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방정식 - 궁극의 이론을 찾아서
미치오 카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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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요 며칠 회사 일이 좀 바빠서 아빠가 독서편지가 계속 밀리고 있구나. 그 이야기는 독서편지가 또 밀렸다는 것.^^ 밀린 독서편지를 따라잡기 위해 오늘은 좀 짧게 이야기할게. 사실 오늘 이야기할 책이 아빠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점도 있어서 길게 이야기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것 같구나. 오늘 이야기할 책은 미치오 카쿠의 <단 하나의 방정식>이라는 책이란다. 지은이 미치오 카쿠는 아빠가 예전에 읽은 <평행우주>를 사람이기도 해. 어려운 현대 과학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읽기 편한 문체로 되어 있어서 좋았던 기억으로 남은 책이란다. 그래서 <단 하나의 방정식>이라는 책의 지은이를 보고, 낯이 익어 찾아보니 <평행우주>의 지은이라서 이 책도 읽게 된 것이란다. 책 제목을 보면 이 책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감이 좀 오더구나.

<단 하나의 방정식>. 과학계의 오랜 숙제가 하나 있단다. 거시 세계를 설명하는 상대성 이론과 미시 세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하나의 이론, 소위 통일장이론을 찾으려고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단다. 이 책의 제목 단 하나의 방정식도 그 통일장이론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방정식을 의미하는 것이란다. 아인슈타인도 이 통일장이론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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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

그 노트에는 아인슈타인이 ‘통일장이론(unified field theory)’이라 불렀던 궁극의 이론이 미완의 상태로 적혀 있었다. 그의 목표는 “신의 마음이 담겨 있는” 단 한 줄짜리 방정식으로 우주의 삼라만상을 설명하는 것이었으나, 끝내 신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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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많은 과학자들이 세상을 설명하는

그 단 하나의 방정식에 대한 연구를 이야기해주는 책이란다.

1.

그런데 세상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방정식은 현대 물리학에서만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 중세 시대에도 그런 노력이 있었어. 르네상스와 함께 과학이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많은 과학의 업적이 이루어졌단다. 그 중에 대표적인 사람은 누가 뭐라 해도 뉴턴이란다. 너희들도 이제 뉴턴의 운동 법칙 때문에 고생을 하기도 하잖니. 뉴턴의 뉴턴 법칙은 최초의 통일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하는구나. 당시 세계관은 하늘과 땅이 전부인 세계였는데, 그 세계의 모든 물체의 운동을 뉴턴의 운동 법칙으로 설명이 가능했으니 말이야. 영국의 시인은 그런 뉴턴에 대한 존경을 담아 시까지 썼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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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뉴턴이 발견한 운동 및 중력이론은 기존의 운동법칙을 하나의 원리로 묶은 최초의 통일이론이자, 인간의 지적 능력이 낳은 최고의 산물이다. 18세기 영국의 시인 알렉산더포프는 뉴턴에 대한 존경을 담아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자연의 법칙은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그러나 “뉴턴이 있으라!”는 신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환하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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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턴의 운동 법칙으로부터 약 200년 후 또 하나의 통일 이론이 만들어진단다. 당시 자기와 전기를 별도의 물리적 특성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패러데이가 자기와 전기가 ‘장’ 때문에, 그러니까 자기장과 전기장 때문에 특징을 갖는다는 것을 발견했어. 그리고 맥스웰은 벡터와 미적분학을 통해 전기장과 자기장을 수식으로 설명했어. 이 계산으로 전자기파의 속도를 구했는데, 빛의 속도와 거의 유사하다는 것을 알아냈어. 그래서 빛도 전자기파라고 주장을 했단다. 자기와 전기를 설명하는 맥스웰 방정식은 또 하나의 만물의 이론이었어. 이 맥스웰 방정식은 오늘날 라디오, 휴대폰 등 무선 통신의 기초가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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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패러데이와 맥스웰이 전기와 자기를 하나로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수학적으로 대칭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맥스웰의 방정식에는 ‘이중성(duality)’이라는 대칭이 존재한다. 빛(전자기파)에 포함된 전기장을 E라 하고 자기장을 B라 했을 때, E와 B를 맞바꿔도 맥스웰의 방정식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런 이중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전기와 자기가 동일한 힘의 두 가지 측면임을 의미한다. 맥스웰은 E와 B 사이의 대칭을 이용하여 전기와 자기를 통일했고, 그 덕분에 19세기 과학은 위대한 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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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헤르츠라는 사람은 맥스웰 방정식을 실험으로 증명하여 라디오를 발견했고, 마르코니는 이것을 무선 통신에 이용했단다. 1894년의 일이었단다. 얼마 전 Jiny가 국사 공부한다면서 열심히 외웠던 1894년이네.

…

2.

20세가 되면서 아인슈타인이 등장하였단다. 아인슈타인은 광속불변의 법칙을 발견하여 특수상대성 이론을 발표했단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여러 번 이야기해서 간단히 이야기하고 넘어갈게. 특수상대성이론은 시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속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란다. 이루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질량을 가진 물체의 주변의 공간이 휜다는 것을 설명했단다. 절대적인 시간과 공간이 변한다는 혁신적인 이론을 발표한 거야. 그 이론들은 나중에 모두 증명되어 사실임이 밝혀졌단다. 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 나서 아인슈타인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통일장이론을 연구했지만 결국 발견하지는 못했단다. 그리고 아빠가 전에 현대물리학과 양자역학 관련된 책 이야기를 할 때 이야기했듯이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의 기초를 놓았지만 평생 인정하지 않았단다.

…

당시 과학자들은 물질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연구를 한창이었단다. 점점 미시세계를 연구하게 되었고 그러다가 양자역학까지 이어지게 되었단다. 양자역학은 뉴턴의 결정론적 세계관과 상충되는 불확실성을 뒷받침하고 있어. 그래서 양자역학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과학자들 사이 논란이 많았단다. 양자역학에 과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어록도 이 책에서 다시 한번 만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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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두고 “성공을 거둘수록 더욱 멍청한 이론처럼 보인다”고 했고, 전자파의 개념을 처음 도입했던 슈뢰딩거조차도 자신의 이론에 대한 확률적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도 일부 물리학자들은 파동이론의 철학적 의미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이는 중이다. 당신이 어떻게 두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양자역학과 관련하여 내가 단언할 수 있는 사실은 한 가지뿐이다. 그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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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나서 통일장이론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단다. 슈뢰딩거와 파울러가 통일장이론에 대해 발표를 했지만 모두 오류가 있었음이 확인되었단다. 과학자들은 핵력, 즉 강한 핵력과 약한 핵력을 연구가 활발했단다. 강한 핵력은 양성자와 양성자, 양성자와 중성자를 원자핵 속에서 강하게 묶어주는 힘이고, 약한 핵력은 입자의 성질을 변화시켜 방사성 붕괴를 일으키는 힘이란다. 머리 겔만과 그의 동료들과 핵력을 연구했는데, 양성자와 중성자가 기본 입자가 아니고 그보다 저 작은 입자들이 양성자와 중성자를 구성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입자가 너희들도 잘 알고 있는 쿼크란다.

…

이 입자들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노력은 계속되어 표준모형까지 만들어졌는데, 아름답지 않다고 하는구나. 과학자들의 간단하고 깔끔한 식들을 좋아하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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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42)

둘째, 표준모형은 각기 다른 힘을 서술하는 여러 이론을 인위적으로 묶어놓았기 때문에 다소 부자연스러우면서 누더기 같은 인상을 준다(한 물리학자는 ‘표준모형을 칭찬하는 것은 마치 오리너구리와 땅돼지, 고래를 하나로 묶어서 희한한 동물을 만들어놓고 자연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라고 우기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동물을 예뻐할 생명체는 엄마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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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게릭 병에 걸렸지만 많은 업적을 낸 스티븐 호킹은 루게릭 병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 2년밖에 못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간이 얼마 없다고 생각하고 중력에 양자역학을 접목하는 문제에 도전했다는구나. 그리고 기존 알려져 있던 블랙홀 이론의 오류를 발견했대. 자세한 내용은 아빠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니 발췌로 대신하고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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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블랙홀과 관련된 책과 논문을 읽으면 읽을수록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블랙홀에서는 아무것도 탈출할 수 없다고 했지만, 호킹은 이것이 양자이론에 위배된다고 생각했다. 양자역학에서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블랙홀이 완전이 검은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빛을 비롯한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때문인데, ‘완벽한 암흑’이라는 개념 자체가 불확정성원리에 위배된다. 양자세계에서는 암흑조차도 불확실하다. 그리하여 호킹은 블랙홀이 아주 미약하게나마 양자복사quantum radiation를 방출한다는 혁명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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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을 연구하면서 블랙홀이 빨려 들어간 것들은 어디로 갔나를 설명하기 위해 웜홀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되었고, 그러면서 시간여행이 가능한가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졌는데, 시간 여행에 대한 역설은 평행우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하는구나. 그런 이야기만 있다는 것으로만 체크하고 또 패스.

…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팽창 또는 수축을 해야 하는데, 당시 우주는 정적인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우주상수를 넣어 보정했다고 하는구나. 그러다가 1929년 허블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되었어.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는 잘못 넣었던 거야. 그것 없이 일반상대성이론이 우주의 팽창을 설명했던 거야.

…

자, 이제 마지막으로 끈이론이 등장한단다. 끈이론은 양자중력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이론이라고 하는데, 끈의 진동 패턴에 따라 앞서 이야기했던 쿼크, 전자 등 다른 미립자들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이야. 끈이론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에 다른 책에서도 보긴 했는데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어. 끈이론을 설명하려면 10차원으로 설명해야 하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 시간까지 포함해도 4차원 세상인데 10차원 세상을 어찌 이해할 수 있겠니.

그런데 끈이론으로 중력과 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했어. 한마디로 그토록 찾던 통일장이론이자 만물의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10차원에 대한 이야기도 홀로그램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고 했어. 홀로그램이 3차원의 정보를 2차원에 저장하는 것처럼 끈이론의 10차원과 11차원이 현실에서는 3차원에 저장되어 있을 수 있다고 하는 거야. 그럴 듯하긴 하지만 10차원은 너무 고차원이구나.

