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 -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심윤경 님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소설을 이야기할게. 아빠가 심윤경 님의 소설은 <설이>, <위대한 유산> 이렇게 두 권을 읽어봤어. 오늘 이야기할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심윤경 님의 대표작이자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란다. 2002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으로 이 작품으로 심윤경 님은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는구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소설은 이미 유명한 작품인데, 아빠는 이제서야 기회가 되어 읽어보았단다. 소문대로 재미있더구나. 옛이야기를 듣는 기분도 들었어. 우리나라 아픈 현대사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소설이었어.

이야기는 1977년 인왕산 자락 윗동네에서 시작한단다. 그 윗동네까지 와서 산다는 것은 다들 가난한 사람들이었어. 한 집만 빼고 말이야. 넓은 정원을 가지고 있는 삼층집이 하나 있었거든. 그런 마을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이란다. 주인공은 8살 한동구로 초등학교 1학년이었어. 그 해는 7살 터울 동생 영주가 태어난 해이기도 했어. 동구는 동생인 영주를 무척 사랑했단다. 하지만 집안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

어린 동구에게도 욕을 거침없이 날리는 할머니가 있었고, 그 할머니가 세상 누구보다 증오하는 사람이 동구의 엄마였단다. 고부간의 갈등이 장난 아니었어. 며느리가 하는 모든 것에 간섭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단다. 아버지는 고부간의 갈등을 고민하는 것 같았지만, 결국 늘 할머니의 편에 섰단다. 어느 때는 선을 넘어 엄마한테 손찌검까지 했어. 영주가 태어났을 때, 할머니는 딸이라고 큰 실망하며 엄마한테 잔소리를 할 정도였어. 첫째 동구가 아들인데 말이야. 동구는 영주를 무척 아끼고 잘 보살펴주었어. 어린 영주를 업어서 동네 한 바퀴 도는 것도 재미있었어.

….

시간이 흘러 영주가 태어난 지 일 년이 되어 돌잔치가 되었어. 엄마는 영주의 돌잔치를 위해 이것저것 준비를 했는데,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할머니가 한바탕 소동을 벌였고, 이날도 아버지는 엄마를 때렸어. 결국 생일상은 미역국만 간단히 차리는 것으로 끝냈어. 아버지는 여느 날처럼 출근을 하고 할머니는 목욕탕에 갔단다. 그렇게 아버지와 할머니가 집에 없자, 엄마는 잽싸게 영주의 돌잔치 음식을 준비했어. 생일떡, 잡채 등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해서 마을 사람들에도 돌렸어. 그러면서 할머니한테 이야기하지 말라고 입단속도 시켰단다. 물론 동구도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었단다. 그렇게 엄마와 동구와 영주만의 돌잔치를 마치고, 할머니가 돌아오시기 전에 다 치웠단다.

 

1.

시간이 흘러 1979, 동구는 3학년이 되었어. 원래 담임이던 선생님이 일이 있어 그만두시고, 중간에 박은영 선생님이 새로 오셨어. 동구는 3학년이지만 여전히 한글을 아직 제대로 읽지 못했어. 그래서 학기초 엄마는 학교에 불려갔고, 동구가 글을 못 읽는 것 때문에 집에서는 또 아버지와 엄마가 싸웠어. 이번에도 박은영 선생님이 엄마를 호출해서 학교에 가셨어.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선생님과 달랐어. 박은영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동구는 셈을 잘하는 것을 보면 머리는 좋은데, 난독증이 있는 것 같다고 했어. 그러면서 특수 학교를 소개해 주셨단다. 하지만 동구네 집안은 특수학교를 다닐 형편이 안 되었지.

동구가 한글을 제대로 못 읽는 와중에 아직 세 돌도 안된 동생 영주가 한글을 정확히 읽었단다. 영주가 한글을 읽는 것을 본 식구들은 깜짝 놀랐고, 소문이 나서 동네 사람들은 영주를 구경하러 와서 다들 신동이라고 천재라고 한마디씩 했단다. 동구도 그런 영주를 자랑했어. 자신은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은 상관없어. 자신의 사랑스러운 동생이 한글을 척척 읽는 것이 무척 자랑스러웠던 거야.

동구가 특수학교에 갈 수 없는 사정을 알게 된 박은영 선생님은 동구를 불러 방과 후 한 시간씩 같이 공부하자고 했어. 동구는 박은영 선생님을 좋아했는데, 같이 한 시간씩 공부하자고 하니 신이 났단다. 그렇게 몇 달을 공부를 하고 나니 동구는 이제 글을 읽을 수 있었단다. 동구는 박은영 선생님을 짝사랑하며 선생님과 결혼하는 꿈이 생겼단다.

….

지금이 1979년이라고 했잖아. 1979년은 우리나라 현대사에 있어 많은 일이 일어났던 해란다. 길고 긴 군사독재가 측근의 총에 의해 끝난 해이고, 그로부터 두 달도 안되어 군사반란이 일어난 해이기도 해. 이 소설의 배경인 인왕산 자락은 청와대와 가까운 동네이다 보니, 이 역사적인 사건이 삶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었단다. 1979 12월 어느 날 엄마는 동구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단다. 동구는 이유를 몰랐지만 나중에 친구들로부터 동네에 탱크와 군인들이 잔뜩 있다고 했어. 동구는 말로만 듣던 탱크를 처음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친구와 함께 탱크로 보러 갔단다.

가는 길에 주리 삼촌을 만났어. 주리 삼촌은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 한다고 소문이 난 사람으로 고려대 법학과에 합격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이후 고시에서 여러 번 떨어지고 지금도 고시 공부를 하는 고시생이었어. 주리 삼촌은 동구와 친구를 붙들고 포장마차에서 먹을 것을 좀 사주고 집으로 돌려 보냈단다.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날 이후로 박은영 선생님도 분위기가 확 달라졌어. 멍하게 창 밖만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어.

 

2.

동구는 4학년이 되는 것이 싫었어. 박은영 선생님과 헤어져야 하니까. 하지만 운명은 어쩔 수 없는 것. 1980년 동구는 4학년이 되었고 4학년 담임은 오준근 선생님이었어. 오준근 선생님은 정말 최악이었어. 귀 물기, 머리카락 뽑기, 겨드랑이 냄새 맡게 하기 등 변태 같은 짓을 하는 선생님이었어. 박은영 선생님은 6학년 2반을 맡았어. 그런데 이 변태 같은 오준근 선생님이 박은영 선생님을 좋아해서 작업을 걸려고 했어. 동구가 박은영 선생님과 친했다는 것을 알고 수업이 끝나고도 동구를 집에 보내지 않고 동구를 이용해서 박은영 선생님을 만나려고 했어.

동구는 이 일을 주리 삼촌한테 이야기하자 주리 삼촌은 자신이 해결해주겠다면서 학교에 왔어. 주리 삼촌은 자신을 동구의 친삼촌이라고 소개하면서 오준근 선생님을 은근히 압박하면서 동구를 집에 일찍 보내달라고 했단다. 오준근 선생님은 꼼짝없이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 동구는 고마운 마음에 주리삼촌을 박은영 선생님께 소개시켜주었어. 동구가 주리 삼촌을 소개하면서 공부 잘하고 고대 법대 나왔다고 하니, 박은영 선생님은 주리삼촌에게 이태석을 아냐고 물어봤고 주리삼촌은 잘 아는 후배라고 이야기했어.

