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코디언
천명관 지음 / 창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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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랜만에 천명관 님의 소설을 읽었단다. 천명관 님이 소설을 쓰신 것도 오랜만 이라고 하더구나. 김언수 님의 <뜨거운 피>라는 소설을 천명관 님이 영화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첫 영화감독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리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하는구나. 아빠는 천명관 님과 김언수 님을 좋아하고, 소설 <뜨거운 피>도 재미있게 봤는데, 어쩌다 보니 영화 <뜨거운 피>는 보질 못했구나. 아무튼 그렇게 영화감독을 하시느라 바쁘셔서 그런지 한 동안 새로운 소설 소식이 없었단다.

얼마 전 인터넷 서점에서 천명관 님의 신간 소식을 듣고 반가워서 바로 클릭해 보았단다. 음, 작가님 사진도 나왔는데, 아빠가 알고 있던 모습에 비해 많이 중후해지고 세월을 비껴가지 못하신 모습이었구나. 그 전에 천명관 님의 소설들을 재미있게 읽었으니 이번 신간도 바로 주문을 하고 바로 읽었단다. 분량이 그리 많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천명관 님 작가 특유의 서사성이 돋보여서 그 자리에 앉아서 다 읽었단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얼마 안된 시점의 한 고아의 성장기라고 짧게 이야기할 수 있는데, 영화감독으로 입봉하셔서 그런지 그대로 한 편의 영화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자, 그럼 소설 <아코디언> 이야기를 해줄게.

 

1.

소설의 제목에 나오는 아코디언은 요즘에 흔히 볼 수 없는 악기로, 양손으로 건반으로 누르고 주름상자를 밀고 당기면서 공기를 통과시켜서 소리를 내는 건반악기로 손풍금이라고 해.

...

주인공 동이는 전쟁을 겪으면서 부모님과 헤어지고 혼자가 되었단다. 동이의 아버지는 의사였는데, 전쟁이 일어나자 군의관으로 전쟁에 참가했다가 감감무소식이었어. 동이의 어머니와 동이가 함께 피난을 오다가 동이 혼자 배에 타고 남쪽으로 내려오게 되었어. 그 이야기를 들어보니 소설에서는 정확히 언급되지 않았지만 그 유명한 흥남 부두에서 있었던 메러디스 빅토리 호에서 동이가 홀로 타게 된 것 같더구나.

그렇게 남쪽으로 홀로 내려온 혼자가 된 동이는 양목사를 만나 앵벌이를 하게 되었어. 양목사는 해방촌 산자락에 무허가 판잣집을 짓고 전쟁 고아들을 데려다가 앵벌이를 시켰어. 장님 소녀인 연이, 팔 잃은 아이인 깜상, 앉은뱅이 거북이 등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많았는데 그런 아이들의 수입이 좋다고 양목사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데리고 있었어. 양목사를 아이들을 툭하면 때리고 핍박하고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았어. 하지만 아이들은 갈 곳도 없고 도망가기도 쉽지 않았어. 아이들을 관리하는 무시무시한 삼촌 ‘아미‘가 아이들을 감시하고 있었지.

어느 날 동이는 백화점 앞에서 앵벌이를 하는데, ‘구직‘이라는 푯말을 들고 서 있는 다리 하나 없는 상이군인과 친해지기도 했어. 그 상이군인은 나라를 위해 전쟁에 참가했다가 다리를 잃었는데,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직접 직업을 구하려고 길에 나선 거야.. 쉽지 않았지. 다들 어려운 시기였지만 상이군인들은 어떻게든 보상을 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얼마 후 그 상이군인은 달리는 전차에 뛰어들어 죽고 말았단다.

...

양목사는 아이들을 잡아두기 위해 구름탄이라는 약을 먹였는데, 그것은 마약이었어. 마약에 중독된 아이들은 구름탄 때문이라도 다른 곳에 가지 못했단다. 그들이 사는 판잣집에 연이 할아버지의 유품인 아코디언이 한 대 있었어. 동이는 교회에서 풍금을 치던 엄마가 생각나기도 했어. 동이는 음감이 좋았어. 절대음감이라고 해두자. 연이의 아코디언을 연주해 보았는데 곧잘 잘 했어. 그 이후 연이와 짝을 이루어 앵벌이를 했단다. 동이는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장님인 연이는 연주에 맞춰 노래를 하고... 처음에는 찬송가를 주로 불렀는데, 나중에는 ‘목포의 눈물‘ 등 대중가요를 불렀어.

동이와 연이의 수입이 짭짤했단다. 깜상이라는 아이가 누명을 쓰고 양목사에게 매타작을 당한 일이 있는데, 이 일이 있고 깜상은 도망쳤어. 그러나 마약 중독 때문에 다시 돌아와 약을 달라고 했어. 아미 삼촌이 그를 때리려고 하자 동이가 저항하며 막으려고 했고, 아미 삼촌은 동이를 삽으로 내려치려는 순간, 양목사가 와서 말렸단다. 이렇듯 그들의 판잣집은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언제 무슨 일이 날지 몰랐어. 아무튼 양목사는 깜상을 다시 받아주었단다.

...

어느 날 빌리 아저씨라는 미국 사람이 와서 찬이를 입양한다고 했어. 찬이는 이제 미국에서 가서 살 거라고 했어. 그런데 며칠 뒤 순사가 와서 아미 삼촌을 찾았어. 아미 삼촌이 빌리 아저씨를 죽였다는 거야. 사실 빌리 아저씨는 자선사업가 행세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못된 짓을 하는 그런 사람이었어. 찬이를 입양시켜서 미국에 간다는 것도 거짓말이었어. 그런 빌리를 아미 삼촌이 죽였다고? 음.. 살인이 나빠도 아미 삼촌의 속마음은 겉모습과 좀 다른 가 보구나. 그런데 순사가 양목사의 판잣집에 아미를 찾으러 왔다가 양목사가 불법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것을 보고 양목사를 체포해 갔어. 아미 삼촌은 도망가고, 양목사는 체포 당하고 판잣집에 아이들만 남게 되었어. 그렇게 아이들만 남았는데 판자촌에 불이 났어. 그 불러 앵벌이를 하는 아이들 세 명이 죽고, 동이는 앉은뱅이인 거북이를 구출해서 살려주었단다. 그런데 그 화재 후 연이가 사라졌어.

남은 아이들은 동이, 깜상, 거북이를 중심으로 굴바위 아래에서 지내다가 판잣집을 다시 만들어 함께 지냈단다. 동이가 아코디언을 연주해서 돈을 어느 정도 벌 수 있었고 다른 아이들도 앵벌이로 돈을 벌어 쌀도 사서 밥도 직접 지어 먹었어. 양목사가 없으니 오히려 그들은 좀더 넉넉하게 먹을 수 있었어. 그런데 얼마 후 어떤 아이들이 돈을 빼돌리는 경우가 있었어. 거북이는 양목사는 없지만 어느 정도 기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동이에게 이야기해서 규율을 만들자고 했어. 그렇게 본의 아니게 동이가 대장 노릇을 했어. 그들은 돈도 모아서 함께 관리하면서 지냈어.

..

어느 날 동이는 음악소리에 끌려 미군부대 안 클럽까지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난생 처음으로 진짜 밴드 연주를 보게 되었어. 그 밴드 연주를 듣고 감동을 받아 집에 돌아와서도 그 생각뿐이었어. 동이는 미군부대에서 하우스보이 미키라는 아이를 알게 되었는데, 미키가 동이의 아코디언 연주 솜씨를 보고 동이를 미군부대 밴드의 오디션을 볼 수 있게 해주었어. 실력은 좋지만 동이는 악보도 볼 줄 모르기 때문에 다른 연주들과 합주가 어렵다면서 오디션에서 탈락했어.

....

 

2.

얼마 후 양목사가 다시 움막에 돌아왔어. 양목사는 다시 예전처럼 아이들을 통제하고 관리하고 구름탄을 먹이려고 하자, 동이가 저항했어. 그러자 양목사는 장작으로 동이를 두들겨 팼어. 그러자 아이들이 일제히 양목사에게 달려들어 양목사를 공격했어. 이젠 예전의 아이들이 아니었어. 양목사 없이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은 깨달았어. 양목사는 아이들의 공격을 당하지 못하고 속옷만 입힌 채 나무 십자가에 매달리는 신세가 되었어. 밤에 동이가 밖에 나오니 양목사가 풀어달라고 하자, 동이는 하느님이 계시면 양목사를 죽지 않게 둘 것이라며 돌아섰어. 다음 날 아침 양목사는 사라지고 없었어. 누가 풀어준 것일까? 양목사는 도망가다가 정신을 잃은 채 발견되어 다시 움막으로 데리고 왔어.