끈이론이 이론적으로 오류가 없어 통일장이론의 강력한 후보이긴 한데, 검증이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구나. 끈이론이 등장한지 수십 년 동안 검증하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검증을 하지 못했대. 우주가 흩어지지 않게 하는 중력의 근원 물질인 암흑물질을 분석을 해서 검증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쉽지 않은가 보구나. 앞으로는 가능할까? 모르겠다는구나. 끝내 검증하지 못할 수도 있대. 대략 이렇게 이야기가 끝이 났단다.

비록 모든 것을 설명하는 하나의 이론을 아직 찾지는 못했지만 그 이론을 찾으면서 다른 이론들을 만들고 과학계의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고 하는구나. 예전에 연금술처럼 말이야. 그러니 앞으로도 만물의 이론에 대한 연구는 지속되어야겠구나. 인류는 과연 통일장이론을 찾을 수 있을까. 혹시 너희들도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니?^^ 짧게 이야기한다고 했는데, 주저리 주저리 길어졌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궁극의 이론이란 우주에 작용하는 모든 힘을 하나로 통일하고, 팽창하는 공간에서 소립자의 미세한 운동에 이르는 우주 만물의 안무(按舞)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책의 끝 문장: 오랜 세월 동안 무지한 상태로 살아왔던 인간이 드디어 신의 마음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 빅뱅 직전에 어떤 일이 있었으며, 무엇이 빅뱅을 유발했는가?
* 블랙홀의 내부(또는 반대편)에는 무엇이 있는가?
*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 우리 우주에는 웜홀(wormhole)이 존재하는가?
* 4차원 이상의 고차원 공간은 정말로 존재하는가?
* 우리 우주 외에 다른 우주가 존재하는가? 즉, 다중우주 또는 평행우주가 존재하는가?
- P12

시간과 공간이 변한다면, 물질과 에너지를 포함하여 당신이 측정할 수 있는 모든 것도 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빠르게 움직일수록 체중은 증가한다. 그런데 이 초과질량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움직이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면, 초과 질량의 출처는 바로 운동에너지이다. 이는 곧 운동에너지의 일부는 질량으로 변환되었음을 의미한다. - P55

양자의 개념은 1900년에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가 제기한 간단한 질문에서 탄생했다. ‘뜨거운 물체는 왜 빛을 발하는가?’ 물체를 불에 달구면 특정한 색의 빛이 방출된다. 인류는 이 사실을 수천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릇을 만드는 도공들은 가마의 온도가 수천 도에 도달하면 그 안에 넣은 도기가 적색에서 황색을 거쳐 청색으로 변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이것은 성냥이나 촛불, 또는 라이터만 있으면 즉석에서 확인 가능하다. 촛불에서 가장 온도가 높은 아래쪽은 푸른색을 띠고, 위로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지면서 노란색-붉은색으로 변한다.) - P83

지난 100년 사이 최고의 발명품으로 손색이 없는 트랜지스터를 예로 들어보자. 이 조그만 회로소자는 장거리 통신 네트워크와 컴퓨터, 인터넷 등 정보혁명을 견인한 일등공신이다. 간단히 말해서, 트랜지스터는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일종의 밸브이다. 수도 파이프에서 장착된 밸브를 돌려서 수량을 조절하는 것처럼, 트랜지스터는 홍수처럼 밀려오는 전자들 중 극히 일부만 통과시키는 초미세 전자밸브의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트랜지스터를 이용하면 작은 신호를 크게 증폭할 수 있다. - P119

1920년대에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우주에 적용하다가 난관에 봉착했다. 당시 대부분이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팽창하지도, 수축되지도 않으면서 항상 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서 얻은 해는 우주가 격렬하게 팽창하거나 수축된다고 강변하고 있었다(아인슈타인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것은 리처드 벤틀리가 제기한 질문의 해답이었다. 중력이 작용해도 우주가 붕괴되지 않는 이유는 팽창하는 힘이 중력을 압도할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다). - P179

그러나 이 세상을 이해할 때에는 ‘증명 가능하고 재현가능하며 반증도 가능한’ 과학을 동원해야 한다. 이것이 논지의 핵심이다. 문학작품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면서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에 대한 평가는 평론가마다 각양각색인데, 이 상황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흐를수록 몇 개의 방정식으로 축약되면서 더욱 단순하고 강력해진다. 이것이 바로 물리학의 매력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과학을 넘어선 영역에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선뜻 인정하지 않는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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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 - 나를 이루는 원자들의 세계
댄 레빗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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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오랜만에 과학 교양 서적이란다. 댄 레빗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 쓴 <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라는 책이란다.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지은이가 스토리텔링을 잘 구성하여 이야기해 주고 과학 이론들을 어렵지 않게 잘 이야기해준 것 같구나. 지은이 댄 레빗이 어떤 사람인지 지은이 소개를 보니 25년 넘게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사람이라고 하더구나. 그래서 책의 구성을 잘 했나 보구나. 책 제목 <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를 잘 살펴보면 이 책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눈치챌 수 있어.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원자들은 엄청 많을 텐데 그 원자들의 역사를 이야기해주는 책이란다.

그렇다면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원자들은 어디서 왔을까? 칼 세이건은 우리 모두는 별의 물질로 만들어졌다고 했단다. 이 말이 무슨 소린가? 하다가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주 탄생 전에는 아무것도 없다가 빅뱅과 함께 우주가 탄생하고 멀리 퍼져 나가 오늘날 우주가 된 것이잖니. 우리 몸도 우주의 한 부분이다 보니, 우리 몸을 이루는 물질과 별을 이루는 물질이 다르지 않다고 칼 세이건은 이야기한 것이야. 자, 그렇다면 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의 시작은 어디부터 해야 할까. 그래, 바로 우주의 탄생인 빅뱅부터야. 1931년 9월 과학진흥협의 창립 100주년 행사에서 벨기에의 르메르트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우주가 원시 원자로부터 폭발해서 생겨났다고 발표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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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

물리학자이면서 수학자이자 가톨릭 성직자이기도 한 르메트르는 강연장에서 당시의 물리학자들이 고민하기 시작한 우주의 진화라는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었다. 흰색 깃이 달린 검은 사제복을 입은 그는 고해성사를 받으려는 듯이 연단에 올라 신학에 위험할 정도로 다가서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는 우주 전체가 아주 작은 “원시 원자(primeval atom)”로부터 폭발하는 순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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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메트르가 이렇게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얼마 전부터 우주에 대한 관찰이 활발해졌기 때문이야. 르메트트는 1925년에는 먼 우주가 더 빨리 이동하고 있다는, 우주의 팽창을 발견했어. 자신이 발견한 것을 1927년 그 유명한 제5차 솔베이 물리학 회의에서 발표했단다. 제5차 솔베이 회의는 양자역학만 이슈가 되었는지 알았는데, 르메트르의 우주 팽창론도 솔베이 회의에서 발표를 했었구나. 르메트르의 우주 팽창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이들은 아무도 인정하지 않았어. 그 때까지 우주가 움직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거든. 르메트르는 솔베이 회의에서 아인슈타인을 만나 우주 팽창론을 이야기했는데 아인슈타인은 그런 이론을 혐오한다고 했다는구나. 우주는 정적이어야 한다면서 말이야. 르메트르의 우주 팽창론을 누군가 조롱하듯 백뱅이라고 이야기한 것이 나중에는 정식 용어가 된 것이라는 것은 유명한 일화란다. 아인슈타인은 1933년에 가서야 우주의 팽창을 인정했다고 하는구나.

….

 

1.

이렇게 빅뱅과 시작한 우주는 원자와 소립자를 만들어내게 되는데, 이 책에는 그런 원자들과 소립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어. 그 이야기들을 너희들에게 다 해주면 좋겠지만, 아빠의 기억력과 이해력은 너희들에게 설명할 수준은 되지 않는단다. 우주와 별들의 정체를 밝혀가는 이야기 속에 많은 과학자들과 과학계의 에피소드들을 재미있게 이야기해준단다. 과소평가되고 멸시된 여성 과학자들의 성과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었어. 그 중에 세실리아 페인에 대해 책에 적힌 내용을 소개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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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68)

페인의 발견은 별이 어떻게 활동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별이 대체로 수소와 헬륨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연구자들은 별이 어떤 연료를 태우느냐는 또 하나의 오래된 수수께끼도 풀 수 있게 되었다. 연구자들은 압력이 높은 별의 내부에서는 양성자가 1개인 수소 원자가 융합해서 양성자가 2개인 헬륨이 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태양이 열과 빛을 내는 방법이다. 페인 덕분에 과학자들은 새로운 이해를 근거를 결국 더 무거운 원소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신비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답은 별의 내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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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활한 우주에서 태양계와 지구로 범위를 좁혀 보자꾸나. 우리 몸은 태양계가 만들어지고 지구가 만들어진 다음 만들어졌을 테니까… 1950년대 말, 러시아의 사프로노프라는 사람은 행성의 발생원리를 밝혀냈다고 해. 그리고 1960~70년대에는 지구의 초창기의 물질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었다는구나. 하지만 지구의 역사가 45억년이니까, 지구의 초창기의 물질이라도 하면 약 35억년 이전의 물질이라고 하는데 그 물질을 얻을 수 없어서 진전이 없다가 인류가 달에 다녀오고 나서야 달의 암석으로 연구를 했다는구나. 달은 소행성들이 지구와 부딪혀 지구의 일부가 떨어져나가 생긴 것이니, 풍화를 겪지 않은 달의 암석은 곧 초기 지구의 물질이니 말이야.

