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서 책을 읽다 보니 자꾸 고개를 내리고 책을 쳐다본다. 

목 디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독서대를 찾다가 발견한 아이템이 바로 펠리컨 스탠드이다. 2단으로 높일 수 있어서 최대한 어깨를 펴고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책을 읽기 가능한 높이에 책을 위치할 수 있다. 물론, 1단으로 맞추고, 노트북을 올려놓고 쓸 수도 있다.

그리고, 책을 50cm 정도 멀리 놓고 읽을 수 있어서 눈 건강에도 좋을 거 같다.


단점은 책장을 넘길 때 다소 흔들린다는 점과 책에 메모를 쓰거나 책갈피를 끼울 때 불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이 정도의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




사진의 책은 420 페이지 정도의 <파타고니아>이다. 1200 페이지 정도의 <중일전쟁>로 올려서 읽었는데, 내구성에는 문제가 없었다.


가끔 언제까지 책을 읽고, 게임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나이 들어도 최대한 오래 책을 읽고, 게임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럼, 이제부터 내 몸을 잘 챙겨야지.


2020.09.12 Ex. Libris HJK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이드 2020-09-18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타고니아 재미있나요?!

아타락시아 2020-09-19 07:03   좋아요 0 | URL
파타고니아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신선하고 흥미롭네요.
아웃도어 스포츠 사진도 많고 공감가는 내용도 많네요.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2020년 여름은 특별하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은 못 간다. 물론, 갈 수도 있지만, 2주간 자가 격리를 하면서까지 가려고 하는 용기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이 제일 안전하기 때문에 굳이 해외로 나갈 생각도 없다. 

항상 여름이면, 휴가를 내고, 여행을 가고, 가까운 수영장이라도 간다. 하지만, 2020년 여름은 다르다.


휴가를 짧게 2일 냈다. 주말까지 포함하면 총 4일이다. 어쩌다 보니 집에서 혼자 3일을 보내게 되었다. 집에 못 읽은 책도 많지만, 여름휴가비 대신 쓰는 마음에서 책 몇 권을 구매했다. 오해하지는 말기를 바란다. 휴가 때 읽기 위한 책이 아니고, 휴가 때 구매한 책이다. 이걸 어떻게 다 읽을 수 있겠는가?


 

중일 전쟁은 나와 인연이 깊은 책이다. 2016년에 도서관에서 대여하고, 읽은 후 알라딘 서재에 글을 썼는데, 이 글이 이달의 리뷰 당선작에 뽑혔다. 지금 보면, 많이 부끄러운 글이다. 2020년 <일본 제국 패망사>를 읽다가 이 책이 생각나서 소장할 생각으로 구매하려고 했지만, 품절로 인해 더 이상 구매할 수가 없었다. 저자에게 문의도 하고, 출판사에게 문의도 했는데, 저자에게 답변이 왔다. 조만간 다시 책을 출판할 예정이니 조금 기다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품절이 풀린 것을 보고, 휴가 때까지 기다리다가 구매했다.

일본이 너무나 싫지만, 그들을 알아야 한다. 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일본 제국이 어떠한 짓을 했는지 보면, 지금 그들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안토니 비버의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 이 책도 구하고 있는데, 품절이라서 알라딘 중고샵에서 정가의 2배로 팔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당연하다. 다만, 나에게 있어서 구매할 수 없는 가격이다. 그래서, 아마존을 기웃거리고 있다. 원서라도 가지고 싶기 때문이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는 코로나 시대에 관심이 높아진 전염병에 대한 소설을 읽고 싶어서 구매했다. <이방인> 이후 카뮈의 두 번째 책이다. 솔직하게 <이방인>에 나오는 주인공에 대해서 아직도 이해를 못 하고 있다. 


류성룡의 <징비록>을 이제서야 읽어 보려고 한다. 한심한 조선 왕가의 작태를 보면서 울분을 토하겠지만, 그래도 알아야 한다. 두 번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는 전쟁사와 역사이다. 디테일한 역사를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개괄적인 역사에 대해 이것저것 쓰여있는 책을 찾아서 읽는다. 역사에 대한 흥미를 높이기 위해서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인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 나는 잘 모르지만 유명한 역사 강사라는 최태성의 <역사의 쓸모>를 구매했다.


일전에 파타고니아 티셔츠를 읽은 지인을 보고, 무슨 뜻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지인이 내가 신기하다는 듯이 이걸 모르냐고 해서 무안해 하며 모른다고 한 적이 있다. 나중에 찾아보고, 무슨 기업인지 알았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마음에 들어서 관심이 있었는데, 책으로 나왔다는 것을 알고, 구매했다.


