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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럼 아일랜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5-1 존 코리 시리즈 1
넬슨 드밀 지음, 서계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역자가 '서계인'이란 걸 발견하지 못했다면,이 책은 읽지 못하고 그냥 지나갈 했다.
처음 접하는 작가인데다가,표지에 '의학 미스터리,경찰 수사물,해양모험담 등...' 하나로 접목될 수 없지 싶은 문구들이 나열되어 있어 심한 과장 아닌가 싶었고,
거기다가 책 초반부에 나오는 '존 코리'로 말할 것 같으면,
'나 마초다,어쩔래?꼬우면 배째!'
하는 식의 다소 대책없는 캐릭터인데,
남자들은 어떨지 몰라도 여자들은 선뜻 감정이입하기 힘든 주인공이다.

하지만,초반부의 '배째!'를 참고 견디면,
이 모두가 절묘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주억이게 되는데,
이 책에선 이걸 '정교한 스릴러'라고 표현하고 있다.

책 표지의 작가소개를 들춰보니 이사람 <멘사>회원이다.
SF 소설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 등이 이에 속한단다.

IQ높은 천재라는 게,머리가 좋다는 건지 기억력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책 전반에 걸쳐 사소한 부분까지 일관성이 있고 개연성이 있다.
인물의 캐릭터를 전형적인 틀에 맞게 빚어내는 품 또한 일품이다.
(돈 관련 부분 일치되지 않는 곳이 있긴 하지만,이건 번역과정에서 ','를 잘못 읽어서 비롯된 것 같다.
맞춤법이나 어법이 틀린 곳도 몇군데 있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우리의 '존 코리'형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마초 되시겠다.
이 '플럼 아일랜드'가 <'존 코리'시리즈>의 처음 시작이라서 '존 코리'의 캐릭터를 설명하느라고 다소 자세하고 느끼(?)하게 시작하는 것 같다.

똑똑한 '넬슨 드밀'옹께선,
주인공을 그렇게 멋지구리하게 만들어야 남자들이 감정이입 할 수 인물이 되겠는 건 알았지만,
여자들로부터 반감을 사리라는 생각은 못했나 보다.
로맨스 구도가 나와줘야 재미가 더해지는데,
그렇다고 청춘 남녀의 구도로 끌어가기에는 다소 평면적일 것 같고,
그래서 택하게 된 게 중년의 이혼남이 아니었을까 싶다.
형사라는 직업이 결혼생활을 유지하기에 적합하지 않아서 이혼을 하게 된다는 건 좀 오버스럽고,
그래야만 자유 연애를 지향할 수 있고 그래야 얘기를 재밌게 이끌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하긴,내가 그동안 읽은 책들을 아무리 되짚어 봐도 '돈나 레온'의 '귀도 브루네티'정도인 것 같지만....)

암튼,여자고 남자고 유머러스한 사람이 인기짱이라는 시대상을 반영하듯,우리의 존코리 형님도 유머러스하다.
어찌보면 다소 썰렁한 유머를 날려주시는 데,그 노력이 가상해 안습이라고 해야할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게,'모든 여자는 내편,나의 매력에 푹 빠질거야.'하는 자뻑족이지만,
남자를 향하여는 경쟁의식으로는 부족해 알 수 없는 적개심을 드러내니까 말이다.

초반의 느물거리는 존코리를 친근한 우리의 존코리형님으로 만든건,역자의 번역솜씨 덕인 것 같다.
블랙 유머라고 불리우는 다소 썰렁한 유머,단어를 사용하여 만들어 내는 유머 같은 건...
우리의 정서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을텐데 겉도는 느낌이 전혀 없다. 

존코리 형님에게 처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었던 건 '48쪽'의,
인생에는 많은 옵션이 있게 마련인데,그중 절대로 선택하지 말아야 할 것이 '음성경고'옵션이다.
...
"키가 점화장치에 꽂혀 있습니다.사이드 브레이크가 걸려 있지 않습니다."

라는 대목에서였다.
음성 경고의 목소리가 '내 전처의 목소리와 꼭 닮았다'는 문장에서,
어느 나라고 남자고 여자고 잔소리는 좋아하지 않는구나 싶어 키득거렸었고,
그러니 처음에 '마초'여서 별로였던코리 형님이 인간적으로 보이고 좋아지기 시작했다.

코리 형님은 좀 독특하다.
여러가지 발상의 전환을 하고 블랙유머를 구사하고 하는 건 그렇다고 쳐도,
형사라면 꼼꼼하고 과학수사를 지향할텐데,
용의자의 집주소 같은 건 한번 듣고 머리로 외워버리고,
중요한 서류를 꼼꼼히 검토해 봤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그냥 먼하늘 바라보고 풀밭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머리 속을 정리하고 마음을 추스를 수 있다.