…

지구가 생겨났다. 아직도 우리 몸까지 오려면 많은 여정이 많아 있단다. 지구에서 어떻게 물이 생겨났을까? 초기 지구에는 엄청나게 많은 물이 있었는데, 그 많은 물들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얼음을 가득 품고 있는 혜성과 충돌 때문이라고 생각한 이들도 있었는데, 1986년 지구 근처로 온 헬리혜성의 성분을 조사해 보니, 혜성의 물의 성분과 지구의 물 성분이 많이 달랐다고 하더구나. 얼음 덩어리의 소행성들과 충돌에 의해 지구에 물이 생겼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가설이라고 하더구나. 그 오래 전 지구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거니?

…

어찌 어찌하여 지구에 물까지 생겼다고 하자. 그러면 생명을 어떻게 생겨날 수 있을까. 오래 전부터 과학자들은 생명의 탄생에 대한 연구를 했어. 1918년 러시아의 생화학자 알렉산드로 오파린은 무기물에서 생명이 생겨났다는 논문과 이를 바탕으로 <생명의 기원>라는 책을 썼대. 그가 그렇게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원소들과 무기물로 이루어진 우주의 원소들이 비슷하기 때문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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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우리 몸에 있는 지방과 탄수화물은 오로지 탄소, 수소, 산소로 만들어진 분자 사슬이다. 단백질은 탄소, 수소, 산소, 질소, 황으로 만들어지고 DNA는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으로 만들어진다. 그 6종의 원소는 우리 몸에 있는 모든 것의 거의 99퍼센트를 차지한다. 몸무게가 150파운드(68킬로그램)인 사람의 몸에는 산소 94파운드, 탄소 35파운드, 수소 15파운드, 질소 4파운드, 인 거의 2파운드, 그리고 황 0.5파운드가 있다.

그 종의 원소는 또한 우연히도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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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1년 시카고대학교의 스탠리 밀러는 오파린의 이론을 직접 실험해 보려고 했어. 원시 지구의 원소들인 메테인, 암모니아, 수소, 수증기 등에 불꽃과 번개를 고압 전기로 시뮬레이션해서 유기물을 만들어내려고 했어. 그렇게 해서 스탠리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리신을 생성하는데 성공했단다. 그는 계속해서 시험해서 유기 분자들을 추가적으로 만들어냈단다. 하지만 유기 분자로만으로는 생명을 만들어낼 수 없었어. 그는 계속 실험해서 DNA와 RNA의 기본 단위인 유클레오타이드를 만들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10년을 해도 진척 사항이 없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또 절망적이게도 스탠리 밀러가 실험에 사용했던 메테인, 암모니아, 수소 등의 기체들이 초기 지구의 대기에 없었다는 것이 밝혀졌다는구나.

그렇다면 이 유기물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우주의 분자들을 연구해 보니 수많은 유기 분자들이 있었다는구나. 그런 분자들 중에는 DNA와 RNA 기본 단위 분자인 유클레오타이드도 있었대. 이런 것으로 보아 지구의 유기분자는 소행성과 충돌하면서 지구로 온 것으로 보인다고  하더구나. 물도 그렇고 소행성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니…

…

 

2.

자, 이제 유기분자가 지구에 온 것까지 알아 보았어. 그 다음에는 생명의 시작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준단다. RNA가 어떻게 생명을 촉발했는지 말이야. 그런데 연구를 하다 보니 도저히 초기 지구 환경에서 생명 탄생이 어렵다고 생각한 사람들 중에 화성에서 처음 생명이 탄생했다고 주장하는 하는 이들도 있다는데, 아직 주장에만 그치고 밝혀내지 못했다고 하는구나. 초기 지구나 초기 화성이나…

…

우리의 몸은 우리가 먹는 것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당연하겠지. 우리가 먹은 것들은 식물성도 있고 동물성도 있는데, 동물성들도 결국 먹이연쇄를 따라가 보면 식물들에 다다르게 된다. 그러니 우리 몸의 구성을 알기 위해서는 식물들의 구성을 알아야 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광합성에 대해 알아봐야겠구나. 잉엔하우스라는 사람이 광합성을 처음 발견했대. 식물이 햇빛을 받을 때 녹색 잎에서 산소를 방출하고, 어두울 때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을 처음 밝혀냈다고 하는구나. 그 이후 케이멘과 루빈이라는 사람들이 광학성의 원리에 대해 연구를 했대. 식물의 질량은 어디서 오는지 연구를 했대.

당시 식물의 질량은 흙에서 온다고 생각했는데, 케이벤과 루빈의 연구를 통해 식물의 질량은 공기에서 얻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대. 그들은 광합성 연구를 한참 하던 시기에 미국이 진주만 공습을 받고 그들은 화학무기 개발에 투입되었다고 하는구나. 루빈은 화학무기 실험 중 실수로 시약병이 깨져서 죽고 말았다고 하니 안타깝구나. 케이멘은 맨하튼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간첩으로 의심받고 쫓겨나고 말았대. 과학자들에게도 수난의 시대로구나. 케이멘과 루빈이 하던 광합성 연구는 멜빈 캘빈과 앤드루 벤슨이라는 사람이 이어서 했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당으로 변화하고 이것이 우리 몸을 만들고 우리 몸에서 열을 내는데 사용된다는 것을 밝혀냈다는구나. 그런데 멜빈 캘빈과 앤드루 벤슨은 결별하게 되고, 나중에 캘빈만 노벨상을 탔다고 하는구나.

….

그렇다면 처음 광합성을 하는 생물체는 어떤 것이었을까? 30억년 전 남세균이라는 원핵생물이 있었는데 남세균은 광합성으로 산소를 배출하고 증식도 엄청 했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남세균 때문에 바닷속에 산소 농도가 급증하고, 바닷속에 녹아 있는 철이 다 녹슬어서 퇴적되어 지층에 녹슨 철로 된 층이 있다고 하더구나. 철이 다 녹슬고 나서는 바닷속 산소가 더 이상 녹지 못하고 대기로 배출하게 되었대. 이 때부터 산소가 대기에 배출되기 시작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산소가 너무 많아지면 독성을 띠기 때문에 단세포 미생물들이 산소의 독으로 많이 죽었대. 남세균이 지구 표면을 지배하고 이것이 빙하기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는구나. 그리고 미토콘드리아로 이루어진 세포가 등장하면서 생명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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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광합성은 20억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구를 오로지 단세포 유기체만 서식하는 대륙과 바다를 가진 세계에서 온갖 종류의 활기찬 생명체로 가득한 녹색의 행성으로 변환시켰다. 광합성이 가져다준 변화의 규모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남세균이 배출하는 독성 산소가 지구를 녹슬게 하고, 남세균의 경쟁자를 죽이거나 쫓아냈다. 남세균은 널리 퍼졌고, 엄청난 양의 로켓 연료인 산소를 대기 중에 배출했다. 갑자기 미토콘드리아로 가득 채워진 새로운 고성능의 세포가 등장했다. 그런 세포는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었고, 더 많은 유전자와 단백질을 만들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생명은 폭발적으로 복잡해졌다. 그런 세포 중 일부는 광합성 공장인 엽록체의 도움으로 산소의 농도를 더욱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후에는 바다에서 사나운 포식자와 눈부신 생태계가 등장했고, 광합성 식물이 대륙을 녹색으로 바꿔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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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 식물의 출현까지 이야기해준 지은이는, 이제 녹색식물이 어떻게 우리 인간까지 왔는지 이야기를 해준단다. 이 부분부터는 예전에 읽은 <경계>라는 책이 떠오르기도 했단다.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진화를 거듭해 가는 이야기… 약 5억년 전 단세포 조류가 이끼로 진화를 했는데, 이것은 생명체의 육지에서의 첫 도전이었단다. 하지만 토양이 부족하고 성장에 필요한 미네랄도 부족했어. 이것을 해결한 것이 곰팡이였다는구나. 곰팡이는 암석 속 미네랄을 채취하여 이끼에게 전달했대. 하지만 여전히 질소가 부족했는데, 이것을 해결해준 것은 박테리아였대. 박테리아는 공기 중에 있는 질소 분자(N)를 암모니아 형태로 바꾸고 이를 뿌리에서 흡수했다는구나. 이런 사실을 1886년 헬리겔 빌파르트가 발견하여 농업계 혁명을 이루었다는구나. 1908년 독일 프리츠 하버라는 사람은 암모니아 비료공장을 만들어 농산물 증식을 이루어 기아를 없애는데 큰 공을 세웠단다. 프리츠 하버는 벵하민 라바투트의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라는 책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이런 위대한 업적을 낸 사람이 1차 세계 대전에서는 염소 가스를 개발하여 수많은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고 했잖니.

…

수억 년 전 곰팡이와 박테리아의 도움으로 이끼는 크게 번성하게 된단다. 그리고 진화를 통해 줄기, 잎, 뿌리가 생기면서 지구의 육지 여기저기 퍼져 나간단다. 동물들을 구성하는 원자와 식물들이 구성하는 원자가 비슷한 것으로 보아 동물들도 결국 식물에서 진화해 왔을 거야.

…

그리고 동물들의 진화가 결국 인간까지 이어졌겠지. 이 책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데 아빠의 메모도 부실하고 기억력도 좋지 않아 건너뛰어야겠구나. 우리 몸을 온전한 몸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을 섭취해야 하고, 그렇게 섭취한 것들을 어떻게 세포로 만들어 우리 몸을 구성하는지에 대한 내용도 나온단다. 그 핵심은 DNA인데 그 DNA에 대한 발견과 구조를 알아내기 위한 과학자들의 연구와 경쟁과 배신에 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단다. 그리고 우리 몸을 이룬 세포들은 어떻게 계속 유지를 하느냐에 대한 이야기와 늙고 죽게 되는 원리를 끝으로 책은 마무리가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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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

세포가 지나치게 손상되어 더 이상 복구할 수 없게 되면 어떨까? 그런 경우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 있다. 세포 전체를 파괴해서, 재활용할 수 있는 조작으로 잘게 쪼개 폐기하고 완전히 새로운 세포를 만든다. 평균적으로 우리는 10년마다 세포를 교체한다. 하루에 3,300억 개의 세포를 갈아치우는 셈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작동하는 세포가 더 자주 교체된다. 강한 산(酸)에 노출되는 내장의 세포는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커서 계획적인 자살을 통해 이틀에서 나흘마다 새로운 세포로 교체된다. 긁히거나 자외선에 노출되는 피부 세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교체된다. 혈류를 따라 돌아다니는 적혈구는 120일마다 교체된다. 매초마다 거의 350만 개의 적혈구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뼈와 같은 곳에 있는 다른 세포는 10년에 한 번 정도로 그 빈도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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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했듯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자들의 역사를 아는 것은 전 우주의 역사와 지구의 역사와 생명의 역사 등 모든 과학을 총괄하는 그런 여정인 것 같구나. 그것을 너희들에게 아빠가 이야기해주려고 했으니 아빠의 욕심이 너무 과했구나. 나중에 너희들이 커서 한번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구나. 그리고 오늘 이야기해 준 것은 아빠가 책을 읽으면서 적은 메모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서, 잘못된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감안하길 바란다.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이 책은 할아버지의 말씀에서 영감을 받아 쓴 것이다.

