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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7 - 제3부 불신시대 ㅣ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조정래 님의 <한강> 7권이란다. 어느덧 7권이구나. 7권부터 10권까지는 3부 ‘불신시대’의 제목이
붙어 있단다. 7권 첫 부분에 7.4 남북 공동 성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은 1972년 7월 4일에 있었던 것이란다. 그러니까 <한강> 3부는 1972년부터
이야기가 시작되고, 3부의 마지막은 1980년 5월까지 이어진단다. 박정희 독사 독재라는 폭주기관차가 자기 마음대로
폭주하던 그런 시기란다. 온갖 불법이 성행하던 시기, 아무도
믿지 못하는 시기… 그래서 3부의 제목을 ‘불신시대’라고 한 것 같구나. 자, 그러면 제3부의 첫 번째 이야기
<한강> 7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
유일민의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어느날 재일교포 사업가로부터 연락이 왔어. 아버지의 편지를 가지고
왔으니 만나자고 했어. 아버지의 편지라... 얼마나 보고
싶었겠니. 하지만 그 편지가 불러올 풍파가 눈에 보였기 때문에 유일민은 고민 끝에 그 사람과 만남을
거절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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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아버지, 남쪽의 반공주의를 자극하고 유도하는 행위를 계속하는 북쪽의 저의는 무엇입니까?
모든 정치행위에는 반드시 목적이 있게 마련인데, 저는 오래 전부터 북쪽이 노리고 있는 그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고 있습니다. 남쪽의 반공주의를 강화시켜 가며 북쪽이 정치적으로 얻는 이득이
무엇일까 하고 신경을 집중시켜 왔습니다. 그동안 한 가지 사실은 확실히 알았습니다. 남쪽의 반공주의가 분단을 강화해 나가듯이 남쪽의 반공주의 강화를 유도하고 있는 북쪽도 분단의 벽을 쌓아올리는데
열중할 뿐 진정으로 민족통일을 이룩할 뜻이 없다는 걸 말입니다.
아버지, 단견이라는 저를 나무라지 마십시오. 저는 우리 집안의 특수성 때문에
몸사리고 조심스럽게 살아오면서 남과 북이 대립하고 있는 분단현실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고 심각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제가 그 사람을 만나지 않고 아버지의 편지를 되돌려보내는 뜻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앞으로도 남과 북의 정치적 저의에 대해 계속 관심을 두고 살필 것입니다.
그건 구겨지고 찢겨진 제 인생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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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민이 올바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한 것이라고 아빠도 생각했단다. 하지만 윗사람들은 더 독하고 무서운 사람들이었단다. 그렇게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일민은 얼마 후에 잡혀 들어가 모진 고문을 당해야 헸어. 이유는 접선한 사람이 있었는데 왜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냐는 거야. 며칠
동안 잠도 안 재우고 자서전을 쓰게 했어.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술집의 자금을 어디서 구했냐고 추궁
당했단다. 유일민은 채옥의 이름을 이야기할 수 없었단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친구 서동철의 이름을 팔 수밖에 없었단다. 유일민이 감금되어 고문당하고 있을 때,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었어. 남한과 북한의 대립이 격화되는
시기라서, 약간은 뜬금없는 7.4남북공동성명발표였단다. 조국 통일 원칙도 발표되었어. 얼마 후 유일민도 풀려나게 되었단다. 하지만 더 이상 술집 운영도 할 수 없었어.
1.
박정희는 경제를 살린다는 이유로
친기업 정책을 엄청 발표했단다. 그러면서 뇌물도 엄청 먹었지. 그
중에 하나가 사채를 빌려 쓴 사업가들에게 엄청난 혜택을 정책인데, 3년 동안 사채를 갚지 않아도 되고, 그 이후에는 매년 분할해서 갚고 이자는 1/3로 팍 줄여준 정책이란다. 사채를 빌려 쓴 사업가들은 대박이었고, 사채업자들은 분노를 일으키는
정책이었단다. 심지어 어떤 사업가들은 이런 정책이 발표될 것을 알고 있었는지 최근에 엄청난 사채를 빌려
쓰고, 이 정책이 발표할 때는 외국에 피신해 있던 사업가들도 있었어.
정말 불법이 판을 치던 시대로구나.