역사 관련 책 2권과 <파타고니아>는 동네 근처 교보문고에서 구매했다. 알라딘을 제일 좋아하지만, 서점을 방문해서 여유롭게 책을 구경할 때는 어쩔 수 없이 교보문고를 이용한다. 커피도 마시고, 여러 책을 둘러보면 재미있다. 알라딘 중고 매장도 좋은데, 근처에 걸어서 갈만한 곳은 없다.


자, 이제 책을 읽어야 하는데, 무슨 책부터 읽을까 고민이다. 고민만 하다가 선택을 못하고, 그냥 책장에 꽂아놓은 책들이 꽤 많다. 휴가이니 시간도 많다. 그런데, 지금 읽고 있는 책도 여러 권이 있다. 책을 한 권씩 살 것을 그랬나 후회도 약간 든다.


2020.08.07 Ex. Libris. HJK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이드 2020-08-07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타고니아 책은 개정판이라서 사려다 말았는데요, 어떤지 평 궁금합니다. 책 읽는 휴가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휴가의 묘미는 역시, 휴가때 읽을 책 구매하기이지요.

아타락시아 2020-08-07 20:27   좋아요 0 | URL
아. 파타고니아 책은 개정 증보판이네요. 몰랐어요. 서점에서 지나가면서 무심코 선택했습니다. 언제 모두 읽을지 모르겠지만, 그냥 쳐다만 봐도 뿌듯하네요. 열심히 읽어야죠. ^^
 
심플하게 산다 심플하게 산다 1
도미니크 로로 지음, 김성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사키 후미오가 쓴 책인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에서 사사키 후미오는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 책을 읽고, 미니멀 라이프를 결심했다고 한다. 이 책은 2012년 초판이 나오고, 2016년 개정판이 나오고, 2019년 7쇄까지 찍은 스테디셀러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책 중에 고전이 아닐까 싶다. 


책 표지가 너무 인상적이다. 나무 위의 종지 한 개, 나머지는 흰 여백으로 처리하고, 검은색 폰트로 제목을 써 놓은 표지는 너무 예쁘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최대한 간결하게 썼다. 너무 심플하다 보니 무미건조한 면도 있고, 딱딱한 면도 있다. 미니멀 라이프의 위기가 닥쳐 올 때 2~3번 정도 다시 읽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물건, 몸, 마음의 3가지 카테고리로 심플하게 사는 방법을 제시한다. 요즘 최대 관심사는 당연히 물건 줄이기이다. 매일 내가 가진 물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가장 집중해서 읽은 카테고리는 물건이다. 아마 물건, 몸, 마음이 미니멀 라이프를 진행하는 순서가 아닐까? 일단, 물건을 줄이고, 몸을 건강하게 하고, 최종적으로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최종 목표로 가는 긴 여정이 미니멀 라이프가 아닐까? 


우리 문화는 심플한 삶을 선택한 이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소비사회에는 그런 사람들이 해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플하게 사는 사람들을 주변인 내지는 불안한 개체로 취급한다. 스스로 소박한 삶을 선택해 적게 먹고, 적게 소비하고, 적게 험담하거나 아예 험담하지 않는 사람들을 이 사회는 구두쇠, 위선자, 비사교적인 인물로 규정한다. (P.015)


유튜브를 보다가 악플을 본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일상을 찍은 동영상에 "엄청 가난하네, 불쌍하다"라는 댓글을 남긴 것이다. 이런 댓글을 남긴 사람이 얼마나 잘 사는지 모르지만, 정신은 피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인터넷에 댓글을 남기면서 남을 욕하는 사람이 현실에서 잘 사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자신의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이렇게 남을 공격하면서 풀고 싶은 것이다. 


옷을 적게 소유한다는 것은 '대충 걸칠 것'과 '그나마 덜 이상한 것'으로 가득 찬 옷장 앞에서 뭘 입을지 망설이는 일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생을 고달프게 만드는 문제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다. 마음에 꼭 드는 옷이 생기면 옷차림에 신경을 쓰는 스트레스가 없어진다. 아침에 출근할 때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분 좋게 집을 나서게 된다. 버릴 건 버리고 남길 것만 남기면 정리하기도 더 쉽다. 싫어하는 옷을 걸어 놓고 매일 불평하느니 큰맘 먹고 쓰레기통에 버리는 편이 정신 건강에는 더 좋다. (P.057)


미니멀 라이프 효과를 가장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옷 버리기이다. 옷장에서 버릴 옷을 선택하고, 버린 후에 정말 속이 시원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사실 옷을 버리는 것은 아니고, 아파트에 있는 헌 옷 수거함에 넣는다.