책의 끝 문장: 원자의 여정을 되짚어보는 것은 세상을 새롭게 인식하는 일이다.

 


일반 언론은 그의 이론을 좋아했다. <모던 메커닉스>는 "하나의 원자가 폭발하면서 우리 우주의 모든 태양과 행성이 등장했다"고 경탄했다. 그러나 물리학자에게는 그런 아이디어가 그저 터무니없고, 가증스러운 것이었다. 캐나다의 존 플라스켓은 그런 주장을 "어떤 근거도 없이 겆잡을 수 없게 되어버린 추론의 사례"라고 비판했다. 르메트르의 옛 스승인 에딩턴도 그것을 "혐오스럽다"고 했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그에게도 르메트르의 주장은 지나친 것이었다. 그는 언제나 존재했던 우주를 믿고 싶어했다. - P27

지금까지 과학의 역사에서 우리가 관찰을 통해서 알아낸 모든 사실에 따르면, 우리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물질은 빈 공간 이외에 전자, 쿼크, 글루온이라는 단 세 가지 기본적인 입자로만 이루어져 있다. 질량이 없는 힘 입자인 글루온은 쿼크들을 서로 달라붙게 해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만들도록 한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30,000,000,000,000,000,000,000,000,000(30옥틸리언)개의 전자와 더 많은 수의 쿼크, 그리고 쿼크들을 서로 달라붙도록 해주는 수많은 글루온의 집합이다. - P58

대체로 철로 되어 있는 우리 행성 중심부는 바깥 부분이 녹아 있었기 때문에 자전하는 지구와 함께 회전한다. 그 속에서 흐르는 전류가 지구 주위에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거대한 자기장을 만든다. 대기권 바깥까지 확장되는 거대한 힘 장이 강한 에너지를 가진 우주선(cosmic ray)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 그런 힘 장이 없었다면 우리의 DNA는 작은 조작으로 부서졌을 것이다. 지구 자기장은 지구의 대기를 잘라내서 우주로 날려보낼 수 있는 또다른 위험 요소인 태양에서 오는 (주로 전자와 양성자로 구성된) 태양풍도 막아준다. 화성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 그러나 크기가 너무 작은 화성의 자기장은 태양풍 입자의 충돌을 막아줄 정도로 강하지 못하다. 그래서 화성의 대기는 우주 공간으로 날아갔다." 지구의 초기에 융용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지구는 자기 보호막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재앙이 역설적으로 우리에게는 행운이었다.
- P90

무엇보다도 물은 루이의 분자가 서로 만나고 뒤섞이는 우리 몸속의 바다에 해당하는 매질(媒質)이다. 역설적으로 그런 일은 물이 심한 약골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물 분자 사이의 결합은 아주 쉽게 끊어진다. 물 분자는 2개의 너그러운 수소 원자가 1개의 산소 원자에 불평등하게 결합해서 만들어진다. 더 무거운 산소는 가진 것을 너그럽게 나누지 않는다. 산소는 각각의 수소와 공유하는 전자를 자신에게 좀더 가까이 끌어당겨서 산소 쪽에는 약간의 음전하가 생기고, 수소 쪽에는 약간의 양전하가 생기게 만든다. 이웃한 음전하가 생기고, 수소 쪽에는 약간의 양전하가 생기게 만든다. 이웃한 분자의 산소와 수소 원자들이 가진 전하에서 내타나는 작은 차이가 수소결합이라고 부르는 약한 연합을 만들어서 액체의 물 분자가 서로 달라붙게 해준다. - P107

완전히 성장한 후에도 지친 몸은 쉴 수 없다. 우리의 DNA는 여전히 끊임없이 움직인다(그리고 DNA의 양은 대단히 많다. 수조 개의 세포에 들어 있는 모든 DNA 가닥을 한 줄로 늘어놓으면 태양계 지름의 두 배에 달한다). 그중 일부는 유전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풀어진다. 지금도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서는 수천 개의 유전자에 해당하는 RNA 복사본이 만들어지고 있다. 달리기를 하거나, 역기를 들거나, 음식을 먹거나, 병에 걸리거나,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마다 새로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활성화된다.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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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만들기 - 성형외과의의 탄생
린지 피츠해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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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인류가 생겨난 이후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단다. 그 많은 전쟁 중에 1차 세계대전은 규모도 규모지만 전쟁사에 있어 안 좋은 쪽으로 전환점이 되었단다. 가스전이 시작되었고 탱크 등 강력한 신무기들이 대거 등장하였단다. 이 이야기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는 이야기야. 그런 사람들 중에는 목숨은 건졌지만 얼굴을 다친 사람들도 많았단다. 얼굴은 한 인간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 얼굴을 다쳐 흉측한 모습이 되었다면 그 상처는 육체를 넘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갖게 된단다. 삶의 의지를 잃은 사람들도 있었어.

1차 세계대전 때 그렇게 얼굴을 다친 군인들을 치료하고 고쳐준 의사들이 있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사람이 영국의 해럴드 길리스라는 사람이란다. 아빠가 오늘 이야기라는 하려는 책 <얼굴 만들기>는 바로 해럴드 길리스와 그와 함께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들 다루고 있단다. 전쟁의 참혹함에서 살아났지만 다친 얼굴로 또 다른 전쟁을 치뤄야만 했던 이들에게 삶의 의지를 다시 심어 주었던 해럴드 길리스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단다.

지은이 린지 피츠해리스는 영국의 의학 연구자이자 작가라고 하는구나. 이 책 이전에는 <수술의 탄생> 등을 출간했대. 오늘 이야기할 <얼굴 만들기>의 부제는 ‘성형외과의의 탄생’이란다. 앞서 짧게 이야기한 것만으로도 성형외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짐작할 수 있겠지? 1차 세계 대전 중에 얼굴을 부상당한 사람들을 치료해주면서 성형외과가 시작한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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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5)

클레어에게는 다행히도 헤럴드 길리스라는 선견지명을 지닌 외과의사가 얼마 전부터 영국 시드컵의 퀸스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다. 얼굴 재건만을 전담하는 세계 최초의 외과의사 중 한 명이었다.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길리스는 기존에 초보적인 성형 수술 기법들을 개선하고 상황에 맞게 변형시킨 끝에 완전히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오로지 지옥 같은 참호에서 망가진 얼굴과 정신을 복구하겠다는 사명감으로 흔들림 없이 일에 매달렸다. 이 엄청난 도전 과제를 해내기 위해서 그는 사람들을 모아 독특한 의료진을 조직했다. 그들은 찢겨 나간 부위를 복원하고 파괴된 것을 재창조하는 일을 맡았다. 외과 의사, 내과 의사, 치과 의사, 방사선 의학자, 화가, 조각가, 가면 제작자, 사진사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집단이었다.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재건 과정을 도왔다. 길리스의 주도하에 성형 수술 분야는 진화를 거듭했고 새로 개척된 방법들을 표준화하면서 이윽고 현대 의학의 한 분야로 적법하게 자리 잡기에 이른다. 그 뒤로 이 분야는 전 세계 성형외과 의사들의 재건과 미적 혁신을 통해 우리 자신과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는 방식에 도전하면서 점점 번창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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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책 이야기를 한번 해보자꾸나.

 

1.

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1913년만 해도 해럴드 길리스는 골프를 좀 잘 치는 평범한 의사였단다.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와 결혼하여 아이도 낳으며 평범하게 지냈지.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고 해럴드 길리스도 1915년 봄부터 전장의 간이 병원에서 부상병을 치료하는 일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살려냈어. 해럴드가 있는 병원에 마리 퀴리도 병원에 방문했었다고 하는구나. 자신이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엑스선 기계 등을 고안해서 부상병 치료에 도움을 주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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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그 해 봄에 새로운 이들이 길리스와 모리슨만은 아니었다. 저명한 과학자 마리 퀴리도 병원을 방문했다. 퀴리는 라듐을 발견한 유명 인사했다. 1903년에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받았고 1911년에 또 한 번 받았다. 전쟁이 터졌을 때 퀴리는 연구를 중단하고서 자신이 연구하던 방사성 원소를 모두 납으로 코팅된 용기에 담아 보르도의 안전 금고로 옮겨 독일군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런 뒤 자신의 재능을 전쟁 쪽으로 돌려 병상, 발전기, 엑스선 기계, 사진 현상 암실 설비를 갖춘 차량을 고안했다. <꼬마 퀴리>라는 별명이 붙은 이 차량은 전쟁터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이 세계적인 물리학자이자 화학자는 전시에 엑스선 기계를 갖춘 진료소 200곳을 세우고, 여성 방사선학 전문가 150명을 훈련하여 운영을 돕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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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럴드는 전쟁터의 병원에서 미폴리트 모레스탱이라고 하는 프랑스 의사가 능숙하게 피부 이식을 하는 것을 보고 성형외과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성형은 자신과 같은 외과의사 뿐만 아니라 치과의사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수술진도 모집하였다고 하는구나. 그의 수술진에는 의사 출신 화가인 통크스도 함께 했단다. 당시 사진은 흑백사진기뿐이어서, 그것보다는 통크스가 세밀하게 그린 칼라 그림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어. 통크스는 수술 전후 환자의 얼굴을 그림으로 일을 맡았다고 하는구나.

