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ㅣ 에디터스 컬렉션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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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Shawn이 학원 숙제로 읽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이야기해줄게. Shawn은 읽었으니, 아빠의 이야기가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알려줘. 아빠도 Shawn 덕분에 <멋진 신세계>를 22년만에 다시 읽어보는구나. 22년 전에 읽기는 했지만, 어렴풋이 기억 나서 거의 새로 읽는 기분으로 읽었단다. <멋진 신세계>는 얼마 전에 읽었던 <1984>와 디스토피아 SF의 대표 고전으로 손꼽힌다. Shawn은 <1984>보다 <멋진 신세계>가 더 재미있다고 했잖아. 그 이유를 물어보니 <1984>는 더 우울하고 축 가라앉았다고 했잖아. Shawn이 그렇게 이야기해서 아빠도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구나.

소설 제목 <멋진 신세계>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탬페스트> 5막 1장에서 따왔다고 하더구나. 올더스 헉슬리는 제목을 왜 <탬페스트>에서 따왔을까? 생각이 드네. 그러면 <탬페스트>를 읽어봐야 하나? 세상에 읽어야 할 책들은 많고, 시간은 없고… 안타까운 현실이구나. 유튜브 보는 시간을 줄이면 되는데, 아빠는 시간이 없다는 탓을 하고 있구나..ㅎ 아무튼 본격적으로 <멋진 신세계>를 이야기해보자. 이 책은 1932년에 쓴 책이라고 하는구나. 그것도 감안하고 읽으면 좋을 것 같구나.

 

1.

소설 속 세상은 자동차를 널리 퍼뜨린 헨리 포드의 신성시하여 그가 태어난 해를 원년으로 하는 년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단다. 때는 포드 기원 632년이란다. 헨리 포드가 1863년에 태어났으니 포드 기원 632년은 우리에게 익숙한 서기로는 2494년이 되겠구나. 음, 먼 미래의 이야기로구나.

소설의 첫 부분의 한참 동안은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미래의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단다. 런던에 있는 중앙 인공부화 조건반사 양육소에서 이야기가 시작한단다. 한 개 난자에서 96개의 싹이 터서 96명의 쌍둥이를 만드는 기술인 보카노프스키 법이 있었어. 그래서 아이들을 한번에 96명씩 대량으로 태어난단다. 이곳에서 양육소 소장은 직접 견습생들에게 실습을 해가며 가르쳤어. 헨리 포스터는 그 소장을 보조하면서 견습생들에게 설명을 해주었어. 보카노프스키 법으로 아이들이 대량으로 태어나니 부모는 없고, 보모들이 출산실에게 어린 아이들을 교육시켰어. 소설 속 세상은 계급 사회로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정해졌고, 계급은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입실론 순으로 정해졌어. 서부유럽주재 총통인 무스타파 몬드가 이곳 양육소에 방문해서 현재 사회에 대한 우수성을 주제로 견습들에게 강의를 했어.

…

소설 속 세상은 누구나 행복한 시대를 살고 있어. 고통스럽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 ‘소마’라는 알약을 먹으면 고통과 슬픔을 잊고 쾌락을 느낄 수 있었어. 그리고 이 세상은 ‘만인은 만인의 소유’라는 슬로건이 있어서 연애를 할 때도 한 사람만 하면 안 되고 의무적으로 자유 연애를 해야 했어. 레니라라는 여자가 있었는데 최근에 헨리 포스터하고만 네 달째 놀고 있었어. 이것을 알게 된 친구 패니가 큰일 날 일이라며 다른 사람을 만나보라고 했어. 그래서 일부러 심리학자인 버나드 마르크스라는 사람과 약속을 잡았단다. 버나드 마르크스는 심리학자로 알파 플러스 계급으로 최고위층 계급이지만, 키가 작아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단다. 버나드 마르크스는 감정공학자 헬름홀츠 왓슨이라는 친구가 있었어. 헬름홀츠 왓슨도 알파 플러스 계급이었는데 왓슨은 너무 유능해서 오히려 공허감을 느끼는 사람이었어.

…

레니나는 버나드와 데이트를 했어. 버나드는 마음 속 깊이 갖고 있던 생각을 이야기했어. 집단의 한 일부분이 아닌 개인적인 자유를 누리고 싶다고 말이야. 레니나는 그 말을 듣고 그가 신성모독을 했다고 생각했어. 레니나는 그를 다시 정상으로 되돌리려고 설득했고 그 노력으로 버나드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했어. 어느 날, 버나드는 레니나에게 뉴멕시코 야만인보호구역으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어. 야만인보호구역이라고? 그 먼 미래에도 아직 이런 보호 구역이 있어? 아무튼 이곳은 허가증이 있어야 갈 수 있는 곳이야.

버나드와 레니나는 소장님한테 허가증을 어렵게 받아내고 야만인보호구역에 갔어. 이곳은 여전히 과거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어. 임신도 하고 아이도 낳아 길렀어. 레니나는 야만인보호구역에서 나는 악취에 참을 수 없었어. 그런데 그들은 그곳에서 야만인들과 다른 인종을 만났어. 자신들과 같은 인종인 존과 그의 엄마 린다였어. 그들은 왜 그곳에 살게 되었을까? 린다는 베타 계급인데 오래 전 그곳에 단체 관광을 왔다가 길을 잃고 낙오했다고 했어. 그런데 그제서야 자신이 임신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개인이 임신을 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자신이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야만인보호구역에서 같이 지낼 수밖에 없다고 했어. 그곳에서 아들 존도 낳은 거야. 하지만 린다는 늘 문명 세계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단다. 갈 수 없었을 뿐이지. 그런데 린다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단다. 존의 아버기는 다름 아닌 버나드와 레니나가 알고 있는 양육소 소장 토마스라는 거야. 이런 위선주의자 같으니…

존은 린다에게 글을 배웠고, 야만인 포페가 가지고 있던 셰익스피어 전집을 읽었다고 했어. 그러니까 존의 세상은 야만인보호구역에서 배운 세상과 셰익스피어 전집에서 세상이 전부였어. 존이 야만인보호구역에서 태어났지만 그곳에서 지내나는 것이 행복한 것은 아니야. 원주민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에 따돌림 당하고 자신은 외톨이라고 했어. 그 이야기를 듣고 버나드 자신도 문명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만, 다른 사람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서 자신도 외톨이라고 생각했어. 버나드는 존에게 함께 런던에 가자고 제안했어. 존은 좋다고 했단다. 버나드는 총독으로부터 존과 린다의 이주를 허가 받았어. 총통은 원주민들 사이에서 생활한 존과 린다가 과학적으로 흥미롭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렇게 존과 린다는 문명사회로 오게 되었단다.

 

2.

가장 당황한 사람은 양육소장 토마스일 것 같구나. 린다는 토마스가 자신을 임신시키고 버렸다고 이야기했고, 존은 토마스를 아버지라고 불러서 토마스는 당황했어.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토마스는 소장 자리에서 쫓겨났어. 버나드는 존과 린다를 데리고 오면서 유명인사가 되었어. 버나드를 만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어. 버나드 자신도 자신이 중요한 인물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우쭐하기도 했지.

…

한편 레니나는 존이 문명사회에서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었어. 이것저것 경험하게 해주고 촉감영화도 함께 보았어. 그 세상은 자유연애가 자연스러운 것이다 보니, 레니나는 존과 하룻밤을 보내려고 했으나 존은 레니나의 집에서 나와 돌아갔단다. 레니나는 자기 상식으로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단다. 사실 존도 레니나를 좋아했지만 그렇게 갑자기 훅 들어오니 당황했었나 봐… 존은 문명사회에 적응이 쉽지 않았던 것 같아. 자신이 생각한 사회와 많은 차이가 있었나 봐. 그래서 버나드가 주선한 만찬회에도 불참하고 그랬어. 버나드는 이 일로 신뢰를 잃고 전출 보낸다는 소리까지 들었어.

..

버나드는 존을 친구인 감정공학자 헬름홀츠에게 소개해 주었어. 존은 헬름홀츠와는 서로 잘 맞는 것 같았어. 옆에 있던 버나드가 질투를 느낄 정도로 말이야. 존에게 바람 맞은 레니나는 머릿속에 온통 존 생각뿐이었어. 레니나는 참지 못하고 존을 찾아가 고백을 했어. 존도 레니나에게 사랑한다고 했어. 그가 열심히 읽은 셰익스피어 방식으로 말이야. 존은 셰익스피어 작품에 있는 방식의 사랑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그러니 레니나는 그런 존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레니나는 존을 유혹하고 육체적 사랑을 나누려 했지만, 존은 당황하면서 그녀를 창녀라면서 욕실에 가두었어. 이것도 일종의 문화 충돌이라고 해야 할까?

