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혜영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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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일본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소설이란다. 지은이 기리노 나쓰오라는 지은이는 처음 들어본 작가인데, 약력을 보니 인터넷 서점에서 많이 눈에 띄었던 <아웃>이라는 작품의 지은이더구나. 오늘 이야기할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책은 몇 달 전 인터넷 서점 신간 코너에서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골랐단다. 아빠는 귀가 얇아서 이 소설이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고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는 광고문구에 혹했단다. 소설은 전반적으로 잘 읽히고 재미있었단다. 그런데 일본과 우리나라의 성문화 차이인지, 아빠 세대와 젊은 세대의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공감 가지 않는 부분들이 좀 있었단다.

계급 없는 평등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알게 모르게 보이는 사회적 계급과 차별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 같았어. 그런데 그런 것을 이야기하려다 보니 (아빠의 기준으로 봤을 때) 부자연스러운 설정들이 있었단다. 그런 것들을 차차 다시 이야기할게. 그럼 책 이야기를 해볼게.

 

1.

주인공 리키는 고향에 있는 지방의 요양원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도쿄의 종합 병원에서는 일하고 있는 스물아홉 살 아가씨란다. 보수는 그리 넉넉하지 않아서 월급의 3분의 1을 월세를 내고 생활비를 쓰고 나면 남은 것은 얼마 없어 늘 팍팍한 생활을 하고 있단다. 먹는 것도 편의점 음식 등 간신히 끼니를 때우는 정도였어. 그러나 삶의 희망이 잘 보이지 않았어. 그러다가 친구가 난자를 기증하면 50에서 80만엔을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사이트에 접속해서 등록을 했단다. 그러자 얼마 후에 사이트에서 연락이 와서 상담하러 갔단다.

그 회사의 이름은 플란테라는 곳이고 리키를 담당하는 사람은 아오누미라는 사람이었어. 아오누미와 상담을 했는데, 난자만 기증하는 것이 아니고 대리모를 제안해왔어. 돈도 훨씬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했단다. 아오누미가 다른 사람도 아닌 리키에게 그런 제안을 한 이유가 있었어. 어떤 불임 부부가 있었는데, 아내와 닮은 사람이 있다면 대리모를 할 수 있는지 물어봐 달라고 했거든. 대리모는 난자 기증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단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내 몸 속에 키우고 나중에 낳은 후에는 그 부부에게 아이를 주어야 하는 거야. 그리고 일본에서는 대리모가 불법이었단다. 대리모를 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난관이 참 많을 것 같구나. 그래도 거금의 유혹 때문에 리키는 생각해 보겠다고 했어. 그만큼 리키는 경제적으로 무척 어려운 상황이었단다. 리키는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단다.

그럼 대리모를 부탁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구사오키 모토이. 그는 43살로 전직 발레리노이고 아내 유코는 44살로 그들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어. 임신을 위해 인공 수정 등 여러 가지 시술을 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단다. 모토이는 큰 문제가 없었고 아내 유코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았어. 모토이는 아이를 낳아서 발레를 전수하고 싶은 간절한 꿈이 있었어. 그런데 아이를 갖지 못하자 대리모까지 생각하게 된 거야.

사실, 모토이와 유코는 불륜으로 만나 모토이가 이혼한 후 재혼을 한 거야. 모토이의 전 아내는 발레리나였는데, 이혼 후 재혼하여 아들을 둘을 낳았다는 소식들 듣고 모토이의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했단다. 그렇다고 모토이가 그런 마음을 유코에게 내색하지는 않았어. 모토이의 엄마인 지미코도 발레를 하셨던 분으로 모토이는 엄마 지미코와 함께 발레 스튜디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단다. 모토이는 자신의 아이를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대리모를 통해서라도 아이를 갖고 싶어했고, 유코는 꺼렸단다. 하지만 모토이가 너무 간절하게 원하니까 유코도 결국 동의했단다.

 

2.

리키는 고민 끝에 의뢰 부부를 만나보기로 했어. 모토이와 유코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고, 리키는 대리모를 하기로 했어. 그 대가로 1000만엔을 받기로 했단다.

대리모로 1년 가까이 임신한 상태를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자, 리키는 갑자기 성적 욕구가 생겨나서 호스트바에 갔단다. 그곳에서 다이키라는 남자를 만났단다. 처음에는 대화만 나누려고 했는데, 다이키가 잘 대해주고 그래서 섹스도 나누게 되었지만,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고 공허감마저 느꼈단다. 리키가 대리모를 하겠다고 했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 고민하고 갈등했단다. 다른 부부의 아이를 임신한다는 것이 말이 쉽지, 대리모라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생각도 컸어. 하지만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자신의 인생에서 탈출구는 보이지 않아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서 자기합리화를 했단다.

한편, 유코는 절친 리리코를 만났어. 그러면서 대리모를 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했어. 리리코라는 사람은 비혼주의자이면서 춘화작가라는 특이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단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스타일이야. 리리코는 대리모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여성을 도구화하는 것이라며 비판했어. 유코도 리리코의 말에 동의하지만 남편이 너무 간절히 원하고 아이가 없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

리키는 선수금 200만엔을 받고 병원 일도 그만두었단다. 대리모를 하려면 일년이나 자리를 비워야 하니 먼저 그만두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어. 리키는 이사도 하고 모토이와 유코 부부와 정식 계약서도 썼어. 일본에서 대리모는 불법이다 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몇몇 절차가 더 추가되었단다. 리키가 모토이의 아이를 낳으면 사생아가 되는 것이었어. 그래서 모토이와 유코가 위장 이혼을 하고, 문서 상으로 모토이와 리키가 위장 혼인 신고를 했단다. 그래서 나중에 아이를 낳아도 모토이의 아이로 출생신고를 하는데 문제가 없는 거야. 리키가 아이를 낳으면 다시 이혼하고 유코와 다시 결혼하게 되는 거야. 뭔가 복잡하면서도 무척 불안하구나.

그렇게 유코는 이혼녀가 되었고, 리키는 결혼한 사람이 되었어. 모토이의 어머니 지미코는 자신의 손주가 생긴다는 생각에 모토이만큼 이 일을 기뻐했단다. 그러면서 리키의 임신 기간 동안 자신의 발레 스튜디오에 머물러 달라는 무리한 요구까지 했단다. 리키는 그것까지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거절했단다. 그리고 리키는 인공수정을 했는데, 두 번이나 실패했단다.

