그 놈도 비쩍 마른 녀석이었던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제프리 러시를 위한 영화였다는 사실을 보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영국식 영어의 독특한 맛도 공감!

양철나무꾼 2011-03-28 01:50   좋아요 1 | URL
이 아다지오, 곡의 빠르기는 아다지오 아니죠?^^
때로는 아다지오의 템포로 사는 거 필요할 것 같아요~

영국식 영어와 짙은 안개, 버디가 제대로 어울렸죠?


hnine 2011-03-27 23:51   좋아요 1 | URL
지금 막 이 영화를 보고 왔어요.
영화 자체가 '영국'이더군요 ^^
어떻게 영화 소재로 할 생각을 했을까,
상 받는 영화들을 보면 일단 소재가 특이한 것 같아요.
영화 보고 와서 바로 다른 분의 리뷰를 읽으니 머리에 쏙쏙 들어오네요.

양철나무꾼 2011-03-28 01:53   좋아요 1 | URL
영화 속 짙은 안개를 보면서 답답하기도 답답했지만, 전 영국에서는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날씨만으로도 감정의 수위조절에 실패하면 제대로 우울해질 수 있겠더라구요~ㅠ.ㅠ

그쵸, 기발한 발상의 소박하고 착한 영화였어요.
콜린퍼스도 상 받을만 했구요~^^

꿈꾸는섬 2011-03-28 11:24   좋아요 1 | URL
착한 영화...보고 싶은데...요샌 병원 다니느라 시간이 부족해요.ㅜㅜ

양철나무꾼 2011-03-29 13:26   좋아요 1 | URL
나중에 현준이, 현수 데리고 비디오로 보셔도 좋을거예요.
현수는 이해하려면 좀더 나중이어야 할려나?^^

병원 꾸준히 다니셔서 확실히 치료하세요.
근데 손가락이었나요?
움직이지 않는게 최고인데...님도 한깔끔 하시잖아요~ㅠ.ㅠ

꿈꾸는섬 2011-03-29 22:49   좋아요 1 | URL
앗, 저 전혀 안 깔끔해요. 그저 어지르기 대장들이랑 사느라 그렇죠.ㅎㅎ
손가락 쓰지 말라는데 하루하루 어떻게 살 수가 없잖아요.ㅜㅜ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아직도 좀 아파요. 곧 나아지겠죠.ㅎㅎ

양철나무꾼 2011-03-31 23:36   좋아요 1 | URL
전 요리는 그래도 나은데, 치우는 건 영~자신 없어요.
암튼 덜 깔끔하고, 덜 바지런 하셔야 빨리 나을 수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