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슬 - 제주4·3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김금숙, 오멸 원작 / 서해문집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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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제주 4.3 사건에 대해 다룬 책들을 몇 권 읽었단다. 소설이나 교양서적이었어. 제주 4.3 사건을 다른 책들 중에 <지슬>이라는 만화책이 있다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단다. 아빠도 예전에 사 두고 있었어. 만화책이다 보니 너희들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얼마 전에 아빠가 4.3 사건을 다룬 한강 님의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고, <지슬>도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고 읽었단다.

<지슬>이라는 영화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래서 아빠는 만화 원작을 영화로 만든 것인 줄 알았는데, 반대더구나. 영화 <지슬>을 만화로 옮긴 것이라고 하더구나. 영화 <지슬>은 오멸이라는 사람이 감독을 했는데, 부산국제영화제 등 많은 상을 탔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만화책은 김금숙 님이라는 분께서 그리셨는데, 영화 내용을 충실히 따르셨다고 했어. 우리가 보통 만화와는 색감이 좀 달랐단다. 굵은 붓으로 터치한 것 같았어. 그래서 인물 묘사가 사실적이지 않아서 너희들이 안 좋아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어. 그런데 아빠가 생각하기에 제주4.3사건의 비극적인 사건을 다룬 만화는 이런 거친 붓질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리고 주인공들이 당시 제주도에 살던 평범한 서민들인데 그런 거친 붓 터치가 그들의 거친 삶을 표현하는 것 같기도 했어. 또 한편으로는 수묵화 느낌이 나기도 했단다.

 

1.

책 제목 지슬은 제주도 사투리로 감자를 뜻한다고 하는구나. 요즘에야 가공식품으로 맛있는 과자나 술안주로 많이들 먹지만, 예전에는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의 비상식량으로도 생각되는 감자였잖니. 빈센트 반 고흐도 <감자 먹는 사람들>이라는 작품 속 사람들은 지치고 가난한 사람들이었던 기억이 있구나. 지슬은 바로 그 감자의 제주도 사투리. 이 책에서도 숨어지내고 도망다니는 이들에게 서로 지슬을 주고 받았단다. 지슬은 단순히 먹거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이었고 사랑이었던 거야. 제주 4.3사건은 아빠가 여러 번 이야기를 해서 또 하지는 않겠지만, 제주 4.3 사건은 피해를 입은 국민들만 상처를 입은 것이 아니고, 국가의 부당한 명령에 어쩔 수 없이 총을 들었던 군인들에도 큰 상처를 주었던 것이란다. 이 책에서도 국가의, 상사의 부당한 명령에 갈등하는 군인들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어.

 

 

그 부분을 읽으면서 작년 12.3 내란 사태 때 출동했던 군인들도 생각이 났단다. 어디로 출동하는지도 몰랐던 그들이 내린 곳은 국회이고, 그들이 상대하는 것이 적군이 아니고 시민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들은 소극적으로 대응을 하면서 갈등을 하는 모습이 카메라 속에도 보였거든.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마음은 당연한 것 같구나. 당시 몰상식한 지도자로 인해 많은 제주도민들이 희생되었지. 그리고 그런 몰상식한 지도자의 흉악한 결정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2024년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또 한번 큰 충격이었지. 많은 상식 있는 국민들이 나서서 행동하여 과거와 같은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구나.

….

만화 <지슬>을 읽고, 영화 <지슬>도 보고 싶더구나. 그런데 어디서 볼 수 있나? 찾아봤는데, 고맙게도 유튜브에서 무료로 공개되어 있더구나. 오랜만에 영화도 한 편 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춘섭아, 조심해.

책의 끝 문장: 민간인 학살의 배후에는 미군정과 미군 고문관이 있었지만 그들은 오랜 세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 학살에 관해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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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진 2025-02-08 1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연극으로 4.3을 처음 만났죠. 가슴 먹먹했던 순간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책을 보기 두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죠.

bookholic 2025-02-08 22:0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연극은 더욱 실감이 나겠네요...
그래서 나중에라도 4.3 사건을 다룬 연극을 못볼 것 같습니다.
너무 가슴 아플 것 같아서요...
 
세상 모든 것의 기원 - 어디에도 없는 고고학 이야기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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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몇 달 전에 강인욱 님의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이란 책을 읽고 예상했지만 고고학이라는 분야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숨겨져 있던 옛 이야기를 읽는 것은 어렸을 때 들었던 옛날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들기도 했어. 그래서 강인욱 님의 책 두어 권을 더 구입했는데, 그 중에 한 권을 이번에 읽었단다. <세상 모든 것의 기원> 어떤 것에 대한 기원을 찾는 것. 그것이 고고학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어떤 것에는 유형적인 것도 있고, 무형적인 것도 있고지은이 강인욱 님이 그 동안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알게 된 어떤 것들의 기원과 유래를 정리해서 이 책을 냈다고 하는구나. 세상 모든 것이라고 것이 한편으로 산만하고 주제가 일관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 다룬 것은 모두 우리 인간들이 즐기고 사용하고 먹던 것들이니 인류라는 공통점이 있구나.

 

1.