이 인연으로 주리 삼촌, 박은영 선생님, 이태석, 그리고 박은영 선생님의 제안으로 동구도 함께 자리를 했단다. 박은영 선생님은 대학교 시절 이태석과 함께 학생운동을 했던 것 같아. 그리고 박은영 선생님이 이태석을 좋아하는 것 같았어. 그들은 당시 시국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단다. 계엄령이 계속 될 것 같은지군부가 순순히 물러날 것 같은지쿠데타가 또 일어날 것 같은지등등 동구는 박은영 선생님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 좋았어. 옆에 앉아 맛있는 안주 먹는 것도 좋았어. 근데 주리 삼촌이 권한 술을 먹고 그만 취하고 말았지. 그것도 아주 심하게... 박은영 선생님을 사랑한다는 취중진담까지...

..

그것이 박은영 선생님과 마지막일 줄이야. 박은영 선생님은 휴가를 쓰고 할머니 생신 잔치를 위해 광주에 간다고 했어.. .. 설마 그날? 그 다음 주부터 박은영 선생님은 학교에 나오지 않으셨어. 동구는 엄청 걱정을 했지. 여름방학이 되어도 여름방학이 지나 새로운 학기가 되어도 오시지 않았어. 어느 날 주리 삼촌이 동구를 불러서 이야기하기를 선생님이 돌아가셨으니 그만 기다리라고 했단다. 광주에 가셨다가 광주 민주화 운동에 참가하셨다가 그만 변을 당하셨던 것 같아. 광주 민주화 운동은 늘 슬픈 이야기를 담게 되는구나. 동구는 주리삼촌의 말을 믿지 않았어. 그 이후로도 계속 선생님을 기다렸단다. 아빠도 그 소문이 헛소문이고 소설이 끝나기 전에 박은영 선생님이 다시 돌아오시길 바랬단다.

....

동구의 집에도 어둠이 드리웠어... 아버지가 보증을 잘못 서서 빚쟁이한테 돈을 빼앗겨서 살림이 어려워지기 시작했어. 엄마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아버지한테 대들기 시작하면서 부부싸움도 전보다 더 잦아졌어. 이웃에 어떤 할머니가 이사 왔는데 알고 보니 할머니의 고향 사람이었어. 할머니보다 2살 어리셔서 둘은 금방 친해져서 자매처럼 지내고 같이 여행도 갔단다. 어느 날 할머니는 여행가시고 아버지와 엄마는 여느 때처럼 부부싸움을 하고 있을 때 동구와 영주는 감나무 아래서 놀고 있다가 감을 딴다고 동구가 영주를 무등 태웠다가 그만 잘못 떨어져서 영주가 그만 죽고 만 사고가 일어났어. 지은이가 어린 주인공에게 너무 가혹한 벌을 주는 것 같구나. 선생님과 이별의 아픔도 아직 치유하지 못했는데 어려서부터 그렇게 예뻐했던 동생이 죽다니.. 그것도 자신이 무등을 태워주다가 말이야. 동구는 어떻게 살아가라고….

이 일로 집안은 거의 풍비박산. 여행에서 돌아온 할머니는 엄마한테 더욱 욕지거리를 날리고.. 결국 엄마는 안방에다 항아리를 깨뜨리고 실성한 듯 집을 뛰쳐나가 들어오지 않았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정신병원에 입원하셨어. 엄마의 식구들, 그러니까 외가 식구들은 할머니가 집에 계속 계시면 집에 안 보내겠다고 했어. 동구는 할머니에게 이야기했어. 할머니와 단둘이 할머니의 고향 노루더미에 가서 살자고.. 동구 자신도 여기에 있으면 영주 생각이 자꾸 나서 괴롭다고 했어. 엄마를 한동안 볼 수 없지만, 엄마가 나아질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렇게 동구와 할머니는 할머니의 고향으로 떠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결국 박은영 선생님도 돌아오시지 않았구나. 책을 읽을 때도 찡했는데 지금 독서편지를 쓸 때도 또 찡하구나.

소설 제목이 왜 <나의 아름다운 정원>일까? 생각해 봤어. 소설 초반부에 잠시 언급되었던 삼층집에 있는 커다란 정원을 이야기하기에는 그 정원은 주인공 동구와 큰 인연이 없었단다. 그저 동구가 갈 수 없는 이상향일 뿐이었어. 소설 제목에서 이야기하는 정원은 마음 속의 정원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 동구가 가장 행복했던 3학년 시절이 동구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었던 거야. 그런데 그 행복했던 시간이 너무 짧고,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지기에는 동구 나이는 너무 어려서 너무 안타까웠단다. 오늘은 그럼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동생은 성질이 급한 아기였다.

책의 끝 문장: 아름다운 정원에 이제 다시 돌아오지 못하겠지만, 나는 섭섭해하지 않으려 한다.

 

 


쿠데타가 또 일어날 수는 없을 거라고?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지? 그동안 권력은 군부의 손을 한시도 떠난 적이 없어. 권력자에게나 국민에게나 독재는 지겹도록 신은 낡은 구두 같은 거란 말이야. 반면 민주는 한 번도 신어본 적이 없는 새 구두지. 언제까지나 낡은 구두를 신고 살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당장은 새 구두보다 편안해. 군부는, 우리에게 다시 헌 구두를 내밀면서 너덜너덜해져서 더 이상 신을 수 없을 때까지 계속 신으라고 말할 거야. 지금 민주의 희망을 꺾고 다시 군부독재의 시절로 돌아가도록 강압한다면 사람들은 새 구두를 빼앗긴 것에 분노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새 구두를 신고 발뒤꿈치가 쓸리는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되는 것에 안도할 테지. - P255

"선배의 눈빛을 보자마자 못마땅해하는 거 알 수 있었어요. 사실 나, 선배의 그런 눈빛 때문에 선생님이 되려는 꿈도 접고, 평생 구겨진 바지만 입고 살겠다고 결심했던 적도 있었어요. 기억나요? 영등포의 인쇄소에 선전 문건 초안을 받아 들고 갔던 날, 내가 면바지를 다려 입고 왔다고 선배는 화를 냈잖아요. ‘도대체 정신이 있는 얘야? 아까 다섯 시 전에 출발했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지금 도대체 몇 시야? 다들 양치질도 못하고 며칠씩 날밤을 새우며 작업을 하는데 너는 집에 가서 바지나 다려 입고 왔구나!’ 하고 소리를 질렀었지요." - P259

문득, 지금 아버지가 나에게 한 말들도 아버지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아버지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아버지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절대적인 권위가 오늘날 우리 가족 누구에게도 힘이 되지 못하고, 아버지가 애써 생각해낸 위로의 말이 엄마의 병을 낫게 하지도 못하고, 아버지가 마지막까지 믿었던 할머니가 저렇게 한심한 모습으로 자신의 모습을 책임지지 못하고, 아버지가 한 번도 그러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끔찍한 무력함일 것 같았다. - P3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음 속의 여인 캐드펠 수사 시리즈 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6<얼음 속의 여인>을 이야기해줄게.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그 동안 여러 번 이야기했으니 곧바로 6 <얼음 속의 여인> 이야기를 할게.

6권은 1139 11월에 시작한단다. 이전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잉글랜드는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사이에 내전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어. 내전의 전선은 계속 이동했는데, 이 시기에는 우스터 시라는 곳까지 이어져서 이곳 사람들의 많은 피해를 입었단다. 특히 힘없는 여자들이 많은 피해를 입어서 거의 절반이 죽었다고 했어. 나머지 사람들은 도망을 가서 그들 중 일부는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으로 왔단다. 그들 중에는 부상자들도 많아서 수도원 진료소에서 치료를 했는데, 진료소 자리가 부족해서 일반인들의 집에서도 치료를 받았단다. 내전이 길어지면서 국경 지역의 일부 영주들은 이를 이용하여 자신이 왕이 되겠다는 이들도 있어서 나라는 점점 혼란에 빠지게 되었어. 주인공인 캐드펠 수사와 그의 지인 휴 베링어는 이 일에 대해서 논했지만, 그들이라고 뾰족한 해결책은 있는 것은 아니야.

