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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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프랑스의 작가 발레리 페랭이라는 사람이 있어. 이 분은 오랜 기간 시나리오 작가이자 사진작가로 일하다가 뒤늦게 작가로 데뷔했다는구나. 그리고 두 번째 작품 <비올레트, 묘지지기>가 여러 문학상도 수상하고,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었대. 그래서 그의 첫 번째 작품이 재조명되면서 크게 유행했다고 하는데, 그 책이 바로 오늘 이야기할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이라는 책이란다. 그야말로 역주행 신화를 쓴 작품이구나. 아빠는 발레리 페랭을 유명하게 만든 <비올레트, 묘지지기>라는 책은 읽지 않았고,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을 신간 코너에게 알게 되어 읽게 된 것이란다. 아빠의 문학 스펙트럼이 넓지 않아서, 데뷔작부터 읽게 되는 행운이 있구나.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은 약간의 문화적 이질감이 있었지만, 대체로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이 정도 필력이라면 페랭을 널리 알려게 된 <비올레트, 묘지지기>도 재미있을 것 같구나. 그 책도 리스트에 올려두어야겠구나.

1.

, 그럼 곧바로 책 이야기를 해볼게. 주인공 쥐스틴은 21살로 집 근처 오르탕시아 요양원에서 요양 보호사로 일하고 있어. 쥐스틴은 사촌 쥘과 함께 조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단다. 그들이 조부모님과 살고 있는 것은 아픈 이유가 있었어. 쥐스틴의 아버지와 쥘의 아버지는 쌍둥이 형제였는데 부부동반으로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모두 돌아가셨기 때문이야. 그래서 그 이후로 쥐스틴과 쥘은 조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거야. 두 아들을 잃은 할머니는 자살 시도도 여러 번 하셨는데.. 이제는 손주들을 위해서 자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단다.

...

쥐스틴이 일하는 요양소에는 나이 많은 분들이 많았어. 쥐스틴은 조부모님들과 자라서 그런지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과 친하게 지냈단다. 특히 19호실에 계신 엘렌 엘과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어. 엘렌은 딸 로즈가 주기적으로 방문을 했어. 그런데 어느 날 젊은 남자가 엘렌을 방문했는데 순간적으로 엘렌이 늘 이야기하던 뤼시앵인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엘렌의 손자 로망이었단다. 쥘스틴이 첫눈에 반한 것 같았어.

, 그러면 엘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엘렌은 1917년에 태어나 1933년 뤼시앵을 처음 만난 바닷가를 늘 그리워하고 있었어. 요양원에서는 엘렌을 바닷가의 연인이라고 불렀어. 1926년 엘렌이 9살일 때도, 엘렌은 글씨 읽기를 어려워했어. 너무 속상해서 어린 마음에 자살하려고 학교 교실의 분필가루를 먹었어. 그것도 모자라 잉크도 먹으려고 했는데 그 순간, 창문에 무엇인가 부딪히는 소리에 놀라 멈추고 밖에 나가보니 갈매기가 다친 채 떨어져 있었어. 갈매기가 쥘스틴을 구하기 위해 방해를 한 것 아닐까?.

물론 분필과 잉크를 먹는다고 죽는 것은 아니지만.. 쥘스틴은 다친 갈매기를 집에 데리고 와 치료해주고 보살펴서 날려보내주었단다. 그 이후 쥘스틴의 주변에는 늘 갈매기가 있었대. 세월이 흘러 엘렌이 십대 소녀가 되어도 여전히 글을 읽지 못했어. 엘렌은 부모님의 의상실에서 재봉일을 했어. 그런데 어떤 결혼식 당일날 뜯어진 신부의 드레스를 수선해주게 되었는데, 신부 드레스를 들어주면서 그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그곳에서 뤼시앵을 처음 만났어.

뤼시앵 집안의 남자들은 성인이 되기 전에 모두 시력을 잃어버리는 유전병을 가지고 있었어. 그래서 뤼시앵이 어렸을 때 엄마는 도망가고 뤼시앵은 시력 잃은 아버지와 둘이 지냈단다. 아버지가 어린 뤼시앵을 데리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뤼시앵의 눈은 정상이라는 거야. 하지만 뤼시앵은 그 말을 믿지 않고 시력 잃을 것을 대비하여 미리 연습했단다. 눈을 감고 지내거나 밤이 되어도 집에 불을 켜지 않고 점자책 읽는 것도 공부했어.

결혼식에서 처음 만난 엘렌과 뤼시앵은 함께 바닷가로 산책을 갔는데 뤼시앵이 손으로 글을 읽는 것을 보고 엘렌은 자신도 손으로 글 읽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어. 얼마 후 엘렌은 손으로이긴 하지만 드디어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엘렌과 뤼시앵은 루이 할아버지의 카페를 인수하여 운영했단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서 1939년에서1940년까지 뤼시앵은 군대를 다녀오기도 했어. 그런데 뤼시앵이 유대인 시몽을 지하실에 숨겨주었다가 발각이 되어 시몽은 그 자리에서 사형당하고 뤼시앵은 어디론가 끌려갔단다.

이렇듯 어떤 할머니의 옛사랑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영화 <노트북>이 생각나기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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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서 얼마 전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 일요일 저녁에 누군가 환자의 가족에 전화를 걸어 사망했다고 거짓말을 한 거야. 월요일에 그 환자들의 가족들이 깜짝 놀라 찾아와서 살아있는 환자들을 보고는 다시 돌아갔어. 그런데 그 전화의 주인공들은 한번도 면회오지 않은 환자들이었단다. 일요일은 가족들의 공식적인 면회가 있는 날인데 그날 저녁 그런 전화를 한다는 것은 요양소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의 소행 같았어. 소설의 제목처럼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이었지.

....

쥐스틴은 엘렌이 해주는 이야기를 글로 남기기로 하고 다 쓰게 되면 엘렌의 손자 로망에게 주려고 했어. 쥐스틴은 로망에게 마음을 빼앗겼지만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 그러면서도 자신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서 이름도 모르는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단다. 일요일 전화사건 때문에 쥐스틴도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부모님들의 교통사고가 난 이후 수사가 진행되었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어. 단순 교통사고라고 생각했는데 수사를 했었다니... 궁금해서 집에 돌아와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물어보니 확답을 주시지 않았어. 아무래도 아픈 기억이다 보니 그러신 것 같았어. 그래서 쥐스틴은 직접 알아보기로 했단다.

...

다시 엘렌의 이야기를 이어서 해줄게. 엘렌은 뤼시앵이 체포된 이후 뤼시앵을 찾으려고 온갖 노력을 했단다. 그러다가 수용소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어. 엘렌은 그 말을 믿지 않고 계속 찾아 다녔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초상화까지 그려서 전단지를 만들어 돌렸단다.

....

1945년 에드나라는 간호사가 있었는데, 머리가 으깨지고 얼굴에 자상을 입은 중상 환자를 한 명 치료해주었단다. 의식이 돌아왔을 때 자신의 이름도 모르는 기억상실증에 걸렸어. 그러다가 이름이 생각났는지 자신을 시몽이라고 했어. 애드나는 시몽을 치료하면서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그런데 어느날 뤼시앵이라는 남자를 찾는 전단지를 보게 되었는데 그 뤼시앵이라는 남자는 다름 아닌 시몽이었어. 에드나는 시몽을 빼앗길까 봐 그 전단지를 태워버렸단다. 그래도 시몽을 찾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전단지에 적혀 있는 카페까지 찾아갔다가 아무 말도 안하고 다시 돌아왔단다. 얼마 후 에드나는 임신을 하고 딸을 낳았어. 이름은 로즈로 지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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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나는 로즈를 낳고도 계속 괴로워했어. 자신이 뤼시앵을 빼앗은 기분이었어. 결국 에드나는 다시 엘렌을 찾아가 뤼시앵과 자신의 이야기를 했단다. 엘렌도 충격을 받았을 것 같구나. 그래서 바로 뤼시앵을 찾아가지 못하고, 6개월이 지난 뒤 뤼시앵를 찾아가 만났단다. 엘렌이 어떻게 행동을 했어야 했는지 잘 모르겠구나. 그래도 평생 찾던 사랑인데 한번쯤은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을 거야. 뤼시앵은 여전히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어서 자신이 무슨 일들을 했었는지 기억을 못했어. 그래도 엘렌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어.

엘렌은 챙겨온 뤼시앵의 물건들을 건네주고 다시 돌아왔단다. 그리고 카페를 그만 두려고 카페를 판다고 표지판을 세웠어. 카페를 계속 유지하고 있던 것은 뤼시앵이 돌아올 것을 기대하고 했던 것인데, 이제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카페의 단골 손님들이 작전을 펼쳤단다. 그 카페를 사러 오는 사람들을 못 오게 막아서 카페를 계속 운영하도록 했어.

뤼시앵도 엘렌을 만나고 당황해 하면서 삶의 의미에 대해 잃은 듯 했어. 로즈만이 자신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했어. 그런 뤼시앵을 바라보고 있는 에드나도 괴로웠어. 결국 에드나는 뤼시앵과 로즈를 엘렌에게 보냈단다. .. 에드나도 불쌍한 사람이구나. 그런데 아빠 생각으로는 로즈는 에드나와 함께 있는 것이 낫지 않나 싶구나. 엘렌을 만난 뤼시앵은 옛 기억을 되살려보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어. 엘렌은 뤼시앵과 함께 온 로즈를 딸로 받아들이고 잘 대해주었단다. 그들은 나중에 더 나이 먹어 뤼시앵이 갑자기 쓰러져 죽을 때까지 함께 지냈단다.

뤼시앵이 죽고 나서 엘렌은 카페를 그만 두고, 로즈는 결혼하여 따로 살았어. 로즈는 엘렌뿐만 아니라 에드나도 가끔 만났단다. 뤼시앵이 쓰러져 죽을 때까지 아빠는 어디선가 살아 있어서 마지막 부분에 엘렌과 재회할 줄 알았는데, 이 소설이 현실적인 면도 있구나.

2.

쥐스틴은 부모님의 교통사고를 알아본다고 했잖아. 쥐스틴은 경찰서에 몰래 들어가서 부모님의 교통사고 조사기록을 보고 조사서에 적혀있는 목격자도 찾아가 만나 당시 이야기를 들었어. 빙판길에 미끌어지기 전부터 자동차가 엄청 빠른 속도로 달렸다고 했어. 왜 그랬을까?

앞으로의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쥐스틴의 가족 관계를 먼저 이야기해야겠구나. 할아버지 아르망. 할머니 외제니. 두 분 사이에서 낳은 쌍둥이 형이 크리스티앙, 동생이 알랭. 크리스티앙은 상드린과 결혼하여 딸 쥐스틴을 낳았고, 알랭은 아네트와 결혼하여 쥘을 낳았단다. 아네트는 스웨덴 사람으로 상드린과 펜팔 친구였어. 그래서 프랑스에 상드린을 만나러 왔다가 쌍둥이 형제들을 만나게 되고 결혼까지 하게 된 거야. 아네트의 부모님은 아직 스웨덴에서 지내고 있어. 관계가 좀 정리되니?