다음 인공수정 할 때까지 시간이 좀 있어서 고향에 내려갔단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이모의 장례식장에도 못 가서 성묘를 한다는 이유이지만 아빠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 행동이란다. 대리모로 아이를 출산할 때까지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숨어 지낼 것 같은데, 고향에 내려가다니심지어 부모님을 만나서는 결혼했다고 이야기도 했어. 일본 문화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부모님한테 이야기하지도 않고 부모님 초대도 하지 않고 결혼하는 것이 일상인가? 부모님도 섭섭해 한 것은 당연했어. 그리고 결혼한 딸이 고향에 오는데 신랑도 데리고 오지 않고 혼자 오다니고향에 와서도 결혼한 사실은 이야기하지 말지, 왜 이야기했을까? 공감 안 가는 행동들이구나.

거기에 고향에서 일했던 요양원 직원들까지 만났어. 예전에 어떤 유부남과 불륜을 저질렀는데 심지어 그 남자도 그 모임에 나왔어. 엄청 불편할 것 같은데더 공감 안되고 황당한 것은 그 불륜남과 다시 호텔에서 사랑을 나누었다는 거야. 리키라는 주인공이 처음에는 불쌍했는데 하는 행동들이 너무 답답하더구나. 리키는 도쿄로 돌아와서는 이번에는 호스트바에서 만났던 다이키를 만나 또 사랑을 나누었단다. 주인공 리키가 인공 수정을 앞두고 이런 문란한 생활을 하는 것이 그 다음 인공 수정에서 임신에 성공했다는 것을 보고는 지은이의 억지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친부가 정확히 누구인지 모르게 하는 설정으로 소설의 재미를 더해보려는 것 같았어. 아빠가 오늘 편지를 시작하는 부분에서 공감되지 않고 지은이의 억지 설정이라고 말한 부분의 대표적인 부분이 이 부분이란다. 리키는 불륜남과 다이키와 사랑을 나눌 때 피임을 했지만 찜찜했단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이제 와서 모토이 부부에게 할 수는 없었어.

 

3.

모토이는 임신 소식에 뛸 듯이 기뻐했지만 유코는 기분이 좋지 않았어. 모토이는 유코의 기분도 고려하지 않고 그렇게 기뻐하다니, 잘못했네. 유코는 시간이 갈수록 대리모를 선택한 것에 회의를 느꼈어. 자신이 엄마가 되어 대리모가 낳은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을 것 같았어.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것 같았어. 그래서 모토이와 말싸움을 하기도 했단다.

리키는 불러오는 배를 보면서 아기의 아빠가 불륜남이나 다이키면 어쩌나 걱정이 점점 커갔단다. 일 년은 금방 가는데, 그냥 꾹 참지.. 인공 수정을 앞두고 그렇게 사랑을 나누고 임신이 되니 누구의 아빠인지 걱정을 하고 있으니 답답하구나. 계속 고민을 하던 리키는 유코에게 전화해서 솔직히 다 이야기를 하고 아이를 지워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어. 며칠 후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리키는 유코와 만났는데 유코는 그 자리에 리리코를 데리고 왔어. 리리코를 데리고 오는 게 맞나? 리키는 유코하고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 것 같은데.. 리리코는 주변 사람들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지금의 사태를 이야기하면 이야기했단다. 아빠에게는 공감이 안 가는 설정이구나. 리리코는 당장 낙태하라고 옆 테이블까지 다 들리게 크게 이야기하고 유코는 낳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어.

결국 유코를 만나서도 결정을 하지 못했고 조금 더 생각해 보다가 낳기로 했단다. 시간을 흘러 임신 6개월째로 접어들었단다. 아참, 뱃속 아이는 쌍둥이라고 하는구나. 인공 수정을 하면 쌍둥이일 가능성이 높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모토이의 아이들일 확률이 높을 것 같구나. 하지만 100퍼센트는 아니니까 리키는 계속 불안해했어. 몸이 무거워지자 혼자 지내기 어렵게 되어, 리키는 유코와 리리코의 제안으로 리리코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병원의 기숙사에서 지내기로 했어. 그래서 몸에 갑자기 이상이 있으면 병원의 도움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리키는 리리코의 일도 도와주기로 했단다. 일종의 아르바이트라고 할 수 있지.

유코는 모토이와 점점 거리감을 느끼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그냥 이혼 상태로 유지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 아이가 태어나면 모토이와 시어머니가 알아서 잘 키울 것이라 생각했어. 반면 모토이는 아이들이 태어나면 리키에게 1년 동안 아이들을 키워달라고 부탁했단다. 처음과 달리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생기는구나. 모토이가 아이들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만큼 유코는 친부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어. 결국 모토이에게 아이들의 친부가 모토이가 아닐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어. 모토이는 약간 당황하면서 상관없다고 했어. 그리고 산달이 되어 리키는 갑작스럽게 양수가 터져서 제왕절개로 쌍둥이를 낳았단다. 한 명은 아들, 한 명은 딸, 이란성 쌍둥이였어.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서 유코는 다시 마음이 바뀌어 모토이와 함께 재결함하여 아이를 키우겠다고 했어. 그래서 리키에게는 두 달만 아이를 봐주면 된다고 했어.

날마다 유코와 모토이는 리키를 찾아와 아이들을 보았어. 두 달이 지나고리키는 예상치 못한 선택을 했단다. 아이들을 보살피면서 자기 아이들이라는 마음이 크게 생기고 모성 본능이 강하게 자라나게 된 거야. 소설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예상되던 결과였단다. 하지만 두 아이를 모두 데리고 가는 것은 유코와 모토이 부부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것 같았어. 유코와 모토이를 처음 만났을 때도 서로 쌍둥이도 기대하지 않았기에, 한 명은 리키 자신이 키워도 된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리키는 아들 구리는 남겨 두고 딸 구라만 데리고 길을 떠났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리키의 마지막 선택은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 최선이었을까? 리키가 아이들을 두 달 동안 키우면서 고민했겠지만 앞으로 험난한 삶을 딸과 둘이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이 소설의 제목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제비는 철새로 봄이 되면 돌아오는 새인데,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떠나기 전의 장소가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는 의미일까? 돈이라면 아기까지 대신 낳아주는 이런 사회에서는 다시 돌아와 살고 싶지 않다는 의미였을까? 아빠 혼자 짐작해 보았단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억지 설정과 공감 가지 않는 몇몇 상황을 제외한다면 재미있게 잘 읽었다고 할 수 있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작은 냄비 안에서 하얀 달걀  하나가 달그락거린다.