백화점에서 비싼 니트를 산 적이 있다. 패턴도 들어가고, 고급스럽게 보였지만, 목까지 덮는 폴라 형태였다. 백화점 점원이 슈트에 어울리는 니트라고 해서 날씨도 추워서 사기는 했지만, 목까지 덮는 것이 너무 답답해서 거의 입지 않았다. 하지만, 돈이 아까워 언제인가 입을 생각으로 계속 걸어 두었는데, 볼 때마다 스트레스였다. 과감히 정리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주말에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입을 옷을 미리 정해서 순서에 맞추어 걸어둔다. 옷이 많지 않아서 매주 반복되는 옷이 많다. 요일을 바꾸어서 걸어 놓기도 한다. 출근 전 여유를 찾는 방법이다. 그리고, 아직 새 옷을 사지 않았지만, 앞으로 새 옷을 사면, 헌 옷을 하나 버릴 생각이다. 암튼, 미니멀 라이프를 시도해 보고 싶은 분들은 옷장 정리부터 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옷걸이는 나무로 되어 있는 것으로 구입해서 일관성을 맞추고, 세탁소 옷걸이나 옷을 살 때 주는 옷걸이는 모두 버리라고 한다. 옷장을 열어 보니 정말 뒤죽박죽 옷걸이가 보였다. 뭔가 정리되고, 깔끔하면서 옷장을 열 때 기분이 좋기 위해서 얼마의 돈을 지출하는 것을 아끼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이케아에서 옷걸이를 구매했다.


교육과 도덕이 타락한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소유욕을 조장하고 파렴치한 위선을 종용한다. 우리는 입고 먹고 즐기는 각종 유행에 휩쓸려 판단력을 잃은 채 노예로 살아가고 있다. 돈의 가치를 이해하고 돈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돈은 아무 생각 없이 쓰면 안 된다. 돈은 무엇보다도 인생의 톱니바퀴들이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한 윤활유로 사용되어야 한다. 돈에 휘둘리지 않고 무분별한 소비를 경계한다면 소비사회가 야기하는 문제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P.081)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고 나서 첫 한 달 신용카드 이용 내역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무엇인가를 사겠다고 장바구니에 넣은 것만 5번 정도 되는데, 끝내 결재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삼성 페이를 쓰면 지문으로 정말 엄청 빨리 구매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참았다. 그런데, 한순간만 잘 넘기면, 나중에 사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든다. 빨리 구매를 하면 고민할 시간이 줄어서 좋겠지만, 물건 받고, 며칠 안 지나서 물건에 대한 애착은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모든 것이 그렇지 않다. 하지만, 잠시 자신의 패턴을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면, 자신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싫증 나는 일상적인 일을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은 그 일을 의식을 치르듯이 하는 것이다. 의식이라고 생각하면 하기 싫고 귀찮은 일도 아름답게 해낼 수 있다. 청소나 설거지, 산책, 목욕, 운동처럼 혼자서 하는 일을 의식으로 만들자. 그 일을 끝낼 때까지 그것에만 완전히 집중해 열심히 하자. 서두르지 말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 그 순간과 그 장소에서는 오로지 그 일을 하는 것에만 만족하자. 그 일을 처음 하는 것처럼 새롭고 흥미롭게 여기고 그 일이 지닌 가치를 재발견하자. (P.134)


양치질을 하면서 휴대폰 보기, 여러 개의 대화방을 펼쳐놓고 동시다발적으로 대화하기, 산책하면서 휴대폰 보기 등 하나의 일에 집중을 못 하고, 여러 개의 일을 동시에 할 때가 많다. 회사에서 테이크 아웃한 음식을 먹으면서 이메일 쓰면서 전화하는 경우도 있다. 집중하기보다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자꾸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려고 할 때 의도적으로 제동을 건다. 그래도 습관은 무섭다. 아무 생각 없이 여전히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볼 때가 있다.


집에 와서 소파에서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가만히 있는다. 갑자기 잠이 들 때도 있지만, 오래 잘 수는 없기 때문에 금방 깬다. 12시가 되면, 책상을 정리하고, 모든 전원을 끈 후 방문을 닫고, 침실로 간다. 이것이 나에게 있어서 하루를 마감하는 의식이다.

 

심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을 품고 있는 책, 바로 '심플하게 산다' 이다.


2020.3.10. Ex. Libris. HJK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심플하게 사는 법을 모른다. - P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일 집에 도착하면, 무엇을 버릴까 고민을 한다. 미니멀 라이프가 잡념을 없애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수단인데, 무엇을 버릴까 고민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이다. 


