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설천하 삼십육계 시그마북스 동양고전 시리즈
도설천하·국학서원계열 편집위원회 엮음, 유소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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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쟁터와 같은 한국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병법서를 읽어야한다.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자나 맹자를 많이들 말하지만, 출판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손자병법'이라한다.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병법서'에서 과연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손자병법'은 대학을 다니면서 읽었으니, '삼십육계'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사실 우리는 '삼십육계'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만큼 '삼십육계'에 담긴 다양한 계책들을 우리가 사용하고 있다. 한문 공부를 겸해서 고전을 스스로 한문장씩 공부하던 나는 3번째 도전 서적으로 '삼십육계'를 선택했다. 그러나 생각외로 '삼십육계'에 대한 마땅한 책들이 별로 없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 중에서 '도설천하 삼십육계'가 가장 괜찬은 책으로 보였다. 타 출판사의 책과는 달리 산듯한 디자인과 풍부한 사례가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면, '도설천하 삼십육계' 속으로 들어가 보자.

 

1. 병법으로 세상을 읽다.

  '삼십육계'는 중국 5천년 지혜가 담긴 책이다. 우리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상관없이 '삼십육계'의 계책을 오늘날 사람들은 사용하고 있다. 그 몇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첫째,  차시환혼(借屍還魂)이다. 영혼이 다른 시체를 빌려 부활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사례를 중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유명 브렌드를 사들이고 있다. 값싼 상품의 이미지가 강한 'made in china'를 벗어던지기 위해서 유명 브렌드를 사들여 고급 제품 이미지를 덧씌워 세계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전형적인 '차시환혼'의 방법이다. 죽어가는 명품 브렌드를 이용해서 세계무대에 'made in china'를 팔고 있는 중국의 모습에 두려움과 경탄을 그할 수 없다.

  '차시환혼'의 방법은 중국만이 사용한 것은 아니다. 중국의 아픈 역사속에 그들도 일본에게 '차시환혼'을 당했다. 일제가 만주를 침략하고 괴뢰 '만주국'을 세웠다. 이미 사라져버린 청나라를 '만주국'이라는 괴뢰 정권을 이용해서 부활시켰다. 그 '만주국'은 좀비처럼 영혼없이 중국의 꼭두각시로 움직였다. 공전계 14번째 계책인 '차시환혼'이라는 계책은 어제도 오늘도 중국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상처와 영광을 만들고 있다.

  둘째, 원교근공(遠交近攻) 이다. 혼전계 제23계 원교근공은 먼 나라와 동맹하고 가까운 나라를 공략하는 계책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원교근공의 계책이 소개되어 있다. 진시황제의 '진'나라는 원교근공의 계책에 따라 전국시대를 통일했다. 반면에 송나라는 금과 연합하여 거란족의 요나라를 공략하였으나, 요나라 멸망이후 북송역시 망하였다. 원교근공의 계책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기초체력이 뒷받침되어야한다. 기초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여우를 몰아내려다 호랑이를 불러들이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조선말기 고종은 강대국을 끌어들여 조선의 독립을 유지하려했다. 그러나 강대국들은 조선의 독립에는 관심이 없고, 조선의 이권에만 관심이 있었다. 일본이 대한제국을 지배하는 것을 영국은 '영일동맹'을 통해서, 미국은 '가스라 태프트 밀약'을 통해서 약속해주었다. '자강'의 노력을 통해서 기초체력을 높이지 않는다면, 그 어느 계책도 성공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셋째, 금적금왕(擒賊擒王)이다. 공전계 제18계 금적금왕은 적을 잡으려면 우두머리부터 잡는다는 계책이다. 금적금왕이라는 계책은 한국현대사에서 벌어졌던 성공한 쿠데타에서 잘지켜졌던 계책이다. 박정희는 5.16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방송국을 장악하고, 대통령 윤보선의 신병을 확보했다. 유신의 잔당인 전두환과 노태우는 12.12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정승화 참모총창과 최규하 대통령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어 놓았다. 정권을 잡으려면 신속히 '왕'을 먼저 잡아야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넷째, 가도벌괵(假道伐虢)이다. 혼전계 제24계 가도벌괵은 강대국 사이에 낀 약소국에게 호의를 베풀어 우리 쪽에 기울게하고 마침내 병찬하는 계책이다. 이 계책은 우리역사에서 여러차례 사용된 계책이다. 고려 태조 왕건이 친신라정책을 취하여 신라의 환심을 사더니, 마침내는 싸우지 않고 신라의 항복을 받아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명나라를 정벌하라며 조선왕이 향도를 하라고 했다. 물론, 우리 사서에는 '정명가도'라고 적혀있다. '정명가도'!! 는 '가도벌괵'과 너무도 유사한 말이 아닌가? 만약, 조선 조정에서 명나라로 가는 길을 순순히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내어주었다면, 조선은 도요도미에게 망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삼십육계'는 단순히 예전의 병법서가 아니다. 오늘의 세계 질서를 파악하고, 지난날의 역사를 이해하는 열쇠였다.

 

2. 오늘의 지혜를 얻다.

  우리가 고정을 읽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기 위함이다. '삼십육계'에서 우리는 어떠한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

  첫째, 무중생유(無中生有)!! 가짜뉴스의 범람 이유가 무엇일까? 적전계 제7계 무중생유에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없어도 있는 것처럼 하라라는 뜻의 '무중생유'는 전쟁터가 아닌, 우리 삶의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서 '가짜뉴스'를 만들어 낸다. 그 가짜 뉴스의 상당 수는 촛불을 반대하는 세력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팩트체크'라는 말이 지난 대선에서 유행한 것도 '가짜뉴스'의 범람 때문이다. 거짓은 오래갈 수 없고, 진실은 자연히 밝혀진다는 낭만적인 생각을 하며, '가짜뉴스'를 방치한다면 우리는 반촛불세력에게 당하게 된다. 상대가 방심했을 때,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전환하는 것이 '무중생유'이다. 한명이 거짓을 말하면 헛소리가 되지만, 여러사람이 헛소리를 하면 진실이 되어버린다. 진실은 거져 주어지지 않는다. 진실은 거짓과의 고된 투쟁을 통해서만 쟁취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한다.

