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도제희 지음 / 샘터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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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인터넷 서점 서핑하다가 우연히 재미있는 책 제목과 책 표지를 하나 보았단다.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도스토옙스키. 너무나 유명한 위대한 러시아 작가.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분이 처음 그렇게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도스토옙스키는 도끼 선생님이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하단다. 아빠도 오래 전에 열린책들에서 나온 도스토옙스키 빨갱이 전집으로 나왔을 때 두 작품을 읽은 적이 있단다. 당시 그 책을 읽고 난 아빠의 느낌은, 재미는 있으나 읽기 무척 어렵다는 생각을 했어. 왜냐하면 당시 러시아의 시대상을 잘 알지 못한 상태이고, 지은이들의 이름이 이것저것으로 바꿔 나오기 때문에, 누구 누구인지 확인하면서 읽어내는 것이 힘들었고, 열린책들 도스토옙스키 빨갱이 전집 판본의 글씨 크기가 작고 엄청 빽빽했고그렇다 보니 두 작품까지만 읽고 그 다음 읽으려고 사 둔 책은 결국 책장을 장식하는 용도가 되어버렸단다.

하지만 여전히 아빠는 도스토옙스키 책들에 관심이 있고, 언젠가는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했어. 그러다가 이 책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라는 책을 보니 급 관심이 가지 않겠니. 지은이는 도제희라는 분인데 아빠는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2015년 소설가로 등단했고, 책으로는 이 책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가 첫 번째 책이라고 하는구나.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지은이는 어렵게 재취업한 회사에서 회사 대표와 대판 싸우고 초고속으로 퇴사를 한 이후, 예전에 읽던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고 했다고 하더구나. 이후 다시 직장인도 되고, 소설가로 등단하고 하고그의 이력만 봐도 거침없이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겠구나. 아빠와는 다른 종류의 사람.


1.

이 책 소개를 보면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아빠가 읽은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이 적어서, 공감을 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읽기를 여러 번 망설였단다. 도스토옙스키의 책들, 특히 이 책에서 소개된 책들을 읽고 나서 읽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그러자면 이 책을 언제 읽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그냥 에세이 읽듯이 읽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어. 나쁘지 않았단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에 대한 리뷰와 지은이의 일상을 잘 믹싱한 에세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렇다고 다른 책 리뷰를 엮은 책처럼, 책 한 권씩 하나의 챕터를 둔 것이 아니고, 지은이의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하면서 그에 맞는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을 소환하여 이야기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속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네, 하는 공감을 불러 일으켰단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란다. 열혈퇴사를 하고 위로를 받기 위해 옛 동료에게 연락했는데, 그 옛 동료에게서, 아빠가 오래 전에 읽어서 대략적인 줄거리만 기억하고 있는 도스토옙스키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 등장하는 막내아들 알렉세이를 떠올리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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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알렉세이는 도스토옙스키의 여러 작품에 등장하는 이름이지만 그중 대표를 꼽으라면 역시 그의 마지막 작품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의 알렉세이를 들어야겠다. 까라마조프 씨네 막내아들이자 참으로 비현실적이어서 기이하게 다가오는 캐릭터. 모두의 벗이자, 형제 같은 사람. 남녀노소 불문, 한 번이라도 그를 만나면 금세 사랑하게 만드는 마성의 남자. 누군가를 어떤 이유로도 비난하지 않으며, 그가 모든 이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믿게 만드는 사람. 그렇기에 부도덕하기 짝이 없는 그의 혈육들도 알렉세이만은 자신들과 다른 카테고리에 넣는다. 그러곤 모두 그에게 고백하고, 이해받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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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소설에는 많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이 소환되었단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가난한 사람들>, <미성년>, <노름꾼>, <죄와 벌>, <백치>, <악령>, <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 <백야>, <악령> 등등아빠가 빼먹은 작품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략 이 정도였단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을 읽기가 쉽지는 않단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여러 개로 부르고, 배경 지식도 부족하고, 가끔 지나친 묘사도 심하고 말이야. 그런데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다고 하더구나. 예를 들어 <스쩨빤치코보 마을 사람들>이란 작품이 그렇다고 하는데, 나중에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을 다시 읽기 시작한다면 이 작품을 앞쪽에 배치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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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도스토옙스키 소설을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을 긴 풀 네임, 약칭, 여러 애칭으로 불러서 누가 누구인지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리도록 하는 불친절함, 하루 이틀 밤 이야기를 1000쪽 이상의 분량으로 풀어내는 집요함과 심오함에 임하기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대체 내가 왜 이 인간 소설을 이렇게 파고 있나 회의감을 느낄 즈음이었다. 도스토옙스키가 날 대체 뭘로 보는 거냐며 뒤통수를 한 대 쳤다. <스쩨빤치코보 마을 사람들>이란 소설을 통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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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몇몇 관심이 가는 책들이 생겼어. 물론 다 읽으면 좋겠지만, 세상에는 읽어야 할 책들은 많고, 시간은 제한적이고 하니 일단 관심 있는 책들 먼저 읽어 봐야겠지. 이 책을 통해 가장 관심이 가는 책은 <노름꾼>이라는 책이란다. 도스토옙스키 본인이 실제로 도박을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어. 그런데 이 <노름꾼>을 쓸 때 도스토옙스키 자신도 도박으로 돈이 쪼들리던 시기라고 하니, 절박한 심정에 자신의 처지에 관한 책을 썼다는 생각을 하니 그 내용이 궁금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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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도스토예스키 장편 <노름꾼>은 여러 가지로 유명하다. 장편 <죄와 벌>을 쓰는 동안 27일 만에 완성했다는 것, 그것도 구두로 완성한 소설을 속기사 안나가 문자로 옮겨 출판사로 넘겼으며, 그 뒤 도스토예스크의 청혼으로 두 사람이 결혼했다는 것, 이 소설을 쓸 당시 작가 자신도 도박으로 인해 돈에 쪼들리며 급하게 완성했다는 사실 등 제목만큼이나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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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또 하나의 책은 <악령>이라는 책이란다. 이 책은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책장의 장식이 되어버린 책이란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앞 부분 수십 페이지를 읽었던 기억은 있구나. 지은이의 소개를 읽어보면 그렇게 앞부분만 읽고 그만둘 소설은 아닌 것 같았는데, 약 이십 년 전이었으니 그 당시에는 아빠의 사정이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악령>은 뒷담화의 선을 넘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더구나. 뒷담화의 선을 넘는 인간으로 하급관리인 리뿌찐이라는 사람이 나오는데, 남 험담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어. 당사자게 비밀이니 아무에게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이야기하고, 친구들이 뒷담화를 하지 말라고 말려도 이야기하고 친구들이 들은 이야기를 다시 재생산하기도 하고딱 들어봐도 짜증나는 스타일의 인간이구나. 리뿌찐이 호감을 두고 있는 바르바라라는 좋은 귀족 집안의 부인이 등장하고, 그 부인의 아들 스따브로긴이라는 사람이 나온단다. 스따브로긴은 불안정한 정신의 소유자이고 추문과 악행이 뒤를 잇는 사람이었어. 바라바라에게는 수양딸 다샤가 있는데, 다샤와 아들 사이의 안좋은 소문이 일어나자, 다샤를 어떤 중노인과 결혼시키려고 했어. 원래 수양딸과 사이가 무척 좋았는데, 이 일로 다샤와 사이가 틀어졌대. 또 중요한 인물로 쁘로호브나라는 산파가 나오는데, 무례함과 불경함을 장착한 인물이라고 하는구나. 대략 이런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나온다고 했어.