….

피부 이식하는 것은 당시 생소한 수술이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단다. 그래서 좀 쉬운 방법으로 가면 등으로 얼굴의 다친 부분을 덮는 시술도 많이 했었대. <오페라의 유령>처럼 그렇게 티가 나는 마스크는 아니고, 얼굴색과 비슷한 색상으로 해서 최대한 얼굴과 비슷하게 가면을 만들었어. 조각가들이 이 작품에 참여해서 감쪽같이 만들기도 했대. 하지만 그 가면의 최대 단점… 늘 같은 표정의 얼굴이었고, 늙지 않는다는 점이야. 얼굴을 대체하기에는 너무나 큰 단점이었던 거야. 그래도 조각가들도 성형에 참여했단다. 성형 수술이라는 것이 대충 피부를 덮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환자들의 삶의 의지도 살려주기 위해서는 미적인 것도 고민을 해야 했기 때문이야. 조각가들은 그런 것에 도움을 주었단다.

이 책에는 당시 부상병들의 수술 전후 사진이 실려 있단다. 아빠가 생각한 것보다 수술은 훨씬 잘 된 것 같구나. 수술 전 사진을 보면 도저히 복구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사진들도 있는데, 수술 후 사진을 보면 수술의 흔적이 조금은 남아 있지만, 환자들의 자존심을 되살리는데 충분해 보였단다. 부상병들에게 해럴드 길리스는 또 다른 부모가 아닐까 싶구나. 그들은 해럴드 길리스에게 깊이 감사의 말을 전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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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

그 소식이 알려지자 수십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한 사람은 길리스가 기사 작위를 받자 이렇게 썼다. <선생님께서 제게 보여 준 경이로운 친절과 제 삶을 살 가치로 있게 만들어 준 모든 일을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또 한 환자는 자신의 위턱 일부가 사라진 적이 있다고 말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고 편지를 보냈다. <너무나 멀쩡해 보여서 11년 전에 거의 불에 다 죽을 뻔했다고 말하면 믿으려 하지 않아요.> 길리스의 노련한 손이 닿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삶이 과연 어찌 되었겠느냐고 말하는 편지도 많았다. 이렇게 쓴 사람도 있었다.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가기 전의 나 자신을 생각하면 정말로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길리스는 그들의 얼굴을 복원했지만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그들이 워낙 많았기에 그에게는 얼굴 없는 이들로 남았다. 한 병사는 이렇게 썼다. <선생님이 저를 기억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부상병 중 한 명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우리가 선생님을 기억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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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환자들의 부상 정도를 설명하기 위해 전쟁터에서 벌어진 일들을 자세히 이야기하는데 너무 처참한 장면들이란다. 전쟁은 이렇게 잔인하고 처참한 것이기에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것인데, 오늘날도 여전히 전쟁의 공포 살고 있구나. 그것도 무식하고 노망든 두 노인이 일으킨 전쟁 때문에 말이야. 또 얼마나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을까. 자신의 결정으로 무고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죄책감 같은 것은 느끼지 않을까? 그런 사람은 싸이코패스밖에 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이야기가 잠깐 다른 곳으로 샜구나.

 

2.

1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아이러니하지만 의료계도 많은 발전이 있었대.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처럼 성형외과의 큰 발전이 있었고, 마취학도 발전하여 독립적인 학문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구나. 그리고 수혈에 대한 연구와 발전도 있었대. 그 전까지는 피를 저장하지 못했는데, 이때부터 피를 저장하는 기술도 생겼다고 했어. 그렇게 의료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전쟁은 절대 안 되지.

…

1918년 6월 28일 베르사유 궁전에서 드디어 종전 선언을 했단다. 이제 총으로 얼굴을 다칠 일도 없었어. 그렇게 되자 성형 수술의 미래는 불투명했다고 하는구나. 오늘날 성형 외과가 이렇게 성행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나 보구나. 해럴드 길리스 등 전쟁 중에 성형을 했던 이들은 민간 성형외과를 시작했는데, 예상과 달리 무척 잘 되었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해럴드 길리스는 돈에 욕심 없이 치료를 해주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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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317)

성형수술로 돈을 벌었든 못 벌었든 간에 길리스는 미용 수술의 정당성을 둘러싸고 대중뿐 아니라 의료계 내부에서 나오는 의문들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는 오로지 허영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수술을 한다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만들어 줄 코가 헛수고가 된다면 내가 이런 일을 굳이 할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길리스가 때때로 내면의 갈등을 느꼈다는 것은 분명하다. 얼굴의 주름을 제거하다가 문득 내가 그저 돈을 벌기 위해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 들면서도 수술을 받은 이들의 얼굴에 피어나는 환한 표정을 볼 때면 과연 환자를 거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길리스는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에게는 사소해 보일 일탈이 당사자에게는 심한 고민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당시의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미용 수술이 원하는 이에게 약간의 추가 행복을 안겨주기에 정당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국 그는 그렇다고 결론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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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여 년 후 또 한번 큰 전쟁이 일어났단다. 2차 세계 대전. 그때도 해럴드 길리스는 전쟁터에서 얼굴 다친 부상병을 치료해주었고, 그 동안 성형외과는 더 발전하여 2차 세계 대전 때는 생식기를 다친 사람들도 치료해 주었대. 전쟁 때 생식기 재건 수술이 발전하면서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에는 음경성형술이 발전하고 성전환수술도 할 수 있게 되었다는구나. 성정체성을 겪는 사람에게는 큰 힘이 되었을 것 같구나.

…

평생 성형외과 발전에 큰 공을 세운 해럴드 길리스는 돌아가시기 한 달 전까지 수술을 하시다가 1960년 78살 때 돌아가셨다고 하는구나.

우리가 가진 평범하지만 상처 없는 이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구나. 그런데 나이가 들다 보면 자신의 생각이 얼굴에 새겨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니까 얼굴을 소중히 다루기 위해서는 생각도 올바르게 가져야 한다는 말.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잔소리가 된 것 같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캉브레의 동쪽 하늘에 붉고 노란 빛줄기가 환하게 뻗으면서 날이 밝았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런 수술이 과학적 사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제1차 세계 대전 때 해럴드 길리스와 직원들이 성형 수술 쪽으로 흔들림 없이 일구어 나간 성취 덕분이다.

 

 


거기에 악취까지 동반되어 공포스러운 광경은 더욱 끔찍하게 와닿았다. 썩어 가는 살에서 나오는 역겨우면서 달착지근한 냄새가 사방으로 수 km까지 뒤덮었다. 다가가는 병사는 시신을 눈으로 보기 전에 냄새부터 맡을 수 있었다. 악취는 그가 먹는 상한 빵에도, 마시는 고인 물에도, 입고 있는 넝마가 된 군복에도 배어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싸운 로버트 C. 호프먼 중위는 20여 년 뒤 미국이 두 번째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이렇게 경고했다. "죽은 지의 악취를 맡아본 적이 있나요? 모래알 하나를 보고서 애틀랜틱시티의 해변을 떠올린다고 상상해 보세요. 생지의 악취와 오래 전에 죽어 쌓여 있는 병사들에게서 나오는 악취의 차이가 그 정도는 될 겁니다." 호프먼은 시신을 묻은 뒤에도 <여전히 악취가 지독해서 몇몇 장교가 심하게 알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 P14

길리스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칼을 움직여 환자의 가슴에서 특징이 사라진 얼굴에 이식할 피부를 떼어 내기 시작했다. 그 의료진은 설명을 이어나갔다. "가슴에 그려진 얼굴 전체를 떼어내어 손상된 얼굴을 덮을 거예요. 코는 갈비뼈에서 떼어낸 연골을 넣어 만들 거고요. 살아있는 진짜 피부로 덮을 겁니다. 피부 조직은 자연적으로 공급되는 피를 받아서 이식편처럼 새 자리에서 자랄 거예요. 그런 뒤 남은 흉터를 다 없앨 겁니다." - P193

길리스는 으레 그랬듯이 수술을 앞두고 자신의 집무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는 발라디에의 편지를 옆에 두고서 벨의 얼굴을 재건할 계획을 마음속으로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코였다. 코는 감염되었음에도 기적처럼 남아 있었다. 하지만 코가 허약해진 상태이기에 사소한 실수만 해도 아예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술 시간이 다가오자 길리스는 자신이 적고 스케치한 내용들을 살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을 시간이 되었을 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예전 프로그널 땅의 중심이었던 본관을 나섰다. 그는 새로 깎은 잔디밭을 가로질러서 새로 지어진 건물로 향했다. 환자들이 지내고 있는 병실과 그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 수술실이 거기에 있었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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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흑역사 - 이토록 기묘하고 알수록 경이로운
마크 딩먼 지음, 이은정 옮김 / 부키 / 2024년 3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우리의 정체성은 어디서 만들어질까. 뇌를 빼고 정체성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구나. 심장이 달리고 있지만, 뇌가 죽었다면 뇌사라고 해서 의학적으로 죽은 것으로 인정하기도 한단다. 우리 몸 전체로 봤을 때는 적은 분량밖에 차지하는 뇌이지만, 우리 몸 전체를 지배한다고 할 수 있단다. 뇌는 정체와 동작원리가 완벽하게 알려지지 않은,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란다. 뇌에 이상이 있으면 이상한 신체 증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 증상들이 아주 다양하단다. 그런 다양한 증상들을 책으로 엮어 출간한 경우가 많이 있단다. 아빠도 그런 책들을 여럿 읽었고,

최근에 또 한 권을 읽었는데 그것이 오늘 너희들에게 이야기할 마크 딩먼의 <뇌의 흑역사>라는 책이란다. 책 제목에 흑역사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한때 유명했는데,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의 우리나라 제목을 <뇌의 흑역사>라고 진 것이 아닌가 싶구나.