책의 끝 문장: 리키의 달뜬 그 말이 전해진 것처럼 구라는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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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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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오래 전에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를 읽고 나서 그 책에서 소개 된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이제서야 읽어보았단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워낙 밀린 독서리스트가 많아서 그랬어. 아빠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를 읽고 나서 나쓰메 소세키의 책을 서너 권 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중에 이번에 <마음>이라는 책을 읽었단다. 아빠는 나쓰메 소세키 소설이 처음이지만, 우리나라에도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 그래서 여러 출판사에거 나쓰메 소세키의 책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단다.

아빠가 이번에 읽은 것은 현암사에서 낸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중 <마음>이란다. 나쓰메 소세키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일본 근대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1900년대 전후로 활약하던 작가란다. 1900년대 전후면 일본이 제국주의 욕망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대륙으로 침략의 야욕을 한껏 보이던 시기이지만, 이번에 읽은 <마음>에서는 그런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더구나. 평화로운 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인간 관계에서 느끼는 고뇌와 갈등을 그렸다고 해야 할까. 오늘날 쓰여진 소설이라도 해도 거부감 없는 그런 이야기더구나. 그리고 술술 잘 읽혀지는 것이 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알겠더구나.

 

1.

주인공 나는 일본의 유명한 피서지 가마쿠라에서 선생님을 처음 만났어. 선생님이라고 하지만 자신을 직접 가르친 그런 선생님은 아니고 나이 많은 어른에게 호칭으로의 선생님이란다. 소설에서 가 계속 선생님이라 호칭하니 아빠도 그렇게 부를게. ‘는 친구가 피서지 가마쿠라로 불러서 왔는데 친구는 집에서 호출이 와서 돌아가고 혼자 지냈단다. 찻집에서 우연히 외국인과 함께 있는 선생님을 보고 며칠 동안 선생님을 살펴보다가 우연한 기회에 말을 걸어 안면을 텄단다. 그 이후 자주 만나서 이야기하다가 도쿄로 돌아왔어. 선생님을 이성으로 좋아하는가 싶었는데, 읽다 보니 는 남자였고, 계속 읽다 보니 존경심 같은 감정이었어. 선생님은 매달 친구의 묘지를 찾았는데, 그 친구가 누구인지 묻지 않았어.

...

선생님 댁에 자주 찾아가면서 사모님과도 친해지게 되었어. 선생님 부부는 아이가 없어서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자신은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하시면서 천벌이라고 했어. 어느날 선생님 댁에 찾아가니 두 분이 싸우셔서 그냥 돌아오기도 했어. 얼마 후 선생님이 나를 찾아와 아내가 오해를 해서 싸웠다고 했어. 그런데 무슨 오해인지는 이야기하지 않으셨단다.

...

시간이 흘러 나는 도쿄제국대학생이 되었어. 선생님도 같은 학교 출신이었으니 선생님의 후배가 된 거야. 그런데 이상한 것은 선생님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머물렀어. 사람들도 거의 만나지 않으셨어. 사모님이 말씀하시길 원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고 했어. ‘는 선생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어느 날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 선생님은 사랑을 죄악이라고 단정짓듯 이야기를 했단다. 젊은 시절 어떤 사연이 있으셨던 건가?

….

어느날 고향에 계신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시다고 하여 연락이 와서 갑작스레 가야 했어. 돈이 부족해서 선생님께 돈을 빌려서 고향으로 내려갔고 다행히 아버지는 다시 기력을 회복하셔서 다시 도쿄로 올라왔어. 하지만 아버지의 병은 불치병이라서 고칠 수 없는 병이었어.

시간이 흘러 대학 졸업 논문을 준비해야 하는데, ‘는 그동안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해서 선생님의 전공과 관련된 내용으로 논문을 쓰려고 했어. 그래서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을 했지만, 선생님은 학교에 물어보라면서 거절했단다. 졸업 논문을 끝내고 선생님을 뵈러 갔어.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불치병에 걸리신 아버지 이야기가 나왔어. 그러자 선생님은 아버지한테 미리 재산을 받아놓으라는 충고를 했어. 선생님 자신은 예전에 착한 친척한테 배신을 당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말이야. 기회다 싶어 궁금했던 선생님의 과거를 물어보았는데, 선생님은 나중에 해주겠다면서 입을 다무셨단다.

 

2.

1912 7 30일 천황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어. 소설에서는 서거라는 단어로 썼는데 아빠 입장에서는 그냥 죽었다고 하는 표현이 나을 것 같다. 대학 졸업을 하고 고향집에 내려와 있었어. 당시 됴쿄제국대학을 나오면 취직은 따놓은 당상이라서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부모님은 그렇지 않은가 보구나. 부모님은 선생님한테 취직자리를 부탁해보라고 성화여서 편지를 보냈어. 하지만 한동안 답장이 오지 않았단다.

9월이 되어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다시 도쿄로 가기로 했어. 그런데 도쿄로 오기 하루 전날 아버지가 쓰러지셔서 도쿄로 가는 것은 연기를 해야 했단다. 잠깐 정신 차리신 아버지가 또 쓰러지면서 위중해 보였어. 형과 여동생에게 전보를 보냈단다. 그렇게 고향집에서 아버지를 보살피고 있었는데 어느날 선생님으로부터 등기우편이 왔어. 분량이 꽤 되었어. 열어보니 궁금했던 선생님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단다.

….

선생님의 고등학교 때 부모님 두분 모두 장티푸스로 돌아가셨다고 했어. 그래서 숙부가 선생님을 보살펴주었단다. 어차피 선생님은 도쿄에서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방학 때만 고향집에 내려갔었거든. 고향집은 숙부의 식구들이 머물면서 관리도 해주고 그랬단다. 방학 때 집에 내려올 때마다 숙부는 결혼을 하라고 하셨어. 결혼해서 집에 와서 아버지의 대를 이으라고도 했어. 그리고 숙부의 딸 그러니까 선생님의 사촌과 결혼하라고 했어. 선생님은 당시에는 결혼에 전혀 뜻이 없었기 때문에 거절했어. 그것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다음 방학 때 집에 내려오니 숙부 식구들이 선생님을 다르게 대했어. 숙부가 선생님의 재산도 빼돌리고 난 후였지. 아버지의 유산 중 턱도 모자란 금액만 선생님한테 주었어. 그걸 받은 선생님은 배신을 느끼고 다시는 고향이 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도쿄로 향했어.