이 책에서는 잔치, 놀이, 명품, 영원 네 가지 키워드로 나누어 이야기해주었단다. ‘잔치에서는 먹거리에 대한 기원을 이야기해주었어. 주로 우리나라에서 즐겨 먹는 음식과 술을 소개해 주었단다. 막걸리, 소주, 김치, 삼겹살, 소고기, , 상어고기, 해장국을 이야기 주었단다. K-Food라는 말로 한식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요즘이라 더 알맞은 주제인 것 같구나. 그런 김치를 맛있게 즐기면 되는 거지이웃나라 중국은 자신이 원조라고 우기기도 하는데, 그러면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다른 나라들로부터 미움이나 받지. 김치는 남한과 북한이 각각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하더구나. 그것은 원조가 어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김치를 저장음식으로 만들어 겨울을 나는 지혜를 높이 평가했다는구나. 인류문화유산은 누가 원조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지혜를 따지는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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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7)

한국김치는 2013년과 2015년 각각 남한과 북한의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선정 심사를 위해 유네스코에 제출한 보고서는 김치라는 무형유산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살려서 만들어졌다고 평가받는다. 이 보고서에는 김치의 역사가 1,000년 정도라고 적혀 있었지만 기간은 인류무형 문화유산으로 선정되는 데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원조 유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문화의 현대적 의미와 보편적 가치다. 이는 유네스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하며 붙인 타이틀, ‘김장 : 김치를 만들고 서로 나누기에서 확연히 알 수 있다. 따지지 않았다. 선정위원회 측은 김치의 원조를 나누지 않았다. 그보다는 인류가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지혜롭게 저장 음식을 만들고 함께 나누었던 지혜를 김치에서 발견하고 이를 높이 평가했다. 승자는 불명한 원조를 큰 소리로 주장하는 자가 아니었다. 세계 사람들이 절로 고개를 끄덕이는 가치를 재발견해는 자가 승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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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먹거리에 진심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한단다.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음식들이 있는데, 해장국도 그렇지 않을까 싶구나. 아빠가 다른 나라의 해장국이 어떤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는 해장국도 참 다양하고, 해장국을 먹으면 뜨거운 것을 먹으면서도 속이 시원하고 편안함이 느껴지거든요즘 아빠가 술을 거의 먹지 않아서, 숙취를 깨우는 해장국을 먹은 지 오래되었지만, 요즘 같은 추운 겨울날 식사로 먹어도 아주 좋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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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각 나라마다 저마다의 해장 문화가 있지만, 우리나라만큼해장이란 단어가 널리 쓰이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 한국에는 아예해장국이라는 음식이 따로 존재할 정도다. 한국에서 해장국을 마시는 행위는 일종의 사회생활의 한 부분으로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요즘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예전에는 회식을 한 다음날이면 으레 함께 술자리를 한 이들 중 한 명이오늘은 해장국이나 할까?” 하며 전날 멤버들을 다시 불러내어 합동으로 숙취 해소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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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놀이에서는 놀이, 고인돌, 씨름, 축구, 여행, 낙서, , 고양이를 이야기해주었단다. 축구의 기원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최근에 중국의 3200년 전 유적에서 공이 발견되었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중국이 축구의 기원이라는 것이 통설이라고 하는데, 왜 오늘날 중국은 그리도 축구를 못하는지…^^

반려 동물의 대표격인 개와 고양이에 대한 기원도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야생 늑대가 개로 진화하는 것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지만, 1950년대 러시아 유전학자 드미트리 벨랴예프라는 사람은 온순한 여우들을 교배하여 20년만에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리는 여우들이 나타났다고 하더구나. 그러니까 늑대들도 그런 식으로 짧은 시간에 온순한 개로 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는 거지. 그리고 고양이는 자신이 집주인양 행동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고대에도 고양이를 숭배하곤 했다는구나. 고양이들의 도도한 행동이 그 때부터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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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고대 이집트에서 고양이는 인간의 숭배 대상이었다. 이집트 선왕조인 기원전 3700년경의 무덤에서는 고양이 뼈가 발견되었는데, 무덤에 묻히기 4~6주 전에 부러진 뼈를 치료받은 흔적이 있었다. 살아생전에 인간의 보살핌을 받았다는 뜻이다. 수많은 이집트인들의 무덤에서는 무덤 주인의 미라와 더불어 수많은 고양이 미라가 함께 발견되었다. 심지어 쥐 미라도 발견되었는데 이는 고양이의 먹잇감인 쥐를 함께 묻은 것으로 그만큼 고양이를 극진히 대우했다는 뜻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다산과 풍요의 여신인 바스테트가 고양이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 역시 이집트인들이 고양이를 숭배했음을 보여준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를 죽이면 사랑에 처한다는 법이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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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명품에서는 석기, 실크, 황금, 신라 금관, 인삼, 기후와 유물, 도굴, 모방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어.. 지구의 기후 변화가 고고학에서 악영향을 주는지 처음 알게 되었단다. 하기야 어디에 좋은 영향을 주겠니.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정말 걱정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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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하지만 사정이 급변 중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영구동결대 얼음이 녹아버리면서 알타이 지역 문화유산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상황처럼 현재 지구 곳곳에서 이상 기후나 환경오염으로 해서 후세에 전해지지 못하고 묻혀버리는 역사가 적지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문화유산은 비단 발굴이 완료된 것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깊은 땅속에 매장되어 있어 언젠가 후세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유물들도 우리가 보호해야 할 문화유산이다. 말없이 사라지는 유물들이 많아질수록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를 밝혀줄 증거들도 줄어든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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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네 번째 영원에서는 벽화, 추모, 미라, 발굴 괴담, 마스크, 문신, 점복, 메신저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이번 <세상 모든 것의 기원>은 좀더 가볍게 읽을 수 있었고, 고고학에 대해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런 책인 것 같았어. 기억력만 좋다면 사람들에게 해줄 이야기보따리를 갖게 되는 것이지만, 아빠의 기억력으로는 이미....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2019년 유학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러시아 동료 고고학자가 한국에 온 적이 있다.