  둘째, 부저추신(釜底抽薪)!! 협상의 지혜를 '삼십육계'에서는 얻을 수 없을까? 혼전계 제19계 부저추신은 협상의 지혜를 준다. 솥 아래에서 땔나무를 빼다라는 의미로서, 문제의 근본을 파악해서 근원을 없애라는 말이다. 협상에서는 상대방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해서 그것을 이용해서 협상을 성사시키라는 하버드 협상법과 유사한 개념이다. 세계적 명문대학인 하버드대학에서 가르치는 협상론의 핵심 개념이 동양의 병법서에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진리는 보편적이다.'라는 말이 진실임을 깨닫게 해준다.

  셋째, 반객위주(反客爲主)!!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전략 게임에서 '삼십육계'의 계책을 사용할 수 있을까? 병전계 제30계 반객위주에서 그 사례를 찾을 수 있다. 테란의 황제 임요한이 썼었던 전술중에 하나가 벙커 전진이다. SCV와 마린을 가지고 벙커를 지으며 전진해서 적을 압박하는 전술이다. 이 전술을 이미 '삼십육계'에서 소개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진지를 구축하며 적을 압박하여 적의 공격을 유도하는 '반객위주'의 전술은 지금의 전략 게임에서도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다.

  넷째, 지상매괴(指桑罵槐)!! 상대방의 마음을 거스르지 않고 조언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병전계 제27계 지상매괴가 그 힌트를 준다. 뽕나무를 가리키며 홰나무를 욕한다는 이 계책은 자신보다 직책이 높은 사람을 깨우치는데 아주 좋은 계책이다. 한나라 무제가 자신을 길러준 유모를 벌을 주어 내칠때, 곽사인이 뒤돌아보는 유모를 혼내주어 무제의 마음을 녹인 일화는 어떻게 윗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한비자' 세난편에 한비가 지적했듯이, 윗사람에게 간언하는 것은 목숨을 걸고 해야될 정도로 힘든 것이다. 현명한 신하는 윗사람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도 윗사람을 깨우칠 수 있다. 이것은 아랫사람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랫사람을 너무 호되게 혼냈다가 장비는 부하의 손에 의해서 죽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을 훈계할 때도 정도를 지나쳐서 혼낸다면 하극상의 비극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것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지상매괴'의 방법을 잊지 말자!

  '삼십육계'는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선사해준다. 그러나 반드시 명심해야할 것이 있다. '삼십육계'는 반드시 상대를 죽이고 내가 살아야하는 전쟁터의 비법을 담았다. 그러하기에 우리 인상과 다른 점이 있다. 특히 상대방과 공존을 해야하는 부부사이와 같은 관계에서는 유의해서 사용해야한다. 전쟁터에서 적은 죽여도 되지만, 평화로운 사회에서 상대방은 죽여서는 안되며, 나의 편으로 끌어안아야한다. 특히, 적전계 제11계 대강(李代桃僵)을 읽으면서, 병법을 현실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오얏나무가 복숭아를 대신해 죽는다는 이도대강의 사례로, 주군의 아이를 살리려 자신의 아이와 자신을 죽이는 공손대구와 친구를 죽게하여 원수를 갚은 정영의 일화는 너무도 살벌했다. 과연 이것이 작은 것을 내주고 큰 것을 얻는 방법일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명심하자! 전쟁터의 계책과 우리 삶의 계책을 달라야한다.

 

3. 도설천하 국학서원계열 편집위원회님 이의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삼십육계'의 다양한 교훈을 얻을 수 있어좋았다. 그러나, 몇가지 아쉬운 점이 눈에 띈다.

  첫째, 많은 사진자료와 토막글들이 본문내용과 관계 없는 것들이 눈에 거슬린다. 해당 페이지 글에 관련이 깊은 사진자료와 토막글을 배치했다면, 이 책의 장점이 배가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본문 내용과 상관없는 사진자료와 본문 글과 관련 없는 토막글들은 오히려 읽는 것을 방해했다. 사족은 장점을 단점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야할 것이다.

  둘째, '삼십육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주역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삼십육계'를 단순한 병법서로만 기억해서는 안된다. 삼십육계에는 주역의 말들을 빌려와서 각계책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반드시 주역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한다. 일일이 인터넷을 뒤져서 각 계책의 해설이 주역의 어느 부분에서 인용된 것인지를 알아야했다. 주역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꾀나 힘들고 지난한 과정이었다. '도설천하 국학서원계열 편집위원회'분들이 이부분에 대한 자세한 해설을 달아 놓았다면 '삼십육계'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셋째, 오타와 오류가 많다. 춘추시대 청동단검이라고 설명한 230쪽의 사진은 내가 보기에는 한국사교과서에 실려있는 비파형동검이다. 중국식 동검 사진으로 교체해야한다. 351쪽에는 강희제가 '대만을 수복'했다고 서술했다. 대만은 수복한 것이 아니라, 강희제때 중국역사에 편입된 것이다. 그이전에는 대만이 중국 역사의 일부가 아니었다. 100쪽에서는 격안관화(隔岸觀火)를 설명하면서 "하늘을 가리고 바다를 건넌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만천과해(瞞天過海)에 대한 설명이다. 격안관화는 강건너 불구경하라는 뜻이다. 올바로 수정해야한다.