'그것은 마치 눈구멍에 고정되지 못한 듯이 사방팔방으로 움직이는 검은 구슬 같은 두 눈이다.'(307쪽)

"그리고 작고 둥근 눈이 반짝반짝 빛나더군요."
"교활해 보이는 눈이기도 하죠."(351쪽)


"그래요,좀 천박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흥미로운 사람이나 아름다운 사람들도 때로 얼마나 천박해질 수 있는지 아신다면 놀랄 겁니다."(325쪽)
같은 평가법은 동양의 관상 체계에서만 통용되는 건 줄 알았는데,
존 코리 형님도 이 방법을 적용해서 분석해 내는게 다소 놀랍고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하지만,'넬슨 드밀'과 '존코리'형님에게 이렇게 호의적으로 바뀐 내가 백번 양보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겉표지의'의학 미스터리'라는 문구와 관련해서이다.

'맞습니다.합법적인 생물학 연구가 잠재적인 생화학 무기 연구로 바뀔 수도 있는 어떤 질병들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65쪽)

'세균은 세균이다.세균이 소와 돼지와 인간을 구분할 리가 없다.방어를 위한 연구와 공격을 위한 연구를 구분할 리 없다.예방백신과 세균폭탄을 구분할 리 없다.자신이 좋은 세균인지 나쁜 세균인지조차 알 리 없다.'(66쪽)

'생물학 연구'라는 단어가 등장하니까 '의학미스터리'라고 한것이라면,
생화학 무기 연구'라는 단어가 등장하니 '전쟁 미스터리'라고 해야겠다.
의학보다는 전쟁이 더 호기심을 자극하고 눈길을 끄는 '단어'일테니까 말이다.

단순 마초인 줄만 알았던 '존 코리'형님도 알고보면 나약하고 섬세한 사람이다.
'외풍 심한 카다란 집에서 2,3주간 지내며 내가 알코올 중독자가 될지 운둔자가 될지 시험해볼 만도 하다.'(77쪽)
같은 표현도 그랬지만,
'사실,맥스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밀실공포증이 아니다.나를 포함해 용기있는 행동파 사내들 대부분이 그렇듯 맥스는 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종류의 위험이 싫은 것이다.'(204쪽)

'지금 우리는 정신적으로든,육체적으로든,박사가 말한 것처럼 '면역실험'을 당하고 있는 듯했다.머리가 멍해지고 몸이 무거워졌다.하지만 더 나쁜 것은,기분이 침울해지는 것이다.만약 내게 영혼이라는 것이 있다면 거기도 아플것이다.'(218쪽)

219쪽에서 존코리 형님이 갑작스러운 공황상태를 겪게 되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평상시의 그라면, 
'사실,편집증도 오랫동안 거기에 사로잡혀 상식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일종의 재미이기도 하다.'(295쪽)
하고 의뭉스럽게 넘어갔을테니 말이다.
 
'우리는 깁스에게 시간을 내줘 고맙다고 말했고,그는 방문해줘서 고맙다고 했다.즉 우리는 서로 거짓말을 주고받은 것이다.'(174쪽)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는 안전해요.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이유는 아니죠."(299쪽) 
'사람이란 나이를 먹을수록 짊어져야 할 짐은 많아지고,그걸 들어올릴 힘은 떨어지는 법이다.'(448쪽.)
같은 멋진 말들도 남발한다.
 
암튼,677쪽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는 건 사실이지만,
'존코리'시리즈의 처음이라고 하여 여러가지 얘기들을 문어발처럼 벌여놨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제 막 친근감을 느끼기 시작한 '존코리'형님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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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09 20:02   좋아요 0 | URL
얼~~~잼있겠는데요.
나무꾼님 문체는 말이죠~~~~
절대 여성스럽지 않아요~~~~^^

양철나무꾼 2010-06-10 11:12   좋아요 0 | URL
네,재미로는 two thumb up할 수 있습니다.

문체도 여성스럽지 않지,
독서 취향도 편식이 심하지 않지,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 '자아 정체성'을 회복해 보려고 하는데...
이렇게 '정체'해 버리는 건 아닌지,에효~ㅠ.ㅠ

비로그인 2010-06-10 12:46   좋아요 0 | URL
이론이론~~~
나무꾼님 덕분에 조지아 오키프랑 페터 회의 책들을 걍 질렀다아입니까~~~
나 미쵸!
난독증 걸렸담서, 책 욕심은 병에도 안걸리나봐요~ㅠㅠ

양철나무꾼 2010-06-10 14:43   좋아요 0 | URL
조지아 오키프는 난독증에 관계없이 금방 읽으실 수 있을 것이고,
저는 요,페터회는 재밌다고 안 했습니다.
난해해서 재미는 보장 못한다는~끙(,.)

비로그인 2010-06-10 20:38   좋아요 0 | URL
으흑~~~페터회 책은 4권이나 샀구만~~~ㅠㅠ

양철나무꾼 2010-06-11 09:49   좋아요 0 | URL
책꽂이에 꽂아 놓는것만으로도 빛을 발하는 책들이 있죠~^^
'스밀라'를 먼저 읽으셔서 이 사람 문체에 길들여 놓으시면,
'콰이어트 걸'도 문제 없으실겁니다.

왜 이리 간사한 웃음이 배실배실 새어나오죠~ㅋㄷㅋㄷ.
 
울지말고 당당하게 - 하종강이 만난 여인들 우리 시대 우리 삶 1
하종강 지음, 장차현실 그림 / 이숲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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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때는 책이 아주 두꺼워 며칠을 싸들고 다녀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어떤 때는 책은 가볍고 쉬이 읽히지만 쉽게 넘어갈 수가 없어 며칠을 곰국을 우려내듯 내 안에 보금어 둘 때가 있다.