어느날 우스터 시의 베네딕토회 수도원의 보좌수사 허워드 수사가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 왔단다. 허워드 수사는 사라진 귀족 자재 남매를 찾으러 왔다고 했어. 그들은 18살 에르니마 위고냉과 13살 이브 위고냉이었어. 그들도 내전 때문에 피난을 가는 길이었고, 힐라리아 수녀가 그들과 함께 길을 떠났다고 했어. 그들은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으로 오기로 했는데 아직 도착을 하지 않았던 거야. 한편 그 남매의 외숙 로랑스 당제는 현재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 도착했어. 이 일은 프레스코트 행정장관도 보고를 받았으나, 프레스코트 행정장관은 위고냉 집안과 반대 진영이라서 비협조적으로 나왔어.

인근에 있는 브롬필드 수도원에서 도움 요청이 왔어. 길에서 발견된 의식 잃은 중상자를 브롬필드 수도원에서 보호하고 있는데, 치료를 해달라는 도움이었어. 이에 캐드펠 수사가 브롬필도 수도원으로 가게 되었지. 그 중상자의 이름은 엘리어스로, 베네딕토회 수도원에서 브롬필드 수도원에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길에 다친 것이라고 했어. 문득 캐드펠은 엘리어스가 사라진 위고냉 남매를 알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

캐드펠은 엘리어스를 치료하기 시작했어. 캐드펠의 정성스런 치료로 엘리어스는 의식을 되찾았지만, 아직 기억은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였어. 그러면서도 엘리어스는 가는 길에 소녀의 일행을 만났다고 했어. 엘리어스가 위험한 위기를 넘기고 안정을 되찾은 다음, 캐드펠은 엘리어스가 이야기한 곳을 정찰해 보았단다. 그리고 숲에 숨어 있는 동생 이브 위고냉을 찾았어. 이브 위고냉이 이야기하기를 누나 에르미나는 애인을 만나 함께 떠나고 자신은 누나를 뒤쫓다가 길을 잃었고, 함께 가던 힐라이아 수녀님과도 헤어졌다고 했어. 이브는 누나의 그런 행동해 불만이 가득했단다. 캐드펠은 이브를 데리고 브롬필드 수도원에 오다가 얼음 속에 갇혀 죽은 한 소녀를 발견했는데, 나이대로 보아 안타깝게도 에르미나 같았어. 하지만 이브에게는 이 사실을 모르게 그의 시선을 막아가면서 일단 브롬필드 수도원으로 데리고 왔어.

브롬필드 수도원에 도착하니 그곳에 휴 베링어가 와 있었어. 캐드펠은 휴 베링어와 함께 다시 얼음 속 시신이 있는 곳으로 갔단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얼음을 깨고 시신을 브롬필드 수도원으로 데리고 왔단다. 이브도 그 시신을 보게 되는데, 그 시신은 자신들을 데리고 왔던 힐라리아 자매라고 했어. 캐드펠도 얼음을 깨면서 시신을 꺼낼 때 추리를 해서 그 시신의 주인공은 에르미나가 아닌 힐라이아 자매라는 것을 알았단다. 그렇다면 에르미나는 어디로 간 것인가? 정말 애인과 어디로 떠난 것인가?

 

1.

캐드펠과 휴 베링어는 이브 일행이 마지막으로 함께 있었던 농가를 찾아갔단다. 그런데 그 농가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불에 다 타버리고, 개들은 누군가에서 도살당하고 폐허가 되어 있었어. 인근에 있는 농가를 찾아가 물어보니, 힐라리아 자매는 엘리어스 수사와 함께 브롬필드 수도원으로 갔다고 했어. 그렇다면 그들은 함께 브롬필드 수도원으로 오다가 괴한을 만나 힐라리아 자매는 죽고, 엘리어스 수사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추측했어. 농가 주인이 이야기하기를 그들이 떠난 다음 날 어떤 검을 숨긴 젊은 남자가 위고냉 남매 일행을 찾으러 왔었다고 했어.

의문의 인물이 드디어 등장하는구나. 에르미나가 애인과 도망간 쪽은 휴 베링어와 부하들이 순찰하기로 했는데 그곳에서 캘롤리스 장원이라는 곳이 다 폐허가 되었고 시신들도 그대로 있었어. 그런데 이 약탈은 우스터 시에서 난리가 나기 전에 일어난 것으로 확인되었으니 그 일과는 관련 없는 일이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캐드펠은 숲에서 에르미나의 머리장식을 발견했는데 에르미나가 애인과 말을 타고 가다가 떨어뜨린 것 같았어. 그리고 그 애인은 불에 탄 장원의 젊은 주인 에브러드 보터레이로 추정되었단다. 에브러드는 피신하는 길에 약탈자와 싸움이 붙어 부상을 입고 또 다른 장원에서 머물고 있는 것을 캐드펠이 발견했단다. 하지만 그곳에 에르미나는 없었어. 에브러드에게 물어보니 에르미나는 동생을 찾아야 한다며 그곳을 떠났다는 거야. 에르미나는 젊은 혈기를 가진 아가씨답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곧바로 행동에 옮기는 그런 스타일인 것 같구나.

캐드펠은 다시 브롬필드 수도원으로 왔어. 엘리어스는 여전히 기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어. 아빠는 이 사람이 좀 의심스러웠단다. 아빠의 추리가 잘못될 수도 있겠지만, 엘리어스가 무엇인가 숨기면서 기억을 못하는 척 하고 있는 것 같았어. 엘리어스는 이브와 이야기를 하면서 기억을 하나하나 되찾는 듯 했어. 그러다가 힐라리아 자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울분을 터뜨리고 흥분하기도 하고 자책하기도 했단다. 그러고는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미친 듯이 눈보라 속을 뚫고 숲으로 달려갔단다. 이때 그의 곁에는 이브만 있었어. 이브는 캐드펠 수사를 불러오게 되면 시간이 지체될 것 같아서 혼자서 엘리어스 수사를 쫓아갔단다.

엘리어스는 계속 달려가서 숲 속에 있는 어떤 움막에 가서야 쓰려져 정신을 잃었단다. 뒤늦게 캐드펠은 엘리어스 수사와 이브가 사라진 것을 알고 그들을 수색했어. 휴 베링어의 도움을 받아 밤새 수색했지만 찾지 못하고 수도원으로 돌아왔어. 그런데 그날 아침 에르미나가 수도원에 나타났단다. 그런데 에르미나가 수도원에 나타나기 전에 캐드펠은 에르미나가 어떤 남자와 같이 오는 걸 봤어. 그런데 수도원에는 혼자 도착했어. 그럼 그 남자는 또 누구인가.

에르미나는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했어. 에르미나는 어떤 부부가 도와주어 그들의 집에 있다가 동생의 소식을 듣고 수도원으로 온 것이라고 했어. 그러면서 자신의 경솔한 행동에 대해 잘못했다고 했어. 그러면서 에브러드와 다신 만나지 않겠다고 했어. 그런데 수도원 근처까지 함께 온 남자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 캐드펠은 에르미나에게 유도 질문을 해서 스스로 말하게 했단다. 그제서야 에르미나는 그 남자는 외숙이 그들을 찾으라고 보낸 사람이었다는구나. 아무래도 이번에는 그 남자와 좋은 감정을 갖게 된 모양이구나.

