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노예 남편 아내 - 2024 한국인 최초 퓰리처상 수상작
우일연 지음, 강동혁 옮김 / 드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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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홍보성 문구로 알게 된 책이란다. 아빠가 귀가 얇아서 그런 문구에 잘 휩쓸리잖니. ”2024 한국인 최초 퓰리처상 수상이라는 홍보 문구였단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해야 옳겠구나. 퓰리처 상은 뉴스 보도 관련된 상인 줄 알았는데, ()보도 부문도 있다고 하더구나. 그 비보도 부문을 한국계 미국인 우일연이라는 분이 2024년에 수상하셨다고 하는구나. 2024년은 한강 님이 노벨 문학상을 타고, 김주혜 님이 톨스토이 문학상을 타고, 우일연 님이 퓰리처상을 탔었구나. 2024년은 우리나라 문학계에 한 획을 그은 한 해라고 해도 될까? 물론 김주혜 님과 우일연 님은 교포시지만,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계시니까

예전에는 한국계 미국인의 작품들이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되는 것이 흔치 않아서 신기하게 생각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많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소개되는 것 같구나. 물론 실망을 준 작품들도 있지만…. 아빠는 퓰리처상을 받은 작품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구나. 우일연님이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해서 그의 작품이 우리나라와 관련된 작품은 아니란다. 1848년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라고 하더구나. 소설 제목은 <주인 노예 남편 아내>로 네 단어로 나열하여 독특하구나. 소설 제목을 보면 노예 해방 관련된 이야기라 추측을 할 수 있겠구나.

 

1.

1848년 조지아 주 메이컨이라는 곳에 예속 피해자 윌리엄과 엘렌 크래프트 부부가 있었단다. 이 소설에서는 예속 피해자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원문에서는 enslaved를 번역한 것이래. 보통 노예는 slave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이 책에서는 enslaved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하는구나. 이유는 노예라는 신분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강제로 부여된 상태를 분명히 하려고 그런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래서 옮긴이는 ‘enslaved’예속 피해자, ‘enslaver’예속 가해자로 옮겼다고 하는구나. 엘렌은 노예 엄마와 백인 주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피부는 완벽하게 백인 주인 아빠를 닮아서 흰색을 가지고 태어났단다. 하지만 당시 노예의 피 한 방울만 섞여도 노예로 취급되었기 때문에 엘렌도 그냥 노예 피해자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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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힐리 가족은 서로를 남편과 아내로 불렀을지 몰라도 법은 그들에게 주인과 노예가 아닌 어떤 관계도 맺지 못하게 했다. 조지아주에서 개인에 의한 해방은 금지돼 있었다. 초기에는 조지아주 사람들도 자기 의지에 따라 노예를 해방할 수 있었다. 버지니아주의 조지 워싱턴이 (조건을 붙이긴 했어도) 노예를 해방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시대에 힐리에게는 메리 일라이자나 그들의 자녀를 해방할 힘이 없었다. 아이들의 아버지가 백인이라는 점, 그들의 모습도 백인 같다는 점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 시기에는 소위 한방울 법칙이라는, 흑인의 피가 한 방울이라도 들어가면 그 사람의 몸 전체가 유색인종으로 변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었다. 게다가 노예제도는 언제나 어머니의 혈통을 따랐다. 흑인이라는 혈통과 예속은 건드려서도 취소해서도 안 되는 영구적인 조건으로 간주되었다. 힐리 가족이, 그리고 이제는 엘렌도 바로 이런 가정에 반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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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은 흑인 노예였으며, 고급 가구 제작자 밑에서 일하는 유능한 기술자였어. 엘렌과 윌리엄은 조지아 주를 떠나 노예제가 폐지된 북부로 도망가기로 계획을 세웠어. 엘렌이 흰색 피부인 것을 이용하기로 했어. 엘렌이 남장을 하고 존슨이라는 가명을 쓰기로 했고, 윌리엄은 엘렌을 모시는 노예라고 하고 조지아 주를 탈출하기로 했단다. 엘렌이 피부가 희기는 하지만 체구가 작아서 남장하는 것이 눈에 띌 수 있는 위험도 있고, 윌리엄이 180cm가 넘는, 당시로는 큰 키라 눈에 잘 띄는 위험도 있지만, 그들에게는 그런 위험을 감수할 만큼 자유를 절실히 원했단다.

엘렌이 탈출하기 직전에는 자신의 주인이자 아빠인 사람이, 딸인 일라이자에게 소유권을 넘긴 상태였단다. 일라이자와 엘렌은 이복 자매였으나 신분 차이는 주인과 노예였던 거야. 그래도 다행히 이복자매 일라이자는 엘렌에게 잘 대해주었어. 하지만 자유는 주지 않았지.

조지아 주부터 북부 필라델피아까지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어. 조지아 주에서 기차표를 사는 것부터 그들에게는 위험한 순간이었어. 그리고 엘렌은 주인의 친구, 오래 전에 자신에게 청혼을 했던 남자 등 지인을 만나는 위기를 맞이했지만 다행히 그들은 엘렌을 알아보지 못했어. 기차 안에서는 귀머거리 행세를 하고 류머티즘으로 팔을 다친 척 했단다. 윌리엄도 기차 출발 전에 가구 제작사 주인이 와서 주변을 두리번거려서 걱정했으나 다행히 기차는 출발하였단다.

...

엘렌과 윌리엄은 기차를 타고 서배너로 가서, 합승 마차과 증기선을 타고 찰스턴으로 행했단다. 가는 내내 자신들의 신분이 들통날까 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단다. 엘렌이 류머티즘으로 팔을 다친 척 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도 했어. 사람들이 어디로 가냐고 물어 보면, 류머티즘을 고치러 의사 삼촌이 있는 필라델피아로 간다고 했고, 그러면 그들은 필라델피아에 가게 되면 노예가 도망갈 거라고 경고도 했어. 그런데 또 어떤 이들은 윌리엄에게 필라델피아에 가면 탈출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단다.

찰스턴에서 배를 갈아타고 워싱턴으로 갈 때 큰 고비가 찾아왔어. 찰스턴 세관원의 싸인 요청이 있었어. 글을 모르는 엘렌은 글을 쓸 줄 몰랐거든. 엘렌은 팔 아프다고 세관원에게 싸인을 대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어. 그런데 다행히 찰스턴으로 오는 배에서 알게 된 선장이 엘렌을 알아보고 서명을 대신해주었단다. 물론 존슨이라는 백인 신사라고 생각하고 말이야.

워싱턴에서 다시 기차 타고 볼티모어 역에 도착했을 때 다시 한번 고비가 찾아왔지. 볼티모어 역 관리인이 노예주인이라는 증서를 요구했어. 이번에도 기차의 차장이 그들을 알아보고 보증을 해주었단다. 그렇게 여러 번의 위기를 넘기고1600km의 긴 여정을 끝내고 드디어 필라델피아에 도착했단다. 하늘이 그들을 돕고 있는 것 같구나.

 

2.

그곳에서 반노예 협회의 스틸과 미플린 위스타 깁스라는 사람들이 그들을 도와주었어. 남자인줄 알았던 엘렌이 여자라는 사실에 놀랬지. 그리고 흑인 최초 지방판사인 퍼비스라는 사람도 그들도 도와주었어. 그들이 필라델피아에 도착을 했지만,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었단다. 도망간 노예 사냥꾼들이 잡으러 올 수도 있거든.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 중에 백인은 불안하고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단다. 하지만 세상에는 피부색이 아닌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엘렌은 글도 배우기 시작했어. 그들은 노예 탈출한 후 폐지론 강연자 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윌리엄 웰스 브라운을 만났어. 브라운은 그들에게 강연해 줄 것을 요청했단다. 고민 끝에 엘렌과 윌리엄은 받아들였단다. 그리고 브라운과 함께 강연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들의 영화 같은 이야기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어. 그러면서 신문 보도도 되었고, 그들이 떠나온 조지아 주 메이컨에도 알려지게 되었단다.

해가 바뀌고 1849년 엘렌과 윌리엄은 보스턴, 매사추세츠 등 순회 강연을 하였고, 이는 노예 폐지 지지자들이 늘어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단다. 그들은 노예 폐지론자들과 함께 활동을 했는데, 그들 사이에서도 의견 차이로 갈등을 빚기도 했어. 그렇게 순회 강연을 하긴 했지만, 크래프트 부부는 정착하기를 원했어. 그래서 그들은 강연을 중단하고, 보스턴에 있는 흑인 공동체에 정착하기로 했단다.

이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 1849년 미국은 노예제의 찬반으로 정치권도 갈등이 깊어지고 있었어. 그래서 연방 분리 이야기도 했었고,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했단다. 웹스터라는 상원의원이 연방의 분리의 위기를 지켜냈지만, 남부에서 도망친 노예들을 잡을 수 있는 도망노예법의 발의되어 통과되었단다. 이것은 남부에서 북부로 도망 와서 자유인이 된 이들에게는 최악의 법이었단다. 그들은 이제 납치 위협 속에 살아야 했어. 그래서 또다시 그곳을 떠나 캐나다로 탈출하는 이들도 늘어났단다.

한편, 엘렌의 주인이었던 콜린스는 도망노예법에 따라 엘렌과 윌리엄을 잡기 위해서 휴즈와 나이트를 고용하여 보스턴으로 보냈어. 휴즈와 나이트는 엘렌과 윌리엄에 대한 영장을 받으러 법원에 갔지만 판사들은 그 일을 꺼려 서로 미뤘어. 휴즈와 나이트는 변호사들을 찾아가 도움을 받으려고 했어. 휴즈와 나이트가 엘렌과 윌리엄을 잡으러 왔다는 소문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시위를 하면서 그들을 방해하고 조종하고 위협했단다. 당시 엘렌과 윌리엄은 파커 목사의 집에 숨어 지내면서 예의주시하고 있었어.

결국 엘렌과 윌리엄은 보스턴을 떠나 캐나다로 갔단다. 캐나다에 미국에서 건너오는 자유인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찬반 논쟁이 있었대. 캐나다는 더욱이 미국과 붙어 있기 때문에 100% 안전한 곳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엘렌과 윌리엄은 대서양을 건너 영국 리버풀로 가기로 했단다. 1850 11 29일 캠브리아 호를 타고 엘렌과 윌리엄은 드디어 리버풀로 출발하여 13일만에 리버풀에 도착했단다. 미리 와 있던 윌리엄 웰스 브라운과 재회를 했어. 오랜 여행 때문인지 엘렌은 신체적으로 많이 지쳐서 좀 쉬고, 윌리엄은 브라운과 함께 폐지로 강연을 다시 하기로 했단다. 그렇게 노예론 폐지 강연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서 오컴에 정착하려고 노력했단다. 조지아 주에서 자유를 찾아 떠난 그들의 여정은 리버풀까지 와서 이뤄낸 것 같구나.

….

미국에서는 결국 노예제 찬반의 갈등이 심화되어 남북전쟁이 일어났단다. 너희들도 학교에서 배웠겠지만 남북전쟁에서 북부가 이기면서 미국 전체 지역에서 노예제는 폐지되었어. 전쟁이 끝난 후 엘렌의 어머니 마리아는 영국에 와서 17년만에 딸 엘렌과 재회했단다. 그 때의 기분을 어찌 상상할 수 있을까. 그리고 엘렌과 윌리엄 크래프트 부부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단다.

….

이 소설은 반전이나 박진감 넘치는 재미는 없었지만 두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소설을 읽는다면 손에 땀을 쥐면서 읽을 수 있고, 그들이 결국은 자유를 찾았을 때 그들과 함께 쾌감을 느낄 수 있단다.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끝나고 공식적으로 노예제는 폐지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인종차별이 이어져 와 아직도 숙제로 남아 있단다. <주인 노예 남편 아내>의 지은이 우일연 님의 다른 작품들도 우리나라에 소개되면 또 한번 읽어보고 싶더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1848, 미국 조지아주의 예속 피해자인 윌리엄과 엘렌 크래프트 부부는 서로의 해방을 위해 서계 반대편으로 가는 8,000킬로미터의 여행길에 올랐다.

