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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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너무나 유명한 고전 소설인 조지 오웰의 <1984> 이야기를 하려고 해. 이 책은 이미 20년 전에 읽은 적이 있어. 20년 전이면 아빠의 기억 속에서 모두 사라져야 정상이지만, 이 소설은 인상을 주었는지 아빠의 기억 속에 아직 남아 있구나. 그런데 Shawn의 학원 숙제로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해서, 아빠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빠가 20년 전에 읽은 <1984>는 청목출판사에서 나온 것인데, 이번에 읽은 것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의 책으로 읽었단다.

읽고 나서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빠의 머릿속에 남아 있던 <1984>의 기억은 그야말로 빵 부스러기 수준이었던 것 같아. 이번에 읽으면서 <1984>를 제대로 읽었다는 느낌이었어. 물론 아빠의 기억력으로는 또 얼마 못 가서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이 얼마 없겠지만 말이야. Shawn도 이 책을 읽었으니, 아빠가 구구절절 쓴 줄거리를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서 지루할지 모르겠지만, 줄거리를 모르고 읽어도 지루한 글이니 그냥 이야기할게. 조지 오웰의 생애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좋겠지만, 아빠가 조지 오웰 평전과 에세이 책을 소개할 때 이야기했으니 오늘은 생략할게.

 

1.

때는 1984년. 지금이야 1984년이 먼 과거이지만, 이 책이 출간된 1949년에 1984년은 가까운 미래였단다. 세상은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이스트아시아 이렇게 3개의 초강대국으로 재편되었단다. 그들은 서로 동맹을 맺기도 하고 전쟁을 하기도 하면서 상대의 존재를 자국이 존재하는 이유에 이용하곤 한다. 그 중 오세아니아는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국가이고, 오세아니아는 ‘빅 브라더’라는 강력한 지도자가 이끄는 나라야. 오세아니아에 소속된 런던에 살고 있는 39살 윈스턴 스미스라는 사람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야.

그는 기록국 소속 진리부에서 일하고 있는데, 부서 이름에 ‘진리‘라고 적혀 있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역사를 현재 상황에 유리하게 변경하는 것이란다. 역사를 대놓고 왜곡하는 일을 하는 부서야. 오늘날 빅 브라더가 하는 말과 행동에 따라 과거에 있었던 일의 기록을 바꾸기도 하고 없던 사람을 만들어내기도 한단다. 그러면 시민들은 그 기록으로 과거의 기억을 대체하게 돼. 오세아니아의 구호는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이야. 이 모순된 말을 오세아니아 국민들은 세뇌되어 당연한 진리하고 믿는다.

이 세계는 이곳 저곳에 텔레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어 시민들을 감시하고 있단다. 시민이라면 텔레스크린의 감시를 벗어날 수 없는데, 특이한 것은 노동자 계급은 텔레스크린이 감시하지 않는다는 것이야. 이 세계에서는 노동자는 인간 취급을 하지 않고 있었어. 노동자는 동물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서 그들을 감시하지 않는다고 했어. 오세아니아는 감시 사회이자, 통제 사회이자, 자유가 억압된 사회였단다. 윈스턴는 이런 사회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어. 윈스턴은 이 사회에 저항하고 싶은데 자신의 힘은 너무 약하다는 것을 알았지.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금지되어 있는 일기 쓰기인데, 텔레스크린의 감시가 닿지 않는 집 구석에서 일기를 썼어. 윈스턴은 유전자가 이상한 지 빅 브라더의 세뇌가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인 것 같구나.

윈스턴만 이 세상에 불만을 가진 것은 아니야. 반정부 조직인 형제단이 있다는 것을 들었어. 윈스턴은 형제단에 가입하는 것을 고민했지만 방법을 몰랐지. 그런데 당의 간부 오브라이언도 이 조직의 멤버인 것 같은 강한 의심이 들었어. 그래서 오브라이언을 통해서 형제단에 가입하려고 생각했어. 저항의 상징 엠마누엘 골드스타인이라는 사람이 있어. 그를 만나 본 사람은 없지만, 그가 반역자라는 것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어. 그는 전 대륙의 공공의 적이었어. 윈스턴은 이 세상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일기를 통해서만 할 수 있었어. 자신도 모르게 일기장에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라는 글을 썼어. 누군가 윈스턴의 일기를 본다면 윈스턴은 사형감일 것이야.

오세아니아에서 결혼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 사이에 애정이 있으면 결혼을 할 수 없단다. 결혼이란 국가에 아기 낳는 봉사 정신이 있는 두 남녀의 만남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어. 윈스턴도 결혼한 적이 있었어. 캐서린이라는 여자와 결혼했지만 이혼했어. 윈스턴은 목석 같은 여자와 살 수 없었어. 이 세상은 모두 행복하다고 세뇌를 받았지만 간단한 생필품을 구하기도 어려워 때론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단다.

이 지옥 같은 세계의 기본적인 정치 이념은 전체주의라고 볼 수 있겠구나. 지은이 조지 오웰은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을 이 소설을 통해 하려는 것 같았어. 오세아니아에서는 모든 시민들이 자본주의를 악이라고 생각하도록 세뇌 당했어. 텔레스크린은 지금이 과거의 그 어떤 시대보다 모든 것이 좋아졌다고 홍보를 해서 시민들은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이런 사회에서 산다고 상상해 보면… 하루도 못 살 것 같구나.

 

2.

1984년의 오세아니아가 만들어지게 된 가장 큰 계기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있었던 대규모 숙청이라고 했어. 앞서 이야기했던 엠마누엘 골드스타인도 이때 도망을 갔어. 그 이후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는 사회의 악으로 쓰레기통에 버려졌단다. 오늘날 1984년의 세상은 자유가 없는 세상이야. 혼자 있는 것 자체가 법에 위반되는 행동이란다.

어느 날, 윈스턴은 선술집에서 혁명 이전의 일들을 기억하는 노인을 만났어. 노인에게 옛이야기를 듣고, 골동상에서 혁명 이전의 물건들도 구경하였단다. 윈스턴은 그 물건들 중에 하나를 사기도 했어. 그런데 그 선술집에서 회사 동료인 여자를 만났어. 창조국 소속의 여자로 얼굴만 아는 사람이었단다. 그런데 그 사람이 왜 여기에 있지? 윈스턴은 자신을 감시하는 사상 경찰의 정보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얼마 후 회사에서 그 여자를 다시 만났는데 윈스턴에게 비밀쪽지를 전해주고 사라졌어. 윈스턴은 텔레스크린의 감시를 피해서 그 쪽지를 펴보았는데 뜻밖의 문장이 써 있었어. ˝당신을 사랑합니다.˝ 정보원인 줄 알았는데 이런 쪽지를 보내다니, 함정인가? 함정이든 함정이 아니든 그 쪽지는 무척 위험한 쪽지였단다.

윈스턴은 하루 종일 그 쪽지와 그 여자 생각만 했어. 그러면서 이상하게도 살고 싶은 욕망이 생겨났어. 앞서 이야기했지만 이 세계에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보장되지 않아. 그러니 그녀와 단둘이 있는 시간도 만들어내지 못했어. 쪽지를 받은 지 일주일 후 식당에서 그녀와 같은 자리에 앉게 되고 약 1분간 둘만의 시간이 생겼어. 여자는 퇴근 후 승리광장에서 19시에 만나자고 했어. 승리광장은 늘 많은 시민들에 의해 붐비는 곳이었단다. 그런 곳에서 만나는 것이 오히려 감시의 강도를 낮추는 방법이기도 했어. 똑똑한 여자다. 그들은 많은 군중 속에서 만났고 몰래 손도 잡았어. 그 이후 그들은 감시의 망을 피하는 방법을 계속 찾아냈단다. 사랑의 힘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구나.

여자의 이름은 줄리아. 줄리아는 감시망을 피할 수 있는 장소들을 알고 있었어. 그렇게 그들은 위험한 데이트를 시작했단다. 사랑의 나무를 키워나가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사람다운 대화를 할 수 있어서 함께 있으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어. 윈스턴과 줄리아는 가끔 몰래 만나 사랑을 나누었지만 늘 부족했어. 어떨 때는 군중 속에서 몇 마디 나누는 것이 고작일 때도 있었지. 그들의 밀회는 채링턴 씨가 운영하는 상점의 2층에서 자주 이루어졌단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텔레스크린이 없었기 때문이야. 그들은 이 세계에서 도피하려고 했지만 방법도 몰랐고 당국의 감시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어.

그 즈음 당의 간부 오브라이언이 윈스턴에게 접근을 했단다. 윈스턴은 오브라이언의 저항 단체 ‘형제단‘의 멤버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의 접근을 어느 정도 반겼단다. 윈스턴은 조심스럽게 오브라이언에게 자신도 당을 전복하려는 비밀단체에 가입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어. 과연 그의 행동이 조심스러운 행동이었을까. 오브라이언이 말하길 엠마누엘 골드스타인과 형재단의 존재한다고 이야기했어. 그러면서 형제단의 행동지침을 이야기해주었어.