그런데 많은 일반 노동자들도
피해를 입었어.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 줄 수 있어 자신의 돈을 회사에 빌려주고 있었거든. 천두만도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야. 자산의 돈과 딸의 돈을 딸의
공장에 빌려주었거든. 얼마 있으면 조그마한 하청공장을 세우려는 꿈이 있었는데.... 3년 동안 돈이 묶이고, 그 이후 일년마다 적은 이자로 받으니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어. 뿐만 아니라 물가도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도 있어서 3년 뒤 자산의 돈은 그 가치가 더 떨어지게 되는 거야.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자50만원 이하의 사채는 제외하기로 했단다. 천두만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돈을 찾으러 갔더니, 황당한 소리를 들었단다. 공장에서 한
명이 노동자들의 돈을 취합하여 회사에 빌려주었다는 거야. 그러니 회사에서 받은 사채는 50만원이 넘기 때문에 50만원 이하 사채 예외 규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거야. 노동자의 속은
부글부글 끓었지. 김명숙도 자신의 돈을 회사에 빌려주어 못 받을 처지였어. 김명숙은 방법을 찾다가 검사인 자신의 오빠 김선오에게 부탁했어. 그러자
공장장은 바로 김명숙의 돈을 갚았단다. 검사라는 권력은 예나 지금이나 너무 막강하구나. 한편, 김선태는 몇 년째 계속 사법고시에 떨어지고 나서, 결국 비극적인 선택을 했단다.
…
강숙자의 친구 안경자는 의사
남편 신기훈과 결혼했다고 이야기했었나? 아무튼 안경자는 서울에서 산부인과를 차렸고, 남편 신기훈은 더 공부하겠다면서 미국으로 유학을 갔단다. 의학 박사
남편과 병원장 아내.. 그야말로 막강한 스펙 부부가 되겠구나. 그런데
얼마 전부터 미국의 남편의 소식이 끊겼어. 안경자는 남편이 바람 피우고 있다는 것을 의심했으나, 당시 미국에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았어. 강숙자는 결혼한 후에도
유일표와 가끔씩 만났단다. 사이 좋은 누나 동생과 같은 사이였지. 강숙자는
자신의 동생 강미현을 유일표에게 소개해주었단다. 일종의 맞선 자리였어.
유일표는 자신의 처지를 솔직히 이야기하면서 거절했단다. 자신의 아버지가 어느날 불쑥 내려오기라도
하면 자신의 집안뿐만 아니라 아내의 집도 풍비박산이 날 거라고 말이야… 그래서 자신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했어. 그것은 유일표의 형 유일민도 마찬가지였단다.
유일민은 결혼하지 않는 이유가
하나 또 있는데, 그것은 임채옥 때문이란다. 임채옥은 부모님의
강요에 의해 결혼을 하긴 했지만, 임채옥 역시 여전히 마음 속에는 유일민뿐이었단다. 임채옥은 결혼하고 나서도 유일민을 찾아왔어. 유일민이 설득하여 일년에
한번만 만나기로 했단다. 임채옥의 부모들은 주변 사람들 몰래 미국 이민을 준비하고 있었단다. 한국은 언제 또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안전한 미국으로 이민하겠다고 한 거야. 자신들 뿐만 아니라 자식들 식구들도 모두 데리고 가려고 했어. 하지만
임채옥은 안 가겠다고 했단다. 다른 이유를 댔지만, 임채옥은
미국에 가면 유일민을 만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 거야. 결국 임채옥의 부모는 임채옥 식구들만 집에 남겨두고
미국 이민을 가버렸단다. 그래서 자식이다 보니 임채옥 부모는 임채옥에서 큰 돈을 주고 떠났단다.
….
그런데, 임채옥의 아버지 임상천이 이민을 떠나면서 얌전히 떠난 것이 아니란다. 어음을
잔뜩 떼어 놓고 현금을 틀고 튼 거야. 그리고 그 어음의 이름은 동업자인 정동진 앞으로 해 놓고 간
거야. 정동진은 몰려드는 어음을 지급할 수 없어서 회사는 부도 직전이었어. 뒤늦게 자신이 임상천에 사기를 당한 것을 알았지만, 임상천은 이미
미국으로 가버렸단다. 그는 옛친구 남재구에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남재구는
한번 만나 사연을 들은 이후로는 계속 그를 피했단다. 마치 자신이 옛날 한인곤을 피했던 것처럼 말이야.
정동진은 한인곤에게도 도움을
청하려고 했지만 자신이 옛날 한인곤을 매몰차게 군 것이 있어 연락을 하지 못했단다. 정동진은 어렵게
임상천의 딸 임채옥을 만나 임상천의 미국 주소를 알아냈단다. 당시 미국을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갈 돈도 없었단다. 임상천의 주소를 알아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편지를 보내는 것뿐이었단다.
…
부모로부터 큰 돈을 받은 임채옥은
그 돈을 다시 유일민에게 주려고 했어. 유일민은 극구 반대했단다. 임채옥이
그 이유를 계속 묻자, 잡혀 들어갔다가 사업 자금의 출처를 이야기해야 했던 일을 이야기했어. 그러자 임채옥은 자신의 이름을 대지, 왜 안 댔냐는 이야기를 했단다. 그런 이유라면 돈 받고 또 그런 일이 생기면 자신의 이름을 대라는 거였어. 정말
유일민을 엄청 사랑하고 있구나.