하종강의 이 책<울지 말고 당당하게>도 220쪽짜리의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간간히 그림도 들어가 있는 얇은 책이지만,내 안에 한참을 보금어 두고픈 책이다.

부제가 '하종강이 만난 여인들'이라고 되어 있는 것에서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듯이,그동안 다른 책들에 한번 나왔던 인물들 중 여인들만 가려냈다 할 수 있겠다.

그게 살짝 아쉽기는 했지만,책의 내용이나 그림들,책과 그림과의 조화 그 밖의 다른 모든 것들은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

책머리에,
'곧 5월.세월은 흘러도 다시 처음처럼 뜨거워질 사람들에게,그동안 만난 여인들에게,그리고 미처 말하지 못했던,훨씬 더 많은 한결같은 그대에게 이 책을 바친다.(11쪽)'
라는 헌사로 이 책을 시작하지만,
이 책을 읽는 것은 남녀노소 어느누구여도 좋다고 생각한다.

34쪽의,
' 할머니의 슬픔을 외면하고도 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이데올로기가 있다면,그것은 거짓이라고 생각했다.


51쪽 의,
"신청인이 지금 대답하시면서 자꾸 울먹이시는데,그렇게 울지 마세요.당당하게 맞서세요.만일 여기서 일이 잘못되더라도,물론 노동위원회에서 그런 결정을 할 리는 없겠지만,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용기를 내세요.나쁜 사람들과 당당하게 맞서 싸우세요."

이런 글귀는 나라도 그여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이기도 하지만,
그가,그 책 속의 여인들이 나에게 해주는 말을 듣는 수혜자이기도 한 셈이다.
다시말해,그런 위로와 격려 속에서 나 자신을 다잡고 부추길 수 있어서 이 책이 좋다. 




61쪽의,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이 어린이집 선생님 같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혼자 겪으면 너무 힘에 부치니까 서로 도우며 함께 하자고 모인 것,그것이 바로 교사노동조합이다.노동자들이 옳은 일을 서로 도우며 함께 하자고 모인 것,그것이 바로 노동조합이다.그래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를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노동자의 신성한 당결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결코 노동자에게만 유익한 집단이기주의적 조직이 아니다.노동조합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문제점을 고쳐 더 좋은 사회로 만들어 가는 올바른 수단을 제공한다.노동조합은 지금까지 200년이 넘는 역사에서 그 역할을 수행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다.


105쪽의,
똑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이 이렇게 다르다.누구의 관점이 옳을까?초등학교 도덕 교과서 수준의 잣대로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인데 왜 사람들은 애써 모른 체하는 것일까.

이 부분은 전교조를 해임하겠다고 들먹이는 그 분들 앞에 가져다 놓고 싶은 문장이다. 


75쪽의,
"지금 노조활동에 전혀 지장이 없어요.식당에 사무실을 차리니까 조합원들 만나기도 더 쉽더라구요.그리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남자들만 더 나쁜 사람이 도ㅒ가는 거 있죠?딜레마에 빠진 건 우리가 아니라 남자들이예요.우리는 여기서 더 빼앗길 것도 없거든요.남자들은 이제 우리를 죽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어요.식당에서 한 10년쯤 버티기로 했어요."
큰일이라도 벌어진 듯이 호들갑을 떨었던 내가 오히려 부끄러웠다.


88쪽의,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며 사는지 당신 이알아?잘 알지도 못하는 당신 같은 사람이 노동자 교육 중에 곤하게 잠들었다고 해서 그렇게 함부로 놀리면 안 되지.'

89쪽의,
'그곳을 나서면서 가슴이 떨렸다.그토록 힘겹게 일하는 노동자들이 모인 곳에서 강사랍시고 온 인간이 씨알머리 없는 얘기만 늘어놓으니,차라리 그 시간에 달게 잠이라도 자는 게 그분들 인생에 실제로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이 부분의 그의 처절한 깨달음은 그것을 읽는 나에게도 같은 무게의 깨달음으로 고스란히 다가왔던 부분이고,


175쪽의,
"귀밑머리가 하얗게 되도록 평생 노동상담이나 하다가 늙어 죽은 사람이 당신 남편이라 해도 부끄러워하지 않겠소?"
안해는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쏜살같이 대답했다.
"아이고,나는 당신이이제 와서 뭐 다른 거 한다고 그럴까 봐 겁나는 사람이에요.그냥 하던 일이나 계속 하시라고요."


이 대목에선,하종강의 안해 분이 '하종강이 만난 여인들'중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무게라는 건 알지만,
살짝 부럽고 샘이 나 툴툴거렸던 부분이고,
180쪽의 '가시나야,왜 그러고 사냐...'같은 경우는 또 다른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 서늘했던 대목이었다.
 
190쪽의,
"평범한 사람들의 소중한 행복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너는 충분히 행복할 권리가 있어.남들이 평생 해야 할 고생을 이미 다 했으니까...하지만,네가 말하는 그'평범한 사람들의 소중한 행복'도 결코 쉽게 얻어지지는 않아."