책의 끝 문장: 바로 그 공간이 우리가 들어갈 자리다.




엘렌은 기차가 메이컨을 떠나기를 기다리면서 이번 기차 여행 이후로는 믿을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알았다. 이곳에 돌아오면 아마 족쇄를 차게 될 것이다. 성공하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영영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늘이 기도를 들어준다면 윌리엄만은 볼 수 있겠지만, 살아남는다면, 엘렌은 어머니를 해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먼저 그녀와 윌리엄이 자유로워져야 했다. - P54

크래프트 부부의 특별한 탈출이 신문1면에 실렸을 때는 미국 정제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멕시코와의 전쟁이 끝나고, 미국은 기존 영토의3분의1에 해당하는 영토를 더 얻었다. 정착민들이 서쪽으로, 특히 캘리포니아로 몰려가고 있었다. 캘리포니아는 모든 신문에서 요란하게 광고되었다. 이런 광고의 헤드라인은 "골드러시!"라고 소리쳤다. 신문을 배달하는 소년들은 "새 배가 떠납니다!"라고 외쳤다. 이 모든 흥분의 한가운데에는 불안한 질문이 있었고, 크래프트 부부의 도망은 바로 그 질문을 강조했다. 이 땅에서 노예제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 전체에서는? - P256

많은 사람이 엘렌을 백인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은 겉보기에는 백인인 이 여성이 흑인 남성을 사랑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인종 간 결혼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금지되었던 주에서는 작은 문제가 아니었다. 엘렌은 청중에게 사회적 질서를 고정해 두는 그 모든 범주의 의미에 질문을 던지라고 요구했다. 그 범주가 북부든, 남부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주인이든, 노예든, 남편이든, 아내든 간에 말이다. 엘렌과 윌리엄은 힘을 합쳐 널리 퍼져 있던 인종차별주의적 주장을 뒤집었다. 흑인은 사회악이거나 최선의 경우에도 자선의 대상이며 구원이 필요하다는 주장, 흑인이 백인이 되고 싶어 한다는 주장을 말이다. - P307

그들은 너무도 긴 거리를 달려왔다. 남부에서 북부로1,600킬로미터, 뉴잉글랜드 전역을 다니며 다시1,600킬로미터,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거친 파도를 건너4,800킬로미터, 그들은 서로를 위해, 서로와 함께 달렸고 이제는 바로 이곳, 이 시간에 서로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곳은 두 사람이 함께, 충분히 강하게, 각자의 정체성을 따로 탐색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누구를, 또 무엇을 잃었든 그들은 아무도 깨뜨릴 수 없는 가정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 P482

주인과 노예로서 나란히 선 것도 아니고, 남편과 아내로서 팔짱을 끼지도 않은 채, 친구들 사이에 함께 선 지금의 크래프트 부부는 미국에서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들을 규정했던 역할을 완전히 벗어버리고 세계를 거닐었다. 그들이 순회강연에서 반복적으로 끌어다 쓴 역할, 충격과 눈물, 경이감을 끌어내기 위해 뒤섞어 짜맞춘 역할은 이 마지막 시위에 빠져 있었다. 수정궁은 미국에서든, 그 너머에서든 가능한 삶의 모습이자 하나의 가능성으로, 언젠가는 이루어질 희망으로 나타내는 투명한 국제적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윌리엄과 엘렌, 엘렌과 윌리엄은 모든 방해에서 해방되어 세계 시민으로서 걸었다. 그들은 더 이상 주인과 노예, 남편과 아내가 아니었다. - P560

"나는 노예 상태로 돌아가겠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자유보다 노예제도를 선호할 만큼 자유를 부정하는 건 신계서도 금하시는 일입니다. 사실 나는 노예제도로부터 탈출한 이래로 모든 면에서 내가 예상조차 못했을 만큼 나아졌습니다. 만약, 그 반대였다고 해도 이 문제에 관한 내 감정만큼은 똑같았을 것입니다. 나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훌륭한 인간의 노예가 되기보다 잉글랜드에서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 P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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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4
제인 오스틴 지음, 원영선.전신화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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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이야기해주면서, 작년 2025 12 16일이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 되는 날이라고 했잖아. 그래서 그 즈음에 제인 오스틴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어. 아빠도 그런 책들 중에서 읽어보려고 두 권을 샀단다. 그런데 제인 오스틴에 관한 책들을 읽어보기 전에, 먼저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을 읽어보면 그 책들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아빠가 읽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오만과 편견> 한 권뿐이었거든.

그래서 예전에 사두고 책장에 재워두었던 제인 오스틴의 <설득>이라는 소설을 이번에 읽었단다. 이 책도 지난번에 이야기해준 <오만과 편견>과 마찬가지로 술술 잘 읽혔단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아 보는 것 같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야기 전개 방식이 <오만과 편견>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어. 책을 읽다 보면 <오만과 편견>에서 본 캐릭터들이 생각하곤 했어. 제인 오스틴이 살던 시절 소설을 쓰는 방식이 그런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

 

1.

그럼 바로 소설 <설득>을 이야기해보자. 서머싯셔 켈린치 홀에 월터 엘리엇 경이라는 홀아비가 있었단다. 1760년생으로 당시 나이는 54세였어. 외모를 잘 관리하여 54살 답지 않게 젊어 보였어. 하지만 허영심이 많았단다. 그에게는 딸이 셋 있었어. 첫째 딸 스물아홉 살 엘리자베스, 둘째 딸 스물일곱 살 앤, 셋째 딸 스물세 살 메리.

첫째 딸 엘리자베스가 열여섯 살 때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엘리자베스는 집안일을 도맡아 했단다. 엄마의 친구이자 대모인 레이디 러셀이 그들의 살림을 가끔씩 도와주고 이런 저런 조언도 해주었단다. 막내 메리는 찰스 머스 그로브와 결혼하여 아이들 두 명을 낳았어. 엘리자베스의 아버지는 엘리자베스를 사촌인 윌리엄 윌터 엘리엇과 결혼시키려고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단다. 월터 엘리엇 경은 집안의 경제 사정이 좋아지지 않아서 첫째 딸 엘리자베스에게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을 했단다. 그들이 알고 지내는 변호사 셰퍼드 씨와 레이디 러셀에게도 조언을 구했고, 그들은 결국 켈린치 홀을 떠나 바스로 이사가기로 했단다.

켈린치 홀은 세를 주기로 했어. 식구들이 모두 착잡하겠구나. 세입자로는 셰퍼드가 크로프트라는 해군 제독을 소개해주었어. 크로프트 제독은 부인만 있고, 자녀는 없었어. 크로프트의 부인은 예전에 켈린치 홀 인근에 살았던 프레더릭 웬트워스의 누나였단다. 그런데 그 프레더릭 웬트워스와 둘째 딸 앤은 사연을 가지고 있었어. 8년 전 앤이 열아홉 살 때 프레더릭과 사랑에 빠진 적이 있었거든. 둘은 결혼까지 약속했지만, 당시 월터 경과 레이디 러셀이 반대를 했어. 프레더릭이라는 사람이 앤에게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 착했던 앤은 아버지와 대모의 말을 들었어. 그렇게 앤과 프레더릭은 헤어졌단다. 하지만 한 동안 앤은 무척 힘들어했어. 그리고 프레더릭은 그 이후 그곳을 떠나 해군에 들어가 복무했단다. 그는 일을 잘 해서 진급도 빠르게 하고, 돈도 많이 벌었고 지금은 대령이 되었단다. 그런 프레더릭의 누나가 켈린치 홀로 이사 온다고 하자 앤의 마음은 복잡해졌단다.

앤은 켈린치 홀을 떠날 구실이 없을까 고민했는데, 동생 메리가 병이 나서 보살펴 줄 사람이 필요하여 앤이 메리의 집에 갔단다. 메리는 약간 푼수라고 해야 할까? 진중하지 못하고 가벼운 성격의 소유자란다.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의 동생들이나 엄마처럼 말이야. 메리는 남편 찰스와 관계도 썩 좋아 보이지 않았어. 메리의 집은 어퍼크로스 커티지라는 이름이었고, 시댁은 근처에 있는 그레이트 하우스였단다. 메리에 집에 온 앤도 예의상 그레이트 하우스에 인사하러 다녀왔단다. 메리의 시어머니는 메리를 썩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어.

크로프트 제독 부부는 이사 오고 나서 주변 사람들을 초대하고 또 이웃들을 방문했단다. 그런 것이 당시 영국의 사교 활동 중에 하나인 것 같구나. 크로프트 제독 부부는 메리의 집도 방문했어. 앤도 어쩔 수 없이 크로프트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 크로프트 부인은 앤과 프레더릭의 관계를 몰랐어. 앤과 프레더릭이 사귀던 시간이 워낙 짧았거든. 크로프트 부인이 말하길, 동생이 조만간 방문한다고 했어. 앤에게 있어 피하고 싶은 순간이 다가오고 있구나.

메리의 남편 찰스는 동생들이 많은데, 그 중에 두 여동생은 그레이트 하우스에 머물고 있고, 남동생 리처드는 2년 전에 해군 복무 중에 그만 죽고 말았대. 그런데 당시 리처드는 프레더릭과 같은 부대에서 복무를 했었다는구나.

프레더릭 웬트워스 대령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어. 앤은 그의 만남을 피하려고 애썼지만, 만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어. 프레더릭이 그레이트 하우스에 방문했을 때, 메리의 큰 아들 찰스가 낙상으로 큰 부상을 입는 사고가 났어. 앤은 자신이 찰스를 봐줄 테니 메리와 제부에게 그레이드 하우스에 다녀오라고 했단다. 앤은 그렇게 프레더릭과 만남을 피할 수 있었어. 하지만 언제까지 피할 수는 없었단다.

얼마 후 프레더릭이 메리의 남편 찰스와 사냥을 가기 위해 어퍼크로스 커티지에 찾아왔단다. 그때 프레더릭과 앤은 잠깐이지만 눈이 마주쳤어. 앤이 생각하기에 프레더릭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고, 오히려 더 세련되어 보였어. 그에 반해 자신은 나이도 많이 들어 보인다고 생각했어. 더 이상 자신은 프레더릭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생각도 한 것 같아. 나중에 메리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프레더릭이 이야기하기를 앤이 너무 많이 변해서 못 알아볼 뻔했다고 했대. 그 이야기를 듣자 앤은 더 실망하게 되었어.

번듯한 해군 대령이 결혼을 안다고 미혼으로 지내고 있자, 주변 사람들은 프레더릭에게 결혼 이야기를 많이 물어본 모양이야. 프레더릭은 공개 구혼을 했어. 마음 잘 맞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결혼한다고 말이야. 누나인 크로프트 부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했단다. 그러자 메리의 남편인 찰스의 여동생들인 루이자와 엘리에타가 프레더릭에게 급관심을 가졌단다. 그러자 난감한 상황이 된 사람이 한 명 있었어. 루이자와 엘리에타의 사촌인 찰스 헤이터라는 사람이야. 프레더릭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헨리에타와 찰스 헤이터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내심 결혼도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프레더릭이 오고 나서는 찬밥 신세가 되었어.

 

2.

앤은 메리의 집에 머물면서 사교 모임에 참석을 했는데,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과 만남은 더 자주 함께 했어. , 메리와 찰스 부부, 헨리에타, 루이자, 프레더릭. 이렇게 여섯 명은 자주 모임을 갖게 되었어. 하지만 앤은 프레더릭과 일부러 거리를 두어 많은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어. 루이자가 프레더릭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했으니 거리 두기도 편했어.