...

 

3.

세상의 초강대국 세 개가 서로 싸우기도 하고 동맹을 맺기도 한다고 했는데, 오세아니아는 얼마 전까지 유라시아와 이스트아시아와 전쟁을 하게 되었어. 이렇게 되자 기록국은 이스트아시아와 관련된 과거의 모든 기록을 바꾸는 작업을 했어. 윈스턴은 오브라이언으로부터 받은 골드스타인의 책 <과두적 집단주의의 이론과 실체>를 읽고 이 세상의 실체를 알게 된다.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이스트아시아 초강대국으로 나뉜 세계에 대한 설명이 있었어. 세 개의 초강대국은 서로 교류가 거의 없고 서로 대립한 상태로 있는 것이 각 국가의 권력자들에게 유리했기 때문에 그런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고 했어. 그뿐 아니라 오세아니아의 영국사회주의가 만들어지게 된 역사, 빅 브라더에 대한 이야기도 적혀 있었어.

오세아니아는 빅 브라더 아래 2%로 이루어진 내부당이라는 지도부가 있고 그 아래 외부당이 지배계급을 이루고 있어. 그런데 사실 빅 브라더가 진짜 존재하는지 의심이 되더구나. 빅 브라더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 지도부들이 만든 허상일 가능성이 높았어. 윈스턴은 이 책을 감시를 피해 읽기 위해 채링턴 씨의 상점 2층에서 읽고 있었는데 검은 제복 입은 사람들에게 포위되었단다.

윈스턴은 체포되었고, 줄리아도 체포되어 따로 수감되었어. 알고 보니 채링턴 씨는 사상 경찰이었어. 상점 2층이 이유도 없이 텔레스크린의 감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의심했어야 했다. 윈스턴은 다른 사상범들과 함께 수감되었어. 어떤 사람은 잠꼬대로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고 했는데 11살 먹은 딸이 신고를 해서 체포되었다고 한다. 윈스턴은 구타와 고문을 받으며 심문을 받았단다. 처음에는 자신의 주장대로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구타와 고문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거짓 자백을 했어.

오브라이언이 와서 윈스턴을 심문했어. 알고 보니 오브라이언은 형제단 멤버가 아니고 사상경찰이었어. 그는 윈스턴을 정신 상태가 이상해서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이라며 그 정신을 치료하기 위해서 체포한 것이라고 했어. 윈스턴은 이제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오브라이언의 질문에 모두 ˝예˝라고 했단다. 윈스턴은 줄리아에 대해 물어보니 줄리아도 전향했다고 했어. 오브라이언은 덧붙여 이야기를 하기를 권력이 강해지면 더 무자비하고 전체주의는 강화되어 더 튼튼한 세계가 된다는 했어. 윈스턴은 공포와 증오와 잔인성 위에 문명을 세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진리는 빅 브라더의 말뿐이야. 결국 윈스턴은 항복하고 재교육, 그러니까 치료를 받기 시작했단다. 하지만 듣기로는 이미 중죄를 지었기 때문에 총살형을 피할 수는 없을 거라 했어.

윈스턴의 치료는 쉽지 않았어. 윈스텀이 마음에 있는 진심을 말하는 실수를 했다가 공포의 101호살로 보내졌어. 101호실에는 녹색 천으로 덮인 두 개의 테이블이 있었어. 101호실은 죄수가 가장 끔직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고문한다고 했어. 윈스턴이 갔을 때는 윈스턴이 가장 끔찍하게 생각하는 쥐가 있었어. 쥐가 들어있는 마스크를 윈스턴에게 씌웠어. 그는 굴복할 수밖에 없었단다. 그렇게 강제로 전향한 윈스턴은 석방되었단다.

어느 날, 우연히 줄리아를 만났어. 여전히 그녀를 원했으나, 줄리아의 눈동자에는 경멸과 혐오의 빛이 서려 있었어. 줄리아와 윈스턴 모두 자신이 배반했다고 고백을 하며 용서를 구했어. 이제 윈스턴은 삶이 무의미해졌어. 카페에서 하루 종일 술이나 먹으며 시간을 축냈지. 그런데 무장한 간수가 나타나 윈스턴의 머리에 총알을 박았단다. 윈스턴은 죽기 전 드디어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고 이야기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지은이 조지 오웰은 부록으로 신어의 원리를 정리해 주었는데 그 세계 신어의 목적은 필요 없는 언어들을 줄이는데 있었어. 예를 들어 동사와 명사의 불규칙한 변화를 없애고 규칙적인 변화로 통일시켰단다. 그런데 아빠는 이렇게 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단다. 불규칙 변화가 우리를 엄청 고생시키잖니.

....

이 소설은 지은이 조지 오웰의 마지막 작품으로 1946년에 쓰기 시작해서 1948년에 완성하여 1949년에 출간했단다. 이 작품은 너무 유명해서 많은 독자와 평론가들이 이 소설을 평가하고 지은이가 이 소설을 쓴 이유에 대해 해석을 했기에 아마추어인 아빠가 평가를 더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의미 없는 일인 것 같아 생략하란다. 그저 전체주의에 대해 이렇게 극도로 비관적인 예측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지은이 조지 오웰의 천재성에 경의를 보낸다.

…

이렇게 독서 편지를 쓰고 아빠가 20년 전에 쓴 <1984>의 리뷰를 다시 한번 읽어봤어. 글솜씨야 그때나 지금이나 졸필이지만, 당시 리뷰에는 이상하게 젊음이 묻어 있는 것 같더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4월, 맑고 쌀쌀한 날이었다.

책의 끝 문장: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


초기의 위태로웠던 시절에는 당이 세습 체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반대 세력을 무마시키는 작용을 했다. 소위 ‘특권 계급’이라는 것을 상대로 투쟁해 온 지난 시대의 사회주의자들은 세습적이 아닌 것은 영구적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울러 그들은 과두 체제가 영속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굳이 드러내 놓고 사실 그대로를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으며, 세습적인 귀족 사회는 늘 단명했지만 가톨릭교회 같은 선임 체제는 수백, 수천 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는 사실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 과두 체제의 본질은 아버지에게 아들로 이어지는 부자 세습이 아니라, 죽은 사람이 남겨 놓은 세계관이나 생활양식 등을 산 사람이 고수하는 데 있다.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후계자를 지명할 수 있는 한 지배계급이다. 당은 그들의 혈통이 아니라 당 자체를 영속시키는데 관심이 있다. 계층적 구조를 언제나 동일하게 유지하는 한 누가 권력을 장악하는가가 중요하지 않다. - P287

윈스턴은 한동안 말문을 열지 않았다. 피로감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열정에 들뜬 광적인 빛이 오브라이언의 얼굴에 희미하게 떠올랐다. 그는 오브라이언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훤히 꿰뚫고 있었다. 오브라이언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은 자체의 목적을 위해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나약하고 비겁한 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를 수호할 수도 없거니와 진리와 접할 줄도 모른다. 당이 권력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 자체가 자기보다 강한 타인에 의해 통치되거나 체계적으로 기만당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유와 행복 중 어느 한 편을 선택해야 하는데, 대부분 행복을 더 선호한다. 당은 약자의 영원한 수호자이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희생하며, 선을 구현하기 위해 악을 행하는 헌신적인 집단이다. - P362

"우리는 정신을 지배하기 때문에 물질도 지배할 수 있네. 실재란 머릿속에 있지. 자네도 차츰 알게 될 걸세. 우리가 못하는 건 없네. 눈에 보이지 않게 할 수도, 공중을 날 수도 있지. 그 외 무엇이든 할 수 있다네. 원한다면 비눗방울처럼 이 마루 위를 둥둥 떠다닐 수도 있지. 당이 원하지 않으니까 안 하는 것뿐이네. 자연의 법칙에 대한 19세기적인 사고방식을 버려야만 하네. 우리는 자연의 법칙을 창조하지."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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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루인 수사의 고백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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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어느덧 15권이란다. 끝을 향해 갈수록 어떻게 시리즈가 마무리가 될지 궁금하면서도 벌써부터 아쉬움이 쌓이고 있구나. 15권의 제목은 <할루인 수사의 고백>이야.

지난 14권의 이야기는 1142년 10월에 시작했는데, 이번 15권의 이야기는 그로부터 얼마 뒤인 1142년 말에 시작한단다. 주인공 캐드펠 수사가 기거하는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이 있는 슈롭셔 지역에 아주 큰눈이 내렸어. 그 큰눈으로 5년째 이어지는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사이의 내전도 잠시 소강 상태였어. 그런데 옥스포드에 갇혀 있던 모드 황후가 아무도 모르게 탈출에 성공했어. 전에 스티븐 왕도 포로로 잡혀 있다가 탈출한 이력이 있는데, 모드 황후도 탈출을 한 것을 보면 그들이 제대로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구나. 모드 황후의 탈출은 너무 황당한 일이라서, 스티븐 왕이 일부러 놓아주었다는 소문도 있었어. 자, 그럼 본격적으로 15권 <할루인 수사의 고백>의 이야기를 해볼게.