…

동이는 하우스보이 미키가 미군부대의 식당에서 설거지 일자리를 알아봐 주어 면접을 보러 가는 길에, 전차에서 임신한 연이와 마약에 절어 절룩거리는 아미 삼촌이 앵벌이를 하는 것을 보았어. 판자촌에 화재가 났을 때 사라진 연이가 왜 이곳에? 그렇다면 아미 삼촌이 연이를 데리고 간 것일까? 동이는 면접을 뒤로 하고, 몰래 연이와 아미 삼촌의 뒤를 따라갔어. 아미 삼촌은 여전히 연이를 폭행하고, 자신은 마약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어. 동이가 연이에게 알은 채를 하고 함께 도망가자고 했더니, 연이는 아미 삼촌을 놔두고 못 간다고 했어. 그때 정신을 차린 아미 삼촌이 동이를 알아보고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어.

동이는 아미 삼촌을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어. 동이가 가지고 있던 연이의 아코디언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거든. 아미 삼촌이 연이의 할아버지를 죽였다고 말이지… 그걸 아미 삼촌에게 물어보니 아미 삼촌이 이야기하기를, 그 사람은 연이의 친할아버지가 아니라고 했어. 연이를 앵벌이시키는 노인일 뿐이라고 했어. 그리고 도망 못 가고 앵벌이 하는데 유리하게 하려고 연이 눈도 그 노인이 멀게 했다는 거야. 연이와 아미 삼촌과 헤어지고 다시 판짓집으로 돌아왔어. 부상을 입고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양목사가 죽여달라고 애원했어. 동이가 양목사를 죽이려고 하자 거북이가 말렸어. 그 사이에 양목사는 스스로 목을 찌르고 죽고 말았단다. 동이와 아이들은 양목사를 뒷산에 묻어주었단다.

…

어느 날, 연이가 찾아왔어. 아미 삼촌이 죽었다고 했어. 연이는 얼마 후 아이를 낳았단다. 동이는 자신이 그 아이의 아버지가 되겠다고 선언했어. 동이는 점점 대장 노릇이 아닌, 대장이 되어가는 것 같았어. 그런데 어느날 육손이라는 사람과 샘이라는 사람이 찾아왔어. 그들은 양목사가 자신들에게 빚이 있다면서 갚으러 왔다고 했어. 육손과 샘은 양목사와 아미 삼촌보다 훨씬 무서운 사람들이었어. 결국 동이와 아이들은 양동에 있는 샘의 판잣집으로 이동해야 했고, 그 전보다 더 다양하고 고된 일을 해야 했어. 하루 종일 앵벌이를 하고 집에서는 담배 마는 일을 해야 했어. 동이는 깜상과 몰래 음모를 꾸몄어. 동이와 깜상은 그들의 돈통에 대한 정체를 샘에게 알려주고 그 돈통의 위치를 알려주겠다면서 샘을 판잣촌에 있는 우물로 유인하여 그곳에 떨어뜨려 죽였단다. 그리고 그들은 동대문에 있는 육손의 거처에 갔어. 그곳에서 연이의 아들 돈이를 몰래 데려오려고 했는데, 그곳에서 뜻하지 않는 찬이를 만나게 되어 찬이도 구출했어. 그런데 또 뜻밖의 사람을 만났어. 미키가 발에 차꼬를 차고 묶여 있는 거야. 미키는 동이를 보자 미안하다고 했어. 자신이 동이의 거처를 육손에게 알려주었다고 했어. 미키는 발에 차꼬가 채워져 있어서 구하지 못했어.

동이는 구출한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역으로 향했단다. 동이와 깜상은 샘을 죽이고 다른 아이들과 함께 서울을 떠나 부산으로 갈 계획을 사전에 세웠어. 그래서 다른 아이들도 모두 서울역에 와 있었어. 동이는 다른 아이들을 부산으로 모두 보내고, 자신은 할 일을 마치고 가겠다면서 부산에서 만나자고 했단다. 그것이 아이들이 본 동이의 마지막 모습이 되었어.

 

3.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 동이의 아코디언을 물려받은 홍이라는 아이가 동이를 찾으려고 서울에 왔어. 홍이는 우여곡절 끝에 미키를 만났어. 미키는 5년 전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어. 동이는 다시 미키를 찾아와서 미키를 구했으나, 육손한테 들켜서 함께 도망을 갔다는 거야. 그러다가 동이는 미키를 먼저 보냈다고 했어. 동이는 육손과 싸우다가 채석장 절벽 아래로 떨어졌어. 정신을 잃은 육손을 남겨두고 동이는 도망을 치고 때마침 시위대가 거리에 가득 차 있어서 그 시위대 속으로 몸을 숨겼어. 하지만 육손이 그곳까지 동이를 찾아왔고, 동이는 결국 육손의 칼에 찔려 죽고 말았단다.

미키는 동이와 사전에 정했던 약속장소에서 한참을 기다렸으나 동이는 오지 않았어. 그래서 동이가 죽었다고 생각했대. 그것이 홍이가 미키로부터 들은 동이의 이야기였단다.

....

또 5년이 지나고, 육손은 여전히 아이들을 앵벌이 시키는 나쁜 짓을 하고 있었어. 전차에서 신문팔이 소년과 부딪혔는데 갑자기 육손은 면도날에 목이 베여 피를 철철 흘리다가 죽었단다. 그 신문팔이 소년은 아무도 모르게 인파 속으로 사라졌단다. 그 소년은 누구였을까? 지금까지 다 이야기하고 맨 마직을 이야기하지 않냐는 너희들의 원성이 들리는 듯 하구나. 나중에 직접 확인해 보길.

….

소설이 끝나기 전에 동이가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것이 동이의 엄마란다. 동이가 전쟁 중에 헤어진 엄마와도 다시 만나길 바랬으나, 소설은 지극히 현실적이구나. 결국 만나지 못하고 끝나 버렸으니… 전쟁이 아니었다면 동이와 친구들이 그런 삶을 살지 않았을 텐데… 전쟁은 약한 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 같구나. 오늘날 지구촌 이곳 저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들은 또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

앞서 이야기했듯이 천명관 님의 이번 소설 <아코디언>은 한편의 시대극을 보는 듯했어. 앞으로는 자주 소설을 출간해주시길 바라며, 오늘 이야기는 마치련다.

 

 

 

PS,

책의 첫 문장: 버스정류장엔 쯔그러진 깡통이 하나 놓여 있었다.

책의 끝 문장: 베사메 베사메무쵸 고요한 그날 밤 리라꽃 지던 밤에 베사메 베사메무쵸 리라꽃 향기를 나에게 전해다오.



훗날, 동이는 우물가에서 들었던 울음소리가 실은 귀신의 소리가 아니라 아코디언이 자신에게 들려주는 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아코디언이 전해주는 소리에 늘 슬픔과 분노만 담겨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거기엔 수많은 사연과 감정이 뒤엉키고 산 자와 죽은 자의 이야기가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동이는 연주를 통해 그 이야기를 다시 세상에 풀어놓았다. 아코디언을 치는 동안, 슬픔과 고통은 깊은 깨달음으로 정화되고 안개처럼 뿌옇게 가려졌던 진실은 거울처럼 선명해졌다. 그렇게 동이는 글자가 아닌 소리를 통해 벽 너머의 세상으로 통하는 길을 더듬더듬 찾아가고 있었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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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ㅣ 욜로욜로 시리즈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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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랜만에 박지리 님의 소설을 읽었단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아빠는 박지리 님의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안타깝게도 요절하셔서, 남겨진 작품들만 가끔씩 읽고 있구나.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박지리 님이 남기신 작품들은 모두 여섯 편... 그리고 아빠가 읽은 박지리 님은 작품은 오늘 이야기 할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까지 다섯 권이더구나. 이제 한 작품 남았는데 좀 아껴서 읽어야겠구나.