이 책에서 소개한 다른 책들에 비해 <악령>에 대해 자세히 적어 둔 이유는 아빠가 조만간에 <악령>에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단다. 이 책은 우리 집에 장식용으로 잘 꽂혀 있으니 접근성이 좋잖아. 이 책을 덮고 <악령>을 책장에서 꺼내보았단다. 도스토옙스키를 좋아하는 분들이 전집 중에 최고 중 하나로 치는 열린책들 빨갱이 시리즈였단다. 오랜만에 펼쳐 본 책. , 아빠가 관리를 안 해서 그 예쁘고 정열적인 빨갱이의 책등이 빛에 바래 있더구나. 책을 펼쳐보니, 역시 빽빽한 글씨에 <>, <> 2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 권당 500페이지가 넘는 페이지, 읽을 수 있을까 싶더구나.

….

아빠가 자주 방문하는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알라딘 서재란 사이트가 있는데, 그 곳에 가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들을 만화책 읽듯 쉽게 읽어내는 고수들이 있단다. 그렇게 도스토옙스키 소설들을 다 읽은 이들은 이 에세이가 더 공감이 가겠다 이런 생각을 했단다. 책 뒷면을 보니 도스토옙스키 전문가로 유명한 로쟈 이현우 님의 추천 글도 있구나. 이 책의 지은이와 도스토옙스키 매니아들을 보면 아빠도 다시 한번 정신무장을 하고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을 한번 읽어봐야겠다 다짐을 해 보았단다. 몇몇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을 장바구니에 넣는 것으로 시작해 보자꾸나.


PS:

책의 첫 문장: 초가을이었다.

책의 끝 문장: 알고 보니, 200년 전 유럽 동부 대륙의 사람들도 막장의 달인들이었다고, 우리 삶이 아름답지 않은 순간에 직면할 때 사실 우리와 전혀 상관 없을 법한 그 사람들도 그리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그 와중에 추운 계절의 동백꽃처럼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꽃피웠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프로가 되는 지름길이며 또 그것만큼 인생에 도움이 되는 조건도 없다. 그렇게 산다 해서 모든 일이 잘되진 않겠지만 모른 채 산다면 자신을 더 힘들게 할 선택을 하게 될 것만은 분명하다. 잘 맞지 않은 회사에 아무 문제의식도 없이 입사하고 퇴사하기를 반복했던 나처럼 말이다. - P48

물론 성숙한 인간이라면 죽는 순간까지 섣불리 자기 생각을 말하기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살피며 진상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 역시 성숙한 인간이 되고 싶다. 하지만 시대가 계속 변하고 있다는 사실, 그 변화 속도를 내가 따라가지 못해 때로 꼰대적 발상과 발언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 받아들이기로 했다. - P74

나는 자신만의 소박한 일상을 잘 지켜 나가면서도 품위 있고, 지적이며, 편안하고 자유롭게 관계를 맺는 이를 몇 알고 있다. 나는 그 사람들이 내적 자산을 비교적 쉬이 갖출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온 이들보다 대단해 보이고, 그래서 그들을 만날 때마다 질투하고 부러워한다. 그렇게 부러워하다 보면 나도 어느 정도는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 말은 어쩌면 틀렸다. 부러우면 이기는 건지도 모른다. - P102

솔직함은 그 내용이 자기 자신일 때 빛을 발한다. 타인의 장점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도 호감을 얻는 방법이겠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용기에 타인의 마음은 더 크게 움직이지 않을까. 상대에게 자신도 진심을 내보여도 안전하겠단 느낌을 주니 말이다.
따라서 사람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고 싶다면 자기 자신을 잘 알 것, 그런 자신을 받아들일 것, 솔직함의 대상을 자기 자신으로 둘 것.
- P182

