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전영애.박광자 옮김 / 청미래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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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아빠가 프랑스 대혁명에 관한 책을 읽고 이야기해 주었잖아. 그 책을 읽고 나서 문득 예전에 사 두고 읽지 않은 책 한 권이 생각났단다. 마리 앙투아네트에 관한 책.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라는 책이란다. 슈테판 츠바이크라고 하면, 아빠가 아주 오래 전에 재미있게 읽은 <광기와 우연의 역사>라는 책의 지은이란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1881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독일에게 오스트리아가 합병된 뒤 망명생활을 전전긍긍하다 안타깝게도 1942년 우울증으로 부인과 함께 동반자살을 했다고 하는구나. 그의 삶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지만, 그는 많은 책들을 남겨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단다. 그가 산 시기를 보면 세계 대전으로 온 세계가 혼란에 빠져 있던 시기였을 텐데, 그리 많은 작품을 남긴 것을 보면 천재가 아니었나 싶구나. 그가 쓴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를 읽으면서, 프랑스 대혁명 책 읽기의 에필로그를 대신하였단다.


1.

막스 갈로의 <프랑스 대혁명>을 이야기하면서 마리 앙투아네트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했으니까 마리 앙투아네트가 어떤 사람이란 건 대충 알고 있지? 오스트리아 황녀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해서 살았다면 장수하면서 좀더 행복하게 살았을 텐데, 오히려 오스트리아 황녀라는 자리 때문에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한 마리 앙투아네트. 남의 삶을 살다가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것을 보니,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단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리 앙투아네트에 감정이입을 해서 책을 읽다 보니, 짠해더구나. 특히 아이들을 남겨두고 단두대를 향할 때 적은 편지를 볼 때는 더욱 그랬어. , 그럼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오스트리아 여왕이었던 마리아 테레지아의 막내딸인 마리 앙투아네트는 막내딸답게 약간은 철부지였다고 하는구나. 영리하기는 하지만, 공부보다 노는 것을 좋아했대. 귀여운 막내딸이니 하고 싶은 것 하게 두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런 마리는 15살 어린 나이에 정략결혼으로 프랑스 루이 16세와 결혼하여 프랑스로 오게 된단다. 15살이면 무척 어린 나이인데 가족과 떨어져 프랑스와 왔으니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것도 남들의 시선을 잔뜩 받는 왕세자비였으니 말이야. 남편인 루이 16세는 한 살 많은 16살이었으니 마음이 잘 맞는 친구가 될 수도 있었으나, 루이 16세는 마리와 함께 하는 것보다 사냥 등 자신의 놀거리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결혼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아이가 없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루이 16세의 신체적 문제가 좀 있었다고 하는구나. 결혼하고 나서 7년이 지난 다음, 외과 시술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야 아이 낳는 것에 성공했단다.

