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구원
에단 호크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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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는 인터넷 서점에서 책서핑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란다. 시간 내서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새책 향기를 맡으면서 책을 보는 것도 좋겠지만, 집에서 편히 앉아 인터넷 서점에서 책들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단다. 곧바로 다른 사람들의 평도 볼 수 있고, 관련된 책도 금방 찾아볼 수도 있고 말이지. 그렇게 인터넷 서점에서 책서핑하다가 지은이에 낯익은 이름이 보였단다. 작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 유명한 영화배우로 알고 있는 사람이었어. 에단 호크. 설마 동명이인인가, 싶어서 클릭해봤더니, 아빠가 알고 있는 그 영화배우더구나. 아빠가 고등학교 때 재미있게 본 <죽음 시인의 사회>에서 앳띤 모습으로 처음 본 에단 호크.. 어느덧 세월의 묻은 나이가 되어 있더구나. 그래도 꽤 멋져 보이는 외모.. 역시 영화배우라는 생각을 들게 하더구나. 그런데 그런 에단 호크가 책을 썼다고? 책 소개를 읽어보니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이미 여러 권을 썼다고 하는구나. 글쓰기에도 재능이 있는가 보구나. 책의 제목은 <완전한 구원>이란다.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감이 오질 않았는데, 읽어보니 연예계에 있을뻔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단다. 조연급 영화배우와 세계적인 록스타가 부부일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싶구나. 그럼 바로 책 이야기를 해줄게.

 

1.

주인공 윌리엄 하딩은 32살로 주연급 배우와 조연급 배우 사이 어딘가에 포지션을 잡고 있는 영화배우야. 윌리엄의 아내 메리는 세계적인 록스타로 윌리엄보다 훨씬 많은 인기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단다. 둘 사이에는 아들과 딸이 있어. 예전에는 둘이 뜨거운 사랑을 했겠지만, 지금은 그 사랑마저 식어서 별거 중이란다. 윌리엄은 남아공에서 영화촬영을 마치고 연극 준비를 위해 뉴욕으로 돌아왔단다. 그런데 얼마 전 남아공에서 어떤 여자와 바람을 핀 것이 기자한테 걸려서 신문에 실려서 난감한 상황으로 귀국을 했단다. 가뜩이나 아내와 사이가 안 좋은 시기에 이런 스캔들까지 퍼졌으니 이래저래 신경 쓰이겠구나.

그가 뉴욕에서 처음 하는 연극은 셰익스피어 원작의 <헨리 4>라는 연극인데, 주연은 아니고 비중 있는 조연을 받았단다. 주인공은 오스카 수상 이력이 있는 버질이라는 사람이야. 마지막 리허설까지 감독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버질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감독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어. 하지만 감독은 윌리엄을 따로 불러 칭찬을 해주었는데, 그렇게 목을 쓰다가는 일주일 공연을 마무리하지 못하니 조심하라고 했단다. 이 소설은 대형 연극이 어떤 식으로 준비되고, 어떤 식으로 열리는지 상세히 기술되어 있단다. 윌리엄의 스캔들은 당연히 아내 메리의 귀에도 들어갔어. 메리로부터 전화가 와서 윌리엄을 사과를 하려고 했지만, 차갑게 끊으면서 일단 만나자고 했어.

메리와 만남. 메리는 이혼 관련 이야기를 아주 냉정하게 했단다. 그러면서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고 했어. 연예계에서 결혼과 이혼은 보통 사람들보다 좀 쉬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윌리엄과 메리 같은 커플이 실제 있고, 그들이 이혼을 한다고 해도 크게 놀랄만한 소식은 아닐 거야. 지은이 에단 호크 자신도 그런 경력이 있으니, 그런 경험들이 이 소설 속에 녹아있지 않을까 싶구나.

….

그러나저러나 초연의 날이 밝았어. 다들 긴장했지만, 초연은 대성공이었단다. 언론에서는 연극과 배우들에 대한 비평이 쏟아졌지만, 윌리엄은 그런 비평 기사를 보지 않았단다. 연극 공연 기간 동안은 연극에 집중했어. 그가 연극 이외에 또 하나 집중하는 것은 아들과 딸이었단다. 비록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지만 아들과 딸에게만은 진심이었단다. 윌리엄은 여전히 아내와 재결합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자신의 연극에 아내가 와 주길 내심 바랬단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치고는 행동은 전혀 다르게 하더구나. 성에 대해서 개방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다른 여자와 잠도 말이야.

 

2.

첫 공연이 성공적인 공연이긴 했지만, 윌리엄은 배에 작은 상처를 입었단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공연을 했어. 이번 연극은 일주일에 여덟 번 공연하는 일정으로 육 개월 간 이어진단다. 하루에 두 번 공연이 이틀 있었고, 월요일은 쉬는 일정이었지. 그런데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한 상처가 염증이 나고 그대로 방치했다가 오렌지 만한 크기로 곪고 말았어. 고열까지 발생하여 윌리엄을 결국 병원에 갔단다. 의사는 곧바로 수술해도 하고 최고 2일은 쉬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러면 연극을 할 수 없게 되었어. 윌리엄을 반드시 공연을 해야 한다고 방법을 찾아달라고 했어. 방법은 한 가지. 마취 없이 수술하고 처치하면 바로 퇴원할 수 있다고 했단다. 연극을 위해 윌리엄은 마취 없이 그 고통을 참아가며 수술을 마쳤단다. 그렇게 연극을 계속 할 수 있었어. 물론 이런 갑작스러운 배우의 공백을 위해 주요 배역은 예비 대역 배우들이 있단다. 윌리엄은 자신의 역을 예비 배우에게 넘겨주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 생각하여 기필코 자신이 무대에 오르려고 했던 의지도 마취 없이 수술을 하게 했단다. 연극을 하다 보면 이런 저런 일이 생기는 법.