..

이쯤에서 쥐스틴의 할아버지 아르망의 시점을 통해 비밀 이야기 하나를 독자들에게 알려준단다. 오래 전에 쌍둥이들이 약혼녀들을 집으로 데리고 왔는데 아르망은 그만 알랭의 약혼녀 아네트를 보고 첫눈에 빠지고 말았어. 아들의 약혼녀에게 그럼 감정을 갖게 된 것에 아르망 자신도 당황해 했어.

....

쥐스틴의 사촌 쥘은 언젠가부터 스웨덴에 계신 외조부모를 무시하고 싫어하곤 했어. 쥐스틴이 쥘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자, 자기가 아버지의 친아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거야? 뭐라고? 그게 사실이라도 손주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야? 쥐스틴은 쥘 몰래 스웨덴에 계신 쥘의 외조부모님을 찾아갔단다. 그리고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듣고 돌아왔어. 그 내용이 할아버지와 관련된 내용인 듯 했어. 할아버지와 아네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설마 할아버지가 쥘의 친아버지? 그렇다고 쥘의 외조부모도 그런 걸 다 이야기해다니... 입이 너무 가벼우신 거 아냐?

....

쥐스틴이 스웨덴에서 돌아왔을 때, 엘렌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서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했어. 쥐스틴은 엘렌을 만나러 병원에 방문했는데, 그곳에는 로즈와 로망이 있었어. 그리고 처음 보는 여자가 있었는데 로망이 소개하기를 자신의 아내라고 했어. 충격당연히 총각인줄 알았는데쥐스틴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속으로는 좌절감을 느꼈어. 그런데 그 병원에서 또 다른 지인을 만났단다. 아빠가 앞서 이야기했던 쥐스틴의 욕망의 파트너,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을 만났어. 인사를 했는데, 그 남자는 그 병원의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어. 그런데 느낌으로 보면 그 남자는 쥐스틴과 달리 쥐스틴을 진짜 사랑하는 것 같았어. 얼마 후 엘렌은 결국 돌아가시고 말았어. 그제서야 뤼시앵을 다시 만났을 것 같구나.

….

이제 다시 쥐스틴의 가족들 이야기를 해줄게. 다시 할아버지 아르망의 시점. 알랭과 아네트가 결혼식을 앞두고 아르망은 늘 괴로운 날이었어. 아네트를 볼 때마다 외면해보려 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마음만 아팠어. 방법도 없었어.

스웨덴에서 돌아온 쥐스틴은 할아버지에게 돌직구를 날려 아네트 이야기를 했어. 그러자 할아버지도 거짓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셨단다. 할아버지는 결국 아네트와 몰래 사랑을 나누게 되었고, 아네트도 할아버지를 사랑하게 되어 서로 오랫동안 몰래 사랑했었다고 했어.

쥐스틴은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눠봤어. 할머니 외제니는 쥐스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어. 지금 와서 숨길 것도 없다고 생각했었나 봐. 할머니 외제니와 할아버지 아르망은 어쩌다 결혼한 사이라고 했어. 그래서 아르망이 자신을 사랑한 적이 없다고 했어. 그런데 어느 날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아르망의 얼굴을 보았는데, 그건 사랑에 빠진 얼굴이었다는 거야. 아네트와 함께 있을 때 그런 얼굴이 되었다고 했어. 외제니는 한번에 아르망의 속마음을 알게 된 거야. 그리고 교통사고가 있기 전날, 오랜만에 식구들이 모두 아르망과 외제니의 집에 모였어. 그런데 늦은 밤 앨랭이 자신의 아버지와 아내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목격한 거야.

앨랭은 충격에 빠졌어. 그 모습을 엄마인 외제니가 바라보았단다. 한참 침대를 비웠다가 새벽에 돌아온 아르망에게서 외제니는 여자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어. 앨랭과 외제니가 하는 태도로 보아 그들이 다 알게 되었다는 것을 아르망도 알았어. 수치심에 몸 둘 바를 몰랐어. 그걸 알면서도 사랑을 막을 수 없었단 말인가. 아르망은 그날 오후에 식구들이 외출하였을 때 자살할 계획을 세웠단다. 한편, 외제니는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었어. 외제니가 아버지로부터 온갖 기술을 배워 차에 대해 잘 알고 있었어. 아네트가 이곳에 올 때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차를 몰고 가서 조깅을 했었어.

그래서 어두운 새벽에 몰래 외제니는 아네트가 타고 갈 차의 브레이크를 고장을 냈단다. 그러나 그날 아네트는 조깅을 하러 가지 않았어. 그리고 이상하게도 쌍둥이들과 며느리들이 그 차를 타고 외출을 하고 가다가 교통사고로 죽고 만 거야. 외제니는 충격을 받았어. 왜냐하면 그들이 타고 간 자동차는 자신이 브레이크를 고장낸 차가 아니었거든아니, 아닌 것 같았거든어두운 새벽에 비슷한 차종에, 비슷한 색깔의 차를 헛갈린 것인가그러니까 아들들이 그렇게 죽은 것은 모두 자신의 책임이었던 거야. 그래서 외제니 할머니가 몇 번을 자살 시도를 했던 것이란다.

그 사고로 아르망의 자살 계획도 취소할 수밖에 없었어. 일단 사고를 수습해야 하니까..사고를 수습하고 나서는 어린 손주 두 명을 보살펴야 했으니까영화 <노트북> 분위기의 잔잔하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라 생각하면서 읽다가 충격적인 결말에 말문이 막혔단다. 쥐스틴 식구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단다. 쥐스틴이 진실을 알고도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잘 살 수 있을까?

….

그리고 이 소설의 제목과 관련이 있는 일요일에 요양원의 환자 가족에게 거짓 전화를 했던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지면서 소설은 끝이 난단다.

쥐스틴이 한 이야기를 듣고 면회를 오지 않는 환자들의 식구들이 환자들을 만나러 오도록 전화했다는 것이래선의의 거짓말이었구나. 쥐스틴은 그제서야 이 남자를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했는지 이름을 물어보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

이 소설은 쥐스틴의 가족의 비밀 이야기와, 엘렌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전해주고 있단다. 두 이야기가 나중에 가서는 하나로 합쳐지나?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렇지는 않고 독립적으로 끝맺음을 했단다. 그런데 소설 제목은 그 두 이야기와는 다른 별 개의 에피소드에서 따온 것 같더구나. 그래서 아빠에게는 좀 독특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도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은이를 유명하게 만든 작품 <비올레트, 묘지지기>도 기회 되면 읽어봐야겠다.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프로스트 할아버지네 가게에 공책을 사러 갔다.

책의 끝 문장: 이름이 뭐야.


조는 앙드레 부인의 손금에서 그 고기압을 읽어내지 못했다. 그녀에게는 재능이 하나 있다. 손금으로 미래를 읽는 것. 우리 요양원의 입소자들은 주기적으로 조에게 손금을 보인다. 조에 따르면 노인들의 손금을 읽는 건 불가능하다. 그들의 손은 낡은 LP판처럼 긁힌 자국투성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는 노인들의 미래를 지어낸다. - P62

노인들은 도망치지만 어디로 갈지 모른다. 그들은 예전으로 돌아가는 길을 잊었다. ‘그들의 집’은 다달이 오르탕시아 요양원의 거주비를 대느라 매물로 나왔다. 그들의 정원은 텅 비고, 그들의 고양이는 다른 곳으로 보내졌다. 이제 그들의 집은 그들의 기억 속에서만, 그들 각자의 서가에서만 존재한다. 나는 그 각각의 서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 P62

그동안 그녀는 이 순간을 수천 가지 상황으로 상상해왔다. 낮에, 잠에, 저녁에, 겨울에, 정오에, 일요일에, 여름에. 하지만 그녀가 카페 밖에 있고 그가 안에 있는 이런 상황은 결코 상상하지 못했다. 카페 문을 미는 것이 그가 아닌 그녀가 되리라는 것은. 그녀는 자신이 달려가 그의 품에 안기면 그가 그녀를 안아 올려 빙 돌리고, 그 순간 모든 것이 폭발하여 찬란한 광휘와 환희가 분출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왜 항상 우리가 기대하는 일들은 우리가 그것을 더 이상 기대하지 않을 때 일어나는 것일까? 왜 모든 것이 결국 타이밍의 문제일까? - P308

그녀가 명언을 남기고 떠났다. 세상엔 사람 수만큼의 새들이 있다. 그리고 사랑이란, 여러 사람이 같은 것을 나누는 것이다. - P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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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은 흐른다 범우 사르비아 총서 301
이미륵 지음, 전혜린 옮김 / 범우사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예전에 독립운동에 관한 책을 읽다가 이미륵이라는 분에 대한 짧은 내용을 읽었단다. 이미륵이라고 하면 <압록강은 흐른다>라는 소설의 지은이로만 알고 있어서 소설가인줄만 알았어. 그런데 그 분은 경성의학전문학교에 다니다가 3.1운동에 참가했다가 수배 명단에 오르게 되고 고향으로 도망갔다가 독일로 유학을 가셨고 결국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독일에서 삶을 마감하셨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었어. 짧은 이야기인데 너무 가슴 아프더구나. 이미륵이라는 분에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책을 살펴보았는데 오래 전에 출간된 <이미륵 평전>이 한 권 있었단다. 책이 오래되어 고민하고 있었는데 작년에 <이미륵 평전> 개정판이 나왔단다. 그래서 얼마 전에 그 책을 샀단다.

<이미륵 평전>을 읽으려고 펼쳤다가 그에 앞서 먼저 이미륵 님의 대표작 <압록강은 흐른다>를 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어. 아빠가 분명 몇 년 전에 <압록강은 흐른다>라는 책을 사둔 기억이 있는데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더구나. 책더미를 한참 뒤지고 나서야 겨우 찾아내어 읽었단다. 범우사에서 출간한 책인데, 아빠가 살 때는 몰랐지만, 지은이 이미륵 뿐만 아니라 옮긴이도 유명하신 분이구나. 전혜린. 전혜린 님은 1950년대 서울대 법대 재학 중 독일로 유학을 가서 뮌헨대학교에서 독문과를 전공했다는구나. 그 때 이미륵 님의 <압록강은 흐른다>라는 책을 번역하여 1959년 여원사라는 출판사에서 초판이 나왔다고 하는구나. 전혜린은 독일에서 유학하면서 이미륵과 친분이 두터웠던 분들을 알게 되었고, <압록강은 흐른다>를 모르는 한국 사람들이 많아서 번역을 하셨다고 하더구나. 독일 유학을 마치고 국내에 돌아와 여러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시고 여러 독일 문학작품을 번역하고, 자신의 작품도 쓰시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지만 31살 어린 나이에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세상을 등졌다고 하는구나. 안타깝구나. 지은이 이미륵 님에 대해서는 아빠가 조만간에 <이미륵 평전> 독서 편지에서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할게.

 

1.