그렇다고 해서 삶의 주도권까지 내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직장에서 누군가 나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해서 내 삶까지 좌우하려 할 때, 즉 내 삶의 주도권이 본인에게 있는 양 굴려 할 때 거절할 만한 지혜와 배짱은 필요하다. 그러자면 우선, 내 인생의 모든 행운과 불운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 감당하겠다는 주인 의식이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나는 아직 멀었단 걸 알았다. <노름꾼>의 가정교사의 대처에 정말 놀랐으니 말이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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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8-30 00: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이 글 읽으니 북플의 도선생님전문가들이 떠오르네요. 저도 먼저 도선생님 책을 읽고나서 ㅎㅎㅎ 이 책을 시작해야 될듯 합니다. 가끔 힘들어서 잠시 쉬어야겠어 하고 책을 미뤄놓으면 아이가 슬쩍 갖고가요. 뭔가 자신은 자신이 있다는 듯. 하지만 대부분은 곧 다시 돌아온답니다 ㅎㅎ

bookholic 2021-08-30 07:27   좋아요 4 | URL
아이와 책들을 함께 읽는 모습 좋아요...^^
그것도 도선생님의 책을....
읽고 나서 도선생님의 책에 대해 식구들과 토론하는 모습도 그려집니다~~~^^

새파랑 2021-08-30 00: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노름꾼하고 악령은 대박 입니다 ㅋ 완전 👍 저도 도선생님 책 완독하면 이책을 꼭 읽어봐야 겠네요. 북홀릭님이 말씀하신 고수중에 저도 있는건가요? 😅

scott 2021-08-30 01:28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은 도끼 선생 매니아 넘버원 .🖐

bookholic 2021-08-30 07:31   좋아요 4 | URL
˝도스토옙스키의 소설들을 만화책 읽듯 쉽게 읽어내는 고수들˝은 새파랑 님 생각하면서 쓴 문구입니다~~^^

scott 2021-08-30 01: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책 좋아 합니다 ㅋㅋ 자기계발서(실제로는 저자의 사회 생활 조직 생활의 벽에 부딪칠때마다 도끼 선생의 작품 속 인물들이 튀어나오는)보다 이렇게 문학적 은유가 담겨서 참신하고 좋았어요.

bookholic 2021-08-30 07:37   좋아요 4 | URL
네, 독특한 구성의 책인데 참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도씨 선생님의 작품들을 가볍게 이야기하면서도 핵심을 콕콕 찍어 이야기해주고...^^
 
책 좀 빌려줄래? -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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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의 겉표지를 보자마자, 아빠를 비롯한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혹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이라는 글이 적혀 있고, 잔뜩 쌓인 책장 앞에서 편한 자세로 책 읽는 그림책 읽기를 좋아하는 이의 로망이 아닐까 싶구나. 이런 겉표지와 책 제목으로 아빠도 이 책이 눈에 띄었어. 짤막짤막한 만화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았고, 페이지도 얼마 안되어 금방 읽겠네, 하는 생각과 책덕후가 그린 책에 관한, 어쩌면 뻔한 책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지은이와 함께 공감하고 싶은 생각이 더 컸기에 읽었단다.

지은이는 그랜트 스나이더라는 사람인데, 본업은 치과 의사라고 하는구나.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한 사람으로 자신을 책 중독자로 이야기한대. 그리고 틈틈이 만화도 그려서 책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가 이야기하는 책 이야기들.. 짤막한 몇 컷들의 만화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책쟁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실려 있었단다. 물론 모든 이야기가 공감을 갖는 것은 아니었어.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사람들마다 책을 읽는 방식이 다르고, 좋아하는 장르도 다르고, 책을 다루는 방식이 다르니까 말이야.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이야기들이 나와서, 대단히 감동받거나 대단히 놀라지는 않았단다. 아니면 아빠가 나이가 들어서 무감각해진 것일 수도 있고또는, 그토록 바랬던, 아빠의 좌우명 소리에 놀라지 않은 사자가 된 것이라면 더욱 좋을 테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닌 것 같더구나. 아빠는 여전히 작은 소리에 놀라고, 바람에도 걸리는 아주 촘촘한 그물이니까

이 책에는 책 읽기뿐만 아니라 글쓰기에 관한 만화들도 많이 실려 있고, 작가들에 관한 만화들도 있단다. 아빠는 창작에 대한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어서, 작가들의 창작의 고통은 잘 모르겠지만, 그런 작가들의 창작의 고통을 비롯한 글 쓰는 작가들의 애환도 이 책에 담겨 있단다. 짧은 만화컷 하나에 잔잔한 미소 하나씩 만들다 보면, 금방 책의 끝에 도착하게 되더구나.


1.

아빠도 어쩌다 책을 좋아하게 되었어. 처음에는 책 읽는 것이 즐거워 읽을 책들을 하나둘 사 모았는데, 언젠가부터 그냥 책이 좋아서 책을 하나둘 사기 시작해서, 지금은 읽지 않은 책들이 책장 가득 있구나. 읽는 속도보다 사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을 때는, 언젠가는 읽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그냥 인테리어로도 나쁘지 않네, 이렇게 생각이 바뀌었단다. 그런데 책장에 어지럽게 책들이 꽂혀 있는 것을 보면, 인테리어가 맞나? 그냥 먼지수집기 아닌가? 싶기도 해..

이젠 책들이 하나둘 방바닥 구석을 차지하기 시작했으니까 일 년에 한번씩 책장 정리를 해야겠다는 늘 마음 먹지만, 일 년은 너무 빨리 지나가버리고, 책장 정리할 시간에 밀린 책이나 읽어야지, 이런 생각으로 지나가 버린단다. 책장 정리를 안 하다 보니, 책장에서 찾고 싶은 책 찾는 시간이 점점 오래 걸리고 그러네. 그래도 뭐, 나쁘지는 않아..

아빠가 귀가 얇아서 누군가 재미있다고 추천을 하면, 또 장바구니로 보내는구나.^^ 사실 오늘 읽은 책도 그렇게 해서 장바구니를 거쳐 온 것이고, 말이야. 물론 진정한 장서가들 앞에서는 명함을 내밀지 못하겠지만, 아빠의 동굴 벽면과 바닥에 점점 책으로 가득 차고 있음에 기분은 좋구나. 그냥 책으로 둘러 쌓인 동굴 안에만 있어도 힐링 되는 기분이 들어. 책에서 나오는 어떤 호르몬이 있는 것 같아. 누군가는 발암물질이 나온다고 할 수도 있지만

오늘은 책 내용보다는 어쩌다 보니 아빠의 책 이야기가 되어버렸구나. 너희들도 하나둘 너희들의 책 이야기를 만들어 가보렴.


