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리, 게임 정리에 이어서 도전한 것은 레고 정리이다.

레고를 처음 접한 것은 2012년 12월이다. 그 당시 반지의 제왕에 빠져 있었는데, 우연히 반지의 제왕 레고 시리즈를 보았다. 그때 나를 사로잡은 레고는 An Unexpected Gathering 이다. 그때부터 시작한 레고 취미 생활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아래는 회사에 보관하고 있는 가장 아끼는 레고 중 하나이다.





2012년 이후 레고 제품만 사서 조립하다가 어느 날 원하는 집을 내 손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서 여러 가지 제약으로 원하는 집을 가질 수 없지만, 레고로 만들어 보면 재미있을 거 같았다. 지금은 10년 후 아파트가 아닌 전원주택을 내 마음대로 구상해서 집을 짓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죽기 전에 아파트를 벗어나 나만의 집을 갖고 싶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완성했지만, 왠지 아파트 상가 같은 집을 만들고 말았다. 그래도 내부는 꽤 신경을 많이 썼던 기억이 난다.





암튼 레고 창작에 발을 들어놓으니 벌크를 모으게 되고, 제품들을 사서 벌크화하는 작업도 했다. 매년 나오는 모듈러 시리즈 집을 사고, 벌크도 사고, 벌크화도 하다 보니 브릭들을 보관, 분리하기 위해 수납함도 사야 했다. 창작은 집 하나 달랑 만들고, 전시회 한 번 나간 후에 다시 분해해서 다른 것을 창작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수많은 벌크는 그대로 내 방에 남겨졌다.

책을 구매한 후 읽지 않고, 책장에 꽂아놓은 것처럼 어느 순간부터 레고를 사고, 조립 안한 상태로 보관만 하게 되니 집안 곳곳에 레고 박스가 눈에 보였다. 심지어 조립한 제품들을 나중에 중고로 팔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립한 제품들의 박스도 보관하니 볼 때마다 어디로 숨겨 놓을까 고민을 했다.

레고 박스는 과대 포장의 끝판이다. 브릭들은 박스 공간의 1/2 정도 차지한다. 레고 박스를 모아본 분들은 알겠지만, 엄청난 공간이 필요하다. 레고의 끝은 큰 집이라는 말이 있다. 창고나 컨테니어가 없다면, 조립 또는 미조립한 레고 박스를 집안에 모아 놓기는 쉽지 않다. 레고 전용방이 있으면 그나마 낫다.

책장 정리할 때와 마찬가지로 분류 작업부터 들어갔다. 일단, 조립해서 소장하지 않을 레고 제품의 박스는 무조건 버렸다. 이렇게 버린 대형 박스만 20개가 넘었다. 중소형 박스는 더 많았다.

1. 장식장 안에 보관할 제품은 그대로 둔다.

2. 조립한 제품 중에 마음에 안 드는 제품은 분해한 후에 박스로 재포장해서 당근 마켓에서 매각한다.

3. 벌크는 종류별로 모아서 당근 마켓에서 매각한다.

4. 레고 수납함 중에 비싼 제품은 다른 용도로 전환하고, 싼 제품은 벌크 팔면서 보너스로 같이 동봉한다.

장식장 안에 보관할 제품은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인 모듈러와 장식 효과가 있는 자동차 시리즈, 아이디어 시리즈 정도로 제한했다. 내가 가질 수 있는 최대 레고는 이 공간으로 제약을 했다.




당근 마켓에 매각한 것은 레고 5개이다. 플레이모빌 성 2채도 있었는데, 1 채는 회사에 경매로 내놓았고, 1 채는 지인에게 선물을 했다.





벌크는 싸게 내놓았다. 레고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도록 구매하는 데 부담을 최대한 줄이고 싶었다. 올린 후 바로 연락이 와서 판매를 할 수 있었다. 다소 아쉬운 가격이었지만, 깨끗해진 내 방을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꽤 양이 많고, 레고 부품 보관함도 같이 보냈기 때문에 아파트 주차장까지 가져가는 것도 힘들었다.




아직 밀봉인 레고 제품들이 몇 가지 있는데, 나중에 레고가 정말 조립하고 싶을 때를 위해서 옷장 구석에 놓아두기로 했다. 옷을 많이 버렸다. 옷장에 여유가 많아졌기 때문에 보관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레고 브릭을 보관하기 위해 무인양품에서 샀던 고급 아크릴 케이스는 빈번하게 쓰는 개인 생활용품을 넣어두는 것으로 용도 변환했다. 무인양품에서 구매한 것은 약 3년 전이다. 요즘 일본 불매 운동을 누구보다 더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 샀던 것까지 모두 버리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해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최소한은 남겨 놓고 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버리거나 팔기 전에는 온갖 고민을 많이 한다. 없을 때의 감정이나 상황도 시뮬레이션을 한다. 어쩌면 쉽게 버리고, 글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일단 시야에서 없어지니 더 이상 생각도 없고, 고민도 없어진다. 좀 더 돈을 더 받고 팔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간혹 들었지만, 이 또한 없어졌다.

미니멀 라이프까지 도착하기까지 길은 아직 멀다. 아직 비우지 못한 것이 많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아직 할 것이 많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니멀 라이프로 가는 여정을 즐거운 여행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2020.3.7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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