이미륵 님의 <압록강은 흐른다>는 독일 망명 시절 독일어로 쓴 작품으로 우리나라를 독일 사람들에게 알려준 책으로 독일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고 하는구나. <압록강은 흐른다>는 지은이 이미륵 님의 자전적 소설이란다. 오랜 시절부터 독일에 정착하기까지의 긴 여정이 따뜻한 동화 같은 문체로 이야기를 해준단다. 그래서 이 책은 어른뿐만 아니라 어린이들도 읽을 수 있는 책이란다.

….

어린 시절 주인공 나(미륵)은 사촌이자 친구인 수암과 줄곧 함께 했단다. 수암은 숙부의 아들이었으나 숙부가 일찍 돌아가셔서 미륵의 집에서 함께 지냈어. 미륵과 수암은 함께 아버지에게 글을 배웠어. 미륵은 누이만 셋이고, 수암은 누이만 둘이어서 미륵과 수암은 더 친해질 수 있었단다. 미륵과 수암은 장난꾸러기여서 아버지가 숨겨 놓은 약을 몰래 먹었는데 알고 보니 독약이어서 수암이 거의 죽다 살아난 적도 있었어. 그리고 글씨 공부에 쓰는 종이로 연을 만들다가 걸려 회초리를 맞은 적도 있어. 그렇게 미륵과 수암은 어린 시절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개구쟁이 짓도 하면서 추억을 쌓아갔단다. 어느날 고모부가 돌아가시고 고모와 고종사촌 칠성이가 미륵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되었어. 그 때부터는 미륵, 수암, 칠성이 함께 놀았지만, 고모와 칠성은 얼마 안 있다가 이사를 가셨단다.

행복한 시간만 있을 줄 알았던 어린 시절,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중병에 걸리시고 말았어. 중병을 앓고 회복하신 아버지는 예전만큼의 기력이 없으셔서 서당을 그만 두셨단다. 문중회의를 했는데 수암은 계속 공부를 시켜야 한다고 해서 수암의 가족들은 서당이 있는 마을로 이사를 갔단다. 수암과 헤어져 혼자된 미륵은 아버지에게 간간이 한시와 역사 공부를 했단다. 나이가 좀 더 먹고 나서는 술 교육도 받았단다.

 

2.

미륵은 얼마 후 근처 신식 학교에 입학하여 공부하기 시작했어. 신식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기존에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과는 많이 달랐어. 수학, 의술, 천문학 등 처음 접하는 학문들이 많았어. 그러다 보니 무척 어려워했단다. 집에 오면 학교에서 배운 것에 대해 아버지가 질문을 하셨어. 그렇게 질문하시면서 아버지도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시는 것이었어. 특히 천문학에 관심이 많으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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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언제든 하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거든 조심스럽게 들어라. 그것은 아주 높은 학문이다.”

“제가 그걸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의 영혼은 언제나 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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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식 학교에서 사귀기 된 친구로부터 <링컨>이라는 책을 빌려 읽었는데 이 책은 미륵보다 아버지가 더 열심히 읽으셨단다.

….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은 좋지 않았어. 경술국치로 인해 조선이라는 나라는 일본에 합병되고 말았어. 그리고 아버지는 다시 병에 걸리시고 돌아가시고 말았단다. 그래도 미륵은 신식학교를 계속 다녔는데 내용이 점점 어려워졌어. 어머니한테 이런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어머니는 그만 다니라고 해서 학업을 중단했단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부터는 아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시곤 했단다. 학교를 그만 두고 4년 동안 송림 마을이라는 곳에서 지냈단다. 그런데 학교에서 배운 유럽에 대한 동경이 점점 커져갔고 어느 날은 자신의 꿈을 실천에 옮겼단다. 무작정 유럽에 가려고 나섰다가 역무원에게 유럽에 가려면 여권 등 서류도 필요하고 돈도 많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단다.

유럽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다시 공부하기로 했어. 의학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가족과 헤어져 서울로 가야 했기 때문에 망설였는데 이번에도 어머니가 적극적으로 지지를 해주셨단다. 그래서 의학 전문 학교를 가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단다. 미륵이 열심히 공부한 것도 있지만 신식 학교에서 알게 된 친구들이 책을 빌려주고 자신들이 공부한 내용을 알려주는 등 많은 도움을 주었단다. 그렇게 서울에 있는 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어.

그 학교에서 새로 사귀게 된 약원이라는 친구와 함께 공부했어. 세상은 미륵을 얌전히 공부하게만 두지 않았단다. 미륵이 의학전문학교 3학년이던 1919 3 1일 만세 운동이 일어났어. 약원과 함께 만세 운동에 참가했다가 도망자 신세가 되었단다. 고향에 가서 어머니를 만났는데 어머니는 미륵이 어렸을 때부터 동경하던 유럽으로 가라고 하셨어. 세월이 빨리 흐르니, 곧 만날 수 있을 거라면서 걱정하지 말고 떠나라고 하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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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1)

어머니는 오랫동안 잠자코 걷다가 말하였다.

“너는 자주 낙심하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충실히 너의 길을 걸어갔다. 나는 너를 무척 믿고 있단다. 용기를 내라! 너는 쉽사리 국경을 넘을 것이고, 또 결국에는 유럽에 갈 것이다. 이 에미 걱정은 말아라. 나는 네가 돌아오기를 조용히 기다리겠다. 세월은 그처럼 빨리 가니, 비록 우리가 다시 못 만나는 한이 있더라도 슬퍼 마라. 너는 나의 생활에 많고도 많은 기쁨을 가져다 주었다. ! 내 아들아, 이젠 너 혼자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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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로 고향을 떠나 미륵은 압록강 강변까지 가서 사공들의 도움을 받아 몰래 압록강을 건너 중국에 도착하게 된단다. 그리고 심양과 베이징을 거쳐 상하이에 도착을 하고, 그곳에서 유럽에 유학 가려는 다른 학생들을 만나 준비했어. 그들 중에는 안중근의 사촌동생인 안봉근도 있었어. 안봉근은 이미 프랑스에 다녀왔는데 이번에 다시 간다고 했어. 안봉근은 미륵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단다. 유럽에 가는 유학생들은 상하이를 떠나 사이공, 싱가포르, 지부티에 들렀다가 홍해와 지중해를 거쳐 마르세유 항구에 도착을 했단다.

그곳에 도착한 후에 미륵은 안봉근의 도움으로 독일의 작은 도시에 있는 독일인의 집에 머물 수 있게 되었어. 독일에 도착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니 고향 생각이 많이 났어. 특히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지. 편지를 썼으나 회신은 없어서 답답했어. 그러다가 5개월 뒤 큰 누나로부터 편지가 왔는데 지난 가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도 담겨 있었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세월이 빨리 흘러가니 곧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어머니의 말씀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구나.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결말인 것 같구나.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아는 이도 별로 없고 무엇보다 보고 싶은 가족들을 볼 수 없는 낯선 타지에서 삶.. 상상만 해도 무척 힘든 생활일 것 같구나.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압록강은 흐른다>의 뒷이야기인 2부도 있었는데 지은이 이미륵의 타계 후 그의 서재에는 몇 장 남아있지 않았다고 하더구나.

전혜린 님이 이 책을 옮기고 난 이후 이미륵 님의 글들이 더 발굴되었는지,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을 해보면 이미륵 님의 <그래도 압록강은 흐른다> 책이 있더구나. 지금은 품절이 되어 살 수가 없는데 중고책이라도 알아봐야겠구나.

….

아빠가 이 책에 대해 좀더 깊이 생각해 보고 이야기를 하면 좋겠는데, 독서편지는 늘 밀려 있고, 요즘에 바쁘다 보니 시간이 부족하구나. 지금도 잘 시간이 지나서 이 정도 마무리해야겠구나. 조만간에 <이미륵 평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압록강은 흐른다>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또 있지 않을까 싶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수암-이것은 나와 함께 자라난 내 사촌 형의이름이다.

책의 끝 문장: 지난 가을에 어머님이 며칠 동안 앓으시다가 갑자기 별세하셨다는 사연이었다.

 


우리는 산신령과 죽어버린 동무에게 술 대신 한잔씩의 물을 바쳐 죽은 짐승의 넋이 편히 쉬기를 빌고, 해질 무렵에 시체를 묻었다. 호박 크기만한 무덤이 다 만들어졌을 때, 나는 무척 슬픔을 느꼈다. 거북은 오랜 생명을 가지며 수천 년이나 산다고 한다. 그러나 희귀한 동물이 우리 집에서 죽었을 때에는 아마 좋은 것을 뜻하지는 않으리라. - P66

"그렇지, 원님께서 몸소 나와서 그렇게 무기도 없이 적에게 대했더라면 그야 옳았을 것이야말고. 아마 다른 원님 같았더라면 그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 원님은 무척 겁쟁이였거든. 유감스럽게도 그건 원님이 아니라 그 손자였더란 말이야. 바로 김삿갓이란 거야. 그렇고말고.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지? 그렇지만 참으로 원님의 손자였다는 거야. ‘적군을 물리치자!’고 그는 조부에게 요구했으나 조부는 들은 체도 않고 적군에게 항복해버렸지 그만...... 그러므로 적군은 계속해서 딴 고을을 무찔렀고 김삿갓은 임금에게 충성하였으므로 조부와 적대하여 도모하지 않고 그만 걸인과 방랑의 시인이 되어버렸지." - P82

"과거를 너무 생각지 마라."
끝으로 어머니는 말하였다.
"네가 자주 말한 것처럼 시대가 변하였다. 과거는 새 문화에 앞서 갔다. 새 문화는 자주 분수를 모른다. 그러나 네가 그것에서 무엇을 배우려고 하든지 그것이 생소하리라는 것을 미리 알아야 하며, 또 언제나 온화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 P178

그런 고귀한 한방 의원은 병자의 신체를 거의 만지지조차 않았다. 그들은 등을 두드리지도 않았고, 내부 기관을 청진하지도 않았다. 다만 병자의 얼굴을 보았고 병자가 이야기하는 것을 조심스레 듣고는 맥을 짚었다. 그러고는 처방을 썼고 처방에 따라 조수가 약을 곧 준비하였다. 조제실에는 모든 필요한 약초며 뿌리며 구근이 보관되어 있었고, 거기에서 환약이며 고약이며 즙을 의원의 감시 아래 만들 수 있게 해 두었다. 병자에게는 그 외 아무 일도 없었다. X-레이는 물론, 수술, 주사도 한방 의원은 몰랐다. 다만 특정한 병에만 여러 곳에 침을 놓았다. 이런 곳은 생명선 위에 있어야 했고 그 방해가 병이 된다고 했다. - P195

"너는 너무 말이 없고 너무 많이 생각한다."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침묵은 오래된 동방에서는 아직도 미덕으로 인정되나, 서방에서는 그렇지가 않아. 여기선 그게 비사교성의 표시로, 심지어는 거만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언제나 이야기하는 데에 섞여 같이 대화를 나누어라. 무엇에 관한 이야기든 간에. 날씨나 기후나 또는 음식이나 옷에 이르기까지. 다른 사람과 사교하는 동안에는, 땅에서 살고 있는 이상엔 언제나 철학적인 일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는 없단다. 유럽 사람도 땅위에서 살고 있으며 즐겨 세상 이야기를 한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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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공가의 치부 을유세계문학전집 141
에밀 졸라 지음, 조성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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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에밀 졸라의 <루공가의 치부>라는 책을 이야기할게. <루공가의 치부>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에밀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 시리즈 중에 하나로, 아빠가 만나는 에밀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는 이번에 세 번째란다. <루공 마카르 총서>는 모두 20권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출간하지 않은 책들도 여러 권이고, 출판사도 이곳 저곳에서 출판해서 시리즈를 모으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실망을 금할 수가 없구나. 아빠도 그 중에 한 사람이란다. 아쉬운 대로 현재 출간된 책들을 하나하나 찾아 읽어보려고 한단다.