아무튼 그것은 나중 이야기이고, 결혼 직후 신혼 시절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생활을 잠시 이야기를 해줄게.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겉으로는 금슬 좋은 부부로 보였지만, 금슬이 좋다기보다 서로 맞는 것이 없어서 각자 놀다 보니 부부싸움 같은 것이 없었다고 해야 맞지 않을까 싶구나. 지은이 슈테판 츠바이크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세의 다른 점을 이야기하면서 그 어떤 소설가도 이런 설정이 어렵다고 이야기했단다. 그러니까 소설 속에서도 이런 부부를 이야기하면 독자들이 억지 설정이라고 했을 것이라는 거지. 그들이 정략결혼이 아니라면 절대 같이 살 수 없는 그런 부부였던 거야. 좀 내용이 길지만, 이 글을 읽어보면 이들 부부를 이해하는데 좀더 도움이 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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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극단적일 정도로 서로 다른 이 부부보다 성격학적으로 더 날카로운 대조를 이루는 부부를 만들기란 어떤 소설가라도 불가능할 것이다. 신경의 맨 끝, 피의 리듬, 기질의 말초적 진동에 이르기까지 함스부르크가의 마리 앙투아네트와 부르봉가의 루이 16세는 성격과 특징 모두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안티테제를 보여준다. 한쪽은 무거운데 다른 한쪽은 가볍고, 한쪽은 비둔한데 다른 한쪽은 나긋나긋하고, 한쪽은 곰팡내가 나는데 다른 한쪽은 거품처럼 끓어오르고, 한쪽은 무신경한데 다른 한쪽은 파르르 떨도록 신경이 예민했다. 정신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남편은 우유부단한데 아내는 너무 성급하게 결단을 내리고, 남편은 신앙심이 투철하고 독신자인 체했으나 아내는 쾌활하고 세속적이고, 남편은 겸손하고 겸허하되 아내는 애교 만점에 오만하고, 남편은 현학적이나 아내는 경박하고, 남편은 검약하나 아내는 낭비벽이 심하고, 남편은 지나치게 근엄한 반면 아내는 절도 없이 놀기를 좋아하고, 남편은 묵직한 바도 속에 깊은 흐름이라면 아내는 물거품이요 춤추는 파도였다. 남편은 혼자 있을 때가 제일 편한데 아내는 언제나 시끌벅적한 무리들의 한가운데 있었다. 남편은 동물적으로 둔감함으로써 안락하게 많이 먹고 독한 술을 마시기를 좋아했으나 아내는 술에는 손도 대지 않고 음식은 아주 조금, 얼른 먹어치웠다. 남편의 본령은 잠에 있었고, 아내의 본령은 춤에 있었다. 남편의 세계는 낮이고, 아내의 세계는 밤이었다. 따라서 이 부부의 생활 시계 바늘은 해와 달처럼 서로 반대되는 방향으로 돌고 있었다. 루이 16세가 잠자리에 드는 밤 11시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제대로 타오르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오늘은 오락실로 내일은 무도회로 모레는 또 다른 곳으로, 남편이 아침에 일어나 몇 시간이고 사냥을 하며 돌아다닐 때 그녀는 겨우 침상에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습관, 취향, 하루 일과 어느 한 가지도 공통되는 것이 없었다. 실제로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세는 그들 생의 대부분을 따로 살았다. 거의 언제가 잠자리를 따로 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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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가 결혼했을 때는 루이 16세의 할아버지 루이 15세가 왕이었단다. 루이 16세의 아버지도 있었지만, 얼마 안 있다가 돌아가시고, 루이 16세는 왕위 상속 1순위가 되었단다. 루이 15세에게는 애첩 마담 뒤바리가 있었는데, 우리 15세의 세 딸들과 사이가 안 좋았어. 아버지의 젊은 애첩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게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 루이 15세의 세 딸들은 조카 며느리인 마리를 이용하여 마담 뒤바리를 공격했어. 어린 마리는 고모들의 계략이 넘어가서 마담 뒤바리를 헐뜯는데 활약하게 된단다. 이 일은 문제가 크게 났었나 봐. 오스트리아에 있는 마리의 엄마 마리아 테레지아의 귀에까지 들어가고, 마리아 테리지아가 손을 써서 이 사태를 수습하게 되었으니 말이야.


2.