 

1.

이번 폭설로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도 피해를 입었어. 폭설로 인해 지붕에 망가진 곳이 있어서 콘라딘 수사를 중심으로 보수 작업을 했고, 유리언 수사와 할루인 수사도 이 작업에 동참했어. 이번 시리즈의 제목에 등장하는 그 할루인 수사란다. 할루인 수사는 수도원에 들어오기 전에 학식도 있고, 재신도 많았으나, 수사가 되기로 하고 수도원에 들어온 사람이야. 그 이후 18년 동안 수사로 생활했단다. 안젤름 수사 밑에서 사본 채식사 일을 했는데, 이번 폭설 때 지붕 보수 공사를 도와주게 된 거야. 그런데 할루인 수사가 지붕 보수 공사를 하다가 그만 지붕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어. 온몸에 골절상을 입고, 출혈도 심했어. 캐드펠 수사가 진료소에서 응급조치 등 치료를 했지만 살아나기 어려워 보였어. 의식도 한동안 돌아오지 않았지. 다행히 새벽에 의식이 돌아왔는데 할루인 수사는 자신이 죽을 수도 있으니 그 전에 고해를 하고 싶다고 했어. 그래서 라둘푸스 수도원장이 와서 캐드펠과 함께 그의 고해성사를 들어주었단다.

할루인 수사는 수사가 되기 전에 버트레이드라는 여자를 사랑했다고 했어. 부모의 극심한 반대로 해서 헤어지게 되었는데 마지막 밤을 함께 하고 난 후 할루인 수사는 수도원에 들어왔다고 했어. 그런데 얼마 후 버트레이드가 찾아와 임신을 했다고 했고, 둘은 고민 끝에 아이를 지우기로 하고 할루인 수사가 아이를 떼는 약초를 주었는데, 얼마 후 버트레이드와 뱃속 아기 모두 열병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대. 그것이 모두 자신이 준 약초 때문이라면서 자신이 큰 죄를 지어 고해성사를 한 거야. 그것이 18년 전의 일이었다고 했어.

고해성사를 마친 할루인 수사는 다시 의식을 잃었어. 그 이후 일주일 넘게 의식이 없었는데, 캐프펠의 뛰어난 치료 때문인지 할루인 수사는 의식을 되찾았어. 그 이후에는 빠르게 회복을 했단다. 할루인 수사는 자신의 죄를 용서 받기 위해서 고행의 길을 떠나겠다고 했어. 버트레이드의 묘지를 찾아가 기도를 해서 용서를 빌겠다고 했어. 몸이 회복이 되긴 했지만 워낙 중상을 입었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만류했고, 할루인 수사는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다고 했어. 라둘푸스 수도원장도 만류했지만, 할루인 수사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 캐드펠 수사가 동행하는 조건으로 허락을 했단다. 할루인 수사는 버트레이드가 살던 헤일스 영지로 먼 길을 목발을 짚고 떠났단다. 헤일스 영지의 영주는 원래 버트런드 드 클리어리라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주고 아들이 승계 받았으며, 버트런드 드 클리어리의 부인인 애들레이즈는 아직 살아있었어.

...

수도원을 떠난 지 3일 째 헤일스에 도착한 할루인 수사는 애들레이즈 드 클리어리 부인을 만나 자신의 지난 죄를 이야기하고 용서를 구했어. 부인은 오랜 전의 일이라면서 할루인 수시를 곧바로 용서했어. 할루인 수사는 버트레이드의 묘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교회에 갔으나 그곳에는 버트레이드의 묘지가 없었어. 교회에서 만난 수사가 이야기하길, 클리어리 집안의 납골당은 다른 곳에서 있다고 했어. 그런데 그곳이 먼 지역으로 지금까지 온 거리의 1.5배는 더 가야 했어. 캐드펠은 할루인 의 건강을 생각해서 수도원으로 돌아가자고 했으나 할루인은 완강했어. 결국 할루인 수사와 캐드펠 수사는 클리어리 집안의 납골당이 있는 엘퍼드로 다시 길을 떠났단다. 그런데 애들레이즈가 급히 말을 타고 어디론가 가는 것을 카드펠은 우연히 보게 되었단다.

며칠을 걸어 납골당이 있는 엘퍼드에 도착했어. 엘퍼드는 애들레이즈의 아들 오데마가 군주로 있는 곳이었어. 그런데 그곳에 애들레이즈가 와 있었어. 애들레이즈는 할루인 수사를 보자 나무랐어. 오래 전의 아문 상처를 왜 다시 들쑤셔서 덧나게 하느냐면서 말이야. 자신도 그 상처가 다시 덧나 아파서 묘지에 왔다고 했어. 할루인 수사는 애들레이즈의 말을 이해하면서도 버트레이드의 묘지에서 하룻밤만 밤샘기도를 하게 허락해 달라고 했단다. 소설의 전개를 보니, 버트레이트가 죽지 않고 살아 있음이 강하게 의심되는구나. 버트레이드뿐만 아니라 뱃속 아기도 태어났을 것 같은 강한 의심이 들었어.

 

2.

할루인 수사는 사죄를 하면서 버트레이드 묘지에서 밤샘 기도를 했어. 아침에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서 캐드펠과 로셀린이라는 젊은이가 와서 도와주었어. 로셀린은 애들레이즈의 아들 오데마의 시동이었어. 로셀린이 혹시 할루인의 아들? 로셀린은 할루인과 캐드펠에게 수도원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등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처럼 보였어. 로셀린은 자신의 아버지는 클리어리 집안의 가신이라고 했어. 할루인 수사는 기도를 마치고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가기로 했단다. 가는 길에 갑작스러운 폭설을 만났고, 캐드펠이 간신히 머물 집을 찾아서 몸을 피할 수 있었어.

그곳의 영주는 센러드 비버스라는 사람인데 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센러드의 여동생 헬리센드가 캐드펠 눈에 무척 익숙한 얼굴이었어. 음… 로셀린이 아닌 헬리센드가 할루인의 딸인가? 할루인과 캐드펠이 수사인 것을 알고는 센러드는 혼인을 성사시켜 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자신의 집안 이야기를 했어. 센러드의 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말년에 30살이나 어린 여자와 재혼을 해서 헨리센드를 낳았다고 했어. 자신의 아들과 나이가 비슷해서 어려서부터 둘이 잘 어울렸다고 했어. 그런데 크고 나서 둘은 서로 이상한 감정을 갖게 되었어. 족보 상으로는 고모와 조카 사이잖니… 있으면 안 되는 감정이었어. 그래서 센러드는 아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 헬리센드는 다른 남자랑 결혼시키기로 했단다. 하지만 센러드는 결코 강제결혼은 아니고 헬리센드도 원하는 것이라고 했어.

센러드가 이야기한 그 아들은 할루인과 캐드펠이 오데마의 집에서 만났던 로셀린이란다. 헬리센드의 엄마는 남편, 그러니까 센리드의 아버지가 죽고 나서 수녀원에 들어갔다고 했어. 음... 할루인과 로셀린의 관계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헬리센드는 연관성이 있을 것 같은 의심이 들더구나. 이 이야기를 들은 할루인 수사는 센러드의 부탁대로 결혼을 성사해 주기로 했어. 캐드펠은 헬리센드와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그 결혼은 가족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한 것처럼 보였어.

그날 밤. 헬리센드의 신랑 장 드 페로네가 센러드의 집에 도착했어. 그런데 센러드 집안의 하녀이자 유모 에지타가 없어졌단다. 다른 하녀에게 물어보니, 말을 타고 집을 나가면서 저녁 전에는 돌아온다고 했대. 하지만 저녁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어. 센러드는 에지타가 로셀린을 만나러 갔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헬리센드의 결혼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 말이야. 센러드의 집안 사람들과 캐드펠은 에지타를 찾아 나섰는데, 안타깝게도 단검에 질려 죽은 에지타의 시신을 발견했단다. 캐드펠은 시신에 쌓인 눈의 상태를 보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변을 당한 것 같다고 했어. 센러드의 집에는 난리가 났구나. 결혼을 앞두고 집의 유모가 살해당했으니 말이야.

얼마 후 엘퍼드에서 로셀린이 다급하게 와서 아버지에게 화를 냈단다. 자기 몰래 헬리센드를 결혼시키려고 했다면서 말이야. 그런데 그 결혼 소식은 에지타로부터 들은 것이 아니라고 했어. 에지타를 만난 적이 없고, 에지타의 시신이 발견된 이후 심부름꾼을 로셀린에게 보냈는데, 그 심부름꾼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는 거야. 그리고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온 것이라고 했어. 에지타가 소식을 전했다면 로셀린은 진작에 왔겠구나. 그렇다면 에지타는 로셀린을 만나러 가는 길에 변을 당한 건가? 캐드펠의 추리가 틀릴 리가 없는데... 에지타는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고 오는 길일까?