PS:

책의 첫 문장 : 고백할게. 나는 책에 단단히 빠졌어.

책의 끝 문장 : 이야기의 끝은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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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21-07-03 08: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너의 책장이 궁금해. 나도 책땜에 인테리어 꽝이야

bookholic 2021-07-03 09:14   좋아요 4 | URL
ㅎㅎ 이 상태로는 ... ^^ 즐거운 주말 되세요~~

페넬로페 2021-07-03 09:4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책으로 둘러싸인 동굴에서 책을 읽으시는 북홀릭님의 행복과 힐링이 전해지는데요^^

bookholic 2021-07-03 14:19   좋아요 5 | URL
퇴근하고 나면 동굴속 모닥불가에서 책 좀 읽어야 피로가 풀려요~~^^

새파랑 2021-07-03 09:5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면 책에 대해 없던 애정도 생겨날거 같더라구요 ^^ 갑자기 책이 빌리고 싶네요 ㅎㅎ 사는건 어제 사서 ㅋ

bookholic 2021-07-03 16:40   좋아요 5 | URL
진정한 책덕후이신 새파랑님도 공감하실 책일 것 같아요~~^^ 이번 주말도 즐거운 독서와 함께~~

mini74 2021-07-03 17:3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크면서 자신만의 책컬렉션을 만들고 모으는 걸 보면 쬐금 흐뭇해진답니다. ㅎㅎㅎ

bookholic 2021-07-03 19:50   좋아요 3 | URL
애들의 취향을 존중해야겠지만, 아빠랑 같았으면 좋겠네요~~~^^

scott 2021-07-03 17:4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식후 운동으로 책장 정리 하는 1인 !이면서 쌓여가는 책에 그저 흐뭇해 하는것도 병인것 같습니다. ^ㅅ^

bookholic 2021-07-03 19:51   좋아요 3 | URL
식후 운동으로 책장 정리라... 좋은 방법이네요~^^ 저도 한번 해보아야겠어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지음, 백시나 엮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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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지난번 안도현 님의 <백석 평전>을 이야기해 주면서, 백석의 시집도 같이 읽었다고 했잖아. 오늘은 그 시집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책 표지는 백석 인생의 전성기 시절일 것 같은 시기의 사진으로 꾸몄단다. 잘 차려 입은 양복에, 개성 넘치는 헤어 스타일, 뒤에는 칠판에 직접 쓴 것 같은 필기체 영어함흥 영생고보에서 선생님 시절의 사진이란다. 신문 기사에도 실린 사진으로 알고 있는데, 흑백 사진임에도 싱싱한 젊음이 느껴지는구나. 백석 시인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번 <백석 평전>에서 이야기했으니, 오늘은 생략하고 바로 그의 시 이야기를 해 보자꾸나.


1.

젊은 시절은 모던 보이로 살았던 백석하지만 그의 시는 우리 고유의 언어들과 고유의 감정들이 가득 담겨 있었단다. 현대적인 감성은 옷과 외모에만 있었고, 그의 영혼은 한적하고 평화로운 우리나라 시골에 있었단다. 일제 시대 핍박 받고 힘든 시간을 잠시 잊을 정도의 아름다운 서정시들이었단다. 일제에 저항하기 위한 저항시로 자신의 뜻을 이야기하는 시인도 있지만, 백석처럼 엉망인 세상을 외면하고 순수했던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시를 통해 아픈 세상을 달래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가 사용하는 말들이 아빠가 몰랐던 순수한 우리말인지 그의 고향 사투리인지 모르겠지만, 읽어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말들도 많았단다. 책 밑에 어려운 단어의 뜻들을 적어 주었어. 그런데 뜻도 잘 모르는 우리말들을 소리 내어 읽어보면 감칠맛이 난다고 할까, 만들어지는 소리들이 재미있단다. 다음의 시를 한번 보자꾸나.

 넘언집 범 같은 노큰마니라는 시의 일부야. 제목부터 무슨 말인가 싶지? 넘언집은 산 너머, 고개 너무의 집이라는 뜻이고, 노큰머니는 노() 할머니라는 뜻으로 늙은 할머니라는 뜻이란다. 그러니까 산 고개 너머에 계신 범 같은 늙은 할머니가 시의 제목이 되는 거야. 노큰마니라는 말도 아빠도 처음 보는 말인 것 같구나. 이 시의 첫 부분은 아래와 같이 시작한단다. 한번 소리 내어 읽어보렴. 얼럭궁, 덜럭궁, 뜯개조박, 뵈짜배기, 끼애리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왠지 정겨운 말들의 연속이고, 입에서 나오는 소리도 재미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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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황토 마루 수무나무에 얼럭궁 덜럭궁 색동헝겊 뜯개조박 뵈짜배기 걸리고 오쟁이 끼애리 달리고 소삼은 엄신 같은 딥세기도 열린 국수당고개를 몇 번이고 튀튀 춤을 뱉고 넘어가면 골안에 아늑히 묵은 영동이 무겁기도 할 집이 한 채 안기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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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무나무는 누릅 나무과의 속하는 활엽수이고, 뜯개조박은 뜯어진 헝겊조각이란 뜻이고, 뵈짜배기는 베쪼가리, 즉 천조각이란 뜻이고, 오쟁이는 짚으로 작게 엮어 만든 섬, 끼애리는 짚으로 길게 묶어 동인 것, 꾸러미라는 뜻이고, ‘소삼은성글게 엮거나 짠이라는 뜻이고, 엄신은 엎집신이라고 하는데 상제가 초상 때부터 졸곡(卒哭) 때까지 신는 짚신을 말하여, 딥세기는 짚신이고, 국수당은 마을의 본향 당신을 모신 집, 그러니까 서낭당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영동(楹棟)은 기둥과 서까래라는 뜻이란다. 얼럭궁 덜럭궁의 뜻한 책에 적혀있지 않았지만, 얼룩덜룩이라는 뜻을 것 같구나.