2.
다시 천두만의 이야기를 해줄게. 소설 시작부터 천두만의 일은 늘 꼬이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그야말로
최악의 사건이 일어났단다. 천두만의 딸이 돈을 조금이라도 더 모으려고 새벽까지 일하다가 집에 오는 길에
그만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고 만 거야. 소설 속 인물이긴 하지만 너무 가슴 아픈 사연이구나. 조정래 작가님, 너무 하셨어요. 충격을
받은 천두만은 날마다 술에 취해 세상을 욕하고 분노했어. 그리고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며 죽고 싶다고
울었단다. 그를 옆에서 지켜보던 전도사 김진홍이라는 사람이 잘 설득하여 남은 식구들, 특이 남은 아이들을 위해 다시 일자리를 찾아나서게 되었단다.
….
유일표의 친구 허진의 이야기를
해주어야겠구나. 허진은 회사에 입사한 이후에 꿈이 명확했단다. 이
회사에서 성공을 하겠다는 것… 그는 회사에 목숨 건 사람처럼 일해서 한 단계 한 단계 잘 밟아 올라가고
있었단다. 고등학교 때 그렇게 힘들게 일하던 허진이었으니 그가 성공에 대한 야망은 이해가 가는구나.
….
당시 박정희 정권은 유신헌법을
선포하고 계엄령을 발표했단다. 유신헌법이라는 것은 대통령을 국민들이 직접 뽑는 것이 아니고, 몇몇 선거인단이 대신 뽑는 것이 기본 골조란다. 체육관 선거라고도
했어. 그렇게 헌법을 바꿔 박정희는 평생 대통령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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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그래, 말 잘했다. 이번 사태는 그 누구보다도 대학생들이 그 흑심과 악영향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해. 신문에 보도된 왈 유신헌법이라는 것을 빨간 줄 쳐가면서 조목조목 따져봤는데, 그건 한마디로 법이 아니야. 아까 말한 대로 대통령을 임금으로 바꾼
건데, 이북에서 김일성이 혼자 출마해서 당선되는 것처럼 이쪽도 똑 같은 수법을 만들어냈어. 세상에 소가 웃을 일이지, 달에 사람이 오가는 20세기에 이 무슨 졸렬하고 유치한 만행이냐. 참, 내가 법을 공부한다는 것에 절망하고 환멸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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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수업도 중단되어 김선진은
일찍 방학을 했단다. 형 김선오가 찾아와서 김선진에게 고향에 내려가 있으라고 했어. 어머니도 보살펴드리면서 말이야. 아무래도 동생이 시위를 할까 봐
김선오가 미리 선수 친 것 같구나.
….
독일에서 일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배상집이라는 사람 기억나지? 그 사람은
열심히 공부해서 결국 경제학 박사학위를 준비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어느날 후배가 찾아 와서
함께 동베를린에 가자고 했어. 당시 독일은 서독과 동독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베를린도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으로 나뉘어져 있어 그것을 구분한 장벽이 있었는데 이는 냉전 시대의 하나의 상징이었어. 그러니까
동베를린은 공산주의 동독의 수도인데 그것으로 가자고 했으니 배상집은 거절했지. 자신의 성공에 방해가
요소가 될 것이 뻔하니까. 후배는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설득했지만 배상집을 끝내 거절했단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후배의 배후에 정부가 있었고, 배상집의 사상
검증을 위해 떠봤던 것이었어. 배상집의 입장에서 큰일날 뻔한 일이었어.
간호사들도 여전히 힘들게 일하고 있었어.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기 위해 주말도 쉬지 않고
일했어. 그러다가 탈이 나는 사람도 있었는데,
김광자의 친구 정남희라는 사람도
아픈 몸을 이끌고 계속 일을 했어. 아스피린만 먹으면서 참고 일했는데,
결국 야근하다가 쓰러져 죽고 말았단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은 소설 속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고 실제에서도 있던 사건이었을 거야. 참 슬픈 역사로구나.
…
다시 국내 사정을 이야기해줄게. 유신헌법과 계엄령이 발표되고 나서 야당정치인들을 뇌물수수사건으로 대거 체포했단다. 조작 사건이었지. 야당 강성 국회의원이었던 한인곤도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당해 정신을 잃기도 했어. 하지만 그는 끝내 결백을 주장했단다.
그의 옛친구이자 지금은 여당 거물급 인사가 된 남재구가 찾아와서 회유했어. 하지만 한인곤은
배신자의 말을 듣지 않았지. 유신헌법에는 대통령이 국회의원의 1/3을
선임할 수 있는 말도 안되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졌단다. 그러니 야당은 더욱 힘을 쓸 수 없게 되었지. 대기업 사장 박부길의 아들인 박준서도 그렇게 유정회 국회의원이 되었단다. 박준서의
친구이자 매제인 원병균… 그동안 4.19 정신을 잃어가는
박준서에 대해 원망을 하긴 했지만, 그가 유정희 국회의원이 된다는 것은 원망을 넘어 큰 배신감을 받았어. 박준서를 만나 친구로써 따져보았지만, 아버지의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핑계만 들을 수 있었단다.