세월은 나이 든 루이 15세를 데리고 갔고, 루이 16세가 드디어 왕위에 올랐단다. 루이 15세가 정치를 잘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가 죽고 나서 많은 백성들이 그의 죽음을 기뻐했고, 새로운, 거기에 젊기까지 한 왕에 대한 기대감으로 루이 16세를 환호했단다. 오래 가지 못했지만 말이야. 그것에는 마리 앙투아네트도 한몫을 했단다. 이제 왕비가 된 마리는 왕비에 걸맞는 품격을 지켰으면 좋았겠지만, 결혼 전부터, 왕세자비부터 해오던 생활 그대로 노는 것 좋아하고 사치가 잘못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 없는 듯 생활했단다. 옷에 꾸미기에 정성을 다하고, 머리 치장에 정성을 다하고, 장신구에 정성을 다하는 생활이었지궁전 밖에 백성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관심도 없었고, 알지도 못했어. 그런 마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마리 앙투아네트는 자신이 은신할 수 있는, 정확히 이야기하면 숨어서 마음껏 놀 수 있는 성을 달라고 루이 16세에게 요청을 했어. 그래서 루이 16세는 크리아농 성을 마리에게 주었고, 마리는 그곳에서 가장무도회를 여는 등 신나게 놀았어. 마리는 트리아농 성에는 밤 늦게까지 놀다가 새벽에 궁전으로 돌아가고 했다는구나. 결혼한지 오래되었는데 제대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해서 더욱 놀이와 사치에 빠져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단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결혼 생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오스트리아에서 마리의 오빠 요제프2세가 찾아왔단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우호를 다지기 위한 방문으로 알려졌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들이 있었어. 루이 16세의 결혼생활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첫 번째였고, 엄마 마리아 테레지아의 지시에 따라 마리 앙투아네트를 훈육하려는 것이 두 번째였어. 루이 16세와 남자 대 남자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의 문제점을 알게 되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외과적 시술로 루이 16세의 문제점을 해결하도록 도와주었단다. 그리고 드디어 마리와 결혼 7년만에 사랑을 나누게 되고, 아이도 갖게 되었단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멀리 있는 엄마로부터 조언과 충고를 받았지만, 그가 좋아하는 사교 모임을 그만둘 수 없었어. 심지어 연극 배우로 연극도 참여했단다. 평범한 연극이라면 모르겠는데, 루이 16세를 조롱하는 희극 <세빌리아의 이발사>라는 연극에서 하녀 역할을 했어. 마리 앙투아네트는 점점 백성들의 눈밖에 났단다. 그리고 그들의 어려운 삶이 모두 오스트리아에서 온 마리 앙투아네트의 탓으로 돌렸어. 국민밉상이 되어 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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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밉상에 되는데 더 불을 붙인 사건이 있었으니, 일명 목걸이 사건이었단다. 라모트 백작 부인의 사기극으로 판명이 나서, 마리 앙투아네트 피해자였지만, 백성들은 마리 편을 들지 않았어. 그 사건의 내막을 간단히 이야기하면 이렇단다. 라모트 백작 부인은 로앙 추기경을 속여 자신이 왕비 마리 앙투어네트의 심부름을 한다고 하면서, 로앙 추기경에게 목걸이를 원한다고 이야기했어. 로앙 추기경이 값비싼 목걸이를 라모트 백작 부인에게 건네주었는데, 그것은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뇌물로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마리 앙투아네트는 전혀 모르고 있는 일이었지. 중간에서 라모트 백작 부인이 꿀꺽 한 것이었어. 나중에 이 사건이 드러나면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게 밝혀졌고, 라모트 백작 부인은 종신형을 받게 되었단다. 그런데 라모트 백작 부인은 감옥을 탈출하게 되고, 왕비를 중상모략 하였고, 민중들은 이 말을 믿게 되었단다. 그래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더욱 미움을 받는 사람이 되었단다.

이때 프랑스는 나라 빚이 엄청나게 많았고, 그로 인해 백성들이 내야 하는 세금은 계속 오르고 있었고, 물가도 가파르게 올라 빵조차 사먹지 못해 굶어 죽는 사람들이 많았단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을 사먹지 못하면 케이크를 사먹으면 된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구나. 아무튼 당시 프랑스 국민들은 이 모든 것들이 왕비의 낭비 탓이라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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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245)

민중이라는 불가해한 존재는 사물을 의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사물을 단지 인간으로 환원해서 생각하는 사고력만을 가진 것이다. 민중의 이해력으로서는 결코 개념을 파악할 수 없다. 다만 인간의 모습을 확실히 알 수 있을 뿐이다. 프랑스 백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어디에선가 자기들에게 부정을 저지르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들은 오랫동안 복종하고 굴종하면서 보다 좋은 시대가 오리라는 것을 믿으며 기다렸다. 새로운 루이가 왕위에 오를 때마다 깃발을 흔들었고, 영주와 교회에 공손히 세금을 바치며 부역을 해왔다. 그러나 허리를 낮게 구부리면 구부릴수록 압박은 가혹해졌고, 세금은 더욱 더 탐욕스럽게 그들의 피를 빨았다. 프랑스는 넉넉한 땅이었으나 곡물창고는 텅텅 비었고 소작인은 가난의 밑바닥에서 허덕였다. 유럽에서 가장 비옥한 땅과 아름다운 하늘을 누리면서도 끼니를 거르는 판이었다.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만 했다. 빵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진탕 먹는 자가 있기 때문이며, 의무에 목이 졸리는 사람이 있는 것은 권리를 독차지하는 자가 있기 때문이다. 명철한 사고와 탐구에 앞서 나타나기 마련인 어렴풋한 불안이 점차 온 나라를 휩쓸기 시작했다. 볼테르, 루소와 같은 인물에 의해서 잠을 깬 시민계급은 스스로의 힘으로 판단하고, 비판하고, 독서하고, 저작하고, 의지와 소통을 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무서운 폭풍에 앞서 번갯불이 번쩍였다. 부농의 집은 약탈을 당했고, 영주는 압력을 받았다. 거대한 불만이 오래 전부터 먹구름처럼 온 나라를 뒤덮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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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리도 나라의 사태가 엉망이라는 것을 인식을 했는지, 유능하다고 하는 네케르를 재무부 장관으로 고용했어. 한번 고용을 했다면 그를 믿었어야 했지만, 오래 가지 못해서 그를 다시 해임시켰단다. 네케르가 그나마 백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던 사람인데, 그마저 다시 자르니,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격이었지. 민중은 더 이상 참지 않고, 행동을 보여주었단다.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여 프랑스 대혁명의 불꽃을 일으켰단다.