아빠가 이 책에서 읽은 시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를 고르라면 수라(修羅)’라는 시란다. 수라(修羅)는 아수라(阿修羅)의 준말로 불교에서 나오는 악귀 중에 하나란다. 여기서 수라는 누구일까. 읽어보면 누가 수라인지 바로 알 수 있단다. 이 시는 한 편의 짧은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데, 그 상황이 재미있으면서도 안타깝더구나. 그 때 백석이 쓸어 보낸 거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거미 가족들이 다시 만났을까? 이런 생각이 한 동안 머릿속에 맴돌았단다. 이 시가 너무 재미있어서 너희들에게도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다시 한번 같이 읽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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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修羅)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언제인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 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가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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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힘든 시절을 살았지만, 용기만은 잃지 않은 생활을 이야기한 것 같은 아래 시도 좋았단다. 오늘날 그의 시를 읽는 이들도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는 시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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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은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 <선우사(膳友辭)>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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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 쓰기 좋아하는 이가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시를 못 쓰고 지냈으니 얼마나 가슴이 아팠겠니. 아빠가 <백석 평전> 이야기할 때 한 것처럼, 그의 미발표 시들이 어딘가 잔뜩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오늘은 짧게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책의 끝 문장 : 짐짓 그의 등뒤에 심지를 불끈 도두고 화미한 여심을 산 너머로 훔처보는 태양의 연정을 나는 동정해도 좋다


내가 언제나 무서운 외갓집은
초저녁이면 안팎마당이 그득하니 하이얀 나비수염을 물은 보득지근한 북쪽재비들이 씨굴씨굴 모여서는 쨩쨩쨩쨩 쇳스럽게 울어대고
밤이면 무엇이 기화골에 무리돌을 던지고 뒤우란 배나무에 쩨듯하니 줄등을 헤여달고 부뚜막의 큰솥 적은솥을 모조리 뽑아놓고 재통에 간 사람의 목덜미를 그냥그냥 나려 눌러선 잿다리 아래로 처박고
그리고 새벽녘이면 고방 시렁에 채국채국 얹어둔 모랭이 목판 시루며 함지가 땅바닥에 넘너른히 널리는 집이다. --<외갓집>
- P33

황토 마루 수무나무에 얼럭웅 덜럭궁 색동헝겊 뜯개조박 뵈짜배기 걸리고 오쟁이 끼애리 달리고 소삼은 엄신 같은 딥세기도 열린 국수당고개를 몇 번이고 튀튀 춤을 뱉고 넘어가면 골안에 아늑히 묵은 영동이 무겁기도 할 집이 한 채 안기었는데
--<넘언집 범 같은 노큰머니> 中에서…
- P38

이미 해는 늙고 달은 파리하고 바람은 미치고 보래구름만 혼자 넋없이 떠도는데

아, 나의 조상은 현재는 일가친척은 정다운 이웃은 그리운 것은 사랑하는 것은 우러르는 것은 나의 자랑은 나의 힘은 없다 바람과 물과 세월과 같이 지나가고 없다
-- <북방(北方)에서> 中에서…
- P59

빨간 물 짙게 얼굴이 아름답지 않으뇨
빨간 정(情) 무르녹은 마음이 아름답지 않으뇨
단풍든 시절은 새빨간 웃음을 웃고 새빨간 말을 지줄댄다. 어데 청춘을 보낸 서러움이 있느뇨
어데 노사(老死)를 앞둘 두려움이 있느뇨
재화가 한끝 풍성하야 시월(十月) 햇살이 무색하다
사랑에 한창 익어서 실찐 띠몸이 불탄다
영화의 자랑이 한창 현란해서 청청한울이 눈부셔 한다
시월(十月) 시절은 단풍이 얼굴이요, 또 마음인데 시월단풍도 높다란 낭떨어지에 두서너 나무 깨웃듬이 외로히 서서 한들거리는 것이 기로다
시월 단풍은 아름다우나 사랑하기를 삼갈 것이니 울어서도 다하지 못한 독한 원한이 빨간 자주로 지지우리지 않느뇨
-- <단풍>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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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5-29 11: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백석의 시는 언제 읽어도 좋습니다.
[북쪽재비들이 씨굴씨굴 모여서는 쨩쨩쨩쨩 쇳스럽게 울어대고]
한국어의 이렇게 토속적인 의성어가 있다니
우리는 얼마나 많은 한국어를 잊고 살고 있을까요
북홀릭님 주말 가족 모두 멋지게 보내세요 ^ㅅ^