…

존은 병원에서 전화를 받았어. 엄마 린다가 급속하게 노화가 찾아와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거야. 린다는 그토록 문명사회에 오고 싶어했지만, 그 문명사회가 오히려 독이 되어 그녀를 해친 것 같구나. 존은 린다를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지만, 병원에서는 그런 존을 이상하게 보았어. 이 문명사회는 죽음을 슬퍼할 일이 아니었거든. 결국 린다는 죽고 존은 오열을 했단다. 그런 존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죽음에 대해 교육을 받으러 온 아이들이 있었는데, 그 아이들에게 존의 행동이 악영향을 줄까 봐 간호원만 안절부절 했단다.

…

존은 이 문명사회가 분명 잘되었다고 생각했어. 자유를 외치며 선동하기 시작했어. 헬름헬츠가 와서 존의 시위에 동참했고, 버나드는 그들을 만류하러 왔어. 결국 셋 모두 경찰에 끌려가게 되었어. 총통 무스타파 몬드가 직접 심문을 했단다. 버나드와 헬름헬츠는 성으로 유배가게 되었어. 존은 총통과 이 문명사회에 대해서 치열하게 논쟁을 했단다. 총통은 존이 주장하는 의견에 하나하나 반박했단다. 존은 총통을 설득하는데 실패했고, 자신에게 권리와 자유만 달라고 하자 의외로 총통은 허락했단다.

존은 문명사회를 떠나 은둔처에서 혼자 지냈단다. 그러면서 자신이 문명사회에 물든 것을 느끼고는 속죄한다는 의미로 자신의 몸에 채찍질을 했어. 그러자 그것이 누군가에 눈에 띠면서 이슈가 되었고 언론에서 찾아와 존을 취재까지 했어. 많은 사람들이 채찍질을 하는 존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었고, 존은 그들에게 채찍질을 날렸어.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존을 찾아왔어. 존은 이곳에도 자유를 얻을 수 없었어. 결국 존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자유를 찾았단다.

…

<멋진 신세계>는 오늘날 우리 사회를 예언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한다. 쾌락과 오락으로 인간을 길들이려는 소설 속 사회가 오늘날 도파민만 찾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고들 하구나. 하지만 아빠는 소설 속 사회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이 세상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단다. 아직 사랑도 있고 자유도 있고 문학이 있고 아직 인간성이 남아 있으니 말이야. 500년이 흘러도 소설 속 같은 세상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런데 500년이 흘러도 인류가 생존해 있을지 의문이구나. 지구의 온도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어 그 변경된 환경에 인류가 과연 적응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이 더 무서운 디스토피아를 만들지 않을까 싶구나. 자,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겨우 34층밖에 되지 않는 나지막한 회색 빌딩.

책의 끝 문장: 남남서, 남, 남동, 동……


"아니, 많이 사용했지" 하고 소장이 대답했다. "그러나 그저 그뿐이었어." 프리뮬러꽃과 전원 풍경은 한 가지 중대한 결점을 가지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것들은 그냥 손에 들어온다는 점이다. 자연에 대한 애착은 공장을 분주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하층계급의 경우는 자연에 대한 애착은 포기하도록 결정했던 것이다. 자연에 대한 애착은 포기시키지만 운송가관을 사용하는 경향은 그대로 보존시킨다. 다시 말해서 자연을 증오토록 하면서도 그들을 시골로 보내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지 프리뮬러꽃이나 전원 풍경에 대한 사랑보다 운송기관을 사용케 할 보다 건전한 경제적 이유를 찾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을 발견되었다는 것이었다. - P37

"자, 이것이 바로 진보라는 것이야. 노인도 일하며 노인도 이성과 교합하며 노인에게도 시간이 없게 되었지. 쾌락으로부터 벗어날 여가가 없으며 잠시도 앉아서 생각할 시간이 없어졌지. 또한 불행히도 그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무의미한 시간의 터널이 입을 벌린다면 항상 소마가 대기하고 있는 거야. 유쾌한 소마가 있지. 주말에는 반 그램, 휴일에는 일 그램, 호사스런 동방으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이 그램, 달나라의 영원한 암흑 속에서 잠자고 싶으면 삼 그램, 그곳에서 돌아오면 시간의 터널을 빠져 저쪽편에 와 있게 되는 거야. 매일매일의 노동과 기분전환이라는 견실한 대지에 안착되는 것이지. 촉감영화로부터 다른 촉감영화로, 이 여자로부터 탄력 있는 여자로, 전자 골프 코스로부터 다른……" - P86

"우리의 세계는 <오셀로>의 세계와 같지 않기 때문이야. 강철이 없이는 값싼 플리버 승용차도 만들 수 없어. 사회의 불안정이 없이는 비극을 만들 수 없는 것이야. 세계는 이제 안정된 세계야.인간들은 행복해.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고 있단 말일세. 얻을 수 없는 것은 원하지도 않아. 그들은 잘 살고 있어. 생활이 안정되고 질병도 없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행복하게도 격정이니 노령이란 것을 모르고 살지. 모친이나 부친 때문에 괴로워하지도 않아. 아내라든가 자식이라든가 연인과 같은 격렬한 감정의 대상도 없어. 그들은 조건반사 교육을 받아서 사실상 마땅히 행동해야만 되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없어. 뭔가가 잘못되면 소마가 있지. 자네가 자유라는 이름으로 창 밖으로 집어던진 것 말일세, 자유라!" 총통은 여기서 웃음을 터뜨렸다. "델타 계급들이 자유가 무엇인지 알기를 기대하다니! 그들이 <오셀로>를 이해하기를 기대하다니! 정말 자네답군!" - P336

"우리는 행복과 안정을 신봉하네. 알과 계급으로만 이루어진 사회는 불안정하고 비참해지지 않을 수 없는 걸세. 알파 노동자로 채워진 공장을 상상해 보게-다시 말해서 좋은 유전인자를 지니고 자유로운 선택을 하고 책임을 떠맡는 일이(제한이 있겠지만) 가능하게끔 조건반사적으로 단련된 개별적으로 상호연관이 없는 인간들로 채워진 경우를 상상하란 말일세. 그것을 상상해 보란 말일세!"하고 그는 반복했다. - P339

"바로, 우리들, 즉 현대 세계야. ‘앞길이 창창한 젊은 시절에만 신에 의존하지 않는다. 신으로부터의 독립은 최후까지 인간을 안전하게 인도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었지? 그런데 우리는 지금 죽을 때까지 청춘과 번영을 잃지 않게 되었단 말일세. 그 결과가 무엇이냐고? 분명 우리는 신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게 된 걸세. ‘종교적 감정이 모든 손실을 보상해 줄 것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네만 우리에겐 보상할 손실이란 것이 없는 형편인걸. 종교적 감정은 쓸데없는 것이 되고 말았어. 젊음의 욕망이 쇠퇴하지 않는 마당에 왜 구태여 그것의 대용품을 찾아나서겠는가? 최후까지 옛날의 모든 바보스러운 유희를 즐길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기분 전환의 대용품을 찾아나서겠나? 우리의 심신이 계속적으로 활동의 기쁨을 누리는 마당에 왜 휴식을 필요가 있겠나? 소마가 있는데 위안이 무슨 소용 있단 말인가? 사회의 질서가 있는데 불변부동의 그 무엇이 왜 필요하겠는가?"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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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황제의 고양이 - 대한제국 모닝 캄 프로젝트
로버트 W. 리치 지음, 류지영 옮김 / 지식상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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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서울신문 기자 류지영이라는 분이 있어. 류지영 기자는 2018년 임시정부 100주넌 기획기사를 준비하면서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을 주제로 쓰려고 했대.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이라는 사람은 우리나라 독립운동에 기여를 외국인들 중에 손꼽히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란다.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하여 일본의 침략에 대해 규탄하는 기사를 많이 쓰고 서양에 알리기는 노력을 많이 한 사람이란다. 예전에 독립운동 관련 책들을 통해서 베델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너희들에게 독서편지로 베델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베델이 36세 젊은 나이에 심장병으로 죽지만 않았다면 더 많은 일들을 하셨을 텐데, 안타깝구나. 그가 일찍 세상을 뜬 것도 일본의 탄압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강한 의심이 드는구나.

그가 죽은 후 <대한매일신보>는 <매일신보>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신문 성향도 확 바뀌어 조선총독부의 기관지처럼 변질되고 말았다고 하니, 그의 죽음이 더욱 안타깝구나. <매일신보>는 해방 후 서울신문으로 이름으로 바꾸고 오늘날까지 이어졌다는구나. 서울신문 류지영 기자가 서울신문의 전신인 대한매일신보을 창간한 베델을 특집기사의 주체로 선택한 것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 깊이 새겨져야 할 사람으로 베델을 소개하려는 이유도 있을 거야.