199쪽의, 
'줄 타는 광대는 몸이 기우는 반대편으로 부채를 펼쳐야 한다.시인의 부채는 사회의 어느 쪽으로 펼쳐져야 하는가...내가 이런 얘기를했을때,후배는 나와 생각이 좀 다르다고 했다.'

같은 부분에서 ,내가 몸담고 있고 상상하는 노동현장과 실제 그들이 뒹구는 판은 많이 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언젠가 조혜련과 안영미가 TV에 나와 골룸 흉내를 내는 걸 본 일이 있다.
나는 안영미라는 젊은 처자가 흉측한 분장을 하고 골룸 흉내를 내는 것만으로도 그녀를 높이 사고 싶었는데,이때 원조 골룸 조혜련의 한마디에 뭉클해졌었다.
"더 낮춰...바닥을 기어야 해."

나 또한 이 땅의 피 끓는 노동자다.
더 낮춰야 겠다.바닥을 기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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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니 2010-05-28 15:43   좋아요 0 | URL
가슴 한편이 뭉클해집니다...

양철나무꾼 2010-05-29 03:28   좋아요 0 | URL
가슴 한편에 차 오르는 뭉클함을 꼭 꼭 씹어삼키며,
마야의 '위풍당당행진곡'이라도 불러봐야 할까 봅니다~^^

마녀고양이 2010-05-28 19:51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여자분들에 대한 것이 아닌 노동자와 노조에 대한 내용인가요? 저는 한국의 여자 인사에 대한 책인줄 알았어요~

양철나무꾼 2010-05-29 03:40   좋아요 0 | URL
저는 한국 '여'자 '인'사에게들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여인은 진짜 사람인(人)자를 쓸 수 있는 여인들이래요~^^

'하종강'님-'노동문제 연구가'쯤으로 분류되는 분이죠.
전 '김규항'님과 더불어 이분 글들도 좋아해요.(www.hadream.com)
글로써 사람 가슴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놓는 재주가 있으셔서,
이 분 책들은 다 챙겨봅니다.

요번 것은<아직 희망을 버릴때가 아니다>의 발췌,요약 본이라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좋습니다~^^

꿈꾸는섬 2010-05-29 22:08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서재에 오니 새로운 책들을 또 알게 되네요.^^
잘 모르는 분야라 관심이 더 생기네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찾아봐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0-05-31 12:52   좋아요 0 | URL
제 취향은 좀 편협한 편이라서요~ㅠ.ㅠ
암튼,꿈꾸는섬님 반갑습니다~

2010-06-09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06-10 11:18   좋아요 0 | URL
연예인들은 외모로 빛을 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충실하게 자기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 '자체 발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인 것 같아요.

그리고,하종강 님의 책들은(이 책 뿐만 아니고)공공장소에선 절대 독서금지입니다.
전 예전에 페스트푸드점에서 음식포장 되어 나오길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 짬 내어 읽다가...
감정이입을 할 새도 없었는데 눈물이 후두둑,걸로 부족해서 흑흑~흐느꼈었습니다.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
김진송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중이 되지 않았으면 목수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일용에 쓰일 물건을 만들기 위해 연장을 가지고 똑닥거리고 있으면 아무 잡념도 없이 즐겁기만 하다. 하나 하나 형성되어 가는 그 과정이 또한 즐겁다.
                                                                                       -법정스님<오두막편지>중에서-
 

   
법정스님이 아니면 어쩔 뻔 했나? 
진짜 궁색한 변명이지만,나도 지금의 이 직업이 아니었으면 목수가 되고 싶었다. 
그건 아마 영화 <중독>에서 이병헌이 멋드러지는 목수로 나와서일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면 영화<중독>의 그 '목마'가 탐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아무리 심미안을 가지고 있어도,
가구도 아닌 '장난감 목마'를 그때 돈으로 40~50만원 주고 살 형편은 아니었었나 보다.
그냥 그렇게 추상적으로 목수가 되고 싶다고 마음만 먹었었다.

그러다가 김진송의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이 책을 만났다.
목수 김씨 김진송은 국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한 것부터가 나의 욕구를 딱 충족시켜주었다. 

글도 매끄럽고,그가 목수질을 해서 만들어낸 가구도 젠스러운 것이 딱 내 스타일이다. 
하지만,아무리 젠스러워도,내 스타일이어도 거기서 끝나버렸을 수도 있는데,
법정스님의 <오두막편지>랑 관련,왜 또 이렇게 찾아 읽게 되었느냐 하면... 

그가 국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했다는 건 그의 표면을 나타내는 프로필 쯤이고, 
책을 읽다보면 그가 제 적성을 잘 찾아 전문 목수의 길로 접어들었구나 싶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
나이40을 넘어서 시작했다는 그의 목수로서의 앞날을 응원해주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나무의 속성으로부터 시작하여,제품의 쓰임과 모양새의 연관,나무를 벼리고 다듬는데 쓰는 연장의 속성,그리고 목수의 몸과 손도 하나의 아름답고 귀한 연장이자 재료가 된다는 걸 그는 은연중에 우리에게 주지시키고 있다.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이지만,목수라는 직업도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라는 걸, 
다른 목수들이 머리가 굵기 전부터 시작하여 고민없이 공식처럼 받아들이는 것들을, 
그는 하나 하나 밥을 꼭꼭 씹어먹듯이 느끼고 체화해 간다. 