책의 끝 문장: 앞으로도 흥미진진한 고고학자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야생 늑대는 어떻게 개로 진화할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주는 굉장히 흥미로운 실험이 하나 있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50년대 러시아의 유전학자 드미트리 벨랴예프는 시베리아에서 사나운 은여우를 길들이는 실험에 착수한다. 그는 일군의 은여우 중에서 비교적 온순한 여우들을 골라 교배를 했다. 그 결과, 놀라울 정도로 짧은 시간인 20년 만에(6세대를 거친 후)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리는 행동을 하고, 형태적으로도 꼬리가 위로 말리는 오늘날의 개와 비슷한 모습을 한 여우를 키워냈다. 20년 정도의 짧은 기간 안에 유전자 수준의 변화가 이루어 질 수는 없다. 다만 길들여진 은여우의 호르몬은 야생의 은여우와 차이를 보였다. 벨랴예프의 연구로 늑대의 유전자에는 이미 인간의 반려동물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요소가 내재되어 있었는데, 그것이 인간을 만나면서 발현되었음이 밝혀졌다. - P163

미라를 만드는 핵심 기술은 부패하기 쉬운 내장을 빼내고 피부는 탈수를 시켜서 보존 처리를 하는 것이다. 먼저 콧구멍으로 갈고리를 집어넣어 뇌 속을 긁어 뇌수를 빼낸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얼굴에 상처가 나면 안 된다. 다음으로는 갈비뼈 밑에 구멍을 내서 장기를 빼내어 카노피라고 하는 별도의 단지에 넣는다. 단 저승에서 심판을 받을 때 필요한 심장은 부적과 함께 제자리에 다시 넣어둔다. 그 다음에는 몸에서 수분과 지방 성분을 빼내는 탈수 작업을 거친다. 단순한 탈수가 아니라 몸의 외형을 그대로 보존하는 길고도 세심한 작업이다. 얼마 전 3,45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미라를 만드는 방법이 적혀 있는 파피루스가 발견되었는데 35일간 건조를 하고 35일 간 군대를 감는 등 총 70일 뒤 소요된다고 했다. <창세기> 1장에도 이집트 정리가 된 요셉이 아버지 야곱의 죽자 40일간 미라를 만들고 70일동안 애도를 했다고 적혀 있는데 이는 파피루스 속 기록과도 대략 비슷하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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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꿈의 책장 에디션)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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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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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너희들에게 이야기할 책은 <나의 돈키호테>라는 책이란다. 몇 년 전에 Jiny도 재미있게 읽은 <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연 작가님의 최신작이란다. 책 표지가 화사하고 밝은 표정의 청소년들의 모습이 책의 성격을 그대로 이야기해주는 듯하구나. 책의 제목이 <나의 돈키호테>인데, 돈키호테는 너희들도 어렸을 때 동화로 각색한 것을 읽었을 거야. 아빠는 10년 전쯤 열린책들에서 출간한 완역본을 읽었단다. 엄청나게 두꺼운 책 두 권짜리였는데, 읽고 나서 뿌듯함이 아직 기억에 있구나. 돈키호테는 완역본으로 한번 읽어볼 만하니 너희들도 나중에 커서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의 제목을 왜 <나의 돈키호테>라고 지었을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책을 펼쳤단다.

 

1.

주인공 진솔. 나이 서른. 방송국 PD를 그만두고 엄마가 살고 있는 고향 대전에 내려왔단다. 그냥 대전이 아니라 노잼대전이라고 자학하듯 이야기했단다. 대전이라는 도시는 특별히 재미있는 것이 없다고 하여 노잼 도시라는 재미있는 별명을 가지고 있단다. 오죽하면 빵가게가 가장 유명하겠냐는 말도 본 적이 있는 것 같구나. 성심당이라는 빵가게인데, 이 책에서도 성심당이 소개되었어. 아빠도 두어 달 전 대전에 결혼식에 갔다가 성심당에 한번 가보았단다. 너희들과 함께 먹을 빵을 사기 위해여전히 엄청난 대기줄에 한참을 기다렸다가 기차 시간 전에 간신히 사 올 수 있었지. 아무튼 주인공 진솔이 대전에 오면서 소설이 시작한단다. 대전에 머물면서 유튜브를 하려고 하는데, 방송국 PD의 경험이 있지만 유튜브도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어.

학창 시절을 대전에서 보낸 진솔은 15년전 중학교 때 기억이 떠올랐단다. 동네 비디오 가게의 주인 아저씨 돈 아저씨와 일당들이 만든 라만차 클럽. 라만차는 돈키호테가 살던 스페인의 동네 이름이란다. 돈 아저씨가 운영하던 비디오 가게 이름은 돈키호테 비디오. 지금은 카페로 변하고 없어졌지만, 그곳은 진솔의 아름다운 추억이 깃든 곳이었어. 중학생이던 솔은 돈키호테 비디오에서 일도 도와주었고, 친구 선후배들의 아지트이기도 했던 곳이야. 돈 아저씨는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 되길 꿈꾸었고 그 두꺼운 돈키호테 소설을 모두 필사하기도 했단다. 진솔은 그런 돈 아저씨를 잘 따라서 산초라는 별명을 갖기도 했어.

….

대전에 내려온 소리 우연히 라만차 클럽의 멤버이자 친구이자 돈아저씨의 아들인 한빈을 만났어. 한빈은 자신도 아버지가 어디를 가셨는지 모른다고 했어. 돈키호테 같은 돈 아저씨. 돈 아저씨가 돈키호테 비디오를 운영할 때도 이미 이혼한 상태라서 아들 한빈과 한 달에 한번씩 만나는 사이였어. 한빈은 부동산 문제로 아버지를 찾고 있다면서 솔에게 도와달라고 했단다. 문득 솔은 이제 막 시작한 유튜브에서 돈 아저씨를 찾는 것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돈 아저씨 공개 수배. 채널명도 돈키호테 비디오로 정했어.

 

2.