한편, 엘리어스 수사를 쫓아가던 이브는 엘리어스 수사와 함께 움막에 있다가 밖으로 나왔는데 하필 그때 약탈자들에게 붙잡히고 말았어. 이브는 약탈자들에게 붙들려 가게 되었어. 이브는 그들 몰래 포도주를 한 방울씩 떨어뜨렸어. 눈길에 떨어진 포도주는 마치 핏방울처럼 보였어. 움막에서 정신을 잃었던 엘리어스는 깨어나고 이브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고, 포도주 방울을 따라 길을 떠났단다.

캐드펠도 다시 수색을 하여 엘리어스와 이브가 머물렀던 움막을 발견했어. 그곳에 사람이 머물던 흔적이 있어서 캐드펠은 엘리어스가 이곳에 머물렀다는 것을 알았어. 그 곳에서 수사의 망토뿐만 아니라 힐라리아 수녀의 망토도 발견했단다. 그런데 수녀의 망토에는 핏자국이 있었어.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다가 캐드펠 역시 이브가 남긴 포도주 흔적을 발견하고 포도주 방울을 따라 갔단다. 그리고 약탈자들이 산 속에 세운 성채 같은 요새를 발견했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여 다시 돌아와서 휴 베링어의 부대를 이끌고 다시 성채 밖에 진지를 구축했고, 공격하기 시작했어.

약탈자들의 리더는 알랭이라는 사람이야. 알랭은 이브를 인질극에 이용하자, 휴 베링어의 군대는 물러날 수밖에 없었어. 이브는 요새에 갇혀 있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 그런데 누군가 자신을 도와주려고 잠입한 것을 알았어. 그 누군가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단다. 그 누군가는 적군을 제압하고 이브와 함께 도망치다가 그만 발각되었어. 그래서 다시 반대로 도망치다가 요새의 감시탑 꼭대기에 갇히게 되었단다. 약탈자들이 그곳에 오지 못하게 통로를 봉쇄했지만, 그들 또한 도망 나갈 방법이 없었어.

그제서야 그 누군가는 자신을 소개했어. 올리비에 드 브르타뉴. 앞서 에르미나를 수도원까지 데려다 준 외숙의 부하였어. 올리비에와 이브는 방법을 찾았어. 그들은 소리를 낼 수 있는 장비를 이용하여 계속 소리를 했고, 그 소리는 캐드펠이 듣고 감시탑에 이브가 있는 것을 보았어. 그리고 이브의 상황을 알아채고 휴 베링어에게 공격을 지시하여 휴 베링어의 군대는 대대적인 공격을 했단다. 그러다가 요새에 불이 났어. 그 불은 곧 크게 번져 이브와 올리비에도 도망가야 했어. 약탈자들이 화재로 인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도망을 갔는데 이브가 다시 약탈자의 우두머리 알랭에게 잡혔단다.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몰골이 말이 아닌 엘리어스가 나타났어.

그의 모습은 몰골이 말이 아닌 점이 오히려 알랭을 더욱 놀라게 했단다. 알랭은 엘리어스가 자신들이 공격하여 죽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시 살아나서 나타났으니 귀신인 줄 알고 깜짝 놀라 당황을 한 거야.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이브가 그로부터 탈출하고 올리비에는 알랭을 공격을 했어. 알랭은 결국 올리비에와 결투 끝에 칼에 찔려 죽고 말았어. 알랭이 죽자 남아 있는 부하들은 모두 항복을 했단다. 그런데 그 싸움이 끝나고 올리비에는 곧바로 사라졌단다. 올리비에는 모드 왕후 측 사람이고 이곳은 스티븐 왕의 지역이기 때문에 사라진 거야.

….

 

2.

브롬필드 수도원에 돌아와 이브는 누나 에르미나와 만났단다. 사건이 다 해결된 것 같은데 캐필드는 뭔가 찜찜함이 남아있었단다. 자신의 추리하기에 알랭의 동선과 힐라이아 수녀의 동선이 맞지 않는 것이었어. 요새에서 있던 일로 보아 엘리어스를 다치게 한 것은 알랭이 맞지만 힐라리아 수녀는 그의 짓이 아닌 것 같은 거지. 엘리어스는 이제서야 기억이 하나둘 되살아나면서, 자신이 수녀를 죽였다고 괴로워했단다. 그러면서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단다. 엘리어스 수사는 힐라리아 수녀와 단 둘이 추운 겨울 오두막에서 머물게 되었는데, 너무 추우니 둘은 체온으로 몸을 녹이기로 했어. 그런데 그 순간 엘리어스는 욕정이 일어났다는 거야. 그런 상황에서 욕정이 일어나는 자신을 질책하면서 엘리어스 수사는 더 나쁜 일이 일어나기 전에 수녀가 잠든 뒤에 옷으로 덮어주고 오두막 밖으로 나와서 거닐다가 도적떼를 만나 부상을 당했다는 거야. 그렇다면 누가 힐라리아 수녀를 죽인 것일까.

….

캐드펠의 마음에 또 하나 찜찜함이 있었어. 에르미나가 갑자기 에브러드에게 마음을 접은 이유가 마음에 걸렸어. 그런데 그 에브러드가 브롬필드 수도원에 자신이 잃어버린 말을 찾으러 왔다고 했어. 그런데 그 자리에 에르미나가 이상한 모습을 하고 나타났어. 다름 아닌 힐라리아 수녀처럼 분장을 하고 나타난 것이야. 에브러드는 힐라리아 수녀로 분장한 에르미나를 보고 기겁을 하면서 혼잣말을 했단다. 그 옆에 있던 캐드펠은 그가 한 혼잣말을 들었어. 에르미나는 에브러드가 힐라리아 수녀를 죽였다고 의심을 하고 있어서 그런 일을 꾸민 거야.

결국 정황 증거들을 늘어 놓자 에브러드는 자신의 범죄를 시인하게 되었단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에르미나는 그날 있었던 일을 캐드펠에게 이야기했어. 적들이 쳐들어왔을 때 농장 사람들을 다 나두고 에브러드는 혼자 도망가버렸다고 했어. 이걸 보고 에브러드가 겁쟁이라는 것을 알고 에르미나는 그를 버렸다고 했어. 에르미나가 돌아가려고 하자 에브러드는 강제로 추행하려고 했어. 에르미나는 저항하다가 몸에 품고 있던 단검으로 에브러드를 부상 입히고 그 사이에 도망갔단다. 캐드펠이 에브러드를 처음 만났을 때 부상 중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약탈자에게 입은 부상이 아니고 에르미나에게 입은 부상이었어. 에르미나는 그곳을 곧바로 떠나지 않고 나무 뒤에 숨어 살펴보았다고 했어. 섣불리 도망갔다가 그에게 다시 붙잡힐 수 있으니 말이야. 얼마 후 상처를 치료한 에브러드는 말을 타고 집을 떠났어. 그런데 얼마 후에 다시 돌아왔는데 붕대에는 다시 피가 많이 난 상태로 돌아왔어. 그때는 몰랐는데, 그가 에르미나를 찾으러 갔다가 우연히 움막에 잠들어 있는 힐라리아 수녀를 보고 강간을 하고 살해하고 돌아오는 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대. 그래서 할라리아 수녀를 죽인 사람이 에브러드라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었던 거야. 에르미나는 힐라이라 수녀가 죽은 것은 자신의 책임이 크다가 크게 자책했단다. 에르미나가 젊은 혈기로 마음 가는 대로 하는 막가파인줄만 알았는데, 침착하고 영리한 아가씨가 진짜 모습이구나.