그러다 보니,기본 연장을 사용하다가 다치는 것은 애교쯤이고, 
전동공구를 사용하다가 크게 다치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깨달음을 얻고,그의 책을 읽는 우리는 또 다른 깨달음에 숙연해진다. 

'작업을하며 늘 두려움에 떤다.남보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공구들을 능숙하게 다룬다는 건 그만큼 신경을 곤두세우며 일한다는 말이다.(250쪽)'






*만일 기능을 해치면서 형태의 시각적 즐거움만 강조한다면 그건 더 이상 물건이 아니다.때로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 중에서 기능이 결여된 것을 '예술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130쪽) 

*옛날 서민들이 손수 만들었던 농기구며 기물들은 어느것 하나 완벽하게 맞추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쓸 만한 물건이 되었다....낫이나 깍귀로 다듬고 끌로 파내어 대강 만들어 썼던 물건들은 한편으로 보면 어설프고 엉성하기 짝이 없지만,다른 한편에서 보면 그렇게 여유있고 넉넉하게 만들어야 쓰임새에 맞기도 하다.(132쪽) 

*날이 너무 단다하면 옹이에 걸리거나 단단한 나무를 팔 때 쉽게 부러져 다시는 못 쓰게 된다.이럴 때는 오히려 무른 강도의 끌이 날이 무너지지 않아서 오래 쓸 수 있는데 그런 끌들은 대개 싸구려일 경우가 많다.단단하고 비싼 것이 싸고 무른 것보다 반드시 더 좋은 것은 아니다.(237쪽) 

*그랬다.오만 궁상을 다 떤 후 겨우 그저 톱밥을 채우고 나서 가운데 구멍을 하나 내고 위에서 불을 붙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으쓱대는 꼴은 우스운 일이다.온갖 수사와 우쭐거림으로 가득한 지식의 본말도 그러한 것이다.간단한 말 한마디면 족할 것을 대단한 것인 양 떠벌리는 것을 보면 지식 자랑이란 무지한 사람들의 취미생할임에 틀림없다.(249쪽) 

이 책을 다 읽고, 
내 분야에서 열심히 일해 그 돈을 차곡차곡 모아 그의 작품 한점 사는 것으로 내 목수의 꿈을 접어야겠다 싶은 건 두말할 나위도 없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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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5-26 12:15   좋아요 0 | URL
제 가장 친한 친구의 꿈도 목수예요. 손재주가 뛰어난 친구인데, 적성과 완전히 틀린 일을 하고 있지요... 윤기나는 나무 제품이 너무 이쁘네요. 나무로 만든 물건은,, 손을 탈수록 아름답게 물들지요, 시간이 갈수록 더 기품있어지구요.

저두 손재주가 있다면, 목수도 해보고 싶어요. 아.. 양철나무꾼님. 나중에 은퇴해서 나무 만지시면 되잖아요. 왜 목수의 꿈을 접으세요?

양철나무꾼 2010-05-26 12:46   좋아요 0 | URL
퀼트에,뜨개질에 한 손재주 하시는 것 같던데요?^^

목수의 꿈을 접은 건,
'공구를 능숙하게 다룬다는 건 그만큼 신경을 곤두세우며 일한다'는 뜻이라는 구절 때문이기도 하구요,(노년에 예민하고 뾰족하다는 소릴 들으면서 살고 싶진 않습니다.)
목수의 꿈을 영원히 빛나는 별 쯤으로 가슴에 품어 갖고 싶어서,이기도 하구요~

비로그인 2010-05-26 17:50   좋아요 0 | URL
아~~~
전 말이죠.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 목공실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했어요.
만드는 데 재주가 있는 편인데...나무가 좋더라구요.

이 글 읽으니까..
어릴 적 꿈이 생각납니다.

근데요~~울 나무꾼님 직업이 뭐냐구요?
맨날 궁금한데...가르쳐 주시지도 않고말야~~
방명록에 물어본 거는 대답도 안해주시고....ㅋㅋ

2010-05-27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쟈니 2010-05-26 20:43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목수가 참 되고싶었는데..
한때 탁자(라고 하기 민망한)를 만든 적 있었어요. 별 도구도 없이, 그냥 톱이랑 드릴로 만들었는데, 그때 무념 무상으로 나무를 다룰 때의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목수가 되고는 싶었으나, 목수가 되어 다뤄야 할 그 거대하고 무서운 기계를 보며 겁을 먹고 시도를 못했습니다. 목수가 되려면 큰 기계에 기죽지 않을 담력을 키워야한다는데, 전 조그만 드릴에도 겁이나더라구요.. ^^

양철나무꾼 2010-05-27 10:40   좋아요 0 | URL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잖아요~
아직도 보관 중이시면,언제 인증샷~이라도 한번^^

거대하고 무서운 기계라고 무조건 겁을 먹을 필요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얕잡아 볼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만든 기계이지만,인간을 위협할 정도로 잘 만든 건 사실이잖아요~^^

쟈니 2010-06-01 09:27   좋아요 0 | URL
오호호~ 이거 옛날에 찍어둔 사진입니다.