대학생이 된 선생님은 하숙을 하게 되었는데, 하숙집 딸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도 딸을 선생님과 맺어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았어.

선생님에게는 중학교부터 알고 지낸 K라는 친구가 있었어. K는 스님의 아들로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시고 입양되어 양부모 밑에서 자랐단다. 그런데 K가 대학교 때 부모님의 뜻과 다른 진로를 선택해서 심하게 싸우고 K가 끝내 진로를 바꾸지 않자, 양부모님을 화를 내며 다시 생가로 보냈고, K의 친아버지의 설득에도 뜻을 굽히지 않자, 친아버지마저 의절을 했다는구나. 선생님은 이런 K를 계속 응원하고 지지해 주었다고 했어. 갈 곳 없는 K를 선생님이 자신의 하숙집으로 데리고 왔단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K와 하숙집 딸과 함께 있는 횟수가 늘어나는 거야. 선생님은 어쩌지도 하고 속이 부글부글 끓었어.

선생님은 K와 보슈 반도라는 곳으로 여행을 갔어. 겉으로는 친하게 다녔지만 속으로는 계속 신경이 쓰였어. 여행 후 하숙집 아가씨는 예전처럼 선생님한테 다시 살갑게 굴었어. 그런데 우연히 외출했다가 K와 아가씨가 함께 있는 것으로 보았단다. 그리고 얼마 후 K가 선생님한테 하숙집 아가씨를 좋아한다고 했단다. K는 당황해서 아무런 말도 못했어. 그 이후 선생님은 K를 거리 두게 되었는데, K는 자신이 하숙집 아가씨를 좋아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어. 엄청 짜증나겠구나. 선생님은 무난하면서도 두루뭉실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정작 K가 원하는 답은 하지 않았단다. K는 선생님이 하숙집 아가씨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나 보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선생님은 K보다 먼저 하숙집 아주머니에게 아가씨와 결혼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단다. 아주머니는 그 전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좋다고 했어. 그렇게 이야기를 하자 선생님은 K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애가 탔어. 선생님도 그렇고, K도 그렇고 사랑에는 아마추어인 것 같구나. 며칠 뒤 아주머니가 K에게 선생님이 청혼한 소식을 이야기를 했더니 K는 심하게 당황한 것 같다면서 선생님한테 이야기해주었어.

아주머니 입장에서는 당연히 선생님이 K에게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대. 아빠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구나. 그런데 K는 평상시처럼 행동했어. 오히려 그것 때문에 선생님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어. 선생님은 K에게 자신의 진심을 다 이야기하겠다고 다짐을 했어. 그런데 K가 갑자기 자살을 했단다. 선생님은 충격을 받았단다. 그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K가 남긴 유서에는 아가씨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없고, 개인 신상 때문에 자살한다는 내용만 있었어. 하지만 선생님은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에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지냈어. 결국 하숙집 아가씨와 결혼했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K뿐이었어.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거야. 머릿속에 들어찬 K때문에 일도 할 수 없었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 그저 괴로워하고 미안해하고 과거에 갇혀 있어야 했어. 결국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자살을 한다는 내용으로 선생님의 등기는 끝을 맺었단다.

….

그 사건이 있고 나서 선생님의 세계는 작고 작은 마음 속에 갇혀 지냈구나. 사랑도 그 세상에서 나오지 못하게 했고, 그 세상에서 나오려고 스스로 노력도 하지 않고 말이야. 선생님의 행동이 친구 K의 자살의 원인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 K의 마음이 더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구나. K가 살아온 과거를 봐도 평범한 삶이라고 할 수 없었으니힘든 과거를 잊기에 충분한 사랑을 만났다가 끝나버렸으니 힘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K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거야.

선생님도 그런 아픈 과거를 잊고 마음의 감옥에서 나오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아쉽구나. 결국 자살한 선생님은 저 세상에 가서 K와 만났을까? K가 자살한 선생님을 보고 잘 했다고 칭찬했을까? 그 전에 K와 진정한 친구라면 서로의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드는구나.

….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나는 그분을 늘 선생님이라 불렀다.

책의 끝 문장: 아내가 내 과거에 대해 가진 기억을 되도록 순백의 상태로 있게 해주고 싶은 것이 나의 유일한 바람이니 내가 죽은 뒤에도 아내가 살아 있는 이상은 자네에게만 털어놓은 내 비밀로서 모든 것을 가슴에 묻어두게.


"예전에 그 사람 앞에서 무릎을 끓었다는 기억이 이번에는 그 사람 머리 위에 발을 올리게 하는 거라네. 나는 미래의 모욕을 받지 않기 위해 지금의 존경을 물리치고 싶은 거지. 난 지금보다 한층 외로움 미래의 나를 견디는 대신에 외로운 지금의 나를 견디고 싶은 거야. 자유와 독립과 자기 자신으로 충만한 현대에 태어난 우리는 그 대가로 모두 이 외로움을 맛봐야 하는 거겠지." - P50

"시골 사람들은 도회지 사람들보다 오히려 나쁘다고 해야 할 사람들이지. 그리고 지금 자네는 친척들 중에 이렇다 하게 나쁜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지? 하지만 나쁜 사람이라는 부류가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세상에 그렇게 틀에 박은 듯한 나쁜 사람이 있을 리 없지. 평소에는 다들 착한 사람들이네. 다들 적어도 평범한 사람들이지. 그런데 막상 어떤 일이 닥치면 갑자기 악인으로 변하니까 무서운 거네. 그래서 방심할 수 없는 거지." - P82

나는 아버지에 대해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아버지를 떠난다면 부모와 자식 사이의 정이라는 점에서 미련이 남을 뿐이었다. 나는 아직 선생님의 대부분을 모르고 있었다. 이야기해주겠다고 약속한 선생님의 과거도 아직 들을 기회가 없었다. 요컨대 선생님은 나에게 어스레했다. 나는 반드시 그곳을 지나 밝은 곳까지 가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았다. 선생님과의 관계가 끊기는 것은 큰 고통이었다. 어머니가 좋은 날을 잡아줘 떠날 날이 정해졌다. - P123