이틀 뒤 올리비에가 브롬필드 수도원에 찾아왔어. 에르미나와 이브를 보호해서 그들에게 외숙에게 데려가려고 온 거야. 캐드펠은 올리비에와 이야기를 하다가 깜짝 놀랐단다. 올리비에가 자신의 출신이력과 살아온 날들을 이야기했는데, 캐드펠이 십자군 원정 당시 사랑에 빠졌던 시리아 여인 마리암이 올리비에의 엄마였던 거야. 그러니까 올리비에는 캐드펠의 아들이었어. 하지만 캐드펠은 이제 와서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것은 안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그저 속으로만 건실한 청년이 된 자신의 아들을 보고 뿌듯해 했을 것 같구나. 올리비에는 에르미나와 이브를 데리고 길을 떠났단다.

….

여기까지가 <얼음 속의 여인>의 이야기란다. 이번으로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여섯 권을 읽었는데, 실망을 주지 않는 작품들이 없구나. 이 시리즈는 셜록 홈즈, 뤼팽, 포와르 시리즈에 결코 꿀리지 않을 것 같은데 왜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구나. 아니지, 아빠만 모르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 아무튼 아직도 15권이나 남아 있어 행복하구나. 천천히 아끼면서 읽어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1139 11월 초, 후에는 지지부진해지고 말았으나 처음에는 그토록 갑작스러웠던 내전의 파도는 우스터시를 엄습하여 가축과 재산과 여자들의 절반쯤을 휩쓸어 가버렸다.

책의 끝 문장: 그래, 캐드펠 자신 또한 자랑하기에 부족함 없는 아들을 얻지 않았는가! 아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소한 일
아다니아 쉬블리 지음, 전승희 옮김 / 강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책관련 SNS에서 자주 노출이 되어 알게 된 책이란다. 팔레스타인 작가 아다니아 쉬블리가 쓴 <사소한 일>이란 책이야. 책 제목은 사소한 일이라고 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내용으로 책 제목은 역설적인 표현으로 정한 것 같구나. 팔레스타인 문제는 강대국들의 의해 희생된 약소국의 아픔이라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단다. 우리나라도 강대국들의 다툼으로 인해 나라가 둘로 갈려졌으니 그들의 아픔에 더욱 공감이 가는구나.

그들은 여전히 잃어버린 땅을 되찾고자 하지만 가지고 있는 땅마저 계속 넘보며 싸움을 걸어오는 못되고 돈 많은 이웃이 있어 늘 전쟁의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있어. 멀쩡한 자신의 땅에 2000년 전에 산 적이 있다면서 빼앗으려고 오는 이들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맞을까. 당연히 자신의 땅을 지키려고 맞서 싸웠지. 하지만 그들의 뒤에는 막강한 후원자와 돈이 있었단다. 결국 팔레스타인은 자신들의 땅에서 쫓겨나고 말았어. 아빠가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자세히 알지 못하니, 이 정도만 이야기하고 혹시 너희들이 관심이 있다면 유튜브 등을 통해서 찾아보렴.

소설 <사소한 일>은 팔레스타인의 문제의 시작점과 오늘날 희생된 두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팔레스타인의 비극을 알리려는 것 같았어. 책은 두껍지 않지만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묵직했단다.

 

1.

1부는 1949 8 9일 네게브 사막에서 시작한단다. 1949년이면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에게 땅을 빼앗긴 전쟁을 벌인지 일 년이 지난 즈음이란다. 네게브 사막에서 작전 수행하는 이스라엘 군대를 통솔하는 소대장의 시점으로 소설은 진행된단다. 사막에는 아무것도 없는 끝간 데 없는 사막을 정찰하고 있었어. 사막 어딘가에 숨어 있는 첩자를 색출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단다. 한 여름 사막의 작전 수행은 더위와 가뭄과 싸움으로 너무 힘들었단다. 거기에 이름 모를 물것들이 공격해와 더 피곤했어. 소대장은 막사에서 잠을 자다가 이름 모를 물것에 허벅지를 물리게 되는데 곧바로 자제 소독을 했지만, 상처는 덧나고 몸은 열이 나는 등 계속 고생을 했단다.

어느 날 그의 부대는 낡은 집에 개와 단둘이 있는 팔레스타인 소녀를 발견했어. 소대장은 그 소녀를 처음에는 식당에서 일하게 했단다. 병사들이 그녀에게 수작 부린다는 보고를 받고 소녀를 자신의 숙소에서 자라고 했어. 깔끔쟁이인 소대장은 소녀를 목욕시키고 그의 숙소 한쪽 켠에 자라고 했어. 그래서 그 이성적인 사람인줄 알았는데, 새벽에 일어나서 물것에 물린 상처에 괴로워하다가 갑자기 소녀를 겁탈했단다. 그 이후 소대장이 없는 사이, 병사들이 소녀를 겁탈했단다. 그리고는 소녀를 총살하고 구덩이 묻어버렸어. 이유도 없었어. 그들에게는 사소한 일인 양 정찰 임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을 거야.

….

그 일이 있고 수십 년이 지났어. 이번에는 라는 일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단다. ‘는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우연히 오래 전 사막에서 이스라엘 군에게 집단 강간을 당하고 죽음을 당한 소녀를 알게 되고 진실을 찾아 나서기로 한단다. 조사를 하다 보니 그 소녀가 살해된 날로부터 정확히 25년 뒤에 자신이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더욱 공감을 갖게 되었어.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는 이스라엘에 위치한 역사박물관을 가려고 계획했어.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인 는 이스라엘에 가는데 제약이 있었어. 그래서 친구한테 신분증까지 빌려서 이스라엘에 들어간단다. 역사박물관과 기록보관소에 가보고 소녀가 살았던 니림 마을에서 살고 계신 나이 많은 할머니를 만났지만, 정확한 진실을 알지 못했어. 좀더 위험을 무릅쓰고 군사 지역까지 가다가 검문소에서 군인들에게 붙들린단다. 그리고 그 군인들의 총에 그만 죽고 말았어.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소설을 읽으면서 가 수십 년 전의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것으로 소설이 끝날 줄 알았는데, 충격적인 결말로 끝이 났단다. 이런 결말로 인해 팔레스타인의 비극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했던 것 같구나.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의 아픔을 같이 공감해주고 관심을 가져주어야 이스라엘이 섣불리 그 심한 짓을 못 할 것 같구나. 팔레스타인에도 영원한 평화가 오길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 마친다.

 

PS,

책의 첫 문장: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아득히 총성이 이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짜증나니까 퇴근할게요
메리엠 엘 메흐다티 지음, 엄지영 옮김 / 달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책은 책제목에 깊이 공감하여 읽게 된 책이란다. <짜증나니까 퇴근할게요> 퇴근은 기분이 좋아도 하고 싶고 행복해도 하고 싶은 것이 퇴근이고, 심지어 출근도 하지 않았는데 하고 싶은 것이 퇴근인데, 짜증나는 날은 두말할 나위 없지. 책제목만 보고 책소개와 먼저 읽은 이들의 리뷰를 읽어봤는데 재미 있을 것 같아서 읽게 되었단다.