어느 날 밤, 에드워드라는 배우가 무대 위에서 심장발작을 일으켰어. 연극은 중단되었고, 관객 중에 의사가 무대 위로 올라와서 긴급 조치하는 해프닝도 일어났어. 의사의 도움으로 그 배우는 다시 깨어나서 병원으로 호송되고, 마지막 공연에 다시 무대로 돌아올 수 있었단다. 소설은 경험을 바탕으로 쓰는 경우가 있는데, 에단 호크는 주변에서 이런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구나. 윌리엄은 에드워드에게 병문안을 갔는데, 에드워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식상하지만 인생은 곧 연극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 외에 좋은 말들이 많이 있었단다. 이 소설의 주제라고 할 수도 있는 글들이었어. 지은이 에단 호크가 이 소설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말들이 소설 속 에드워드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구나. 아래 글도 그 중에 일부인데, 에드워드와 윌리엄이 나눈 대화들은 마음에 새겨볼 만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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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317)

모든 결정이 중요하네. 어떤 때는 시간이 휙휙 지나가고 달력의 페이지가 달라져도 우리는 매일 하는 사소한 일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자신을 속일 수 있어아니면 모두 미리 예정된 거라고 속이거나. 하지만 아니야.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딛고 걷는 걸세. 햄릿의 대사를 연습한다면, 아주 많이 연습한다면, 무대에서 때가 됐을 때 그 대사를 관객에서 잘 전달할 수 있겠지. 연습하지 않으면 전달하지 못할 테고. 운은 의도의 잔재야. 아버지가 아들 옆에 있어주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면그 아들이 무사히 자랄 가능성이 높아. 알겠나?” 그는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병원의 하얀 불빛이 검버섯이 핀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때렸다. “내 말은, 건강한 결혼 생활을 하려면 두 사람이 힘을 합쳐야 되지만, 좋은 아버지가 되는 건자네 노력만으로 충분하다는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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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개월 동안 이어진 공연은 더 이상 큰 사고 없이 잘 마무리되었단다. 주인공 윌리엄의 배우 생활에 괜찮은 이력이 하나 쌓였을 것 같구나. 매번 공연 때마다 아내 메리가 왔나 관객석을 두리번거렸지만, 끝내 나타나지는 않았단다. 윌리엄은 인생의 한 개의 막을 닫고, 새로운 막을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구나.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에단 호크의 다른 책들은 어떤 책들이 있는지 한번 찾아봐야겠구나. 문득 너희들과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를 같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화면이 올드해서 너희들이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ㅎㅎ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영화 촬영이 끝나고 나면 사람들은 항상 차를 불러주는 것을 깜박 잊어버린다.

책의 끝 문장: 보이는 것은 새로 뻗은 계단뿐이다.

 

 


내 삶을 돌아보면 볼수록 서부영화의 정교한 세트장처럼 보였다. 언뜻 보면 모든 것이 고풍스럽운 진짜 같고, 수수께끼와 가능성이 가득한 것 같다. 방금 바람에 불어온 고운 흙먼지, 나무로 만든 낡은 스윙도어, 물결무늬처럼 일그러진 유리창, 손으로 그린 간판, 이 모든 것이 모험을 약속한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늙은 카우보이들이 포커를 치고 비극적인 술집이 아니다. 그냥 합판으로 지은 빈 건물일 뿐이다. 난방기 옆에서 기술자가 토마토수프를 끓이면서 곰 오양 젤리를 한 입 먹고, 비타민 C를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여기서 무슨 사건이 벌어지는 일은 없다. 그냥 몇 사람이 여기저기 서서 라테 한 잔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 P153

나는 예술을 위한 전쟁에 나선다. 세상이야 마음대로 생각하라지. 세상이 널 실패작이라고 단정할지도 모른다. 네 가슴에 주홍 글씨를 꿰미 달고, 너를 가리켜 천박한 협잡꾼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등 뒤에서 속삭이듯 조롱을 던지는 소심한 목소리가 들릴지도 모른다. 저들이 너를 미워해서, 라디오 토크쇼에 나가 온 나라 사람들에게 수다를 떨어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 모두의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 - P248

에드워드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비단처럼 매끄럽고 연륜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무서워할 것 없네. 자네가 공연에 한번 빠지더라도 세상에는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자네도 마찬가지고. 자네 지금 자신의 두려움에 지고 있어. 자넨 이 공연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존재가 아닐세. 나도 그렇고, 버질도 그래. 공연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지만, 우리 중 어느 누구도 공연에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아. 대역들의 리허설을 봤는데, 특히 스코티의 연기가 아주 좋더군." - P312

끝났다. 다시는 없을 것이다. 배우 서른아홉 명이 땀방울이 무대 위에 문자 그대로 흩뿌려져 있고, 나무로 된 세트 곳곳에 누군가가 긁어서 표시한 자국이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이제 쓰레기통행이었다. 의상의 솔기에 붙여두었던 우리 각자의 이름이 뜯겨나갈 것이고, 의상은 대여점으로 돌아가 언젠가 또 다른 배우가 입게 될 날을 기다릴 것이다. - P333

지난 몇 달 동안 내 결혼 생활이 무너지는데도 나는 아내를 사랑한다면 아내 곁에 머물러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새로 내리는 눈의 가벼움 속을 걸으면서 나는 정말로 그녀를 사랑하지만 헤어질 거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었다. 세상에 그녀 같은 여자는 없었다. 내가 그녀에게 나를 바친 것. 이 아이들을 얻은 것은 똑똑한 행동이었다. 이렇게 놀라운 아이들의 아빠가 된 나는 행운아였다. 하지만 결혼 생활이 모종의 이유로 나를 헝클어놓았기 때문에 곧게 펴질 필요가 있다는 사실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나는 우리 결혼 생활을, 우리 사랑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자신의 노력으로 아름다운 깃털을 갖게 됐다고 생각하며 우쭐거리는 공작새 같았다.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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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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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초현실 세계의 판타지 소설을 주로 쓰시는 구병모 님의 <버드 스트라이크>라는 소설을 읽었단다. 아빠가 구병모 님의 소설이 이번이 세 번째인데 소재가 판타지를 포함하고 있었단다. 소설 제목 <버드 스트라이크>는 보통 비행기가 새떼와 충돌하는 것을 말하기도 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실제 새들, 아니 날개를 가지고 있는 종족인 익인(翼人) 들의 공격을 의미한단다. 소설 속 세상에서는 익인들은 고원지대에 살고 있고, 도시에 살고 있는 도시인들과 공존 또는 대립을 하며 지내고 있어. 도시를 이끌어가는 리더를 시행이라고 하는데, 3년 전 음독 사건으로 식물인간이 되었고, 그 사이에 시행의 아들 휴고가 시행대리를 하고 있었어.

휴고는 여동생 탄이 있었고, 탄은 약혼자도 있었단다. 식물인간이 된 시행의 수행비서 아마라가 시행대리인 휴고의 수행비서 일도 하고 있었어. 그리고 식물인간이 된 시행과 수행비서 사이에서 태어난 딸 루도 있었단다. 루는 전() 시행의 몰래 낳은 딸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외할아버지와 함께 시골에 따로 살고 있다가 얼마 전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도시에 와서 살게 되었어. 이 정도면 이 소설의 주요 인물 중 도시인들의 인물들은 소개한 것 같구나.