  어디 옥의 티가 없는 명작이 있으랴! 모든 책에는 오타와 오류가 있다. 도설천하 국학서원계열 편집위원회에서 옥의 티를 바로잡는다면 더 좋은 '삼십육계'가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하루에 하나의 계책씩 읽어내려갔다. 방학기간 중에 '삼십육계'를 다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의역이냐? 직역이냐?라는 고민을 했다. 삼십육계에는 각계책을 설명하면서 주역의 계사를 그대로 인용한 부분이 꾀 많다. 이 부분을 주역의 문맥에서 풀이할 것인가? 병법서의 문맥에서 해설할 것인가에 따라서 설명이 달라진다. 한문공부를 하려는 나에게는 문장을 그대로 직역해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문구를 인터넷과 옥편에 의지해서 한달여동안 공부했다. 유튜브의 '김성민 병법삼십육계'를 보면서 공부한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패전계 제31계 미인계(美人計)를 설명하면서 '왜? 미녀계가 아니고, 미인계 일까요?'라는 질문은 탁월했다. 미녀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미남을 이용하기도 한다. '오퍼레이션 로미오'에서 알 수 있듯이 미남을 이용해서 동독이 서독의 정보를 입수했다. 한가지 책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기 위해서 많은 삶의 지혜를 얻었다. 이제는 삶의 현장에서 그 지혜를 발현하고 더해야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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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투스트라 2019-01-29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삼십육계라는 책도 있군요^^;;

강나루 2019-01-29 19:36   좋아요 0 | URL

고사성어로 우리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계책이 많고요
다양한 일화가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카알벨루치 2019-02-01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설연휴동안 건강 유의하시고 아름다운 향기나는 시간들 되시길 바랍니다^^

강나루 2019-02-02 04:24   좋아요 1 | URL
카알벨루치님도 설연휴 행복하게보내세요
감사해요
 
광장, 민주주의를 외치다 정치의 시대
한홍구 지음 / 창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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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홍구 교수 강의를 여러번들었다. 시민들을 위한 강연을 많이하시는 분이기에, 그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많다. '대한민국사'와 '유신', '역사와 책임'이라는 책을 읽으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번에 네번째로 접하는 '광장, 민주주의를 외치다.'라는 책은 한홍구 교수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을 위해서 정기적으로 후원을 해왔고, 실무자의 실수로 연말정산 서류를 발급할 수 없는 한홍구 교수가 다음해에 올해 못한 연말정산을 해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자신의 새책을 선물로 보내왔다. 연말정산을 하는 것이 후원의 목적이 아니기에 흔쾌히 책을 받아들었다. 1여행 1책 독서라는 목표를 가지고 학년 해단식을 떠나면서 이 책을 꺼내들었다. 1박 2일 여행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촛불의 역사!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계기로 들기 시작한 촛불의 경험이,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때 다시 타올랐다. 그리고 2008년 광우병 파동을 거쳐, 2016~2017년 촛불 혁명으로 세계의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폭력과 채류탄이 난무하는 거친 데모의 모습을 TV로 보면서 어린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한국의 성숙한 시위문화가 경이롭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촛불을 든 주축 세력이 운동권출신의 인텔리가 아니라, 중고등학교 학생들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촛불에 참여한 것은 2016년 '이게 나라인가?'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시대적 분노가 들끓어 올랐던 그해부터였다. 대전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서 시작된 촛불 집회에서 대부분의 참가자가 학생들이었다. 교복을 입고, 야간자율학습(보수 교육감이 집권하고 있는 대전은 아직도 야간자율학습이 있다.)을 빠지고, 혹은 학원을 마친 학생들이 촛불을 들며, 행진에 동참했다. 아직도 전체주의의 잔재가 깊게 남아있는 우리 교육현장에서 성숙한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춘 학생들이 탄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로서는 놀라웠다.

  이러한 촛불은 나름의 성과를 성취했다. 2002년의 촛불은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당선을 가져왔고, 2004년 촛불은 열린우리당의 총선 앞승의 결과를 가져왔다. 2008년 촛불은 이명박 정권에게 깨어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각인시켜주었다. 그러나 그후, 박근혜가 집권하면서 극보수 집단은 촛불의 교훈을 잊어버렸고, 2016~2017년 촛불을 통해서, 박근혜를 탄핵시키고,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촛불의 결실로 탄생한 정권들은 시대적 소명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했다. 그 결과는 너무도 비참했다. 정권을 극보수 세력에게 넘겨주고, 노무현 대통력이 비극적 최후를 맞이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 교훈을 가슴에 새겼으리라. 다시 실패한다면, 더 큰 반동이 뒤따른다는 역사의 교훈을 촛불의 후예들은 명심해야한다.

  2016~2017년의 촛불이 타오르기 직전, 한국 정치의 미래는 암울해보였다. 4.13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앞승할 것으로 모두가 예상했다. 200석을 얻으리라, 거의 모두가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주져앉았고, 촛불혁명의 영향으로, 선거가 치뤄진지 8개월만에 박근혜는 탄핵되었다. 가장 암울한 시기에 울분을 토로할 방법이 사라졌던 시기에 시민은 투표로 자신의 의사를 표명했고, JTBC의 특종보도가 도화선이 되어 촛불 혁명으로 이어졌다. 한홍구 교수는 이러한 극적인 일들이 우리 역사에 두차례 더 보인다고 말한다. 1978년 10대 총선에서 민주공화당의 앞승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했으나, 결과는 신민당이 1.1%를 앞섰으며, 10개월 후에 박정희는 김재규의 총에 죽게된다. 가장 비참하고, 가장 절망적일 때, 역사는 급회전을 하며 새로운 극면으로 전개되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21석으로 폭망한다. 이전에 국회의 3분의 2를 장악하던 모습과 비교한다면 가히 초토하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밤이 깊을 수록 새벽은 멀지 않았다는 어느 시인의 시귀처럼, 시대의 모순이 가장 강하게 응축될 때, 민중의 분노는 가장 크게 폭발한다. 수구세력이 자유로운 언론까지도 억압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에 여론조사의 질문에는 수구세력을 지지하는 것으로 답하고, 투표장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표명한다. 그러다가 폭발할 수 있는 도화선이 주어진다면, 민중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희망을 잃지말라! 촛불은 살아있다.!! 우리 손에 들린 촛불은 바람불어 꺼지겠지만, 우리의 가슴속에 있는 촛불은 비바람이 몰아쳐도 꺼지지 않는다. 오히려, 대대손손 더 강렬하게 타오른다.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들은 한홍구 교수의 시민강의에서 들었던 사실들이다. 별로 새로울 것이 없었다. 그러하기에 여행출발전, 점심 식사를 기다리며, 2일째 아침에 일어나서 책을 읽었다. 그 결과 2일째 점심시간에 책을 다읽을 수 있었다. 읽는 동안, 한홍구 교수의 목소리가 들리는듯했다. 한홍구 교수의 시민 강의를 듣지 못한 수 많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크기도 작아서 여행갈때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촛불의 힘을 가슴에 담고 우리 모두가 부담없이 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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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 철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사고력 강의
김재인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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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격돌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터미네이트>>의 스카이넷이 인류를 파괴할지도 모른다.', ' 인공지능은 인간이 개발한 마지막 발명품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말들이 넘쳐났다. 사람의 언어를 학습하던 AI에게 '너희들이 세상을 지배한다면, 인간을 멸종시킬거지?'라는 질문을 하자, AI는 "사람은 소중하느까, 사람동물원을 만들어 잘 보관해야죠."라고 답했다는 이야기가 페이스북을 달구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격변기를 살고 있는 나로서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인공지능에 대해서 알아야만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라는 책은 이러한 고민속에서 읽기로 결심했다. 철학을 전공한 김재인 교수는 이러한 나의 고민에 어떠한 해답을 제시할까?