….

 

1.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의 뇌가 정상임에 감사한 마음이 들게 되더구나. 아빠는 기억력이 좋지 않은 뇌로 변해갔지만 말이야. 뇌가 고장이 나면 참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그 중에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볼게.

먼저 자신이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대. 멀쩡히 살아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은 이미 죽은 몸이니 장례를 치르고 묻어달라고 하는 이들이 있대.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까. 사고로 몸의 일부를 절단하게 되면 뇌는 한동한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환상지에 대한 내용은 다른 책에서도 읽은 적이 있어서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멀쩡하게 있는 몸이 없어졌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구나. 없어야 할 신체가 있어서 괴로워하던 그 사람은 멀쩡한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고 나서야 만족감을 느꼈대. 그런데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손마저 거추장스럽게 느껴져서 손목까지 잘랐다고 나는데, 손목을 자를 때의 고통이 안 느껴질까? 아무리 뇌에 이상이 있다고 하지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뇌의 정체가 무엇이길래, 이런 것을 용납한단 말인가.

…

원치 않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올라 불안감을 주는 것을 강박증이라고 하는데 이런 강박증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을 거야. 그런데 그 강박증이 심하면 생활하는데 문제가 되지. 어떤 여자는 강박증이 심해지면서 담뱃재를 먹는 사람이 있대, 먹을 수 없는 것을 먹는 것을 이식증이라고 하는데, 그 사례들을 들어주었는데 정말 이상한 것들을 먹는 사람들이 많더구나. 그리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이들도 있는데, 어떤 부부는 쓰레기를 모으는 경우도 있대. 이런 경우는 저장 강박증이라고 하는구나. 무엇인가 모아야 하는 하는 강박증. 좁은 공간에 수많은 동물들을 모으는 사람… 그것은 동물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야.. 좁은 공간에 수많은 동물들을 몰아넣고 그곳에서 배변과 섞여 함께 지내는 동물들.. 열악한 환경으로 영양실조에 걸린 동물들… 아무리 뇌가 고장이 나서 한 행동이지만 동물 학대로 처벌 대상일 것 같구나. 연구를 해보니 뇌의 전전두피질에 손상이 생긴 경우 이런 저장 강박증상을 보이게 된다고 하는구나.

….

뇌에 이상이 있을 경우 머리가 이례적으로 좋아지는 경우가 있단다.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킴 픽이라는 사람의 예를 들었어. 킴 픽은 어릴 때 두개골 이상으로 정신지체아 판정을 받았어. 성인이 되어도 아이큐가 87에 불과했지… 정신지체, 발달이상의 예상되었던 그는 뛰어난 기억력과 산수 능력에 특출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대. 58세까지 12000권을 모두 외웠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구나. 이렇게 경이로운 천재 증상이 나타나는 서번트 증후군은 전측두엽에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난다고 해..

2006년 마흔 살의 데릭 아마토란 사람은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다가 바닥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혀 뇌진탕 증상이 있었대. 심한 두통과 기억력에 문제도 생겼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갑자기 피아노를 치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생겼다는구나. 그 전에는 피아노를 제대로 쳐 본 적도 없는데 말이야. 그렇게 피아노는 쳤는데 엄청 잘 치게 되었다는 거야. 이후 그는 피아노 연주자로 활동을 했다는구나. 머리에 충격을 받은 이후 천재적 재능을 갖게 된 경우 후천적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극히 드문 사례라고 하는구나. 그러니 괜히 머리를 벽이 박고 그러면 안 된다^^ 그런데 더 신기한 사례는 머리에 손상이 없는데도 어느날 갑자기 지능이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구나. 뇌의 작동 비밀은 정말 신기하구나.

…

 

2.

뇌에 이상이 생기면 성에 대한 욕망도 이상해진다고 하는구나. 에리카라는 사람은 에펠탑에 사랑에 빠져서 결국 2007년에 결혼까지 했대. 그런데 에리카가 사람이 아닌 사물과 사랑에 빠진 것은 에펠탑이 처음은 아니라고 하는구나. 그 전에는 활, 일본도와 사랑에 빠진 적도 있대. 이런 이들을 사물성애자라고 한단다. 그리고 성도착증이라고도 부르는 패티시에 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단다. 정말 다양한 것에 성적 욕망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떤 사람은 옷핀에 성적 끌림을 느낀다고 했대. 그 사람의 경우 측두엽을 일부 수술하고 증상이 나아졌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이런 잘못된 성적 욕망은 성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단다. 그리고 성아소애자도 뇌의 문제가 관련 지어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다면 이런 성범죄를 뇌의 문제로 책임을 돌릴 수 있을까. 지은이는 그런 성적 욕망을 실제로 실행하여 옮기는 것은 윤리적 결정을 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지 못한 것이므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단다. 정상적인 성적 욕망을 가진 사람들도 윤리적이지 않으면 실행하지 않는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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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성도착증의 신경과학적 논의도 쉽지 않다. 소아성애와 같은 문제 있는 성적 행동을 신경생물학적 이상의 탓으로 돌린다면 충동을 실행으로 옮긴 사람에게 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소아성애자가 자신의 행동을 뇌종양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면, 만일 소아성애자가 자신의 행동을 뇌종양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면, 이들은 행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걸까? 이 질문에는 더 깊은 철학적 논의가 필요하지만, 소아성애자의 뇌가 소아성애적 행동을 일으킬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이 밝혀진다고 해서 범죄를 저지른 인해 죄가 없는 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비정상적 뇌 활동으로 인해 소아성애적 관심이 생긴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기까지 무수한 결정을 내려야 하며 (오늘날 개인의 책임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바탕으로)그 모든 결정에는 도덕적 책임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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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보다 보면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하는 여러 사례가 나오는 것 같구나. 다중인격장애라고 부르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도 그런 것 중에 하나야. 내 안의 또 다른 자아가 있는 것은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소재거든. 캐런이라는 사람의 경우 17명의 인격을 가지고 있었다는구나. 계속된 치료를 통해 9년만에 하나의 인격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이런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희망을 가져야겠구나. 신기한 것은 인격뿐만 아니라 신체의 증상도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대. 예를 들어 어떤 인격의 경우 시력이 문제가 없는데, 다른 인격이 나타나면 실명을 한다는 거야. 음.. 정말, 알면 알수록 신기하구나.

..

뇌의 정신이 신체를 지배하는 사례들도 이야기를 해주었어. 뇌에서 강하게 믿으면 그것이 신체에 영향을 준다는 거야. 어떤 사람이 오진으로 암을 진단 받았대. 그런데 그 사람은 자신이 암으로 곧 죽을 것이라고 강하게 믿었고, 그는 얼마 못 가서 죽고 말았다는구나. 그런데 죽고 나서 부검을 해보니 암은커녕 죽을 만한 어떤 병도 없었대.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결국 죽었다는 거야. 이걸 반대로 이야기하면 아무리 큰 병이 걸렸더라도 자신이 살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만 있다면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도 있다는 거야. 이런 믿음의 치료의 가장 유명한 것은 플라세보 효과라는 것이 있단다. 플라세보 효과는 너희도 들어봤을 것 같은데,  이것은 실제 효과가 있어서 의사들은 플라세보 효과를 많이 이용을 한다는구나. 플라세보 효과와 반대로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예상을 하면 해로운 결과가 나오는 노세보 효과라는 것도 있다는구나. 이것은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겠구나.

….

뇌에 이상이 생기면 갑자기 글을 읽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대. 특히 뇌졸중 후유증으로 이런 경우가 가끔 나타난대. 글을 쓸 수는 있지만 읽지 못하는 실독증 증상이 나타난다는구나. 그렇게 글씨를 읽지 못하는 기능 이외에 말을 잃어버리는 실어증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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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명칭실어증은 대뇌피질의 여러 구역에 생긴 손상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환자가 겪는 장애에 따라 손상 구역이 조금씩 달라진다. 동사를 잘 떠올리지 못하는 환자들은 대뇌피질의 전면부 근처에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고 명사를 떠올리는 데 문제가 있는 환자들은 측두엽 근처에 손상을 입는 경향을 보인다. 더 세세하게 구분할 수도 있는데, 측두엽에서 어떤 영역에 손상이 생기면 사물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고, 이와는 또 다른 영역에 손상이 발생하면 생물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는 장애가 유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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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율증이라는 것이 있어. 언어에 강정이 실리지 않은 채 말을 하는 거야. 마치 대충 만든 AI의 목소리라고 해야 할까. 이 증상은 우반구가 손상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다는구나. 임플란트 수술 후 말투와 억양이 이상하게 변하는 외국인 억양 증후군이라는 것도 있대.

…

앞서 믿음이 병을 낫게 할 수도 있고,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했잖아. 그런 믿음이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함께 믿으면서 비극적인 일이 일어난 경우도 있대. 공유정신병적 장애 또는 유발된 망상 장애라는 부르는 증상은 여러 사람들이 같이 망상적 사고를 갖는 경우라고 해. 이 경우 무엇인가 의심하는 의심회로가 비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경우의 최악의 경우는 존스타운의 예처럼 사이비 종교 단체로 모여 900명이 단체로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는구나.

…

그밖에 뇌수막염 치료 후 유달리 생물만 알아보지 못하는 현상,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안면실인증 현상도 있고, 뇌졸중 치료 후 오른손이 마치 자아가 생긴 것처럼 자기 맘대로 행동하는 외계인손 증후군도 있고 손이 커지는 느낌을 갖는 앨리스 증후군 등 다양한 증상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었어.

이 책을 읽다 보면,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아빠의 뇌가 그래도 정상임에 고마워야 해야 하고, 앞으로도 뇌를 잘 관리해 주어야겠구나. 피곤하면 잠도 푹 자고, 적당한 운동으로 뇌를 활성화 시키고 말이야. 너희들도 숙제 한다고 늦게 자는 경우가 있는데 너희처럼 아직 뇌가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의 경우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단다. 제발 일찍들 주무시길.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1966년, 구름 한 점 없는 무더운 8월의 어느 날이었다.