어느날 익인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도시를 습격해서 난동을 부리고 돌아갔는데, 17살 비오만 인질로 잡히고 말았단다. 비오는 자신을 감시하는 이들이 방심한 틈을 타서 루를 인질로 삼아 탈출에 성공했단다. 도망 가는 길에 도시와 고원 사이의 사막에 루를 내려주고 고원으로 돌아오려고 했지만, 루가 사막에서 정신을 잃는 바람에 익인들만 살고 있는 고원까지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단다. 익인들은 루를 보살펴주어 루가 깨어나긴 했는데, 어떻게 하면 오해를 사지 않고 도시에 데려다 줄 수 있는지 고민했단다.

비오의 쌍둥이 동생인 지요와 가하, 그리고 엄마 시와가 루를 잘 보살펴 주었단다. 루도 두려워하기보다 그곳 생활을 신기해하면서 그들과 잘 지냈단다. 고원지대의 지도자는 지장이라고 불렀는데, 고원지대의 지장도 루를 만났단다. 루는 고원지대에서 지내면서 익인들의 역사와 삶을 조금씩 알아갔단다. 예전에 익인들은 새들의 말들도 이해를 했는데, 익인들의 언어체계를 바꾼 이후는 새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했어. 고원지대에서 나오는 물품들을 도시인들에게 팔기도 했어. 특히 은각마라는 신기한 새의 눈알인 은각안이 도시인들에게 인기가 많았어. 은각마가 죽은 후에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은각안은 정말 희귀했단다. 그런데 도시인들이 더 많은 은각안을 요구했어. 그러다가 보니 은각마를 일부러 죽이는 일까지 벌어지고 은각마는 멸종위기에 빠지게 되었어. 이렇게 도시인과 익인들 사이의 갈등이 점점 커지고 익인들이 도시인들의 시청사를 공격하게 된 것이었단다.

 

1.

익인의 주인공 비오에 대한 비밀을 하나 이야기해줄게. 비오의 아버지는 사실 도시인이었단다. 옛날에 길을 잃고 고원지대에 왔다가 비오의 어머니 시와를 만나 사랑했지만, 고향인 도시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란다. 그 후에 시와는 임신한 것을 알게 되었어. 고원지대에서 도시인의 아이를 임신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어. 익인들은 혈통을 중시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죽이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아기를 낫게 하되 그 아기는 커서도 혼인을 하지 못하게 하고, 아이도 낫지 못하게 하는 계를 내리자고 했어. 그러니까 도시인과 익인 사이의 아이는 비오 하나로 끝내자는 협의를 한 것이었어. 비오는 도시인과 익인 사이의 아이라서 그런지, 다른 익인들의 비해 키는 훨씬 크고 날개는 훨씬 작았단다.

고원지대에서는 18세 되는 해에 일종의 성인식이라고 할 수 있는 이행식 행사가 있었어. 비오를 비롯하여 세 명이 이행식을 받았어. 이행식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절벽에서 나는 행사를 하는데, 이는 용기를 심어주기 위한 행사였단다. 이행식이 끝이 난 이후에는 축제의 밤이 이어진단다.

한편 도시에는 무화라는 사설 군대가 있었어. 무화 군대의 회장은 유안이라는 사람인데 군대를 다루지만 합리적인 사람이었어. 하지만 유안의 아들 마이는 그렇지 않았단다. 마이는 이 소설의 거의 유일한 빌런으로, 고원지대의 익인들의 생체 비밀을 알아내어 군대에 이용하려고 했어. 그래서 익인들의 시신을 몰래 훔쳐오고 유골들도 수집하는 일을 벌였어. 그러다가 루를 납치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루를 납치해 간 비오를 찾으려고 고원지대에 군대를 보냈단다. 그 핑계를 대고 살아있는 익인을 납치해 오려는 목적이 컸어. 이것은 엄연한 고원지대와 도시 사이의 계약 위반이었어. 무화 군인들과 마주친 비오의 동생 가하는 자신이 비오라고 이야기하자, 무화 군인들은 확인 절차도 없이 바로 가하를 납치해 돌아갔단다. 마이는 데리고 온 익인이 비오가 아닌 것을 알고 군대를 다시 보냈어.

그 사이 비오도 가하가 사라진 것을 알고 루와 함께 무작정 도시로 향했단다. 오는 도중 무화 군인들을 만나 공격을 당했는데 이때 루는 등에 중상을 입고 비오는 다리가 부러졌단다. 비오는 자신의 날개와 온 몸으로 루를 감싸 안아 치료를 했단다. 이것은 익인들의 능력이었어. 날개나 몸으로 다친 사람을 감싸 안으면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이 있었거든. 그렇게 하여 루의 상처는 나았지만, 비오는 여전히 부상을 입어 날 수가 없었어 군대에 잡혀 도시로 끌려왔단다.

무화의 회장인 유안은 아들 마이와 사이가 안 좋았는데, 더욱이 자기 마음대로 군대를 이끌고 고원지대를 오가는 것 때문에 더 사이가 안 좋아졌단다. 유안은 마이 몰래 일단 루를 빼돌려 보살펴 주었는데, 루는 유안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비오의 아버지가 유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비오는 동생 마이를 구출하여 고원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도시 사람들과 익인들은 갈등을 봉합하고 다시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난제들이 많이 쌓여 있는데 잘 해결될 수 있는지 책장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덧 책의 마지막에 다다르게 되는구나.

약간의 해피엔딩과 약간의 언해피엔딩.

아빠는 판타지 소설도 가끔 읽긴 하지만, 현실 세계를 다룬 소설을 더 즐겨 읽고 좋아한단다. 그래서 구병모 님의 소설은 아직 낯설고 익숙지 않은 것 같구나. 작년인가 영화로도 만들어진 구병모 님의 <파과>라는 소설도 아직 읽지 않았는데 그 소설도 판타지 소설이려나. 기회가 되면 그 소설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열사의 대지라도 한밤중에는 기온이 5도까지 떨어진다.

책의 끝 문장: 지금, 내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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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그들 2 한국문학을 권하다 33
김동인 지음, 구병모 추천 / 애플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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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서 김동인의 <젊은 그들> 2권을 이야기해줄게. 1권에서 주인공인 안재영이 총살당하여 죽은 것처럼 끝났지만, 읽은 이들 중에 안재영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하지만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안재영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어. 안재영을 민겸호의 집으로 보낸 명인호는 안재영의 소식을 듣고 병환 중인 몸을 이끌고 안재영이 총살당했다고 하는 현장에 가보았어.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안재영의 시신도 사라졌어.