그토록 여자를 업신여겼던 내가 아가씨는 도저히 업신여길 수 없었네. 내 이론은 아가씨 앞에서는 무용지물일 만큼 힘을 쓰지 못했지. 나는 아가씨에게 거의 신앙에 가까운 애정을 갖고 있었네. 내가 종교에만 쓰는 이 말을 젊은 여자에게 쓰는 것을 보고 자네는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금도 굳게 믿고 있네. 진정한 사랑은 신앙심과 그다지 다르게 않다는 것을. 나는 아가씨의 얼굴을 볼 때마다 자신이 아름다워지는 기분이 들었네. 아가씨를 생각하면 고상한 기분이 금방이라도 자신에게 옮겨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 만약 사랑이라는 불가사의한 것에 양쪽 끝이 있고 높은 쪽 끝에는 신성한 느낌이 작동하고 낮은 쪽 끝에는 성욕이 작동하고 있다면 나의 사랑은 분명히 제일 높은 쪽에 매달려 있었을 거야. 나는 물론 인간으로서 육체를 떠날 수 없는 몸이지. 하지만 아가씨를 보는 내 눈은, 아가씨를 생각하는 내 마음은 전혀 육체의 냄새를 띠지 않았어. - P178

죽었다 생각하고 살아가려고 결심한 내 마음은 때때로 외계의 자극에 펄쩍 뛰어올랐지. 하지만 내가 어떤 방면으로 나아가려고 생각하자마자 어딘가에서 엄청난 힘이 나와서 내 마음을 꽉 쥐고 전혀 움직일 수 없게 하네. 그리고 그 힘이 나에게 너는 뭔가를 할 자격이 없는 놈이라며 억누르듯이 말하지. 그러면 나는 그 한마디에 곧 위축되고 마네. 얼마쯤 지나 다시 일어나려고 하면 다시 단단히 죄어오지. 나는 이를 악물고 왜 남을 방해하는 거냐고 호통을 친다네. 불가사의한 힘은 차가운 목소리로 웃지. 네가 잘 알 텐데, 하는 거야. 나는 다시 축 늘어지고 마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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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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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다소 자극적인 책표지에, 다소 구호 같은 제목으로 인식될 수 있는 중국 작가 옌롄커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소설이란다. 아빠는 이 소설을 보지는 않았지만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통해서 알게 되었단다. 몇 년 전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좀 야한 영화가 개봉되었나 보다 했는데, 개봉 즈음에 원작이라면서 인터넷 서점에서 소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자주 노출되었단다. 그래서 무슨 소설인가 싶어 책소개를 읽었던 기억이 있단다. 그러다가 몇 달 전에 인터넷 중고 서점에 보이길래, 어떤 내용인지 급 궁금하고 프란츠 카프카 문학상도 받았다고 해서 한번 읽어보려고 구입했단다.

이 책은 출간 당시 중국에서 금지로 지정될 정도로 소위 문제작이었대. 읽다 보면 그냥 야한 소설이 아니고, 그런 야함과 주인공의 성적 욕망이 중국 공산당과 그들이 벌인 혁명을 조롱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단다. 책 제목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도 마오쩌둥의 어록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는구나. 소설 속에서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고 새겨져 있는 나무판이 있는데, 이것이 소설 속에서는 특별한 용도로 쓰이기도 했단다. 그러면 어떤 내용인지 수위를 좀 낮추어 너희들에게 간단히 이야기를 해줄게.

 

1.

주인공은 우다왕이라는 하위 계급의 군인이란다. 우다왕은 시골 출신으로 고향에 아내와 어린 아이가 있는데, 지금은 승진을 목적으로 가족과 따로 떨어져 군대에서 일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어느날 사단장 사택에 취사병으로 파견 오게 되는데, 이곳에서 잘 하면 사단장에게 잘 보여 승진할 수 있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 그곳에는 사단장과 사단장의 어린 아내, 단 둘이 살고 있었단다. 사단장의 아내 류롄는 서른 두 살의 나이로 사단장보다 스무 살 가까이 차이가 났단다. 류롄은 원래 군병원 간호사였는데, 사단장과 결혼한 이후 5년 동안 사택 안에서 주로 지냈단다.

그들의 집 부엌에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구호가 적인 나무팻말이 있었단다. 우다왕은 취사병과 집안 관리로 사단장의 사택에서 하루종일 일하다가 저녁에 자신의 관사로 퇴근하는 것이 하루 일과였단다. 그런데 사단장이 출근을 하고 나면 우다왕과 류롄 난 둘이 남게 된단다.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 지 눈에 선하구나. 그러다가 사단장이 두 달 넘게 출장을 가게 되었어. 아빠 같았으면 가능하다면 아내도 데리고 가거나, 친정에 가 있으라고 했을 텐데, 젊은 취사병과 단 둘이 집에 나두고 두 달 동안 출장을 갈 정도로 자신의 아내를 믿고 사랑했던 것일까. 소설의 초반 흐름을 보면 사단장과 아내 사이에 사랑을 찾아볼 수는 없었는데 말이야.

아무튼 둘이 남은 사단장 사택. 어느날 사모님 류롄은 우다왕에게 한 가지 지시사항을 내린단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팻말이 제자리에 없다면 그것은 자신이 볼 일이 있어 우다왕을 찾는다는 의미이니 이층의 자신의 방으로 오라고 했어. 그런데 사단장이 출장을 가기 전에 위층에는 절대 올라가지 말라고 했거든. 하지만 현재 사택에서는 사모님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지. 처음으로 그 팻말이 사라진 옷을 단정히 하고 위층으로 올라가니, 전등 스위치 줄이 위에 걸렸다고 내려달라는 일상적인 일이었단다. 스위치 줄을 내려 불을 켰는데, 실크드레스 차림의 사모님이 보였어. 류롄은 나이차이가 얼마 안 나니, 둘이 있을 때는 자신을 누님이라고 부르라고 했어. 우다왕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지. 몇 마디 질문을 더 답하고 아래층으로 내려왔지만, 우다왕도 남자인지라 얼굴이 붉어지고 사모님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릴 수밖에 없었지.