http://blog.aladdin.co.kr/freejani/2347623

꿈꾸는섬 2010-05-29 22:10   좋아요 0 | URL
오, 부럽습니다. 전 워낙 손재주가 없어서 이런 재주 가진 분들 보면 부러워만 한답니다.ㅋㅋ

양철나무꾼 2010-05-31 12:53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투 미닛 룰 모중석 스릴러 클럽 22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마녀 고양이님의 <책과 바람난 여자>의 리뷰를 보면,
'그는 언제나 잠이 안 와서 새벽까지 책을 읽었다고 주장할 것이고, 책을 읽느라 잠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구절이 나오지만,내가 그 장본인이 되리라고는 생각 못했었는데,바로 어제 내가 <투 미닛 룰>이 책을 읽느라고 밤을 꼬박 새웠다. 단지 잠이 안 와서 새벽까지 책을 읽었다.

책 겉표지에는 "액션의 대가'로버트 크레이스가 선사하는 가장 긴장감 넘치는 2분의 기록이라고 되어 있어,얼마나 글솜씨가 좋길래 2분을 396쪽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싶어 책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책은 엄청,킹왕짱 재밌는 것이 맞지만,'가장 긴장감 넘치는 2분의 기록'이라는 말은 '뻥~'되시겠다. 

다시 말해,책제목<투미닛 룰>이라는 건,
돈을 챙겼든 안 챙겼든 프로라면 2분 안에 은행털이를 끝내고 튀어야 한다는 시간상의 룰을 나타낸 것이지...가장 긴장감 넘치는 2분의 기록은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의 주인공 '마크 홀먼'으로 말할 것 같으면,이 같은 <투 미닛 룰>을 알고 있고, 
그 은행털이에서도 2분을 안넘기고 튈 수 있었으나, 
자신을 보고 놀란 노인의 심장마비를 보고 응급처치를 하느라고 2분을 넘기고 만다. 
그리하여 결국 붙잡혀 감옥에 가게 되고,정상참작이 돼 10년을 복역하고 나오게 되는 그날,
경찰인 아들의 죽음 소식을 듣는다. 

이 책이 아쉬웠던 건 '착한 악당'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느라 개연성을 포기했다는 느낌 때문이다.
차라리 한사람 안에는 여러개의 다중인격이 존재하고 그 것들 중의 어떤 것들이 발현하느냐에 따라  착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악당이 될 수도 있다고 하는 게 더 설득력 있지 않았을까?
착한 유전자라는 게 있어서,그는 은행털이범이면서 심장마비로 죽어가는 노인을 구했고,
착한 유전자에서 태어난 아들이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을 리는 없다고 하는 엉뚱한 심리를 은연중에 강요하고 있다. 
'마크 홀먼'이 착한 유전자가 되기 위해서는 은행강도짓 자체를 하지 않는 것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괜히 강한 척하면서 이 일을 혼자 견뎌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홀먼은 그녀에게 지금 그가 느끼는 이 죄책감과 수치심을 함께 나누고 싶은지 물을 뻔했다.다들 마치 그가 터질까봐 무서워 죽겠다는 태도로 자신을 대하는 게 신물이 났다.(69쪽) 

다시 말해,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고,그것을 억누르고 하는 것이 '착한 악당'의 그것이라기 보다는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처럼 느껴져서 말이다.

그에 비하면 그의 절친 '치'나'폴라드'요원이 훨씬 설득력 있게 그려지고 있다. 
그래도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폴라드요원의 아들들은 어떻게 된 게 맨날 캠프를 가는 것이고,
캠프를 간 아이들은 어떻게 당일 날 돌아와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물론 부모라는 건,그렇게 일방적이고 전폭적으로 주기만 하는 존재라는 걸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하면 할말이 없지만,그래도 명색이 장르소설인데 이정도의 개연성을 원하는 건 오버스러운 요구인가?(끙~ㅠ.ㅠ)

109쪽의, 
"남자들에게는  때때로 자신의 약점이라고 생각되는 걸 여자보다는 다른 남자에게 털어놓는 게 더 쉬울 때가 있어요.감정을 정직하게 대면하는 것보다는 그게 일인 척하는 게 더 쉬워요."  

같은 구절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냥 그런 견해가 있다.그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다른 얘기 같지만,얼마전 칠순의 노부인이 남편이 10년 넘게 메모로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요리법을 전달하는 것에 반해 이혼신청을 했다는 기사를 본 일이 있다. 


그녀를 계속 바라보던 그는 그녀의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그제야 깨달았다.폴라드는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십년 전,그를 체포했던 젊은 FBI요원은 무서움을 몰랐지만,지금의 그녀는 변해 있었다.그런 사실을 생각하자 자신은 또 얼마나 많이 변했을지 궁금했다.그리고 변했든 변하지 않았든 그에게는 아직 그런 걸 꿰뚫어볼 수 있는 눈이 있었다. (143쪽)  

이 구절은 마크홀먼의 서선이 아니라,지은이의 시선 같았던 부분이고,

이 책은 내게 오랜만에 '녹은 설탕과 따뜻한 기름의 실크 같은 맛 사이에 끼어드는 요소가 아무것도 없는 도넛(144쪽)'같은 책이 되었다.