이번에 읽은, 제목을 정확하게 외우기 쉽지 않은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라는 소설은 박지리 님 사후 출간되었던 첫 번째 책이라고 하더구나. 이 책이 출간된 것은 2017년으로 약 10년이 흘렀지만, 책 속의 주인공들이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모습은 오늘날에도 이질감 없이 읽게 되더구나. 그 경쟁은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줄어들지는 않은 것 같고... 이 소설은 소설이라고 하긴 하지만 중간 중간 연극 시나리오 형식을 띠고 있는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단다.

소설의 주인공 M은 제약회사 W에서 48번째 면접을 보고 있다. 면접을 하는 것을 보니 이번에도 떨어질 것이 뻔해 보였어. 그런데 마지막 질문... 다른 면접자들과 달리, 의도적이지만 솔직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답변을 한 것이 점수를 받은 것인지 합격을 했단다. 그래서 4주간의 신입사원 합숙 연수에 들어가게 되었어. M은 3반 5조에 배정을 받았고, 5조에는 조장 안경잡이, 여자 1, 여자 2, 회색셔츠, 떠버리, 그리고 M 이렇게 여섯 명이었어. 룸메이트는 꼬마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인데, 누나 셋의 막내로 집에서 귀염둥이 역할을 했던 것 같고, 아침 저녁으로 늘 가족들과 전화 통화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어. 전화 내용을 들어보니 엄마가 간암 투병을 하고 계신 것 같았어.

....

 

1.

하루 일과는 아침 7시 30분까지는 자유 시간이고 아침 식사도 자율적으로 하면 됐어.. 그런데 어떤 이들은 일찍 일어나 아침 구보를 하고 체조도 하기도 있고, 어떤 조는 아침마다 모여서 함께 아침을 해 먹는 이들도 있었어. 다들 사수 선배한테 잘 보여서 신입사원 연수에서 점수를 좋게 받으려는 의도처럼 보였어. M이 속한 5조는 아침도 각자 먹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단다. 합숙 연수생들은 가끔씩 외부 봉사활동으로 수해 피해 지역의 집 짓는 봉사활동을 했어. 연수 기간 중 육체적 노농이 가장 많은 활동이었단다. 그 외에 내외 강사들이 와서 강연을 하는 경우도 있었어. 신입 사원으로서는 우러러 볼 수밖에 없는 본부장 강연도 있었지. 연수생들은 그저 강연만 듣는 것이 아니라, 점수를 잘 따기 위해서 그럴싸한 질문을 하겠다고 준비하는 이들도 있었어. 그런데 M이 어디서 들었는데, 이 합숙연수가 합격자들의 연수가 아니고 마지막 3차 면접이라는 거야. 모든 사람이 입사를 하는 것이 아니고 이 중에 일부는 합격하고 일부는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이야.

미처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M은 당황했어. 그 동안 감점될 만한 행동을 한 것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점수를 따겠다는 행동을 한 것이 거의 없었거든. 그런데 그 때 사수의 호출로 사수들이 사용하는 사무실에 갔는데 아무도 없었어. 그곳에서 어떤 서류를 하나 봤는데 이름도 없이 번호만 나열 되어 있고, 날짜마다 ˝O˝표와 ˝X˝가 되어 있었어. 그런데 13번만 둘째 날부터 쭉 ˝X˝표시가 되어 있었어. 13번은 누구지? M은 아무래도 그 13번이 자신인 것 같았어. 그래서 지금이라도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 지금까지와 다르게 행동을 하기로 했어. 먼저 자신이 조장이 되려고 했어. 하지만 이미 안경잡이가 조장을 하고, 특별한 문제도 없고 연수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조장을 어떻게 바꾸지? 안경잡이가 조장 일을 힘들어한다는 식으로 조원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조장을 다시 뽑자고 제안을 했고, 안경잡이도 크게 개의치 않게 생각해서 다시 조장을 뽑게 되었어. 다들 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모양새가 이상했는데, 어떤 녀석이 제비 뽑기로 하자는 거야. 위기... 자신이 조장이 안 되면 어쩌지? 그런데 다행히 M이 제비 뽑기에서 조장이 되었단다.

조장이 된 M은 모든 일에 솔선수범을 하고, 아침 식사도 조원들 것까지 모두 차려서 다 같이 식사를 했어. 이렇게 하자 사수들에게도 눈에 띄게 되었어. 물론 아침 식사를 먹고 싶어하지 않은 조원들을

강제로 집합시켜서 갈등을 빚기도 하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그리고 아침 체조에도 참석했어. 이제 와서 아침 체조에 동참하는 M을 보고 눈총을 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M은 점수를 따기 위해서는 그런 눈총은 모른 척 했어. 봉사 활동을 나가서도 다른 때보다 더 적극적이고 솔선수범해서 일을 했어.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 몰래 사수들의 사무실에 가서 그 서류를 확인했는데 여전히 13번만 ˝X˝ 표시가 되어 있었어. 걱정은 더 쌓여갔어. 왜 M은 자신을 13번이라고 생각했을까...

..

 

2.

더욱 조장으로써 역할을 열심했어. 그러다 보니 권위의식이 생겨서 조원들에게 강압적이면 명령을 내리기도 해서 조원들과 갈등은 더 심해졌단다. M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남을 험담하고 오버해서 솔선수범 일했어. 그리고 또 밤에 몰래 사수들 사무실에 들어가서 그 서류를 훔쳐 보았단다. 하지만 여전히 13번은 ˝X˝ 표시가 되어 있었어. 망상에 사로잡힌 M은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어. 캄캄한 밤에 복도에서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는 깜짝 놀라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깨진 벽돌로 그를 공격하고, 그 길로 연수소를 도망쳐 버렸단다.

연수 종료를 2일 남겨두고 그렇게 망상에 사로잡힌 나머지, 다른 연수생을 공격하고 도망친 거야. 집으로 돌아온 M은 6개월 동안 방에서 칩거했어. 그리고 자신이 공격한 사람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더 이상 방에만 숨어 지낼 수 없고 죄책감에 살아갈 수 없어서 그는 경찰서에 가서 자신이 살인을 했다고 자백했으나, 경찰은 그를 미친 놈 취급하며 내쫓았어.

....

다시 M은 직장을 구하려고 길을 나섰으나, 이제 면접기피증세가 있어서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았어. 어느 날, 우연히 길거리에서 연수생 동기를 만났어. 그리고 그 연수생이 알려준 사실들... 그 연수는 3차 면접이 아니라, 최종 합격이 확정된 신입사원 연수였다는 것이야. 도대체 M은 어쩌다 그 연수를 3차 면접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누구 한 이야기를 오해했던 것 같구나. 그리고 M이 보았던 서류, 연수생을 평가했다고 생각하는 서류... 그것은 사실 청소상태를 체크한 것이고, 문제의 13번 항목는 연수 이틀째부터 고장이 나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던 전자레인지라는 거야...

거참, 허망하구나. 그리고 M이 그 캄캄한 밤에 복도에서 벽돌로 내려친 것은 사람이 아니고 창문으로 잘못 들어온 새였다는구나. 그 연수생은 새를 돌로 치고 연수소를 도망간 사람으로 M을 기억하고 있더구나. M은 수많은 면접을 통해서 합격에 대한 불안증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강박증까지 생긴 것이 아닌가 싶구나. 이 경쟁 시대에 경쟁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충분히 정신적으로 쇠약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단다. 사회는 왜 경쟁을 원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없는가? 너희들도 경쟁사회에서 고된 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빠의 마음도 불편하더구나.

....

박지리 님은 이 소설을 통해 과도한 경쟁에 대한 사회 문제를 풍자적으로 잘 이야기해주신 것 같구나. 이번 작품도 좋았어.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관객을 위한 의자나 배우를 위한 무대 없이 오직 빛의 밝기로만 경계를 만드는 원형 극장 안에 서로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곳곳에 서 있다.

책의 끝 문장: 어두웠던 나머지 공간에도 빛이 들어오자 관객을 위한 의자나 배우를 위한 무대 없이 오직 빛의 밝기로만 경계를 만들었던 원형 극장은 다시 서로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로 돌아가 웅성웅성 대는 목소리들만 되살아난다.