우선은 비디오로 영화 보던 시절의 옛 영화들을 소개해주는 것으로 시작했단다. 한빈이 홍보를 좀 도와주었는데, 옛 라만차 클럽의 멤버들도 하나씩 연락이 되었단다. 돈 아저씨의 정체는 무엇인가. 돈 아저씨의 본명은 장영수. 서강대 법대 출신. 학생 때 학생운동 하다가 옥고도 치름. 이후 1990년대 초반 대치동에서 영어 강사를 시작했는데 실력을 인정 받아 인기 있는, 잘 나가는 영어 강사가 되었지만, 학원장과 갈등을 겪고 학원계를 떠났단다. 학원장이 가난한 학생의 부모를 꼬득여서 안 들어도 되는 강의를 듣게 하는 것을 보고 대판 싸우고 나서 사교육에 환멸을 느끼고 학원계를 떠난 거야. 일타 강사의 길을 스스로 차버린 것인데, 평범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그러기 쉽지 않았을 거야.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돈키호테의 정신을 가졌기 때문이지.

학원계를 떠난 장영수는 벽해출판사라는 출판사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이곳에도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았으나, 대리 번역을 시킨 어떤 교수의 뻔뻔함 때문에 대판 싸우고 또 출판계를 떠났단다. 이렇게 사고(?)를 쳐서 그런지 이혼도 당하게 되었어. 이후 돈키호테 비디오 가게를 차리게 되었단다. 진솔은 돈 아저씨가 지냈던 학원가, 출판계 사람들은 인터뷰하면서 돈 아저씨의 행적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큐식으로 하여 유튜브에 업로드 하였단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독자 수도 늘어나고, 응원의 댓글도 늘어났어.

….

돈 아저씨 장영수는 돈키호테 비디오 가게를 하면서, 영화 시나리오도 썼단다. 어떤 독립영화사의 대표 석명환이라는 사람과 함께 했는데, 그 영화사가 운좋게 대박 작품이 하나 나오면서, 장영수와 관계는 흐지부지 되었단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표와 사이가 틀어져서 민주영 PD라는 사람과 함께 영화사를 나와 독립을 했대. 그러나 자금부족으로 끝내 영화를 만들지는 못했다는구나. 진솔은 수소문하여 민주영 PD를 만나 장영수의 행적을 물어보았지만, 흔적 없이 사라졌다고 했어.

 

3.

동네에 오랫동안 살았던 할머니를 인터뷰하면서 장영수가 제주도에 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제주도 중산간에 바리타리아라는 곳을 만들어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래서 진솔은 한빈, 민주영 PD와 함께 제주도로 향했고, 그곳에서 돈 아저씨를 십 수 년 만에 재회하게 된단다. 빼빼 마른 돈키호테의 체형이었던 돈 아저씨는 뚱뚱한 산초의 체형으로 변해 있었어. 체형뿐만 아니라 자신 스스로도 이제 산초가 되었다고 했어. 소설 돈키호테를 완역본을 일고 보면, 산초가 참 매력적이고 이성적인 인물로 나온단다. 돈키호테 옆의 감초 같은 조연으로 끝나기에는 아까운 인물이지. 그렇게 다시 만나면서 소설이 끝나는 것이냐고? 아니야

이제 또 다른 출발이 있단다. 산초가 된 돈 아저씨는 또 다른 꿈이 있단다. 한빈이 제주도에 내려가 바리타리아를 카페로 개조를 하고 인기를 끌게 되었어. 그러던 어느날 돈 아저씨는 또 사라지고 말았단다. 그리고 얼마 후 비행기 티켓이 배송되었어. 스페인 행돈 아저씨는 세르반테스의 고향 스페인에 가 계신 거지진솔을 비롯한 라만차 클럽을 위한 비행기 티켓을 보내준 것이란다. 라만치 클럽의 마지막 행선지는 과연 스페인일까? 돈 아저씨의 꿈은 이루어질까? 아빠가 독서편지를 쓰면 기억력 보조를 위해 보통 결말까지 다 적지만 이 소설은 안 그대로 될 것 같구나. 어느 정도 예상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니까 말이야.

김호연 작가님의 이번 <나의 돈키호테>는 밝고 희망적이고 유쾌함을 주는 그런 소설인 듯 싶었어. 아주 조금 식상하면서 예상되는 줄거리 라인이 흠이라 흠주인공의 중학생 시절의 회상 장면이 많이 나와서 너희들이 읽어도 좋을 소설이라고 생각이 들었어. 꿈을 향해 무모하게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모습을 백 퍼센트 닮으면 안되겠지만, 늘 자신의 꿈을 가슴 속에 품었으면 좋겠구나 하는 교훈적인 내용도 얻게 되었어. 너희들뿐만 아니라 아빠도 말이야. 아빤 지금 어떤 꿈이 있을까? 막 떠오른 것은 얼른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확정을 했으면 좋겠구나. 다시는 우리 국민들이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지 않기를

 

PS,

책의 첫 문장: “돈 아저씨, 왜 서울이 세비야예요?”

책의 끝 문장: 무차쓰 그라씨아쓰, 나의 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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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우어
천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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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감성적이고 사람 향기 풀풀 나는 SF 소설을 쓰셔서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 천선란 님의 신간 소설집이 나와서 읽어 보았단다. 아빠가 단편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천선란 님의 단편소설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서 이번에도 큰 기대와 함께 책을 펼쳤단다. 너무 큰 기대였는지^^ 지난 소설들보다 약간 실망을 주기도 했지만, SF소설만의 새로운 세계관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단다. 지구온난화가 점점 심해지면서, 미래의 지구는 어떻게 될까 늘 불안한 마음을 살다 보니, 미래 세계를 상상할 때면 유토피아보다는 디스토피아의 세상이 그려지더구나.

요즘처럼 기후 변화의 위기를 몸소 겪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빠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싶구나. 그래서인지 천선란 님의 소설도 미래를 배경을 한 소설은 디스토피아적인 느낌이 많이 있었단다. 이번 소설에서도 소설의 중심에는 인간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전 소설에 비해 몽환적인 요소도 좀 곁들인 느낌이 들었단다. 그래서 가볍게 읽다 보면 소설 속 배경을 머릿속에 그려보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었단다.