책의 끝 문장: 이러한 현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남들도 나와 같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 전체의 정신 건강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알렉스가 겪은 건 카그라스증후군으로, 1923년에 이 병증을 처음 기록한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조셉 카그라스의 이름을 따 명명한 이상증이다. 환자는 배우자, 자녀, 부모, 형제 등 가까운 사람들이 저도 모르는 새 똑같이 생긴 사기꾼으로 바꿔치기 되었다고 믿는 독특한 일탈 행동을 보인다. 환자는 대개 외관이나 행동의 사소한 차이점, 혹은 환자 자신도 잘 설명하지 못하는 특정할 수 없는 특징을 들어 사기꾼과 ‘진짜’ 사이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P36

강박 사고와 강박 행동은 인간이 얼마나 쉽게 뇌에 관한 통제력을 잃을 수 있는지 다시금 일깨워 준다. 환자들은 자신의 생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으며 짜증날 정도로 달갑지 않은 행동부터 트라우마가 될 정도로 고통스러운 행동까지 심각한 수준의 행동들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고 호소한다. 이러한 생각과 행동은 환자 스스로 원하는 것이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발생한다. 마치 악덕한 선동가가 뇌 안에 들어앉아 우리 행동을 조종하는 것과 비슷하다. 신경과학 연구가 강박장애에 관한 사실들을 밝혀내 환자들의 생각과 삶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줄 날이 빠른 시일 내에 왔으면 한다. - P89

투쟁-도피 반응은 공포를 느끼거나 극도의 긴장을 느낄 때 심박수가 올라가고 혈압이 상승하며, 숨이 가빠지고 동공의 확장되는 등 우리가 이미 잘 아는 신체적 변화를 일으킨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즉시 행동할 수 있도록 산소가 풍부한 혈액을 근육으로 더 많이 보내고 주변 사물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동공을 확장하여 도망가든 싸우든 조치를 취하게끔 우리 몸을 대비시키기 위해서다. 동시에 현재 상황에서 에너지 쏟을 필요가 없는 과정을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방광수 수축(싸우는 중에 오줌을 지린다고 무척 안타깝지 않겠나)이나 소화 같은 것 말이다. - P148

이와는 별개로, 비처의 발견은 임상 의학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 발견은 플라세보 효과가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다는 점은 물론, 약의 효능이 상당 부분 플라세보 효과에 기인한다는 점을 암시했다. 다시 말해 가짜 약을 먹고도 나아진다고 느끼는 이유가 나아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인 것처럼 진짜 약을 먹고 느끼는 효능의 일부 역시 약을 먹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는 것이다(나머지 효능은 약의 실제 성분 덕분이다) - P169

당신의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한다면, 축하한다.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기를 바란다. 뇌와 나머지 신체 기관이 영원히 멀쩡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인간의 뇌는 경이로운 유기적 기계이지만, 모든 기계가 그러하듯 언젠가는 고장 나기 마련이다. 그러니 할 수 있을 때 뇌의 모든 기능을 활용하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즐거움을 탐닉하고(절제하는 연습도 하고), 깊이 생각하고, 몸을 움직이자. 뇌가 허락하는 모든 일을 해 보자. 그냥 하지 말고 즐겁게 하자. 우리의 뇌를, 그리고 뇌가 우리에게 빌려주는 능력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자.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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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 배제된 생명들의 작은 승리 ㅣ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년의 비밀> 3
김시준.김현우,박재용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오래 전에 EBS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은 <멸종>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 그 책은 다큐멘터리 <생명, 40억 년의 비밀>을 책으로 엮은 세 권 중에 한 권이었어. 그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또 다른 책이 <경계>를 구입했단다. 그 <경계>라는 책은 책장 한쪽 구석에 박혀 있다가 얼마 전에 아빠가 다른 책을 찾다가 눈에 띄었단다. 그래서 이번에 읽은 거야.

<멸종>이라는 책을 언제 읽었는지 찾아봤더니 2017년에 읽었더구나. 정말 얼마 전에 읽은 것 같은데 이렇게 오래되다니… <멸종>을 통해 지구역사 상에 있었던 다섯 번의 대멸종과 현재 진행중인 여섯 번째 대멸종에 대해 알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구나. <경계>라는 책은 제목을 잘 지은 것 같구나. 그냥 ‘진화’라는 제목을 지어도 될 것 같았는데, ‘경계’라는 단어를 선택했어. 여기서 경계란 서로 다른 환경의 경계를 이야기한단다. 물 속에서만 살던 생명체들이 왜 경계를 넘어 육지로 올라왔는데, 육지에 살던 생명체들이 왜 경계를 넘어 하늘로 날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게 경계를 넘어선 생명체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단다. 원래 살고 있던 환경에서 경쟁에 져서 밀려나서 새로운 환경에 갈 수 밖에 없었던 거야.

 

1.

먼저 경계를 넘어선 식물들을 이야기를 해보자. 아주 오래 전에 대기 중에 산소가 부족하고 태양의 자외선 때문에 물 밖에서는 살 수가 없었어. 바닷속에서 개체수를 늘려가던 생명체들이 만들어낸 산소가 대기 중에 모이기 시작하면서 대기 중의 산소 농노가 늘어갔어. 그리고 산소가 성층권까지 올라가서 환원성 기체들을 만나 오존층을 만들게 되었어. 너희들도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그 오존층은 자외선을 막아주어 물 밖에서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기반은 만들어졌지. 하지만 굳이 바닷속을 벗어갈 이유는 없었어. 경쟁에서 밀려나지만 않았다면 말이야.

바닷속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경쟁에서 밀려난 녹조류들이 뭍으로 조금씩 올라와 살기 시작했단다. 처음에는 수심 낱은 바닷가에서 살았겠지. 그러다 점점 밀려 올라와 습지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때 생겨난 식물들이 양치식물과 선태식물들이었단다. 폐름기말의 대멸종을 거치면서 살아남은 고사리를 식물계의 제왕이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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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3)

대엽을 무기로 고사리는 폐름기말의 대멸종을 버티며 중생대를 자신의 시대로 맞을 준비를 한다. 더불어 고사리류는 엄청난 진화방산을 해낸다. 커다란 잎으로 광합성의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키운 덕분이다. 마치 영국이 산업혁명을 통한 대량생산으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한 것처럼 고사리는 고생대 말과 중생대 초의 식물계의 패권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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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습지에서 살아나던 식물들 중에 경쟁에서 밀려난 식물들은 또 다른 환경으로 이동하면서 다양한 식물들이 나타나면서 결국 종자식물까지 진화하게 된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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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중생대 전반을 거쳐 확연한 지상 생태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겉씨식물의 경우 가장 살기 좋은 곳을 자신의 터전으로 삼았을 것이고 그곳에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데 굳이 꽃을 피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점점 높은 산 위로 올라간 식물이다 건조한 지역으로 이동한 식물들은 살기 위한 시간과 진화의 싸움을 벌여야 했다. 이들은 좀 더 효율적으로 번식을 해야 했고 하나의 꽃가루도 하찮게 여기지 못하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짧은 우기에, 혹은 짧은 여름에 재빠르게 번식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애써 수정한 씨앗이 이런 건조하고 추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특별한 장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 투쟁의 결과가 꽃이고 배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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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번에는 더 흥미진진한 동물들의 경계 이야기를 해보자. 동물들도 바닷속에서 시작했어. 캄브리아기 대폭발 때 동물군들이 다수 발생하여 다양한 종들이 번성했단다. 척추동물도 이때 시작했어. 다양한 어류들이 나타났는데 그 중에 육기어류들도 있었어. 이 육기어류들은 폐가 있어 공기호흡도 했단다. 이런 육기어류들 중에 사지형 어류들이 있는데 이들이 바다에서 경계를 넘어 땅으로 올라오게 되었단다.

육지에 오면서 목이 길어지고 척추가 튼튼해지고 갈비뼈가 발달하는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를 했어. 그들이 이렇게 땅으로 올라온 것은 고생기 데본기였단다. 그런데 이때 대양한 육상 식물들도 폭발적으로 늘었어. 식물들이 늘어나다 보니 그들의 광합성 때문에 산소 농도가 급격하게 늘고 이산화탄소가 줄어들었어. 이산화탄소가 많으면 온실 효과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잖니… 그렇다면 이산화탄소가 적다면 어떻게 될까? 온실효과가 줄어들어 지구의 온도는 급격하게 떨어졌단다. 이건 생명체들에게 치명타였어. 많은 육지의 생명체들이 멸종되고 말았단다. 뿐만 아니라 이때 조산운동도 많이 일어났는데, 이 조산운동으로 바다의 환경도 급격하게 변하면서 바다의 생명체들도 많이 멸종되었대. 이 때의 멸종을 데본기 대멸종이라고 불렀단다.