 

2.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팻말은 또 다른 곳에 가 있었고, 우다왕은 이층으로 올라가게 되었어. 류롄은 노골적으로 우다왕을 유혹했지만, 우다왕은 자신의 본심을 숨기고 선을 지키려고 자리를 떠났단다. 그러자 류례은 우다왕을 근무태만으로 상위에 보고했고, 사택에서 인민은 사모님이 사모님의 말을 따르는 것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라며 우당왕은 심한 질책을 받았단다. 잘못하면 사택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고 했어. 우다왕은 류롄에게 반성문을 쓰고 깊이 사과를 하며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했단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이 시작되었단다.

이후 류롄은 우다왕의 상사에게 우다왕이 일을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했단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밤에 사택에서 여자 혼자 자는 것이 무서우니, 우다왕을 밤에도 사택에서 머물게 하겠다고 했어. 이제 우다왕은 하루 종일 사택에서 머물 수 있었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팻말은 자주 다른 위치에 있었고, 우다왕은 이층에서 살다시피 했단다. 류롄도 더 이상 사모님이 아니었어. 그저 사랑하는 남자의 애인이었어. 어떤 날은 류롄이 식사 준비를 하고 자신이 만든 음식을 우다왕에게 먹여주기도 했어. 류롄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면서, 사단장이 남자 능력을 상실해서 사랑을 나눈 지 아주 오래되었다는 이야기도 했어.

둘은 집의 창문을 모두 가리고 문도 안으로 잠근 채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며칠 동안 벌거벗고 지내기로 했단다. 그들은 눈만 마주치면 사랑을 나누고 집 곳곳이 침실이었어. 그러다가 주석 석고상을 산산조각 내고 사고를 치고 말았어. 그것 때문에 잠깐 말다툼도 했지만 그들은 그 일을 계기로 그들의 우상의 상징들을 파괴하는 일을 벌였어. 마오쩌둥의 어록이 적힌 팻말들을 발로 밟고, 마오쩌둥의 책들을 찢어 발로 밟았단다. 온 집안이 마오쩌둥의 관련된 물건들이 파괴되어 널부러져 있었어. 이 때 사단장이 들이막치면 어쩌나, 읽는 아빠가 불안했단다. 하지만 다행히 사단장은 일정에 맞춰 돌아왔단다. 그 전날 류롄과 우다왕은 마지막 사랑을 나누었고, 그들의 사랑은 마음 속에 담아 영원할 것을 다짐했어. 류롄은 우다왕에게 돈을 충분히 챙겨주며 휴가를 다녀오라고 했단다.

우다왕은 고향집에 가서 한 달 동안 휴가를 보냈는데, 아내가 이전의 아내와 다르게 보였어. 그저 다른 여자 중에 한 명처럼 보였어. 우다왕의 마음에는 류롄이 가득 차 있었지. 한 달의 휴가를 마치고 사택으로 돌아온 우다왕. 한 달 사이에 많은 것이 바뀌었어. 사단장은 돌아와 사단을 해체한다는 선언을 하고, 사단의 군인들은 모두 제대를 해야 한다고 했어. 이 모든 일들이 사실 류롄과 우다왕 사이에 벌어진 일 때문이었어. 류롄과 우다왕 사이의 일을 아는 사람들도 여럿 되었지만 그들은 겉으로는 모른 척 하고 그것은 사단장도 마찬가지였단다. 어떻게 해서 그 일이 알려지게 되었는지는 몰랐어. 우다왕이 그곳을 떠나면서 사택에 들렀을 때, 문 앞에서 류롄을 잠깐 볼 수 있었는데 류롄은 임신 중이었어.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선물만 건네주고 길을 떠났단다. 그들이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서 만났다면 어땠을까? 한 번 사는 인생에 그들은 비록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함께 할 수 없다니 한편으로 불쌍한 사람들이로구나.

세월이 흘러 15년이나 지났어. 그 사이에 우다왕은 한번도 류롄을 보지 못했어. 류롄은 이제 사령관 부인이 되었어. 용기를 내어 우다왕은 사령관 집에 가서 대문을 지키는 초병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면서, 류롄에게 이야기해달라고 했어. 하지만 류롄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쪽지만 전달해 주었단다. 그 쪽지에 우다왕도 답글을 써서 초병에게 전달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누군가는 류롄을 비난할 거야. 하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류롄을 이해하고, 그녀가 잘 되길, 행복하길 빌게 되더구나. 한 번 사는 삶인데 사랑 없는 결혼 생활에 이혼도 할 수 없는 처지라면 거기에 거의 모든 시간을 집안에서 지내야 한다면 그것은 결혼 생활이 아니라 감옥생활일 듯 하구나. 그렇게 만든 것이 중국 공산주의 군사 시스템일 수도 있고 말이야. 어쩌면 짧은 시간이지만 류롄에게 우다왕이 있어줘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이야. 그 시간 이후 긴 시간을 우다왕과 있었던 추억으로 견뎌내지 않았을까 싶구나. 옌롄커의 문제작,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옌례커의 다른 작품들도 함 살펴봐야겠구나. 오늘은 그럼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소설은 삶의 많은 진실을 유일하게 대변한다.

책의 끝 문장: “이걸 류롄 누님에게 좀 전해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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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의 비극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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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해 줄 책은 제목 때문에 궁금해서 산 책이란다. I의 비극. I라고? 제목을 보고 아빠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MBTI란다. 많은 성격 테스트가 있는데 최근 몇 년 동안은 MBTI가 대세가 되었잖니. MBTI에서 첫 번째 성격을 가르는 E I. 아빠는 확실한 I인데, 그런 아빠에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I가 비극까지 될 것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러면서 설마 그 I는 아니겠지? 설마 그 I인가? 이런 생각이 번갈아들면서 결국은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읽게 되었단다. 지은이는 요네자와 호노부라는 일본 작가인데, 그의 책은 처음인데 그가 쓴 책제목을 보니 서점에서 눈에 띄던 책들이 있더구나. 일본에서는 추리 소설 관련 상도 많이 받은 유명한 작가인 것 같았어.

그런데 막상 읽으려고 보니, 소설 제목이 익숙했어. .. 조금 생각하다 보니 엘러리 퀸의 소설들이 생각나는구나. X의 비극, Y의 비극, Z의 비극그런 알파벳 비극의 연장선인가? 궁금해.. 얼른 책을 펼쳤단다.