첫 번째 소설 <얼지 않는 호수>도 그런 측면이 있었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지구는 혹독한 추위와 엄청난 눈보라에 휩싸인 곳에 되어 있었어. 주인공이 어려움에 빠졌을 말하는 산양 이 구해주었단다. 산양이 어떻게 말을 할 수 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 산양은 머릿속에 칩이 있어 말을 할 수 있었단다. 주인공은 산양과 오랜 세월 단 둘이 보냈는데, 어느날 야자라는 아이가 나타나 얼지 않는 호수로 간다고 했어. 그러면서 품 속에는 친구 이 있다고 했는데, 품 속에 있는 것은 친구 의 심장이었어. 꽁꽁 얼어버린 지구에 얼지 않는 호수가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야자는 얼지 않는 호수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길을 떠났단다.

 

1.

두 번째 소설 <모우어>는 이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데, ‘모우어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 하는 생각과 함께 소설을 시작했단다. 인류는 점점 진화하여 더 이상 개체를 늘리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했단다. 몸의 젊은 세포들이 늙은 세포들을 먹어 치우면서 계속 젊음을 유지했어. 1년에 한번 특정 시기에만 다른 지역의 인간들을 받아들였어. 그리도 또 하나 언어를 사용하지 않았어. 그동안 사용했던 인간들의 언어는 인간에게 해악만 준 실패한 것으로, 더 이상 언어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어. 대신 의음이란 것으로 소통을 하는데 이 의음이라는 것은 머릿속의 생각으로 바로 소통하는 것이란다. 초우라는 사람이 어떤 호수에서 우는 아이를 발견하는데 그 아이는 진화가 덜 되어 입으로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어. 초우는 그 아이를 숨겨서 보살피면서 모우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단다. 모우에게 의음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가르쳤지만, 모우는 자라면서 언어를 사용하게 되면서 생기는 갈등을 이야기해주었단다.

….

<너머의 아이들>이란 소설은 외계 생명체의 침입했는데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몸집이 작은 아이들이 필요했고,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이 외계에서 온 우주선에 타게 된단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죽었지만, 죽음 너머의 곳에서 다시 깨어나는데 그곳은 다름 아닌 실제 세상. 그들이 실제라고 살고 있던 곳은 프로그램 속 세상. 영화 매트릭스를 비롯하여 비슷한 소재의 SF가 떠올랐단다.

<뼈의 기록>이란 소설은 천선란 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안드로이드 AI 나온단다. 이번 소설에서는 장의사 역할을 하는 안드로이드 로비스의 이야기. 주로 고독사하는 노인들의 장례를 맡곤 하는데 가끔은 자살한 젊은이, 사고로 죽은 아이도 장례를 맡는단다. 장례를 하면서 장례식장의 미화원 모미와 친해져 우정을 쌓게 돼. 그런데 로비스는 안드로이드이다 보니 늙지 않잖아. 고장만 나지 않는다면세월은 모미마저 데리고 가고, 로비스는 일반적인 장례절차를 어기고 모미가 꿈꾸었던 우주로 보내주게 된단다. 이 일로 질책을 받기도 했지만, 로비스는 계속 장례 업무를 하는데 인연을 맺었던 이들을 모두 자기 손으로 보냈단다. 자신이 녹이 슬어 무릎이 고장 날 때까지 말이야. 미래는 인공지공이 많은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고 하니, 이 소설은 소설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현실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점점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있는데 안드로이드에게도 감정이 있고 영혼이 있을까? ChatGPT나 빅스비와 이야기할 때도 보면 감정이 느껴질 때도 있는데 말이야.

<서프 비트>는 이 소설집에서 실린 작품 중에 재미로만 봤을 때는 가장 재미있었단다. 초능력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지. 그런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들이 많았는데 작년에 재미있게 본 드라마 <무빙>이 많이 떠올랐단다. 물에서 숨을 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이, 어둠에서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이, 벽을 통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이. 그리고 또 다른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들이 <서프 비트>에 담겨 있단다.

그 외에 <사과가 말했어>, <입술과 이름의 낙차>, <쿠쉬룩> 이 실려 있단다.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천선란 님의 소설 속 세상이 디스토피아가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나라도 작년 말부터 갑자기 디스토피아가 된 기분이구나. 역사 속에서만 들어본 비상계엄과 내란이라는 단어를 실제로 듣게 되다니그리고 그들을 추종하는 무리들이 많다는 것이 섬뜩하더구나. 그들이 아빠가 꼬박꼬박 내는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어찌나 열 받는지얼른 이 상태가 마무리되고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봤으면 좋겠구나.

….

아빠가 천선란 님의 소설들을 여럿 읽어보았는데 단편보다는 장편이 더 나은 것 같았단다. 신간을 내고 인터뷰를 한 것을 봤는데, 장편을 한편 계획하고 계신다고 했어. 그 장편을 기대하면서 오늘 독서편지는 이만하련다.

 

PS,

책의 첫 문장: 그녀는 그 일대의 파수꾼으로 삼십삼 년을 보냈다.

책의 끝 문장: 햇빛 가림막 아래서 불을 피우고 있는 언니의 뒷모습이 보였다.