때는 1789 7 14. 이 일이 있고 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왕과 왕비의 곁을 떠났단다. 그 중에 남은 이가 파르센이라는 사람인데, 그가 남은 이유는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때문이었단다. 파르센은 스웨덴 귀족이었는데, 오래 전 가장무도회에서 마리 앙투아네트가 왕세자비 시절에 처음 만났었는데, 사실 그 때 둘은 첫눈에 반했었단다. 서로의 직위 때문에 사랑을 하지 못했지만 말이야. 파르센은 마리 앙투아네트를 잊지 위해 프랑스를 떠났지만, 세 번이나 다시 돌아왔고, 이번에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지키기 위해 다시 프랑스에 왔다고 하는구나.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한 민중은 베르사유 궁전으로 가서 시위를 했어. 마음 약해빠진 왕을 노리면서 시위대 대부분을 여자들 또는 여자로 위장한 남자들로 했어. 루이 16세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단다. 그런 와중에 반대 진영에 있던 미라보라는 사람이 접근을 해왔어. 자신이 다시 권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면서 말이야. 구체적인 계획도 있었어. 하지만, 그가 갑자기 죽는 바람에 무위로 돌아갔단다. 이제 더욱 선택지는 줄어들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몰래 탈출 계획을 세웠단다. 이 일은 가장 믿을만한 사람 파르센을 시켰어. 하지만, 국경을 넘기 직전인 바렌이라는 지역에서 그만 발각이 되어, 다시 파리로 강제소환 되었단다.

이런 어려움을 겪고 나서야 마리 앙투아네트는 드디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왕비 같은 모습을 보였어. 그녀 몸 속에 숨어 있던 엄마 마리아 테레지아의 피가 흐르는 듯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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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321)

불행과 함께 이 특별한 여자의 내부에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불행이 성격을 바꾸어놓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불행 때문에 새로운 성격이 생기지는 않는다. 오래 전부터 있어온 싹을 불행이 꽃피우게 한 것일 뿐이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현명해지고, 활동이 왕성해지고, 활발해진 것은 마지막 고통스런 해에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해이다. 모든 것이 이미 싹으로 영혼의 은밀한 한구석에 숨어 있었고, 감각의 유치한 도박성 한구석에는 전혀 다른 반쪽이 그 대가로 남아 있었다. 그녀는 지금껏 인생을 가지고 장난 전혀 애쓸 필요가 없었다 만 해왔다. 인생과 맞서서 싸울 필요도 전혀 없었다. 그러다가 강한 자극을 받자 모든 에너지가 총동원된 것이다. 생각해야 할 때가 오자 마리 앙투아네트는 처음으로 생각하고 숙고하게 되었다. 또 일을 해야만 할 때는 일을 했다. 우월한 위치에서 비참해 보이지 않으려면 운명적으로 커지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녀는 점점 더 성숙해졌다. 내적, 외적 생활에서의 완전한 변모가 튈르리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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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많이 늦었단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왕비로서 품격을 찾으려고 할 때 더 이상 왕비가 아니었으니까 말이야. 루이 16세마저 죽음을 앞두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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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