아직 부족하지만, 이번에는 책상을 정리했다. 이케아에서 산 책상과 책장을 7년째 쓰고 있다. 이케아 가구 중에 내구성이 약한 것들도 있는데, 내가 산 책상은 정말 튼튼하다. 물론, 세월의 흔적이 있지만, 아직까지 쓰기에 멀쩡하다. 


책장 빈 칸을 모두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깨끗하게 보이기 위해 무인양품에서 수납함도 샀다. 물론, 일본 불매 운동 하기 전이다. 미니멀 라이프에게 있어서 수납함은 정말 피해야 한다. 수납함이 많을 수록 자꾸 안에 기억하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채우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수납함이 저렇게 배치되어 있으면, 뭔가 깔끔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사진을 보니 숨이 막힌다. 그리고, 향수 쓰는 것은 하나인데, 예전에 쓰던 것을 그냥 모아놓았다. 좋은 향수도 없으면서 왠지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책상으로 와서 향수를 뿌릴 일이 얼마나 있을까? 

퍼즐로 만든 액자 뒤에는 안 쓰는 외장하드가 있었는데, 보기가 안 좋아서 저렇게 퍼즐 액자로 막아 놓았다. 책상 하단에 안 보이는 곳도 뭔가 가득차 있었는데, 지금은 잘 기억도 안난다.





책장 2칸만 쓰고, 나머지는 모두 비울려고 했지만, 막상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하다 보니 손이 닿을 곳에 필수적인 물품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노트 한 권, 연필꽂이, 연필깍기, BT speaker 를 두었다. 아크릴 케이스에는 잡동사니를 넣어 두었다. 하단에 안 보이는 칸에는 직장 다닐 때 들고 다니는 가방과 여행갈 때 필요한 물품을 보관했다. 당장 버릴 수 없는 서류와 리갈 패드 등은 수납함에 넣었다. 

책상에서 보는 책은 한 권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항상 한 권만 두었고, 나머지 책들은 버리거나 다른 책장으로 이동시켰다. 250G, 500G 외장하드를 포맷한 후 버렸고, 쓰지도 않지만, 조금은 남아 있어서 나중에 쓰겠지 하고 놔둔 향수도 모두 버렸다. 아직 쓰기에 충분하고, 가장 좋아하는 향수만 외출할 때 거울을 보고 뿌릴 수 있도록 자동차 키 등과 함께 전실에 놓았다. 수납함은 옷장으로 이동해서 허리띠나 장갑 등을 보관하는데 이용했다. 


퇴근 후 책상에 앉을 때 아직도 복잡하다는 기분이 든다. 뭔가 더 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2칸만 물건을 남기고, 모든 칸을 비울 수 있다면, 책상과 책장 자체를 버리고, 단순한 책상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미니멀 라이프를 한다면서 기존 가구를 버리고, 다른 가구를 사는 것이 맞을까? 궁극적으로 모든 가구를 버리는 것이 최종 목표일까?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인 사사키 후미로의 19년 인터뷰를 보면, 그의 방에는 침대와 책상이 있었다. 책에 실린 그의 방 사진에 단지 매트와 쿠숀밖에 없었는데, 아마 책을 쓰고, 일을 하려면 책상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일단, 없앴지만, 필요해서 다시 사야 했던 그에게 뭐라 할 생각은 없다. 각자 자기에게 맞는 최선의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 된다.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면서 방에 들어오면, 시야에 보이는 변화 뿐만이 아니고, 방에서 나는 울림이 너무 좋다. 좀 더 잡동사니를 제거하면, 울림이 더 커질 것이다. 말도 울리고, 음악도 울린다. 창문을 막는 아무것도 없어서 책상에 앉아서 창문을 통해 바깥을 볼 수 있는 것도 좋다. 


2020.3.9 Ex. Libris HJK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초딩 2020-03-09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방 멋집니다 초 총도요

아타락시아 2020-03-10 21:1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총은 그냥 장식용이에요. ^^
 

책 정리, 게임 정리에 이어서 도전한 것은 레고 정리이다.

레고를 처음 접한 것은 2012년 12월이다. 그 당시 반지의 제왕에 빠져 있었는데, 우연히 반지의 제왕 레고 시리즈를 보았다. 그때 나를 사로잡은 레고는 An Unexpected Gathering 이다. 그때부터 시작한 레고 취미 생활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아래는 회사에 보관하고 있는 가장 아끼는 레고 중 하나이다.