뭐야, 대체 왜 아무도,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왜 다들 나를 피하는 거야? 혹시 얼른 불이 들어오기만 바라고 있는 거야? 당신이 서 있는 곳에 불이 켜지는 순간 내가 사라지는 존재라고 생각해서? 웃기지 마, 난 사라지지 않아. 나는 인간이야. 불이 켜진다고 해서 한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간단히 사라질 수 있겠어? 당신은, 당신은 불이 켜지면 사라지는 존재인가? 어? 그런 허깨비야? 나도 아니야. 나는 사라지지도, 어디로 가지도 않아. 길을 알아낼 때까지 영원히 이곳에 있어야 해. 그러니 제발 좀 말해 줘. 우리, 이렇게 가까이 있잖아. 내 침이 당신 코에 튈 정도로 가까이 있잖아. 내 침이 당신 코에 튈 정도로 가까이 있잖아. 여기가 어디야, 응? 나는 어디로 가고 있었지?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도대체 왜 난 혼자만 이렇게 절규하는 거야? 당신들의 지금 그 눈빛은 대체 뭐냐고.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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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차 쓰고 복수 좀 하고 오겠습니다 ㅣ 나비클럽 소설선
홍선주 지음 / 나비클럽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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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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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할 책은 얼마 전에 신간 코너에 본 책이란다. 홍선주 님의 <반차 쓰고 복수 좀 하고 오겠습니다>라는 책인데, 제목만 보고도 회사 생활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거기에 자신 있게 들어간 ‘복수’라는 말이 무조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빠가 회사원이다 보니, 이런 회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 눈이 가더구나. 제목과 잘 어울리는 책 표지도 마음에 들더구나. 읽기도 전에 도파민이 쏟아져 나오는 듯하고, 읽고 나니 도파민이 넘쳐 흐르는구나. 지은이 홍선주 님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이미 여러 권의 책들을 내신 분이더구나.

그럼 바로 책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1.

대동물산 6년차 대리 안성웅이라는 30대 초반의 MZ 세대 회사원이 있었어. 그는 효율성을 인생의 모토로 삼는 사람이란다. MBTI로 보자면 TJ 성향이 강할 것 같구나. 안성웅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한 일이 오히려 크고 작은 실수가 되기도 했어. 한 번은 중요한 비딩을 누락하는 일까지 일어났어. 다행히 최혜주 과장이 그 사실을 알게 되어 간신히 비딩에 참여할 수 있었어. 이 일로 팀장은 안성웅 대리를 심하게 질책했지만, 안성웅 대리는 실수는 했지만 결과는 잘 되었는데, 왜 그렇게 화를 내냐면서 대들었단다. 팀장은 더 열 받았어. 안성웅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감이 오지? 한마디로 하자면 사무실 빌런.

안성웅은 구직 사이트에 자신의 이력을 올려 두었는데, 다른 스타트업으로부터 구직 메일을 받게 되어 지원하였고 1차 서류와 면접까지 보고 최종 합격하게 되었어. 자신의 능력에 대해 우쭐하게 되었지. 안성웅은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스타트업 회사로 첫 출근했어. 그 회사에서 알려준 건물에 갔더니 안내데스크에서 이야기하기를 그런 회사가 없다는 거야. 다시 확인해 보니 홈페이지 주소와 이메일 주소가 자신이 알고 있던 그 스타트업 회사의 스펠링이 조금씩 달랐던 거야.  인적 정보를 빼가려는 신종 사기가 있다는 것을 늦게서야 깨닫게 되었어. 안전 망했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모든 것은 최혜주 과장이 꾸민 일이었어. 회사에서 하는 짓이 괘씸한 안성웅 대리를 보고, 재미가 인생의 모토인 최혜주 과장이 미국에 있는 친구한테 부탁해서 벌인 일이었던 거야.

…

최혜주 과장이 대동물산에 다니기 전에 신라문구라는 문구회사에서 7년 간 일했단다. 당시 탕비실의 커피믹스가 사라지는 일이 있었는데, 총무팀장이 최혜주에게 그 범인을 잡아달라고 부탁을 했어. 그래서 최혜주는 몰래 그 일을 맡게 되었는데, 탕비실에서 일하는 청소부가 자신의 고등학교 친구 정성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최혜주는 좀 의아해했어. 왜냐하면 정성연은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을 맡고 전교 일등을 도맡아 하고 졸업 후에는 미국 유학을 갔던 친구인데 청소부로 일하고 있어서 말이야. 뭔가 반전이 일어날 것 같은 설정이라고 생각이 들더구나.

정성연과는 거의 십 년 만에 만난 것이고, 청소부로 일하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그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물어보는 것은 좀 실례라고 생각했어. 혜주는 커피믹스가 사라지는 것을 조사한다고 하니까 성연은 자신도 그게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도와주겠다고 했어. 탕비실의 경비 내역서를 확인해 보니 4월부터 없어졌어. 4월이면 신입사원들이 배치를 받은 시점이니까, 아무래도 범인은 신입사원들 중에 한 명이라고 생각했어. 신입 사원 중에 별명이 대가리꽃밭, 줄여서 ‘대꽃’이라고 부르는 김민아라는 사람이 있었어. 김민아는 아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생각 없이 말하는 약간 푼수 스타일이어서 그런 별명이 붙었단다. 그 김민아가 혜주와 성연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와서 꼬치꼬치 물어봐서 커피믹스에 관한 이야기를 했어. 혜주가 생각하기에 김민아는 그럴 범행을 할 두뇌의 소유자는 아닐 거라 생각해서 민아에게는 이야기해도 될 것 같았거든. 민아는 재미있겠다면서 자신도 도와주겠다고 했어.

커피믹스를 다량 훔쳐갔다면 그걸 다시 판매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당근 같은 중고 거래 앱에서 커피믹스를 판매하는 사람들을 조사해 보았어. 그 중에 회사 주변에서 거래를 하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현장에 나가보았는데 그 사람은 나오지 않았단다. 그리고 계정도 곧 삭제되었어. 그렇다 보니 그 사람이 더욱 의심이 되었어. 단서를 잃어버렸다 싶었는데, 성연이 판매자의 아이디를 기억하고 있었어. 보통 사람들은 아이디를 하나로 사용한다는 생각에 회사에서 그 아이디로 임직원 조회를 해보았어. 있었어.. 강진한이라는 사람인데 알고 보니 김민아의 썸남이었던 거야. 거래 장소에 나오지 않았던 이유도 김민아가 알려주었기 때문이야. 이 일로 강진한과 김민아 모두 징계를 받았단다. 얼마 후 성연은 그만둔다고 했어. 사실 자신이 다닐 회사들을 몇몇 알아보고 있었는데, 회사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서 청소부로 먼저 취직해서 일했던 것이라고 했어. 그런데 이번에 다른 회사에 입사가 정해져서 그만 둔다고 했단다.

…

다른 회사에 입사했다는 성연이 사실은 신라문구에 입사를 한 것이란다. 성연은 신라문구 커뮤니케이션 팀에 입사했어. 그리고 김민아는 징계를 받은 후 비서실로 전배를 갔단다. 김민아는 비서실에서 들은 소문을 들고 혜주와 성연을 찾아왔어. 새로 오는 CEO의 아들이 입사했다면서 혜주와 성연에게 찾아달라고 했어. 예전에 커피믹스 훔쳐간 범인을 찾아낸 것처럼 CEO의 아들로 찾아달라는 거야. 그리고 혜주가 속한 광고기획팀의 새로운 마케팅 본부장으로 윤태빈이라는 사람이 왔어. 소문에 이 사람은 부회장의 낙하산이라고 했어. 한의학과 철학을 전공한 화가 출신이라는 특이한 경력이었어. 그런데 윤태빈은 고리타분한 오십대 남자로 고집이 세고 공감능력 제로인 그런 사람이야. 그가 오자마자 ‘존펜’이라는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는데 다른 사람들이 반대를 했으나 고집 센 본부장의 뜻을 꺾기 쉽지 않았지. 그런데 시생산품부터 폐기하는 실패작이 되고 말았어. 그리고는 그 책임을 기획팀장인 한팀장에게 떠 넘겼어. 한팀장은 이 충격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였단다.