 



자연은 반복돼, 모우. 소멸하는 듯 보이지만 자신의 탈각(脫殼)을 집어삼키며 재생하고, 회복하고, 되살아나는 거야. 자연의 시간은 우리가 달라. 유한한 시간에 갇힌 건 인간뿐이야. 인간은 자연에서 떨어져나왔어. 아주 한때 하나였겠지만, 인간의 언어가, 언어를 가진 인간이,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영원히 이 생태계의 이방인이 된 거야. - P33

초우, 현혹되지 마. 실패한 것에는 이유가 있어. 인류의 진화와 발전을 자세히 들여다봐. 언어가 장착되고, 그리하여 많은 것은 정립되고, 끊임없이 전달되면서 세상은 전쟁과 빈곤, 파괴와 몰살, 멸종의 길을 걸었어. 시야는 좁아지고 감각은 둔해졌지. 언어에 지배당한 인류의 끝은 자멸이었다. 우리의 뇌는 언어를 탈락시키며 발전했어. 언어가 통제했던, 최초의 인류가 가졌던 감각을 다시 깨웠다. 우리의 소리는 언어에 정복되지 않기 위한 저항이다. 언어가 생겨나고 규칙이 정해지는 것을 거부하는 몸짓이지. 지켜라. - P49

"언어를 알게 되면서 엄마도 나와 같은 같은 시간을 살게 되겠지. 느려지고, 멀어지고, 작아지고, 힘겨워지겠지. 이건 저주야. 맞아, 저주가 맞아. 기껏 자연이 인간을 다시 지상으로 끌어내리는 저주의 주문이야.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말을 하더라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영원히 말의 미로 속을 떠돌다 고립되고 외로워지는 인간이 되겠지. 하지만 나는 엄마가 그러길 바라."
모우가 초우의 뺨을 어루만진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한 의음으로 초우에게 속삭인다.
엄마, 영원의 없어. 가려진 세상을 제대로 봐. 인간은 진화하지 않았어. 그의 말이 맞아. 나는 인간의 저주야. 그러니 우리의 만남부터 언어로 새겨보자. 모두가 볼 수 있게. 그 시작은 엄마의 말이 좋겠어.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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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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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김금희 님의 <대온실 수리 보고서>라는 책을 이야기해줄게. 김금희 님의 소설은 <경애의 마음>이라는 장편과 2017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단편 <문상>이라는 소설이 아빠가 읽은 전부란다. <경애의 마음>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었는데, 그냥 그랬던 소설로 기억이 된단다. 그래서 그 다음에 자주 찾지 않은 것 같구나. 이번에 신간 코너에서 알게 되어 책소개를 읽어보니, 창경궁의 대온실에 깃든 역사가 담긴 소설이라고 들었어.

창경궁이라고 하면 일제 시대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어. 일제가 우리의 신성한 궁을 동물원과 식물원으로 바꾸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란다. 이름도 창경원이라고 바꾸고 말이야. 해방이 된 이후에도 한동안 창경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동물들을 과천으로 옮겨 서울대공원을 만들고, 다시 창경궁으로 복원을 하게 되었단다. 하지만 일제 시대 지어진 대온실은 그대로 두었다고 했어. 이번에 읽은 소설 제목의 대온실이 바로 창경궁에 있는 대온실이란다. 너희들이 어려서 생각이 안 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함께 창경궁 대온실에 가 본 적이 있단다. 인근 대학로에서 어린이 연극을 보고, 시간이 남아서 창경궁을 갔었거든너희들이 너무 어렸을 때라서 기억을 못할 수도 있겠구나.

이번에 김금희 님의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읽은 사람들이 이 책을 들고 창경궁 대온실에 가서 기념 사진을 찍기도 한다는데, 우리도 한번 가볼까? 이 책은 읽다 보면 실제 있었던 일인가? 착각할 수도 있는데 작가의 말을 통해 모두 허구라고 이야기를 해주었어. 소설가들은 대단하신 것 같아. 우리 같은 사람들은 창경궁 대온실을 가도 그 곳에 있는 식물들을 감상하는 것이 전부인데, 대온실을 보면서 그 곳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니까 말이야. 이번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이번에는 김금희 님의 다른 소설들에 관심을 두게 될 것 같았어. 누군가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이 책을 리스트에 넣게 될 것 같구나. , 그러면 책 이야기를 해줄게.

 

1.

소설의 시작은 석모도에서 시작한단다. 석모도는 강화도 옆에 있는 작은 섬인데, 아빠는 두 번 가 본 적이 있단다. 처음 갔을 때는 배 타고 갔는데, 두 번째 갔을 때는 다리가 생겨서 차를 타고 갔었단다. 그 석모도에서 석모도의 헤밍웨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강영두가 주인공이란다. 남자 이름 같기도 하지만 여자야. 어렸을 때부터 친구인 은혜의 소개로 일자리를 얻어 건축사 사무소에 갔단다. 그 건축사 사무소에서 이번에 창경궁의 대온실을 보수작업하기로 했는데, 그 보수 작업을 기록하는 일을 맡아 달라고 했어. 정식 명칭은 문화재 공사 백서 기록 담당자. 그런데 하필 다른 곳도 아니고 창경궁의 대온실이라니…. 영두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알려면 그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좀 해야겠구나.

영두는 네 살 때 엄마가 돌아가시고, 강화도에서 아버지와 둘이 지냈단다. 살림도 넉넉하지 않았어. 중학교에 들어갈 즈음 인근의 중학교가 없어서 고민을 했는데, 외할머니가 자신의 친구 문자 할머니에게 영두의 거처를 부탁했고, 그렇게 영두는 강화도를 떠나 서울에 와서 중학교를 다니게 되었어. 외할머니가 소개해 준 문자 할머니는 창경궁 옆 원서동이라는 곳에서 낙원하숙을 운영하셨어. 그곳에서 지내면서 근처 중학교를 다니게 된 거야. 그 집에는 문자 할머니의 손녀 리사도 있었는데, 영두와 같은 학년이었어. 영두는 그렇게 서울살이를 시작했는데, 리사와는 그리 친하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아는 척은 하지 않았단다. 서울에서 만들어진 인연이라면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이순신과 좋아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