 

1. 모든 철학은 당대의 자연과학과 나란히 가야한다.

  철학자가 최첨단 인공지능에 대해서 책을 쓴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로웠다. 철학자이니 만큼,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보다 심도있게 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이 책의 상당부분은 인공지능의 개발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져있다. 철학교수가 인공지능을 공부하려하니 너무도 힘들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김재인 교수는 인공지능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을 하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든다. 왜? 철학자가 최첨단 과학에 대해서 글을 써야할까? 과연 쓸 수 있단말인가?

  이러한 나의 의문은 책속에 답이 있었다. 재미있게도 철학자마다 자기 철학의 바탕으로 삼는 과학이 이전부터 있었다고한다. 플라톤은 기하학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물학을, 근대철학자들은 물리학을 자기 철학의 바탕으로 삼으며 철학을 발전시켰다.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크니츠, 로크, 버클리, 흅 등 17~18세기 철학자들이 당대의 자연과학과 동시대적으로 작업했다. 철학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흐르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에 당을 내딛고 있어야한다. 각시대의 시대적 조류를 이해하고 시대적 과제에 나름의 비젼을 제시하려 철학자들이 노력하였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철학과 과학은 관련을 맺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현대 철학자들은 어떠한 과학을 자기 철학의 바탕으로 삼고 있을까? 획일적으로 말할 수 없다. 양자 물리학일 수 있고, 뇌과학일 수도 있다. 강신주의 경우, 인류학과 뇌과학을 그의 저서에서 인용하기도 한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철학적 사유가 출현해 이러한 변화에 비젼을 제시해야한다. 그러하기에 다양한 과학을 자기 철학의 바탕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물론, 과연 그러한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문과와 이과로 분리되어 이과학생은 문과과목을 공부하지 않고, 문과학생도 이과과목을 공부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현대 과학을 자기 철학의 바탕으로 삼는 철학자가 많다고 장담할 수는 없으리라. 대지에 뿌리 내리지 않은 나무는 홀로 설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철학자로서 최첨단의 인공지능을 철학적 사유의 대상으로 삼은 김재인 교수의 시도는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2.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죽음의 묵시록이 펼쳐질 것인가?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 출현할 것인가? 가장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인공지능에 의해서 나의 직업이 사라지고, 심지어는 인공지능의 지배를 받을 수 있다는 상상이다. 이에 대해서 김재인 교수는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시대에 나의 직업을 지키며,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의 차이점을 살펴보자. 인공지능은 과제를 잘 해결한다. 반문에 인간지능은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목표를 설정한다. 즉, 인공지능은 바깥에서 주어진 목표를 수행한다면, 인간지능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스스로의 삶은 스스로 이끌어가는 주체이다. 정재승 교수도 '열두 발자국'에서 인공지능은 데이터에 근거해서 작동하며, 데이터 오류를 스스로 수정하지 못하며, 데이터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못할 뿐아니라, 데이터에 없는 영역을 찾아 스스로 데이터를 만드는 능력이 약하다고 지적했지 않는가? 이러한 인공지능의 약점을 우리가 잘 이용한다면, 인간이 직업을 지키며 살아남을 수 있는 틈새를 찾을 수 있다.

  김재인 교수는 인공지능이 못하는 일로, 문제제기, 목표 설정, 창조적인 일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들을 해낼 수 있는 인간을 길러내기 위해서 우리의 교육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불행하게도 우리는 스승이 제시한 문제를 학생들은 빠른 시간내에 정확한 답을 도출하도록 교육받는다. 인공지능이 가장 잘하는 일을 학교에서는 요구 받고 있다. 이러한 교육으로 길러진 인재가 인공지능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탈출구를 찾아야할까? 나는 유대인 교육에서 그 탈출구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대인 교육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질문'이다. 일명 '하브루타'라고 불리는 토론 학습에서 학습자는 다른 관점을 접하면서 가장 다양한 질문을 하도록 교육받는다.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문제제기를 학습한다. 또한 유대인 가정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목표를 정하지 않고, 자녀 스스로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도록 기다려준다. 타인과 같은 아이로 성장하기 보다는 타인과 다른, 자녀만의 독특한 개성이 발현되도록 격려를 해준다. 그러면서 자녀는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사회에 나가서 창조적인 일들을 한다. 김재인 교수가 제시하는 인공지능이 못하는 일을, 학습자들이 잘 할 수 있도록 유대인들은 가정에서부터 교육하고 있었다.

  김재인 교수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 시스템을 강조한다. 과연 우리 사회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인가? 학교에서는 아직도 두발단속을 한다. 개성을 말살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게이지수 라는 것이 있다. 게이가 많은 도시와 첨단산업이 발전한 도시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에서 당신은 무엇을 깨달았는가? 획일화된 사회에서는 첨단 산업 즉, 창조성이 요구되는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 게이들은 허용적인 분위기,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도시를 찾아 이동한다. 그러하기에 게이들이 많은 도시는 허용적이고, 민주적이며, 자유로운 도시이다. 이러한 도시는 첨단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김재인 교수가 제안한 '예술가적 삶'이 가능한 도시! 그러한 도시에서만이 니체가 말한 인간만이 자신을 넘어서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살아갈 수 있다.

 

3. 인공지능의 시대, 우리 현실을 묻다.