혜주는 한팀장을 구명하기 위해 노력했단다. 새로 오는 CEO인 대니 리에게 연락해 보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대니 리의 아들로 추정되는 신입사원 에드윈 리(한국이름 이지용)도 만나보았어. 김민아는 CEO 아들로 추정되는 에드윈에게 푹 빠진 것은 당연한 일이고. 에드윈은 CEO 아들이라는 것에 대해 긍정도 안하고 부정도 안 했어. 성연은 해킹으로 대니 리의 이메일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어. 그래서 혜주는 한팀장을 구명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써서 성연에게 보냈어. 혜주는 성연에게 그 메일을 대니 리에게 재전송해달라고 부탁했단다.

며칠 뒤 이사회가 열렸어. 그 이사회의 중요 안건은 ‘존펜’의 실패에 대한 책임 소재와 원인과 담당자에 대한 해임 건이었어. 혜주는 자격이 안되었지만 한팀장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 이사회에 들어가려다가 제지를 받았는데 그것 때문에 회의실 앞에서 작은 소동까지 벌어졌어. 그 때 중년의 한 여자가 왔는데 그가 다름 아닌 이번에 새로 온 CEO였어. 대니 리라는 이름 때문에 다들 남자로만 알고 있었는데 여자였단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대니 리가 성연의 엄마였다는 것. 그러니까 김민아가 들은 소문은 CEO의 아들이 아니라 CEO의 딸이었던 것이란다. 그 이사회를 통해서 한팀장이 아닌 윤태빈 본부장이 사임하는 것으로 결정했단다. 성연은 그제서야 혜주에게 내막을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

최혜주는 신라문구에서 7년 동안 일하고, 대동물산으로 이직을 해서 10년을 일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단다. 한 스타트업에서 팀장의 제안을 받고 이직을 하게 되었지. 그 스타트업의 대표는 진건이라는 사람으로 다들 앨렉스라고 불렀단다. 최혜주는 그 스타트업에 온지 얼마 안 되어 대표뿐만 아니라 팀원들이 4차원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똘아이 기질이 있거나 오타투성이에, 단어도 잘못 사용하는 등 무능력자들이었어. 마치 다들 신라문구의 김민아 같은 사람들이라고나 할까? 최혜주는 왕피곤해졌어. 그래도 최혜주가 실력 발휘를 해서 회사는 성장해 갔단다. 그런데 이번에는 최혜주를 곤란에 빠뜨리는 사건이 있었어. 또 범인 찾기를 해야 하는가. 최혜주는 함정을 파서 범인을 찾아보니, 팀원들 중에 가장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종완이라는 사람이었단다. 알고 보니 최혜주가 이직하지 않았다면 종완이 팀장이 될 사람이었던 거야. 혜주 때문에 팀장이 되지 못해서 혜주를 곤란에 빠뜨린 거로구나. 혜주는 모른 척하고, 종완에게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복수를 했단다.

…

마지막 이야기는 최혜주가 20대 초반에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일하던 시절의 이야기란다. 당시 혜주는 교통사고로 언니를 잃고 그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호주에 온 거야. 아무 생각 없이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그 슬픔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혜주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조혜주의 카페에서 일했어. 조혜주 사장이 2주 동안 한국에 가게 되었는데 그때 조혜주 사장의 조카 차대연을 도와 카페에서 일하게 되었어. 그런데 차대연은 카페 일에 거의 신경 쓰지 않아서 혜주가 대부분의 일을 전담해서 해야 했어. 그렇다 보니 혜주는 차대연을 곱게 볼 리가 없었단다. 그런데 우연히 대연의 일기장 속 버킷리스트를 보게 되었단다.

버킷리스트를 보고 혜주는 대연이 죽을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여 가슴 아파했단다. 그래서 대연을 지금까지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어. 대연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대연이 이야기하기를 자신의 집안의 남자들은 유전병이 있어서 마흔이 되기 전에 모두 죽는다고 했어. 대연이 엄청 친하고 자신에게 잘해주었던 사촌형이 있었는데 그 사촌형도 일찍 죽었다고 했어. 그런데 그날 대연은 혜주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사실이 있었어. 대연은 입양아였다는 거야. 혜주가 본 버킷리스트는 사실 대연의 사촌형의 버킷리스트야. 사촌형이 유언으로 대연에게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완성해 달라고 하면서 전해 준 거였지. 대연은 마흔이 넘은 7년 후, 자신이 당시 이야기하지 못했던 사실들을 혜주에게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안부도 전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

소설을 읽는 내내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아빠가 만약 회사 생활을 이야기로 쓴다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어. 내용이 무료하고 지루하고 짧은 것은 둘째치고 그 이야기를 쓰다가 아빠가 다시 스트레스를 받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괜히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단다. 지은이 홍선주 님의 다른 작품들도 기회 되면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오늘 독서편지를 마치련다.

 

PS,

책의 첫 문장: 벽시계의 시침이 7을 향해가는 붉은 노을로 가득 찬 사무실.

책의 끝 문장: 7년 후 대런은 남극 여행 중, 혜주에게 안부와 함께 사실을 고백하는 카톡을 보냈다.

 

 


"저는 딱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정도가 회사에서 월급 받은 만큼 일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여기서 신경을 더 쓰면 돈을 더 받아야 맞는 계산인데, 아니, 최소한 복지라도 더 받아내야 정당한 거래인데, 과연 제가 더 신경 쓴다고 회사에서 뭘 더 해주겠어요?" - P23

"홈페이지에 올릴 프로모션 캠페인 시안을 가져갔더니 ‘여기는 1밀리 자르고 저기는 1밀리 더하고’라더라. 근데 그건 인쇄 광고가 아니고 온라인 시안이란 말이야. 그걸 픽셀도 아니고 밀리미터로 수정하라는 게 웬 말이니? 거기에 색감은 뭐라는 줄 알아? ‘냉랭하면서도 온기가 느껴지게’ 하래. 무슨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야? 내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그러면 원하시는 스타일의 레퍼런스라도 보여달라고 했더니 뭘 내밀었게? 패션잡지에 실린 나이키 화보였어. 아니, 캠페인 페이지 디자인을 패션 화보처럼 만들라는 거야? 메시지는? 설명은? 심지어 그 화보는 하얀 바탕에 모델들이 나란히 폴짝폴짝 뛰고만 있는 사진이었다고!" - P144

"대연아, 삶은 길이로 가치가 매겨지는 게 아니야. 네가 길거나 짧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가 중요하지. 막말로, 우린 병 때문이 아니더라도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어. 운이 없어서 무너지는 건물에 깔리거나 지나던 다리가 끊기거나. 정말 희귀한 확률로 타고 가던 비행기가 추락하거나 벼락에 맞을 수도 있지. 희박하지만 누구에게나 가능한 죽음이야. 그렇게 보면 평등하지 않아? 우린 그중 하나를 운 나쁘게 만났을 뿐이야. 하지만 또 운이 좋게도 시기는 알 수 있어. 그러니까 그때까지 내가 어떤 삶을 살지 선택하면 되는 거야. 내 마흔 해의 삶이 누군가의 여든 해보다 과연 가치가 없을까? 어쩌면 이미 난 그들보다 큰 행복을 누렸을지도 모르는데?"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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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희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8
조해진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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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너희들 학원 하원을 시켜주려고 갈 때, 차 안에서 라디오를 자주 듣곤 한단다. 마침 그 시간에 소설가 윤고은 님이 진행하는 <윤고은의 EBS 북카페>가 방송돼서 가끔 들어. 오늘 이야기할 책은 그 프로그램에서 소개해 주어 알게 된 조해진 님의 <우리 세희>라는 책이란다. 방송에서 <우리 세희>를 소개할 때, 이 책이 '자이니치'에 관한 책이라고 했어. 자이니치는 한자로 ‘재일(在日)’이라고 쓰고, '일본에 거주한다'는 뜻이란다. 주로 일제강점기 등 과거에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한 한국 및 조선 국적의 재일동포와 그 후손을 가리키는 일본어 표현이지.

단순한 단어의 뜻으로만 쓰이면 좋겠지만, 현실에서 '자이니치'라는 말 속에는 오랜 차별과 배제의 시선이 겪어낸 아픔이 담겨 있단다. 전쟁이 끝난 직후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문제이지. 예전에 읽은 <파친코> 독서편지에서도 이야기해 주었던 기억이 나는구나. <우리 세희>에서는 자이니치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 보자꾸나. 지은이 조해진 님은 <로기완을 만났다> 등 여러 유명한 소설을 쓰신 분인데, 아빠는 이번에 읽은 <우리 세희>가 이 작가님의 첫 책이 구나.