그들은 라임이라는 지역에 놀라갔다가 프레더릭의 친구들인 하빌 부부와 벤윅 대령을 만났어. 벤윅 대령은 얼마 전에 약혼녀를 잃고 상심이 큰 상황이었어. 그런 사정을 알게 된 앤은 벤윅 대령을 위로해 주고 공감해 주었단다. 그런데 그들이 놀라간 라임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나 생겼어. 루이자가 장난하다가 낙상하여 머리를 다치게 되었어. 다들 놀라서 당황하고 주저할 때, 프레더릭과 앤이 침착하게 대응하고 판단하여 응급 조치를 잘 했단다. 그러면서 앤과 프레더릭은 대화를 나누긴 했는데 주로 사무적인 대화 몇 마디뿐이었어.

앤은 메리의 집에서 두어 달 머물고 이제 새로운 집인 바스의 캠던 플레이스로 돌아왔단다. 아버지와 엘리자베스가 그곳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어. 알고 보니 그 이유는 사촌 윌리엄 월터 엘리엇이 방문해서 그렇구나. 아버지가 예전에 엘리자베스와 결혼을 시키려다가 어긋나버린 그 윌리엄이야. 당시 윌리엄은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아버지가 엄청 싫어했는데, 얼마 전에 아내를 잃고 이번에 와서 용서를 빌었다고 했어. 오히려 아버지는 이제 윌리엄을 좋게 생각하여 엘리자베스의 배필로 생각하고 있었어. 그리고 윌리엄은 아버지의 법적 상속인이기 때문에 윌리엄이 엘리자베스와 연결되어야 아버지의 재산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셨어. 그런데 앤이 라임에 친구들과 놀러 갔다가 그곳에서 마주친 사람이 있었는데 나중에서야 그 사람이 사촌 윌리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가 집에 와 있다고 하니 다소 놀랬어. 윌리엄도 외출에서 돌아와 앤을 보고 라임에서 마주쳤던 일을 기억하고 놀랬어.

….

어느날 라임에서 놀라온 소식이 전해져 왔어. 루이자가 벤윅 대령과 결혼했다는 거야. 두 사람의 성향이 너무 달라서 두 사람의 결혼 소식에 앤은 놀랬단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루이자가 낙상 사고로 다쳤을 때 라임에서 오랫동안 머물게 되었는데, 그때 벤윅 대령과 많은 시간 갖게 되면서 관계가 발전했다고 하더구나. 아무튼 앤에게는 놀라운 소식이었어.

프레더릭이 바스 지역에 방문하면서 앤과 또 마주치게 되었단다. 앤이 식구들과 연주회를 갔는데 그곳에 프레더릭도 왔던 거야. 앤이 사촌인 윌리엄과 함께 있었는데, 이를 본 프레더릭은 질투심이 일어났단다. 질투심, 사랑.. 이런 것은 내가 조절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프레더릭도 사실 8년이 지나도 여전히 앤을 마음에 두고 있던 거야. 윌리엄은 아버지의 뜻과 달리 엘리자베스가 아닌 앤에게 점점 접근하는 것 같았어. 앤이 생각하기에 윌리엄이 친절하고 교양 있어 보이지만, 앤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프레더릭이 꽉 자리잡고 있었단다.

바스는 앤이 예전에 다니던 학교가 있던 곳이기 때문에 동문들도 만날 수 있었단다. 그 중에 학교 선배였던 스미스 부인도 만났어. 스미스 부인은 안타깝게도 가난한 미망인이 되어 혼자 지내고 있어서 앤이 위로해주기도 했어. 그런데 얼마 후에 스미스 부인이 이야기하기를, 앤이 윌리엄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이야기했어. 앤은 강하게 부정했단다. 그가 청혼을 해 온다고 해도 거절할 거라고 이야기했어. 그러자 스미스 부인은 예전에 윌리엄을 알고 지냈다면서, 그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

윌리엄은 자신의 남편과 무척 친한 사이였다고 했어. 그러나 윌리엄의 속은 시커멓고,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이고 기회주의자라고 악담을 했어. 윌리엄이 결혼한 것도 돈을 보고 결혼한 것이라고 했어. 결혼한 다음에도 아내에게 무관심했다고 했어. 스미스 부인의 남편 스미스 씨는 생전에 윌리엄에게 재정적 도움도 많이 주었다고 했어. 윌리엄은 스미스 씨에게 계속 지출을 유도하고 그랬대. 그래서 스미스 씨는 결국 파산까지 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결국 스미스 씨가 죽고 나서 스미스 부인은 어려운 생활을 하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윌리엄 때문인 거야. 스미스 부인은 윌리엄에게 도움을 청했으나, 아는 척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는구나. 윌리엄이 다시 바스 지역에 온 이유도 있다고 했어. 최근에 월터 엘리엇 경이 클레이 부인이라는 사람과 가깝게 지냈는데 둘이 결혼할까 걱정되어 온 것이라고 했어. 그들이 결혼하여 아들이라도 낳으면 윌리엄은 엘리엇 경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되니까 말이야. 바스에 와서 상황을 보면서 월터 엘리엇 경과 클레이 부인의 결혼을 방해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라고 했어. 최고의 빌런이구나.

얼마 후 프레더릭은 앤에게 장문의 편지를 썼어. 8년 전 마음은 아직 변함이 없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라고그 편지를 받은 앤은 프레더릭의 마음을 확인하고 프레더릭의 마음을 받아주었단다. 그렇게 둘은 결혼을 하게 되었어. 8년이나 늦은 결혼이지만, 그만큼 더 성숙하고 더 많은 사회 경험을 하고 나서 하는 결혼이니 더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 8년 전 결혼하지 않고 8년이 지난 후의 결혼이 더 완벽한 결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

이번에 읽은 소설 <설득>은 제인 오스틴의 마지막 작품이자 유작이라고 하더구나. 제인 오스틴이 41살의 어린 나이로 죽고 나서, 가족들에 의해 출간되었다고 하는구나. 브론테 자매들도 그렇고, 제인 오스틴도 그렇고, 유능한 작가들의 요절이 참 안타깝구나. , 앞서 이야기했던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 기념 책들을 읽어볼까. 아니면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을 좀더 읽어 볼까, 살짝 고민이 되는구나. 250주년 기념으로 나온 책들인데 시간이 더 늦어지면 의미가 줄어들 것 같은 생각도 드니, 조만 간에 읽어봐야겠구나. 그리고 제인 오스틴의 다른 소설들도 천천히 하나씩 찾아 읽어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서머싯셔 켈린치 홀의 월터 엘리엇 경이 재미 삼아 읽는 책은 준남작 명부뿐이었다.

책의 끝 문장: 그러나 국가적인 중요성보다 가정적인 미덕으로 더 돋보이기도 하는 직업에 속한 탓에, 그녀는 마치 세금을 지불하듯 만약의 일을 걱정하며 살아야 했던 것이다.

 


앤은 지금 그가 심지 굳은 성품이 우월하고 행복해진다는 이론을 펼쳤던 자신이 옳았는가를 자문해보고 있을지, 그리고 다른 성격들과 마찬가지로 그 또한 나름의 균형과 한계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유연한 성품도 때로는 결단력 있는 성품만큼이나 행복에 필요한 것이라고 그 또한 느끼지 않을까 싶었다. - P157

"아니, 아니에요. 그건 남성의 본성이 아니지요. 지조 없이 사랑하는, 혹은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 것이 여자의 본성이 아니라 남자의 본성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 반대라고 믿어요. 우리의 신체적 구조와 정신적 구조엔 진정한 유사성이 있다고 믿으니까요. 남자의 신체가 더 강하듯이 감정도 더 강하니, 그만큼 고된 일도 견딜 수 있고 거친 풍파도 헤쳐나갈 수 있는 것이죠." - P308

"아!" 앤이 열렬한 목소리로 탄성이 내지르며 말했다. "당신이, 그리고 당신 같은 남자들이 느끼는 모든 것을 온당하게 대접할 수 있길 바랍니다. 다른 사람의 따뜻하고 신실한 감정을 하찮게 본다면 벌받을 일이겠지요. 제가 감히 진실한 애정과 절개는 오로지 여자들만의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경멸받아 마땅할 겁니다. 아니, 저는 남자들이 결혼해 살면서 온갖 위대하고 선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어요. 꼭 필요한 일을 위해 애쓰고, 가정에서 참을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답니다. 다만, 이런 표현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대상이 있는 한 그렇다는 얘기지요. 제 말은 당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살아 있고, 그 여자가 당신을 위해 사는 동안에 한해서라는 거예요. 제가 여자들을 위해 주장하는 특권이란-별로 시기할 만한 게 아니니 탐내실 필요는 없어요-더 이상 대상이 존재하지 않아도, 희망이 사라져버린 뒤에도, 여자는 남자보다 더 오래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 P311

"세상에!" 그가 소리쳤다. "그리하셨겠군요! 제가 이룬 모든 성공의 정점으로 그것을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소망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제 자존심, 지나친 자존심 때문에 다시 청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당신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눈을 질끈 감은 채 당신을 이해하려고도, 제대로 보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보면, 모든 사람을 다 용서해도 저 자신만의 용서할 수 없게 된답니다. 육 년의 세월을 그렇게 떨어져 힘들게 보내지 않아도 되었겠지요. 그런 고통스러운 감정은 전에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어요. 제가 누렸던 축복은 모두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것이라는 만족감에 익숙해져 있었으니까요. 명예로운 노고와 정당한 보상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왔지요. 인생의 패배를 겪은 다른 위대한 인물들처럼." 그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저도 제 의지를 누르고 운명을 따르도록 해야겠습니다. 마땅히 받아야 할 몫 이상의 행복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하겠지요."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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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몸값 캐드펠 수사 시리즈 9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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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 9 <죽은 자의 몸값>이라는 책이란다. 이전 8권의 이야기는 11409월 중순의 이야기이고, 이번 9권의 이야기는 1141 27일에 시작한단다. 8권으로부터 약 5개월 뒤의 이야기로구나.

여전히 스티븐 왕과 모드 왕후 사이 내전 중이야. 각 진영은 각각 진영을 결집하면서 세를 부풀려 나갔고, 그에 따라 두 진영간 내전은 점점 격렬해졌어. 행정관들도 전투에 참여를 했는데, 그래서 휴 베링어도 전투에 참여를 했다가 전투에서 돌아왔을 때 행정장관인 길버트 프레스코트가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반대 진영, 그러니까 모드 왕후 진영의 누군가가 그를 포로로 붙잡고 있을 거라 생각했어. 북쪽 지역의 많은 땅을 가지고 있어서 귀네드의 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오아인 커네드의 동생인 카드왈라드르가 포로를 잡아 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어.

….

그런데 어느날 폴스워스 수녀원에서 매그덜린 수녀가 휴 베링어를 만나러 왔어. 매그덜린 수녀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에서 나왔던 어바이스라는 사람이 수녀가 된 이후 지은 이름이란다. 그래서 캐드펠 수사도 매그덜린 수녀를 알고 있었지. 매그덜린 수녀가 이야기하기를 웨일즈군이 수녀원을 공격하여 매그덜린 수녀 주도 하에 주민들과 함께 막아냈고, 웨일즈 인 포로 한 명을 잡았다고 했어. 휴 베링어가 매그덜린 수녀와 함께 폴스워스 수녀원에 가서 웨일즈 인 포로를 데리고 왔어. 그는 웨일즈 말만 했지만 영어도 알아 듣는 것 같았어. 캐드펠 수사는 그를 치료하면서, 그에게 웨일즈 말로 혼내면서도 협조하라고 설득했단다.