그런데 학교에서 중간고사 시험지가 유출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어. 영두는 그것과 관련이 없는 일인데, 리사가 영두도 보았다고 거짓말을 했어. 그로 인해 선생님한테 불려서 영두도 조사를 받았지만, 영두는 끝까지 보지 않았다고 주장했단다. 하지만 이 일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다시 강화도로 왔단다. 일 년도 채 안 되는 짧은 서울생활이었지만, 이렇게 안 좋은 기억이라서 창경궁 대온실 보수 작업에 참가하는 것을 꺼림칙하게 생각했던 것이란다. 그래도 일단 하기로 했단다. 영두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좀더 하자면, 영두는 강화도로 내려와서 학교에 다니지 않고 검정고시로 학과과정을 마쳤단다. 문자 할머니가 강화도까지 오셔서 영두를 설득했지만, 영두는 그냥 강화도에 남았어. 그 때가 문자 할머니와 마지막 만남이었어.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지. 영두가 스물 살 때, 아버지도 돌아가셔서 그 이후 영두는 혼자 지냈단다.

 

2.

일을 맡고 건축사 사무소 사람들과도 친하게 지냈는데, 다들 좋은 사람들 같았어. 영두도 창경군 대온실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보고서 준비를 했단다. 창경궁의 대온실을 처음 만든 이는 일본의 건축학자 후쿠바 노보루로 이 책에서 나오는데, 이 부분은 실제 인물인줄 알았단다. 그런데 책 뒤편에 나오는 일러두기를 읽어보니, 창경궁의 대온실의 총책임자는 후쿠바 하야토라는 사람으로, 소설 속의 후쿠바 노보루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했단다. 이 소설은 창경궁의 대온실을 뺀 나머지 부분은 모두 작가의 상상력이라고 생각하면 돼.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실제로 최근에 창경궁의 대온실 보수 작업이 있었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되는데, 그것도 소설 속 허구란다.

암튼영두는 옛 설계도면을 보다가 대온실의 지하에 배양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단다. 이번 보수 때 이곳 지하까지 복원을 해야 하지 않냐고 의견을 내고, 담당공무원과 의견이 분분하여 갈등을 빚기도 하는데, 이번 복원의 책임자인 건축사 사무소장 빼자고 하여 일단락되었단다. 하지만 영두뿐만 아니라 다른 건축사 사무소 직원들은 문화재 보수를 하면서 원래 있는 곳을 보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어.

창경궁이 창경원이던 시절 식물원뿐만 아니라 동물원도 있었는데, 일제 시대 말기, 동물들 먹이를 줄 형편도 안 될 정도로 어려워지자, 일제는 동물원의 동물들을 대규모 학살하는 만행을 일으켰단다. 그 때 동물의 시신을 대온실 지하에 숨겼다는 소문도 있었어. 다시 찾은 창경궁그리고 자신이 지냈던 낙원하숙의 자리에 가보니 지금은 빈집으로 남아 있었어. 몇 년 전 문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줄곧 빈집이었던 거야. 명의는 리사로 되어 있는데, 리사는 미국에 살고 있었어. 영두는 빈 낙원하숙 집에 다시 갔다가 문자 할머니가 남긴 글들을 보게 되었단다. 그리고 그 글을 통해 한 사람의 일생을, 그러니까 문자 할머니의 인생을 다시 알게 되었단다. 문자 할머니가 일본인이었다고 이야기가 있는데, 그 글을 읽어보니 실제로 일본인이었고, 일본인인 할머니가 어쩌다 한국땅에서 지내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단다.

 

3.

일제 시대 창경궁 관리 공무원 박목주라는 사람이 있었어. 그는 일본인 아내와 결혼하였는데, 그 일본인 아내는 재혼이었고 이미 딸 마리코가 있었어. 박목주는 일본인 아내와 결혼한 이후 아들 유마를 낳았단다. 그러니까 마리코와 유마는 엄마는 같은데, 아버지는 다른 남매였단다. 해방이 되고, 일본인들이 모두 일본으로 돌아가야 해서 일본인 엄마는 일본으로 돌아갔어. 다시 올 것을 기약하고 갔지만 결국 돌아오지 못했단다. 마리코와 유마는 한국인 아버지 박목주가 있으니 한국에서 지내는데 문제 없었단다.

이제부터 마리코는 박진리, 유마는 박유진이라는 한글 이름으로 생활했어. 하지만, 마리코는 아버지도 일본인, 어머니도 일본인으로 순수 일본인이었단다. 마리코의 엄마도 다시 한국에 못 온 이유 중에는 한국전쟁도 있었을 거야. 해방이 된지 얼마 안되어 전쟁이 일어나고, 서울에 있던 박목주는 피난 준비를 하고 있었어. 그런데 이창충이라는 동료가 있었는데, 그가 황실 심부름이라면서 박목주에게 일을 시켰어. 피난준비를 하던 박목주는 아이들을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대온실 지하 배양실에 잠시 머무르게 했어. 이틀이면 갔다 올 것 같다고 생각하여 안전을 위해 자물쇠를 잠그고 갔어. 진리와 유진은 지하 배양실에서 둘이 숨어 있었단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런데 약속했던 이틀이 지났지만 아버지 박목주는 오지 않았어. 진리는 자신들을 두고 혼자 피난을 갔나? 이런 생각까지 했어. 진리와 유진이 지하에 머무르고 있다가 유진이 열병이 나서 심하게 앓아서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없다고 생각했어. 진리는 창문을 깨어 문을 열고 무작정 달렸어. 밖은 어두운 밤이었어. 간신히 약방을 찾아 약을 사서 다시 돌아오다가 절룩거리며 오는 아버지 박목주를 만났어. 다리를 다쳐서 늦었다고 했어. 그런데 이창충이 갑자기 나타나 박목주를 쏴 죽였단다. 이창충은 진리를 보지 못하고 돌아갔고, 진리는 무서워서 지하실로 돌아왔단다. 하지만 동생 유진은 끝내 숨을 거뒀어. 그순간 그곳에 이창충이 찾아왔고, 진리에게 못된 짓을 하려고 했고, 진리는 숨겨두었던 주사기로 이창충의 눈을 공격하고 도망갔단다. 그런 아픔을 가진 진리가 바로 낙원하숙의 문자 할머니였던 것이란다. 그렇게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던 거였구나.