아무튼 류지영 기사는 베델에 대한 기획기사를 준비하면서 로버트 웰스 리치라는 미국인 기자겸 작가가 베델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대. 기자로써 이런 자료를 발굴하면 얼마나 뜻 깊을까. 로버트 웰스 리치는 베델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두 편이나 썼는데 첫 번째는 1912년에 쓴 <고양이오 양>이고, 두 번째는 1914년에 쓴 <황제의 옥새>라는 소설이라고 하는구나. 이 소설들을 국내에 소개하려고 준비하던 중 류지영 기자는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하게 되었고, 거기에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로버트 웰스 리치의 소설을 국내에 소개하는 일은 뒤로 미루었다고 하더구나.

2024년 베이징 특파원 근무를 마치고 국내로 다시 복귀한 다음, 이 두 소설에 대한 번역을 시작했고, 일부 역사적인 사실의 오류가 있어서 편역을 하기로 했대. 그리고 드디어 2025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출간하게 된 것이란다. 100년 넘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뜻 깊은 소설이 우리나라에 소개가 된 것이란다. 아빠가 작년에 신간 코너에서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 이제서야 읽고 너희들에게도 소개를 해주는구나. 소설 두 편이라고 했는데 그 소설을 “대한민국 모닝 캄 프로젝트”로 묶고, <고종황제의 고양이>라는 한 권의 소설로 편역해서 출간했단다.

 

1.

베델은 영국 브리스틀 태생으로 불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었대. 일본에서 사업을 하다가 1904년 조선에 와서 정착을 하게 되었지. 그는 <코리아 데일리 뉴스>를 창간하여 일본의 침략 야욕과 조선에서 행하는 만행들에 대한 비판 기사를 썼단다. 베델의 미국인 기자 빌리가 이 소설의 화자로 이야기를 끌어간단다.

1905년 10월 하순, 빌리와 베델은 서울 서대문에 있는 애스터하우스 호텔의 술집에서 당시 조선과 어울리지 않는 벽안의 금발머리 여자을 보았어. 그 여자는 웨이터를 통해 베델 씨를 찾는다고 했어. 빌리는 그 여자에 대한 정체를 밝히지 않고 ‘소녀‘라고만 이야기했단다. 그러니 아빠도 지금부터는 그 여자를 소녀라고 이야기할게. 소녀는 빌리와 베델을 만나서 자신이 조선에 입국한 이유를 설명했어. 상하이에서 ‘아주 중요한 분‘의 심부름으로 조선에 왔고, 그들은 ‘프로젝트 모닝 캄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다고 했어.

그 프로젝트는 대한제국의 황제를 몰래 빼돌려 러시아로 데려가는 것이라고 했어. 그것만이 일본의 침략 행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거야. 그러면서 자신의 임무는 고종 황제를 만나서 상하이로 모셔가는 일이라고 했어. 하지만 어떻게 고종을 만나지? 소녀는 자신이 초상화 그리는 화가의 신분으로 고종을 만나겠다고 했어. 소녀는 인맥을 동원하여 고종과 대면하게 이르고, 소녀는 고종을 설득하여 초상화를 그릴 수 있게 했단다. 고종의 곁에는 일본외교관 하기와라가 있었는데, 하기와라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소녀를 보았어.

고종은 난향이라고 부르는 고양이를 무척 아꼈단다. 늘 곁에 데리고 있었어. 소녀는 이 작전을 혼자 하기가 버겁다고 생각하여 빌리와 베델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들은 고종의 측근인 민영환 대감까지 합류하게 되었단다. 베델, 빌리, 소녀는 민영환 대감을 찾아갔고, 민영환 대감도 소녀의 계획에 동의하여 도와주기로 했단다. 소녀는 상하이로 ‘초상화, 성공, 만세‘라는 전보를 보냈고, 며칠 뒤 상하이에서 사냥을 즐기는 소녀의 친구가 와서 빌리가 안내를 맡게 되었어. 그 사람은 고종 황제를 탈출시키는데 도와줄 사람이었어. 작전 준비는 비밀리에 잘 준비되어 갔고, 고종도 동의하여 떠날 준비를 했단다.

거사일이 다가왔어. 그런데 갑자기 고종이 마음을 바꿔 안 가겠다고 했어. 지금까지 준비한 노고가 얼마인데, 갑자기 이렇게 마음을 바꾸면 어쩌나. 민영환이 무당도 오늘이 좋다고 했다면서 고종을 설득하여 다시 가겠다고 했단다. 측근들의 설득보다 무당의 말을 더 신뢰했던 모습인데, 실제로 고종이 무당을 믿었다고 하더구나. 그날 밤, 고종이 궁궐을 빠져나간 것을 알게 된 일본군은 한강에 표류한 증기선까지 수색을 했으나 고종은 그곳에 없었어. 일본군이 고종을 수색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고종과 베델 일행은 그 증기선을 타지 않았던 거야.  일본군의 감시를 피해 다시 길을 떠나는데, 고종의 고양이 난향이 갑자기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단다. 그러자 고종은 고양이 난향이 전에도 사전에 위험을 알아차린 적이 있다면서 이번에도 사전에 경고를 하는 것이라면서 떠나지 않겠다며 또 말을 바꾸었다.

소녀와 베델은 황당해했어. 한낱 고양이 때문에 가지 않다니... 베델은 고종을 강제로 데려가려고 했으나 민영환이 만류했단다. 결국 이 작전은 고종의 우유부단함으로 실패하고, 소녀와 빌리는 상하이로 떠났단다. 고종은 다시 궁궐로 돌아와 1905년 11월 7일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 일본정부는 영국정부에 강력한 요청하여 베델이 재판을 받게 되고 금고형을 받기도 했단다. 지은이 로버트 W. 리치도 고종의 우유부단함을 잘 알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2.

2부 이야기해도 해줄게. 베델은 감옥에 다녀온 후 더 전투력을 더 장착하고, 일본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 기사를 썼단다. 화자인 빌리는 1906년 말 다시 조선에 들어왔단다.

두 번째 이야기는 1907년 6월부터 10월까지 열렸던 헤이그 만국평화회의를 준비하는 이야기란다. 1907년 5월 하순 서울에서 어떤 서양 중년 여성을 만났어. 그 여자는 도도새라는 별명을 가진 영국인으로 이름은 데오도시아 툴링이었어. 빌리는 친구가 운영하는 애스터하우스라는 호텔을 데오도시아에게 소개해 주었단다. 그녀는 호탕한 여인으로 일본 정보관에게도 큰 소리치는 여자였어. 1부에서 활약한 소녀가 연상되는 여자였단다. 데오도시아는 자신을 신지학자라고 소개했어. 신지학자라는 말이 낯설어 찾아보니, 직관이나 명상을 통해 신적인 지혜와 영적 진리를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하는구나. 

베델은 1년간 감옥 생활을 마치고 출소해서 애스터하우스에서 빌리를 만났단다. 그리고 그곳에 머물고 있는 데오도시아를 만났는데, 데오디사아가 가발을 벗고 화장을 지우니… 아니, 그 소녀였단다. 1부에서 활약했던 소녀가 다시 등장을 한 거야. 이번에도 특별 임무를 받고 서울에 잠입한 거야. 그들은 개화 지식인 용치선이라는 인물을 만나 헤이그 특사 파견에 대해 논의했어. 1부의 민영환은 실제 인물이나 2부에 등장하는 용치선은 지은이가 만들어낸 허구 인물이란 점은 참고하시고….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필요한 문서에 고종 황제의 옥새가 찍혀야 인정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 옥새를 찍는 것이 소녀의 임무였단다. 하지만 고종 황제의 옥새는 일본이 가지고 있었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단다. 그런데 일본이 모르는 또 다른 옥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고종이 비밀리에 만든 옥새가 금강산 유점사에서 보관하고 있다는 거야. 바델은 아직 일본의 감시 대상이기 때문에 동참을 하지 못하고, 용치선, 소녀, 빌리 이렇게 셋이 금강산 유점사에 갔단다.

그런데 옥새를 보관하고 있던 유점사 주지가 답답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 선왕들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면서 기다리라고 했어. 나라가 망할 판에 선왕들의 허락이라는 말로 기다리라니… 산속에서만 지내서 세상이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는 건가? 아까운 시간만 흘러가서 빌리와 소녀는 답답해 했고, 용치선은 좀 기다려보자고 했으나 더 기다려도 옥새를 주지 않자, 용치선은 자신이 옥새를 훔쳐오겠다고 했어. 그렇게 옥새를 훔쳐서 서울로 향하는 길에 베델을 만났어. 일본군이 쫓아온다는 것을 알려주려 온 길인데 이미 늦었어. 일본군들이 그들을 쫓아와 대치하게 되었단다.