그 포로의 이름은 엘리스 압 키난으로 앞서 이야기했던 귀네드의 왕이라고 부르는 오아인 귀네드의 조카뻘 되는 사람이었어. 엘리스의 엄마가 오아인과 사촌이었어. 엘리스가 전쟁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무리들이 약탈하는 것을 보고 나서는 전쟁에 참여한 것을 후회했다고 했어. 사촌이자 절친인 엘리드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했단다. 캐드펠 수사는 엘리스를 치료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보았어. 엘리스는 고향에 아버지가 정한 약혼녀 크리스티나가 있는데, 서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어. 그 와중에 엘리스는 슈류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 머물면서 실종된 행정장관의 딸 멜리센트를 보고 첫눈에 반했단다. 멜리센트 역시 엘리스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어.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서 로맨스가 빠지면 안 되지휴 베링어는 엘리스를 행정장관과 포로 교환하려고 했어. 그래서 캐드펠 수사에게 부탁해서 오아인 귀네드를 만나달라고 했단다. 캐드펠 수사가 웨일즈 사람이니 그들과 말도 통할 테니 말이야.

 

1.

오아인 귀네드를 만나러 가는 길에 크리스티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 일부러 엘리스와 약혼한 것을 이야기하면서 분위기 파악도 했단다. 캐드펠 수사는 저녁이 되어서 오아인의 집에 도착을 해서 자신이 온 목적을 이야기했어. 엘리스의 사촌이자 절친인 엘리드를 만났는데 엘리스가 약간 경솔한 것에 비해 엘리드는 진중해 보였어. 오아인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오아인은 자신의 동생 카드왈라드르의 독단적 공격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단다.

다음날 캐드펠 수사는 카드왈라드르를 방문해서 행정장관 소식을 들을 수 있었어. 예상했던 것처럼 카드왈라드르가 데리고 있었어. 다만 많이 다친 상태라고 했어. 그리고 행정장관과 엘리스의 포로 교환을 하기로 협의했단다. 캐드펠은 우연히 엘리드와 크리스티나가 나눈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그들은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는 것 같았어.

캐드펠 수사는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와서 휴 베링어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어. 그리고 포로 교환이 이루어질 때까지 볼모 한 명씩 교환하기로 했어. 오아인은 볼모로 엘리드를 선정했단다. 한편 엘리스와 멜리센트는 금방 뜨거운 사이가 되었단다. 벌써 헤어질 것을 걱정했어. 멜리센트는 아버지가 오시면 엘리스에 떠나야 한다는 운명에 괴로워했어. 심지어 아버지가 오시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죄책감마저 느꼈어.

….

결국 행정장관인 길버트는 중상을 입은 채로 수도원에 도착했단다. 진료소에서 캐드펠 수사와 다른 수사들에게 치료를 받기 시작했어. 가끔씩 의식을 차리지만 기운은 없었어. 의식을 찾았을 때 어린 아들을 찾아 부인 실비아와 함께 병문안도 했어. 실비아는 행정장관 길버트의 두 번째 부인이고, 첫 번째 부인이자 멜리센트의 어머니는 병으로 돌아가셨어. 웨일즈 군은 엘리스를 데리고 가려고 에이논 장군 일행들이 수도원에 도착을 했어.

볼모로 엘리드도 함께 왔단다. 엘리스는 엘리드를 만났어. 엘리스는 자신과 멜리센트의 관계를 이야기하면서 괴롭다고 했어. 그 이야기를 들은 엘리드는 크리스티나는 어떻게 하냐면서 엘리스를 설득했어. 하지만 엘리스는 멜리센트에 푹 빠져 있었어. 이제 돌아가면 영영 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엘리스는 용기를 내어 멜리센트의 아버지 길버트를 찾아가 청혼을 하기로 했어. 그런데 길버트가 주무시고 계셔서 다시 돌아와야 했어.

캐드펠 수사는 길버트를 치료하러 갔다가 그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어. 길버트가 회복하고 있었지만 워낙 중상을 입은 상태였기 때문에 기력이 다해서 죽은 줄 알았는데, 시신을 자세히 살펴보니 누군가 입을 틀어막아 죽인 흔적을 찾아냈단다. 이 소식은 회담 중인 휴 베링어와 에이논 장군에게도 전해졌단다. 포로가 교환되자마자 포로가 죽었으니, 엘리스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에이논 장군과 휴 베링어는 상대방을 배려해 주려고 했어. 에이논 장군은 범인을 잡는데 협조를 하겠다면서, 알리바이가 확실한 이들만 먼저 웨일즈로 데려가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당분간 수도원에 머무르게 했단다.

엘리스와 엘리드 모두 수도원에 남게 되었어. 아무래도 가장 의심되는 사람은 엘리스가 될 수밖에 없었어. 죽기 직전에 청혼을 하기 위해 길버트를 만나러 갔으니 말이야. 멜리센트도 엘리스를 범인으로 단정하고 그를 저주했단다. 엘리스는 결백을 주장했단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행정장관 길버트가 있던 진료소에 에이논 장군이 오늘 길에 길버트를 덮어주었던 에이논 장군의 외투가 함께 있었는데, 그 외투에 있는 금핀이 사라졌단다. 범인이 그 금핀을 가지고 갔을 것이라고 추측했어. 엘리스의 몸부터 바로 수색을 했는데 그 금핀이 없어서 엘리스는 일단 혐의를 벗게 되었단다. 하지만 멜리센트는 여전히 엘리스를 외면했단다.

 

2.

캐드펠 수사와 휴 베링어는 길버트의 시신을 조사했어. 그의 입 주변에서 파란색과 붉은색의 보푸라기와 금사 가닥을 발견했어. 길버트를 죽일 때 입을 틀어막은 천에서 나온 것으로 추측했어. 수도원을 돌아다니면서 이런 소재를 가진 천을 찾아보았지만 찾지 못했어. 길버트가 머무른 진료소의 옆 진료소에 머무른 환자들의 이야기도 들어보았어. 길버트가 있는 방에서 지팡이를 짚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어. 그래서 개드펠 수사는 목발을 짚고 다니는 목동 애나이언을 만나 행적을 물어봤는데 뚜렷한 혐의점은 없었어.

매그덜린 수녀가 지나가는 길에 행정장관의 소식을 듣고 추모하러 방문했단다. 캐드펠 수사는 매그덜린 수녀에게 수도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캐드펠 수사와 매드덜린 수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멜리센트가 찾아와서 자신을 수녀원에 같이 데려가 달라고 했단다. 그렇게 멜리센트는 폴스워스 수녀원으로 갔단다. 여전히 엘리스가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구나.

….

그런데 별 혐의점이 없다고 생각했던 목동 애나이언이 사라졌단다. 캐드펠 수사와 휴 베링어를 그를 강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었어. 더욱이 애나이언은 길버트와 원한을 갖고 있다고도 했어. 물론 읽는 이들은 이렇게 소설 중간에 의심받는 사람은 범인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장 먼저 용의선상에서 제외하지 않을까 싶구나. 오아인의 전령이 와서 휴 베링어는 오아인과 만나기로 해서 웨일즈 지역으로 가기로 했는데, 캐드펠 수사도 금핀과 길버트를 죽일 때 사용한 천을 찾기 위해 함께 가기로 했단다. 한편 적군이 또다시 폴스워스 수녀원을 공격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어. 엘리스는 폴스워스 수녀원에 머물고 있는 멜리센트가 걱정되었어.

캐드펠 수사와 휴 베링어는 오아인 일행을 다시 만났는데, 그 자리에 수도원에서 사라져서 강한 의심을 받고 있는 애나이언이 찾아왔어. 애나이언은 자신의 이야기를 했단다. 행정장관 길버트가 애나이언의 동생을 교수형으로 죽여서 철천지 원수가 되었다고 했어. 늘 죽이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길버트가 그렇게 부상입고 돌아온 것을 본 거야. 그래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의 진료소에 가긴 했는데, 쇠약해져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차마 죽이지 못하고 외투에 있던 금핀만 가지고 나왔다고 했어. 그리고 애나이언이 길버트의 진료소에 갔을 때는 숨을 쉬고 살아 있다고 했어.

애나이언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캐드펠 수사는 애나이언의 말을 믿었단다. 이제 금핀은 길버트의 죽음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니 남아 있는 증거는 금사 보푸라기의 천뿐이었어. 캐드펠은 길버트의 입에서 발견하여 가지고 온 보푸라기를 오아인과 에이논에게 보여주었으나 그 천의 정체를 모른다고 했어.

….

카드왈라드르는 휴 베링어가 자리를 비운 사실을 알고 다시 공격을 해왔단다. 쯧쯧, 형 말 좀 듣지엘리스는 멜리센트가 걱정되어 수도원을 도망쳐 폴스워스 수녀원으로 향했어. 포로였던 엘리스가 수도원을 벗어난 것은 엄격한 규정 위반이었단다. 휴 베링어 대신 수도원을 수비하던 허바드는 엘리스가 배신했다면서 그가 길버트를 죽인 범인이라고 단정했어. 그가 적군에 합류하기 위해 수도원을 도망갔다고 생각했어. 그러자, 수도원에 머물고 있던 엘리드는 엘리스를 변호하면서 허바드에게 맹세를 했단다. 자신의 말이 틀린다면 자신을 죽이라고 했어. 그러면서 엘리드는 허바드 편에 서서 출정했단다.

카드왈라드르의 소식은 오아인의 진영에도 전해졌어. 휴 베링어와 캐드펠 수사도 다시 수도원으로 떠날 준비를 했단다. 이때 엘리스의 약혼녀 크리스티나가 캐드펠 수사를 찾아왔어. 캐드펠 수사는 엘리스와 멜리센트의 이야기를 크리스티나에게 전해주었어. 그러자 크리스티나도 그것 참 잘 되었다면서 자신은 엘리드를 사랑해왔다고 했어. 캐드펠 수사는 지난번 방문 때 이미 엘리드와 크리스티나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에 엘리스와 멜리센트의 이야기도 해준 것 같았어.

캐드펠 수사는 수도원으로 돌아오기 위해 말을 탈 준비를 하던 중에 말 안장의 두건에서 찾던 천을 발견했단다. 캐드펠 수사의 머릿속에서는 퍼즐이 맞춰지고 있었어.

 

3.

엘리스는 폴스워스 수녀원에 도착을 해서 수녀원 밖에 수비를 위한 진지를 구축하기 시작했어. 매드덜린 수녀와 멜리센트도 그런 엘리스를 보았어. 또한 엘리스는 수녀원을 공격해온 웨일즈군을 설득했어. 여자 밖에 없는 수녀원을 공격해서 무엇하냐? 부끄럽지도 않냐면서그러나 웨일즈군은 화살 공격을 해왔어. 그때 수도원에서 출정했던 군대가 그곳에 왔고 엘리드는 엘리스에게 날아오는 화살을 막기 위해 엘리스를 감싸 넘어졌는데 화살까지는 피하지 못하고 엘리드는 화살을 맞고 말았단다. 엘리드의 몸을 관통한 화살이 엘리스까지 찔렀어.

얼마 후 휴 베링어와 허바드의 본진이 도착하면서 전투는 30분만에 끝이 났어. 웨일즈 군은 패배하여 물러났단다. 수녀원에서 지켜보고 있던 멜리센트가 달려 나와 엘리스와 엘리드에게 갔어. 엘리스도 다치기는 했지만 정신도 차리고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엘리드의 상태는 장담할 수 없는 상태였어.

캐드펠 수사가 엘리드를 치료해 주었고, 엘리드도 간신히 정신이 들었어. 엘리드는 정신이 들자마자 캐드펠 수사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겠다고 했단다. 이미 캐드펠 수사는 앞서 말 안장을 보고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어. 엘리드는 자신이 길버트를 죽였다고 했어. 자신은 엘리스를 사랑하지만 크리스티나를 더 사랑한다고 했어. 에이논 장군의 외투를 가지러 길버트의 진료소에 갔다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어. 길버트가 죽으면 엘리스가 웨일즈로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했대. 그러면 자신과 크리스티나가 결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 아버지들이 쓸데없이 본인들 의사와 상관없이 약혼을 한 것이 문제구나.