할런 코벤의 '결백'때도 느낀 거지만,'FBI라고 해서 모두 정의롭지는 않다.'정도로 이 책을 읽은 느낌을 정리해야 될 것 같다. 
처음 보는 작가지만,할런 코벤이나 마이클 코넬리,제프리 디버 등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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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5-25 17:25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스릴러나 판타지 좋아하시는군요? 아하하, 저두 그런데.
모중석 스릴러 괜찮지요? 저 몇권 읽어봤는데, 재미있더군요. 확실한 킬링 타임입니다.
오오.. 그렇게 재미있단 말이죠. 할런 코벤 저도 읽었는데.
한번 기회되면 이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0-05-26 10:56   좋아요 0 | URL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고,자다가도 벌떡...수준입니다.

모중석 스릴러 괜찮지요,저는 아마 한두권 빼고 다읽었을텐데...
그 중 존 카첸바크를 제일 좋아한다지요~^^

비로그인 2010-05-25 18:05   좋아요 0 | URL
킹왕짱 재밌다시니 읽어보고 싶다가...
여러군데서 개연성이 떨어진다니...아닌가 싶고....ㅋㅋ

양철나무꾼 2010-05-26 11:05   좋아요 0 | URL
제가 하룻밤을 꼴딱 세웠다니까요~
그리고 별도 무려 다섯개를 꽉꽉 채워서 색칠해 놨는데요~
책을 읽으면서 '옥의 티를 찾아라'해보는 것도 재밌잖아요~

근데,'옥의 티를 찾아라'하게 되면...
마기님 곱디고운 성품에 짱날 일이 발생할텐데,어쩌죠?
개연성 뿐만 아니고 맞춤법 문제까지 터져버릴텐데요~ㅠ.ㅠ

비로그인 2010-05-26 17:44   좋아요 0 | URL
푸하하~~
곱디고운 성품이 아닌건 모두들 알고계신데요~~ㅋㅋ.
하긴, 평소엔 괜찮은 편인데...ㅎㅎ
바뜨~그러나~한 번 뚜껑이 열리면 좀 재수없다는 소릴 듣기도 한답니다.

스릴러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잼있을까요?

양철나무꾼 2010-05-27 10:45   좋아요 0 | URL
전,동화 속에 나오는 콩쥐나 신데렐라,백설공주처럼 걍 착하기만 한 캐릭터는 맹숭맹숭해서 좀 그래요~
차라리,마녀나 마기...이런 캐릭터 베리베리 웰컴입니다.

네,스릴러 안 좋아하는 사람이 읽어도 재미있겠지만,
고 잼난 스릴러를 왜 내치십니까?ㅠ.ㅠ
 
페트록의 귀환
핍 본 휴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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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이렇다.

술은 마술사.그래서 술에 취한 사람은 어느 순간 자기 눈앞에 마법이 펼쳐져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거친 사암 재질의 다리에 기대어 시커먼 강물을 내려다보면서,마음만 먹으면 이 황량한 계곡에서 고향의 따스한 강둑으로 순간 이동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반달과 보름달 사이의 어중간한 달이 내 어깨 위로 떠올라 물의 원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하지만 눈을 질끈 감는 순간,이미 기회를 놓쳤음을 알았다.마법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시기를 잘 맞춰야 순간 이동도 가능한데,늘 이렇게 기회를 놓치고 만다.

눈에 띄지 않는 겉표지를 보고 그저 그렇겠거니 하고 책을 집어들었던 나로서는,이 책의 첫문단을 읽고는 책을 고쳐 잡았다.
'오홀~재밌겠는걸...문장이 딱딱 떨어지잖아!'
이 책은 열아홉살 먹은 풋내기 수도사 페트록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풋내기 수도사가 유물 도둑과 살인자로 몰리는 바람에,
영국 데몬에서 그린랜드까지의 여정을 거치면서 해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입체감있게 표현해 내고 있다.

이 책이 재미있는 건...흡입력 있는 문장력도 문장력이지만,
이런 류의 소설이 가지고 있었던 종교적 색채와 선입견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는 데 있다.
20쪽의 '나는 세속의 남정네 같은 음탕한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더듬더듬 말했다.'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우리의 '페트록'이 청년은 수도사라고는 하지만 적당히 세속적이다.
이야기의 전반에 걸쳐 이런 당위성과 현실 사이에서 적당히 고민하는 모습-즉 '수도'하는 과정,수도원 밖에서도 '수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친한 친구 윌과의 대화에서도 이런 페트록의 속내는 잘 드러난다.

"밤엔 잘 잤어,페트록 형제?"
"너도 알다시피 마음이 깨끗한 자는 꿈도 안 꾸고 잘 자."
거짓말이었다.나는 밤새도록 정신 사나운 꿈에 시달렸다...(28쪽)

도입부의,풋내기 수도사가 성물을 훔치고 사람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는 것도 적당히 반듯한 페트록이니까 가능한 일처럼 보였지만,

애드릭신부는하느님께 가까이 가기 위해서라거나 속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그저 책과 지식의 보고를 곁에 두기 위해 성직자가 된 듯했다.(88쪽)
책을 좋아하고,책 속에 숨은 역사와 유물을 탐구하기 좋아하는 페트릭과 애드릭 신부와의 연관은 정말 그럴듯한 얼개로 작용한다.