 

1.

일단 I는 아빠가 생각했던 I는 아니었단다. I‘I을 의미하는데 I턴은 출신지와 다른 지역, 특히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하는 것을 말한대. 아무도 살지 않는 시골 마을을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 타지 사람들의 이주를 적극적으로 돕는 프로젝트. I턴 프로젝트가 이 소설의 주요 이야기란다.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고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사람이 살지 않는 빈 농촌이 늘어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 만의 문제는 아닌가 보구나. 일본에도 그런 것이 사회 문제가 되어 빈 농촌에 사람들을 다시 이주시키는 프로젝트를 하나 봐. 정확한 것인지 몰라도 우리나라의 농촌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유튜브에서 본 기억이 있단다. 참 좋은 프로젝트라고 생각했어. 집은 사람이 살지 않으면 금방 폐허가 되니까 말이야.

….

이 소설은 그런 I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공무원들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단다. 마지막 주민이 죽고 나서 6년 동안 아무도 살지 않는 미노이시라는 마을. 신청자를 뽑아 이주 지원을 해주는 일은 소생과 공무원들이 담당했어. 만간지 구니카즈가 주인공이고, 소생과 신입 공무원 간잔 유카가 함께 일을 추진했어. 소생과 담당 과장은 니시노 히데쓰구라는 사람인데, 주로 지시만 하고 자신은 칼퇴근을 즐기는 사람이었어. 대부분의 일을 만간지 구니카즈가 했단다.

처음에 이주 온 두 집부터 만만치 않았어. 시골 생활을 하는데 적합해 보이지 않았어. 하지만 만간지는 최선을 다해서 그들을 지원해 주었단다. 야간 근무는 말할 것도 없이 주말 근무도 해야 했어. 하지만 두 집은 결국 서로 불화를 일으키고 얼마 못 있다가 미노이시를 떠났단다. 그리고 다시 빈 마을이 되었어.

그리고 얼마 후 정식 개촌식을 열고 여러 식구들이 이사를 왔단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꾸 일들이 꼬이면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시 미노이시를 떠나는 일들이 일어났어. 그렇게 떠나는 이유들도 각양각색이었단다. 양식업을 준비하던 이는 새에게 물고기를 모두 빼앗기고 떠났고, 어떤 아이는 미아가 되어 지하에서 발견되어 떠났고 그 아이가 미아가 되게 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낀 이웃도 떠났고 구급차가 오는데 40분이나 걸리는 것을 알고 불안해서 떠난 이도 있었고, 식중독에 걸려서 떠난 이도 있었고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사건들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언제나 소생과 과장 니시노 히데쓰구였어. 현장에 잘 오지도 않고 근무시간도 칼같이 지키는 그는 신입 간잔 유카가 준 자료만 보고 숨어 있는 사건의 핵심을 찾아냈단다.

결국 몇 남아 있던 사람들도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하면서 모두 떠나게 되고 미노이시는 다시 빈 마을이 되었어.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되었던 것은 누군가의 작전이 있었던 것이란다. 빈 농촌 마을에 사람들이 이주하게 하는 I턴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사람… I턴 프로젝트는 세금만 많이 들어가고 시설이 부족한 농촌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또 돈도 들어가고 말이야.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 거야. 그래서 몰래 이 이 프로젝트를 방해하려고 했던 거지의도적으로 오래 정착하지 못할 것 사람들을 선정하고, 그 사람들이 지내면서 의도적으로 이런 저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도록 유도한 사람누굴까? 그건 나중에 너희들이 이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오늘은 미공개…^^

이 소설이 추리 소설이긴 하지만 무섭고 누군가 죽을지 모른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어. 사건들이 약간은 귀엽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사건들이었지. 문체는 가벼워 보였지만, 소설의 주체는 고령화 사회, 도시 집중 문제 등 제법 무거운 주제를 다루었단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더 심각한 문제인데, 나라는 산으로 가고 있으니 정말 걱정이구나. 얼른 탄핵이 인용이 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서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구나.

오늘은 짧게 끝낼게.

 

PS,

책의 첫 문장: 날숨도 얼어붙은 듯한 새벽, 올해로 100세인 노인 여성이 숨을 거뒀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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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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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일본의 유명한 영화 감독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감독이 있단다. <어느 가족>이라는 영화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타기도 했고, 아빠가 좋아하는 아이유도 참여한 우리나라 영화 <브로커>의 감독을 맡기도 했어. 인터넷 서점에서 서칭하다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책이 눈에 띄었단다. 제목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아빠도 너희들의 아버지이다 보니 책의 내용이 궁금하더구나. 이 책은 소설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만든 동명의 영화를 소설로 각색한 것이라고 하더구나. 아빠는 그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한 편도 없단다. 소설로 먼저 만나게 되는구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제목만 보면 철부지 아빠의 성장 소설일 것 같기도 하고, 따뜻한 가족 소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읽고 나서 보니 그 예상이 빗나가지 않은 것 같구나.

 

1.

료타라는 사람이 주인공인데, 그는 아내 미도리와 여섯 살 난 아들 게이타가 있는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었단다. 대기업 건축회사에서 인정 받는 중간 간부였어. 그래서인지 엄청 바쁜 사람이었단다. 밤늦게 퇴근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거의 매주 출근했단다. 가정은 평범한 가정일지 몰라도 평범한 가장은 아닌 것 같구나. 미도리는 결혼 후 집에서 살림과 육아를 주로 하였고, 게이타는 명문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었어. 그렇다 보니 여섯 살인 게이타는 입시 학원 다니며 벌써 입시의 압박을 좀 받고 있었어. 그 초등학교는 면접이 중요하다 보니 평상시에도 정답을 이야기하려고 노력을 하였고, 면접 준비를 위해서 거짓말 정답도 외워야 했단다.

그런데 어느날 게이타가 태어난 종합병원에서 연락이 와서 가게 되었어. 날벼락 같은 소리를 들었단다. 아이가 바뀌었다고 했어. 요즘 같은 시대에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는가? 날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 상대방 가족의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혈액형 검사를 하다가 알게 되었대. 병원에서는 미안하다며, 최대한 보상을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어찌 이것이 돈 가지고 될 문제인가?