신랑 페로네는 이 상황을 이상하게 생각했어. 왜 조카가 고모의 결혼에 간섭하면서 말이야...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 헬리센드가 사라져버렸어. 로셀린이 도착하기 이전에 이미 헬리센드는 말을 타고 어디론가 간 것 같았어. 센러드는 헬리센드가 로셀린을 만나러 엘퍼드로 갔을 것이라면서 로셀린에게 화를 냈단다. 얼마 후 엘퍼드 영주 오데마 군주 일행이 찾아왔어. 그가 말하길 헬리센드는 엘퍼드에 오지 않았고, 오는 도중에도 만나지 못했다고 했어. 그렇다면 헬리센드는 어디로 간 걸까?

다음날 아침, 오데마를 줌심으로 에지타 살인 사건을 조사하고 한편으로는 헬리센드를 찾아 나섰단다. 결혼식을 주재하려고 남아 있던 할루인과 캐드펠은 당분간 결혼식은 없을 것 같아서 그곳을 떠나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으로 향했어. 떠난 지 첫날 그들은 같은 교단의 페워웰 수도원에서 묶기로 했어. 페어웰 수도원은 공사 중이었고, 다른 수녀원의 수녀들이 와서 작업을 하고 있었단다. 그들은 같은 교단인 할루인과 캐드펠 수사를 환대해주었어.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 그곳에 작업을 하러 온 수녀 중엔 베네딕타 수녀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다름아닌 죽은 줄만 알았던 버트레이드였던 거야. 어느 정도 예상이 된 시나리오이긴 한데 이렇게 전개되는구나. 그렇다면 헬리센드도 이곳에 와 있을 것 같구나.

할루인과 버트레이드는 서로 알아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기쁨이 훨씬 컸단다. 예상대로 헬리센드는 엄마 버트레이드와 함께 있었어. 할루인과 함께 셋이 있는 모습을 보니 캐드펠은 헬리센드가 할루인의 딸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단다. 캐드펠은 수녀원장을 만나서 그 동안의 일을 이야기하고 할루인과 버트레이드에게 이야기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단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지나 할루인과 버트레이드는 다시 만났단다. 그리고 캐드펠은 무슨 일을 처리하기 위해 말을 타고 약간은 의외의 장소 엘퍼드로 갔단다.

캐드펠은 그곳에서 애들레이즈를 만났어. 어제 에지타가 찾아온 것은 로셀린이 아니라 애들레이즈였던 거야. 애들레이즈와 에지타는 진실, 그러니까 헬리센드가 할루인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에지타는 애들레이즈에게 진실을 이야기하고 로셀린과 헬리센드를 고통에서 구해주고 둘이 결혼할 수 있게 하자고 했으나, 애들레이즈는 강하게 거절했단다.  결국 에지타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려고 길을 떠났는데 애들레이즈의 충성스러운 마부들이 에지타의 입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에지타를 쫓아가 죽이고 도망을 가버린 것이었어. 애들레이즈도 에지타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했어. 캐드펠은 애들레이즈에게 그 먼 옛날 할루인과 버트레이드의 결혼을 반대했던 이유를 물어보았어. 애들레이즈는 어렵게 이야기했는데, 사실은 자신도 할루인을 사랑했었기 때문이래.. 아, 사랑은 어렵고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거구나.

..

캐드펠은 애들레이즈를 설득해서 진실을 이야기하자고 하자, 애들레이즈는 결심을 하고는 자신이 직접 이야기를 하겠다면서 비버스로 향했단다. 비버스에 도착한 애들레이즈는 그 동안 숨겨왔던 진실을 이야기해주었단다. 모두들 당황했고 어떤 이들은 화를 내기로 했어. 로셀린만이 이제 자신과 헬리센드의 사랑을 막는 방해물이 없어졌다면서 기뻐했단다.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자 오데마 일행과 애들레이즈도 다시 엘퍼드로 돌아왔단다. 오데마는 엄마에게 화를 내면서 에지타 의 살인을 지시한 것이냐 물어보자, 강하게 아니라고 부정했단다. 하지만 오데마는 어머니에게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태여서 어머니 집으로 돌아가시라고 하고 다시는 엘퍼드에 오지 말라고 했단다.

캐드펠 수사도 다시 페어웰 수도원에 와서 할루인 수사를 만났어. 할루인은 버트레이드, 헬리센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대. 그들은 서로 여전히 사랑하고 있지만 그들도 알고 있었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버트레이드는 베네딕타 수녀로 살아갈 것이고, 할루인도 수사로 삶을 계속 살아가게 될 거야.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엘리스 피터스의 <케드펠 수사 시리즌>는 추리 소설에 그치지 않고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더욱 좋구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1142년 겨울, 일찌감치 혹한이 찾아들었다.

책의 끝 문장: “집으로 간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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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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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는 짧은 소설을 이야기해줄게. 아빠가 읽은 클레어 키건 책은 이번이 세 번째로구나. 책이 너무 얇은 것에 비해 책 가격은 마음에 들지 않는 가격이라 관심 두지 않았던 책인데, 아빠 친구가 추천을 해주어 읽어보기로 했단다.

클레어 키건은 아일랜드 작가로 이 소설 또한 아일랜드의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단다. 제목으로만 봐서도 어떤 내용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어. 책의 앞부분을 읽어도 너무 평범한 일상이라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책도 얇은데 어떤 서사가 등장할지, 걱정까지 되면서 읽었는데, 후반에 가면서 이 짧은 소설에 많은 사람들이 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아빠의 친구가 왜 추천을 하고, 왜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는지 알겠더구나. 사실을 바탕으로 한 고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일랜드의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를 그런 소설로 이해했단다.

 

1.

이 소설이 배경이 되는 1985년 아일랜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이었다고 하는구나. 주인공 펄롱은 석탄야적장에서 석탄을 판매하고 배달하는 평범한 노동자란다. 펄롱의 엄마는 미혼모로, 16살 때 펄롱을 낳았어. 펄롱의 엄마는 미시즈 윌슨의 집에서 가사 일꾼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임신을 하게 되면 보통 내쫓기 마련인데, 미시즈 윌슨은 엄마를 내쫓지 않고 계속 일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펄롱도 보살펴주어 큰 어려움 없이 자라날 수 있었단다. 그런데 엄마가 어느날 갑자기 돌아가셔서 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랐단다. 나중에 물어봐야지, 하다가 결국 물어보지 못한 거야.

성인이 된 후 펄롱은 아일린과 결혼하여 딸 다섯(캐슬린, 조앤, 실라, 그레이스, 로레타)을 낳고 넉넉하지는 않지만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어. 펄롱은 자신도 그리 넉넉하지 않았지만, 윌슨 씨에게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서 자신보다 어려운 이들에게 잘 베풀어 주는 사람이란다. 그에 반에 아내 아일린은 현실주의자로 펄롱을 사랑하지만 남들에게 베푸는 것은 좀 못마땅하게 생각했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어 펄롱과 아일린은 케익과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어. 펄롱은 석탄을 판매하고 배달하다 보니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바빴단다.

…

강 건너 언덕 위에 있는 수녀원이 하나 있었는데 이 수녀원은 직업여학교를 운영하고 세탁소를 같이 운영했는데, 세탁소는 세탁 품질이 좋아서 평판이 좋았단다. 하지만 직업여학교와 세탁소에서 십대 소녀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어린 아이들을 입양 보내고 받은 돈을 수녀들이 챙긴다는 안 좋은 소문들이 돌기도 했어.

어느 날, 펄롱은 수녀원에 석탄 배달을 갔는데, 어떤 소녀가 죽고 싶다면서 도와 달라고 했어. 펄롱이 아이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려고 했으나 수녀가 곧바로 와서 대화가 중단되고 펄롱은 집으로 돌아왔어. 그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렸어. 아내 아일린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현실주의자 아일린은 우리 집과 관련이 없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펄롱은 마음 한편에 불편함이 사라지지 않았어.

….

또 어떤 날은 석탄 창고 문이 성에 때문에 못 열고 있었는데 창고 안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서 열었더니, 한 여자 아이가 벌벌 떨고 있었어. 하룻밤 꼬박 그곳에서 머물 것 같았어. 펄롱은 그 소녀를 데리고 수녀원에 갔더니 수녀원장은 형식적인 투로 고맙다고 했어. 그리고 수녀원장은 그 소녀에게 석탄 창고에 간 이유를 물어보니 다른 아이들이 자신을 숨겨서 그곳에 있었다고 했어. 수녀원장은 펄롱이 옆에 있어서 의식적으로 친절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소녀는 겁에 질려 있는 듯했어. 펄롱은 소녀에게 자신이 도와줄 일이 있는지 물어보았어. 그러면서 소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수녀가 펄롱에게 눈치를 주어 더 이상 물어보지 못하고, 도움이 필요하거나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하고 집으로 돌아왔단다.