오늘 이야기할 <루공가의 치부>는 에밀 졸라가 1871년에 출간한 책으로 <루공 마카르 총서>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작품이란다. 이 책은 원제는 <La Fortune Des Rougon> 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두 군데 출판사에서 출판을 했는데 다른 제목을 달고 출간했더구나. 을유문화사는 <루공가의 치부>, 도서출판 길은 <루공가의 행운>으로 출간했어. 두 책이 같은 책이니 책을 사려는 사람들은 주의를 해야겠구나. 그 중에 아빠는 을유문화사 을유세계문학전집 시리즈에서 출간된 책으로 읽었단다. 제목에 있는 치부는 보통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부분을 이야기할 때 쓰는 말로 알고 있는데 아빠가 프랑스어를 모르지만 Fortune은 영어랑 비슷해서 그 뜻을 유추할 수 있겠구나. 그래서 치부의 뜻을 좀 찾아보니 재산을 모아 부자가 됨이라는 뜻이 있더구나. 이 뜻으로 쓰인 것이구나. 그러니까 루공가가 재산을 모아 부자가 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되겠구나. 에밀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의 대작을 여는 이야기를 해줄게.

 

1.

에밀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는 주요 시대적 배경이 1800년대이기 때문에 당시 격변하는 프랑스의 시대상이 많이 반영되어 있는 작품들이란다. 그래서 당시 프랑스의 역사와 사회상을 많이 알고 있으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텐데, 아빠가 그 점이 취약하다는 점은 이해해주길 바래.

이야기가 시작되는 플라상 지역은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뉘어 있고 가운데 도로를 공유하고 있었단다. 신시가지에는 주로 부자들이 많이 살았고, 구시가지에는 주로 서민들이 많이 살았어. 피에르 푸크라는 사람이 있었단다. 농부이고, 넓은 땅을 소유하고 있었고 그에게는 1768년생 아델라이드라는 외동딸이 있었어. 이 사람은 잘 기억하자. 아델라이드가 열여덟 살 때 아버지가 미쳐서 죽고 아델라이드는 혼자가 되었어. 아버지로부터 많은 재산을 상속을 받게 된 아델라이드는 누구와 결혼하게 될지 주변 사람들의 관심사였단다. 그런데 아델라이드는 루공이라는 가난한 머슴과 결혼을 했단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거렸어. 사실 아델라이드도 미친 아버지의 유전자를 받아서 그런지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었나 봐. 이상한 짓을 많이 해서 사람들부터 미쳤다는 소리도 듣곤 했어. 아무튼 루공과 결혼한 아델라이드는 아들 피에르 루공을 낳았어. 그런데 얼마 후 남편이 일사병으로 죽고 과부가 되었단다.

그로부터 1년 뒤 아델라이드는 또 이상한 남자와 사귀게 되었어. 남들이 다 거지, 불한당이라고 부르는 마카르라는 남자야. 그들은 정식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아들 앙투안과 딸 위르쉴을 낳았어. 이 책은 <루공 마카르 총서>의 시작이라고 했잖니. <루공 마카르 총서>는 루공이라는 집안과 마카르라는 두 집안의 이야기인데 지금까지 한 이야기에서 다 나온 것 같구나. 아델라이드의 남편인 루공. 그 사이에서 낳은 아들 피에르 루공. 남편이 죽고 만난 애인 마카르. 그 사이에서 낳은 앙투안 마카르과 위르쉴 마카르. 이들이 <루공 마카르 총서>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되겠구나,.

아델라이드는 아이들을 낳고도 정신줄을 놓은 듯한 생활을 했단다. 아이들은 돌보지 않고, 재산도 관리하지 않았어. 남자친구 마카르도 다시 떠돌아다녔어. 그렇다 보니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아이들도 성품이 좋지 않게 자랐단다. 어느덧 앙투안은 열여섯 살이 되었어. 앙투안은 악동에 술주정뱅이가 되었단다. 위르쉴도 변덕 심하고 신경질적이었어. 한편 앙투안과 위르쉴의 아버지 마카르는 국경지역에서 떠돌다가 국경수비대에게 총을 받고 죽었단다. 그리고 아델라이드와 루공 사이의 아들 피에르 루공은 마카르 남매보다는 좀더 이성적이었어. 하지만 피에르도 교활하고 얍삽한 성품을 가지고 있었어. 피에르는 엄마 아델라이드의 재산을 독차지할 궁리를 하고 있었어.

앙투안은 군에 끌려가고 위르쉴은 제조공 무레와 결혼하여 모두 집을 떠났어. 그들이 떠난 집에 피에르는 늘 정신이 혼미해 있는 엄마 아델라이드와 함께 지냈어. 이 때 피에르는 재산의 명의를 모두 자신의 이름으로 바꾸어 사생아들의 상속권도 자신에게 이전을 했단다. 피에르는 펠리시테 퓌에쉬라는 여자와 결혼하여 32녀의 아이를 낳았어. 펠리시테는 돈 욕심, 재산 욕심이 많은 사람이자 기회주의자였어. 피에르가 기름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 가게보다 더 큰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계획대로 잘 되지 않았고 재산도 잘 모이지 않았단다. 그래서 펠리시테는 아들들에게 투자하기로 하고 그들을 공부시키는데 몰두했어. 피에르와 펠리시테의 아들이 셋이라고 했잖아. 첫째 으젠은 정치적 야망이 커서 자라서는 주로 파리에서 지냈단다. 변호사 일을 했지만 실력이 좋지 않았고, 고향인 플라상에 자주 오고 갔단다. 둘째 파스칼은 파리에서 의대를 졸업했으나 엄마의 바램과 달리 돈에 그리 관심이 없었어. 고향 플라상에 돌아와서 생리학에 대한 공부만 열심이었단다. 셋째 아리스티드는 재물 투기에 관심이 많았어. 딸도 둘이 있다고 했는데 일단 이름만 알아두자. 시도니, 마르트.

프랑스에서는 1848 2월 혁명이 있었어. 2월 혁명은 1830년부터 이어진 7월 왕정 시대를 무너뜨리고 제2공화국을 수립하고 모든 성인 남성이 투표권을 갖게 된 사건이었단다. 그런데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았는데, 공화정과 관련 없어 보이는 나폴레옹의 조카 루이 나폴레옹이 대통령이 되었단다. 이렇듯 선거는 가끔 인기투표와 같은 결과를 낳기도 한단다. 그렇게 되자 루이 나폴레옹을 지지하는 보수파와 공화파의 갈등이 생겼어. 피에르와 펠리시테는 보수파였어. 그들은 보수파들의 정기적인 모임을 자신들의 집 거실에서 가졌어. 그러면서 인맥을 넓혀가고 피에르는 징세관이 될 기회를 엿보고 있었어. 펠리세페의 아들들 중에는 파스칼은 의사라고 했잖아. 그래서 돈을 벌게 하려고 자신들의 집에서 열리는 보수파들의 사교 모임에 오라고 했는데, 파스칼은 마지못해 몇 번 왔지만 파스칼은 정치에 관심 없고 의학 공부에만 관심이 있었단다.

1851년 보수파와 공화파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어. 플라상 지역은 보수파(반동파, 왕당파) 세력이 차지하고 있었어. 피에르의 첫아들 으젠은 파리에서 왕당파와 관계를 맺고 파리의 정보들을 아버지에게 편지로 알려주었어. 1851 12, 대통령이었던 루이 나폴레옹은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공화정을 붕괴시키고 자신의 임기를 10년으로 바꾸었단다. 이 친위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루이 나폴레옹은 다음해인 1952년 황제에 즉위하게 된단다. 이렇게 되자 그 쿠데타에 반대하는 저항군들이 들고 일어났고, 플라상에서도 저항군들이 진군을 하기 시작했어. 피에프의 거실에 있던 사람들도 그 소식을 듣고, 소문에는 한 시간 뒤에 저항군이 그곳에 도착한다고 했어. 그 소문을 들은 피에르의 거실에 있던 보수파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몇 명 남지 않았어. 피에르는 자신의 할머니 아델라이드의 집에 가서 숨어 있었어.

 

2.

앙투안 마카르의 이야기 좀 해야겠구나. 앙투안 마카르가 군대에서 돌아오고자신의 상속을 피에르가 가져갔다는 것을 알고 격분하며 그를 찾아갔지만 문서 상에는 그들의 어머니 아델라이드가 피에르에게 처분한 것으로 되어 있었어. 앙투안은 이후 돈만 생기면 술을 먹고 형을 욕해서 마을 사람들이 그들 사이의 이야기를 다 알게 되었어. 피에르와 펠리시테는 고심 끝에 그를 만나 100프랑을 주겠다고 제안했는데, 앙투안은 만 프랑을 요구하다가 천 프랑으로 내려 요구했어. 결국은 펠리시테가 앙투안을 잘 설득하여 돈 200프랑과 살 집을 구해준다는 조건으로 협의했단다. 앙투안은 현금으로 받은 200프랑을 술 먹고 노는데 다 써버리고 다시 형에게 돈을 뜯어내려고 했지만, 이제는 형의 평판이 좋아져서 더 요구해도 받지 못했어. 어쩔 수 없이 앙투안은 광주리 만드는 일을 하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핀이라는 여자와 결혼했지만 틈나면 서로 싸우는 등 사이가 안 좋았어.