엘리드는 자신의 행동에 곧바로 후회를 하고 멈췄지만, 기력이 얼마 없던 길버트는 이미 숨이 끊기고 말았대. 그렇게 길버트를 죽이고 다시 엘리스에게 왔을 때 기가 막힌 이야기를 듣게 되었지. 엘리스가 멜리센트를 사랑한다는 이야기였어. 그 이야기를 듣고 엘리드는 더 큰 후회와 죄책감을 느끼게 되었지. 자신이 조금만 참았다면 모두가 행복했을 텐데

엘리드가 캐드펠 수사에서 고백하고 있는 것을 멜리센트가 우연히 들었어. 멜리센트는 엘리스와 함께 캐드펠 수사를 찾아와 자신의 죄도 있다면서 자책했단다. 하지만 법은 법이었어. 캐드펠 수사는 엘리드가 자백한 것을 휴 베링어에게 이야기를 했고, 휴 베링어도 그들의 처지를 불쌍히 여겼지만 법을 어길 수는 없다고 했어. 엘리스는 몸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웨일즈로 복귀하기로 했어. 여전히 걸을 수는 없기 때문에 가마를 타고 가기로 했어. 엘리스와 멜리센트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것 같았는데 캐드펠 수사는 그들을 모른 척 했단다.

그렇게 엘리스는 가마를 다고 웨일즈로 돌아갔는데, 알고 보니 엘리스는 자기 대신 엘리드를 가마로 보낸 것이었단다. 엘리스와 멜리센트의 꿍꿍이가 바로 이것이었어. 엘리스는 자신이 엘리드의 벌을 대신 받겠다고 했으나, 휴 베링어는 아무런 죄가 없는 엘리스를 고소할 수 없었단다. 엘리스한테 다 나으면 돌아가도 좋다고 허락했단다. 그렇게 엘리스와 멜리센트, 엘리드와 크리스티나의 사랑 모두 완성이 되겠구나. 이렇게 소설이 끝났어.

….

이번 캐드펠 수사 시리즈 9권도 재미있게 잘 읽었단다. 지은이 엘리스 피터스는 20세기 작가인데, 어떻게 12세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쓸 수 있을까?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을 검색해보면 실존했던 인물들도 여럿 있단다. 그런 실존 인물들과 지은이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소설을 잘 쓴 것 같구나. 지은이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들도 모두 12세기 영국에 살고 있을 것 같구나.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다음 편이 또 기대되는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1141 2 7일 그날, 수도원에서는 매 성무일도 시간마다 특별 기도가 이어지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제아무리 신이라 하더라도 자비를 베풀기 위해서는 도구가 필요한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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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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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이언 매큐언의 <레슨>이라는 책을 이야기할게. 책표지에 한 소년이 피아노 치는 그림과 함께 책제목이 <레슨>이다 보니 피아노 레슨에 관한 소설인가 싶었는데, 책소개를 읽어보니, 이언 매큐언의 첫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더구나. 아빠가 이언 매큐언의 소설은 서너 편 읽었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른단다. 지난 번에 파리 리뷰의 <작가란 무엇인가>에서 그의 인터뷰를 한번 읽어보긴 했지만,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잘 몰라. 이언 매큐언의 소설들은 모두 좋았던 기억으로 있어서 이번 신간도 눈이 갔단다. 책도 어찌나 두꺼운지, 완독하고픈 도전 정신이 마구 솟아났단다.

이 책의 주인공 롤런드는 1948년생인데 지은이 이언 매큐언도 1948년생이란다. 그리고 이 소설이 이언 매큐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해서 이 책에 나온 내용들의 대부분이 이언 매큐언이 경험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읽다 보니 놀람의 연속이었단다. 이런 삶을 살았단 말이야? 그리고 이런 삶은 공개해도 된단 말이야? 그런데 책 뒤편의 저자의 말을 읽고 그럼 그렇지했단다. ,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

 

1.

소설은 1986년 서른일곱 살 때 이야기로 시작한단다. 그리고 자신의 어린 시절과 현재를 오가면서 이야기를 전달해 주었어. 그가 지금의 삶을 만드는데 어린 시절의 일들이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과거와 현실을 오가면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아빠는 그냥 시간의 흐름대로 이야기할게.

….

1959년 롤런드 나이 11. 롤런드의 아버지 로버트 베일스는 군인으로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6년을 살다가 런던으로 이주했어. 그리고 롤런드의 어머니 로절린드는 아버지와 두 번째 결혼을 하신 거야. 첫 번째 남편 잭 테이트가 2차 세계대전 중 사망하고 로버트 베일스와 재혼을 한 거란다. 첫 번째 남편 사이에서 헨리와 수전을 낳았고 로버트와 재혼하여 이 소설의 주인공 롤런드를 낳았지.

1959년 런던에 돌아온 롤런드는 자신이 아닌, 아버지의 의지로 피아노 레슨을 시작했단다. 피아노를 가르쳐 준 선생님은 미리엄 코넬이라는 젊은 여자 선생님이야. 사춘기에 막 들어서려고 하는 소년에게 첫사랑에 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구나. 그런데 코넬 선생님은 롤런드를 아이 취급하면서 옷 매무새도 직접 정리해주시고 코 푸는 것도 도와주시곤 했어. 하지만 롤런드는 그런 애 취급 받는 것을 싫어했지. 코넬 선생님을 사랑하는 하는데 말이야.

그런데 얼마 후에 선생님이 바뀌었어. 코넬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 시간... 선생님은 롤런드에게 입맞춤을 해주셨어. 롤런드에게는 황홀한 추억이겠구나. 롤런드의 십대 시절 머릿속에는 온통 코넬 선생님이 가득 자리잡고 있었어. 롤런드는 코넬 선생님을 어떻게 하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3년이나 지난 다음인 14살이 되었을 때 선생님 댁을 무작정 찾아갔어. 다행히 코넬 선생님은 롤런드를 반갑게 맞이해주셨어. 롤런드는 그 동안 다른 선생님한테 피아노는 꾸준히 배워서 피아노 실력도 어느 정도 되었어. 그리고 롤런드가 피아노에 소질도 어느 정도 있었어. 코넬 선생님 집에서 코넬 선생님과 함께 모차르트도 연주했어. 그런데 롤런드는 더 색다르고 황홀한 경험을 하게 된단다. 코넬 선생님의 리드 속에 사랑을 나누게 된 거야. 열네 살 남학생과 이십 대 젊은 여자 선생님의 사랑. 논란이 되기 충분했지. 둘이 비밀만 잘 지키면 되겠지만 말이야.

롤런드는 코넬 선생님과 사랑을 나눈 후에는 함께 요리하고 당시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미국과 쿠바 사이 갈등에 대한 이야기도 했어. 그 이후 틈만 나면 코넬 선생님 댁에 들렀고, 사랑을 나누었어. 그리고 롤런드는 다시 코넬 선생님한테 피아노 레슨을 받게 되었단다. 지역 콘서트에서 코넬 선생님과 피아노 협주회 연주를 했는데 큰 호응을 받았고 지역 신문에서도 찬사가 이어졌단다.

코넬 선생님과 피아노 협주를 마치고, 진급 시험이 있었는데 낙제했단다. 사랑에 빠져 공부를 제대로 했을 리 없었겠지. 다행히 다른 선생님이 그의 피아노 실력을 보고 구제해주어 진급할 수 있었어. 그러나 코넬 선생님은 자신의 집에서 지내자면서 학교에 가지 말라고 했어. 롤런드도 학교에 가고픈 마음이 별로 없어서 선생님 말대로 코넬 선생님 집에서 사랑만 계속 나누었단다. 롤런드가 16살이 되는 날, 코넬 선생님은 롤런드에게 스코틀랜드로 가자고 했어. 그곳에는 16살부터 결혼이 합법이라면서 그곳에서 결혼하자고 했단다. 롤런드는 당황했어. 코넬 선생님을 사랑하는 건 맞지만 이 나이에 결혼이라니... 롤런드는 안 된다고 하자 코넬 선생님은 화를 냈고 둘은 말다툼 끝에 롤런드는 코넬 선생님의 집에서 나왔어. 이후 학교도 그만 두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하기 시작했어. 그렇게 젊음을 불태웠어.

 

2.

시간이 흐르고 롤런드는 20대 후반이 되었어. 피아노에 재질이 있었지만 전공으로 살리지는 못했고 클럽에서 아르바이트로 가끔 피아노 연주를 하는 수준이고 시를 쓰려고 했지만 그것도 잘 되지 않았어. 롤런드는 독문학 공부를 해보려고 괴테 문화원에 다녔는데, 그때 독문학 선생님으로 앨리사를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그냥 강사와 학생이었어. 독문학을 공부하는 친구 중에 외교관 아버지를 둔 프랑스인 친구 미레유가 있었는데 미레유와 함께 동베를린도 가 보았단다. 당시 독일은 서독과 동독으로 나뉘어져 있어 영국 사람이 동베를린에 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거든. 그것도 동베를린에서 금기시되고 있는 음악 앨범과 금서인 <동물농장>을 몰래 가져가서 미레유의 동독 친구들에게 건네주었어.

시간이 4년이 지나고 괴테문화원 강사였던 앨리사를 우연히 한번 만났는데 그때 앨리사는 남자 친구가 있는 것 같았어. 그리고 또 2년 뒤 이번에는 앨리사가 롤런드를 찾아왔어. 롤런드도 늘 앨리사를 마음 속에 두고 있었는데, 문을 열었더니 문 앞에 앨리사가 딱 서 있었으니 얼마나 기뻤겠니. 그들은 드디어 사귀게 되었어. 롤런드 나이 35살이었어. 그리고 얼마 후 결혼을 하고 로런스를 낳았단다.

….

그런데 있잖니, 그들의 아들 로런스가 7개월 되었을 때, 앨리사는 메모 한 장 남기고 집을 떠났어. 앨리사가 갑자기 떠날 만큼 부부 사이가 나빴던 것도 아니야. 어린 아기를 남겨두고 집을 떠난 이유가 무엇일까. 앨리사가 떠나고 네 번의 엽서가 도착했어.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이었어. 마지막 엽서는 뮌헨 남부 지역에서 온 거야. 그래도 걱정되어 롤런드는 경찰서에 아내 실종 신고를 했는데, 경찰은 오히려 롤런드를 용의자 취급을 하면서 필적조사를 하고 지문 조사 등을 했단다.

롤런드가 있는 곳은 영국인데도 당시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로 인해 방사능 수치가 상승했다는 소식에 영국도 소동이 일어났어. 다들 요오드화칼륨과 생수를 사재기하고 창문을 밀폐하는 작업을 하는 등 다들 불안해 했단다. 어린 아기가 있는 롤런드는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지..

....

얼마 후 앨리사의 다섯 번째 엽서가 도착했어. 앨리사는 미안하고 사랑한다면서도 자기 길을 찾아가겠다고 했어. 일단 독일에 계신 부모님 집에 갈 건데 전화하지 말라고 당부했단다. 앨리사의 아버지는 완강한 보수주의자이고, 어머니 제인 파커는 영국인 기자 출신으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어. 앨리사도 자신의 어머니를 닮은 것 같구나. 하지만 앨리사와 어머니 사이는 그리 좋지 않았어. 제인 파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저항하던 백장미단을 취재하면서 백장미단의 뜻에 동조하며 저항운동에 참여하기도 했어. 스스로 백장미단의 명예회원이라고 생각하고 책도 준비하고 있었어. 취재 중 만난 백장미단 멤버 하인리히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그가 바로 앨리사의 아버지란다. 그들은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되었고 곧바로 결혼을 하고 아기도 낳았어. 이로 인해 제인 파커는 취재하던 것도 중단하고 기자 일도 그만두고 출간하려던 책도 그만두어야 했어.

이후에는 시골의 변호사의 아내 역할을 했단다. 앨리사의 어머니는 기자 일을 그만 두고 글쓰기를 그만 둔 것을 늘 후회하기도 했지. 그런데 앨리사는 자신이 어머니와 같은 처지가 되었다고 생각한 거야. 그냥 있다가는 자신의 어머니처럼 자신의 꿈을 이루지도 못하고 한 사람의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갈 것이 눈에 뻔히 보인 거야. 그래서 집을 떠난 거지.