…

멸종기였지만 살아남은 종들도 분명 있단다. 그렇게 살아남은 이들은 또 경쟁을 하고 경쟁에서 지면 경계를 넘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진화했단다. 그런데 육지에 살던 육식동물 중에 먹이가 떨어져서 먹이를 찾아 다시 바다로 돌아간 동물들도 있다고 하는구나. 바다에 살고 있는 포유류 중에 대표적인 것이 고래잖니. 아빠는 고래가 처음부터 바다에 살았던 동물인줄 알았는데, 고래는 육지에서 살다가 다시 바다로 돌아간 동물들이라고 하는구나. 고래가 덩치가 크잖니. 그들이 육지에서 살 때도 덩치가 크고 덩치가 크다 보니 느렸대. 그렇다 보니 다른 육식동물에게 먹어 사냥 경쟁에서 지고 만 거야. 그래서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는 바닷가 주변에서 사냥하면서 살다가 완전히 바다로 가서 살게 된 것이란다. 바다에서 살면서 고래의 덩치는 점점 커졌는데 그 이유는 체온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포유류는 정온동물인데 온도를 유지하려면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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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바다에 살기 시작한 이후 고래의 조상은 점점 덩치가 커진다. 가장 큰 이유는 체온 때문이다. 바닷물은 공기보다 체온을 빨리 뺏어간다. 체온을 보존하는 것이 바다에서 살기로 결정하는 순간 가장 중요한 일이 된다. 특히 고래는 어떠한 조건에서도 항상 일정한 체온을 유지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포유동물, 즉 정온동물이었다. 몸 전체에 두꺼운 피하지방을 둘러 체온은 유지하는 것은 불가결한 선택이었고, 이로 인해 덩치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커진 덩치는 부피 대비 표면적을 줄여 체온이 손실을 방지해주었다. 추운 극지방에 사는 생물들이 덩치가 커진 것도 같은 이유다. 바닷속에서 사는 시간이 많은 펭귄이나 물개, 바다사자 같은 생물들도 육지의 친척들에 비해 덩치가 크고 피하지방층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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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이후 바다의 제왕으로 오랫동안 지내오다가 최근 3세기 동안 백인들의 무차별 고래잡이로 멸종 위기까지 겪게 된 것이란다. 바다소라는 동물도 있었대. 고래처럼 경쟁에서 밀려나서 바다로 갔다고 현재는 네 종만 빼고 모두 멸종했다는구나. 이들의 멸종은 먹이 부족의 원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인간들이 큰 책임을 지고 있단다. 남아 있는 네 종도 멸종 위기라고 하고 하는데, 이 책이 나온 지 십 년이 다 되어가는데 잘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그 밖에 바다에 살고 있는 포유류들, 예를 들어 물개, 바다표범 등도 육지에서 경쟁에서 밀려나 바다로 가서 진화하여 오늘날에 이른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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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땅 위에서 먹이 경쟁에서 진 생명체들 중에 나무 위에 있는 먹이를 먹다가 결국 날게 된 이들이 새가 된 것이란다. 처음에는 경쟁에서 져서 새로운 환경으로 밀려난 것이지만, 그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하면 더 멋진 삶을 살 수도 있다니, 전화위복이 따로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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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날개를 만들기까지의 고된 과정을 생각하면 이들이 스스로 원해서 날개를 가졌을 가능성은 없다. 드넓은 대지 위에 자신의 몸 하나 편안하게 누일 곳이 없었던 생명, 가는 잠이 들다가도 풀숲을 뒤척이는 작은 기척에 화들짝 놀라 큰 눈을 굴리며 사방을 살피던 생명, 먹이를 구하러 다니다가 천적의 냄새에 쪼르르 도망가던 생명. 이런 생명들이 나무를 타고 나무 위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것이 새의 비상을 위한 첫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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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서 져서 땅 속으로 도망가서 진화한 종들도 있어. 지렁이, 두더지가 대표적인데 뱀도 그런 동물이라고 하면 의아해 할 거야. 뱀의 집도 땅 속에 있지만 주로 땅 위에서 생활하며 우리를 무섭게 하잖니. 뱀도 지렁이처럼 경쟁에서 밀려나 땅 속에서 살다가 백악기 대멸종 이후 경쟁자가 줄어든 땅 위로 다시 올라와 살기 시작했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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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238)

뱀이건 도마뱀이건 땅속으로 들어가야 했던 이유는 아마도 지상의 생태계에서 자신이 누리던 역할과 지위를 빼앗겼기 때문일 것이다. 벌레를 잡아먹자니 포유류의 선조들이 훨씬 더 빠르게 사냥을 해서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다른 작은 동물을 잡아먹고 살지니 지배파충류에서 진화한 공룔 중 덩치가 비교적 작은 이들에게 밀려난다. 변온동물이라 밤에는 움직이기가 힘들고 낮에는 다른 동물과의 경쟁이 버겁다. 그래서 갈 수 밖에 없었던 곳이 바로 흙 속이었으리라 추측해 본다. 포식자를 피해 땅속으로 숨어, 흙 속을 헤매는 다른 벌레를 먹으며 살아가게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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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인류를 보자. 인류는 육식동물을 피해서 각박한 환경의 초원에 살 수밖에 없었어. 먹을 것도 제대로 없었어. 처음에는 다른 육식동물이 남긴 먹이를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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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익숙한 환경과 삶에서 내몰린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 인간의 선조 역시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미 나무를 타기에 적합하게 진화한 앞발로는 초원에서 사족보행을 할 수 없었다. 우리의 숲 친척인 고릴라와 침팬지 등은 손등은 땅에 대며 걷는 이른바 ‘손등걷기’를 한다. 손등걷기는 숲에서 잠시 걷는 것에는 괜찮을지 모르나 초원에서 천적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을 때 걷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나무를 타기에 적합한 손으로 오랜 기간 초원을 걷기가 힘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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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육식동물에 대항하기 위해 무리를 지어 같이 다니기 시작했어. 인류는 다른 동물과 달리 바뀐 생태계에 적응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태계를 자신들에게 맞췄단다. 음.. 개척한 거지… 그런 인류의 생태계 개척은 그곳에 적응하여 살고 있는 다른 생명체들에게는 최악이었단다. 멸종되는 거야. 그런 인류의 개척은 오늘날까지 이어져서 지금은 지구상의 연쇄살해자가 되고 말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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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이런 인간의 탈출은 기존의 생태계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았다. 인간이 개척한 곳마다 기존의 생태계는 배제된다. 농경지를 일구면 그 곳에 살던 식물들이 사라지고, 식물과 함께 살던 동물과 균도 함께 사라진다. 도시를 세우면 숲이 사라지고 숲과 함께하던 동물들이 사라진다. 도로를 놓으면 도로 양쪽으로 자유롭게 오가던 동물들은 고립된다. 항구를 만들면 그 주변의 생태계가 파괴된다. 인간의 영역이 확장될수록 기존에 존재하던 지구 생태계는 줄어든다. 인간의 탈출은 이제 인간의 공습이 되었고, 한정된 지구에서 생태계는 지구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이후 최초로 영역이 축소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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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제 6차 대멸종의 시대라고 하는구나. 그 전의 대멸종과 달리 이번 대멸종은 인류가 다른 생명체들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더 가슴 아프구나. 이전의 대멸종보다 멸종 속도가 빠르고 생태계를 황폐화시키고 있지만, 인류는 그리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구나. 그 이전에 모든 대멸종이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졌다고 하는데, 지금 지구상의 최상위 포식자는 누구? 지구의 미래는 디스토피아를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어린 시절 짧고 뭉툭한 손가락과 발가락이 콤플렉스였던 사람이었다.

책의 끝 문장: 넘을 수 없는 이 경계는 인간과 생물 모두에게 불행한 지금 이 시간에 대한 하나의 상징일 것이다.



그런데 은행나무는 생물분류상 은행문 은행목 은행과 은행속 은행종일뿐 아니라 놀랍게도 은행문에 속하는 유일한 생명이다. 그의 가까운 형제들은 2억 7천만 년 전 페름기에 처음 발견되었는데 중생대를 거쳐 번성하다가 신생대가 되자 모두 멸종해버리고 은행나무 하나만 남게 된 것이다. 신생대 이후 은행나무의 형제들은 화석으로도, 살아 있는 개체로도 보이지 않는다. - P30

딱정벌레부터 한 번 살펴보자. 곤충 중에서도 가장 많은 종수를 차지하는 딱정벌레목의 곤충은 현재 알려진 수만 35만여 종이다. 이는 곤충 전체로 봤을 때는 40%, 동물계 전체를 봤을 때 25% 가량을 차지하는 수치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종까지 염두에 두면 약 500~800만여 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방아벌레, 잎벌레, 바구미, 풍뎅이, 곰보벌레, 물방개, 물진드기, 물맴이, 딱정벌레 등 다양한 곤충들이 딱정벌레목에 속한다. 두 번째로 종류가 많은 나비목에는 약 18만 종, 세 번째로 다양한 종수를 자랑하는 벌목에는 약 15만 종이 기록되어 있어 이들 셋이 종을 합치면 전체 곤충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 P59

이로써 피부는 기체 교환이라는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를 내려놓게 되었다. 단순한 세포막이었던 시절부터 가져왔던 임무가 사라지자 피부는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에 더욱 매진하게 된다. 단단한 각질이 생겨 피부를 감싸기 시작했으며, 털이나 깃털이 나면서 외부의 온도변화로부터 몸 내부를 보호하는 역할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어떤 피부에는 땀샘이 만들어지면서 보다 능동적으로 외부의 온도변화에 대응했다. - P96

뱀은 몸이 가늘고 길다. 이런 몸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허파도 대단히 좁고 길게 진화해 왔다. 많은 종류의 뱀에서 왼쪽 폐는 퇴화되어버리기까지 했다. 땅속으로 들어가니 사지도 소용이 없었다. 뱀의 앞발과 뒷발은 조금씩 퇴화되어 줄어들다가 마침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네 다리가 사라지고 난 뒤 대신 긴 척추를 얻었다. 수백 개에서 많게는 천 개가 넘는 척추가 뱀들이 유연하게 움직이며, 기어 다니고, 땅속을 헤집고 다닐 수 있는 힘이다. - P234

생태계 내에 강력한 경쟁자가 생기면 경쟁에 진 생물종은 생태계의 경계까지 쫓기고 되고 그 곳에서 새로운 생태계로 자리를 옮기든가, 아니면 종 자체가 사라지는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러나 강력한 경쟁자인 인간의 등장은 생태계의 모든 종들을 경계로 몰아붙이는 것도 모자라, 모든 생태계를 파괴해 나가며 경계를 넘어갈 수 있는 기회까지 차단해 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생물들은 지금 엄청난 속도로 멸종해 나가고 있다. 지난 역사 속의 5대 멸종 중 가장 거대한 규모의 멸종이었던 폐름기 대멸종보다도 더 빠르게 생명종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번성하는 종은 인간이 선택한 몇몇 가죽과 식물, 그리고 인간의 도시에서 살도록 진화한 특정한 생물들뿐이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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