며칠 동안 수소문 끝에 어떤 선비가 안재영의 시신을 가지고 갔다는 소식을 들었어. 명인호는 어쩌면 안재영이 죽지 않고 살아 있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단다. 활민숙에도 안재영의 처형 소식을 들었어. 활민숙 사람들은 다들 놀라움과 동시에 슬픔에 빠졌단다. 활민 선생은 그제서야 인숙을 불러서 안재영의 정체를 이야기해주었단다. 안재영이 바로 이인숙의 약혼자인 명진섭이라고참으로 답답하다. 1권에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인숙에게 안재영의 정체를 숨길 이유를 도저히 몰랐는데, 이제 죽었다고 하니 곧바로 정체를 알려주는 것은 또 무슨 이유에서인가. 인숙은 자신이 짝사랑했던 안재영이 자신의 약혼자였다는 것에 놀라고, 그런 약혼자를 잃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너지는 듯했어.

활민숙에 익명의 서찰이 날아왔는데, 그것은 사실 민영환이 보낸 것이야. 안재영이 감옥에 갇혀 있을 때 민영환에게 부탁한 것. 활민숙 소탕 예정 소식을 활민숙에 알려서 미리 피하게 했거든. 그래서 활민 선생 주도 하에 숙생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서 은둔 생활을 하기 시작했단다. 갈 곳 없는 인숙은 활민 선생의 친구 집에 머무르게 되었지. 그러나 인숙은 자신의 약혼자가 죽은 마당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단다. 복수하겠다는 마음으로 민겸호의 집에 무작정 들어갔다가 붙들려 갇히고 말았어. 민겸호에 집에 머무르고 있던 명인호가 광에 갇혀 있는 이인숙을 도망가도록 도와주었단다. 이인숙은 아직 명인호와 흥선대원군 편으로 귀순한 사실을 모르고 있어서 처음에는 놀랬지만 명인호는 자신과 안재영의 관계를 이야기해주었어. 그곳에서 도망 나온 이인숙은 명인호가 소개해준 집에 은거하며 지냈단다.

 

1.

1권에서 안재영과 사랑을 나눴던 기생 연연 생각나지? 연연도 안재영이 총을 맞고 사라졌다는 소식에 놀랬어. 그리고 안재영의 약혼녀 이인숙의 존재를 알게 되고, 명인호를 통해서 만나게 해달라고 했단다. 연연은 이인숙을 만나서 안재영을 찾는데 서로 도우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보다 질투심에 사로 잡혀 이인숙을 쌀쌀하게 대했고, 이인숙도 연연에게 반감만 생겼단다. 명인호는 이런 연연을 혼내고, 연연은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는 인숙을 찾아와 깊이 사과했단다. 그리고 인숙은 연연의 집에 남장을 하고서는 숨어 지냈단다.

흥선대원군도 안재영의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듯했어. 어느날 민영환이 흥선대원군을 찾아왔단다. 민영환은 자신의 아버지 민겸호가 한 짓들에 대해 깊이 사과를 하고, 민영환 자신은 흥선대원군이 생각하는 나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의 진정성을 안다고 했어. 흥선대원군도 그런 민영환의 마음을 받아주었단다. 그러던 어느날 흥선대원군에게 일월(日月)생존(生存)’이라는 글씨가 써 있는 편지를 받았는데, 그 뜻을 해석해보니 ()’씨가 살아있다는 뜻으로 안재영이 살아있다는 소식이었어.

인숙은 비어 있는 활민숙을 찾았다가 기척소리에 놀랐어. 그 소리 나는 쪽을 봤을 때 안재영을 본 것 같았는데 금방 사라졌단다. 인숙은 자신이 머물던 방에 갔다가 그곳에서 일월(日月)생존(生存)’이라는 쪽지글을 보았단다. 인숙도 안재영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신했단다. 인숙은 안재영의 생존 소식을 스승인 활민 선생에게 알리러 길을 떠났단다. 활민 선생을 만난 인숙은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다시 상경하기로 했단다. 오는 길에 드디어 인숙과 활민 선생은 안재영을 다시 만났단다.

안재영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어. 총을 맞았지만 관통하여 생명을 부지하고 있었고, 다행히 민겸호의 무리들은 자신을 두고 모두 돌아갔고, 그곳을 우연히 지나던 김시현이라고 하는 용한 의원에 그를 발견했고,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안재영을 데리고 갔고, 며칠 만에 정신이 깨어났다고 했어. 김시현의 치료로 한달 만에 완쾌하여 다시 서울로 온 것이라고 했어. 흥선대원군을 만나 인사 드리고 그 다음 스승님께 인사 드리려고 오는 길이라고 하는구나. 스승 먼저 만나야 하기 때문에 인숙과 마주쳤음에도 자리를 피했던 것인가 보구나. 이런 남자를 사랑해야 하나. ㅎㅎ 아무튼 안재영는 이제 명진섭이 되어 이인숙을 만나게 되었단다. 그리고 숙생들도 모두 다시 만났단다.

 

2.

오래 전 천도도인이 큰 난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언했던 임오년 유월이 되었어. 임오년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역사적 사건 없니? ‘임오로 시작하는 조선말 역사적 사건. 그래, 1882년에 일어난 임오군란이야. 임오년 유월 드디어 군인들이 난을 일으키고 궁궐을 접수했단다. 숙생들도 참여해서 그들에게 힘을 실었고, 흥선대원군을 앞세워 궁에 들어갔어. 왕비는 어느새 도망을 갔고, 흥선대원군은 다시 권력을 잡게 되었단다. 왕비는 이때 충주로 도망가 지냈는데, 왕비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단다. 비밀리에 청나라에 도움을 요청했고, 얼마 안 있어 청나라 군대가 서울에 입성하게 되었어. 우리나라의 문제를 외세를 끌어들여 해결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얼마나 반국가적인 생각이니..