                 

1.

주인공 문연주는 미술평론가로 일하는데, 일본계 영국인 제이비 류의 전시회에 참석하고 인터뷰를 하기 위해 런던 출장을 오게 되었단다. 그런데 그곳에서 서정우 선생님이 위중하시다는 연락을 그의 아내인 '센세'로부터 받게 돼. 서정우 선생님은 3년 전 돌아가신 엄마의 소중한 지인이었단다.

…

문연주가 여덟 살 때, 엄마와 북촌에 갔다가 우연히 엄마의 일본인 지인들을 만난 적이 있어. 그들이 바로 서정우 선생님과 그의 아내 기쿠치 사치에 센세였지. 서정우 선생님은 엄마를 ‘히로코’, ‘오 선배’, 또는 ‘세희 누나’라고 불렀어. 엄마가 일본에서 살았을 때 알고 지내던 분들이라, 북촌에서 우연히 만난 이후 한국에 오실 때마다 늘 함께 시간을 보냈단다.

엄마 오세희와 서정우 선생님은 대학 선후배 사이로, 대학교 때 엄마가 서정우 선생님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기도 하셨대. 엄마는 일본에 계실 때 자이니치 차별을 반대하는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는데, 서정우 선생님이 기억하는 엄마는 매사에 박력 있고 적극적인 사람이었어. 한편, 서정우 선생님의 형님은 한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셨는데, 젊었을 때 북한에 다녀온 이력 때문에 북한 스파이로 몰려 무기징역형을 받으셨다고 하는구나. 그 시절이 바로 1970년대 초, 서슬 퍼런 독재 시대였단다. 서정우 선생님은 형의 구명 운동에 온 노력을 쏟으셨어. 미국까지 가서 구명 운동을 펼쳤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형님은 여전히 출소하지 못하셨지. 그렇게 형의 구명 운동을 하던 중에 미술 교사였던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하게 되셨다고 해. 하지만 처가에서도 자이니치인 서정우 선생님과의 결혼을 완강히 반대했다고 하는구나.

…

연주가 대학교 때 교환학생으로 일본에서 1년간 생활한 적이 있는데, 그때 서정우 선생님 댁에서 지냈단다. 이때부터 두 분을 각각 ‘서정우 선생님’과 ‘센세’라고 부르기 시작했어. 센세라는 일본말도 결국 ‘선생님’이라는 뜻이지만, 아내분이 일본인이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구별해 부르게 된 것 같구나. 아무튼 서정우 선생님 부부는 아이가 없어서 연주를 친딸처럼 아주 다정하게 대해 주셨단다.

…

연주의 엄마 오세희는 일본에서 태어나셨지만 외조부모님의 고향은 본래 북한이었어. 그리고 연주의 외삼촌은 결국 북한에서 삶을 마감하셨단다. 원래는 일본에 사셨는데, 북한에서 대대적으로 진행한 ‘북송 사업’ 때 북한으로 건너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신 거야. 기대했던 것과 너무나 다른 북한 생활이 무척 힘드셨는지, 외삼촌은 북한에 가신 지 5년 만인 1970년, 부인과 두 아이를 남겨둔 채 스스로 생을 마감하셨어. 일본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지내셨기에 그 충격이 더 컸을 거야. 엄마 말로는 외삼촌이 팝송을 엄청 좋아하셨는데, 북한에서는 팝송조차 듣지 못하게 통제하니 견디기 더 힘드셨을 거라고 하셨어. 자유롭게 팝송만 들을 수 있었어도 그러지 않으셨을 것이라고 엄마는 자주 말씀하셨어.

…

연주의 외조부모님은 계속 일본에 사셨고, 연주가 열한 살 때 처음으로 두 분을 만나러 일본에 갔었단다. 외할아버지 박태식과 외할머니 정순애는 전쟁이 끝나기 직전인 1945년 2월, 두 살 된 어린 아들(외삼촌)을 데리고 일본으로 건너가셨어. 해방이 되고 몇 달 후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부산까지 오셨지만, 외할아버지가 먼저 고향인 원산에 가서 자리를 잡고 연락하려다 일이 틀어지고 말았단다. 원산으로 가던 도중 동두천에서 사상범으로 몰려 유치장에 한 달 동안 갇히게 되신 거야. 그곳에서 당한 온갖 고문으로 외할아버지는 몸이 완전히 망가지고 마셨어. 우여곡절 끝에 다시 부산으로 돌아온 박태식은 자신을 무자비하게 대했던 조국에 깊은 배신감을 느꼈고, 결국 가족들을 데리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버리셨단다. 그리고 1949년, 연주의 엄마가 태어나게 된 것이지.

 

2.

다시 현재로 돌아와 보자.

연주는 런던에서 미술가 제이비 류와 인터뷰를 가졌어. 제이비 류는 일본계 영국인이라고 하지만, 성씨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역시 자이니치였단다. 제이비 류의 할아버지는 ‘류성철’로 제주도 출신의 자이니치였다고 해.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미술 공부를 하다가 해방 후에 고향으로 돌아오셨지. 하지만 해방 후의 제주는 혼란 그 자체였단다. 너희들도 잘 알고 있는 제주 4·3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념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거든. 류성철의 형님은 사회주의 조직에 몸담았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혔다가 결국 사형을 당하고 말았어. 그렇게 어지러운 세상이었지만 류성철은 어떻게든 고향 제주에 정착하려 노력했단다. 중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일하게 되면서 동료 교사인 고미현과 사랑에 빠지기도 했지. 그런데 1948년, 4·3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미현이 사회주의 단체의 연락책으로 일했다는 혐의로 체포되고 말았어. 류성철은 미친 듯이 고미현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 절벽에 매달린 채 싸늘하게 죽어 있는 그녀를 발견하게 된단다.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이 류성철은 고미현의 시신을 수습해 묻어주었다는 이유로 쫓기는 신세가 되었어. 급히 사촌의 집에 숨었지만, 사촌은 류성철을 숨겨주었다는 이유로 도리어 사회주의 조직 동료에게 살해당하고 말았지.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단다. 다시 도망쳐 본가로 돌아왔을 때, 부모님마저 모두 총살당해 돌아가신 뒤였어. 해방의 기쁨을 안고 따뜻한 고향을 기대하며 찾아왔던 제주는, 그에게 지옥보다 더 잔인한 곳이 되어버린 거야.

이곳에 더 있다가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겠다고 생각한 류성철은, 고미현 오빠의 도움으로 배를 구해 목숨을 걸고 제주를 탈출해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단다. 비록 소설 속 이야기이지만 실제 역사적 비극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읽는 내내 가슴이 너무나 먹먹했어. 그런 모진 풍파를 겪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은 평생 치유 받지 못할 깊은 흉터로 남았겠지. 아직도 그런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가슴 아프구나.

제이비 류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연주에게 센세의 전화가 다시 걸려왔어. 서정우 선생님께서 결국 세상을 떠나셨다는 슬픈 소식이었지. 그렇게 소설은 긴 여운을 남기며 끝이 난단다.

…

이렇게 아픈 역사를 읽을 때마다, 우리가 비록 일상에서 이런저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지금 우리의 삶이 얼마나 평화롭고 행복한지 새삼 깨닫게 되는구나. 소설 속 비극들이 100년도 채 되지 않은 우리 역사의 실제 이야기라는 게 잘 실감이 나지 않아. 우리 세대는 이런 가슴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겠다고 깊이 다짐하게 된단다.

…

그런데 편지를 쓰다 보니 한 가지 문득 의문이 생기는구나. 외할아버지의 성은 ‘박’씨(박태식)인데, 엄마의 성은 왜 ‘오’씨(오세희)일까? 아빠가 소설을 읽다가 놓친 것 같네. 일본은 남편의 성을 따른다고 하지만 주인공이 문연주이니, 그것도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이것 때문에 소설을 다시 읽을 수도 없고, 나중에 너희들이 알게 되면 알려주길 바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젖은 머리칼을 수건으로 감싸고 있을 때 살짝 열린 욕실 문 사이로 휴대전화 벨소리가 들려왔다.