일본군과 싸우다가 옥새를 그만 연못에 빠뜨리고 말았어. 그리고 연못에서 옥새를 찾으려고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단다. 나중에 위조 옥새로 직인을 찍고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희망은 또다시 물거품이 되었단다. 우리나라 대표가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이유는 일본의 적극전인 방해와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란다. 이 소설에서는 재미를 위해서 가짜 옥새로 설정했었나 보구나.

두 번째 작전도 실패한 소녀는 조선을 떠나 그 이후에는 소식이 끊기게 되었단다. 첫 번째 작전은 고종의 우유부단함과 미신을 떨치지 못해 실패하고 말았고, 두 번째 작전은 주지 스님의 고지식함 때문에 실패하고 말았구나. 지은이가 이런 소설을 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베델에라는 멋진 인물을 소개하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더불어 500년 유구한 역사를 가진 조선이라는 나라가 허망하게 무너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싶구나.

그가 이 소설을 쓴 지 100년이 훌쩍 지나서 그가 안타깝게 생각했던 나라에서 책이 출간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그 사실을 알면 얼마나 뿌듯할까... 그것도 희망이 없던 그 나라가 역경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문화강국의 반전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야. 뜻 깊은 소설 한 편 잘 읽었다.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내가 동북아시아의 먼 나라 조선에서 벌어진 황제 퇴위의 숨은 이야기를 침묵 속에 묻어 버리면 누가 과연 그날의 진실을 세상에 알릴 수 있을까?

책의 끝 문장: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 조선에서 항일 신문사를 이끌며 자신의 모든 힘과 의지로 불의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용감히 싸웠다.”

 


베델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조선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몇 안 되는 외국인이자, 조선의 황제를 대신해 ‘일본과의 전쟁’을 선포한 투사였다. 그는 일본의 끝없는 위협을 비웃으며 그들의 술수를 모두 까발렸고, 조선인들에게 ‘독립과 자유를 위해 함께 싸우자’고 호소했다. 베델의 펜은 칼보다 강했고 그의 외침은 천둥보다 더 크게 울렸다. - P24

"그래서 러시아 정보 당국이 저를 이곳으로 보낸 겁니다. 조선의 황제를 안전하게 상하이로 모셔 오라고요. 그가 서울을 무사히 탈출하면, 일본이 그토록 탐내는 조선 외교권 접수 문서에 옥새를 찍을 주인공이 사라지잖아요. 그 뒤로 황제가 러시아로 거처를 옮겨 보호받으면 일본은 그를 암살할 기회마저 잃어버리게 돼요. 그러면 각국은 일본을 겨냥해 ‘도대체 서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냐’고 따져 물을 것이고 도쿄는 전 세계 언론의 십자포화를 피할 수 없게 돼요. 이쯤 되면 교활한 이토의 조선 병합 계획도 상당한 타격을 입겠죠." - P34

"한번은 군주께서 ‘궁궐의 점쟁이들을 은밀히 만나 언제 망명을 떠나는 것이 가장 길한지 점을 쳐 보겠다’고 고집하셨소. 나는 ‘이 중요한 계획이 밖으로 새 나갈 수 있다’고 간곡히 말렸지만 황제께서는 ‘내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 믿을 만한 이들이니 염려하지 말라’고 자신하셨소. 인간의 선악을 주관하는 신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으면 중대한 국가 대사를 판단할 수 없다면서 말이오. 그때 화가가 강하게 항의했소. ‘폐하께서는 이 나라의 주인이 아니십니까? 왜 국가의 존망이 걸린 일을 일개 무당들과 상의하려 하십니까? 제가 정성껏 초상화를 그리는 군주는 자신의 고유한 권한조차 독립적으로 행사하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분이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라고요. 그러자 황제께서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며 ‘나는 정말 바보다’라고 자책하셨소."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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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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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너무나 유명한 고전 소설인 조지 오웰의 <1984> 이야기를 하려고 해. 이 책은 이미 20년 전에 읽은 적이 있어. 20년 전이면 아빠의 기억 속에서 모두 사라져야 정상이지만, 이 소설은 인상을 주었는지 아빠의 기억 속에 아직 남아 있구나. 그런데 Shawn의 학원 숙제로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해서, 아빠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빠가 20년 전에 읽은 <1984>는 청목출판사에서 나온 것인데, 이번에 읽은 것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의 책으로 읽었단다.

읽고 나서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빠의 머릿속에 남아 있던 <1984>의 기억은 그야말로 빵 부스러기 수준이었던 것 같아. 이번에 읽으면서 <1984>를 제대로 읽었다는 느낌이었어. 물론 아빠의 기억력으로는 또 얼마 못 가서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이 얼마 없겠지만 말이야. Shawn도 이 책을 읽었으니, 아빠가 구구절절 쓴 줄거리를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서 지루할지 모르겠지만, 줄거리를 모르고 읽어도 지루한 글이니 그냥 이야기할게. 조지 오웰의 생애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좋겠지만, 아빠가 조지 오웰 평전과 에세이 책을 소개할 때 이야기했으니 오늘은 생략할게.

 

1.

때는 1984년. 지금이야 1984년이 먼 과거이지만, 이 책이 출간된 1949년에 1984년은 가까운 미래였단다. 세상은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이스트아시아 이렇게 3개의 초강대국으로 재편되었단다. 그들은 서로 동맹을 맺기도 하고 전쟁을 하기도 하면서 상대의 존재를 자국이 존재하는 이유에 이용하곤 한다. 그 중 오세아니아는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국가이고, 오세아니아는 ‘빅 브라더’라는 강력한 지도자가 이끄는 나라야. 오세아니아에 소속된 런던에 살고 있는 39살 윈스턴 스미스라는 사람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야.

그는 기록국 소속 진리부에서 일하고 있는데, 부서 이름에 ‘진리‘라고 적혀 있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역사를 현재 상황에 유리하게 변경하는 것이란다. 역사를 대놓고 왜곡하는 일을 하는 부서야. 오늘날 빅 브라더가 하는 말과 행동에 따라 과거에 있었던 일의 기록을 바꾸기도 하고 없던 사람을 만들어내기도 한단다. 그러면 시민들은 그 기록으로 과거의 기억을 대체하게 돼. 오세아니아의 구호는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이야. 이 모순된 말을 오세아니아 국민들은 세뇌되어 당연한 진리하고 믿는다.

이 세계는 이곳 저곳에 텔레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어 시민들을 감시하고 있단다. 시민이라면 텔레스크린의 감시를 벗어날 수 없는데, 특이한 것은 노동자 계급은 텔레스크린이 감시하지 않는다는 것이야. 이 세계에서는 노동자는 인간 취급을 하지 않고 있었어. 노동자는 동물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서 그들을 감시하지 않는다고 했어. 오세아니아는 감시 사회이자, 통제 사회이자, 자유가 억압된 사회였단다. 윈스턴는 이런 사회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어. 윈스턴은 이 사회에 저항하고 싶은데 자신의 힘은 너무 약하다는 것을 알았지.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금지되어 있는 일기 쓰기인데, 텔레스크린의 감시가 닿지 않는 집 구석에서 일기를 썼어. 윈스턴은 유전자가 이상한 지 빅 브라더의 세뇌가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인 것 같구나.

윈스턴만 이 세상에 불만을 가진 것은 아니야. 반정부 조직인 형제단이 있다는 것을 들었어. 윈스턴은 형제단에 가입하는 것을 고민했지만 방법을 몰랐지. 그런데 당의 간부 오브라이언도 이 조직의 멤버인 것 같은 강한 의심이 들었어. 그래서 오브라이언을 통해서 형제단에 가입하려고 생각했어. 저항의 상징 엠마누엘 골드스타인이라는 사람이 있어. 그를 만나 본 사람은 없지만, 그가 반역자라는 것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어. 그는 전 대륙의 공공의 적이었어. 윈스턴은 이 세상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일기를 통해서만 할 수 있었어. 자신도 모르게 일기장에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라는 글을 썼어. 누군가 윈스턴의 일기를 본다면 윈스턴은 사형감일 것이야.

오세아니아에서 결혼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 사이에 애정이 있으면 결혼을 할 수 없단다. 결혼이란 국가에 아기 낳는 봉사 정신이 있는 두 남녀의 만남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어. 윈스턴도 결혼한 적이 있었어. 캐서린이라는 여자와 결혼했지만 이혼했어. 윈스턴은 목석 같은 여자와 살 수 없었어. 이 세상은 모두 행복하다고 세뇌를 받았지만 간단한 생필품을 구하기도 어려워 때론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단다.