...

앨리사가 집을 떠난 지 3년이 지났어. 앨리사가 갑자기 떠난 것처럼 갑자기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롤런드는 여자를 진지하게 사귀지도 못했지. 로런스는 어느덧 세 살이 되어 말을 하기 시작하였고 엄마에 대해 자주 물어봤어. 롤런드가 답하길 엄마는 긴 여행을 갔다고 했어. 독일에 계신 앨리사 부모님이 손주가 보고 싶다고 하셔서 롤런드는 로런스를 데리고 독일로 갔단다. 앨리사의 부모님께 앨리사의 소식을 물었더니 3년 전에 앨리사에 집에 들렀었는데 그 이후에는 소식이 끊겠다고 했어. 도대체 앨리사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다시 런던으로 돌아왔어. 롤런드는 독일에 다시 온 것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야. 동독 친구들이 혹시 오면 만날 수 있을까 하고 갔지만 사실은 혹시 앨리사를 만나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지.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기적같이 앨리사를 우연히 만났단다. 앨리사는 롤런드를 알아보고는 실망스러운 눈빛을 보였어. 롤런드도 그 눈빛을 알아 봤어. 하지만 앨리사도 조금은 미안했는지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자신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 그러니까 글쓰기를 위해 떠난 것이라고 이야기했어. 이제 막 첫번째 결과물이 나왔다면서 자신이 쓴 책을 건네주었단다.

앨리사도 엄마라는 죄책감이 있는지 로런스의 안부를 물었어. 롤런드가 직접 와서 보라고 하자 앨리사는 갈 수 없다고 했어. 그렇게 되면 자신의 꿈은 끝이 난다면서... 너무 이기주의적인 것 같구나. 얼마나 대단한 꿈이길래... 런던에 돌아와서 롤런드는 앨리사가 건네준 책을 읽었는데 그녀를 용서해줄 수 있는 만큼 걸작이라고 생각했어. 그녀가 떠나지 않고 자신의 아내로, 로런스의 엄마로 살았다면 나올 수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

 

3.

시간은 흘러 1995.. 앨리사는 결국 작가로 성공하였단다. 하지만 공개석상에 나오지 않고 어디에 사는지 알려지지 않아 은둔작가로도 유명해졌어. 롤런드는 어느덧 47살이 되었고 아들 로런스도 10살이 되었어. 친구와 이웃으로만 지내던 대프니와 사귀게 되었지. 대프니가 남편 피터와 헤어졌거든. 대프니의 아이들과 로런스도 함께 놀곤 했어. , 그 이전에도 계속 함께 놀긴 했지. 그렇게 함께 몇 년 생활하다가 대프니는 피터와 다시 합치기로 했대. 롤런드는 다시 혼자가 되었고, 시간은 또 흘러갔어.

2002년 로런스도 어느덧 10대 후반이 되었어. 독일로 혼자 배낭여행을 갔고 엄마의 출판사에 찾아갔다가 우연히 엄마의 주소를 알아내게 되었어. 로런스는 그 주소를 찾아갔어. 아주 한적한 마을이었지. 드디어 엄마와 대면했어. 하지만 엄마는 반가워하기는커녕 로런스를 외면했단다. 로란스는 실망감만 가득 앉고 돌아왔어.

어느 날 경찰이 찾아와 14살 때 선생님과 사랑을 나눈 것에 대해 물어봤어. 선생님이 미성년자를 꼬셔서 성행위를 한 것은 일종의 성폭력이었거든. 롤런드는 끝내 선생님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어. 롤런드는 코넬 선생님을 찾아보기로 헸어. 수소문 끝에 코넬 선생님을 찾아갔단다. 1964년에 헤어지고 2002년만에 만났으니 거의 40년 만이었어. 코넬 선생님은 그를 보더니 처음에는 쌀쌀맞게 대했어. 당시 결혼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앙금이 아직도 있는 것인가. 코넬 선생님은 당시 이야기를 해줬어.

남자친구가 있었고 뜻하지 않은 임신을 했다가 낙태를 했고 이 일로 힘들게 대학을 졸업하고 쫓기듯 시골 학교의 피아노 선생님으로 갔다고 했어. 그곳에서도 다른 선생님들의 눈총을 받으며 지내다가 피아노에 재능 있는 롤런드를 만나게 된 것이라고 했어. 그런데 점점 롤런드에게 끌려 자신이 소아성애자인지도 모르겠다면서 괴로워하기도 했대. 그래서 작정하고 롤런드를 멀리하려고 그의 레슨을 다른 선생님한테 넘긴 거래. 하지만 롤런드를 볼 때마다 괴로워했다고 계속 그를 피해 다녔지만 3년 뒤 자신의 집에 찾아온 롤런드를 보고 무너져 내렸다고 했어. 그 이후에는 롤런드를 독점하고 싶은 욕망뿐이었다고.. 나중에 헤어지고 나서는 롤런드가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는지 계속 알아봤다고 했어.

뒤늦게 롤런드가 피아니스트가 되지 않은 것에 대해 자신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어. 그리고 자신이 예전에 롤런드를 상대로 한 사랑은 죄를 지은 것이라고 인정하고 경찰 조사를 원한다면 조사를 받고 죗값을 치르겠다고 했어. 코넬 선생님은 결혼을 했었고 남편은 11년 전에 죽고 아이는 없다고 했어. 코넬 선생님도 참 불쌍한 삶을 산 것 같구나. 지금 다시 그들 사이에 사랑의 불을 지필 수는 없겠지? 그렇게 진심을 다해 이야기해주셔서 롤런드도 조금 있던 앙금마저 모두 씻겨 내려갔단다.

..

시간은 잘도 흘러 2010년이 되었어. 앨리사는 세계적인 거장이 되었고 매년 노벨 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기도 했어. 어느 해는 롤런드도 도박사이트에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앨리사에게 돈을 걸었다가 500달러를 잃기도 했어. 아들 로런스는 착실하게 잘 자라서 기후 관련된 연구를 하는 직업을 얻었어. 나이를 먹으면서 겪는 두려운 일이 롤런드에게도 일어났단다. 어머니 로절런드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받았어. 엄마는 돌아가시기 전에 숨겨둔 비밀을 이야기했어. 어머나와 아버지가 정식 결혼하기 전에 그러니까 불륜을 저지르던 시기에 아기를 낳았다가 입양을 보냈다고 했어.. 그러니까 롤런드에게 의붓형, 의붓누나가 아닌 친형이 있었다는 거야. (이 설정은 지은이의 실제 경험을 빌려온 것이라고 하더구나.)

롤런드는 수소문해서 자신의 친형 로버트를 만났어. 다행히 입양가족들이 잘 해주어서 잘 사신 것 같았어. 로버트는 벌써 육십 대 초반이 되었지. 가족 중에 로버트 형을 기억하는 이는 조이 이모 한 명 뿐이어서 롤런드는 형과 함께 조이 이모를 만났어. 그리고 로버트는 엄마의 장례식장에도 참석했단다.

또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 롤런드도 어느덧 62살이 되었어. 그 사이에 대프니는 피터가 또 도망가 버려 혼자 지냈어. 롤런드는 그제서야 대프니에게 청혼을 했고 대프니도 받아들여 둘은 결혼했어. 하지만 그들의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어. 대프니가 암, 그것도 말기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리고 얼마 후 세상을 떠났단다. 다행인 것은 대프니가 죽기 전 롤런드와 대프니 단 둘이 여행을 다녀왔단다. 대프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 유골을 간직하다가 7년이 흐르고서야 대프니가 이야기한 곳에 유골을 뿌려주려고 했어. 그런데 그곳에 어떻게 알고 대프니의 전남편 피터가 쫓아왔단다. 자신이 대프니와 더 오랜 시간을 보냈다면서 유골을 달라고 했어. 롤런드도 안 된다고 해서 둘은 대판 싸우기까지 했는데, 결국 피터가 대프니의 유골을 빼앗아 자신이 뿌려주었단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

2020년이 되었어. 너희들도 아는 것처럼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덮쳤지. 코로나 봉쇄로 롤런드는 집에서 혼자 지냈어. 혼자 하는 것이 모두 힘든 나이가 되었지. 아무것도 아닌 집안일 하다가 넘어져 다치기도 했어. 어느날 앨리사의 편집인 뤼디거로부터 전화가 왔어. 앨리사가 왼쪽다리를 절단했고 앨리사가 롤런드를 만나고 싶다고 했대. 알겠다고 했지. 그리고 앨리사의 신간이 나와서 보내준다고 했어. 알겠다고 했지.

책을 받아서 읽어보았는데 처음으로 롤런드와 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폭력적인 남편으로 그려져 있고 아기를 못 만나게 한다는 내용도 있었어. 새빨간 거짓말이었지. 기분이 완전 잡쳤어. 심지어 그 책을 읽은 아들 로런스도 롤런드에게 소설의 내용이 맞냐고 물어왔어. 롤런드는 바로 편집자 뤼디거에게 전화를 해서 화를 냈어. 이런 책을 출간할 수 있냐면서... 롤런드는 이 문제를 따지기 위해 바로 앨리사를 만나려고 했어. 롤런드는 코로나 봉쇄를 뚫고 독일로 날아가 어느 시골 마을에 은둔해 살고 있는 앨리사를 찾아갔어. 앨리사는 예전과 달리 큰 소리로 반기면서 반갑게 맞이했어. 롤런드는 앨리사가 진통제를 많이 맞아서 그런가 싶었단다. 롤런드는 자신에 대해 악의적으로 쓴 것에 대해 따지자 소설일 뿐이라고 항변했어. 그러면서 자신이 사랑한 남자는 롤런드가 유일하다고 했어. 남자보다 글쓰기를 더, 훨씬 더 좋아하는 게 문제라서 그렇지.

그들은 함께 술을 마시면서 그 동안 잔뜩 쌓인 앙금을 어느 정도 풀었어. 앨리사는 폐암에 걸렸고 그것 때문에 다리도 자른 것이라고 했어. 하루에 담배를 수십 개비씩 수십 년 동안 폈으니 폐가 남아나질 않았겠지. 이제 지금 쓰고 있는 마지막 작품을 쓰고 죽을 거라고 했어. 롤런드는 앨리사에게 로런스를 만날 것을 권유했어. 앨리사도 그제서야 알겠다고 했어. 앨리사는 로런스에게 메일을 보냈어. 로런스는 오랜 고민 끝에 거절했단다. 로런스가 가장 큰 피해자가 아니었을까 싶구나. 앨리사는 로런스에게 선물을 보냈어. 로런스의 외할머니의 일기장들과 청기사 연감이었단다. .외할머니 제인은 결혼과 함께 경력이 단절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 글을 쓰셨단다.

....

롤런드의 말년은 그래도 행복했어. 로런스의 식구들, 대프니의 아이들의 식구들과도 자주 만남을 가졌어. 롤런드는 때론 힘들게 때론 행복하게 걸어온 자신의 우여곡절 인생이라는 길을 뒤돌아보며 삶을 정리하며 보냈단다. 정말 너무 짧은 인생이구나.

소설이 제법 두꺼워 다 읽는데 며칠이 걸리긴 했지만 그 며칠 동안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났다는 것에 인생무상이 느껴졌어. 읽는 동안 아빠도 아빠의 삶을 되돌아오게 되더구나. 아빠의 삶은 이렇게 두꺼운 책으로 엮을 분량이 안 되지만 역시 세월은 엄청나게 빨리 지나가서 어느덧 인생의 가을을 보내고 있구나. 앞으로 삶은 또 얼마나 빨리 지나갈까. 하루하루 시간이 소중함을 명심하고 살아야겠구나. 아빠가 오늘 독서 편지의 앞부분에 저자의 글을 읽고 다소 안심했다고 했는데, 그건 롤런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코넬 선생님은 허구의 인물이라고 하더구나. 지은이 이언 매큐언의 삶에는 없는 캐릭터였대.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그건 불면증에 동반된 기억이지 꿈이 아니었다.