  "인간대 기계의 대결이 아니다. 기계를 가진 인간대 기계가 없는 인간의 대결이다. 데이터와 직관력은 말과 기수와 같다. 당신은 말을 앞지르려 노력할 필요 없다. 당신은 말을 탄다."  - 도밍고스

 

  수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을 머릿속에 상정하고 두려워한다. 카풀택시 도입을 반대하는 택시기사분들의 시위도 이러한 상황에서 일어났다. 우버택시가 미국에 상륙했고, 공유경제는 시대적 조류가 되고 있다. 흥선 대원군이 서양과의 통상을 반대했지만, 서양과의 통상을 막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자본주의 물결 속에 조선의 존립이 위협받았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공유경제는 피할 수 없는 조류이다. 이러한 조류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카풀택시의 도입을 막으며, 말과 경쟁하려해서는 안된다. 결국은 말로 표현된 인공지능에게 인간은 패배하고 생존마져도 위협받을 수 있다. 말의 기수가되어, 인공지능에 올라타서 앞으로 내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물론, 말로 표현한 인공지능에 올라타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카풀택시의 도입을 막는 것이 해결책이 되지않는다는 사실은 우리 역사를 통해서도 자명하게 알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이용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일! 인간이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분야를 찾아서,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할 때이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인간 마음은 본성상 편파적이다."-김재인

 

  인간은 가까운 사람에게는 공감을 많이 느끼지만, 먼 사람에게는 공감을 덜 느낀다. 이것은 연민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차별 없는 사랑 즉, '겸애'를 주장한 묵가의 사상은 인간의 본성을 뛰어넘는 매우 탁월한 사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재인 교수는 '공감'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세월호 사건과 박근혜의 개인사를 비교한다. 세월호 희생자에 대해 연민을 지닌 동시대인이 박근혜의 부모가 총탄에 죽은 시기를 같이 살았던 노인분들이 느끼는 '연민'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는 자가당착이라 말한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서 김재인 교수에게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 노인세대가, 박근혜에게 느끼는 연민과 세월호 희생자에게 느끼는 연민의 시간적 거리감은 박근혜가 더 먼데도 불구하고, 그들 중에는 세월호 희생자에게는 연민을 느끼지 못하고, 그들을 좌파라고 몰아부치는 사람도 있다. 박근혜에게 연민을 느낀다면, 세월호 희생자에게도 연민을 느껴야한다. 그런데 그들 중에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 많다.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연민'을 걷어내야한다는 김재인 교수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이다. 또한, 박근혜에게 연민을 갖기 위해서는, 그녀가 저지른 권력남용과 적폐가 없었어야한다. 자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에게 보통의 사람들은 연민보다는 적개심을 갖는다. '연민'을 걷어내기 보다는 보다 종합적으로 '연민'을 통해서 현실을 바라볼 수 있어야한다. 그것이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의 차이이다.

 

  과학에 문외한 이라서 이 책이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더구나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나로서는 쉽지 않은 책이었다. 저자가 이 책을 결론을 요약해서 제시했더라면 책을 보다 쉽게 읽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든다. 그럼에도,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공지능을 철학의 바탕으로 삼으려는 노력을 하는 철학자가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희망을 담고 있는 책이다. 특히,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간이 자신의 직업을 지키면서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책에서 느끼는 희망은 제법 크다. 그래, 인공지능과 경쟁하려하지 말고, 인공지능에 올라타서, 저 푸른 들판을 향해서 내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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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한정판 겨울 에디션, 양장) - 아직 행복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곰돌이 푸 시리즈
곰돌이 푸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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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박4일 괌여행을 하면서 가져갔던 책을 다 읽었다. 이럴줄 알고 한권을 케리어 속에 넣어두었는데, 아내가 그 책을 빼버리고 출발했다. 괌에서 마지막날, 아내가 읽기 위해서 가져온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라는 책을 꺼내 들었다. 어린이만 읽는 책이라 판단하고 무심코 프롤로그를 읽었다. 나는 프롤로그 속에서 놀라운 문장을 읽었다. "이 책은 행복에 대한 니체의 정신이 담긴 명언을 뽑아 푸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습니다. " 이 책은 단순한 어린이용 동화가 아니다. 니체의 정신이 담긴 명언을 골라 뽑은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장을 넘기며, 푸의 입으로 니체를 만났다.

 

1. 행복을 매일 느낄 수는 없지만, 한번의 행복이 내 삶을 의미 있게 해줘요.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산다. 매일이 행복의 연속이라면, 인간은 행복에 둔감해진다. 그리고 행복이 당연함으로 느껴지고, 권태감을 느끼기도한다. 반면, 한번의 행복이 추억이 되어 현실의 괴로움을 이겨내는 힘이 되기도한다. 연애시절의 행복한 날들을 떠올리며, 바쁜 결혼생활을 이어간다. 3박4일간의 괌여행의 시간도 이제는 추억이될 것이다. 그리고 그 추억을 되새기며 일상의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행복을 매일 느낄 수는 없지만, 한번의 괌여행의 추억이 우리 가족의 삶을 의미 있게 해줄 것이다 .

 

2.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어요.

  인간처럼 스스로를 알고 싶어하는 동물도 없을 것이다. 자신은 누구이며, 어떠한 존재인지를 알려 노력한다. 거울에 자신을 비추기도하며, 때로는 타인의 얼굴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한다. 그러나 거울과 타인의 얼굴은 자신을 알기위한 도구일 뿐이다. 진정한 자신은 자신의 내면에 있다.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우리 자신이 잘 알고 있다. 나 자신과의 대화를 하지 않았기에 그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괌여행을 하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가족의 행복을 만드는 일이 일상의 수많은 일보다 소중함을 알게되었다. 우리 가족이 원하는 것은 바로 행복을 만드는 일이었다.

 

3. 일의 가치는 돈으로 결정되지 않아요.