주인공이 아빠와 세대가 좀 다른 MZ 세대이지만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면서 읽었단다. 다른 공간 다른 세대의 일인데 어쩜 이리 공감이 가는지...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한 모양이구나. 소설은 카나리아 제도 푸에르토리코를 배경으로 하는데 이곳이 어디인지 몰라서 지도 검색을 해보니 아프리카에서 대서양쪽 방향에 있는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섬나라더구나. 스페인 령으로 유럽문화권이라고 보면 돼. 사진으로 봤을 때는 무척 평화로운 곳이겠다 생각이 들었는데, 그곳에도 우리와 같은 스트레스를 받는 회사원이 있었구나.

지은이는 메리엠 엘 메흐다티라는 사람으로 모로코에서 태어나 카나리아 제도에서 자랐대. 무슬림 여성 MZ 세대로 축구도 무척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란다. 팬픽션으로 글쓰기를 시작하여 인기를 많이 끌었다고 하는데,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 지은이 이름과 같은 매리엠이란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1.

소설 속 주인공 메리엠은 25살로 전형적인 MZ 세대로 나온단다. 힘들게 공부를 했지만 취직은 쉽지 않았어. 학창 시절 왜 공부하는지도 모르고 힘들게 보냈는데 도대체 왜 한 거지? 하는 생각이 들만 하구나.

==================

(19-20)

초등학교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까지, 이제 힘든 일은 다 끝냈다고 제 몫을 다 해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까지도 우리는 한 가지 대답만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보내야 한다. ‘앞으로 살면서 무얼 해 먹고 살 것인지’, 그것을 알아내는 데 그 아까운 학창시절을 다 보낸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인생의 초반에는 부모님의 선택으로 내 모든 인생이 돌아간다. 공립유치원으로 보낼까, 영어유치원으로 보낼까? 학교는 발레를 보낼까? 아니면 중국어나 영어학원다 우리에게 좋은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선택들이다. 우리는 그냥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된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하나도 모른 채.

==================

이 또한 오늘날 우리나라 사정과 비슷한 것 같구나. 너희들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을까?

메리엠은 다섯 번의 면접 끝에 슈퍼사우루스라는 회사에 인턴으로 일하게 되었단다. 사수는 욜란다라는 46살 여자였는데 메리엠 입장에서 보면 의도적으로 메리엠을 괴롭히려고 사람 같았어. 메리엠이 일하는 준법감시팀의 팀장은 페란 마티키라는 사람이고 팀원으로 40대 초반의 빅토르 마르케스와 페드로 오테로가 있었어. 그러니까 메리엠 또래의 직원은 없었어. 그 와중에 품질관리팀의 오마르라는 사람이 계속 메리엔에게 플러팅을 해왔어.

….

메리엠의 집은 푸레르토리코라는 곳이고, 회사는 라스팔마스란 곳에 있어서 거리가 꽤 되어 출퇴근도 일이었단다. 집에 와서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주저리주저리 식구들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단다. 인턴이라 아직 정식사원이 아니다 보니 제대로 대접해 주지도 않는 것 같고, 인턴이 정직원이 되는 것도 드문 일이었어. 그 어려운 것은 해내는 메리엠의 성장 드라마가 펼쳐진단다. 몇 달의 인턴 생활을 마치고 마티키의 비서로 계약직원이 되었어. 인턴보다는 한 단계 올라섰지만, 아직 정규직은 아니고 계약직이었어.

 

2.

사수였던 욜란다는 여전히 메리엠에게 부정적으로 대한단다. 아빠가 생각하기에 회사에서 가장 힘든 것은 인간관계란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고 해도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일을 하면 그 힘든 일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지만, 갈구는 상사와 힘든 일을 해 나갈 때는 두 배, 세 배 더 힘들어지거든.. 메리엠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구나. 그런 일이 쌓이자 메리엠은 그 동안 마음에 담았던 것을 메일로 잔뜩 썼으나 발신 버튼 누르기 전에 모두 지우고 잘 알겠습니다로 대신했단다.

….

계약직원이 되었으니 당분간 회사에 계속 다녀야 하니, 집도 회사 근처로 알아보았단다. 하지만 이것 또한 쉽지 않았어. 원하는 집은 비싸고 월급은 적고, 월급에 맞춰 집을 구하다 보니 마음에 안 들고결국 많은 부분 포기하고 작은 방 하나를 구했어.

욜란다와 갈등은 점점 많아져서 힘들고 적성에 맞지도 않은 일은 점점 많아지고, 그렇다고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고고민 끝에 메리엠은 퇴사를 결심하고, 팀장에게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때마침 자신의 능력을 인정한다면서 정직원 신분과 대폭 인상된 연봉을 제안 받았단다. 그렇게 금융치료로 또 어려운 고개를 하나 넘어서는구나. 아빠도 나름 회사 생활을 오래 했는데, 금융치료만큼 힘든 회사 생활을 지탱해주는 것은 없는 것 같더구나. 누군가는 월급을 마약으로 비유하기도 했어. 한 달에 한번씩 받는 마약 때문에 회사 생활을 그만 둘 수 없다고 말이야.

….

정직원인 된 메리엠은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아서 맞지 않는 옷인 줄 알았던 회사가 아주 편안한 옷은 아니지만 그래도 입을만한 옷으로 변해갔단다. 그리고 나중에는 부사수로 인턴 사원을 받고 리더의 역할도 하게 된단다. 그렇게 커리어 우먼이 되어간단다.

소설 속에서 나 자신을 하나의 회사로 간주한 글이 있는데, 참 공감이 가더구나. ‘라는 회사만은 잘 경영해봐야겠구나.

==================

(309-310)

어느 날 스스로를 하나의 회사라고 간주해버린다. 당신의 인생 드라마에선 당신이 최고경영책임자이자 최고운영책임자이자 최고재무책임자다. 그러니 당신은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항상 느끼며 인생에서 단 1분이라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면 안 되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지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으니까. 돈을 아끼고, 당신의 재능을 더 잘 이용하고, 업무를 다양화하고, 모든 면에서 결과를 최적화해야 한다. 이 모든 게 의미하는지, 당신이 인생에서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고 해도 상관없다. 당신이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당신을 내쫓겠다고 위협할 직원도 없으니까. 그저 당신은 샤워를 마치고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면서 그 나이에 마땅히 이루었어야 할 모든 것들, 친구들과 달리 아직 눈앞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 때문에 스스로를 조금씩 갉아먹게 될 뿐이다. 그러다 귀에서 시계가 재깍재깍 소리를 내는 게 느껴지겠지.

==================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었는지 물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책의 끝 문장: 그녀에게 따르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있긴 할까?