책의 끝 문장: 내 눈에만 보이는 작은 눈보라를 맞으며 터덜터덜 기차를 따라오던 선생님이 점점 멀어지다가 끝내 어둠 속으로 소멸할 때까지 나는 아무것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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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인 - 성해나 기담집
성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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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스마트폰 때문에 책 읽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 책 읽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더구나. 텍스트힙이라고 해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책 읽는 것을 하나의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로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대.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티겟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고 하는구나. 10여 년 전에는 어려움 없이 현장 티겟으로도 갈 수 있었는데 말이야.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는 점도 독서 인구를 늘리는데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구나. 두어 해 전부터 인지도를 쌓아가다가 작년에 <혼모노>로 인지도 폭발한 작가 성해나 님도 그런 작가들 중에 한 명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바로 그 성해나 작가님의 신작 <인비인>이라는 책을 이야기하려고 해. 책 띠에는 성해나 첫 기담집이라고 적혀 있더구나. 여름철이기도 하니 이런 오싹한 기담집도 나쁠 것 같지 않구나.(읽기는 여름철에 읽었는데, 아빠가 게을러서 이제야 너희들한테 이야기를 해주는구나.) <인비인>은 표제작인 <인비인>을 비롯하여 총 아홉 편이 실려 있더구나.

 

1.

첫 번째 작품은 <벚나무로 짠 5자 너비의 책상>이야.

1944년, 초등학교 5학년이던 히로타 마사히로는 작문 대회에서 1등을 하여 상품으로 벚나무 책상을 받았어. 그런데 어느 날 책상이 있는 방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거야. 원인을 찾으려 책상 아래를 보니, 고양이가 쥐 머리를 가지고 놀고 있었지. 깜짝 놀라 치우려는데 그 밑에서 쥐 머리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단다. 그 기괴한 광경을 목격한 마사히로는 졸도했다가 깨어났어. 왜 그곳에 쥐 머리 무더기가 숨겨져 있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지. 마사히로의 아버지인 히로타 쇼지가 책상 밑바닥을 살펴보니, ‘칼을 상하게 하는 것은 밖에서 묻은 녹이 아니라 제 몸에서 생긴 녹이다’라는 기분 나쁜 글귀가 새겨져 있었어. 쇼지는 찝찝한 마음에 대패로 그 글자를 아예 밀어 버렸단다.

시간이 흘러 1980년이 되었어. 김황보는 체육 특기생으로 대학 진학을 준비하다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일반 입시를 치러야 하는 처지가 됐어. 당시에는 나라에서 과외를 불법으로 규정해 사교육을 할 수 없었지만, 김황보는 몰래 비밀 과외를 받았지. 황보의 할아버지 김정식은 민정당 국회의원으로 막강한 권력을 누리고 있어서, 법을 어기고 과외를 해도 누구 하나 가로막을 사람이 없었거든. 나라에서 과외를 전면 금지했어도, 돈과 권력이 있는 특권층은 그렇게 법망을 피해 몰래 과외를 해왔던 거야. 김황보는 대물림된 그 벚나무 책상에서 공부했는데, 책상에서 풍기는 묘한 벚나무 향 때문에 늘 잠이 쏟아지는 것 같았어. 사실 공부하기 싫은 마음을 책상 탓으로 돌린 것이 아닐까 싶어. 답답했던 황보의 부모는 무당을 찾아가 상담을 받았고, 무당의 말대로 고양이 뼛가루를 먹이면 정신을 차린다는 말에 그 역겨운 가루를 아들에게 먹이기까지 했단다. 1981년, 우리나라 여권법이 개정되면서 비로소 일반인도 유학을 갈 수 있는 길이 열렸어. 국내 대학에 갈 성적이 되지 않던 김황보는 부모의 막강한 자금력 덕분에 결국 미국 사립대로 유학을 떠나게 된단다.

다시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이 벚나무 책상은 김황보의 아들이자 서술자인 ‘나’에게까지 흘러왔어. 그러던 어느 날, 민족문제연구소로부터 메일 한 통이 날아와. 증조부 김정식과 조부 김아홍이 친일파라며, 그 후손들에게 보내는 설문조사 메일이었지. 알고 보니 1944년의 ‘히로타 쇼지’가 증조부 김정식이었고, 작문 대회의 주인공 ‘히로타 마사히로’가 바로 할아버지 김아홍이었던 거야. 벚나무 책상은 친일로 쌓아 올린 부와 권력을 상징하며 대를 이어 후손에게 대물림되고 있었던 거지. ‘나’는 밤새도록 답변을 어떻게 쓸지 고민했지만, 결국 메일을 스팸 처리하고 잊어버리기로 해. 역시 친일파의 후손은 다르지 않구나. 벚나무 책상을 매개로 가문에 끔찍한 저주가 내릴 듯 말 듯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지다가, 결국 현실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소설은 끝이 난단다. 참 기이하고 서늘한 이야기이지?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지 못한 채 안락하게 살아가는 친일파 후손들이 소설 속에서나마 시원하게 벌을 받으며 마무리되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씁쓸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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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작품은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인비인〉이야.

한자로 ‘인비인(人非人)’이라 적혀 있더구나. ‘사람이되 사람이 아니다’라는 뜻일까? 소설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주인공이 어떤 노인에게 의문의 서류 뭉치를 전해 받으며 시작돼. 나중에 그 서류를 열어보니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지. 1943년, 생화학을 공부하던 열아홉 살의 조선인 청년 ‘히라누마 가즈오’가 있었어. 그의 지도교수인 요시무라 교수는 가즈오에게 함께 하얼빈으로 가자고 제안한단다. 음… 1943년의 하얼빈이라니, 짐작했겠지만 일본군의 잔인한 생체실험을 자행했던 ‘731부대’를 소재로 한 이야기야.

결국 두 사람은 731부대의 반인륜적인 생체실험에 동참하게 돼. 그 지옥 같은 곳에서 가즈오는 추악한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실험 대상이던 한 젊은 조선인 여성을 성폭행해 임신까지 시키고 만단다. 이미 온갖 약물 실험으로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여자는 얼굴 형체도 알아볼 수 없고 팔다리도 없는, 기괴한 모습의 아이를 낳고 끝내 숨을 거두었어. 요시무라 교수는 호기심에 그 아이를 데려다 키웠는데, 놀라울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빨랐다고 해. 훗날 가즈오와 마주친 생체실험의 결과물은 가즈오를 향해 “오야지”라고 부르짖어. 일본어로 ‘아버지’라는 뜻이지. 가즈오는 피붙이이자 자신이 저지른 죄악의 증거인 그 존재가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산 채로 땅에 묻어 죽여 버린단다.

전쟁이 끝난 후 가즈오는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평생을 남부러울 것 없는 의사로 살아가. 아무런 죗값도 받지 않은 채 상류층의 삶을 누리며 평생을 말이야. 그는 과연 단 한 번이라도 죄책감을 느꼈을까? 더 소름 끼치는 건, 가즈오의 스승인 요시무라 교수가 실제 731부대에 존재했던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야. 그는 전후 일본에서 처벌은커녕 훈장까지 받으며 부귀영화를 누렸다고 하더구나. 인간의 탈을 쓰고 그토록 잔인한 짓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다니, 정말 모순으로 가득 찬 세상인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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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작품은 〈소돔의 의로운 혈육들〉이야. 이 소설의 서술자인 ‘나’는 영상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란다. ‘나’의 할아버지는 가문의 뼈대와 문중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분이었어. 특히 할아버지는 자신의 할아버지, 그러니까 고조부께서 고종으로부터 직접 하사 받았다는 도검을 가문의 위대한 가보로 여기며 지극정성으로 애지중지하셨지. 옛날에 집에 큰불이 났을 때도, 온몸에 화상을 입어 가면서까지 불길 속에 뛰어들어 그 도검을 품에 안고 나오실 정도였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그 도검을 들고 〈TV 진품명품〉이라는 감정 프로그램에 출연하셨어. 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너무나 충격적이었지. 그 도검이 고종황제의 하사품이 아니라, 일제가 친일파들에게 공을 치하하며 하사한 ‘치욕의 상징’이라는 판정을 받은 거야. 평생의 자부심이 무너진 할아버지는 큰 충격을 받으시고는 한동안 술로 나날을 보내셨단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 엄연한 진실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하셨어. 오히려 문중의 다른 어르신들과 함께 방송국 앞으로 찾아가, 〈TV 진품명품〉이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며 프로그램을 폐지하라고 거세게 시위를 벌이셨지. 숨이 턱턱 막히는 한여름 땡볕 아래서 다른 어르신들은 지쳐 그늘로 숨어버렸지만, 할아버지만은 홀로 꼿꼿하게 서서 분노의 시위를 멈추지 않으셨어.