bookholic 2021-05-29 18:02   좋아요 1 | URL
불과 백년도 안 된 시절의 시들인데, 모르는 말들이 너무 많아요..
그만큼 한글의 아름다운 말들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백 년 후에는 또 어떤 말들이 사라져 있을까요?
좋은 우리말들 많이 써야겠어요..
고맙습니다~~ scott님도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책이 생겨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는단다. 너희들도 글을 깨치고 난 이후 책들을 읽잖니, 책을 읽는 이들 중에는 자신들이 읽은 책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단다. 그래서 독서 모임이나 동호회 같은 것도 있어. 그런 오프라인이 어려운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해서 책의 이야기를 나누곤 한단다. 아빠도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온라인으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주곤 받곤 하지. 다른 사람들의 글을 통해서 새로운 책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아.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에는, 그런 책이나 자신만의 책 읽는 방식에 대한 글을 책으로 엮는 이들도 있단다. 아빠도 그런 종류의 책을 가끔 읽곤 하단다. 그들로부터 독서법을 배우기도 하고, 아빠가 몰랐던 책을 알게 되기도 하고 말이야. 이번에 읽은 <이동진 독서법>이라는 책도 그런 종류의 책이란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책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동진이라는 분이란다. 직업이 참 다양한 사람이야. 텔레비전 방송에서 나오시고, 기자 일도 하시고, 영화 평론가로도 유명하단다. 그리고 책에 관한 팟캐스트 <빨간 책방>의 진행자로도 유명하단다. 아빠가 <빨간 책방>을 즐겨 듣는 것은 아니지만, 아빠가 읽은 책 중에 좀 어렵게 읽은 책들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기 위해 들어본 적이 있단다. 이번에 읽은 그의 책을 읽어 보니, 그가 엄청나게 많은 책들을 가지고 있는 장서가이기도 하구나.  1 7천여 권을 가지고 있다니 말이야. 물론 그 책을 다 읽지는 않았다고 했어. 이 말에 위안을 삼아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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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저의 서재에는 물론 다 읽은 책도 상당하지만 끝까지 읽지 않은 것도 많습니다. 서문만 읽은 책도 있고 구입 후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은 책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도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사는 것, 서문만 읽는 것, 부분부분만 찾아 읽는 것, 그 모든 것이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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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그 분만큼 책이 많지는 않지만, 사두고 읽지 않은 책이 꽤 되고, 그러면서도 또 책을 사니까 말이야. 심지어 읽지 않고 있다가 책이 변색이 될 정도로 시간이 흐른 것도 있어.


1.

이동진 님은 책을 좋아하는 부모님들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많은 책들을 읽었다고 하더구나. 그렇게 오랫동안 책을 읽으면서, 자신만의 책 읽는 방식이 생겨난 것 같아. 이 책에 그런 자신만의 책 읽는 방식을 이야기해주는데, 몇 가지 인상적인 것을 알려줄게. 먼저 책을 사려고 살펴볼 때 3분의 2 지점을 들쳐본다는 점이야. 보통 사람들은 책을 사려고 하면, 가장 먼저 보는 곳이 책의 앞부분일 텐데, 3분의 2 지점일까? 바로 그 부분이 지은이의 필력이 가장 떨어지는 부분이라고 하는구나. 그래서 그 부분도 재미있으면 책 전체가 재미있다는 이유야. 오호, 수긍이 가더구나. 아빠도 그런 적을 느낀 적이 많거든.. 책의 앞부분을 좋은 글이 많다가 뒤로 갈 수록 적어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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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왜 하필이면 3분의 2 지점을 보는 거냐면, 저자의 힘이 가장 떨어질 때가 바로 그 부분입니다. 무슨 책이든 시작과 끝은 대부분 나쁘지 않습니다. 저도 책을 낼 때 그렇습니다. 원고를 배열할 때 잘 쓴 걸 앞에 둡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앞쪽부터 읽어나갈 테니까요. 한편 맨 뒤부터 슬쩍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맨 뒤에 넣죠. 바로 그래서 3분의 2쯤을 읽으면 저자의 약한 급소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부분마저 훌륭하다면 그 책은 정말 훌륭하니까 그 책을 읽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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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동진 님뿐만 아니라, 독서 전문가들이 가끔 이야기하곤 하는 어려운 책 읽기. 남들이 어렵다고 그냥 외면하지 말고, 한번 도전해 보라고 하는구나. 아빠도 어려운 책은 어려운 책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도전을 하는 경우가 있어. 100퍼센트 이해를 하지 못해도, 아주 조금이라도 그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거든. 누군가는 그런 이야기를 했지. 책은 제목만 읽어도 도움이 된다고 말이야.

=====================

(68)

독서를 즐기는 것과 어려운 책에 도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려운 책을 통해 지적인 성취감을 얻는 동시에 독서력에도 도움을 받는다면 그다음에 다른 책을 훨씬 더 즐겁게 읽을 수 있거든요. 가끔은 생소하고 어려운 분야의 책에 도전해보세요. 일단 시작해보면 생각했던 것만큼 아주 힘든 일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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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진 님이 약간 후회를 하는 것이 중고등학교 때 책 읽기에 있어 편식을 했다는 점이야. 십대 때에 과학 분야에 대한 책 읽기를 소홀히 해서 나중에 커서 과학 분야의 책을 이해하는데 좀 힘들었다고 했어. 그러면서, 십대에서 이십 대는 책을 깊이 읽는 것보다 책을 넓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구나.

=====================

(98)

과학 분야 같은 것도, 중고등학교 때 기본적인 책을 재미있게 읽었더라면 나중에 책 읽기 훨씬 좋았을 텐데 싶어요. 지금은 독서에서 넓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상대적으로 한창 책에 깊이 빠져든 중고등학교 때 저는 깊이를 더 중시했던 것 같아요. 그게 좋기도 했지만, 특히 십 대에서 이십 대는 책을 넓게 읽는 게 굉장히 중요한 거거든요.

=====================


2.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들을 많이 한단다. 소소한 행복이 자주 있는 것이 좋을까? 큼지막한 행복이 가끔 있는 것이 좋을까? 아빠는 소소한 행복이 자주 이어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이동진 님도 그런 소소한 행복이 이어질 수 있는 방법으로 책 읽기를 권하고 있단다. 책 읽기가 습관이 되면 행복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이야. 아빠도 공감한단다. 아빠가 책을 제대로 읽기 시작한 지 20년이 되었구나. 아빠도 늘 작은 행복의 물결이 아빠의 영혼을 치는 것 같았어. 앞으로도 날마다 책을 읽어볼 생각이란다.