또 한가지 이 책이 맘에 들었던 점은,
어떤 책에서는 템플 기사단을 영웅시하고 있던데,이 책에서는 악독하고 타락한 기사단원으로 묘사했다는 점이다.
이건,내가 뭐 템플기사단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어서라기보다는...
내 알량한 소견으론,세상을 통틀어 절대적인 선이나 절대적인 악은 없는 것 같다.
13세기에 그토록 수도원이 부패되었는데,좋은 뜻과 결의로 뭉친 템플기사단이어도 타락했을 수도 있는 것이고,
유물을 훔쳐내고,가짜 유물을 만들어내고 약탈을 일삼는 해적들도 대의와 명분에 따라 움직인다면,의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이 책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작가가 얘기하는 대의명분은 하층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다.
다시말해 배안의 수많은 다른 인종과 이교도를 배척하지 않고 하나로 뭉뚱그려 간다.
거기에 비잔틴의 공주였던 안나를 등장시켜 뱃사람들로 하여금 남녀차별과 신분 차별을 깨뜨려 준다.

다시말해,당위성을 가지고 도덕적인 척 하는 정형화된 모습이 아니라,
고민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열아홉살의 청년 수도사의 이런 고뇌가 충분히 타당하고,
그의 여정에 응원하고 힘을 보태고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잔틴의 공주였다는 안나 공주와의 로맨스를 엿보는 것도 내겐 솔솔한 재미였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처음 그렇게 죽은 줄 알았던 친구 윌이 다시 나타나고 다시 죽는 과정인데,
친구 윌이 나타나 안나 공주와의 로맨스에 연적이 등장하고 삼각구도가 되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악당 템플기사단 '휴'경의 노예가 되어 나타났다는 설정은 좀 그랬다.

열아홉의 그들이 겪어낼 수 있는 삶과 지혜의 무게,
애드릭 신부나,몽탈락 선장이 겪여낼 수 있는 사람과 지혜와 연륜의 무게를 적절하게 배치하고 있다.

몽탈락과 페트록의 대화는 어쩜 이렇게 단순하지만 멋질 수 있는 것인지, 몽탈락의 연륜이 돋보였던 부분이고,

"좋아.그거면 됐네.오네포드 사람 페트록,자네 가슴은 텅비지 않았어.가득 채워지고 더욱 강해졌지.거짓된의식의 그을음으로 영혼이 더러워졌지만 언젠가 다시 깨끗해져서 빛을 낸 걸세.이제 자넨 우리와 하나가 되었어.자네 말대로 우린 다른 이름을 두고 맹세를 하진 않아.자네가 자유 의지로 우리와 함께하게 되었으니 언제든 가고 싶을 때 떠나도 좋다는 뜻일세."195쪽

페트록의 성찰도 멋져보여,가슴 속에서 되내여 보게 된다.

*'어제 길든 짧든 새로운 길로 발을 내디뎌야 할 때였다.앞으로 걸어가는 것 외에 내겐 달리 선택  의 여지가 없었다.'(130쪽)
*"그자가 마음에 들던데요.거짓말쟁이 사기꾼은 아닌것 같아서요."(249쪽)
*내가 남에게 가한 칼질이 내 영혼에 그만큼의 상처를 남긴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327쪽)
*"그때 울지말았어야 했어 분노했어야 했어."(393쪽)

'살람 알레이쿰(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에,'와알레이쿰 살람(당신에게도 그러하기를)(160쪽)' 이라고 대답하는 페트록의 모습에서,
수도사라고 하여 자신의 종교에 안주하지 않고,다른 사람의 종교를 존중해 주고 열린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 참 맘에 들었다.

배 위 생활을 하면서 괴혈병으로 시달리는 일면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우리의 안나공주를 앞니 빠진 중강새로 만들어버리는 건...좀 심했다.ㅋ~
아프거나 다친 사람을 치료하면서 기도라는 대책없는 방법을 사용하는게 아니라,약초나 민간요법 등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좋았다.
좀 더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어도 재밌었을 것 같다.

인물들이 다소 거리감 있었는데,
'숱많은 잿빛머리카락,다소 가운데로 몰린 진회색 눈동자,매부리코,얇은 입술',이라고 묘사하는데서 난 '시라노'의 '제라르 드빠르디유'가 떠올렸고 그때부터 인물들도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였다.

어찌되었건 결말이 못내 아쉬운 나로서는,<The vault of bones><Painted in blood>로 이어지는 페트록의 다음 활약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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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5-22 20:48   좋아요 1 | URL
저도 첫 문장이 맘에 들긴 하는데...
이 소설이 판타지나 SF 인가요? 첨 보는 소설이예요... ^^

양철나무꾼 2010-05-23 11:53   좋아요 1 | URL
제가 장르를 나누기 쉽지 않을 때,뭉뚱그려 하는 말이 있죠~
"장르소설"입니다.^^

이 소설,재밌는 소재이고 번역도 훌륭하고...참 괜찮은데,
표지도 그저그렇고,'문학수첩'이란 출판사에서 별로 광고도 하지 않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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