나는 계속 나이를 먹어갈 것이다. 가족에게 짐이 된다는 이유로,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역사상 교육을 가장 많이 받았지만 역사상 가장 낮은 임금을 받고 역사상 가장 많은 카페인을 섭취할 뿐만 아니라 역사상 가장 불안정하고 우울하고 콤플렉스가 많은 세대라는 이유로, 살짝 정신이 나간 채로 새벽 3시 27분이 되면 이력서를 여기저기 보내기 시작했다. - P21

그렇기는 하지만, 누구든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스물여섯 살이 되어 있으면 자신이 젊음을 잃었다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스물여섯 살부터는 ‘카나리아제도 주민 전용 승차권’을 살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은 카나리아 주민이 될 수 없다는 뜻인가? 젊음과 주민은 상호 배타적인 관계인가? 나는 아직 28유로로 시내버스와 시외버스를 타고 다니지만, 스물여섯 살이 되는 순간 35유로를 내야 한다. 하여간 왜 청년할인은 있는데 성인 할인은 없는지 이해가 안 된다 내 또래들 대부분이 갈 곳이 없어 부모님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이 빌어먹을 경제적 상황에 사회적인 젊음은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끝난다니, 말이 되는가? 하긴 휘발유 가격이 올라도 자기는 항상 20유로어치만 넓으니 상관없다는 멍청이도 있으니까. - P223

"우리는 정말 거지 같은 세상에 살고 있어." 나는 청중 두 명을 향해 말을 쏟아냈다. "누가 깔리든 말든 바퀴는 절대 멈추지 않아. 나는 점점 나이를 먹고 있어. 내가 바퀴에 깔리면 누군가 나를 대체하겠지. 우리가 미쳐버릴 때까지, 심지어 ‘자본주의가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고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게 잘못’이라고 우리를 세뇌할 때까지 자본주의는 우리를 피폐하고 만들고 우리의 생명까지 빨아먹는 아주 병든 시스템이라고." - P229

할머니집의 벽은 내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 초반의 많은 이야기를 간직했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몇몇 기억들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는 흑역사,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에피소드, 사춘기 때의 경멸과 오만함을 떨쳐버리는 잊는 방법을 익혔다. 손님이 올 때마다 축 처지던 내 어깨도 지워버렸다. 문제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어땠는지, 할머니가 머리를 어떻게 빗었는지, 할머니 몸에서 어떤 향이 났는지, 옷차림은 어땠는지까지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왜 뚜렷하게 기억하지 못하냐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할머니’ 하면 얼굴 생김새, 우리가 집으로 돌아갈 때 많이 우시던 모습, 손, 커피를 무척 좋아하시던 모습만 생각난다. - P246

어김없이 돌아온 쓰레기 같은 월요일, 이메일로 충분히 대신할 수 있는 거지 같은 아침 미팅. 회사생활은 이 두 가지의 반복이었다. 그 와중에 복숭아색 정장을 입은 마카레나는 내 머리를 드럼세탁기처럼 핑핑 돌게 했고, 내가 거짓말할 걸 알면서도 멍청한 질문만 던졌다. 모두가 진실을 요구하면서, 막상 그들에게 진실을 말하면 그 진실을 넘기지 못해 캑캑대는 꼴이 우스꽝스러웠다. "이건 너무 쓰고, 너무 짜잖아. 설탕을 한번 넣어봐" 하며 진실을 가장한 거짓을 원했다. 여기서 계속 일하려면 내가 얼마나 더 당신에게 비굴하게 굴어야 하느냐고 마카레나에게 묻고 싶었다. 이제 눈에 뵈는 것도 없으니까. - P361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가족, 예를 들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삼촌이나 할머니가 돌아가시더라도, 내가 심한 우울증에 걸리더라도, 몸이 아프더라도, 계속 일해야 한다는 생각 말이다. 우리의 삶은 무슨 일이 있어도 노동만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듯이 흘러간다. 사람보다, 다른 것들보다 일이 더 중요한 셈이다. 가장 두려운 점은 내가 다른 것들을 우선시하며 노동을 그만둘 경우, 나를 대체할 사람은 차고 넘친다는 것이며, 나 또한 그걸 알고 주저한다는 것이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게 틀림없다. - P44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계엄령
알베르 카뮈 지음, 안건우 옮김 / 녹색광선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2024 12 3. 대한민국 사람들 모두를 놀라게 한 사건이 일어났단다. 귀를 여러 번 씻고 들어도 맞나? 싶을 정도로 황당한 사건. 계엄령. 계엄령이 오늘날 같은 시대에 일어날 수 있다고? 너희들도 깜짝 놀랬었잖니. 그래도 다행히 그 사건은 용기 있고 슬기로운 국민들로 인해 실패하여 1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그 계엄령이 일어났던 것이 다행이라고들 생각하고 있단다. 무식한 정권이 물러나고 제대로 된 정권이 들어서게 되어 우리나라도 제대로 된 모습을 빠르게 되찾았으니 말이야. 하지만 당시 계엄령이 성공했다면 얼마나 아찔했을까 하는 생각은 오랫동안 우리나라 국민들의 트라우마가 될 것 같구나. 그리고 그 불법 계엄령의 측근들이 아직도 여러 영역에서 자리 잡고 있고 계엄령을 일으킨 세력의 심판들이 아직도 지지부진 진행하는 것은 열 받고 화 나는구나.

그 일이 있은 후 출판업계에도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단다. 그 중에 아빠의 눈에 확 띤 책은 알베르 카뮈의 <계엄령>이란 책이란다. 알베르 카뮈라고 하면 <페스트>, <이방인>으로 유명한 작가인데, 아빠도 이 두 책을 읽었어. 알베르 카뮈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위 두 책을 제외한 나머지 책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대표작 두 권을 읽었으니 다른 책들은 읽어볼 생각도 안 했단다. 그런 와중에 <계엄령>이라는 책을 알게 되어 살펴보았어.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희곡이란다. 책에 보면 실제로 연극의 장면이나 관련된 사람들의 실사 사진도 실려 있단다. 이 연극의 여주인공인 마리아 카자레스와 알베르 카뮈가 연인 사이이기도 했대. 이 책은 <페스트>, <이방인>보다는 유명하지 않지만, 계엄령이라는 소재 때문에 여전히 이슈가 있을 때마다 언급이 되고 있다고 하는구나. 그럼 바로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자.


1.

이 책의 무대는 에스파냐 카디스라는 곳이다. 어느날 혜성이 휙 지나가고 나서 그 혜성에 대한 여러 소문들이 퍼지기 시작했어. 그러자 정부는 새로운 방침을 내렸단다. 시민들에게 혜성이 없었던 것으로 생각하고 혜성에 대해 말도 하지 말라고 공포했어.

....

그런데 어느날 카디스에 페스트 환자가 나타났단다. 얼마 안 가서 카디스는 대혼란을 겪고, 심지어 종말론까지 퍼졌어.. 페스트는 빠른 속도로 퍼져서 사람들을 더욱 공포로 몰아넣었어. 이 희곡의 주인공 디에고는 의사였는데, 그는 환자들을 성심 성의껏 돌보았단다.

얼마 후에 자신이 페스트라고 하는 사람이 카디스 총독을 찾아왔어. 자신에게 총독자리를 달라고 했어.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싶었는데, 페스트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어. 페스트는 비서 한 명을 데리고 왔는데 그 비서가 가지고 있는 수첩에 있는 명단에 선을 그으면 곧바로 죽었어. 일종의 데스노트였어. 페스트는 그것을 총독 앞에서 시전을 하자, 겁 먹은 총독은 권력을 페스트라고 부르는 남자에게 이양하고 자신은 도망을 갔단다. 그리고 페스트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모든 것을 통제하게 된단다. 심지어 죽음까지 통제를 하고 있었어. 데스노트에 있는 명단을 질서 있게 선을 그은 거지...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들은 존재증명서라는 발급했어. 당연히 시민들의 반발이 있었지..

디에고도 그런 페스트에게 저항하다가 도망자 신세가 되었어. 여자친구인 빅토리아와 함께 빅토리아의 집으로 피신했어. 빅토리아의 아버지인 판사였는데, 그는 불법도 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새로 들어선 페스트 권력을 옹호하는 사람이었으니, 그로부터 도망 중인 디에고를 곱게 볼 일이 없지.

=====================

(105)

판사 : 내가 법을 지키는 것은 법의 내용 때문만은 아니네. 그것이 법이니까 지키는 거지.

디에고 : 그 법이 범죄를 가리킨다면요?