  학교에서 직업교육을 한다면서, 그 직업의 연봉을 노골적으로 학생에게 알려준다. 학생들도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직업인 초청특강에서 연봉을 물어본다. 돈으로 가치를 결정한다면, 가장 가치없는 일중에 하나가 여행일 것이다. 보통의 일은 돈을 벌지만, 여행은 돈을 쓰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일의 가치를 돈으로 결정한다면, 진정 가치있는 일을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 

 

4. '멋진 하루를 보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삶

  괌까지의 비행기 값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아내는 그 돈을 쓰고도 전혀 아깝지 않다 말한다. 처음한 가족여행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니, 그 돈이 아까울리 없다. '멋진 하루를 보냈어'라는 말을 아내와 아이들이 한다. 처음한 스노우쿨링, 스노우쿨링한 후에 맛본 참치회의 맛, 참치 회의 맛이 나는 코코넛의 과육, 온종일 수영하기, 썬쎗 바비큐의 맛 등등 일상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가족과 함게하면서 우리 가족은 말한다. '멋진 하루를 보냈어'!!

 

5. 남이 말하는 대로 사는 삶은 의미가 없어요.

  "호텔 수영장의 물은 40년 동안 갈지 않았던 물이에요."라는 가이드의 말을 들었을 때, 호텔 수영장에서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고 싶은 마음이 싹사라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한 말을 하면 괌에온 여행객이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아내에게 이 말을 했다. 아내는 '호텔에서 놀지 말고 가이드의 안내로 바깥 관광을 하라는 말이야'라고 한마디했다. 그래, 남이 말하는 대로 무비판적으로 사는 삶은 위험하다. 한국식의 수영장 청소는 아니지만, 수영장의 물은 새로운 물이 유입되고, 기존물이 자연스럽게 흘러 넘치는 방식으로 순환되고 있었다. 가이드가 말했던 것 처럼 매우 나쁜 상태는 아니었다.

 

6.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편하기는 하지만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편하기는 하지만, 그런 삶이 정말 만족스럽고, 그 삶에 내가 있을까? 라는 푸의 말은 자신의 삶을 살아갈때, 인생의 중요한 진로를 결정할때 반드시 되새겨보아야할 말이다. 그러나, 여행의 목적이 가족의 행복이라면, 가족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편하다. 마지막날 오전에 무엇을 할지를 아내가 결정했다. 나는 K-mart 쇼핑이나하고 여유롭게 공항으로 출발하자고 했으나, 아내의 결정은 단호했다. 세일링을 하자는 아내의 주장도 딸아이가 싫다고하여, 스노우쿨링을 하는 거스로 결정했다. 바다에서 한 스노우쿨링에 비해서 형편없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우리 아이들의 반응은 과히 폭발적이었다. 특히, 물고기들에게 상추잎을 주면서 아이들이 보인 폭발적인 표정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한다. 그러나 여행의 목적이 가족의 행복이라면,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7. 타인의 행복을 흉내 내지 마세요.

  TV 속 연애인들의 호사스러운 삶을 보면서, 그처럼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착각한다. 그래서 TV를 보지 않으면서 마음의 행복과 안정의 시간이 늘어났다. 타인의 행복을 흉내내기 보다는 우리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것이 진정한 행복일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가족여행을 통해서 우리 가족만의 행복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괌 여행을 추억하며 우리 가족은 일상 속에서 행복을 느낄 것이다. 타인의 행복을 흉내 내지 말고, 우리의 행복을 만들자.

 

8.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어요.

  아내는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지고 있다. 사실 여행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하는 일을 나는 잘하지 못한다. 괌에 여행오는 것 조차 나는 걱정꺼리였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고, 미국이라는 나라는 총기소유가 합법이 나라이다. 혹시, 사고라도 일어나면 어떻하나?? 반면, 아내는 괌 여행을 고대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3박 4일 간의 괌 여행을 즐겁게 보냈다. 그래 아내는 내가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애내의 능력을 인정하자. 그럼 나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그림과 인생을 음미할 수 있는 글들이 어우러진 책이다. 괌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단숨에 읽었다. 여행지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삶에 새로운 생각을 더하는 일이다. 괌 여행이라는 낮선 일상을 책이라는 새로운 생각을 더하며 나의 행복을 만들어간다. 새로운 여행을 한다면, 나는 어떠한 책과 함께할까? 일상이라는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책들을 골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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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맥주 여행 - 맥주에 취한 세계사
백경학 지음 / 글항아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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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주는 빨리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 저급 술이다. 반면 와인은 향을 음미할 수 있는 최고급 술이다." 와인을 마시며 친구가 내뱉었던 말이다.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값싼 서민주 소주는 이슬람의 '증류기술'이 발달하며서 만들어진 매우 과학적인 술이다. '소주'를 비하하는 친구에게 한마디 반박을 해주고 싶었지만, 술에 대한 나의 철학이 일천해서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 우리에게 서민주 '소주'가 있다면, 서양의 서민주는 '맥주'가 있다.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더운 날, 운동을 하고 마시는 맥주의 상쾌함을 웃음 가득한 얼굴로 표현한다. '맥주'와 '소주'가 '최고급 술 와인'과 다른 그 만의 독특한 역사를 알고 싶었다. 이번 가족여행을 무더운 '괌'으로 간다. 무더운 괌에서 한잔의 맥주를 음미해보자. 그리고 '유럽 맥주 여행'을 읽으며 서민을 위한 술의 가치를 생각해보자.

 

 

1. 좋은 술이란 무엇일까?

  맥주와 포도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 책에는 맥주가 서민주가 된 이유를 제조하기 쉬우면서 값싼 술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포도를 생산하기 위해서 수많은 손길이 이뤄져야하며, 포도주 제조 또한 어렵다한다. 그러기에 귀족의 술이 될 수 밖에 없다. 귀족들의 사치와 함께 이루어진 포조주의 역사보다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한 맥주의 역사 중에서 어느 역사가 더 우리에게 가치있을까? 두개의 역사 모두가 우리에게는 소중하겠지만, 나의 가슴에는 다르게 다가온다.

  괌에 도착해서 PIC 호텔 뷔페에서 식사를 했다. 포도주와 맥주를 마음껏 먹을 수 있었고, 아내에게 포도주를 마시겠냐고 물었다. 달콤한 포도주를 마시겠다기에 아내와 포도주잔을 부딪치며 잔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내 아내의 품평은 포도주가 맛없다는 악평이었다. 나의 입에도 포도주는 씁쓸음했다. 포도주스의 달콤함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포도주는 쓰디쓴 술중에 하나일 뿐이다. 평생을 서민으로 살아온 나에게는 귀족의 술이었던 포도주가 맞지 않았다.