결국 청나라 군대에 의해 임오군란은 진압이 되고, 흥선대원군은 63세 나이에 청나라로 끌려가게 되었단다. 뒤늦게 안재영이 청나라 군을 쫓아가보았지만, 이미 흥선대원군을 실은 배는 인천을 떠나 청나라로 향했단다. 희망을 잃어버린 안재영은 다시 활민숙으로 왔어. 그곳에는 활민 선생과 다른 숙생들이 모두 독주를 먹고 자결해 있었단다. 꼭 그렇게 죽음을 선택했어야 할까. 살아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 사이에 인숙은 충주에 가서 왕비의 동태를 살피고 돌아왔는데, 인숙도 활민숙에서 일어난 일을 목격하게 되었어. 재영은 인숙에게 다른 숙생들처럼 자결하자고 했고, 인숙도 재영의 뜻에 따르기로 했단다. 둘은 서로 결혼을 약속했던 사이인 만큼 조용히 단 둘이 혼인식을 올리고 독주를 마시고 자결하면서 이 소설은 끝이 났단다.

아빠가 기대했던 결말과는 전혀 다른 결말이구나. 소설의 제목은 <젊은 그들>인데 소설의 결말은 제목과 달리 비극으로 끝을 맺었어. 우리가 재미있게 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나오는 젊은 그들처럼 무너진 조국을 위해 무엇이든 해 볼 수 있는 나이였는데 말이야. 이 소설 속 인물들이 꿈꾸었던 것은 어차피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한 번의 실패로 그렇게 쉽게 목숨을 버리다니, 아빠로서는 이해불가로구나. 아빠가 1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런 결말도 이 소설의 설정이 다소 과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 것이란다. 옛소설이지만 재미는 있게 읽었다만, 공감할 수 없는 설정들이 많았단 소설이었어.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재영이를 범의 굴로 보낸 날 밤 인호는 밤새도록 재영이를 기다렸다.

책의 끝 문장: 그 두 개의 시체를 실은 어선은 다시 사람의 눈에 뜨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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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그들 1 한국문학을 권하다 32
김동인 지음, 구병모 추천 / 애플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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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우리나라 근현대에 활약하던 소설가들이 많단다. 하지만 너희들도 학교에서 배우는 것처럼 우리나라 근현대시대는 일제의 침략으로 인해 암흑의 시대나 다름 없었어. 그렇게 열악한 환경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소설가들이, 더 많은 작품들을 쓰지 않았을까 싶구나. 오늘날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며 전세계를 놀라게 한 K-Culture가 더 빨리 왔을 수도 있고, 노벨 문학상도 진작에 받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단다. 그런데, 그 시대의 소설들은 많이 읽히지 않는 것 같구나. 아빠도 그 시대의 소설들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니까서양의 고전 소설을 더 많이 읽게 되는 것 같아. 아무래도 우리나라 근현대 소설들의 노출이 적은 것 같아. 그래도 그 시대의 단편 소설들은 교과서에 실리다 보니,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읽는 건 같은데, 그 시대의 장편 소설들은 더욱 읽히지 않는 것 같구나. 그런데 너희들 책에 실리는 단편들을 아빠도 몇 편 읽어봤는데, 숨어 있는 걸작들이 많더구나. 아무튼 그 시대에도 장편 소설들이 많이 있었을 텐데, 잘 소개가 되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깝구나.

이번에 아빠가 읽은 소설은 그 시대에 쓰여진 장편 소설이란다. <감자>, <배따라기>, <발가락이 닮았다> 등 단편소설로도 유명한 김동인 작가의 <젊은 그들>이라는 소설이란다. 제목부터 오늘날 소설이라 해도 썩 괜찮은 제목이구나. 이 책의 앞부분에는 <파과> 등 인기작을 많이 쓰신 구병모 님의 추천글이 있단다. 김동인은 일제시대 말기에 친일로 변절하여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극심한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소설 쓰기 전념하다가 마약 중독까지 걸리는 등 건강을 잃고 병마에 시달리다가 친일을 하게 되었다고 동정하는 듯한 글도 추천글에 있단다. 김동인이 왜 생활고와 마약중독까지 빠지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일본에 저항했던 작가들과 비교해서는, 그의 친일 흔적은 합리화는 안 되더구나. 적어도 아빠에게는김동인은 해방된 이후에도 병마에 시달리다가 1951 51세의 나이에 죽고 말았단다.

아빠가 오늘 이야기할 <젊은 그들> 1930년과 1931년에 신문에 연재했던 소설이란다. 아빠는 김동인 소설은 이번이 두 번째란다. 20여년 전 당시 아빠 후배의 추천으로 김동인의 <운현궁의 봄>을 읽은 적이 있거든. <운현궁의 봄>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흥선대원군 관련된 내용으로 어떻게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만들게 되었는지를 그린 소설이었단다. 김동인의 대표 장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운현궁의 봄>에 비해 <젊은 그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 읽어보니 아빠도 <운현궁의 봄>이 좀더 나은 것 같구나. <젊은 그들> 역시 흥선대원군이 활약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단다. 가상의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야. 흥선대원군, 민겸호, 민영환 등 실존했던 인물들도 등장하지만, 주인공들은 모두 지은이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들이란다. <젊은 그들>은 두 권으로 되어 있는데 오늘을 1권을 이야기해줄게.

 

1.

때는 민비가 대원군을 쫓아내고 권력을 잡은 지 10여 년이 되던 시기였단다. 요즘에는 명성황후로 더 알려져 있지만, 당시에는 명성황후라는 말보다 민비라고 더 많이 불렀단다. 사실 민비가 한 짓들을 보면 명성황후라는 칭호는 너무 과한 칭호가 아닌가 싶구나. 아빠는 소설 속의 호칭인 민비라고 할게. 그리고 이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은 흥선대원군을 태공이라고 불렀단다. 당시 흥선대원군을 부르던 존칭이라고 보면 돼. 흥선대원군의 친구 중에 활민 선생이라고 부르는 이활민이라는 사람이 있어. 활민 선생은 활민숙이라는 학습소 같은 것을 만들어 민비에 의해 몰락한 양반가의 아들들을 모아 인재를 육성하고 있었어.

민비에 의해 몰락하여 죽음까지 당한 명 참판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 명 참판의 아들 명진섭도 활민숙에 있었단다. 그런데 아버지의 성을 그대로 따르기에는 위험하다 생각하여 안재영이라는 가명을 썼어. 명 참판이 죽기 전에 먼저 죽은 친구의 딸 이인숙을 키웠었는데, 그가 죽고 나서 이인숙도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수 없었어. 활민 선생이 이인숙을 거두어 키우고 이인화라는 가명을 쓰고 남장을 시켜서 활민숙에서 지내게 했단다. 어렸을 때 잠깐 같이 지낸 이인숙과 명진섭은 부쩍 청년으로 자란 후 이인화와 안재영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만났지만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단다. 나중에 안재영은 이인화가 이인숙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스승인 활민 선생은 아직은 모른 척 하고 지내라고 했단다. 어렸을 때 둘은 양가 부모님에 의해 약혼을 한 사이였더구나. 이인숙이 안재영이 명진섭이라는 것을 알아보지는 못했고, 이름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집 아들과 자신이 약혼했다는 사실은 기억하고 있었어.