이 지옥 같은 세계의 기본적인 정치 이념은 전체주의라고 볼 수 있겠구나. 지은이 조지 오웰은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을 이 소설을 통해 하려는 것 같았어. 오세아니아에서는 모든 시민들이 자본주의를 악이라고 생각하도록 세뇌 당했어. 텔레스크린은 지금이 과거의 그 어떤 시대보다 모든 것이 좋아졌다고 홍보를 해서 시민들은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이런 사회에서 산다고 상상해 보면… 하루도 못 살 것 같구나.

 

2.

1984년의 오세아니아가 만들어지게 된 가장 큰 계기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있었던 대규모 숙청이라고 했어. 앞서 이야기했던 엠마누엘 골드스타인도 이때 도망을 갔어. 그 이후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는 사회의 악으로 쓰레기통에 버려졌단다. 오늘날 1984년의 세상은 자유가 없는 세상이야. 혼자 있는 것 자체가 법에 위반되는 행동이란다.

어느 날, 윈스턴은 선술집에서 혁명 이전의 일들을 기억하는 노인을 만났어. 노인에게 옛이야기를 듣고, 골동상에서 혁명 이전의 물건들도 구경하였단다. 윈스턴은 그 물건들 중에 하나를 사기도 했어. 그런데 그 선술집에서 회사 동료인 여자를 만났어. 창조국 소속의 여자로 얼굴만 아는 사람이었단다. 그런데 그 사람이 왜 여기에 있지? 윈스턴은 자신을 감시하는 사상 경찰의 정보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얼마 후 회사에서 그 여자를 다시 만났는데 윈스턴에게 비밀쪽지를 전해주고 사라졌어. 윈스턴은 텔레스크린의 감시를 피해서 그 쪽지를 펴보았는데 뜻밖의 문장이 써 있었어. ˝당신을 사랑합니다.˝ 정보원인 줄 알았는데 이런 쪽지를 보내다니, 함정인가? 함정이든 함정이 아니든 그 쪽지는 무척 위험한 쪽지였단다.

윈스턴은 하루 종일 그 쪽지와 그 여자 생각만 했어. 그러면서 이상하게도 살고 싶은 욕망이 생겨났어. 앞서 이야기했지만 이 세계에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보장되지 않아. 그러니 그녀와 단둘이 있는 시간도 만들어내지 못했어. 쪽지를 받은 지 일주일 후 식당에서 그녀와 같은 자리에 앉게 되고 약 1분간 둘만의 시간이 생겼어. 여자는 퇴근 후 승리광장에서 19시에 만나자고 했어. 승리광장은 늘 많은 시민들에 의해 붐비는 곳이었단다. 그런 곳에서 만나는 것이 오히려 감시의 강도를 낮추는 방법이기도 했어. 똑똑한 여자다. 그들은 많은 군중 속에서 만났고 몰래 손도 잡았어. 그 이후 그들은 감시의 망을 피하는 방법을 계속 찾아냈단다. 사랑의 힘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구나.

여자의 이름은 줄리아. 줄리아는 감시망을 피할 수 있는 장소들을 알고 있었어. 그렇게 그들은 위험한 데이트를 시작했단다. 사랑의 나무를 키워나가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사람다운 대화를 할 수 있어서 함께 있으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어. 윈스턴과 줄리아는 가끔 몰래 만나 사랑을 나누었지만 늘 부족했어. 어떨 때는 군중 속에서 몇 마디 나누는 것이 고작일 때도 있었지. 그들의 밀회는 채링턴 씨가 운영하는 상점의 2층에서 자주 이루어졌단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텔레스크린이 없었기 때문이야. 그들은 이 세계에서 도피하려고 했지만 방법도 몰랐고 당국의 감시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어.

그 즈음 당의 간부 오브라이언이 윈스턴에게 접근을 했단다. 윈스턴은 오브라이언의 저항 단체 ‘형제단‘의 멤버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의 접근을 어느 정도 반겼단다. 윈스턴은 조심스럽게 오브라이언에게 자신도 당을 전복하려는 비밀단체에 가입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어. 과연 그의 행동이 조심스러운 행동이었을까. 오브라이언이 말하길 엠마누엘 골드스타인과 형재단의 존재한다고 이야기했어. 그러면서 형제단의 행동지침을 이야기해주었어.

...

 

3.

세상의 초강대국 세 개가 서로 싸우기도 하고 동맹을 맺기도 한다고 했는데, 오세아니아는 얼마 전까지 유라시아와 이스트아시아와 전쟁을 하게 되었어. 이렇게 되자 기록국은 이스트아시아와 관련된 과거의 모든 기록을 바꾸는 작업을 했어. 윈스턴은 오브라이언으로부터 받은 골드스타인의 책 <과두적 집단주의의 이론과 실체>를 읽고 이 세상의 실체를 알게 된다.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이스트아시아 초강대국으로 나뉜 세계에 대한 설명이 있었어. 세 개의 초강대국은 서로 교류가 거의 없고 서로 대립한 상태로 있는 것이 각 국가의 권력자들에게 유리했기 때문에 그런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고 했어. 그뿐 아니라 오세아니아의 영국사회주의가 만들어지게 된 역사, 빅 브라더에 대한 이야기도 적혀 있었어.

오세아니아는 빅 브라더 아래 2%로 이루어진 내부당이라는 지도부가 있고 그 아래 외부당이 지배계급을 이루고 있어. 그런데 사실 빅 브라더가 진짜 존재하는지 의심이 되더구나. 빅 브라더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 지도부들이 만든 허상일 가능성이 높았어. 윈스턴은 이 책을 감시를 피해 읽기 위해 채링턴 씨의 상점 2층에서 읽고 있었는데 검은 제복 입은 사람들에게 포위되었단다.

윈스턴은 체포되었고, 줄리아도 체포되어 따로 수감되었어. 알고 보니 채링턴 씨는 사상 경찰이었어. 상점 2층이 이유도 없이 텔레스크린의 감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의심했어야 했다. 윈스턴은 다른 사상범들과 함께 수감되었어. 어떤 사람은 잠꼬대로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고 했는데 11살 먹은 딸이 신고를 해서 체포되었다고 한다. 윈스턴은 구타와 고문을 받으며 심문을 받았단다. 처음에는 자신의 주장대로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구타와 고문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거짓 자백을 했어.

오브라이언이 와서 윈스턴을 심문했어. 알고 보니 오브라이언은 형제단 멤버가 아니고 사상경찰이었어. 그는 윈스턴을 정신 상태가 이상해서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이라며 그 정신을 치료하기 위해서 체포한 것이라고 했어. 윈스턴은 이제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오브라이언의 질문에 모두 ˝예˝라고 했단다. 윈스턴은 줄리아에 대해 물어보니 줄리아도 전향했다고 했어. 오브라이언은 덧붙여 이야기를 하기를 권력이 강해지면 더 무자비하고 전체주의는 강화되어 더 튼튼한 세계가 된다는 했어. 윈스턴은 공포와 증오와 잔인성 위에 문명을 세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진리는 빅 브라더의 말뿐이야. 결국 윈스턴은 항복하고 재교육, 그러니까 치료를 받기 시작했단다. 하지만 듣기로는 이미 중죄를 지었기 때문에 총살형을 피할 수는 없을 거라 했어.

윈스턴의 치료는 쉽지 않았어. 윈스텀이 마음에 있는 진심을 말하는 실수를 했다가 공포의 101호살로 보내졌어. 101호실에는 녹색 천으로 덮인 두 개의 테이블이 있었어. 101호실은 죄수가 가장 끔직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고문한다고 했어. 윈스턴이 갔을 때는 윈스턴이 가장 끔찍하게 생각하는 쥐가 있었어. 쥐가 들어있는 마스크를 윈스턴에게 씌웠어. 그는 굴복할 수밖에 없었단다. 그렇게 강제로 전향한 윈스턴은 석방되었단다.

어느 날, 우연히 줄리아를 만났어. 여전히 그녀를 원했으나, 줄리아의 눈동자에는 경멸과 혐오의 빛이 서려 있었어. 줄리아와 윈스턴 모두 자신이 배반했다고 고백을 하며 용서를 구했어. 이제 윈스턴은 삶이 무의미해졌어. 카페에서 하루 종일 술이나 먹으며 시간을 축냈지. 그런데 무장한 간수가 나타나 윈스턴의 머리에 총알을 박았단다. 윈스턴은 죽기 전 드디어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고 이야기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지은이 조지 오웰은 부록으로 신어의 원리를 정리해 주었는데 그 세계 신어의 목적은 필요 없는 언어들을 줄이는데 있었어. 예를 들어 동사와 명사의 불규칙한 변화를 없애고 규칙적인 변화로 통일시켰단다. 그런데 아빠는 이렇게 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단다. 불규칙 변화가 우리를 엄청 고생시키잖니.