앙투안과 핀은 1827년 첫째 딸 리자를 낳는 것을 시작하여 둘째 딸 제르베르, 셋째 아들 장을 낳았단다. 둘째 딸 제르베르는 다리가 휜 장애를 가졌는데, 너희들도 기억날 지 모르겠지만, <목로주점>의 주인공이란다. 셋째 아들 장은 <패주>의 주인공이란다. 이렇듯 <루공 마카르 총서>의 등장 인물들은 여러 소설에 겹쳐 있어서 그들의 가계도를 그려보면서 읽는 것도 재미가 있단다. 앙투안은 폭군 같은 가정폭력범이었어아내 핀, 둘째 제르베르, 셋째 장이 벌어온 돈을 모두 자기가 가져가 써버렸단다. 앙투안이 그런 망나니 짓을 하고 돌아다니다 보니 피에르와 펠리시테의 눈에도 거슬렸어. 아버지가 다르긴 하지만 동생은 동생인데 그렇게 망나니짓을 하면 자신들의 평판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앙투안의 여동생 위르쉴의 이야기도 좀 해야겠구나. 앞서 이야기했듯이 위르쉴은 무레라는 사람과 결혼했다고 했잖아. 안타깝게도 위르쉴은1839년에 죽었고, 남편 무레는 아내가 죽고 난 후 상심하여 1년 뒤에 자살했대. 그들에게는 아이들이 셋 있었어. 딸 엘렌은 열여덟 살이었고, 첫째 아들 프랑수아는 스물세 살, 그리고 어린 막내 실베르는 여섯 살이었어. 피에르는 프랑수아를 자신의 딸 마르트와 결혼을 시켰단다. 그리고 어린 실베르는 할머니 아델라이드가 데려가 키웠어. 하지만 아델라이드는 여전히 가끔씩 발작도 하고 나이도 일흔다섯 살이나 되었어. 그래도 할머니라고 실베르를 잘 키우려고 노력했단다.

실베르가 12살이 되고 나서는 실베르가 발작하는 아델라이드를 보살펴주었단다. 실베르는 생각이 깊은 아이였어. 실베르는 좀더 커서 목수가 되었단다. 실베르는 학교 공부는 하지 못했지만 책읽기를 좋아해서 틈틈이 책을 읽었단다. 앙투안은 여전히 피에르와 갈등을 빚고 있었는데, 앙투안은 실베르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피에르 부부를 대적하는데 이용하려고 했어. 형 피에르가 보수파이니까 앙투안은 당연히 공화파였고, 앙투안은 실베르도 공화파로 합류시켰단다. 그래서 앙투안은 실베르에게 피에르 부부의 온갖 험담을 이야기해주었단다. 그런데 실베르는 앙투안 삼촌에게 왜 일하지 않냐면서 일하시라고 이야기했어. 그런 와중에 앙투안의 아내 핀이 1850년 갑작스럽게 폐렴으로 죽었어. 어머니가 죽고 나서 제르베르와 장은 아버지 몰래 집을 떠났단다. 돈을 빼앗아가는 폭군 같은 아버지와 살 수 없다고 생각하여 집을 떠난 것이란다.

1851년 수천 명의 저항군들이 플라상에 진군해 온다고 했어. 실베르는 그 저항군에 합류하기로 했단다. 당시 17살인 실베르는 13살 미에트와 비밀 연애를 하는 사이였어. 실베르는 저항군에 합류하기 전, 마지막으로 둘은 묘지에서 밤에 만나 비밀 데이트를 했단다. 미에트는 상트그레유의 딸인데 상트그레유는 사람을 죽이고 감옥이 투옥 중이란다. 하지만 상트그레유의 살인은 정당방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어. 실베르와 미에트는 언제 또 만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오늘은 평상시보다 더 멀리 비요른 강까지 갔다가 수천 명의 저항군을 만났어. 실베르는 반가운 마음에 그들에게 갔고, 행진 속에는 아는 사람들도 있었어. 미에트도 실베르를 따라 그곳에 가니 자신도 합류하고 싶어하는 마음에 생겼어. 우연히 미에트는 저항군의 깃발을 들었는데, 저항군들은 환호를 질렀고 마치 자유의 여신을 보듯 미에트를 바라보았단다.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속 깃발을 든 여인 같았을 거야. 그렇게 미에트도 저항군에 합류하게 되었어.

미에트의 이야기를 좀 해줄게. 미에트의 엄마는 미에트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아버지 상트그레유와 지냈는데 상트그레유는 헌병과 시비가 붙었다가 헌병을 죽이게 되었는데 상트그레유는 정당방위를 주장했어. 기요틴은 면했지만 감옥에 가야 했단다. 아홉 살인 미에트는 고아가 되었는데 고모가 보살펴주었지만, 미에트가 열한 살 때 고모가 돌아가셨어. 고모부가 있었지만 고모가 돌아가신 후에 고모부는 미에트를 머슴 부리듯 했어. 농사일을 가혹하게 시켰어. 고종 사촌인 쥐스탱도 성격이 못되어 미에트를 모욕 주고 괴롭혔단다. 머슴처럼 일하다가 미에트는 우연히 실베르를 만나고 아침마다 우물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우정을 키워갔단다. 이후 2년 동안 비밀 데이트를 하다가 함께 저항군에 합류하게 된 거야.

저항군이 플라상에 온 다음날 기병대가 와서 저항군과 전투를 벌였어. 오합지졸 저항군은 기병대에 상대가 도지 않았어. 깃발을 흔들던 미에트는 그만 총에 맞고 죽고 실베르는 포로로 잡혀갔단다. 프랑스 대혁명은 1789년에 일어났지만, 그 이후에도 공화정과 왕정이 번갈아 가면서 이어졌는데 그 동안 국민들은 가난에 허덕이고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단다. 실베르와 미에트도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면 아름다운 사랑을 했을 텐데, 그들의 사랑은 혁명의 한 가운데에 꽃도 피지 못하고 꺾이고 말았단다. 혼자 남은 실베르는 또 얼마나 괴로워했을까.

 

3.

다시 피에르의 이야기를 해보자. 저항군이 몰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엄마 아델라이드의 집에 숨었던 피에르는 기병대를 비롯한 우군이 오면서 피에르는 자신과 같은 보수파 사람들과 함께 무장을 하고 공화파가 점령하고 있는 시장실을 습격했단다. 대비를 하지 못했던 공화파들은 보수파의 습격에 힘도 못쓰고 제압 당했단다. 그곳에 앙투안도 있었는데, 피에르는 앙투안을 시장실 욕실에 일단 가두었어. 앙투안은 자신을 풀어주지 않으면 피에르의 약점을 재판에서 폭로하겠다고 협박했어.

피에르는 시장실을 점력하고 집으로 돌아와 펠리시테와 함께 다음 계획을 논의했단다. 함께 시장실을 점령한 보수파에 의해 피에르는 플라상 임시 시장을 제안 받았어. 임시 시의회도 열렸는데 그곳에서 피에르와 보수파들은 시장실을 점령한 것에 대해 부풀려 영웅담처럼 이야기했어. 그래서 마흔한 명이 삼천 명을 제압했다고 소문이 퍼졌어. 임시 시장이 된 피에르는 임시 시의회를 열었어. 그런데 얼마 후 파리에서 친위쿠데타가 실패하고 공화파가 승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어.

피에르에게는 큰 위기가 닥친 거야. 피에르와 펠리시테는 현 상황에 대해 의논했단다. 그들은 왕당파에 도박을 걸 듯 재산들의 돈으로 무기를 샀고, 보수파의 모임을 주선하느라고 빚까지 써서 이대로 끝나면 파산하게 될 거야. 어떤 이가 말하길, 피에르가 시청을 공격했을 때 당시 시청에는 몇 명 없었고 총으로 한 것은 거울을 깬 것이 전부라며 그를 조롱하는 듯한 이야기를 퍼뜨려서 피에르의 위신도 많이 떨어져 있었어. 이래저래 피에르에게는 위기였어. 펠리시테는 앙투안을 이용하기로 했어. 앙투안은 이틀간 시장실에 있는 화장실에 갇혀 있었어. 앙투안은 앙투안 나름대로 자신의 동료들인 공화파에 실망을 하고 있었어. 공화파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형 피에르와 화해해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 바깥에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말이야.

그 때 형수 펠리시테가 찾아왔어. 펠리시테는 앙투안에게 제안을 했어. 1000프랑을 주면서 도망가게 해 줄 테니 다음날 저항군들을 데리고 와서 시청에 와서 시청을 접수하라고 했어. 앙투안은 펠리시테가 시키는 일이 궁금했지만, 돈에 눈이 먼 앙투안으로 그렇게 하겠다면서 선금 200프랑을 받고 도망갔어. 피에르는 자신은 시청을 끝까지 사수하고 플라상을 지키겠다며 사람들에게 큰 소리쳤어. 이것도 펠리시테의 작전의 하나인 것 같구나. 그 작전이 성공하여 일부 사람들은 피에르를 영웅처럼 생각하게 되었고 저항군이 쳐들어오면 그는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다음날 앙투안은 공화파 저항군을 데리고 시청에 왔어. 매복하고 있던 국민군들은 앙투안 일당을 공격하여 승리를 거두었어. 이 공격으로 저항군 세 명이 사망하고 국민군도 한 명이 사망했어. 하지만 이 전투로 피에르는 작전대로 큰 것을 얻었어. 사람들은 피에르를 무시하지 못하게 되었고, 진정한 영웅으로 생각하게 되었어. 플라상 사람들은 피에르가 플라상을 지켜냈다고 추켜세웠어. 이 일로 나중에 피에로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어. 피에르와 펠리시테의 작전 성공.

일을 마치고 피에르는 엄마 아델라이드의 집에 오니, 그곳에는 아들 파스칼과 앙투안이 있었어. 아들 파스칼도 사실 저항군에 있으면서 부상병들을 치료하고 있었단다. 앙투안은 그제서야 형의 계획이 무엇인지 알고, 뒤늦게 자신이 받아야 할 돈이 적다고 투덜거렸단다. 하지만 앙투안은 이제 배신자의 신세였어. 피에르는 앙투안에게 나머지 800 프랑을 주고 얼른 프랑스 밖으로 도망가라고 했어.

피에르는 시의장이 되었어. 하지만 여전히 그에게 불만인 이들도 있었어. 함께 시청을 사수한 사람들 중에는 피에르 혼자 훈장을 받았다고 불만인 이들도 있었어.

한편, 포로가 된 실베르의 운명도 오래가지 못했단다. 실베르에게 공격 받아 애꾸눈이 된 헌병 랑가드가 실베르에게 복수한다면서 실베르를 데리고 가서 총살시켰어. 그렇게 착한 실베르는 죽고 말았단다.

<루공 마카르 총서>의 시작을 알리는 <루공가의 치부>는 대충 이렇게 마무리되었단다.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라서 그런지 등장 인물도 많이 나오고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당시 프랑스 역사와 사회상을 아빠가 잘 몰라서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고 너희들에게 이야기한 것인지 잘 모르겠구나. <루공 마카르 총서>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출간되지 않은 작품들이 꽤 있어서 순서대로 읽기는 어려울 것 같구나. 일단 아빠가 사놓은 <루공 마카르 총서>들부터 하나씩 읽어봐야겠구나. 그리고 우리나라 출판사는 각성해서 얼른 <루공 마카르 총서>의 미번역본들을 번역출간하길 바란다.

지금까지 읽은 <루고 마카르 총서>는 고작 세 작품이지만 기록에 남겨 본다.

1 : 루공가의 행운, 7 : 목로주점, 19 : 패주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한 집안, 즉 한 작은 집단이, 한 사회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열 명이나 스무 명의 개인을 탄생시키면서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설명해 보고자 한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저 멀리, 생미트르 공터 깊숙이에서 묘비 위에 흥건히 쏟아진 피가 엉기며 굳어 가고 있었다.