이인숙은 활민 선생의 지시로 흥선대원군의 반대측인 민씨 집안에 잠입해서 흥선대원군 시해 음모를 알아내서 돌아왔어. 그래서 쉽게 그 자객을 사로잡을 수 있었단다. 그 자객을 문초하는데 그의 성이 씨라서 이인숙은 깜짝 놀랐단다. 자신이 어렸을 때 잠깐 함께 지냈던 명진섭도 씨였거든. 이인숙은 명진섭의 이름까지는 기억을 하지 못하고, 성이 씨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었어. 이인숙은 그 자객이 자신의 약혼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빠지게 된단다. 그래서 이인숙은 광에 갇혀 있던 그 자객, 명인호를 풀어주었단다. 자객이 도망가는 것을 우연히 본 안재영은 몰래 쫓아가서 다시 자객을 잡았지만, 그의 신세 또한 불쌍히 여겨 다시는 흥선대원군을 노리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고 풀어주었단다.

아빠 생각에 이런 약간의 억지 설정들이 이 소설을 명작으로 만드는데 방해요소가 되지 않았나 싶어. 그런데 안재영은 누가 자객을 풀어주었는지 궁금했어. 그래서 활민숙에 돌아와서 방들을 살펴보니, 어지러워진 신발과 인적 소리고 이인숙이 풀어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이인숙은 부모님이 맺어준 약혼녀이자 자신도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인데 그런 이가 적을 풀어주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단다. 다음날 광에 가둬두었던 자객이 사라져서 다들 놀랬지만, 도망가는 자객을 쫓아가 죽였다는 안재영의 말에 다들 안심했단다. 이인숙 한 명 빼고.

 

2.

활민 선생도 이인화가 자객을 풀어주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일단 모른 척 했단다. 안재영도 그 이유가 궁금해서 자객 명인호를 다시 만나기 위해 민겸호의 집에 몰래 가게 되었단다. 민겸호는 실제 인물이란다. 민겸호는 민비의 측근으로 당시 민씨 세도가 중에 한 명으로 간신 중에 간신이었단다. 민겸호의 집에 몰래 들어간 안재영은 민겸호의 무리들에게 잡혀서 광에 갇히게 되는 신세가 되었어. 때마침 민겸호의 집에 기생들이 와 있었는데, 그 기생들 중에 안재영을 흠모하던 연연이라는 자가 있었고, 그 연연이 안재영을 구출해 주어 도망갈 수 있었단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개연성이 조금 떨어지는 설정이 계속 나오지만, 그러려니 하고 들어주렴.

끈질긴 안재영은 결국 명인호를 다시 만나게 되고, 이인숙에 대해 물어보지만 명인호는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야기했어. 안재영은 명인호와 이야기하면서, 그가 비록 반대 진영에 있지만, 그가 지향하는 뜻도 결국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 안재영은 명인호가 왜 대왕비당에 붙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어. 명인호의 아버지가 흥선대원군으로부터 버림받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단다. 그 이후로는 명인호는 아버지의 생사도 모른다고 했어. 안재영은 자신이 아는 흥선대원군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설득하고, 명인호의 아버지도 살아계실 수 있으니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했어.

안재영은 나중에 흥선대원군을 만나 명인호와 그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했어. 그러자 흥선대원군이 이야기하기를, 명인호의 아버지는 자신이 덕국 백림에 일부러 보낸 것이라고 했어. 덕국 백림은 독일 베를린을 의미한단다. 그리고 작년 여름까지 계속 편지를 주고 받았다고 하는구나. 그렇지 않아도 흥선대원군도 그 이후 소식이 끊겨 명인호의 아버지의 생사를 걱정하고 있었대. 명인호가 혼자 오해하고 있었던 거구나. 명인호의 아버지가 잘못했네. 아들한테 편지를 안 보냈으니 말이야. 내막을 알게 된 안재영은 명인호를 다시 만나 흥선대원군에게 데리고 왔단다. 그제서야 명인호는 오해를 풀고, 흥선대원군에게 귀순하게 되었단다. 명인호와 안재영은 의형제도 맺었어. 명인호가 귀순한 사실은 일단 안재영과 흥선대원군만 알고 있기로 하고, 명인호는 계속 대왕비당에 머물기로 했단다.

한편 이인숙은 명인호가 자신의 약혼자이고, 지금은 죽은 줄 알고 소복까지 입으면서 괴로워했단다. 활민 선생은 이인숙을 불러 확실치 않은 일에 그렇게까지 하지 말라고 했고, 약혼자가 맞다고 해도 배신한 사람인데 그를 위해 소복까지 입은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단다. 그냥 이인숙에게 진실을 이야기하고 당분간 비밀을 지키라고 해도 될 것을이유도 없이 이인숙에게만 사실을 숨기는 것은 너무 억지 같더구나. 이인숙은 마음을 추스리겠다면서 한 달의 시간의 달라고 했어. 안재영은 모른 척 이인숙을 예전처럼 동료로 대했지만 이인숙은 안재영을 자신의 남편을 죽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거리를 두려고 했어. 하지만 예전부터 안재영을 마음속에 품었던 지라 또 마냥 미워할 수 있는 여자의 마음.

….

안재영은 이인숙과 그렇게 갈등 아닌 갈등을 겪다가 뜬금없이 기생 연연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그냥 진실을 말하고 이인숙과 비밀 연애를 해도 될 것을이인숙에게 안재영의 정체를 숨기는 것은 정말 이해가 가질 않는 설정이더구나. 연연과 사랑을 나누느라 정신 없는 안재영을 명인호가 불러냈단다. 정신차리라는 한마디와 함께 민겸호의 집에서 비밀회동이 있는데 몰래 들어가서 정보를 캐오라고 말이야. 명인호 자신은 병이 들어 움직일 수 없으니 안재영에게 대신 가서 그 비밀회동의 이야기를 엿들으라고 했어. 얼마나 아픈지 모르겠지만 명인호가 가는 것이 더 안전하게 정보를 빼올 수 있을 것 같은데아직 명인호는 자기네 사람이라고 생각할 텐데 말이야.