일생 동안 왕을 뒤따라다녔던 완전한 무감각이 이 절박한 최후의 순간에는 시련을 겪는 그에게 도움이 되었다. 견디기 어려운 무신경이 결정적인 순간에 루이 16세에게 어떤 도덕적인 위대함을 부여했다. 그는 공포감도 흥분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옆 방에 있던 4명의 시 위원은 단 한번도 그가 소리 높여 흐느끼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듣지 못했다. 가엾고 연약한 남자에 불과한 위엄 없는 왕은 가족들과의 이별 장면에서는 그의 온 생애를 통해서 보여주지 못했던 힘과 위엄을 보여주었다. 사형 선고를 받은 그는 10시에 여느 날처럼 조용히 의자에서 일어나 가족에게 이젠 올라가라는 손짓을 했다. 꺾을 수 없는 그의 의사에 마리 앙투아네트는 감히 싫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7시에 그녀에게 가겠노라고 그가 거짓말까지 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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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도 드디어 마리 앙투아네트의 심판일. 여러 가지 혐의가 있었는데, 루이 16세를 타락시켰다거나 백성을 기만했다는 등 입증하기 어려운 것이었고, 국고 낭비, 오스트리아와 결탁 등에 대한 내용도 있었지만, 이런 것들도 그 당시까지만 해도 증거가 없고 심증만 있었다고 하는구나. 다른 사람이 된 마리 앙투아네트는 자신의 변호를 직접 했다는구나. 검찰 측에서도 제대로 된 증거를 내놓지 못했지만, 결국 마리 앙투아네트는 유죄 선고를 받고 처형을 당하게 된단다. 마리가 죽기 전 시누이에게 남긴 편지가 있는데, 이 편지를 읽다 보면 남긴 자식들에 대한 어머니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더구나. 부모의 마음은 시대와 장소를 따지지 않는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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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는 사람은 모두 그렇겠지만, 나는 극히 평온합니다. 불쌍한 아이들을 남기고 가는 것이 정말이지 마음에 걸리는군요.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아이들만을 위해서 살아왔습니다. 심지가 곧고 마음씨가 좋은 시누, 당신을 위해서도 나는 살아왔습니다. 우리와 함께 지내려는 다정한 마음씨로 모든 것을 희생해온 당신을 남겨두고 떠나게 되나니! 재판의 변론을 통해서 나는 내 딸이 당신과 떨어져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습니다. , 불쌍한 어린 것! 그 아이한테는 편지를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쓰더라도 전해주지 않을 테니까요. 이 편지가 당신에게 전해질지조차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나의 이 편지에 의한 축복을 전해주세요. 아이들이 자란 뒤에 당신을 만나 당신의 착한 마음씨를 접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자기 주장을 지키고 의무를 다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 곧은 심지를 가지고 신뢰하고 화합하면 행복해지리라는 것을 가르쳐주세요. 딸은 연상이므로 누나로서 풍부한 경험과 아름다움 마음씨로 동생에게 충고를 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들은 누나에게 우정에서 우러나오는 염려와 봉사의 태도를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두 아이가 어떤 처지에 놓이더라도 서로 도우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음을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이 우리를 본보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괴로움 가운데에서도 우리들의 우정은 얼마나 많은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행복이란 친구와 함께 그것을 나누어 가질 때 배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가족 말고 어디에서 아름답고 내적인 친구를 구할 수 있겠습니까? 아들이 아버지의 마지막 말을 절대로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훗날을 경계하기 위해서 되풀이하면, 우리들이 죽음에 복수할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말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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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로 슈테판 츠바이크의 <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이야기를 마치련다. 읽기 전에 책이 두껍고 해서, 어려우면 어쩌나 걱정을 좀 했는데, 지은이 슈테판 츠바이크의 글솜씨가 좋아서인지, 옮긴이님들이 번역을 잘 해주셔서인지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그리고 먼저 읽은 <프랑스 대혁명> <이야기 프랑스사>도 이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되었단다. 관련된 책들을 같이 읽는 것이 역시 도움이 되는구나. 연관된 책들이 있다면 같이 읽어봐야겠구나. 아참, 그리고 슈테판 츠바이크의 다른 책들도 찾아서 또 읽어봐야겠구나.


PS:

책의 첫 문장 :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마치 검사와 변호사가 서로 상반되는 주장으로 팽팽하게 맞서 싸우며 100년이나 끌어온 소송을 속개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책의 끝 문장 : 반쯤 썩은 스타킹 대님을 보고 사람들은 무서움에 떨며 젖은 흙 속에서 찾아낸 한 줌의 그 하얀 먼지가 그들의 시대에 우아와 세련의 여신이었으며, 이후에는 모든 고뇌에 괴로워하도록 선택되었던 왕비의 최후의 흔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맨 처음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마리 앙투아네트 내부의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인간성은 결혼으로 인해서 접하게 된 주위 세계의 부자연스러움에 항거했다. 무거운 스커트 버팀쇠와 답답한 코르셋으로 대표되는 부자연스러운 장중함에 항거하여 싸웠다. 마음이 가볍고 매인 곳 없는 빈 여인은 수천 개의 창문이 달린 장엄한 베르사유 궁전에서 언제까지나 자신을 이방인으로 느끼고 있었다.- P59