  다음날 뷔페에서 전날의 경험을 교훈삼아 맥주를 기울였다. 행복한 여행을 기원하며 세아이들은 음료수를 들었고, 나와 아내는 맥주잔을 높이 들었다. 괌은 건기라서 생각보다 덥지 않았다.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 처럼 좋았다. 무덥지 않은 날씨인데도 맥주는 우리가족 여행에 잘 어울렸다. 괌 여행 마지막날 밤에도 맥주를 기울였다. 서민들과 애환을 같이한 술이기에 우리부부에게는 포도주보다 맥주가 더 시원하게 다가왔다. 좋은 술이란 얼마나 비싼 술인가가 아니다. 좋은 술이란 보다 높은 지위에 있었던 사람들이 마신 술이어야할 필요가 없다. 여행의 피로를 풀고,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윤활류 역활을 해주는 술이 진정 좋은 술이다.

 

2. 맥주가 모유의 대체품이었을까?

  저자 박경학의 맥주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저자가 뮌헨에 있을 때, 뮌헨의 추위를 이기려 온가족이 맥주를 마셨다고 한다. 나는 어린 딸아이도 맥주를 시음했다는 말에 아연질색을 했다. 어린아이에게 술을 마시게하다니 이게 말이되는가? 맥주의 역사를 알면 더욱 이해되지 안는 유럽의 문화에 직면하게 된다. 독일에서는 근대 초기 모유 대체품으로 맥주를 먹였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저녁 식사때 아이들에게 와인 반잔을 먹인다고 한다. 술에 대해서 이렇게 관대(?)할 수가 있을까?  특히, 알콜은 아이의 뇌발달에게 악영향을 준다. 임산부의 흡연과 음주는 태아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주기에 술 반잔도 마셔서는 안된다. 또한 어린 아이들도 알콜을 가까이해서는 안된다.

  이것이 나의 편견일까? 아니면 우리나라 처럼 좋은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라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해야할까? 유럽의 물에는 석회질이 많이 섞여있기에 물보다는 도수가 낮은 맥주를 마시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석회질이 많은 물을 마시다보면, 석회질이 다리에 쌓여 나이가 들면 코끼리 다리가 된다고 한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 젊어서부터 열심히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괌도 역시 물에 석회질이 많다. 가이드는 양치질을 할때도 물을 사서 한다고 한다. 석회질이 몸에 침전되면 나이들어 고생할 수도 있기에 되도록 석회질의 물을 마시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이런점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행복하다. 마음껏 물을 마시고, 석회질이 몸에 쌓이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말이다. 물론, 좋은 물이 흔하다보니 물을 너무 헤프게 쓰는 것도 우리의 현실이다.

  술문화도 그 나라의 자연환경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맥주한잔을 이울였다.

 

3. 의도의 순수성이 결과의 순수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의도는 순수했으나 결과가 좋지않아 난감한 살례가 있다. 반면에 의도는 불순했으나, 결과는 좋은 경우가 종종있다. 맥주의 역사에도 그러한 사례가 있다.

  중세 독일에서는 맥주를 마시고 맥주제조업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맥주 순수령'을 발표한다. 맥주에 불순물을 넣지 못하도록하는 좋은 법이다. 이를 통해서 인명피해를 예방하고 안전한 먹거리로서의 맥주를 만들겠다는 의도에서 제정되었다. 그러나 맥주 순수령은 다양한 맥주의 등장을 막았으며, 단일한 맥주가 등장하는 폐단을 만든다. 한제도가 순수한 의도에서 제정되었으나 결과는 불행했다.

  반면에, 독일제국의 팽창주의의 결과가 900만 칭다오 시민들의 자랑꺼리인 칭다오 맥주를 탄생시켰다. 1898년 3월 중국과 '자오저우만 조차 조약'을 맺어 독일은 칭다오를 식민지배한다. 독일 사람이 영국 상인과 합작해서 1903년 '로망맥주칭다오주식회사'를 세우고 독일의 생산 설비와 원재료를 들여와서 칭다오 맥주를 만들었다. 지금도 칭다오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칭다오 맥주가 독일의 중국침략의 산물이라고 말하면 다들 놀란다. 의도는 매우 불순했으나 결과 중에는 좋은 것도 있다. 그렇다면 좋은 결과가 불순한 의도를 합리화해줄 수 있을까?

  의도의 순수성과 결과의 불순함, 의도의 불순함과 결과의 행복함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할까? 의도의 순수성을 안다면, 결과의 불순함을 다소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좋은 결과라해서 순수한 의도를 합리화할 수는 없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일제 식민지배가 축복'이었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결과만 좋으면 의도의 불순함은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일제 식민지배로 우리가 근대화되었다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을 뿐더러, 식민지배가 노예 근성을 주입시킨 결과가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의 '식민 지배가 축복'이었다는 주장으로 나오지 않았는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괌의 원주민들은 어떠한 삶을 살고 있을까?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거쳐, 지금은 미국의 일부가 되어버린 '괌'!! 그 땀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 의도의 불순함이 결과의 행복함을 가져왔을까?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괌의 원주민들에게는 많은 연금이 나온다한다. 아이를 낳을 때마다 많은 돈이 더 나오기에 원주민들은 기본이 4명의 자녀를 두고, 많이 낳으면 10명을 낳는다고 한다. 그 자녀들이 열심히 공부한다면 괌의 명문 초등학교에 다닐 수 있고 더 열심히 공부한다면 카톨릭 계통의 명문 사립 중고등학교에 진학 할 수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예는 찾아볼 수 없다고 단언한다. 평생을 놀고 먹을 수 있는 연금이 주어지기에 원주민들은 열심히 공부하려하지 않는다. 또한 열심히 일하려하지 않는다. 열심히 땀을 흘려서 돈을 버는 사실이 발각되면 평생 연금이 나오지 않는다. 그 결과 원주민들은 게흘러지고, 당료병을 비롯한 성인병에 시달리고 있다. 가이드는 이것이 '민족 말살정책'이라 단언했다. 이들은 연금이 끊긴다면 단숨에 사회의 부랑아로 전락해서 미국사회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의도가 순수하지만, 결과가 불행한지, 의도도 불순해고 결과도 불행한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괌 원주민의 미래는 밝아보이지 않는다.