플라상은 약 만 명 정도가 사는 군청 소재지이다. 비요른강이 내려다보이는 고원에 세워지고, 북쪽으로는 알프스산맥의 최종 갈래에 속하는 가리그 언덕을 등지고 있는, 이 시는 마치 막다른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모습이다. 1851년에 주변 지역과는 도로 두 개로만 연결되었다. 동쪽으로 내려가는 니스로와 서쪽으로 올라가는 리옹로(路)가 있고, 두 도로는 거의 평행적 위치에서 이어진다. 그 시절, 시의 남쪽을 지나가는 철도가, 예전 강둑의 가파른 경사인 언덕 아래 놓였다. 지금은, 작은 개울 오른쪽에 있는, 역에서 나와 고개를 들면, 정원이 테라스처럼 형성된, 플라상의 첫 번째 집들이 보인다. 그 집들에 도달하려면 족히 15분 정도 올라가야 한다. - P59

그 당시, 루공 부부는 충족되지 않는 자만심과 욕망이라는 이상한 위기를 겪고 있었다. 그들의 얼마 안 되는 행복한 감정은 쓰디쓰게 변했다. 그들은 스스로 불운의 희생자들로 자처했으며, 절대 포기하지 않고, 만족하기 전에는 죽지 않겠다며 더욱 맹렬하고 더욱 단호한 마음이었다. 실상 그들은 고령에도, 자신들의 희망 가운데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펠리시테는 막연히 자신은 부자로 죽을 거라는 예감이 든다는 강변했다. 그러나 비참한 나날은 그들에게는 참기 힘들었다. - P111

성공해서, 자신의 가족 모두 큰 자산을 가진다는 생각은 펠리시테의 편집증이 되었다. 파스칼은 그녀를 슬프게 하지 않으려고, 노락 거실의 밤 모임에 몇 번 들렀다. 그는 거기에서 걱정했던 것보다 덜 무료했다. 처음에, 그는 건장한 남자들이 그렇게까지 어리석어질 수 있다는 데 아연실색했다. 은퇴한 기름과 아몬드 상인들, 후작과 사령관까지, 그에게는 그때까지 연구해 본 적이 없었던 기묘한 동물들 같았다. 그는 자연주의 과학자다운 성찰로, 그 사람들의 관심사와 욕망을 발견하게 되는, 찌푸린 얼굴 속에 고정된 그들의 가면을 관찰했다. 그는 야옹대는 고양이나 멍멍 짖고 있는 개의 말을 알아들으려고 애쓰는 것처럼, 그들의 공허한 수다에 귀를 기울였다. 그 당시, 그는 비교 자연사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동물들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유전 방식에 대해 그가 해 왔던 관찰드을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이었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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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리 - 2024 공쿠르상 수상작
카멜 다우드 지음, 류재화 옮김 / 민음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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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는 유명한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면 이상하게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책을 추천받는다는 느낌도 들고,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면 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그래서 인터넷 서점에서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면 일단 살펴보게 돼. 그 중에 프랑스 콩쿠르 수상작은 더 눈에 들어온단다. 왜냐하면 그 동안 읽은 프랑스 콩쿠르 수상작들은 문학상 수상작 치고 재미도 함께 보장되었거든.. <오르부아르>, <그녀를 지키다>, <아노말리>, <타니오스의 바위> 등 그 동안 아빠가 읽은 프랑스 콩쿠르 수상작들은 작품이 이야기하려는 묵직한 주제와 함께 재미도 있었기 때문에 늘 기대가 되었단다. 그래서 몇 달 전 신간 코너에서 본 2024년 콩쿠르 수상작 카멜 다우드의 <후리>라는 작품을 책소개도 자세히 보지 않고 샀단다.

책을 받고 천천히 책소개를 읽어보니 이 책은 실제 있었던 알제리 내전을 배경으로 알제리 작가 카멜 다우드라는 사람이 쓴 소설이란다. 알제리 작가로는 처음으로 콩쿠르를 수상한 작가라는구나. 프랑스 콩쿠르는 프랑어로 작품 중에서 선정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프랑스 사람들이 많이 수상을 하겠구나. 그런데 알제리는 오랫동안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적이 있기 때문에 아직 프랑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구나.

이 책은 알제리 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했잖아. 그래서 사전 지식을 조금이나마 습득하고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알아보았단다. 알제리 내전은 엄청 가까운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이더구나. 1991년부터 2002년까지 약 10년간 일어났대. 1991년 알제리 역사상 처음으로 다당제로 총선을 치렀는데, 당시 정부에 불만을 갖고 있던 국민들이 이슬람주의 정당인 이슬람구원전선(FIS)의 손을 들어주었어. 그렇게 되자 정부는 쿠데타를 일으켜 선거를 무효화하고 FIS를 강제 해산시켰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FIS에서도 가만 있지 않고 무장 조직을 구성하였는데 극단적인 무장 이슬람 세력까지 합류하면서 정부군과 이슬람 세력 간의 내전이 벌어진 거야. 내전이 길어지면서 이슬람 반군은 무고한 민간인 학살을 하면서 지지율을 급락하였고, 그로 인해 기존 정부가 다시 권력을 잡으면서 내전은 끝이 났단다.

이 내전이 시작되기 전과 끝난 후 권력 구조는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구나. 죄 없는 국민들을 포함하여 수십만 명의 희생자만 있었을 뿐. 그리고 그 아픔을 짊어지고 가야 할 가족들. 알제리에게 이 내전은 치욕의 역사이고 숨기고 싶은 역사일 것 같구나. 아빠가 간략하게 이야기를 했는데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유튜브나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될 것 같아.

 

1.

소설의 시작은 2018 6 16일 오랑이라는 지역의 미라마르라는 지역에서 시작한다. 주인공은 26살의 오브라는 여자였어. 오브는 아랍어로 새벽이라는 뜻이고, 프랑스로 새벽을 파즈르라고 부르기 때문에 파즈르라고 부르기도 한대. 오브는 아픈 과거가 있었단다. 1999 12 31일 오브가 다섯 살 때 반군에 의한 민간인 대학살이 있었어. 하드 셰칼라라는 지역에서 일어난 대학살이라서 하드 셰칼라 대학살이라고도 불렀어. 하룻밤에 천 명 가량의 민간인들을 참수시켜 죽인 잔인한 사건이었단다. 특별한 이유도 없는 처단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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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187)

1999 12 31일 밤, 이슬람 무장 단체의 카티바들은 우릴 처벌하기로 결정했어. ‘낮의 국가의 사람들도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그렇게 했지. 한 달 전, 우리 마을의 전기가 끊겼어. 테러리스트들이 폭탄을 만들고 부품을 용접하는데 쓸 전기를 그들에게 제공했다는 혐의 때문이었어. 우린 어둠과 차가운 태양 사이에 내버려졌어. 한겨울은 고통스러웠고, 우리는 돌처럼 굳어 각자의 침묵 속에 몸을 감싸고 있을 수밖에 없었어. 자매들, 아버지들, 어머니들, 불빛에 비쳐 붉은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칼, 이건 우리에게 겨누어진 무기가 뭐냐에 따라 이쪽저쪽을 오가는 놀이였어. 우린 긴 전쟁의 끝에 도달해 있었고, 나라 안에서는 시간도 감각도 뒤엉켜 널브러져 그들끼리 서로 죽였어. 어떤 이들은 신에, 신의 약속에 절망해서, 또 어떤 이들은 전우에 대한 배신과 의심으로 피폐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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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때 오브의 엄마와 언니가 죽고 말았어. 그런데 학살자가 실수로 오브의 목을 제대로 베지 않아서 오브는 살아남을 수 있었어. 하지만 목부터 얼굴까지 가로지르는 큰 흉터가 남았고, 성대를 다쳐서 말을 할 수 없었고, 음식물도 목에 구멍을 내서 관으로 음식을 넣어야 했어. 목숨만 간신히 구했다고 할 수 있겠구나. 앞서 이야기했듯이 고작 다섯 살이었는데당시 자원 봉사를 하고 있던 변호사 하디자가 오브를 알게 되고, 입양해서 보살피고 키웠단다. 하디자는 오브의 목을 고치고 위해 부단히 노력을 했단다. 조금이라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의사가 있다면 어디든 갔단다. 지금도 벨기에 브뤼셀에 의사를 만나러 갔단다.

내전이 끝나고 국가에서 보상을 해주어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것이 삶의 의미를 줄 수 있을까?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데 말이야. 2018년 현재 오브는 임신을 한 상태란다. 어쩌다 임신을 했는지 나오지는 않지만, 엄마 하디자에게도 알리지 않았어. 아마 실수로 임신이 된 것 같구나. 오브는 낙태를 하기 위해 알약 3개를 구해 놓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어. 자신의 뱃속에 있는 아기의 이름을 후리라고 했단다. ‘후리’는 이슬람 전통에서 천국에 간 의인에게 보상으로 주어진다고 믿어지는 아름다운 처녀정화된 아내를 뜻한다고 하는데, 아기에게 그 이름을 붙여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이유가 소설 속에 나왔었다면 아빠가 놓친 것 같구나.

어느날 미용실이 강도들에게 도둑 맞는 일이 일어났어. 강조로 위장한 이슬람 세력인 것 같았으나 경찰은 미온적으로 대응했단다. 내전이 끝난 지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이슬람 반군의 불씨가 남아 있는 것 같았어.

...

벨기에 브뤼셀에 간 하디자는 날마다 오브에게 전화를 했단다. 오브가 말을 하지 못해도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안부를 전했어. 브뤼셀에 갔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는구나.

….

앞서 알제리 내전은 알제리 입장에서 봤을 때는 숨기고 싶은 역사라고 했잖아. 그래서 알제리에서는 알제리 내전에 대한 연구와 반성을 하지 않고 숨기려고 한다는구나. 알제리 내전보다 훨씬 오래된 1950년대 알제리 독립 전쟁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명확한 사료들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오래 되지 않은 알제리 내전에 대한 자료는 명확하지 않았어. 희생자 수도 여기저기 수치가 다 달랐다고 했어. 자신의 숨기고 싶은 역사일수록 정확히 기록하여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야. 더욱이 화합의 이유로 2005년에는 전쟁관련자들을 사면을 해주었다고 하는구나. 학살을 주도했던 이들도 산 속에 숨어 지내다가 다 내려올 수 있었어. 아니, 희생자들은 그들을 용서도 하지 않았는데, 국가가 알아서 그들에게 사면을 해주다니 희생자들은 이 억울함을 어디에 호소해야 하는지

 

2.