판사 : 범죄가 법이 된다면 그건 더 이상 범죄가 아닌 것이지.

디에고 : 그렇다면 미덕을 단죄해야 할 판이군요!

판사 : 분명, 그렇게 해야겠지, 만일 미덕이 건방지게 법을 검토하려 든다면.

빅토리아 : 아버지, 아버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두려움인 거예요.

=====================

판사는 디에고를 내쫓으려고 하자 디에고와 빅토리아는 반발했고, 그러자 판사는 디에고를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어. 판사의 부인도 디에고를 지지했지만, 판사는 자신의 주장을 일관했어. 우리나라의 일부 판사들을 보는 것 같구나. 계엄세력에 빌붙는 판사들이 많았잖니... 그들 때문에 마음 조리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열 받는구나.

결국 디에고와 빅토리아는 다시 도망길에 올랐어. 디에고는 군중들과 함께 페스트에 맞서게 되는데, 페스트의 데스노트가 너무 막강했어. 몇몇 이름에 선을 긋자, 그들은 쓰러지고 말았어. 페스트가 디에고의 이름에 선을 그으라고 하자, 비서가 말하길 디에고는 선천적 능력을 자기고 있어, 불가능하다고 했어. 군중들은 계속 밀어붙였고 결국 비서가 가지고 있던 수첩을 빼앗았어. 하지만 수첩은 이후 오해로 인해 서로 뺏고 뺏기게 되고, 민중들은 빅토리아의 이름에 선을 긋게 된단다. 뿐만 아니라 마음에 안 들었던 사람의 이름을 찾아 선을 긋는 일을 했어. 지은이 카뮈가 민중들을 왜 이렇게 어리석은 사람들로 설정했는지 궁금하구나. 누구나 또한 권력을 잡으면 똑 같은 사람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나?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소설 속 민중들과 달리 고귀한 영혼을 가진 이들이 훨씬 많아서 다행이다.

디에고는 빅토리아가 쓰러져 죽는 것을 보고 페스트와 설전을 벌이게 되는데, 페스트의 비서가 배신을 하고 디에고 편으로 돌아서게 된단다. 페스트와 디에고의 다툼은 지난 겨울 계엄세력과 우리 국민들의 저항의 대결을 보는 듯했어. 우리 국민들이 승리했듯이 디에고가 페스트를 몰아내게 되지만, 죽음의 표식이 생긴 디에고도 죽고 말았단다. 혁명의 성공에는 희생이 뒤따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구나.

디에고는 죽고 빅토리아는 깨어나게 되고... 하지만 페스트는 죽은 것이 아니라 그 도시를 떠난 것이 찜찜함을 남기는구나. 그러니 언제고 다시 돌아와서, 또 계엄령을 내릴 여지는 남아 있었단다. 그러지 않게 다시는 계엄령이 안 일어나게 하려면 뿌리까지 다 제거해야 하는 것이야.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계엄 세력에 대한 심판이 이 소설의 교훈을 잘 새겨들었으면 좋겠구나.

....

페스트가 물러나고 민중이 권력을 잡으면서 희곡은 끝나는가 싶었는데, 따른 결말도 제시를 했단다. 도망갔던 총독이 다시 돌아오는 거야. 하지만 민중들은 예전의 민중들이 아니야. 디에고의 말을 깨닫고 그들에게 권력을 다시 주지 않았어. 총독들, 각료들, 그리고 페스트의 빌붙었던 나다 등을 뱃전 아래로 던져 버렸단다. 이런 우발적인 시민들의 행동은 과연 옳은가? 속은 시원할지 모르지만 그들의 행동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단다. 그 사회도 법이 있고 규율이 있었을 텐데, 그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심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카디스의 민중은 데스노트를 탈취할 때도 그랬고, 마지막 총독과 각료들을 처단하는 것도 그렇고 불완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구나. 좀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해 보이는구나.

...

책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책인 아빠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힘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계엄령의 부당함을 깨닫게 해 주었단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아찔했던 2024년 겨울 같은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법 계엄을 주도했던 사람들, 협조했던 사람들 모두 중벌을 받아야 다시는 그런 일을 꿈꾸지 못할 것 같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경보 사이렌을 연상케 하는 요란한 주제의 서곡.

책의 끝 문장: 거대한 파도가 선박의 갑판을 쓸어 버린다.


그러니 명심해라, 내가 도착하는 순간 감동적인 것은 더 이상 없다. 그 따위 감동은 금지된다. 그 밖의 몇 가지 쓸데없는 것들, 예컨대 행복을 원하는 우습기만 한 초조함, 사랑에 빠진 이들의 얼굴, 풍광에 취하는 이기적인 작태, 불경한 풍자 행위 등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들의 빈자리에 나는 조직을 이식한다. 처음에는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끝에 가서는 탁월한 조직이 너절한 감동 따위보다 훌륭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렇듯 탁월한 생각을 실행하기 위해, 남자와 여자를 분리하는 조치를 시행할 것이다. 나의 명령은 법률이 규정하는 것과 동등한 효력을 가진다. - P75

판사 : 내가 법을 지키는 것은 법의 내용 때문만은 아니네. 그것이 법이니까 지키는 거지.
디에고 : 그 법이 범죄를 가리킨다면요?
판사 : 범죄가 법이 된다면 그건 더 이상 범죄가 아닌 것이지.
디에고 : 그렇다면 미덕을 단죄해야 할 판이군요!
판사 : 분명, 그렇게 해야겠지, 만일 미덕이 건방지게 법을 검토하려 든다면.
빅토리아 : 아버지, 아버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두려움인 거예요.
- P105

아니, 빅토리아, 엄마는 닥치지 못하겠다. 내 평생 입 닫고 살아왔다. 내 명예를 위해서 그랬고, 신의 자비를 위해 그랬다. 그런데 명예란 게 이제 하나도 남지 않았어. 내 아들의 머리카락 한 올이 하늘에 계신 신보다도 귀중하단 말이다. 그러니 이제는 입 닫고 살지 않으련다. 이 사람에게 적어도 이 말만은 해야겠다. 당신 같은 사람 편에는 권리가 함께하지 않는다고. 당신도 잘 알겠지만, 권리란 고통받고 신음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편에 있으니까요. 권리는, 약삭빠른 자나 돈에 눈이 먼 자와는, 함께하지 않아요. - P109

내가 경멸하는 것은 사람을 죽이려 드는 자들뿐이야. 네가 무슨 짓을 저지르든, 저 사람들은 너보다 더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어. 만일 저들이 어쩌다 딱 한 번 사람을 죽였다 해도, 그것은 잠시 광기에 사로잡혀 그랬던 걸 거야. 그런데 너는, 그 잘난 법이니 논리니 들먹이며 대학살을 자행하고 있지. 고개를 들지 못하는 저들을 비웃지 마. 그건 이미 수백 전부터 공포를 불러오는 혜성들이 저들의 무리를 수도 없이 지나갔기 때문이니까. 저들의 겁먹은 모습을 보고 비웃지 마. 수백 년 전부터 저들은 죽어갔고 저들의 사랑은 너덜너덜하게 찢겨 왔어. 설령 저들이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원인이 존재하는 거야. 그러나 저들을 상대로 너희들이 저질러온 죄악에는, 네가 고안해 낸 그 따위 역겨운 질서에 맞춰 이 세상을 체계화하는 일을 완수하기 위해 저질러 온 죄악에는, 나는 그 어떤 근거도 찾을 수 없어. (페스트가 데이고 쪽으로 걸어온다) 네가 다가온다고 눈 하나 깜짝할 것 같아? - P1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