…

펄롱이 수녀원에서 소녀 때문에 수녀원장과 실랑이를 벌인 것이 소문이 났는지 펄롱의 지인 미시즈 케호는 괜히 수녀원에 관여하지 말고 조심하라고 조언을 했단다. 하지만 펄롱은 그냥 마음에 담아둘 수 없었어. 펄롱은 수녀원에 가서 주위를 배회하면서 생각에 잠겼어. 그런데 석탄 창고에 가 보니 그 소녀가 또 그곳에 있었어. 펄롱은 더 이상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없었어. 앞으로 어떤 고통이 있고 어려움이 있어도 미시즈 윌슨으로부터 배운 양심에 따라 행동하기로 했어. 그 소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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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최악의 상황은 이제 시작이라는 걸 펄롱은 알았다. 벌써 저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생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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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이 배경이 된 것은 아일랜드의 막달레나 세탁소라고 하는구나. 이 세탁소는 1996년이 되어서야 문을 닫았는데 이 시설에서 은폐, 감금, 강제 노역을 당한 여성과 아이가 얼마나 많은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어. 적게 잡으면 만 명이지만 삼만 명이 정확한 수치일 것이라고 덧붙이는 말에게 이야기하고 있단다. 뿐만 아니라 많은 여자들이 아이를 잃고 자신의 목숨을 잃은 이들도 있대. 이 시설이 가톨릭교회와 국가가 함께 운영하고 자금을 지원하던 곳이었는데 더 충격적이구나. 아일랜드 정부는 막달레나 세탁소에 대해 아무런 사죄도 하지 않고 있다가 2013년이 되어서 사과문을 발표했다는구나.

….

이 소설은 이런 부조리한 일을 고발하려는 목적보다 주인공 펄롱을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싶구나. 보통 우리와 관련 없는 부조리한 일에 외면하려는 경향이 있단다. 하지만 펄롱은 자신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양심에 따라 행동을 했단다. 펄롱이 한 행동은 결코 사소한 것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소설의 제목을 역설적으로 지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단다. 아빠는 과연 펄롱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도 했는데, 속으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겠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더구나. 도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을 것 같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10월에 나무가 누래졌다.,

책의 끝 문장: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다.


늘 이렇지, 펄롱은 생각했다.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그래도 마찬가지일까-아니면 그저 일상이 엉망진창 흐트러지고 말까? 버터와 설탕을 섞어 크림을 만들면서도 펄롱의 생각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일요일, 아내와 딸들과 함께 있는 지금 여기가 아니라 내일, 그리고 누구한테 받을 돈이 얼마인지, 주문받은 물건을 언제 어떻게 배달할지, 누구한테 무슨 일을 맡길지, 받을 돈을 어디에서 어떻게 받을지에 닿아 있었다. 내일이 저물 때도 생각이 비슷하게 흘러가면서 또다시 다음 날 일에 골몰하리란 걸 펄롱은 알았다. - P29

이게 다 무엇 때문일까? 펄롱은 생각했다. 일 그리고 끝 없는 걱정. 캄캄할 때 일어나서 작업장으로 출근해 날마다 하루 종일 배달하고 캄캄할 때 집에 돌아와서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고 잠이 들었다가 어둠 속에서 잠에서 깨어 똑 같은 것을 또다시 마주하는 것. 아무것도 달라지지도 바뀌지도 새로워지지도 않는 걸까? 요즘 펄롱은 뭐가 중요한 걸까, 아일린과 딸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 P43

두 사람은 계속 걸었고 펄롱이 알거나 모르는 사람들을 더 마주쳤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세상에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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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메이드
프리다 맥파든 지음, 김은영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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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몇 달 전에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의 <하우스메이드>라는 영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런데 그 영화 제목이 무척 익숙했단다. 인터넷 서점에서 자주 눈에 띄던 책이었거든. 그 책이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재미가 있었나 보구나 하고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인 경우, 아빠는 영화보다는 원작 소설을 먼저 보려고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그 소설을 먼저 찾아 읽었단다. 책 소개를 보니 소설<하우스메이드>는3편까지 나와 있더구나. 그런데2권과3권은 평점이 그리 좋지 않더구나.

너희들도 알고 있는 것처럼 아빠 귀가 얇은 편이니 그냥1권만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 소설은 스피드 있고, 예상이 되긴 했지만 반전도 있고 스릴러 소설이 갖춰야 할 것들을 충실하게 갖추었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지은이는 프리다 맥파든이라는 사람인데, 우리나라에도 그의 많은 책들이 번역 출간되었더구나. 그런데 아빠는<하우스메이드>가 처음이구나.


1.

밀리는10년간 감옥에서 지낸 전과 이력이 있는 사람이었어. 현재는 가석방 상태로 주리고 보호감찰관을 만나야 하고, 잘못을 하게 되면 다시 감옥에 가야 했기 때문에 모든 행동을 조심했단다. 그리고 전과 이력 때문에 취직이 쉽지 않았어. 그래서 이력서를 거짓으로 써서 지원을 했는데 어떤 호화주택의 입주 가사도우미의 면접까지 보게 되었어. 그 주인이 신원조회만 해도 떨어질 것이라 생각해서 기대를 했는데, 합격 전화를 받게 되었어. 니나 윈체스터와 앤드루 윈체스터라는 젊은 부부의 집이었고, 그들에게는 아홉 살 딸 세실리아가 있었어. 그리고 그 집에는 가끔씩 스페인 출신의 정원사 엔조가 와서 정원을 가꾸었단다.

밀리는 창고로 쓰던 다락방에서 지냈지만, 그 동안 차에서만 지내던 것에 비하면 아주 좋은 방이었어. 다만 창고로 사용하던 곳이라 문이 밖에서 잠기는 것만 불편했어. 얼마 안 할 것 같은데 고쳐주지. 면접 때의 좋은 분위기와 달리 일하는 첫날부터 밀리는 니나에게 밉보였어. 세실리아가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데, 땅콩 버터를 주었다면서 혼냈어. 심지어 니나는 세실리아가 땅콩 알레르기가 있다고 미리 말해주었다는 거야. 밀리는 전혀 기억이 없는데 말이야. 그리고 상식적으로 아이가 땅콩 알레르기가 있다면 땅콩 버터를 아예 부엌에 두지 않았을 것 같은데, 버젓이 수납장 맨 앞에 놓여 있었던 것이 밀리에게는 이해가 가지 않았어. 하지만 밀리는 잘리지 않으려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단다.

알고 보니 니나는 신경이 무척 예민한 사람이었어. 니나는 늘 흰색 옷만 입고 다녔어. 그리고 사라진 노트를 찾는다고 신경질을 내면서 온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식자재도 다 쏟아냈어. 그리고 사라진 노트를 밀리가 버렸을 것이라고 또 밀리를 혼냈단다. 밀리는 또 참을 수밖에 없었어. 이런 일은 계속되었어. 니나의 심부름으로 세실리아를 픽업하러 갔더니, 세실리아의 친구의 엄마가 세실리아도 같이 데려오기로 했다는 거야. 니나에게 전화로 확인해 보니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냐고 했어. 아무리 보수가 좋고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그런데 이런 사람의 성향은 친절할 때는 또 엄청 친절하다는 거야. 그러다 보니 밀리는 갈피를 잡지 못했어.

세실리아도 엄청 까다로운 아이였단다. 밀리가 하는 것에 모든 것을 불만을 가진 아이라고 생각하면 돼. 이 집에는 남편 앤드루만 정상처럼 보였어. 앤드루는 밀리를 설레게 할 정도로 잘 생겼을 뿐만 아니라, 예의 바르고 솔선수범하는 하는 사람으로 밀리가 어려운 일에 처하면 도와주기도 했단다.

…

밀리는 욕실 청소를 하다가 니나의 항정신병 치료제가 잔뜩 있는 것을 보고, 니나의 행동이 이유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어. 밀리는 밤에 다락방에 있다가 무료해서 거실에 내려와TV를 보고 있었는데, 물 마시러 나왔던 앤드루와 함께TV를 보게 되었어. 우연히 세실리아의 땅콩 알레르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앤드루가 말하길 세실리아는 땅콩 알레르기가 없다는 거야. 도대체 니나는 왜 밀리에게 그러는 걸까? 그렇게 대할 거면서 왜 밀리를 하우스메이드로 고용했을까? 밀리와 앤드루가 함께TV를 보고 있는 장면을 니나가 보게 되고 크게 화를 냈어. 하루 업무가 끝나면 다락방에서 내려오지 말라고 지시했어.

….

더 놀라운 소식. 세실리아는 앤드루의 친딸이 아니라는 거야. 세실리아는 니나의 전 남편의 아이라고 했어. 도대체 니나와 앤드루는 어떻게 결혼을 했고 앤드루는 이런 결혼 생활을 어떻게 계속 할 수 있는 거지?