=====================

(143)

낮 동안에 일하느라 힘들었으니까 오늘 저녁은 한 번도 안 가본 곳에 간다거나 그런 게 우리는 행복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습관 부분에서 재미를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머지는 오히려 쩔쩔매는 시간이에요.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거죠. 그런데 패턴화되어 있는, 습관화된 부분이 행복한 사람이 있다고 해보세요. 그러면 그 인생은 너무 행복한 거죠. 시공간 속에서 매번 판단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이 실존적으로 세상을 향해서 갑옷을 두르는 게 최상의 행복 기술인데 그 습관 중에 독서가 있다면 너무 괜찮은 거죠. 예를 들어 매일매일이 습관으로 빼곡한데, 모처럼 이번 달 말일에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생겼다. 그러니 책을 한번 읽어보자. 그러면 책 읽는 게 행복이 아니라 쾌락인 거예요. 그런데 습관화되어 매일 책 읽는 사람이 있다고 쳐보세요. 저녁 먹기 전까지 30분 정도 시간이 있으면 책을 자동적으로 펼치는 거예요. 그건 행복인 거예요. 똑같이 책을 읽어도 쾌락이 될 수도, 행복이 될 수도 있는 거죠. 다만 쾌락은 지속 불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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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마지막은 이동진 님이 분야별로 추천해준 책 500권의 목록이란다. 500권의 추천리스트를 뽑을 수 있다니 대단하시구나. 그 목록에는 아빠가 이미 읽은 책, 읽으려고 재워둔 책, 어려울 것 같아서 알지만 읽지 않으려고 한 책, 제목조차 모르는 책들로 나눌 수 있겠구나. 아빠가 뭘 읽어야 할 지 모를 경우에 참고하면 좋겠지만,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읽으려고 사두고 읽지 않은 책이 너무 많아서 지금은 그 추천목록이 도움은 안되겠구나. 나중에라도 참고를 해야겠어.

...

각자 나름의 독서법이 있단다. 아빠도 아빠 나름이 독서법이 있고, 너희들도 아마 너희들 나름대로 독서법이 있을 거야. , 생각해 보니 아빠의 독서법을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없는 것 같구나. 이제 너희들도 어느 정도 자랐으니, 책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책을 어떻게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나눠야겠구나. ,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 책을 펼쳐 들면 순식간에 나만 남습니다.

책의 끝 문장 : 선택을 하려면 나머지 것들을 포기해야 하니까요.

책을 펼쳐 들면 순식간에 나만 남습니다. 사람으로 가득 찬 한낮의 카페 한가운데 좌석에서든, 시계 초침 소리만이 공간을 울리는 한밤의 방 한구석에 홀로 기대 앉아서든, 모두 그렇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고독한 경험이지만, 그 고독은 감미롭습니다. - P5

토마스 아퀴나스라는 중세 철학자가 이런 말을 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단 한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다." <독일인의 사랑>을 썼던 막스 뮐러는 "하나만 아는 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자이다."라고 말했어요.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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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3-30 07: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좋았습니다. 이책 보고 독서법을 따라한 기억이^^ (추천 도서중 안읽어본게 대부분이었던..)

bookholic 2021-03-30 08:26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잘 읽었습니다^^
새파랑 님의 정성스런 리뷰도 늘 잘 읽고 있습니다.
어떤 독서법이시길래 저리 책을 빨리, 많이 읽으실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오늘도 미세먼지가 장난 아니던데, 미세먼지 피하시면서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파이버 2021-03-30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대 20대에 책을 넓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건 정말 맞는 말 같아요:-) 북홀릭님의 독서법도 궁금해집니다^^!

bookholic 2021-03-30 20:43   좋아요 1 | URL
그런데 그때는 재미있는 책들만 찾는 것 같아요.. 저는 그때 아예 책과 담을 쌓았지만요^^
저의 독서법 1순위는 알라디너님들이 재미있다는 책들 쫓아가기입니다~~
즐거운 3월의 마지막 이틀 되세요~~^^
 
게으른 산행 2 - 제주에서 울릉도까지, 뭇 생명과 함께 걷는 남쪽 숲길 18곳 게으른 산행 2
우종영 지음 / 휴(休)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나무 의사 우종영님의 글은 참 담백하고 좋단다. 십여 년 전에 처음 그의 책을 읽고 좋았던 기억이 있다가, 한동안 그의 책을 읽지 않고 있다가 작년에 신간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라는 책을 오랜만에 읽었어. 그리고 우종영님의 책을 검색해봤더니, 아빠가 읽지 않은 책들이 더 있더구나. 이번에 그 중에 하나 <게으른 산행 2>를 읽었단다. 전작 <게으른 산행>은 오래 전에 읽었는데, 2권을 읽는데 너무 오래 걸렸구나. 1권에서는 경기도와 강원도에 있는 산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고, 2권에서는 중남부 지역의 산들을 소개해준다고 하는구나.

작년부터 계속되는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산을 찾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단다. 아빠도 산행을 좋아해서 가끔 산행을 간단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적은 이른 새벽이나 야간 산행을 가곤 하는데, 산은 어느 때 가도 참 좋은 것 같구나.

특히 요즘 같은 칼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칼바람 자체만으로 좋지만, 눈 덮인 풍경이 감탄을 절로 나게 한단다. 추위의 고통을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그런데 눈 덮인 겨울 산행의 장점이 또 하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단다. 그것은 산과 나무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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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이렇게 푹 쌓인 눈 위를 걸으니 옛날 산 친구 생각이 난다. 백두대간은 물론이고 전국의 명산을 두루 다녀본 후 그가 던진 한마디.

앞으론 눈 쌓인 겨울산만 다니련다.”

연유를 물으니, 눈이 쌓이면 나무뿌리를 밟지 않아도 되고 흙이 패지 않으니 나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덜하다는 얘기다. 미안한 마음 없이 나무의 진면목을 바라본다는 것, 겨울산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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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의 시작은 제주도 한라산부터 시작한단다. 아빠도 예전에 눈 잔뜩 덮인 한라산을 간 적이 있는데, 그 때의 모습은 정말 잊을 수가 없더구나. 새파란 하늘과 눈 덮인 한라산의 조화, 멀리 바다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은 아빠의 영혼의 찌든 때를 날려버리는 기분이었어.