책의 끝 문장: 그러곤 걱정이 되어 이마를 찌푸린 채 할아버지의 남은 손을 잡고 앞에서 이끌어주었다.

 


스스로 만든 지옥은 흥미로운 구조물이다. 누구나 평생에 적어도 한 번은 만들게 되어 있다. 어떤 이들의 삶은 그런 지옥일 뿐이다. 성격이 불행을 자초한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롤런드는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다. 자기 손으로 고문 기계를 만들고 그 안으로 기어들어간다. 특정한 작업 혹은 술이나 마약 중독 혹은 발각될 위험이 있는 범죄 등 각자에게 맞는 고통을 받는 것이다. 금욕적인 종교도 선택지에 들어갈 수 있다. 전체적인 정치체제가 고통을 자초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그때 한때 동베를린에서 지낸 적이 있었다. 결혼은 이인용 고문 기계로 킹사이즈의 가능성, 공유 정신병의 모든 변종을 아우른다. - P35

유럽 전역에 자기기만의 구름이 드리웠다. 서독의 한 텔레비전 채널은 방사능의 독기가 복수라도 하듯 소비에트 제국만 오염시키고 서구는 안전할 거라고 확신했다. 동독의 한 정부 대변인은 인민의 발전소를 파괴하려는 미국의 음모에 대해 언급했다. 프랑스 정부는 방사능구름의 남서쪽 가장자리가 프랑스와 독일 사이 국경과 일치한다고, 그 구름은 국경을 넘을 권한이 없다고 믿는 듯했다. 영국 당국은 대중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사천 개의 농장을 폐쇄하고, 사백오십만 마리의 양을 판매 금지하고, 수천 톤의 치즈를 거둬들이고, 어마어마한 양의 우유를 배수로로 흘려보냈다. 모스크바에서는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아기들과 아이들이 방사능에 오염된 우유를 마시게 내버려뒀다. 하지만 곧 이기주의가 만연해졌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비상사태에 정면으로 맞서야 했고, 그런 일은 비밀리에 일어날 수 없었다. - P104

천재가 인생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은 바이올린 연주도 하고, 요트도 타고, 명성도 좋아하고, 자신의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순수한 기쁨도 느끼며 충분히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지저분하게 이혼하고, 양육권 싸움을 하고, 여자 문제로 골치를 앓으며, 다비트 힐베트르가 자신의 업적을 가로챌 거라는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양자역학을 비판하고, 그에게 모든 것을 빚진 뛰어난 시달리고, 양자역학을 비판하고, 그에게 모든 것을 빚진 뛰어난 젊은이들과 갈등을 빚었다. 차라리 멍청하거나 평범한 게 나을까? 그렇게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멍청이도 불행에 이르는 자기만의 길이 있다. - P150

잠시 후 그녀가 말했다. "어쩌면 내가 틀렸는지도 몰라. 난 완전히, 그리고 빨리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어. 잔인한 짓이었고, 미안하게 생각해. 정말 미안해…… 그게 늘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야. 당신이 매일 섹스를 요구하는 거. 하지만 아기는…… 아기의 요구는, 아기는 나를 소멸시켰지. 아기와 당신…… 난 아무것도 아니었어. 나에겐 아무것도 없었어. 생각도, 인격도, 바라는 것도, 바라는 건 잠뿐이었지. 난 침몰하고 있었어. 벗어나야만 했어. 집을 떠난 날 아침……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데, 그게…… 그 이야긴 안 할래. 당신은 좋은 아빠고 래리는 어리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 당신도 괜찮아질 거라고, 조만간. 난 괜찮지 않았지만 이미 선택을 했으니 내가 해야 하는 걸 했어. 이거."
그녀는 다시 토트백에 손을 넣어 그가 카페에서 본 책을 꺼냈다.
- P344

현대 가정의 중심은 더 이상 거실이나 응접실, 가장의 서재가 아니다. 이제 주방이 중심이며, 주방의 중심은 식탁이다. 아이들이 대화와 관련된 무언의 규칙, 타인과 어울리는 법 같은 기본적인 예의를 배우는 곳이니까. 아이들은 평생 습관이 될 규칙적인 식사의 중요한 리듬과 의식을 습득하고, 식사 후 정리를 도와주는 간단한 첫 의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식탁은 우편물을 뜯어보고, 주인이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손님으로 온 친구들이 둘러앉아 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곳이기도 하다. - P393

소중한 내 사랑, 언제든 당신이 원할 때 나를 강에 뿌려줘. 이십 년이 걸린다 해도 상관없어. 당신 혼자 힘으로 다리까지 와서, 우리가 서 있었던 곳에 서서 우리에 대해, 그때 우리가 얼마나 행복했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기만 하면 돼. 난 십대 때 불가리아인과 사랑에 빠졌지. 그는 언젠가 유명한 시인이 되겠다고 했어. 그 꿈을 이뤘는지 궁금하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으니까. 나는 사십 년 넘게 지난 뒤 같은 장소로 돌아가서 당신과 사랑에 빠졌지. 아니, 오래전까지 당신을 사랑했음을 깨달았지. 차를 몰고 당신과 함께 산길을 달리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옆에 앉아서 지도도 봐주고, 펜션의 조율도 안 된 피아노로 내가 신청한 감상적인 곡을 연주해준 당신, 정말 고마워. 다 고마워. 이 여행이 당신에겐 고통이리라는 거 나도 알아. 당신에게 고마워해야 할 또하나의 이유지. 이 아름다운 강을 당신 혼자 찾아오게 해서 정말 미안해. 내 사랑,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잊지 마! 대프니. - P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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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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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요즘 전세계적으로 핫한 작가 중에 한 명인 아일랜드 출신 클레어 키건의 신작 <남극>을 이야기할게. 신작이라고 했지만, 내막을 들여다 보면 데뷔작이라고 하는구나. <남극> 1999년에 쓴 소설이라고 했어. 그리고 이 책은 단편 모음집으로 <남극>을 비롯하여 15편의 단편이 실려 있단다. 아빠는 클레어 키건은 대표작 <맡겨진 소녀> 한 편만 읽었단다. 그 책을 읽고 난 아빠의 느낌은 갸우뚱이었단다. 아빠는 그 소설을 통해 클레어 키건이 극찬을 받는 작가라는 이유를 찾지 못했거든. 아빠의 취향에 맞지 않는 작가인가 보다 했어. 그래서 그 이후 클레어 키건의 다른 작품들이 손에 가지는 않았어.

그런데 이번에 읽은 <남극>은 겉표지부터 자극적이었어. 무슨 동물인지 모르겠지만 파란색 눈을 가진 동물이 아빠를 바라보고 있었거든. 그래서 무슨 책인가 소개를 봤더니 클레어 키건의 책이더구나. 이번 책도 많은 사람들의 추천이 이어졌지. 아빠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책을 펼쳤단다. 아빠가 단편보다는 장편을 선호하지만, 클레이 키건의 <남극> <맡겨진 소녀>보다 좋았단다. <맡겨진 소녀>를 읽을 때는 잔뜩 기대를 하고 읽었고, <남극>은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읽어서 그럴 수도 있고아무튼,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왜 클레어 키건을 좋아하는지 좀 이해가 갔단다.

 

1.

이 책에는 <남극>을 비롯하여 15편의 소설이 담겨 있어. 아빠가 메모를 한 소설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게.

<남극>

남극을 배경으로 한 소설인줄 알았으나 전혀 아니더구나. 어떤 기혼녀의 위험한 생각으로 소설은 시작한단다. 결혼한 여자가 다른 남자와 자면 기분이 어떨지 갑자기 궁금해져서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단다. 가족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간다고 1박 여행을 한다고 했어. 낯선 곳에 가서 낯선 카페에 들어가 낯선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목표대로 그의 집에서 사랑을 나누었단다.

그녀의 목표를 이루었으니 다음날 일찍 집에 오려고 했는데 기차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그의 유혹에 넘어가 다시 한번 사랑을 나누었는데, 이번에는 어제와 달리 그녀의 손목이 채워진 채 사랑을 나누었어. 그리고 그가 건네준 커피 한잔을 먹고 잠들었다가 깨어났는데 그녀의 손목은 여전히 수갑으로 침대와 묶여 있었어. 그리고 입에는 재갈까지 물렸어. 풀려달라고 했지만, 그는 그녀를 그대로 두고 일하러 나갔단다. 주인공의 위험한 호기심은 자신을 위험한 상태에 빠지게 만들었어.

소설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어. 역시 단편은 예상 밖의 끝도 특징 중에 하나이지마치 지은이가 어떻게 끝내야 할지 고민하다가 끝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 그런데 왜 제목이 <남극>일까. 소설 속에서 나오는 남극 관련된 것은 여자가 남자의 집에 가서 사랑을 나누고 나서 본 텔레비전의 다큐멘터리가 전부인데남극을 호기심으로만 갈 수 없는 것처럼 호기심만으로 낯선 남자랑 사랑으로 나누지 말라는 의미?

….

<키 큰 풀숲의 사랑>

오래 전 강풍으로 코딜리아의 과수원의 사과들이 다 떨어진 적이 있어. 주인공은 여자야.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의사가 사과를 옮기는 것을 도와주었고, 그들은 서로 사랑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문제는 의사가 유부남이라는 것의사의 아내가 의사의 불륜을 알게 되고 의사는 코딜리아에게 관계를 끝내자고 했어. 그러면서 세기의 마지막 날 마지막으로 만나자고 했어. 의사는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그 약속을 메모장에 적어 두었어. 아니, 아무리 기억력이 좋지 않아도 그렇지.. 그런 걸 까먹는단 말이지. 과수원 주인만 불쌍한 것 같구나. 아무든 그 메모장은 의사의 아내에게 발각이 되고, 약속 장소에 의사의 아내가 와서 코딜리아에게 이야기를 했어. 다 알고 있다면서그리고 뒤늦게 의사가 도착하고 약속 장소에는 코딜리아, 의사, 의사의 아내가 함께 앉아 있었고, 누군가 나가길 기다리는 것으로 소설이 끝났다. 역시나 어찌 끝낼까 고민하던 끝이 난 것 같은 결말.

<물이 가장 깊은 곳>

서양에는 오페어라는 직업이 있단다. 오페어는 언어와 풍습을 익히기 위해 가정집에서 아이를 돌보거나 집안 일을 거들며 수식을 제공받는 여자 유학생을 말해. 이 소설 속 오페어는 젊은 부부와 그의 아이와 함께 지냈어. 오페어의 고향은 아주 먼 곳의 바닷가 마을 리프라는 곳이라고 했어. 그 집의 남자 아이는 오페어를 잘 따랐어. 그런데 오페어 젊은 부부 사이에 이상한 긴장감이 돌았어. 아무래도 젊은 오페어가 젊은 부부의 집에서 같이 지내니 묘한 상황이 일어날 확률이 높지 않을까. 그들은 함께 여행도 갔는데, 아이의 아빠가 오페어에게 심한 잔소리를 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변태같이 오페어에게 갑작스레 키스를 했단다. 이건 엄연한 성추행이 아닌가 싶다. 그 이후 무슨 일이 벌어질 듯 벌어질 듯 하다가 소설이 끝나버렸단다. 이젠 대충 소설이 어떤 식으로 끝날 지 감이 오는 듯하다.

….

<진저 로저스 설교>

아빠는 잘 모르지만 진저 로저스는 예전에 유명한 영화배우라고 하는구나. ‘ 13살로 집에서는 막내란다. 일곱 살 많은 오빠 유진은 를 어린애 취급했어. 그것에 기분이 상했는지 13살 소녀치고는 과감한 행동을 했단다. 아빠가 새로 고용한 벌목꾼 슬래퍼 짐에게 유혹을 했던 거야. 그러다가 소설이 갑자기 끝났는데, 지은이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아빠는 잘 이해를 못했고, 제목도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더구나.

