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집에 도착하면, 무엇을 버릴까 고민을 한다. 미니멀 라이프가 잡념을 없애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수단인데, 무엇을 버릴까 고민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이다. 


아직 부족하지만, 이번에는 책상을 정리했다. 이케아에서 산 책상과 책장을 7년째 쓰고 있다. 이케아 가구 중에 내구성이 약한 것들도 있는데, 내가 산 책상은 정말 튼튼하다. 물론, 세월의 흔적이 있지만, 아직까지 쓰기에 멀쩡하다. 


책장 빈 칸을 모두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깨끗하게 보이기 위해 무인양품에서 수납함도 샀다. 물론, 일본 불매 운동 하기 전이다. 미니멀 라이프에게 있어서 수납함은 정말 피해야 한다. 수납함이 많을 수록 자꾸 안에 기억하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채우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수납함이 저렇게 배치되어 있으면, 뭔가 깔끔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사진을 보니 숨이 막힌다. 그리고, 향수 쓰는 것은 하나인데, 예전에 쓰던 것을 그냥 모아놓았다. 좋은 향수도 없으면서 왠지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책상으로 와서 향수를 뿌릴 일이 얼마나 있을까? 

퍼즐로 만든 액자 뒤에는 안 쓰는 외장하드가 있었는데, 보기가 안 좋아서 저렇게 퍼즐 액자로 막아 놓았다. 책상 하단에 안 보이는 곳도 뭔가 가득차 있었는데, 지금은 잘 기억도 안난다.





책장 2칸만 쓰고, 나머지는 모두 비울려고 했지만, 막상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하다 보니 손이 닿을 곳에 필수적인 물품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노트 한 권, 연필꽂이, 연필깍기, BT speaker 를 두었다. 아크릴 케이스에는 잡동사니를 넣어 두었다. 하단에 안 보이는 칸에는 직장 다닐 때 들고 다니는 가방과 여행갈 때 필요한 물품을 보관했다. 당장 버릴 수 없는 서류와 리갈 패드 등은 수납함에 넣었다. 

책상에서 보는 책은 한 권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항상 한 권만 두었고, 나머지 책들은 버리거나 다른 책장으로 이동시켰다. 250G, 500G 외장하드를 포맷한 후 버렸고, 쓰지도 않지만, 조금은 남아 있어서 나중에 쓰겠지 하고 놔둔 향수도 모두 버렸다. 아직 쓰기에 충분하고, 가장 좋아하는 향수만 외출할 때 거울을 보고 뿌릴 수 있도록 자동차 키 등과 함께 전실에 놓았다. 수납함은 옷장으로 이동해서 허리띠나 장갑 등을 보관하는데 이용했다. 


퇴근 후 책상에 앉을 때 아직도 복잡하다는 기분이 든다. 뭔가 더 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2칸만 물건을 남기고, 모든 칸을 비울 수 있다면, 책상과 책장 자체를 버리고, 단순한 책상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미니멀 라이프를 한다면서 기존 가구를 버리고, 다른 가구를 사는 것이 맞을까? 궁극적으로 모든 가구를 버리는 것이 최종 목표일까?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인 사사키 후미로의 19년 인터뷰를 보면, 그의 방에는 침대와 책상이 있었다. 책에 실린 그의 방 사진에 단지 매트와 쿠숀밖에 없었는데, 아마 책을 쓰고, 일을 하려면 책상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일단, 없앴지만, 필요해서 다시 사야 했던 그에게 뭐라 할 생각은 없다. 각자 자기에게 맞는 최선의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 된다.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면서 방에 들어오면, 시야에 보이는 변화 뿐만이 아니고, 방에서 나는 울림이 너무 좋다. 좀 더 잡동사니를 제거하면, 울림이 더 커질 것이다. 말도 울리고, 음악도 울린다. 창문을 막는 아무것도 없어서 책상에 앉아서 창문을 통해 바깥을 볼 수 있는 것도 좋다. 


2020.3.9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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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3-09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방 멋집니다 초 총도요

아타락시아 2020-03-10 21:1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총은 그냥 장식용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