....

이 소설은 지은이 조지 오웰의 마지막 작품으로 1946년에 쓰기 시작해서 1948년에 완성하여 1949년에 출간했단다. 이 작품은 너무 유명해서 많은 독자와 평론가들이 이 소설을 평가하고 지은이가 이 소설을 쓴 이유에 대해 해석을 했기에 아마추어인 아빠가 평가를 더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의미 없는 일인 것 같아 생략하란다. 그저 전체주의에 대해 이렇게 극도로 비관적인 예측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지은이 조지 오웰의 천재성에 경의를 보낸다.

…

이렇게 독서 편지를 쓰고 아빠가 20년 전에 쓴 <1984>의 리뷰를 다시 한번 읽어봤어. 글솜씨야 그때나 지금이나 졸필이지만, 당시 리뷰에는 이상하게 젊음이 묻어 있는 것 같더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4월, 맑고 쌀쌀한 날이었다.

책의 끝 문장: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


초기의 위태로웠던 시절에는 당이 세습 체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반대 세력을 무마시키는 작용을 했다. 소위 ‘특권 계급’이라는 것을 상대로 투쟁해 온 지난 시대의 사회주의자들은 세습적이 아닌 것은 영구적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울러 그들은 과두 체제가 영속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굳이 드러내 놓고 사실 그대로를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으며, 세습적인 귀족 사회는 늘 단명했지만 가톨릭교회 같은 선임 체제는 수백, 수천 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는 사실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 과두 체제의 본질은 아버지에게 아들로 이어지는 부자 세습이 아니라, 죽은 사람이 남겨 놓은 세계관이나 생활양식 등을 산 사람이 고수하는 데 있다.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후계자를 지명할 수 있는 한 지배계급이다. 당은 그들의 혈통이 아니라 당 자체를 영속시키는데 관심이 있다. 계층적 구조를 언제나 동일하게 유지하는 한 누가 권력을 장악하는가가 중요하지 않다. - P287

윈스턴은 한동안 말문을 열지 않았다. 피로감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열정에 들뜬 광적인 빛이 오브라이언의 얼굴에 희미하게 떠올랐다. 그는 오브라이언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훤히 꿰뚫고 있었다. 오브라이언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은 자체의 목적을 위해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나약하고 비겁한 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를 수호할 수도 없거니와 진리와 접할 줄도 모른다. 당이 권력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 자체가 자기보다 강한 타인에 의해 통치되거나 체계적으로 기만당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유와 행복 중 어느 한 편을 선택해야 하는데, 대부분 행복을 더 선호한다. 당은 약자의 영원한 수호자이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희생하며, 선을 구현하기 위해 악을 행하는 헌신적인 집단이다. - P362

"우리는 정신을 지배하기 때문에 물질도 지배할 수 있네. 실재란 머릿속에 있지. 자네도 차츰 알게 될 걸세. 우리가 못하는 건 없네. 눈에 보이지 않게 할 수도, 공중을 날 수도 있지. 그 외 무엇이든 할 수 있다네. 원한다면 비눗방울처럼 이 마루 위를 둥둥 떠다닐 수도 있지. 당이 원하지 않으니까 안 하는 것뿐이네. 자연의 법칙에 대한 19세기적인 사고방식을 버려야만 하네. 우리는 자연의 법칙을 창조하지."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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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루인 수사의 고백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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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어느덧 15권이란다. 끝을 향해 갈수록 어떻게 시리즈가 마무리가 될지 궁금하면서도 벌써부터 아쉬움이 쌓이고 있구나. 15권의 제목은 <할루인 수사의 고백>이야.

지난 14권의 이야기는 1142년 10월에 시작했는데, 이번 15권의 이야기는 그로부터 얼마 뒤인 1142년 말에 시작한단다. 주인공 캐드펠 수사가 기거하는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이 있는 슈롭셔 지역에 아주 큰눈이 내렸어. 그 큰눈으로 5년째 이어지는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사이의 내전도 잠시 소강 상태였어. 그런데 옥스포드에 갇혀 있던 모드 황후가 아무도 모르게 탈출에 성공했어. 전에 스티븐 왕도 포로로 잡혀 있다가 탈출한 이력이 있는데, 모드 황후도 탈출을 한 것을 보면 그들이 제대로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구나. 모드 황후의 탈출은 너무 황당한 일이라서, 스티븐 왕이 일부러 놓아주었다는 소문도 있었어. 자, 그럼 본격적으로 15권 <할루인 수사의 고백>의 이야기를 해볼게.

 

1.

이번 폭설로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도 피해를 입었어. 폭설로 인해 지붕에 망가진 곳이 있어서 콘라딘 수사를 중심으로 보수 작업을 했고, 유리언 수사와 할루인 수사도 이 작업에 동참했어. 이번 시리즈의 제목에 등장하는 그 할루인 수사란다. 할루인 수사는 수도원에 들어오기 전에 학식도 있고, 재신도 많았으나, 수사가 되기로 하고 수도원에 들어온 사람이야. 그 이후 18년 동안 수사로 생활했단다. 안젤름 수사 밑에서 사본 채식사 일을 했는데, 이번 폭설 때 지붕 보수 공사를 도와주게 된 거야. 그런데 할루인 수사가 지붕 보수 공사를 하다가 그만 지붕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어. 온몸에 골절상을 입고, 출혈도 심했어. 캐드펠 수사가 진료소에서 응급조치 등 치료를 했지만 살아나기 어려워 보였어. 의식도 한동안 돌아오지 않았지. 다행히 새벽에 의식이 돌아왔는데 할루인 수사는 자신이 죽을 수도 있으니 그 전에 고해를 하고 싶다고 했어. 그래서 라둘푸스 수도원장이 와서 캐드펠과 함께 그의 고해성사를 들어주었단다.

할루인 수사는 수사가 되기 전에 버트레이드라는 여자를 사랑했다고 했어. 부모의 극심한 반대로 해서 헤어지게 되었는데 마지막 밤을 함께 하고 난 후 할루인 수사는 수도원에 들어왔다고 했어. 그런데 얼마 후 버트레이드가 찾아와 임신을 했다고 했고, 둘은 고민 끝에 아이를 지우기로 하고 할루인 수사가 아이를 떼는 약초를 주었는데, 얼마 후 버트레이드와 뱃속 아기 모두 열병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대. 그것이 모두 자신이 준 약초 때문이라면서 자신이 큰 죄를 지어 고해성사를 한 거야. 그것이 18년 전의 일이었다고 했어.

고해성사를 마친 할루인 수사는 다시 의식을 잃었어. 그 이후 일주일 넘게 의식이 없었는데, 캐프펠의 뛰어난 치료 때문인지 할루인 수사는 의식을 되찾았어. 그 이후에는 빠르게 회복을 했단다. 할루인 수사는 자신의 죄를 용서 받기 위해서 고행의 길을 떠나겠다고 했어. 버트레이드의 묘지를 찾아가 기도를 해서 용서를 빌겠다고 했어. 몸이 회복이 되긴 했지만 워낙 중상을 입었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만류했고, 할루인 수사는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다고 했어. 라둘푸스 수도원장도 만류했지만, 할루인 수사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 캐드펠 수사가 동행하는 조건으로 허락을 했단다. 할루인 수사는 버트레이드가 살던 헤일스 영지로 먼 길을 목발을 짚고 떠났단다. 헤일스 영지의 영주는 원래 버트런드 드 클리어리라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주고 아들이 승계 받았으며, 버트런드 드 클리어리의 부인인 애들레이즈는 아직 살아있었어.

...

수도원을 떠난 지 3일 째 헤일스에 도착한 할루인 수사는 애들레이즈 드 클리어리 부인을 만나 자신의 지난 죄를 이야기하고 용서를 구했어. 부인은 오랜 전의 일이라면서 할루인 수시를 곧바로 용서했어. 할루인 수사는 버트레이드의 묘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교회에 갔으나 그곳에는 버트레이드의 묘지가 없었어. 교회에서 만난 수사가 이야기하길, 클리어리 집안의 납골당은 다른 곳에서 있다고 했어. 그런데 그곳이 먼 지역으로 지금까지 온 거리의 1.5배는 더 가야 했어. 캐드펠은 할루인 의 건강을 생각해서 수도원으로 돌아가자고 했으나 할루인은 완강했어. 결국 할루인 수사와 캐드펠 수사는 클리어리 집안의 납골당이 있는 엘퍼드로 다시 길을 떠났단다. 그런데 애들레이즈가 급히 말을 타고 어디론가 가는 것을 카드펠은 우연히 보게 되었단다.