…

앞서 이야기했던 스페인 출신 정원사 엔조라는 사람은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데 그 엔조가 밀리에게 와서 서툰 영어로 이곳은 위험하다고 했단다. 니나의 돌발 행동을 봐서는 위험하기 그지 없는 곳으로 보였어. 하지만 밀리에게는 그런 것은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보수가 괜찮아서 그만 둘 생각은 하지 않았어. 밀리가 마을 사람들에게 들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충격적인 내용이었어. 니나가 세실리아를 욕조에 빠뜨려 죽이려고 했었대. 앤드루가 경찰에 전화를 해서 극적으로 세실리아가 살 수 있다고 했어. 니나가 말을 바꾸는 일은 이제 예사가 되었어. 밀리가 니나에게 브로드웨이 쇼를 예약하라고 해서 예약을 했는데, 자신이 말한 날짜가 다르다면서 또 크게 혼냈어. 그 쇼는 환불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야. 다행히 앤드루가 환불했다면서 니나를 진정시켰단다.

…

세실리아가 캠핑을 가게 되었는데 니나가 세실리아를 데려다 주고 근처에서 하룻밤 묵고 온다고 했어. 니나가 떠나고 앤드루가 밀리에게 말하길 사실 브로드웨이 쇼의 티켓을 환불하지 못했다고 했어. 그러면서 그 동안 고생했다면서 그 티켓을 밀리에게 선물로 주겠다고 했단다. 밀리가 같이 갈 사람이 없다고 하자 앤드루는 같이 가자고 했단다. 쇼만 같이 보는 것인데 문제될 것이 없고, 자신이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좋다고 했단다. 하지만 늘 생각처럼 되진 않지. 쇼를 보고 나서는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술도 먹게 되고 호텔에서 함께 밤을 지내게 되었어. 이제 선을 넘어도 제대로 넘어섰구나. 다음날 아침 밀리와 앤드루는 이성을 되찾고 어젯밤의 일은 술 때문이라고 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로 했단다.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

어느 저녁 날, 여느 때처럼 밀리는 니나와 앤드루의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어. 갑자기 니나가 밀리가 감옥에 다녀왔었다는 이야기를 했어. 그 이야기를 들은 밀리도 당황했고 앤드루도 당황했어. 밀리는 당황하여 다락방에 올라왔는데, 브로드웨이 쇼 팸플렛이 방에 나와 있는 등 누군가 방을 뒤진 흔적이 있었어. 니나가 그랬을 확률 99.99999% 니나가 밀리와 앤드루가 함께 쇼와 호텔에 다녀온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어. 밀리는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해야 했어.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는데 경비원이 밀리를 잡았어. 밀리가 절도를 했다고 의심된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거야. 영수증과 산 물건들을 대조하면서 확인해 본 결과 이상이 없어서 풀려났지만, 실수로 계산을 하지 않은 물건들이 있었다면 큰일 날  뻔 했단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가석방 상태라서 다시 감옥에 갈 수 있던 일이야. 그 전화도 아마 니나가 했을 것 같구나. 니나는 밀리를 계속 못 살게 굴었어. 예전에 니나가 버리려던 옷들을 밀리에게 준 일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옷을 밀리가 훔쳤다고 소리쳤어. 결국 이번에도 앤드루가 나서서 정리를 하고 앤드루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니나에게 이혼 통보를 했어. 그리고는 집에서 바로 니나를 내쫓았단다.

....

이젠 이 집에는 밀리와 앤드루만 있었어. 자연스러운 상황은 아니어서 조심스러웠지만 밀리는 앤드루와 둘만 있어서 행복했단다. 그런데 정원사 엔조가 위험한 상황이라면서 도망치라고 했어. 위험한 존재였던 니나가 사라졌는데도 여전히 엔조는 밀리에게 경고를 했어. 이쯤 되면 반신반의하던 독자들도 진짜 나쁜 놈은 앤드루일 거라고 확신할 것 같구나. 밀리에게 경고한 이는 엔조만이 아니었어. 니나가 밀리에게 전화해서는 도망치라고 했단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목소리와 진지하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2.

이제 2부 니나의 이야기를 해줄게. 니나는 미혼모가 된 이후 생계를 위해 대학원을 중퇴하고 회사에 취직을 했단다. 회사의 상사 앤드루가 미혼모인 니나에게 너무 잘 해주었고 그들은 알게 된지 3개월만에 결혼을 했어. 서너 달 꿈같은 신혼의 시간을 보냈는데 어느 날 니나의 머리뿌리가 나왔다면서 화를 내고 니나를 다락방에 감금하는 일이 있었어. 그러면서 머리카락 100개를 뽑으면 다락방에서 꺼내준다면서 앤드루는 그대로 출근했어. 처음에는 장난인줄 알았는데 장난이 아니었어. 처음에는 머리카락 수가 부족하다면서 다시 100개를 뽑고 나서야 다락방에서 나올 수 있었어. 그제서야 니나는 앤드루가 사이코패스라는 걸 알게 되었어. 앤드루는 남들이 보기에 완벽한 남편이었지만, 사실은 사이코패스였던 거야.

니나는 이제부터 앤드루로부터 도망갈 생각뿐이었어. 어느날 앤드루가 몰래 먹인 약을 먹고 취했다가 깨어보니 세실리아도 약에 취해 욕조에서 익사하기 직전인 거야. 깜짝 놀랐는데 그때 앤드루가 신고한 경찰들이 들이닥쳐서 살아날 수 있었어. 이 사건 이후 니나는 정신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다락방에 있었던 일 등 자신이 경험한 일을 이야기하니, 병원에서는 우울증에 의한 망상이라고 했어. 니나는 자신이 진짜 망상을 한 것인가 생각하기도 했지만, 또 다락방에 감금되었는데, 이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어. 니나가 다락방에 감금될 때마다 세실리아는 시어머니한테 맡기는 것 같았어. 세실리아를 인질 삼아 도망도 못 가게 한 거야. 니나는 세실리아를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살아야겠다 다짐했어. 그리고 그가 자신을 싫어하도록 행동했어. 살도 찌우고, 집안도 더럽히고 그랬지..

...

그런 생활을 7년이나 했어. 밖의 사람들 중에 니나의 말을 믿어주는 이가 나타났어. 정원사 엔조는 니나가 이야기하는 앤드루의 정체를 믿었어. 엔조는 영어가 서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주 능숙했단다. 주인들과 엮이지 않으려고 영어가 서툰 척 했던 거야. 엔조가 니나를 도와주려고 했으나 니나는 엔조까지 위험하게 할 수 없다면서 거절했단다. 니나는 자신의 계획이 있다면서 앤드루에게 이야기를 했어. 가사도우미로 자기보다 젊고 예쁘고 임신이 가능한 사람을 뽑은 후 그 사람을 앤드루가 사랑하게 하면 자신은 도망가도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했어.

그 계획에 부합되는 사람이 바로 밀리였단다. 밀리의 신원조회를 해보니 범죄이력도 있어 최적의 후보처럼 보였어. 밀리가 가사도우미로 들어온 이후 한 니나의 행동은 모두 고의적으로 한 행동이었던 것이란다. 그리고 결국 니나의 자신의 계획이 성공하여 앤드루와 니나를 내쫓았단다. 세실리아도 같이 데리고 나왔어. 그런데 엔조는 니나에게 밀리도 도와주어야 한다고 했어. 니나 대신 밀리가 대신 괴롭힘을 당하면 안 된다면서 말이야.

...

한편 밀리는 잠에서 깨어보니 다락방에 갇혀 있었어. 실수로 다락방 문에 닫힌 줄 알았는데, 앤드루는 밀리가 한 잘못을 이야기하면서 벌을 받아야 열어준다고 했어. 이제서야 밀리도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게 되었어. 밀리는 혹독한 벌을 간신히 다 받고 나서야 앤드루가 문을 열어주었어. 밀리는 다락방 양동이에 있는 후추스프레이를 앤드루의 눈에 뿌렸어. 앤드루는 방심하고 있다가 크게 당한 거야. 앤드루가 후추 때문에 정신이 없을 때 밀리는 앤드루를 다락방에 가두고 문을 잠가 버렸단다. 앤드루가 밀리를 얕본 것 같구나.

니나가 밀리를 가사도우미로 선택한 이유는 예쁘고 젊은 것만이 아니었던 거야. 밀리의 전과기록을 보니 '살인'이었어. 17살 때 친구가 강간을 당하고 있었는데, 강간하는 같은 학교 남학생의 머리를 서진으로 쳤는데 두개골이 깨져서 죽었던 거야. 밀리는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15년형을 받았고, 10년을 복역하고 가석방되었던 거란다. 밀리의 범죄는 불의를 참지 못하고 우발적인 범죄였구나. 본성은 착했던 사람이구나.

....