민겸호의 집에 몰래 들어간 안재영은 대왕비당 무리들이 활민숙을 급습한다는 계획을 알게 되었지만, 또다시 잡히게 되었단다. 안재영은 모진 고문을 당하여 문초를 당했지만 끝내 배후를 발설하지 않았단다. 그렇게 갇혀 있는데 어릴 적 친구 민영환이 그를 찾아왔어. 민영환은 민겸호의 아들이긴 하지만 민씨 집안에서는 별종으로 나라에 충성했던 그런 사람이란다. 나중에 을사늑약이 맺어질 때 반대 상소를 수 차례 올리기도 했고, 결국 을사늑약이 맺어지자 그 부당함을 유서로 남기고 자결한 사람이란다. 그런 민영환이 찾아왔지만 안재영을 구해줄 힘은 없었어민영환은 유언을 남기면 전달해주겠다고 했단다. 결국 안재영은 총살당하고 만단다.

여기까지가 1권의 이야기란다. 안재영이 총에 맞긴 하지만 죽진 않겠지. 지금까지의 설정에 의하면 백 퍼센트 죽지 않았을 거야. 안재영이 뿌린 떡밥들도 많고 더욱이 주인공이기도 하고 말이야.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개연성이 떨어지는 억지 설정들이 있긴 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읽으면 재미는 있는 것 같구나. 그리고 잘 각색하면 괜찮은 역사 드라마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은이 김동은은 확실히 흥선대원군 빠인 것 같구나. 흥선대원군이 잘못된 선택과 실책들도 있는데, 이 소설을 보면 거의 완벽한 인간으로 나오는구나. 그 완벽함이 2권에서도 이어지는지 한번 보자꾸나. 그러면 오늘 <젊은 그들> 1권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너 저고리 벗어라.”

책의 끝 문장: 낙엽이 또 몇 개 꼬리를 저으며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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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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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이야기란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이미 여러 번 이야기를 했으니, 곧바로 책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그 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단다.

때는 1139 10. 수도원에서 800미터 떨어진 곳에 풀크 레이널드 수사가 병원장인 세인트자일스 병원이 있고, 이 곳에는 나병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단다. 이번 시리즈의 제목을 봐서는 세인트자일스 병원과 관련된 내용임을 예측할 수 있었단다. 이번에 수도원에서 혼례가 진행하게 되어 캐드펠 수사는 이 혼례를 준비하고 있었어. 신랑은 영주인 휴언 드 돔빌 남작이라는 사람인데, 혼일 적령기가 한참 지난, 거의 예순에 가까운 그런 사람이었어. 신랑 일행이 먼저 수도원으로 오고 있었는데, 이 행렬을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했는데, 그 중에는 세인트자일스 병원의 나환자들도 있었단다. 괴팍한 성격의 돔빌 남작은 그들을 향해 채찍을 날렸어. 다들 그 채찍을 피해 도망갔는데, 일흔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라자루스라는 사람이 채찍을 맞았어. 이에 캐드펠 수사의 조수 중 한 명인 마크 수사가 나서서 라자루스를 보호해 주어 더 상 맞지 않았단다.

자신의 결혼식날 채찍을 휘두르는 사람이라니신랑이라는 사람이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잘 알겠지. 곧이어 신부 행렬도 이어졌는데, 신부는 이베타 드 마사르라는 열여덟 살의 어린 신부였단다. 열여덟 살밖에 안된 아가씨가 예순 가까운 신랑과 결혼을 한다? 이것은 평범한 결혼이 아니란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을 거야. 가뜩이나 신부의 얼굴은 무척 어두워 보였어. 이베타는 피카르 부부의 조카였는데,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다고 했어. 그러니까 이 결혼은 피카르 부부가 자신의 조카를 갑부인 돔빌 남작과 강제로 결혼을 시킨 것이란다. 돔빌 남작은 자손이 없었고, 사이먼이라는 유일한 조카가 있을 뿐이었단다. 이런 설정에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가 있으니 이베타를 사랑하는 조슬린이라는 사람이었어. , 어떤 사건이 일어날까?

 

1.

기도회 때 이베타는 몰래 빠져나가 조슬린을 만났어. 수도원에서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 허브약제소에서 만났는데, 감기약을 만들러 온 캐드펠 수사와 마주쳤단다. 그들은 서로 놀라긴 했는데 곧바로 피카르 부인이 이베타를 찾으러 왔어. 그녀는 세 사람을 보고 피카르는 화를 내려고 했지만, 캐드펠 수사의 기지로 이 난처한 상황을 잘 넘겼단다. 두 사람은 각자 따로 약을 구하러 왔다가 우연히 만난 것이라고 했어. 역시 캐드펠 수사는 젊은이들의 사랑에 관대하고 잘 연결해주는 큐피드와 같은 사람이야. 이베타는 피카르 부인과 돌아가고 조슬린은 약제소에 남아서 캐드펠 수사에게 이베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어. 이베타는 고아가 된 이후 삼촌 부부가 키우다가 예상한 것처럼 돔빌로부터 돈을 받고 그와 결혼을 시키는 것이라고 했어. 이베타를 사랑하는 조슬린에게 있어 그들은 철천지원수나 다름없어서인지 캐드펠 수사에게 이야기하다가 화를 내며 그들을 죽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를 했어.

결혼식날이 되었어. 조슬린은 해고당했다고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어. 이베타의 삼촌인 고드프리드 피카르가 거짓말로 조슬린을 고발하여 해고당한 것을 알게 된 조슬린은 피카르를 찾아갔고 둘은 고성을 오가며 다투었단다. 그들의 난동으로 수도원장과 수사들도 그들에게 모여들었고, 수도원장 라둘푸스가 중재를 하려고 했어. 그때 돔빌 남작과 함께 있던 길버트 프레스코트 행정관이 와서 혼례용 귀금속이 사라졌다고 이야기를 하고 용의자로 조슬린을 지목했단다. 조슬린은 결백을 주장했지만, 그의 소지품에서 사라진 목걸이가 나왔어.

누군가의 음모가 너무 뻔해 보였단다. 결국 조슬린은 끌려가게 되었고, 방심한 틈을 나서 도망쳤단다. 돔빌 남작의 유일한 조카인 사이먼이 있었다고 했잖아. 그 사이먼이 조슬린과 친했나봐. 사이먼이 조슬린을 도와주어 건초 창고에 숨어 있었어. 그러다가 조슬린은 이베타를 구출해서 도망갈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가 다시 쫓기는 신세가 되었어. 그러다가 우연히 나환자 라자루스를 만났는데, 라자루스가 도와주어 밤새 그와 숨어 있을 수 있었고, 그 다음날부터는 두건을 깊게 눌러쓰고 나환자로 위장을 했단다.