병원 측 변호사와 료코, 미도리 부부는 상대방 부부와 만남을 가졌어. 료코는 내심 비슷한 환경의 가족을 기대했지만, 그렇다면 소설과 영화가 될 수가 없겠지. 상대방 부부는 자신들과 달라도 너무 달랐어. 상대방 남편의 이름은 유다이는 전파상을 하고, 상대방 아내의 이름은 유카리였어. 그쪽은 아내 유카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 같았어. 게이타와 바뀐 아이의 이름은 류세이. 그 밑으로 동생 둘이 더 있었어. 유다이의 집은 경제적으로 넉넉한 것 같지 않았어. 그래서인지 보상금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았어. 병원 측 변호사의 입장은 일단 아이는 바꾸는 것을 원칙으로 생각했고, 적절한 보상금은 지급하겠다고 했어.

기른 정과 낳은 정..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 이걸 어떻게 결정할 수 있겠니.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다 보니, 오래 전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가을 동화>가 생각나는구나. 그 드라마도 두 아이가 바뀌었다가 중학교 때 알고 본 가정으로 돌아가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린 드라마였거든.. 이렇게 이야기하니 그 드라마도 다시 한번 보고 싶네..^^

 

2.

다시 소설의 이야기를 해줄게. 료타는 회사의 상사의 의견을 듣고 두 아이 모두 자신이 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두 아이 자신이 맡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 그것이 가장 적합한 답이라고 생각했어. 더욱이 상대방 가족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도 않고, 아이들이 셋이 있으니까 말이야. 료타는 아내 미도리에게도 자신이 해결 방법이 있다며 자신만 믿으라고 했단다.

정기적으로 병원 측 변호사와 두 부부는 만남을 가졌는데, 병원 변호사의 제안으로 주말에 하루씩 아이를 서로 바꿔서 지내기로 했단다. 아이들에게는 일종의 게임이자 챌린지라고 이야기를 했어. 아직 진실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어렸어. 료타의 집에 온 류세이. 자신의 집보다 좋긴 했지만, 너무 조용하고 지루했단다. 거기에 조금은 엄격한 식사 예절에도 적응을 하지 못했어. 다행히 미도리가 류세이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해주었단다.

유다이의 집에 간 게이타도 처음에는 적응을 하기 쉽지 않았어. 자신의 집은 조용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하는데, 류다이의 집은 동생들뿐만 아니라 류다이까지 시끌벅적했어.  그리고 식사 예절 없이 마음대로 행동하고 그랬어. 잠도 좁은 방에서 다 같이 잤단다. 게이타가 잠에 화장실을 못 찾아서 난처한 일을 당할 뻔했는데, 유카리가 도와주었단다. 역시 엄마들은 달라도 뭔가 다른 것 같아.

일주일에 한번씩 생활하면서 게이타가 더 쉽게 적응하는 것 같았어. 료타와 미도리는 류세이와 함께 나들이도 가고 놀이도 했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단다. 하지만 류세이가 하는 행동에서 료타는 자신과 닮은 점을 발견하고는 피는 못 속인다고 생각하기도 했어. 두 가족은 다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단다. 미도리도 자유분방한 유다이의 가족과 잘 어울렸는데, 료타만 여전히 다른 나라 사람처럼 겉돌았어. 하지만 료타 자신은 아빠로서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어.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있는 사람처럼 말이야. 아이들은 어려서인지 금방 함께 재미있게 놀았단다.

….

그리고 첫 재판이 열렸어.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확인되었단다. 아이들이 바뀐 것이 실수가 아니고 고의로 그랬다는 거야. 당시 간호사인 쇼코라는 사람이 자신은 불행한데, 행복해 보이는 료타의 가족에 질투심을 느끼고 일부러 아이를 바꾸었다는 거야. 쇼코는 재판장에 와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해 달라고 했단다. 하지만 그 사건은 시효가 지나서 쇼코는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고, 병원은 자신의 실수가 아니라서 보상금에 대한 액수를 다시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재판에 참석한 가족들은 모두 화를 내고 있지만, 료타는 침묵만 지켰단다.

….

얼마 후 두 가족은 또 함께 모임을 했는데, 그날은 료타도 잘 어울리면서 분위기가 좋았어. 그렇게 분위기가 좋다 보니 료타는 그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단다. 두 아이를 모두 자기네가 맡고 싶다고 마리야. 유다이는 이 말을 듣고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주먹을 날렸단다. 유카리뿐만 아니라 아내 미도리도 료타에게 뭐라고 했어. 료타는 지금까지 자신은 스스로 괜찮은 아버지라고 생각한 것 같지만, 그는 빵점짜리 아빠였어. 이 일 이후로 료타와 미도리 사이도 안 좋아져서 싸우는 날도 있었어. 게이타가 자는 줄 알고 아이가 바뀐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실수도 했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잘못 된 것일까. 이후 이야기는 결국 두 아이는 서로 집을 바뀌어 원래 혈연의 부모 집에서 지내게 되고, 그러면서 또 적응하지 못하고 길러준 부모님을 서로 그리워하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하게 있단다.

하지만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 같았어. 두 가족이 자주 만나면서 한 가족처럼 지내는 것이지.. 아이들은 자주 교류하면서 아이들은 아빠도 둘, 엄마도 둘이라고 생각하고그런데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쉬운 이야기이지현실에서는 더 복잡한 여러 요소들이 있을 것 같구나. 이런 일의 정확한 정답을 찾기란 어려울 것 같더구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들은 보지는 않았지만, 가족을 다룬 영화들이 많다고 들었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도 그런 맥락의 영화 또는 소설인 것 같았어.

하지만 이야기 소재가 다소 식상하였고, 결론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말이라서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니더구나. 책은 우리나라에서 오래 출간되었지만,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는 10여 년 전에 개봉된 영화더구나. .. 그 이후의 영화들은 그 식상함을 좀 벗어났으려나? 문득 우리나라 배우들과 함께 한 <브로커>라는 영화가 보고 싶구나. 평을 한번 보고 결정을 해야겠구나. 요즘은 영화 한 편 보는 시간도 아까운 시대에 살고 있으니오늘은 이만 할게.

 

PS,

책의 첫 문장: 장난감 인형은 세 개뿐이었다.

책의 끝 문장: 이제는 누가 누구의 자식이고 누가 누구의 부모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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