앞서 이야기했듯이 엔조가 니나에게 연락해서 밀리를 도와주어야 한다고 했잖아. 니나도 그렇게 하기로 하고 다시 집으로 왔어. 다락방에 누군가 갇혀 있어서 당연히 밀리가 갇혀 있는 줄 알고 문을 열었더니 그곳에는 앤드루가 이빨 4개가 뽑힌 채 피칠갑이 되어 죽어 있었단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거지? 얼마 후 밀리가 와서 니나에게 이야기하기를 자신이 그렇게 했다면서 이젠 다시 감옥에 갇혀야 할 것 같다면서 좌절했어. 가석방 기간 동안 사람을 또다시 죽인 것이나 다름없으니 말이야. 그러자 니나는 자신이 책임지겠다면서 밀리에게 도망가라고 했어. 자신은 초범이고 감옥살이를 해도 얼마 안 할거라면서 걱정하지 말고 도망가라고 했단다. 그리고는 니나는 경찰에 신고했어.

니나는 자신이 세실리아의 캠프에 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이 보이지 않아서 남편 앤드루는 출장간 줄 알았다고 했어. 그리고 한참 뒤에 다락방에 물건을 가지러 왔다가 보니까 앤드루에 이런 상태로 있었다고 했어. 자신도 왜 앤드루가 이런 상태로 다락방에 있었는지 모르겠다면서 다락방에 갔다가 문이 밖에서 잠기면서 나오지 못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어. 이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 중에 앤드루의 전 약혼녀의 아버지가 있었어. 앤드루가 헤어진 자신의 딸이 폐인이 나타나서 앤드루가 자신의 딸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조사하려고 이곳으로 발령을 받았다는 거야. 그 경찰의 도움으로 앤드루의 죽음은 사고사로 마무리되었단다. 시원한 복수극이구나.

어느 날 밀리에게 가사도우미를 제안하는 전화를 받았어. 알고 보니 니나가 밀리를 적극 추천했다고 하더구나. 아내가 남편한테 폭행당한 사람이었어. 그렇게 속편을 암시하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

이 책을 읽는 내내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박진감이 넘쳤어. 장면 하나하나가 그대로 머릿속에 영상으로 재현되는 듯했어. 문득 굳이 영화를 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단다. 이런 점 때문에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하우스메이드>의 속편들은 평이 안 좋으니 패스를 하더라도 지은이 프리다 맥파든의 다른 책들은 어떤지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이 집을 나가는 순간, 내 손목에 수갑이 채워질 게 분명했다.

책의 끝 문장: “네, 걱정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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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턴 숲의 은둔자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4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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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14권이다. 14권의 제목은 <에이턴 숲의 은둔자>야. 이전 13권의 이야기는 1142년 6월부터 시작했는데, 이번 14권의 이야기는 1142년 10월에 시작한단다. 이턴 영지라는 곳이 있었어. 이턴 영지는 원래 모드 황후 지지자인 피챌런의 땅이었는데, 스티븐 왕 진영에서 차지면서 리처드 루델의 소유가 되었어. 리처드 루델은 스티븐 왕편의 사람으로 전투에 참여했다가 부상을 입었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치료를 받다가 죽고 말았어. 리처드 루델의 아내는 오래 전에 죽고 상속인으로는 아들 리처드뿐인데 이제 고작 열 살이었다. 리처드 루델이 죽기 전에 리처드를 극성스러운 할머니로부터 떼어 놓기 위해 수도원에서 지내면서 공부를 시켰어. 리처드의 할머니 디오니시어 부인은 드세고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어.

휴 베링어는 리처드 루델의 사망 소식을 전하러 라둘푸스 수도원장을 만나러 왔어. 라둘푸스 수도원장은 아들 리처드의 후견인이었단다. 폴 수사는 어린 리처드에게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전했고, 오래 전부터 아버지와 떨어져 살아서인지 리처드는 담담히 받아들였어. 그러면서 폴 수사에게 할머니 이야기를 했어. 할머니가 자신을 이웃 영지의 상속녀와 결혼시키려고 한다고 했어. 그런데 그 상속녀는 나이가 자신보다 많이 많다고 했어.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이제 고작 10살짜리 소년인데 벌써 결혼시키려고 하다니. 그것도 강제로 말이야. 폴 수사는 이 이야기를 리처드의 후견인 라둘푸스 수도원장에게 이야기를 했고, 수도원장은 자신이 그 결혼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단다.

...

디오니시어 부인은 아들이 죽자마자 리처드를 데리고 가려고 집사를 수도원에 보냈는데, 원장이 이를 거절했단다. 후견인이기 때문에 그런 권한이 있었어. 그래도 장례식장에는 참석해야 하므로 폴 수사, 안젤름 수사, 캐드펠 수사를 함께 보냈단다. 할머니가 리처드를 안 보낼 것을 대비하여 수사들이 함께 간 것이야. 할머니는 소송까지 하겠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 할머니에게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커스러드라는 사제였어. 커스러드는 순례중인 사제인데, 지금은 에이턴 영지의 오두막에서 은둔하며 지낸다고 했다. 그는 종복인 히아신스와 함께 지냈다. 그 히아신스가 수도원에서 와서 커스러드의 말을 전했어. 리처드를 할머니에게 보내지 않아서 최근에 자연재해가 발생했다는 논리로 이야기했어. 이상한 논리로 이야기하는 것이 사이비처럼 보이구나.

수도원장은 디오니시어 부인의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했어. 히아신스가 다시 돌아가려고 하자, 리처드가 그를 불러 한참 이야기를 했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그와 친분이 쌓인 것 같았어. 히아신스가 다시 오두막으로 돌아가는 길에 홍수에 불어난 물에 빠진 삼림감독관 에일먼드를 구해주었어. 에일먼드는 홍수 때문에 둑 작업하다가 나무와 흙이 몰려와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어. 에일먼드를 구해준 히아신스는 사람들을 불러와 함께 에일먼드를 에일먼드의 오두막에 데려다 주었어. 그곳에서 히아신스는 에일먼드의 딸 에넷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캐드펠이 소식을 듣고 와서 에일먼드의 부러진 다리를 맞추고 치료해 주었어. 그리고 히아신스와 에넷 사이에 싹트는 사랑의 감정을 알아차렸단다.

 

1.

최근에 옥스포드에서 탈출하여 방황하는 말 한 마리가 발견되었어. 휴와 캐드펠은 그 말을 조사했는데 안장에는 온통 핏자국이고 주인은 없었어. 말의 주인은 르노 부르시에라는 사람으로 밝혀졌는데 그는 모드 황후가 신임하던 사람이었다고 했어. 그런데 르노 부르시에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누가 르노 부르시에를 공격했는가?

....

어느 날 수도원에 드로고 보시에라는 사람이 그의 마부 워린과 함께 수도원을 찾아와 도망간 젊은 농노 브랜드를 찾는다고 했어. 왠지 에이턴 영지에 은둔해 있는 커스러드 사제와 그의 종복이 연관성이 있는 것 같더구나. 드로고는 폭력적인 영주인데 워린도 드로고에게 맞아서 얼굴에 부상을 입었어. 농노 브랜드가 왜 도망갔는지 짐작이 되는구나. 캐드펠이 워린의 다친 얼굴을 치료해 주었어. 드로고는 수도원 총회에 참석해서 도망간 농노 브랜드의 인상 착의를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했어. 그런데 제롬 수사가 따로 드로고를 만나 브랜드가 히아신스의 외모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했어. 드로고는 곧바로 커스러드의 오두막을 찾아갔지만 히아신스를 만나지 못했어. 그 이유는 제롬 수사가 드로고와 이야기하는 것을 우연히 리처드가 들었는데, 히아신스가 어려움에 빠졌다는 것을 알고 곧바로 히아신스를 찾아 숲으로 갔고, 그곳에서 에넷과 함께 있는 히아신스를 만났어. 그리고 히아신스에게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

한편 에일먼드를 치료하고 돌아오는 길에 캐드펠은 우연히 단검에 찔려 죽은 드로고를 발견했어. 드로고는 히아신스를 만나러 오두막에 길을 나섰었는데 그렇게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야. 캐드펠을 이 사실을 수도원장과 휴 베링어에게 이야기하고 수사를 시작했단다. 제롬 수사는 히아신스를 유력한 범인이라고 생각했어. 자신이 드로고에게 히아신스가 의심된다고 이야기를 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쉽게 범인이 밝혀지면 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아니지.

휴 베링어와 캐드펠은 은둔자 커스러드를 만나러 갔다. 커스러드가 말하길 어젯밤 드로고가 왔었지만 히아신스가 없어서 그냥 돌아갔다고 했단다. 커스러드는 히아신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어. 처음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함께 다니게 되었는지... 정황상 히아신스가 도망친 농노 브랜드가 확실한 것 같고, 지금까지는 드로고를 죽인 강력한 용의자가 되겠구나.

..