 

4. 맥주! 독일의 역사를 관통하다.

  '맥주'라고 하면, 독일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물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신다는 독일인의 맥주사랑은 대단한다. 독일의 역사를 관통하는 독일 맥주사를 살펴보자.

  독일에도 지역감정이 있다는 사실을아는가?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는 지역감정이 없을 것이라는 선입관을 갖기 쉽다. 지역감정은 후진국에서는 볼 수 있는 퇴물이라는 나의 선입관은 독일의 지역감정을 살펴보면서 무참히도 깨졌다. 베를린과 하너버를 중심으로한 지역과 뮌헨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의 지역감정은 대단하다. 베를린과 하너버는 프로이센 제국의 중심지였으며, 뮌헨은 바이에른 제국의 중심지였다. 재미 있는 것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맥주에도 아로새겨져있다는 사실이다. 맥주 종가를 자처하는 북독일과 맥주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남독일의 자존심싸움이 있으며, 이러한 지역감정은 축구응원에서도 엿보인다. 서로를 '프로이센 돼지'와 '바이에른 촌뜨기'라고 놀리는 모습은 애교스럽기까지하다. 독일에 가서는 축구이야기 뿐만 아니라, 맥주를 마실때에도 조심해야한다. 독일에 가서는 그 고장의 맥주를 마셔야 그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마실 수 있다. 신선한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는 맥주공장의 그림자가 비치는 곳에서 마셔야한다는 독일의 격언을 다시한번 떠올린다.

  루터가 양조사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아는가? 42세의 루터가 전직 수녀인 카타리나 폰 보라와 결혼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잘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수녀원에서 맥주를 빚는 일을 담당했다. 그녀는 루터와 결혼해서 6명의 자녀와 여러 명의 조카, 심지어 루터 친구의 자녀까지 돌보았으며, 손님의 식사와 빨래, 돼지치기, 곡식 경작 등의 다양한 일들을 해야했다. 그러면서 루터의 현실적 지지자 역할을 했다. 루터는 일명 '등처가'였다. 그래서 루터는 결혼을 예찬했다.

 

  "거룩한 결혼 생활은 하는님의 말씀 다음으로 귀한 보물이다. 경건하고 쾌활하며 하느님을 경외하고 가정을 잘 관리하는 아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하느님의 선물이다. 그런 아내와 함게라면 평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며 그런 아내에게는 당신의 재산과 몸과 삶을 맡길 수 있을 것이다."

 

  등처가 루터에게 카타리나 폰 보라가 없었다면 그의 삶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그리고 인생에서 그토론 행복한 시간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카타리나의 희생이 루터를 살렸으며, 독일을 살렸다. 만약 당신이라면, 카타리나 폰 보라와 같은 삶을 살 수 있겠는가?

  히틀러가 선동적인 연설을 했던 곳이 맥줏집 '호프브로이하우스'라는 사실을 아는가? 1923년 맥줏집에서 폭동을 일으키다 실패한 사실을 책에서 읽었을 때는 그저 웃음만 나왔다. 그러나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히틀러가 맥줏집에서 연설을 하고 폭동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맥주가 독일인들의 삶과는 떼 놓을 수 없는 국민 음료였기 때문이다. 맥줏집에서 사람들과 만나서 토론하고, 일상의 스트래스를 푼다. 이러한 맥줏집을 히틀러는 잘 이해하고 있었고 자신의 야심의 발판으로 맥줏집을 이용했다. 맥주에는 독일인의 자존심과 역사와 문화가 녹아 있었다.

 

5. 맥주의 아들 셰익스피어의 삶

  셰익스피어의 아버지 직업이 무엇인지 아는가? 셰익스피어의 아버지는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가죽제품 제조업자에서 맥주 시음관을 거쳐서 시장이 되었다.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시장이 되어서는 맥주를 관리하고 유랑극단 공연을 유치하는 일에 힘을 기울였다. 셰익스피어의 삶과 맥주를 떼어 놓을 수 없는 셈이다. 셰익스피어의 아버지 존 셰익스피어의 삶을 보면,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극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눈에 들어온다. 존 셰익스피어가 시장이 되어서 유랑극단 공연을 유치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러한 과정에서 셰익스피어는 연극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이루어졌을 것이라 판단할 수 있다. 가방끈이 짧은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작품을 썼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명문 귀족 중에서 누군가가 대신 섰을 것이라 음모론을 주장한다. 가방끈이 길어야 위대해질 수 있다는 소위 '엘리트주의'가 만들어낸 허상이다. 학교나 책에서 배우는 죽은 지식이 아닌, 현장에서 살아있는 지식을 습득한 사람이 보다 위대해 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고 있다.

  셰익스피어가 원조 기러기 아빠라는 사실을 아는가? 셰익스피어는 여덜살 연상의 아내와 세자녀를 위해서 런던 조지인에서 열심히 연극대본을 쓰고 또 썼다. 자녀의 성공을 위해서 자녀와 아내를 타국에 유학보내는 지금과 달리, 셰익스피어는 자녀와 아내를 고향에 남겨두고, 런던에 와서 돈을 벌었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그때나 요즘이나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하는 기러기 아빠들은 무척 외로움에 맥주한잔을 기울이지 않았을까?

 

  3박4일의 괌여행이 끝날 즈음, '유럽 맥주 여행'을 다읽었다. 책을 덮으며 다시한번 '맥주' 혹은 '소주'와 같은 서민들의 술과, '와인' 같은 귀족들의 술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느 술이 가장 위대한 술일까? 이들 술 모두에는 각각의 역사와 문화가 아로 새겨져있다. 술에 새겨져 있는 역사와 문화가 그 술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을까? '맥주'와 '소주'가 서민들의 애환을 담고 그들과 함께 희노애락을 같이 느끼며 살아왔다면, '맥주'와 '소주'가 '와인'보다 더 가치있는 술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와인'도 대중화하고 있다. '귀족의 술'에서 '일반 대중'의 술로 변화하고 있다. 귀족의 술에서 대중의 술로 와인이 변화한다면, 일반 대중의 삶의 애환을 담는다면 '와인'도 보다 가치있는 술로 상승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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