알면 보인다고, 산에 오르면서 나무들의 이름도 알면 더 멋진 산행이 되겠지만, 몰라도 좋단다. 곧게 뻗은 나무가 있으면 곧은 성품을 가진 나무겠거니 생각하고, 여기저기 가지를 친 나무가 있으면 푸근한 마음을 가진 나무겠거니 생각하고 말이야. 지은이 우종영님은 나무 의사답게 나무 이름들을 정말 많이 알고 있더구나. 이런 사람의 산행기에는 나무 이름 하나하나 불러주는 것도 포함되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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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협곡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탐스럽게 생긴 담팔수가 나그네를 반기고, 구실잣밤나무, 종가시나무, 황칠나무, 참식나무, 조록나무, 아왜나무 같은 늘푸른나무들이 터널을 이룬다. 사이사이에는 예덕나무, 팽나무, 푸조나무, 멀구슬나무, 머귀나무, 때죽나무, 자귀나무, 단풍나무, 산벚나무, 굴피나무, 합다리나무, 꾸지나무, 곰의말채나무, 까마귀베개 같은 낙엽 지는 나무가 살고 있다. 숲 바닥에는 바람등취(후추등)이 바위를 뒤덮고, 맥문아재비가 보석같이 영롱한 열매를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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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대표적인 것이 한라산이지만, 수많은 오름들도 있단다. 예전에 읽은 유홍준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서도 오름들에 대한 찬사가 있었는데, 우종영님도 오꼬메오름 등 여러 오름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셨단다. 다음에 제주도를 가게 되면 여러 오름들도 계획에 넣어봐야겠구나.

울릉도도 화산으로 만들어진 섬으로 봉우리가 하나 있단다. 성인봉이라고 부르는데, 산이 아니고 봉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아빠는 그 성인봉의 해발고지가 그리 높지 않은 줄 알았단다. 그런데 성인봉의 높이가 웬만한 산보다 높은 984미터라고 하는구나. 그런데 왜 산이란 이름이 아니고, 봉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그 이유는 산괴가 없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 잘 이해는 가지 않더구나. 그냥 산이라고 하면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산이 되었을 텐데 말이야. 제주도 하면 한라산, 울릉도 하면 성인산. 이렇게 말이야. 성인봉이라고 하니, 아빠처럼 잘못 알고 있는 이가 있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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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성인봉은 왜 산이 아니고 봉일까? 산의 격에서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본다. 이곳의 높이는 984미터이다. 1000미터에서 16미터 못 미치는 큰 산이다. 사방으로 갈래를 친 겹산인데다, 산이 험준하고 계곡도 깊다.

산과 봉()의 차이에 대해서는 설왕설래 말이 많지만, 일단 산이라고 하면 산괴를 떠받치고 있는 땅이 있어야 한다. 한라산은 한라산을 떠받치고 있는 넓은 대지가 있기에 산이며, 울릉도는 섬 자체가 산으로 떠받칠 땅이 없기에 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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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에는 밤나무뿐만 아니라 너도밤나무도 많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고 하여 너희들에게도 이야기해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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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129)

옛날 울릉도에 사람이 처음 살기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다. 하루는 산신령이 나타나서 마을 사람들에게 이 산에 밤나무 100그루를 심으라고 하면서 만약 100그루를 심지 못하면 큰 재앙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을 사람들에겐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하루 만에 전부 심었다. 심은 밤나무에서는 싹도 나고 잘 자랐다.

어느 날 산신령이 찾아와서 그동안 심어놓은 밤나무를 확인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세어보아도 아흔아홉 그루밖에 되지 않았다. 산신령은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하여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사시나무 떨 듯 떨었다. 여러 번 세어도 아흔아홉 그루밖에는 안 되는 밤나무가 그사이에 한 그루 더 생길 수는 없으니 마을 사람들은 이제 죽었구나하고 생각했다. 심기는 100그루를 심었지만 그사이 한 그루가 말라 죽은 것이었다. 그때 뜻밖에도 옆에 서 있던 조그만 나무 한 그루가 나도 밤나무입니다.”하고 외쳤다. 산신령은 다시 그 나무에게 밤나무가 맞는지 확인했다. 그 나무는 자기도 밤나무라고 주장했다. 그 뒤로 마을사람들은 이 나무를 너도밤나무라고 이름 붙여주고 잘 가꾸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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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주도와 울릉도를 지나서는 계룡산을 시작으로 선운산, 백암산, 조계산, 두륜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와 주흘산을 시작으로 주왕산, 비슬산, 금정산, 지리산 삼신봉으로 이어지는 산들을 소개하고 있단다. 저 아랫동네에 있는 산들은 거리가 있다 보니, 아빠도 많이 다녀보지는 못한 것 같구나. 지리산을 좋아해서 지리산만 여러 번 가보고 말이야. 이 책에 나와 있는 산들의 사진을 보니, 다들 멋지구나. 꼭 가봐야 할 산들 목록에 적어두어야겠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퍼센트가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 그만큼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쉽게 산에 갈 수가 있어서 좋구나. 작년에는 너희들과 두어 번 집 근처 산에 갔다 오기도 하고 말이야. 그리고 우리나라 산은 그렇게 많은데, 또 높은 산을 별로 없어서,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산들이 대부분이란다. 이런 조건을 갖춘 나라가 많지 않다고 하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복 많은 사람들인 것 같구나.

산 이야기를 하니 또 산에 가고 싶구나. 이제는 안 가본 산들을 한번 가봐야겠구나. 그리고 올해는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산의 정기를 백 퍼센트 다 들이마시고 싶구나. 곧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PS:

책의 첫 문장 : 사람 이름이나 노래 제목, 책제목에 이르기까지 이름이란 당사자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책의 끝 문장 : 계절은 어느 때고 좋으나 여름 집중호우 때는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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