2012년 이후 레고 제품만 사서 조립하다가 어느 날 원하는 집을 내 손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서 여러 가지 제약으로 원하는 집을 가질 수 없지만, 레고로 만들어 보면 재미있을 거 같았다. 지금은 10년 후 아파트가 아닌 전원주택을 내 마음대로 구상해서 집을 짓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죽기 전에 아파트를 벗어나 나만의 집을 갖고 싶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완성했지만, 왠지 아파트 상가 같은 집을 만들고 말았다. 그래도 내부는 꽤 신경을 많이 썼던 기억이 난다.





암튼 레고 창작에 발을 들어놓으니 벌크를 모으게 되고, 제품들을 사서 벌크화하는 작업도 했다. 매년 나오는 모듈러 시리즈 집을 사고, 벌크도 사고, 벌크화도 하다 보니 브릭들을 보관, 분리하기 위해 수납함도 사야 했다. 창작은 집 하나 달랑 만들고, 전시회 한 번 나간 후에 다시 분해해서 다른 것을 창작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수많은 벌크는 그대로 내 방에 남겨졌다.

책을 구매한 후 읽지 않고, 책장에 꽂아놓은 것처럼 어느 순간부터 레고를 사고, 조립 안한 상태로 보관만 하게 되니 집안 곳곳에 레고 박스가 눈에 보였다. 심지어 조립한 제품들을 나중에 중고로 팔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립한 제품들의 박스도 보관하니 볼 때마다 어디로 숨겨 놓을까 고민을 했다.

레고 박스는 과대 포장의 끝판이다. 브릭들은 박스 공간의 1/2 정도 차지한다. 레고 박스를 모아본 분들은 알겠지만, 엄청난 공간이 필요하다. 레고의 끝은 큰 집이라는 말이 있다. 창고나 컨테니어가 없다면, 조립 또는 미조립한 레고 박스를 집안에 모아 놓기는 쉽지 않다. 레고 전용방이 있으면 그나마 낫다.

책장 정리할 때와 마찬가지로 분류 작업부터 들어갔다. 일단, 조립해서 소장하지 않을 레고 제품의 박스는 무조건 버렸다. 이렇게 버린 대형 박스만 20개가 넘었다. 중소형 박스는 더 많았다.

1. 장식장 안에 보관할 제품은 그대로 둔다.

2. 조립한 제품 중에 마음에 안 드는 제품은 분해한 후에 박스로 재포장해서 당근 마켓에서 매각한다.

3. 벌크는 종류별로 모아서 당근 마켓에서 매각한다.

4. 레고 수납함 중에 비싼 제품은 다른 용도로 전환하고, 싼 제품은 벌크 팔면서 보너스로 같이 동봉한다.

장식장 안에 보관할 제품은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인 모듈러와 장식 효과가 있는 자동차 시리즈, 아이디어 시리즈 정도로 제한했다. 내가 가질 수 있는 최대 레고는 이 공간으로 제약을 했다.




당근 마켓에 매각한 것은 레고 5개이다. 플레이모빌 성 2채도 있었는데, 1 채는 회사에 경매로 내놓았고, 1 채는 지인에게 선물을 했다.





벌크는 싸게 내놓았다. 레고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도록 구매하는 데 부담을 최대한 줄이고 싶었다. 올린 후 바로 연락이 와서 판매를 할 수 있었다. 다소 아쉬운 가격이었지만, 깨끗해진 내 방을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꽤 양이 많고, 레고 부품 보관함도 같이 보냈기 때문에 아파트 주차장까지 가져가는 것도 힘들었다.




아직 밀봉인 레고 제품들이 몇 가지 있는데, 나중에 레고가 정말 조립하고 싶을 때를 위해서 옷장 구석에 놓아두기로 했다. 옷을 많이 버렸다. 옷장에 여유가 많아졌기 때문에 보관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레고 브릭을 보관하기 위해 무인양품에서 샀던 고급 아크릴 케이스는 빈번하게 쓰는 개인 생활용품을 넣어두는 것으로 용도 변환했다. 무인양품에서 구매한 것은 약 3년 전이다. 요즘 일본 불매 운동을 누구보다 더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 샀던 것까지 모두 버리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해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최소한은 남겨 놓고 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버리거나 팔기 전에는 온갖 고민을 많이 한다. 없을 때의 감정이나 상황도 시뮬레이션을 한다. 어쩌면 쉽게 버리고, 글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일단 시야에서 없어지니 더 이상 생각도 없고, 고민도 없어진다. 좀 더 돈을 더 받고 팔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간혹 들었지만, 이 또한 없어졌다.

미니멀 라이프까지 도착하기까지 길은 아직 멀다. 아직 비우지 못한 것이 많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아직 할 것이 많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니멀 라이프로 가는 여정을 즐거운 여행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2020.3.7 Ex. Libris. HJ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