그런데 죽은 줄 알았던 박유진이 인천요양원에서 지내는 것을 알게 되었어. 문자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영두는 인천요양원을 찾아가 박유진을 만났단다. 진리는 유진이 죽은 줄 알았지만, 사실 죽지 않았어. 그리고 진리에게 공격 당한 이창충이 박유진을 데리고 나와서 치료해주었다고 했어. 그 이후에도 이창충은 박유진을 보살펴주어 박유진은 이창충을 자신의 은인이라고 생각했어. 이창충이 뒤늦게 죄를 뉘우친 것일까. 영두는 박유진에게 문자 할머니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이창충이 한 나쁜 짓은 이야기하지 않았어

….

여기까지 굵직한 줄기의 줄거리란다. 그 밖에 영두와 은혜 사이의 우정 이야기, 영두와 건축사 사무소 사람들의 보수 작업 이야기, 어른이 된 이후 다시 만난 영두와 순신 이야기, 어른이 된 이후 다시 만난 영두와 리사 이야기 등도 담겨 있단다. 김금희 님은 이번 소설로 다시 보게 되었단다. 글에 흡입력도 있고, 짤 짜여진 틀 안에서 이야기 전개로 자연스러웠어. 다른 작품들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너희들도 바쁘지 않으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텐데이 책을 읽고 나니, 창경궁에도 또 한번 가보고 싶구나. 가 본 적도 오래되었으니 말이야.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처음에 배운 건 수리의 종류에 관한 용어들이었다.

책의 끝 문장: 나는 잎을 다 떨구고 가지를 층층이 올려 나무로서 강건함을 띠는 벚나무를 올려다보다가 기쁘게 뒤돌아 다시 섬으로 향했다.



필요한 내용을 찾았는지 한동안 집중해서 읽던 산아가 사전을 가리키며 물었다. 나는 오늘 면접에서 받아 온 옛날 건축에 관한 사전이라 설명하고 몇몇 용어를 알려두었다. 중수는 손질하여 고치는 것, 중창은 다시 짓는 것, 재건은 크게 일으켜 세우는 것이라고. 한옥에서 문은 창살무늬에 따라 이름이 다 달라서, 세로살을 꽉 채우고 가로살을 위아래와 중간에만 넣은 건 세살문, 가로살과 세로살을 다 채운 문은 만살문, 문 중간에 빛이 들어갈 수 있도록 사각형이나 팔각형으로 작은 창을 낸 문은 불발기문, ‘完’자 형태로 살을 짠 문은 완자문, ‘亞’자 무늬가 있으면 아자문이라 한다고. - P18

학생 수가 많아서 그런지 교실은 마치 퍼즐판처럼 세밀한 경계로 각자 나뉘어 있었다. 전교생이라고 해봤자 서른명도 되지 않는 석모도에서 그물처럼 성글었던 구분들이 여기서는 한층 촘촘해졌다. 어디 사는지, 출신 초등학교가 어딘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어느 학원을 다니는지가 너무 중요한 기준이었다. 내 하굣길을 누가 볼까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어 보였다. 학교가 끝나면 아이들은 각자 학원 승합차를 타고 일시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 P84

그러자 당연한 수순처럼 순신이 수난이 뭐냐고 물었다. 나는 순신에게 손바닥을 펼쳐보라고 했다. 그리고 거기에 얼음조각이 놓여 있다고 상상해보라고. 그러면 어떻겠어? 하고 물었다. 순신은 아주 시원할 것 같다고 해서 내 김을 빼놓았다. 나는 지금이 겨울이라 생각해보라고 다시 조건을 달았다. 이제 더 이상 매미도 울지 않고 나뭇잎도 일렁이지 않는다고, 길이 얼어 자전거를 탈 수도 없고 옷 밖으로 몸을 내놓으면 아플 정도로 바람이 차고. 그런 겨울에 손바닥에 얼음이 있으면 손이 얼겠지, 아프고 따갑고 시렵겠지, 그런데 얼음을 내던질 수는 없고 가만히 녹여야만 한다고 생각해봐. 그 시간이 너무 길고 험난하게 느껴지겠지. 그런 게 수난이고 그럴 때 하는 게 기도야. - P158

우리는 방을 나와 서로의 얼굴을 최대한 보지 않은 체 인사하고 퇴근했다. 나는 차창을 열어놓고 속력을 내어 섬으로 돌아갔다. 얼른 가서 무화과나무가 있는 마당을 지켜보며 마루에 누워 섬의 소리를 듣고 싶었다. 정작 마을에서는 파도가 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물결치는 소리만이 섬 소리의 전부는 아니었다. 배를 타고 나갔다 빈 배로 돌아온 사람들의 불평 소리, 어느 집에서인가 쓰레기를 쌓아놓고 타닥타닥 태우는 소리, 밥을 짓거나 부엌에서 그릇을, 외할머니가 ‘설음질’이라고 부르던 것과 똑같이 설렁설렁 닦는 소리, 말린 생선을 노리는 고양이들의 착지, 마을 노인정에서 들려오는 노래방 소리, 소라껍데기에 귀를 가져다대고 그 안에서 바닷소리를 발견해내듯 그런 섬의 소리를 변별하다보면 다시 평정이 찾아올 것이다. -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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