…
이상재는 기자로 포항제철 박태준
사장을 취재할 수 있었어. 이 부분은 상당히 많은 지면에서 다루었단다.
당시 포항제철은 우리나라에서 할 수 없다던 제철소의 성공신화를 썼고 그 중심에는 박태준 사장이 있었다는 것이 취재의 핵심이야. 조정래 작가님은 어린이들을 위한 위인전을 몇 편 쓰신 적이 있는데, 그
중에 박태준도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박태준을 높이 평가했던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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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308)
“저에 대한 것은 과찬입니다. 저는 별로 한 일이 없습니다. 오늘의 포철이 이룩된 것은 임직원
여러분들과 공사에 참여한 수많은 분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피땀을 흘려 쌓아올린 공입니다. 다시 말해
공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피와 땀의 결정체’입니다. 이 말은 후판공장에서 첫 생산된 두루마리 후판 몸체에 제가 쓴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포철 준공을 기적이라고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포철의 성공을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계를 비롯해서 재계, 언론계까지 포철은 실패할 거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그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 후발국들은 종합제철 건설에 거듭 실패하고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나라가 브라질과 터키입니다. 특히 브라질은 나라가 굉장히
크고 천연자원이 풍부한데도 실패했는데 우리나라는 별다른 자원도 없으니 더 어렵지 않으냐 하는 생각들이었습니다. 성심을
다한 사람의 힘은 하늘도 움직인다는 말을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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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재는 결혼을 했지만, 여전히 허미경에 대해 잊지 못하고 있단다. 허미경이 버림을 받아
혼자 된 뒤로는 그 마음이 더 커져갔어. 툭하면 허미경의 양품점을 찾아오곤 했어.
….
유일민은 임채옥이 준 돈으로
다시 사업을 준비했어. 당시 각광을 받고 있는 플라스틱 용기 사업을 하였는데, 이것이 잘되어 회사 규모도 조금씩 커져갔어. 여동생 유선희도 그
회사에서 경리를 보며 함께 일했어. 유일민과 유일표의 걱정거리 중에 하나가 동생 유선희가 결혼을 안
하는 것이야. 하지만, 유선희도 오빠들과 마찬가지 이유로
결혼을 안하고 있었단다. 아버지가 내려온다면 자신의 시댁까지 고초를 당하게 될 테니 말이야. 유일민의 어머니 해촌댁의 건강이 갑자기 악화되면서 결국 돌아가셨단다. 해촌댁의
유언은 아버지를 원망하지 말라는 것이었어. 남편과 헤어지고 언젠가는 만날 것이라고 희망을 가지면서도
겉으로는 이야기를 못하고 가슴에만 품은 채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으니 유일민의 어머니는 그 한으로 온몸이 가득 차지 않았을까 싶구나.
7권의 이야기는 대충 여기까지란다.
7권에서 계엄령에 대한 내용도 나오는데 이런 역사 대하 소설에서나
나오는 계엄령과 내란이 오늘날에도 벌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으면서도 아직도 그 내란 세력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구나. 그들이 행한
행태를 보고서도 지지를 하겠다니 이게 말이 되냐 말이야. 내란 세력에 사법부도 포함되어 있다니, 정말 충격적이고… 대선이 제대로 진행될 지 걱정이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강꼬꾸노 조세이와 야스리가리다.(한국 여자는 싸다니까.)”
책의 끝 문장: 유선희는 그제서야 집안일을 맡게 되었을 때처럼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10월유신’이란 지금까지 있어 온 군부독재가 더욱 강화된 것이 아니었다. 그건 죽을 때까지 권좌를 보장하는 임금의 탄생이었다. 그건 정치제도 중에서 가장 추악한 봉건제도의 부활이었고, 몇백 년의 뒷걸음질이었다.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이승만 독재를 비판하고, 소외되고 고통받는 민중의 편에 설 것을 역설하며 후배들을 이끌었던 신 선배는 그때와 정반대의 배를 바꿔 타고 있었다. - P239
"사실 인생이란 게 별게 아니긴 한데 고비고비 잘 풀리지 않으면 그것 참 팍팍한 모래밭인 거라. 죽고 나면 다 헛것인데 산 목숨 하루하루는 심각하고 절실하니까 최선을 다해 노력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숱한 사람들이 인생에 대해 제 나름으로 많은 말들을 했는데 정작 정답은 없는 게 인생이거든. 사는 것, 그것에 열중할 수밖에 없어."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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