오브는 낙태를 하기로 마음 먹기는 했지만, 그 다짐은 흔들렸단다. 그래서 죽은 언니에게 물어보려고 언니가 묻혀 있는 묘지를 찾아가려고 했단다. 가는 길에 아이사라는 중년의 남자의 차를 얻어 타게 되었어. 아이사라는 사람도 내전의 아픔을 갖고 사는 사람인 것 같았어. 그는 독특한 방식으로 내전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고 했어. 운전하는 동안 쉬지 않고 말을 하는데, 오브에게 숫자를 이야기하라고 하고 숫자를 이야기하면(오브는 말을 못하지 않나? 필담을 나누었나?) 그 숫자와 연관된 내전의 사건을 이야기했어. 그 사건이 언제 발생했고 그 사건으로 몇 명이 죽었다는 것을 일의 자리까지 정확히 알고 이야기를 했어. 아이사는 중년의 남자다 보니 내전이 시작했을 때부터 끝날 때까지 겪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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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32)

1990년의 전쟁에 대해 우리가 뭘 알고 있을까? 여기선 나 말고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해. 날짜 하나하나, 이름 하나하나, 나는 떠올려, , 전부는 아니지, 수만 명 전부는, 그래도 내 머릿속에는 불쌍한 실종자들이 정말 많이 들어 있어. 그게 진짜 이야기야. (그의 목소리가 판결처럼 진중해져.) 20만 명의 사망자가 있는데 그걸 다룬 책도, 영화도 없어. 목격자도 없대. 침묵뿐! 너도 아무 말 안 하는 거냐! 학교에서 내전에 대해 안 가르쳤지? 이걸 보는 사람들한테 넌 뭐라고 말해? (그는 내 튜브를 또 가리킨다.) , 그 전쟁이 시작됐을 때 스물다섯 살이었어. 그 전쟁은 바트나에 있는 우리 서점에서 시작됐어. 정말이야, 1992 3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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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사도 내전으로 많은 가족들을 잃었고, 아이사도 다리를 다쳐서 평생을 절룩거리며 살아가야 했어. 그에게 내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었던 거야. 국가가 그 사건을 덮으려고만 하니 그라도 알리기 위해서 내전 당시 일어났던 만행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 그 또한 2005년에 있었던 사면 조치에 대해 불만이 가득했단다. 희생자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되지 않은 사면이었거든국가의 희생자들이 아직도 가슴 찢어지게 살아가는데 용서하라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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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

이제 그 화해랑 사면 투표 이후로, 개들은 대낮에도 버젓이 돌아다니고, 기도도 하고, 심지어 사람들을 깔보듯 훑어본다니까. , 그들이 전쟁에서 이긴 거야. 물론 군인들도 이겼어. 오직 죽은 사람들만 진 거야. 아무런 이유 없이 죽은 20만 명만 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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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는 함라라는 여자도 만났단다. 함라도 기구한 운명의 소유자더구나. 18살 때 함라는 반군들에 의해 산으로 끌려가 강제로 결혼을 하고 강제로 임신을 했대. 전쟁은 여자들에게 더욱 잔인한 것 같구나. 그렇게 함라는 원치 않은 결혼을 하고, 남편이 테러리스트이다 보니 자신도 테러리스트의 일원이 된 거야. 남편이 내전 중에 죽자, 또 다른 남자와 강제 결혼을 하게 되었어. 그리고 내전이 끝난 뒤 함라에게는 여성 테러리스트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고, 테러리스트라는 이유로 3년 동안 감옥에 있었다고 하는구나. 더 웃긴 것은 앞서 이야기했던 2005년에 있었던 사면 조치에서 여자들은 배제되었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함라는 평생 테러리스트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가야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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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3)

내 이름은 함라예요. 가끔은 솔직히 내 이름이 정말 그런가 의심스럽기도 해요. 여러 번의 삶과 죽음을 겪은 사람에게 얼굴 하나는 부족해요. 동생, 내가 바라는 건 이거예요. 우리를 위한 권리를 얻어 주는 거. 폭행당한 여자들, 아버지 없는 아이를 가진 여자들, 고발당한 여자들, 테러리스트로 불리는 여자들, 납치당한 여자들, 실종된 처녀들의 권리를…… 이제 내게 남은 명예는 단 하나, 바로 내 딸뿐이에요. 난 딸아이가 결혼 준비하는 걸 돕고, 그 아이가 행복하기를, 자식도 많이 낳길 바래요. 그 아이 결혼 결혼식에 참석해 눈물을 쏟지 않고 춤추고 싶어요. 가서 내 이야기를 해요. 올리브 나무에게, 돌에게, 길에게도 물어봐요. 날 와서 다시 찍어 줘요. 내 딸이 결혼할 때까지는 살고 싶어요. 내가 그 애 혼수품을 만들어 온 게 몇 년째예요. 그 아인 긴 핼렬과 수많은 여가수들의 노래 속에서 행복할 거예요. 가끔은 잘생긴 청년들이 우리 창문 밑을 지나가기도 해요.

========================

도대체 오브, 아이사, 함라가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정말 읽는 내내 답답하고 억울하더구나.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나라도 광주민주화 운동 등 국가폭력에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이 생각났단다. 더욱이 5월이기도 하고우리나라는 늦게나마 국가에서 그들의 명예를 되살려주려고 노력을 해주었지만,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는 것도 아니니 안타깝구나.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민주주의 시스템을 견고히 해야겠구나. 알제리도 그런 내전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이 책은 알제리가 숨기고 싶어하는 역사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구나. 그 대신 알제리에서는 출판 금지가 되었다고 하는구나. 그런 것을 보면 알제리가 민주주의 시스템이 잘 정비하고 있는지 의심이 드는구나.

아참, 소설의 결말은 오브가 결국은 딸을 낳기로 했단다. 그 딸이 오브에게 미래가 되고 희망이 되고 삶의 의미가 되길 바란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이거 보여?

책의 끝 문장: 그때 함께 별을 다시 세어 보자.



이 전쟁의 목적은 무엇이었나? 난 이렇게 대답했어. "이십 년이 지난 지금도 모른다." 아마도 역사가 우리에게 주지 않은 천국에 살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아니면 굶주린 신에게 먹을 걸 바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우리 어머니들의 자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식민 통치자들이 떠난 이후 땅과 농장과 살림살이를 나누기 위해서였을까. 이십 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우리에게 그것을 설명해 주지 않았어. "이 전쟁은 얼마나 지속되었는가?" 시험지가 물었어. 십 년, 아니면 거의 그만큼. 1990년부터 2000년까지. 불행은 날짜를 지워버리고, 절대로 못 박지 못하게 하지. - P149

사람은 생애 첫날을 기억할까? 그 피를? 그 비명을? 배가 힘을 주고 밀어내는 수축 감각을? 그래, 난 기억한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시간까지 기억하는 행운을 가졌지. 그래, 내 얼어붙은 가슴 속에 품은 내 신비로운 비취야. 나는 알라의 두 가지 비밀, 오직 그분만이 답하실 수 있는 두 가지 비밀에 손이 닿는다. 나는 죽은 것도 살아 있는 것도 아니야. 거꾸로 뒤집힌 존재, 신비한 물고기야. 난 2000년 1월 1일, 딱 떨어지는 그날에 태어났어. 그리고 바로 전날인 12월 31일에 죽었다. 딸아, 맹세하건대, 쿠란에 기록된 어떤 예언자도 이렇게 두 날짜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할 순 없을 거다. - P309

네가 굳이 와서 숨 쉬고, 살고, 하루하루 날을 헤아리고 싶어 하는 이 나라에서, 여자는 큰 소리로 기도할 권리조차 없다. 애도하며 흐느끼는 소리도, 발꿈치로 인도 밟는 소리도 들려선 안 된다. 여자는 노래를 하거나 모스크에서 설교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목소리는, 나의 오래된 달님아, 쾌락의 억눌린 비명과 금세 바로 잊히는 출산의 신음으로만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이 우리 안에서, 또 우리 위에서 벌거벗은 그 두 순간, 우리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언제나 남자들의 수치심 속에서 울려 퍼질 것이다. - P461

아무 손도 대지 않은 진실의 가장자리에서, 나는 마침내 몸을 던질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이번에는 내 속으로 잠수하듯 뛰어들어, 내 상처를 다시 열고, 꿰맨 자국을 뜯어야 했다. 그리고 내 ‘미소’ 속으로 뛰어들어, 그것이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알아내야 했다. 그래, 네가 내게 목소리를 되돌려줄 거야. 난 속으로 속삭였다. 나는 한 권의 책이야, 행복한 결말을, 아니 적어도 진실한 결말을 찾고 있는. 안 그러니? 이번에 나는 천 개의 인격이 되어 내 균열 속으로 뛰어들어, 내 안 깊은 곳으로 내려갈 거야. - P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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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2 : 오스의 왕 킹덤 2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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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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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홀레 시리즈로 유명한 요 네스뵈의 <킹덤>이라는 책을 아빠가 4년 전에 읽은 적이 있어. 당시 독서 편지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킹덤>은 해리 홀레 시리즈는 아니란다. 주인공들이 로위와 칼이라는 형제인데, 그들인 살인과 범죄를 저지른 범인들이야. 그런데 교묘히 빠져나가 결국은 잡히지 않고 소설이 끝이 났단다. 읽는 이들은 소설을 읽다 보면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하게 읽게 되는데, <킹덤>이라는 소설은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해서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주인공의 범죄들이 발각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떠오른단다. 분명 나쁜 사람들인데 그들을 응원하게 되어 아빠가 도덕적 문제가 있나 싶은 생각마저 드는 이상한 경험을 주는 소설이었어.

그 소설의 후속편이 나왔단다. 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궁금하더구나. 주문하고 읽는 데까지는 빠르게 진행되었지만, 너희들에게 독서 편지를 쓰는 데까지는 게으름이 발동하여 늦어졌구나. 그럼, 얼른 이야기를 시작해야겠구나.

<킹덤> 1권 이후 8년이 흐른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형 로위. 동생 칼. 어렸을 때부터 로위는 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한 칼을 보살펴주었고, 결국은 그런 아버지로부터 칼을 구해주기 위해서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위장하여 죽였단다. 같이 차를 타고 있던 어머니도 어쩔 수 없이 같이 돌아가셨고자세한 내용은 <킹덤> 1권 독서 편지를 참고하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들은 살인을 저지르고도, 그것도 무려 일곱 명이나 죽이고도 모두 자살이나 사고사로 위장하여 멀쩡하게 생활하고 있었단다. 그들의 범죄사실을 아는 것은 책 밖의 독자들뿐이란다. <킹덤> 세계관에는 해리 홀레와 같은 유능한 형사가 없었어. 로위와 칼은 여러 살인을 저지르고도 8년이나 아무 일 없이 잘 살고 있었어. 형 로위는 주유소를 경영하고 있었고 야심 많은 동생 칼은 <킹덤> 1권에서 꿈꾸었던 오스 지역을 관광단지로 조성하는 것이 성공하였단다.

로위와 칼은 범죄를 공모하며 서로 비밀을 간직하며 독특한 방식으로 우애를 다진 것 같지만 칼이 죽인 사람 중에 그의 아내 섀넌 때문에 로위는 칼에게 앙금이 남아 있었어. 로위는 칼 몰래 섀넌과 사랑을 나누고 있었고 섀넌이 죽기 전 로위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거든. 그런 섀넌을 죽였으니 로위가 칼에게 감정이 남아 있을 수밖에..