며칠을 걸어 납골당이 있는 엘퍼드에 도착했어. 엘퍼드는 애들레이즈의 아들 오데마가 군주로 있는 곳이었어. 그런데 그곳에 애들레이즈가 와 있었어. 애들레이즈는 할루인 수사를 보자 나무랐어. 오래 전의 아문 상처를 왜 다시 들쑤셔서 덧나게 하느냐면서 말이야. 자신도 그 상처가 다시 덧나 아파서 묘지에 왔다고 했어. 할루인 수사는 애들레이즈의 말을 이해하면서도 버트레이드의 묘지에서 하룻밤만 밤샘기도를 하게 허락해 달라고 했단다. 소설의 전개를 보니, 버트레이트가 죽지 않고 살아 있음이 강하게 의심되는구나. 버트레이드뿐만 아니라 뱃속 아기도 태어났을 것 같은 강한 의심이 들었어.

 

2.

할루인 수사는 사죄를 하면서 버트레이드 묘지에서 밤샘 기도를 했어. 아침에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서 캐드펠과 로셀린이라는 젊은이가 와서 도와주었어. 로셀린은 애들레이즈의 아들 오데마의 시동이었어. 로셀린이 혹시 할루인의 아들? 로셀린은 할루인과 캐드펠에게 수도원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등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처럼 보였어. 로셀린은 자신의 아버지는 클리어리 집안의 가신이라고 했어. 할루인 수사는 기도를 마치고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가기로 했단다. 가는 길에 갑작스러운 폭설을 만났고, 캐드펠이 간신히 머물 집을 찾아서 몸을 피할 수 있었어.

그곳의 영주는 센러드 비버스라는 사람인데 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센러드의 여동생 헬리센드가 캐드펠 눈에 무척 익숙한 얼굴이었어. 음… 로셀린이 아닌 헬리센드가 할루인의 딸인가? 할루인과 캐드펠이 수사인 것을 알고는 센러드는 혼인을 성사시켜 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자신의 집안 이야기를 했어. 센러드의 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말년에 30살이나 어린 여자와 재혼을 해서 헨리센드를 낳았다고 했어. 자신의 아들과 나이가 비슷해서 어려서부터 둘이 잘 어울렸다고 했어. 그런데 크고 나서 둘은 서로 이상한 감정을 갖게 되었어. 족보 상으로는 고모와 조카 사이잖니… 있으면 안 되는 감정이었어. 그래서 센러드는 아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 헬리센드는 다른 남자랑 결혼시키기로 했단다. 하지만 센러드는 결코 강제결혼은 아니고 헬리센드도 원하는 것이라고 했어.

센러드가 이야기한 그 아들은 할루인과 캐드펠이 오데마의 집에서 만났던 로셀린이란다. 헬리센드의 엄마는 남편, 그러니까 센리드의 아버지가 죽고 나서 수녀원에 들어갔다고 했어. 음... 할루인과 로셀린의 관계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헬리센드는 연관성이 있을 것 같은 의심이 들더구나. 이 이야기를 들은 할루인 수사는 센러드의 부탁대로 결혼을 성사해 주기로 했어. 캐드펠은 헬리센드와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그 결혼은 가족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한 것처럼 보였어.

그날 밤. 헬리센드의 신랑 장 드 페로네가 센러드의 집에 도착했어. 그런데 센러드 집안의 하녀이자 유모 에지타가 없어졌단다. 다른 하녀에게 물어보니, 말을 타고 집을 나가면서 저녁 전에는 돌아온다고 했대. 하지만 저녁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어. 센러드는 에지타가 로셀린을 만나러 갔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헬리센드의 결혼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 말이야. 센러드의 집안 사람들과 캐드펠은 에지타를 찾아 나섰는데, 안타깝게도 단검에 질려 죽은 에지타의 시신을 발견했단다. 캐드펠은 시신에 쌓인 눈의 상태를 보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변을 당한 것 같다고 했어. 센러드의 집에는 난리가 났구나. 결혼을 앞두고 집의 유모가 살해당했으니 말이야.

얼마 후 엘퍼드에서 로셀린이 다급하게 와서 아버지에게 화를 냈단다. 자기 몰래 헬리센드를 결혼시키려고 했다면서 말이야. 그런데 그 결혼 소식은 에지타로부터 들은 것이 아니라고 했어. 에지타를 만난 적이 없고, 에지타의 시신이 발견된 이후 심부름꾼을 로셀린에게 보냈는데, 그 심부름꾼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는 거야. 그리고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온 것이라고 했어. 에지타가 소식을 전했다면 로셀린은 진작에 왔겠구나. 그렇다면 에지타는 로셀린을 만나러 가는 길에 변을 당한 건가? 캐드펠의 추리가 틀릴 리가 없는데... 에지타는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고 오는 길일까?

신랑 페로네는 이 상황을 이상하게 생각했어. 왜 조카가 고모의 결혼에 간섭하면서 말이야...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 헬리센드가 사라져버렸어. 로셀린이 도착하기 이전에 이미 헬리센드는 말을 타고 어디론가 간 것 같았어. 센러드는 헬리센드가 로셀린을 만나러 엘퍼드로 갔을 것이라면서 로셀린에게 화를 냈단다. 얼마 후 엘퍼드 영주 오데마 군주 일행이 찾아왔어. 그가 말하길 헬리센드는 엘퍼드에 오지 않았고, 오는 도중에도 만나지 못했다고 했어. 그렇다면 헬리센드는 어디로 간 걸까?

다음날 아침, 오데마를 줌심으로 에지타 살인 사건을 조사하고 한편으로는 헬리센드를 찾아 나섰단다. 결혼식을 주재하려고 남아 있던 할루인과 캐드펠은 당분간 결혼식은 없을 것 같아서 그곳을 떠나 슈루즈베리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으로 향했어. 떠난 지 첫날 그들은 같은 교단의 페워웰 수도원에서 묶기로 했어. 페어웰 수도원은 공사 중이었고, 다른 수녀원의 수녀들이 와서 작업을 하고 있었단다. 그들은 같은 교단인 할루인과 캐드펠 수사를 환대해주었어.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 그곳에 작업을 하러 온 수녀 중엔 베네딕타 수녀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다름아닌 죽은 줄만 알았던 버트레이드였던 거야. 어느 정도 예상이 된 시나리오이긴 한데 이렇게 전개되는구나. 그렇다면 헬리센드도 이곳에 와 있을 것 같구나.

할루인과 버트레이드는 서로 알아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기쁨이 훨씬 컸단다. 예상대로 헬리센드는 엄마 버트레이드와 함께 있었어. 할루인과 함께 셋이 있는 모습을 보니 캐드펠은 헬리센드가 할루인의 딸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단다. 캐드펠은 수녀원장을 만나서 그 동안의 일을 이야기하고 할루인과 버트레이드에게 이야기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단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지나 할루인과 버트레이드는 다시 만났단다. 그리고 캐드펠은 무슨 일을 처리하기 위해 말을 타고 약간은 의외의 장소 엘퍼드로 갔단다.

캐드펠은 그곳에서 애들레이즈를 만났어. 어제 에지타가 찾아온 것은 로셀린이 아니라 애들레이즈였던 거야. 애들레이즈와 에지타는 진실, 그러니까 헬리센드가 할루인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에지타는 애들레이즈에게 진실을 이야기하고 로셀린과 헬리센드를 고통에서 구해주고 둘이 결혼할 수 있게 하자고 했으나, 애들레이즈는 강하게 거절했단다.  결국 에지타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려고 길을 떠났는데 애들레이즈의 충성스러운 마부들이 에지타의 입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에지타를 쫓아가 죽이고 도망을 가버린 것이었어. 애들레이즈도 에지타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했어. 캐드펠은 애들레이즈에게 그 먼 옛날 할루인과 버트레이드의 결혼을 반대했던 이유를 물어보았어. 애들레이즈는 어렵게 이야기했는데, 사실은 자신도 할루인을 사랑했었기 때문이래.. 아, 사랑은 어렵고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거구나.

..

캐드펠은 애들레이즈를 설득해서 진실을 이야기하자고 하자, 애들레이즈는 결심을 하고는 자신이 직접 이야기를 하겠다면서 비버스로 향했단다. 비버스에 도착한 애들레이즈는 그 동안 숨겨왔던 진실을 이야기해주었단다. 모두들 당황했고 어떤 이들은 화를 내기로 했어. 로셀린만이 이제 자신과 헬리센드의 사랑을 막는 방해물이 없어졌다면서 기뻐했단다.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자 오데마 일행과 애들레이즈도 다시 엘퍼드로 돌아왔단다. 오데마는 엄마에게 화를 내면서 에지타 의 살인을 지시한 것이냐 물어보자, 강하게 아니라고 부정했단다. 하지만 오데마는 어머니에게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태여서 어머니 집으로 돌아가시라고 하고 다시는 엘퍼드에 오지 말라고 했단다.