….

<폭풍>

엘렌의 부모님은 낙농장을 가지고 계셨어. 엘렌의 아빠는 엄마를 때리는 가정폭력범인데 15년이나 이어졌어. 그렇게 학대를 받던 엄마는 외할머니까지 돌아가시자 정신병이 생겨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어. 그 다음에 소설이 어떻게 전개되었더라아빠가 읽은 지 오래 가까이 되었더니 뒷이야기가 잘 생각이 나질 않는구나. 게으른 아빠를 탓해야지.

<노래하는 계산원>

테스코에서 일하는 언니 코라와 는 단둘이 살고 있었어. 언니는 우체부와 사랑에 빠졌어. 언니는 나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그 사이에 우체부와 사랑을 나누곤 했어. 어느날 그들의 이웃 중에 한 명이 사람들을 연쇄적으로 살인한 후 시신을 자신의 땅 속에 묻었던 것이 발각된 사건이 일어났어. 그 이웃은 집 나간 아버지와 친하게 지내던 사람으로 아버지와 우리집 공사도 같이 했던 사람이라서 언니는 섬뜩하게 생각했지만, ‘는 그저 그렇게 생각했어. 뭐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런 사람이 우연히 우리 옆집에 살 수 있는 거지하지만 그들 또한 희생되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언니의 반응이 옳은 것 같구나.

….

<화상>

로빈은 아이가 셋 딸린 남자와 결혼을 했단다. 그들에 그 남편은 남편이 전에 살던 시골집을 이사를 가자고 했어. 남편의 전아내는 폭력적이라서 아이들도 많이 때려서 남편의 아이들은 작은 실수에도 깜짝깜짝 놀랐어. 로빈은 그런 아이들을 불쌍히 여기고 잘 대해주었어. 함께 집고 새로 꾸몄어. 어느날 이사 간 시골집에 바퀴벌레가 떼로 나왔단다. 아이들은 깜짝 놀라 아일랜드 식탁 위로 올라갔다가 바퀴벌레를 하나둘 죽이더니 서로 경쟁하듯 죽이기 시작했고, 로빈도 동참해서 같이 바퀴벌레를 죽였어.집에 돌아온 남편도 그 전쟁에 동참을 하고 다들 땀이 나도록 바퀴벌레를 죽이면서 그들은 새로운 가족을 확고히 했단다. 단편 소설이 성공하려면 특이한 소재를 발굴하라.

<남자한테는 이상한 이름>

는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인데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만난 남자와 만나 여섯 밤 동안 사랑을 나누었는데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고 말았어. ,  ‘는 원나잇 스탠드가 얼마나 위험한지 <남극>을 읽지 않은 모양이구나. ‘는 뱃속의 아이가 딸이라 생각하고 이름을 대프니라고 하면 어떠냐고 남자에게 묻자 남자한테는 이상한 이름이라고 답변했어. 갑자기 남자가 맘에 안 든다는 생각이 확 들면서 헤어지기로 결심하면서 소설이 끝났어. 단편 소설의 정의를 다시 쓰는 듯하구나. 끝이 없는 소설로

….

<어디 한번 타봐>

로슬린은 남편과 10년 동안 함께 생활했는데, 남편은 항상 비밀에 쌓여 있는 사람처럼 느꼈어. 그리고 남편의 속이 텅 비어 있는 것만 확인했어. 남편과 지낸 10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어. 그래서 로슬린은 남편 아닌 다른 남자를 만나려고 했어. 신문광고에서 여자를 만나고 싶다는 광고를 보고…(별난 걸 광고에 다 내는구나) 제재소에서 일하는 거스라는 사람과 미팅을 했어. 점심을 함께 먹고 놀이공원에 가서 데이트도 했어. 거스가 놀이공원에서 이런저런 놀이기구를 타자고 하지만 로슬린은 계속 거절했어. 그러다가 몬스터 미끄럼틀을 타게 되었는데, 거스와 짧은 데이트를 하면서 로슬린은 자신이 10년만에 살아있는 기분을 느꼈단다. 로슬린이 만약 거스와 10년을 살아도 그런 기분이 계속 될까? 잘 모르겠구나.

….

<남자와 여자>

아버지는 고물상이었는데 인공 고관절 수술을 하고 나서는 집안 일을 거의 하지 않고 엄마가 다 했어. 그렇다고 몸을 아예 못 움직이는 것은 아냐. 파티에서 다른 여자와 춤도 잘 췄어. 오빠 셰이머스는 고등학생인데 집에서는 거의 일을 하지 않았어. 엄마와 아빠는 오래 전부터 각방을 쓰고 있었는데, ‘는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어. 연말 파티에서 아버지는 엄마한테는 신경 쓰지 않고 또 다른 여자들이랑 춤을 추고 그랬어. 당연히 둘 사이는 더 안 좋아졌지. 결국 엄마는 혼자 차를 몰고 숲으로 가버렸어. 그럴만두 하지.. 그럴만두

….

<자매>

베티와 루이자는 자매지간이야. 루이자는 스탠리와 결혼하여 아들과 딸이 하나씩 있었어. 베티는 엄마가 일찍 돌아가신 이후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아버지를 모시며 살다가 결혼도 못하고 어느덧 쉰이 되었어. 그렇게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지만 아버지는 루이자만 예뻐하다가 돌아가셨어. 베티는 이제서야 자유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동생이 가족들을 이끌고 그곳에 왔단다. 아버지의 유언장에는 아버지의 집에 루이자의 식구들을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적혀 있었어. 루이자의 아이들은 시끄럽고 예의 없고 제 마음대로 행동했어. 남편 스탠리는 일 때문에 오지 않았다고 하지만 헤어진 것 같았어. 돌아갈 생각이 없는 동생 식구들 때문에 베티는 다시 자유를 잃어버렸어. 베티는 루이자에게 머리를 빗어준다면서 루이자의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버렸단다. 화가 난 루이자는 다음날 떠나버렸어. 말로 잘 설득해보니, 베티와 루이자는 자매지만 사이가 무척 안 좋았나 보구나. 서로 의지하며 살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하기야 평생 처음 찾아온 자유를 방해한 죄는 크지

….

<겨울 향기>

변호사 핸슨의 아내 릴리는 세 번째 아이를 임신했어. 핸슨은 두 아이와 보모를 데리고 친구 그리어의 집에 갔어. 그리어에게는 얼마 전 가슴 아픈 경험을 했어. 그리어의 아내가 한 흑인에게 강간을 당했단다. 그 상처로 그리어의 아내는 침대에서만 지내고, 몸무게도 엄청 빠졌어. 그 흑인을 잡아와 재판 전까지 헛간에 가두고 있었던 것 같애. 핸슨이 그리어의 집에 와 있을 때 그 흑인이 탈출을 하게 되었고, 핸슨과 함께 왔던 보모는 흑인을 가두었던 그리어와 핸슨을 보고 야만인이라고 하면서 흑인 방향으로 함께 도망을 갔단다. 가끔 단편 소설은 짧다 보니 숨어 있는 내막을 생략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 보모가 그리어를 야만인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왜 그 흑인을 쫓아갔을까.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제이이는 뱃사공이었어. 술집에서 알게 된 부치라는 사람이 제이이를 찾아와 낚시를 하겠다고 했어. 둘은 강에 배를 타고 가서 낚시를 시작했어. 부치는 술을 먹고 자신의 이야기를 했어. 자신이 아내를 죽였다는 끔찍한 이야기. 제이이는 깜짝 놀란 것보다 살인자와 한 배에 단둘이 타고 있다는 사실이 더 무서웠어. 부치는 이야기를 계속 했어. 부치가 자신의 집에 왔을 때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있는 것을 보고 죽였다는 거야. 부치와 제이이는 한동안 배에 있었는데, 제이이는 떨면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어.. 돌아가자는 말도 못 떠내고부치의 옷에 피가 묻어 있었는데, 부치는 자신의 옷을 제이이에게 주고 부치는 제이이의 옷을 입고 떠났단다. 피를 묻은 옷을 갖고 있던 이유로 제이이는 경찰에게 조사를 받았어. 제이이는 있었던 대로 경찰에게 진술을 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제이이가 꾸며낸 이야기이고, 제이이가 진짜 범인이라면제이이가 부치의 아내뿐만 아니라 부치까지 죽인 것이라면뒷이야기가 궁금해 죽겠구나.

….

<불타는 야자수>

이젠 제목은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련다. 엄마와 소년은 할머니 집에 왔어. 엄마는 이제 그만 집에 가자고 했는데, 소년은 집에 가기 싫어서 숙제하고 집에 가자고 했어. 집에 가면 엄마와 아빠가 싸우기 때문에 집에 가기 싫어했어. 소년이 숙제를 하고 더 이상 시간 끌 이유가 없어서 집에 가게 되었는데 오는 길에 빙판길에서 미끄러진 차에 치여 엄마가 죽었어. 일찍 집에 왔다면 엄마는 죽지 않았을지도 몰라. 소년은 큰 충격에 빠졌어. 할머니는 집에 도배를 새로 하고는 그 집을 불태워버렸단다. 할머니가 왜 이런 행동을 하셨을까? 아빠가 무엇인가 놓친 것이 있나?

<여권 수프>

드디어 마지막 작품이구나. 프랭크의 딸 엘리자베스 코스는 자신의 밭에서 아홉 살 때 실종되었단다. 우유곽에 실종자 사진을 추가하여 찾아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찾지 못했어. 프랭크와 아내에게는 악몽이 끊이질 않았어. 아내는 더 힘들어했어. 프랭크는 아내와 헤어질까 생각도 했어. 그들끼리 있으면 엘리자베스 생각밖에 나질 않으니까어느날 집에 와보니 아내가 잘 차려 입고 음식도 준비했어. 아내가 이제 모든 걸 잊고 새로운 출발을 마음 먹은 줄 알고 프랭크도 기대를 했단다. 하지만 아내가 한 요리를 모두 충격을 받았어. 딸의 여권을 잘라서 스프를 만들었거든. 프랭크가 화가 나서 그릇을 던지기까지 했어. 그러자 아내는 프랭크를 때리면서, 프랭크 때문에 딸이 사라졌다고 마구 책망했단다. 프랭크도 그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아내에게 용서를 빌었어. 아내는 프랭크의 용서를 받아주지 않고 프랭크에게 계속 분노했어. 프랭크는 그렇게 분노하는 아내를 보니 오히려 기분이 나아졌단다. 그것이 딸을 잃은 부모의 마음 아니겠니

….

이렇게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들을 조금씩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읽을 때는 책도 술술 읽히고 재미있었단다. 그런데 대부분의 소설이 다음을 궁금하게 하는 상태에서 끝이 났단다. 읽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겠구나. 문득 읽는 이들은 이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소설의 뒷이야기를 자신이 써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출판사나 인터넷 서점에서는 그런 이벤트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고 말이야. 그런 이벤트를 생기면 아빠도 한번 도전을 해볼까?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여자는 집을 떠날 때마다 다른 남자와 자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

책의 끝 문장: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너는 다른 남자들이 즐기는 것을 보면 늘 좋아했고, 너도 조금 즐겼다. 나 역시 지금 내가 아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재미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예전에 나는 앎에는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에는 아무리 배워도 성에 차지 않았다. 나는 침대 옆 장에 책을 잔뜩 쌓아놓고 밤늦도록 읽어치웠고, 책을 팔아서 다음 책을 사는 데 보탰다. 시간이 지나면 배움이 줄어들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지나치게 많이 안다. 나 자신에 대해 반박할 수 없는 이야기를 엿들은 사람이 된 기분이다. 그러므로 천천히 해야 한다. 마음의 준비가 될 때까지 혼자서만 알고 있어야 한다. 너무 가득 담긴 잔을 들고 있어서 쏟을까 봐 못 움직이는 느낌이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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