...

 

1.

하지만 겉으로는 우애 깊은 형제이자 동업자였어. 그들은 오스 관광지를 확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었어. 로위는 놀이공원을 만들러 롤러코스터를 건설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었고, 칼은 호텔을 지으려고 했단다. 로위와 칼은 드러난 범죄 사실은 없지만 그들을 살인자라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는 이가 있어. <킹덤> 1권에서도 그들을 의심하고 추적하는 보안관 쿠르트 올센이라는 사람이야. 오래 전에 그의 아버지도 로위와 칼에 의해 죽었단다. 하지만 쿠르트의 아버지는 호수에 빠져 자살한 것으로 사건이 종결되었어. 자신의 아버지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한 쿠르트는 로위와 칼을 의심하여 추적하였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단다.

로위는 오스 관광단지에 놀이공원과 롤러코스터 개발을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었어. 최근에 오스 지역으로 돌아온 고향 후배 나탈리가 그 일을 도와주었어. 로위가 살인자이긴 하지만 나탈리에게는 고마운 사람이란다. 나탈리가 십대소녀일 때 나탈리를 학대하고 성폭행하는 아버지가 있었는데 로위가 그것을 눈치채고 나탈리의 아버지를 찾아가 협박을 해서 더 이상 나탈리를 괴롭히지 못하게 한 일이 있었거든. 그래서 나탈리는 로위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어. 나탈리가 로위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면서 로위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트기도 하지만 나이차가 많이 나서 로위는 거리를 두려고 했어. 하지만 젊고 아름다운 여인의 대시를 계속 거절할 수는 없었지.

...

그런데 로위와 칼에게 위기가 찾아왔어. 그들 집 근처에 낭떠러지가 있는데 그곳에 추락한 교통사고로 사람들이 두어 번 죽어서 방지벽 공사를 하기로 했어. 사실은 그냥 추락한 것이 아니라 로위와 칼이 자동차를 일부러 고장 내거나 죽인 다음 차를 낭떠러지로 밀어서 사고사로 위장한 사고들이었어. 당시 시신은 수습했으나 추락한 두 대의 차는 여전히 낭떠러지 중간에 걸려 있었어. 이번에 방지벽을 공사하면서 그 자동차들을 끌어올리기로 했단다. 쿠르트는 그 자동차에서 로위와 칼의 범행의 증거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고, 로위는 그것 때문에 걱정했고, 칼은 별 생각 없었단다. 로위의 걱정은 현실이 되었어. 차 번호판 나사 부분에서 머리카락과 혈흔이 발견되어 추가 조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단다.

얼마 후 낭떨어지에서 건져 올린 차에서 나온 혈흔과 머리카락의 조사 결과가 나왔어. 그 혈흔과 머리카락은 쿠르트의 아버지 것이라고 했어. 쿠르트의 아버지 인근 호수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는데, 그 사람의 피와 머리카락이 뒤 번호판 나사에서 나온 것은 이상한 것이지. 이 조사 결과로 쿠르트는 곧바로 로위를 체포했어. 하지만 이것은 성급한 체포였어. 로위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으나 연관성을 전혀 확인할 수 없어서 금방 풀려났단다.

 

2.

로위는 놀이공원 건설을 위해 대출이 필요하지만 은행에서는 허가가 나지 않았다. 이에 로위는 은행장의 약점을 잡아서 대출을 받는데 성공했어. 이게 로위만의 문제 해결 방식이었지. 그런데 칼이 이 돈을 주식으로 바꿔 호텔 건설에 투자하자고 설득했어. 로위는 내키지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칼의 의견대로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칼의 의견대로 했단다. 이게 칼만의 문제 해결 방식이었어.

...

로위와 나탈리의 관계는 점점 깊어져서 둘은 폴란드 여행을 계획했단다. 그런데 당일 나탈리가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고 사라졌어. 나중에 전화가 왔는데 울먹이며 헤어지자고 했어. 로위는 직감했지. 나탈리의 아버지가 다시 옛날의 나쁜 버릇이 나왔다고. 로위는 나탈리의 아버지 안톤 모예를 찾아갔어. 안톤은 로위가 올 것을 예상했는지 소총으로 위협했단다. 둘 간의 다툼이 벌어졌고 로위는 다리에 총상을 입고 로위가 체인으로 안톤을 공격해서 안톤은 그만 죽고 말았단다. 로위는 절묘하게 또 사과사로 죽은 것처럼 꾸며 놓았단다.

이 일이 있고 로위는 칼을 만나러 갔는데 칼이 대뜸 미안하다고 하는 거야. 파티에서 술 먹고 취했는데 그 상태에서 나탈리와 잤다는 거야. 칼은 로위가 나탈리와 만나는 것을 알았지만 진지한 만남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나탈리와 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어. 아빠 같았으면 그 자리에서 주먹부터 날렸을 텐데 로위는 속으로만 삭히면서 칼과는 이제 영영 끝이라고 생각했어. 엄한 나탈리의 아버지만 죽었구나.

...

그런데, 쿠르트가 다시 로위를 찾아와 체포했어. 로위가 폴란드 여행을 하려는 것을 어찌 알고 용의자 규정을 어긴 것이라고 했어. 그러면서 자동차에서 발견된 자신의 아버지의 혈흔과 머리카락에 대해 취조했어. 로위는 이야기하길, 쿠르트의 아버지가 차를 밀어주다 넘어져서 트렁크 쪽에 부딪혀 피를 흘렸다고.. 그것이 뒤 찬 번호판에서 쿠르트의 아버지의 혈흔과 머리카락이 나온 이유일 거라고 했어. 그의 진술을 뒷받침해주는 사람은 당시부터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는 주유소 직원이었어. 그 주유소 직원의 기억은 사실 로위에 의해 조작된 것이란다. 자신의 사장이 워낙 진짜처럼 이야기해서 자신도 그 일을 함께 겪었지만 까먹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이야. 워낙 오래 전 일이니까. 또 하나 경찰은 벼랑에서 끌어올린 로위의 아버지의 차의 핸들이 헐렁하다고 했는데 로위는 중고차로 처음 사왔을 때부터 그랬다고 했어. 정말 교묘하게 빠져나가는데 언제까지 그것이 가능하려나.

....

안톤의 시신이 발견되었어. 경찰이 조사한 결과, 정황상 승합차를 수리하다가 깔려 죽은 것으로 정리되었어. 그것도 로위가 그렇게 꾸며놓은 거였지. 하지만 쿠르트만은 이번 사건도 로위를 의심했어. 로위의 다리에서 빼낸 총알까지 가지고 와서 로위를 추궁했어. 그러면서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것을 자백하면 총알은 버리겠다고 회유했어. 쿠르트는 자신의 아버지가 자살했다는 불명예를 벗겨드리고 싶었던 거야. 하지만 로위는 자신이 그러지 않았다고 주장했어. 하기야 쿠르트의 아버지는 칼이 죽였으니 로위의 말이 거짓말은 아니지.

안톤의 장례식. 로위는 나탈리를 다시 만났어. 로위는 나탈리에게 그날 밤에 대해 이야기했어. 나탈리는 그날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심지어 자신이 누구랑 잤는지도 기억을 못한다고 했어. 호텔에 남아 있는 나탈리의 피를 검사해 보니 마약 성분이 검출 되었어. 이것은 칼이 의도적으로 한 짓이라고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 나탈리는 자신에게 마약을 먹였다는 이유로 칼을 고소했지만, 근거 부족으로 기각되었단다. 나탈리의 아버지 안톤의 죽음에 로위가 연관되어 있다고 의심하는 이가 한 명 더 있었으니, 나탈리였단다. 나탈리는 로위에게 아버지를 죽였다고 물어보았을 때, 로위는 아무 말 하지 않자, 나탈리는 로위에게 다시 헤어지자고 했단다.

이 일로 크게 상심한 로위는 수면제 다량 복용으로 자살 시도를 했단다. 안톤의 죽음을 조사했던 쿠르트는 안톤의 죽음과 로위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고, 사고사가 맞는 것 같다고 했어. 쿠르트의 조사 결과를 들은 나탈리는 로위에게 미안한 마음에 로위를 찾아갔다가 배에서 정신을 잃은 로위를 발견했어. 그 덕분에 로위의 자살은 실패하고 말았단다. 로위는 나탈리와 다시 사귀게 되었단다. 로위는 이제 칼에게 복수를 하려고 했어. 칼 몰래 호텔 지분을 51% 확보하여 자신이 이사장이 되려는 계획이었어. 칼도 형의 이런 계획을 알게 되었어.

이제 로위와 칼 형제의 싸움이 시작됐어. 칼은 쿠르트를 찾아와 그 동안의 범죄는 모두 로위가 저지른 것이라고 이야기했어. 쿠르트는 로위가 이번에는 빠져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로위를 또 체포하려고 왔어. 로위도 만만치 않았어. 로위가 문제 해결하는 방식. 로위는 쿠르트가 사기 쳐서 돈을 부정하게 취득한 사실을 알고 있었어. 그걸 이용하려고 했어. 이 점은 조금 이해가 가질 않더구나. 오직 로위와 칼의 범죄사실을 밝히기 위해 형사가 된 그가 사기로 부정 축적을 했다니 말이야.

아무튼 이 일이 드러나면 쿠르트는 자신의 직업과 명예 모두 무너질 위기에 빠졌어. 결국 쿠르트는 로위의 범행 사실을 눈감아주게 된단다. 쿠르트는 끝내 해리 홀레가 될 수 없었구나. 이렇게 되자 칼은 로위를 죽이고 자살로 위장하는 방법을 쓰기로 했어.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나탈리가 나타나서 칼에게 총격을 가해 칼이 죽고 말았단다. 이번에는 로위가 칼의 죽음을 자살로 위장하였단다. 칼이 죽고 로위는 오스 관광지구의 이사회의 이사장에 오르고, 나탈리와 결혼을 약속하면서 소설을 끝이 났단다.

….

로위와 칼의 위험한 동행이 끝나고, 로위는 이번에도 감옥에 가지 않고 소설이 끝이 났구나. 로위가 범죄를 저지른 것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모두 동생 칼과 연관되어 있었던 것 같구나. 그런 칼이 죽었으니 <킹덤>시리즈는 2권에서 끝난 것일까. 오랜 기간 살인까지 하면서 보살펴 주던 동생이 괴물로 변하고 그 괴물에게 죽음을 당할 뻔했던 형의 느낌은 어떨까. 그리고 그런 동생을 자신이 사랑하는 이가 죽이고현실에서 이런 일이 있다면 정말 기구한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구나.

요 네스뵈는 소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재미있고 짜임새가 있어지는 것 같더구나.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해리 홀레 시리즈> 중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을 찾아 읽어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사람은 누구나 약점을 갖고 있다.

책의 끝 문장: 그러자 모든 것이 조금 전과 똑 같은 모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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