캐드펠 수사도 다시 페어웰 수도원에 와서 할루인 수사를 만났어. 할루인은 버트레이드, 헬리센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대. 그들은 서로 여전히 사랑하고 있지만 그들도 알고 있었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버트레이드는 베네딕타 수녀로 살아갈 것이고, 할루인도 수사로 삶을 계속 살아가게 될 거야.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엘리스 피터스의 <케드펠 수사 시리즌>는 추리 소설에 그치지 않고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더욱 좋구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1142년 겨울, 일찌감치 혹한이 찾아들었다.

책의 끝 문장: “집으로 간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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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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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는 짧은 소설을 이야기해줄게. 아빠가 읽은 클레어 키건 책은 이번이 세 번째로구나. 책이 너무 얇은 것에 비해 책 가격은 마음에 들지 않는 가격이라 관심 두지 않았던 책인데, 아빠 친구가 추천을 해주어 읽어보기로 했단다.

클레어 키건은 아일랜드 작가로 이 소설 또한 아일랜드의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단다. 제목으로만 봐서도 어떤 내용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어. 책의 앞부분을 읽어도 너무 평범한 일상이라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책도 얇은데 어떤 서사가 등장할지, 걱정까지 되면서 읽었는데, 후반에 가면서 이 짧은 소설에 많은 사람들이 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아빠의 친구가 왜 추천을 하고, 왜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는지 알겠더구나. 사실을 바탕으로 한 고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일랜드의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를 그런 소설로 이해했단다.

 

1.

이 소설이 배경이 되는 1985년 아일랜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이었다고 하는구나. 주인공 펄롱은 석탄야적장에서 석탄을 판매하고 배달하는 평범한 노동자란다. 펄롱의 엄마는 미혼모로, 16살 때 펄롱을 낳았어. 펄롱의 엄마는 미시즈 윌슨의 집에서 가사 일꾼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임신을 하게 되면 보통 내쫓기 마련인데, 미시즈 윌슨은 엄마를 내쫓지 않고 계속 일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펄롱도 보살펴주어 큰 어려움 없이 자라날 수 있었단다. 그런데 엄마가 어느날 갑자기 돌아가셔서 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랐단다. 나중에 물어봐야지, 하다가 결국 물어보지 못한 거야.

성인이 된 후 펄롱은 아일린과 결혼하여 딸 다섯(캐슬린, 조앤, 실라, 그레이스, 로레타)을 낳고 넉넉하지는 않지만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어. 펄롱은 자신도 그리 넉넉하지 않았지만, 윌슨 씨에게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서 자신보다 어려운 이들에게 잘 베풀어 주는 사람이란다. 그에 반에 아내 아일린은 현실주의자로 펄롱을 사랑하지만 남들에게 베푸는 것은 좀 못마땅하게 생각했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어 펄롱과 아일린은 케익과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어. 펄롱은 석탄을 판매하고 배달하다 보니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바빴단다.

…

강 건너 언덕 위에 있는 수녀원이 하나 있었는데 이 수녀원은 직업여학교를 운영하고 세탁소를 같이 운영했는데, 세탁소는 세탁 품질이 좋아서 평판이 좋았단다. 하지만 직업여학교와 세탁소에서 십대 소녀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어린 아이들을 입양 보내고 받은 돈을 수녀들이 챙긴다는 안 좋은 소문들이 돌기도 했어.

어느 날, 펄롱은 수녀원에 석탄 배달을 갔는데, 어떤 소녀가 죽고 싶다면서 도와 달라고 했어. 펄롱이 아이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려고 했으나 수녀가 곧바로 와서 대화가 중단되고 펄롱은 집으로 돌아왔어. 그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렸어. 아내 아일린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현실주의자 아일린은 우리 집과 관련이 없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펄롱은 마음 한편에 불편함이 사라지지 않았어.

….

또 어떤 날은 석탄 창고 문이 성에 때문에 못 열고 있었는데 창고 안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서 열었더니, 한 여자 아이가 벌벌 떨고 있었어. 하룻밤 꼬박 그곳에서 머물 것 같았어. 펄롱은 그 소녀를 데리고 수녀원에 갔더니 수녀원장은 형식적인 투로 고맙다고 했어. 그리고 수녀원장은 그 소녀에게 석탄 창고에 간 이유를 물어보니 다른 아이들이 자신을 숨겨서 그곳에 있었다고 했어. 수녀원장은 펄롱이 옆에 있어서 의식적으로 친절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소녀는 겁에 질려 있는 듯했어. 펄롱은 소녀에게 자신이 도와줄 일이 있는지 물어보았어. 그러면서 소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수녀가 펄롱에게 눈치를 주어 더 이상 물어보지 못하고, 도움이 필요하거나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하고 집으로 돌아왔단다.

…

펄롱이 수녀원에서 소녀 때문에 수녀원장과 실랑이를 벌인 것이 소문이 났는지 펄롱의 지인 미시즈 케호는 괜히 수녀원에 관여하지 말고 조심하라고 조언을 했단다. 하지만 펄롱은 그냥 마음에 담아둘 수 없었어. 펄롱은 수녀원에 가서 주위를 배회하면서 생각에 잠겼어. 그런데 석탄 창고에 가 보니 그 소녀가 또 그곳에 있었어. 펄롱은 더 이상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없었어. 앞으로 어떤 고통이 있고 어려움이 있어도 미시즈 윌슨으로부터 배운 양심에 따라 행동하기로 했어. 그 소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소설은 끝이 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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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최악의 상황은 이제 시작이라는 걸 펄롱은 알았다. 벌써 저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생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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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이 배경이 된 것은 아일랜드의 막달레나 세탁소라고 하는구나. 이 세탁소는 1996년이 되어서야 문을 닫았는데 이 시설에서 은폐, 감금, 강제 노역을 당한 여성과 아이가 얼마나 많은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어. 적게 잡으면 만 명이지만 삼만 명이 정확한 수치일 것이라고 덧붙이는 말에게 이야기하고 있단다. 뿐만 아니라 많은 여자들이 아이를 잃고 자신의 목숨을 잃은 이들도 있대. 이 시설이 가톨릭교회와 국가가 함께 운영하고 자금을 지원하던 곳이었는데 더 충격적이구나. 아일랜드 정부는 막달레나 세탁소에 대해 아무런 사죄도 하지 않고 있다가 2013년이 되어서 사과문을 발표했다는구나.

….

이 소설은 이런 부조리한 일을 고발하려는 목적보다 주인공 펄롱을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싶구나. 보통 우리와 관련 없는 부조리한 일에 외면하려는 경향이 있단다. 하지만 펄롱은 자신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양심에 따라 행동을 했단다. 펄롱이 한 행동은 결코 사소한 것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소설의 제목을 역설적으로 지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단다. 아빠는 과연 펄롱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도 했는데, 속으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겠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더구나. 도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을 것 같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10월에 나무가 누래졌다.,

책의 끝 문장: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다.


늘 이렇지, 펄롱은 생각했다.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그래도 마찬가지일까-아니면 그저 일상이 엉망진창 흐트러지고 말까? 버터와 설탕을 섞어 크림을 만들면서도 펄롱의 생각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일요일, 아내와 딸들과 함께 있는 지금 여기가 아니라 내일, 그리고 누구한테 받을 돈이 얼마인지, 주문받은 물건을 언제 어떻게 배달할지, 누구한테 무슨 일을 맡길지, 받을 돈을 어디에서 어떻게 받을지에 닿아 있었다. 내일이 저물 때도 생각이 비슷하게 흘러가면서 또다시 다음 날 일에 골몰하리란 걸 펄롱은 알았다. - P29

이게 다 무엇 때문일까? 펄롱은 생각했다. 일 그리고 끝 없는 걱정. 캄캄할 때 일어나서 작업장으로 출근해 날마다 하루 종일 배달하고 캄캄할 때 집에 돌아와서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고 잠이 들었다가 어둠 속에서 잠에서 깨어 똑 같은 것을 또다시 마주하는 것. 아무것도 달라지지도 바뀌지도 새로워지지도 않는 걸까? 요즘 펄롱은 뭐가 중요한 걸까, 아일린과 딸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 P43

두 사람은 계속 걸었고 펄롱이 알거나 모르는 사람들을 더 마주쳤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세상에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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