그런데 그날 폴 수사는 뒤늦게 리처드가 사라진 것을 알고 당황했단다. 다른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리처드는 제롬 수사와 드로고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망아지를 타고 수도원 밖으로 나갔다가 안 들어왔다고 했어. 점점 히아신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고, 리처드는 어디로 간 것인가. 폴 수사는 캐드펠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했어. 캐드펠이 이 내용을 휴와 공유하고, 그들은 리처드가 히아신스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었을 것이라고 추측했어. 그리고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오려고 했을 텐데,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휴는 부하들을 시켜 수도원 안팎을 수색하게 했다.

...

휴 베링어는 인력을 동원하여 리처드의 원래 집, 은둔자의 집, 에일먼드의 집과 주변을 샅샅이 뒤졌으나 리처드도 못 찾고, 히아신스도 못 찾았단다. 캐드펠은 에일먼드에게 줄 목발을 만들고 그의 집을 찾아갔단다. 이전에 히아신스와 에넷 사이를 눈치챈 캐드펠은 수도원에 돌아가는 척 하면서 에넷의 뒤를 밟았는데, 역시나 에넷이 히아신스를 숨겨두고 있었어. 캐드펠은 본 그들을 깜짝 놀랐지만 히아신스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단다. 캐드펠도 시간상 히아신스가 범인이 아니라고 확신했어. 캐드펠은 그들을 설득하여 에넷의 아버지 에일먼드에게 데리고 왔단다. 그리고 일단은 히아신스를 숨겨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를 침대 밑에 숨겨두었어.

히아신스는 자신이 커스러드의 종복이 된 이야기를 했어. 히아신스는 어떤 여자를 강제추행 하는 집사를 때려눕히고 도망을 갔다고 했어. 그러다가 커스러드를 만나 그의 종복이 되었다는 거야. 히아신스가 비록 죄를 짓긴 했지만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 탓이었구나. 에일먼드는 캐드펠에게 자신의 잘못이 있다고 이실직고했어. 최근 삼림에 홍수가 난 것은 양떼가 삼림에 들어와서 땅이 엉망이 되어서 그런 것인데 그렇게 양떼가 삼림에 들어온 것은 디오니시어 부인이 시킨 것이라고 했어. 그러면서 미안하다고 했단다. 캐드펠은 휴 베링어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하자고 했지만 에일먼드는 관리들을 믿을 수 없다면서 극구 반대했단다. 캐드펠도 어쩔 수 없이 에일먼드의 의견을 따라야 했어.

...

그 날 레이프라는 매 사냥꾼이 수도원에 방문했는데, 캐드펠은 레이프가 드로고나 히아신스를 아는지 떠봤는데 모르는 것 같았어. 캐드펠은 레이프와 이야기를 하다가 레이프가 가지고 있는 은화를 보게 되었는데, 그 은화를 통해 레이프가 모드 황후 진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캐드펠은 레이프에게 르노 부르시에의 살인범을 찾으러 왔냐고 직설적으로 물어보았는데 아니라고 했지만, 캐드펠은 그의 정체를 눈치챈 것 같았어. 음.. 도대체 레이프는 누구인가.

한편 히아신스는 자신을 구해준 리처드를 돕기 위해 사라진 리처드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섰어. 히아신스는 리처드는 할머니 디오니시어 부인에 데려갔을 것이라 확신하고 수색했어. 결국 리처드는 리처드가 갇혀 있는 곳을 알게 되었지만, 너무 단단히 잠겨 있어서 그를 구출하지 못했어. 말로나마 리처드에게 해야 할 행동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고 에일먼드의 집으로 돌아왔단다. 히아신스는 에넷에게 부탁해서 리처드가 감금되어 있는 곳을 휴 베링어에게 알려주라고 하고 자신은 리처드를 구할 방법을 궁리했어. 리처드는 히아신스가 이야기해 준 대로 할머니에게 순종하는 척 했어. 그리고 할머니한테 심심해서 힘들다고 하자 약혼녀로 점 찍은 힐트루드를 리처드에게 보냈어. 리처드는 힐트루드와 이야기를 해보니 힐트루드도 이 정략결혼을 무척 싫어했어. 심지어 따로 사랑하는 남자도 있다고 했어. 리처드는 자신이 도망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자 힐트루드는 도와주겠다고 했어.

할머니가 힐트루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나 보구나. 리처드는 힐트루드의 도움으로 자신이 타고 왔던 망아지를 타고 탈출했고 리처드의 탈출을 힐트루드의 아버지가 뒤늦게 알고 추격했지만 간발의 차로 수도원에 도착했단다. 리처드는 수도원장의 뒤에 숨었으나 힐트루드의 아버지 풀크 애스틀리는 리처드가 어젯밤에 결혼했으니 수도원에 머물 수 없다고 했어. 리처드에게 물어보자 결혼 서약을 하긴 했는데 그건 도망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것 이라고 했어. 그리고 결정적으로 결혼을 주재한 신부님이 진짜 신부가 아니라고 했어. 그래서 결혼은 무효라고 했어. 이건 모두 히아신스가 시킨 대로 이야기한 것이야. 리처드의 결혼서약을 한 신부는 바로 은둔자 커스러드였어. 라둘푸스 수도원장님은 일단 리처드는 수도원에 머물고 내일 다함께 커스러드를 만나러 가자고 했어.

다음날 라둘푸스, 캐드펠, 휴, 리처드는 커스러드의 오두막에 도착했는데 칼에 찔려 죽은 커스러드를 발견하게 되었어. 얼마 후 풀크 애스틀리, 디오니시어 부인도 도착했어. 커스러드는 누군가 단검을 가지고 싸운 흔적이 있었어. 상대방도 부상을 입었을 것 같았지. 캐드펠은 범인이 대충 누구인지 알아 채린 것 같았지만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 그리고 오두막에 있는 상자 안에 물건이 사라지고 없었어. 커스러드의 시신을 일단 수도원으로 데리고 왔단다.

 

2.

드로고의 아들 에이마 보시에가 아버지의 시신을 고향으로 옮기려고 수도원에 머무르고 있었어. 에이머는 커스러드의 시신을 보더니 아는 사람이라고 했단다. 아버지와 여행 중 만난 적이 있는 뜨내기라고 했어. 아버지와 체스도 같이 두었다고 했어. 그렇다면 드로고가 히아신스를 만나러 그 오두막에 갔다가 서로 마주쳤을 테고, 서로 알아봤을 테고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여 드로고를 죽인 것이었어. 휴 베링어와 캐드펠은 히아신스를 만나러 갔단다.

히아신스는 커스러드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야기를 다시 해주었어. 커스러드는 떠돌이 건달이자 도망자 신세라고 했어. 히아신스 자신도 도망자 신분이라서 신분을 숨기기 위해 신부와 종복으로 위장을 했다고 했어. 앞서 이야기했던 도망친 농도 브랜드는 히아신스가 맞았어. 그러니까 커스러드가 가짜 신부라는 걸 히아신스가 알고 있었던 거야.

....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짜맞춰졌구나. 캐드펠은 다시 수도원에 와서 길을 떠나려고 준비하는 레이프를 만났어. 캐드펠은 마치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치료받고 가라고 했어. 그 이야기를 들은 레이프도 놀라지 않았어. 레이프의 정체는 모드 황후 진영의 피츠카운트의 가신이었어. 모드 황후가 피츠카운트에게 보석과 편지를 보냈는데 그것을 전달하던 사자 르노 부르시에는 사라지고, 보석과 편지도 함께 사라졌어. 레이프는 그 보석과 편지를 찾고 있었던 거야. 그렇게 커스러드를 찾아가 결투를 신청했고, 그를 죽이고 모드 황후의 보석과 편지를 찾았다고 했어. 캐드펠은 레이프를 치료해주었고, 치료를 받고 난 레이프는 길을 떠났단다. 레이프가 떠난 후에 캐드펠은 휴에게 레이프의 이야기를 했어. 그리고 레이프가 이야기하지 않은 진짜 이야기를 하나 더 했어. 사라진 르노 부르시에가 바로 다름 아닌 커스러드였다는 거야. 마치 누군가에게 공격받은 것처럼 위장하고 자신은 신부로 위장한 채 도망간 것이었어. 모드 황후를 배신하고 보석을 훔치려고 했던 것이지...

....

이번 14권도 참 재미있게 읽었단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많이 읽어서 그런지, 대충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갈 것인지 짐작이 되고, 캐드펠의 시선에서 등장인물을 바라보다 보면 범인도 대충 눈치챌 수 있게 된 것 같구나. 앞으로 7권 남았는데 올해 안에 마무리하도록 노력하마.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1142년 10월 18일, 대대로 이턴 영지를 물려받아 경작했던 루델 집안의 리처드 루델이 스티븐 왕의 편에서 링컨 전투에 참전하여 싸우던 중 부상을 입고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책의 끝 문장: 글줄뿐 아니라 그 행간을 읽어내시는 분, 정의의 문제뿐 아니라 연정의 문제에 있어서도 결정권을 행사하실 하느님만은 예외로 하고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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