그렇게 진실을 부정하며 괴로워하던 할아버지는 결국 아흔을 얼마 앞두고 약을 드신 채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어. 목숨보다 아끼던 가문과 가보가 하루아침에 친일파의 추악한 흉물로 밝혀졌을 때, 할아버지가 느꼈을 배신감과 절망감은 감히 상상하기조차 힘들 만큼 컸을 거야. 차마 스스로가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낙인을 인정할 수 없어서 그토록 처절하게 외면하고 싶으셨겠지. 할아버지의 그 무너진 심정도 어쩐지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깝더구나. 진실을 부정하며 스스로를 파괴하기보다는, 그 도검을 과감히 폐기하면서 조상들의 죄를 대신 사죄하고 바로잡으려 노력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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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작품은 〈매일(買日)〉이야. 제목인 ‘매일’의 한자를 들여다보니, 우리가 흔히 쓰는 ‘매일(Everyday)’이 아니라 ‘날을 산다’는 뜻의 ‘매일(Buy day)’이더구나. 소설 속 주인공인 ‘그녀’는 재무설계사인 남편과 함께 살고 있어. 그녀의 남편은 5년째 단 하루도 어기지 않고 늘 똑같은 패턴으로 아침 출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선단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숨막힐 수도 있겠다. 그녀의 결혼 생활은 물질적으로 넉넉하고 부족함이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지독하리만큼 단조롭고 무료했단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취미인 미술품 수집에 어울릴 만한 선물을 고르려고 인터넷을 뒤지던 그녀는 특이한 문구가 적힌 배너 광고 하나를 클릭하게 돼. 그 광고를 통해 접속한 곳은 놀랍게도 타인의 삶을 통째로 매수하고 매도하는 기이한 경매 사이트였어. 호기심이 생긴 그녀는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경매를 신청하고 직접 참석하기에 이르지.

경매장에는 생각보다 정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어. 그곳에서 거래되는 상품은 다름 아닌 ‘누군가의 인생’이었는데, 신기하게도 평범하고 굴곡 없는 사람의 삶일수록 오히려 더 비싼 가격에 낙찰되곤 했단다. 그러다 두 번째 경매로 ‘김수현’이라는 남자의 인생이 소개되었어. 그는 무직에 무취미, 거기다 통장 잔고마저 없는 ‘3무(無)’의 삶을 사는 사람이었지. 이 조건은 언뜻 평범해 보이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낙찰가도 그리 높지 않았어. 하지만 늘 무료한 일상에 지쳐 있던 주인공은 충동적으로 1억 원이라는 거금을 불러 그의 삶을 낙찰 받고 만단다. 그렇게 전혀 다른 새로운 삶에 대한 기묘한 기대감을 품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며 소설은 끝이 나. 글쎄, 아빠처럼 내향 성향(I)이 가득한 MBTI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안락하고 평온한 현실을 버리고 정체불명의 불안정한 삶을 돈 주고 사는 주인공의 선택이 참 공감하기 어려운 결말이 아닐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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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작품은 〈프랭크 오자와〉야. 방금 이야기한 네 번째 작품 〈매일〉의 세계관과 이어지는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더구나. 이번 소설의 서술자인 ‘나’는 경매를 통해 ‘프랭크 오자와’라는 남자의 삶을 단돈 100달러라는 아주 싼 가격에 낙찰 받게 돼. 프랭크는 서른다섯 살의 미혼 남성으로, 전업투자자였지. 경매 계약에 따라 낙찰과 동시에 프랭크의 집과 남은 재산은 모두 ‘나’의 소유가 되었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프랭크의 집에 들어간 ‘나’.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떻게 알았는지 ‘나’의 오랜 친구들이 그 집으로 찾아오는 거야. 이상한 건 그 다음부터였어. 친구들은 ‘나’를 보며 당연하다는 듯이 “프랭크 오자와!”라고 부르기 시작했거든. 그러고는 ‘나’와 함께 보냈던 옛 기억들을 늘어놓는데, 그 모습이 소름 끼칠 정도로 너무나 자연스러웠단다. 타인의 삶을 샀을 뿐인데 주변의 모든 현실과 인간관계까지 통째로 뒤바뀌어 버린 이 이야기는, 예전에 큰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환상특급〉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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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작품은 〈윤회(당한) 자들〉이란다. 이 소설의 서술자인 ‘나’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현재는 변호인으로 일하고 있어. 어느 날, 지인 Q로부터 흥미로운 다큐멘터리 소재가 있다며 전생과 윤회에 관해 이야기하는 수상한 모임을 소개받게 된단다. 재기를 꿈꾸던 ‘나’는 취재를 위해 그 모임에 잠입해 보았어. 그곳은 회원들이 저마다 자신의 전생을 하나씩 설정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기묘한 곳이었지. ‘나’는 모임에 녹아 들기 위해 과거 중국의 경극 배우였다는 거짓 전생을 지어내어 늘어놓았단다. 모임 내부에서는 보안상 촬영을 엄격히 금지했기 때문에, ‘나’는 안경에 소형 카메라가 숨겨진 ‘안경캠’까지 동원해 몰래 촬영을 시도했어. 하지만 몰래 찍은 탓에 화질은 엉망진창이었지.

그러던 어느 날, 정기 모임이 아닌데도 갑작스러운 연락이 와서 나가 보았더니 뜬금없이 운동장에서 오래 달리기를 시키는 거야. 회원들 중에는 ‘레게 머리’라고 불리는 심장병을 앓는 남자가 있었는데, 모임의 리더는 그의 한계를 시험하듯 계속 달리도록 강요했어. 결국 그 남자는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고 만단다. 더 기괴한 것은, 그 지옥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회원들은 슬퍼하기는커녕 “그가 드디어 62번째 윤회를 완수했다”라며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했다는 점이야.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음 63번째 윤회자가 될 사람을 추첨했는데, ‘샤오밍’이라는 회원이 당첨되었지. 이것은 종교의 탈을 쓴 명백한 살인 사건이라고 확신한 ‘나’는 곧장 경찰에 신고했어. 하지만 물증이 없다면서 경찰은 제대로 수사조차 하지 않았단다. 결국 ‘나’는 지인 Q와 함께 속는 척 모임에 깊숙이 가담하여, 그들의 실체를 완전히 폭로하겠다고 결심해. 하지만 반전은 그 다음부터야. 폭로를 위해 그들이 준비하는 기이한 ‘윤회 의식’에 직접 참여하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교리와 의식을 진심으로 믿기 시작한단다. 자신이 지어냈던 경극 배우의 삶을 진짜 전생이라 확신하며, 그 모임의 진정한 회원이 되어버린 거지. 흔히들 “저런 황당한 사이비 종교에 왜 빠질까?” 하고 의아해하곤 하잖아. 이 소설은 현대 사회에서 마음의 결핍과 불안을 겪는 인간이 어떻게 서서히 세뇌 당하고 이성을 잃어가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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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세 작품 <아미고>, <#유령>, <고(蠱)>는 나중에 너희들이 직접 읽어보는 것으로..^^

이번 <인비인>이라는 책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기담집이라고 하면서 일상 생활에서 볼 수 없는 기이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는데, 앞서 잠깐 이야기했듯이 미국 드라마 <환상특급> 같은 분위기가 났단다. 아빠가 이 전에 읽은 성해나 님의 작품은 단편 소설 <스무드>가 하나였단다. 그것은 서울 한복판에서 실제 볼 수 있는 장면을 그린 소설이라 <인비인>에 실린 소설들과 결이 다른 소설이었어.  지은이 성해나 님의  다른 소설들도 좀더 읽어봐야겠구나. 여름철이 읽는 기담도 나쁘지 않더구나. 오랜만에 그런 기담책들이 더 있는지 알아봐야겠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그러니까 책상이 내게 들어오게 된 경위는 이러하다.

책의 끝 문장: 욕망이 빚은 가장 큰 저주란 그런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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