결혼식날 신랑 돔빌 남작이 나타나지 않아서 사람들은 그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시체가 된 돔빌을 발견했단다. 마지막 행적은 전날 조카 사이먼에게 이야기를 하고 말 타고 산책을 나간 것이 마지막이었어. 캐드펠 수사도 사건 현장에 도착하여 특유의 예리한 관찰력으로 단서들을 찾아냈단다. 돔빌 남작은 이슬이 내린 후에 사망한 것으로 보였어. 그러니까 밤새 다른 곳에 있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사망한 것이지. 나무 양쪽에 잘 보이지 않는 밧줄을 매달아 놓았는데 이 밧줄에 목이 걸려 말에서 떨어졌고, 이후 범인은 돔빌의 목을 줄라 죽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어. 엄연한 살인사건이었단다.

뒤늦게 행정장관도 와서 조사를 했는데, 행정장관은 곧바로 조슬린을 용의자로 지목했단다. 직접적인 증거는 없었지만 정황으로만 봐도 조슬린이 첫번째 용의자라고 생각했을 거야. 반면 캐드펠은 사실을 기반으로 수사를 했어. 돔빌 모자에 꽂힌 희귀한 허브를 발견하여 돔빌이 밤에 갔던 곳을 추적했단다. 그 허브가 있는 곳을 찾아갔더니 돔빌 소유의 오두막집이 있었어. 하지만 그곳에는 집사와 집사의 어머니만 계셨는데, 집사가 이야기하길 돔빌은 4년 전에 오고 그 이후로는 한번도 오지 않았다고 했어. 그러나 캐드펠 수사는 그곳에서 돔빌의 흔적을 발견했어. 그러니까 어젯밤에 돔빌이 여기에 온 것이 확실하고 집사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어. 더욱이 또 다른 사람의 흔적, 즉 어떤 여자의 향수 냄새를 맡았단다. 그러니까 어젯밤에 돔빌은 이곳에 와서 어떤 여자와 지냈던 거야.

 

2.

한편 조슬린은 라자루스와 함께 있으면서 이베타에게 연락하여 도망갈 궁리를 했단다. 책을 읽다 보니 라자루스와 조슬린은 남남이 아닌, 어떤 관계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

캐드펠 수사는 결국 돔빌이 만난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내고 찾아갔어. 고드릭 포드의 베네딕트 수도원에 있는 어바이스라는 여자였어. 어바이스는 당차고 자기 주장이 강하면서도 돔빌의 정신적 안식처 역할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이더구나. 돔빌이 여행이나 멀리 갈 때마다 비밀리에 함께 했었대. 어바이스는 그 역할을 꺼리지 않았어. 성격답게 돔빌의 죽음도 담담히 받아들이고 이제는 수녀로 살아가겠다고 했어.

어바이스를 만나고 수도원으로 돌아오던 캐드펠 수사는 길 잃은 말 한 마리를 발견했어. 그 말을 쫓아가보니 피카르의 시신이 있었단다. 사람들을 데려 오려고 수도원에 왔더니, 조슬린이 행정장관의 무리에 쫓기다가 싸우고 있었단다. 조슬린은 병원에서 몰래 나와 수도원에 들어온 거야. 이베타를 만나 도망가려고 했던 것이지. 조슬린이 좀 성급한 성격인 것 같구나.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고 함께 도망치려는 마음은 알겠지만, 좀더 기다려서 때를 봐야 할 것 같은데, 젊은 혈기가 신중함을 내쫓았구나. 캐드펠 수사는 조슬린의 알리바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슬린이 돔빌과 피카르를 죽인 범인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어. 어바이스와 이야기를 해보니 돔빌이 어바이스와 함께 있던 시간에 이미 조슬린은 병원으로 도망가 있었고, 오늘은 캐드펠 수사의 조수인 마크 수사가 하루 종일 조슬린을 감시했기 때문에 피카르를 죽인 범인도 될 수 없었어.

조슬린과 행정장관의 무리의 싸움이 중지되자, 그제서야 캐드펠 수사는 피카르가 죽은 소식을 알렸단다. 그러자 피카르 부인은 슬픔에 분노를 하며, 갑자기 사이먼을 붙잡고 범인이라고 소리를 질렀단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는데, 피카르 부인은 사이먼과 피카르 사이에 있던 일을 이야기했어. 사이먼은 자신이 이베타와 결혼을 할 수 있도록 피카르와 거래를 하려고 했다는 거야. 그리고 피카르에게 협박을 하다가 말다툼까지 했다는 거지. 사이먼은 사실 이베타를 짝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돔빌 남작도 죽였던 것이란다. 어바이스가 캐드펠 수사에게 이야기했던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도 사이먼이었고 명백한 증거도 찾았단다.

그렇게 범인을 찾아내고 사건을 일단락되었지만, 캐드펠 수사는 피카르의 진짜 범인은 다른 사람일 것이라고 추측했어. 캐드펠 수사는 나환자 라자루스를 찾아갔단다. 그를 보자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이었던 거야. 이전 시리즈를 이야기하면서 캐드펠 수사가 십자군 원정에 참여했었다고 했잖아. 그때 예루살렘에서 활약하던 기마르 드 마사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라자루스였던 거야. 그는 포로로 잡힌 후 나병에 걸리고 만 거야. 나병에 걸려서 포로로 풀려난 이후로도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던 거야. 그리고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과 함께 손녀가 못된 후견인의 손에 키워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지. 그 손녀가 바로 이베타였던 거야. 그 전에도 알게 모르게 손녀를 지켜봐 주고 있었던 것이란다. 그리고 이베타가 사랑한 조슬린도 잘 보살펴 주었던 것이란다. 손녀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후견인을 제거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거야. 아무도 모르게 말이야. 이 사건이 해결되고 라자루스는 마을에서 사라졌단다. 어디선가 거리를 두고 손녀를 지키고 있지 않을까 싶구나.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단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흥미진진해지고, 주인공인 캐드펠 수사의 매력에 점점 빠지게 되는구나. 다음 이야기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는지 기대해보자꾸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1139 10월의 어느 월요일 오후, 수도원 문지기실을 나선 캐드펠 수사는 자신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기 전에 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책의 끝 문장: 분명한 게 있다면 이제 그가 영원히 슈루즈베리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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