이제 먹구름이 갈라졌다. 팸플릿이나 논쟁서가 비처럼, 우박처럼 쏟아지고 문서와 청원이 홍수처럼 넘쳐흘렀다. 프랑스에서 이처럼 시끄럽게 거론되고, 쓰이고, 입에 오른 사건은 일찍이 그 예가 없었다. 인민은 눈을 뜨기 시작했다. 미국 독립전쟁에서 돌아온 지원병들은 궁정도, 국왕도, 귀족도 없고 시민만이 있는 나라, 완전한 평등과 자유가 지배하는 민주주의적인 나라에 관한 이야기를 무지몽매한 마을에까지 돌아다니며 퍼뜨렸다. 그리고 루소의 <사회계약론> 속에는 이미 뚜렷이, 볼테르나 디드로의 저작 속에는 보다 미묘하고 은밀한 필치로, 왕정이 결코 신의 뜻에 의한 한 한의 정치 체제도 아니며, 현존하는 최상의 것도 아니라고 쓰여 있었다.246- P248

그뒤의 나날은 불멸의 문자로 세계사에 새겨져 있었다. 단 한 권의 책만은 그렇지 않은데, 그것은 불행하게도 둔감하기 짝이 없는 루이 16세, 그가 썼던 일기장이다. 그 일기장의 7월 11일의 대목에는 "아무 일도 없음. 네케르 씨 출발"이라고만 적혀 있을 뿐이며, 국왕의 권력을 결정적으로 때려부순 바스티유 감옥의 습격이 일어났던 7월 14일 역시 똑 같은 비극적인 언어, "아무 일도 없음"이라고만 적혀 있다.- P261

그러나 혁명은 자꾸 앞으로만 달려가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혁명이란 밀려오는 흐름과도 같은 것이므로 정체는 재앙이며, 후퇴는 종말이기 때문이다. 혁명은 자기 주장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더 많이 자꾸 요구하게 된다. 그리고 패배하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적으로 공격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휴식 없는 행군의 북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는 것이 신문이었다. 혁명의 아이들, 혁명의 골목대장들은 주저 없이 대열의 앞에 섰다. 펜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자유라는 말을 휘둘렀고 난폭하고 무절제했다.- P298

"우리는 지금 고통을 당하고 괴로워하고 있지만 적어도 우리 아이들만이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것이 유일한 소망입니다." 아이들과 관련된 생각만이 마리 앙투아네트를 "행복’이라는 단어와 연결시켜주는 유일한 다리였다. "내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두 아이들을 통해서일 뿐입니다."라고 그녀는 한탄했다. 그러고 또다른 편지에는 "너무나 슬플 때면 나는 작은 아이를 불러옵니다."라고 썼다. "하루 종일 혼자였습니다. 아이들만이 유일한 위안거리입니다. 아이들을 될 수 있는 대로 오래 내 곁에 두고 싶습니다."-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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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1 09: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 다섯개군요 ㅎㅎ 두께 때문에 안샀는데, 가야겠군요 ^^ (우주점에 찜해놓음)

bookholic 2021-06-11 14:25   좋아요 3 | URL
제가 좀 후한 편인데요.. 이 책은 후하게 안 줘도 별 다섯..
그리고, 새파랑님도 좋아하시는 츠바이크 님 아닙니까..^^

그레이스 2021-06-11 11: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콩시에르쥬리에서 가이드하시는 분은 프랑스인들이 마리 앙투와네트를 좋아한다고 이야기 하시더라구요.^^
그 가이드 분도 좋아하시는 것 같았어요.

bookholic 2021-06-11 14:28   좋아요 4 | URL
그렇군요~~ 이 책을 읽다 보니, 불쌍하고 안쓰러운 면만 가득 있지, 미워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죽고 나서 다음 생을 살았다면 행복한 삶이었길...

바람돌이 2021-06-11 14: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집에 사놓고 안 읽은 책 중 하나! 책에 먼지 좀 털어내고 읽어야겠습니다. ^^

bookholic 2021-06-11 14:30   좋아요 4 | URL
저도 이번에 먼지 털고 읽었어요.^^
즐거운 독서 되시길....

mini74 2021-06-11 18: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큰아이는 5살에 한글 못 떼면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고 막내는 8살에 한글 몰라도 그것마저 귀엽다던데요. 그런 막내를 적국으로 시집보내는 부모마음도 안타까움과 걱정이 많았을 것같아요. 억울한 면이 많았지만 요즘은 그래도 많이 밝혀져서 다행인거 같아요 *^^*

bookholic 2021-06-12 07:3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라면 절대 못 보내죠~~^^
마리 앙투아네트의 엄마가 그리 냉정한 엄마였으니 왕까지 했겠죠?
문득 마리 앙투아네트의 엄마 마리아 테레지아에 관한 책도 있다면 읽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