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
이영채.한홍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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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여전히 내란이 제대로 해결이 안된 시국이란다. 우두머리만 탄핵이 되었지, 곳곳에 내란 세력들이 포진하여 불안함이 가지실 않는구나. 그들이 또 어떤 짓을 할지 예상이 안 되거든. 오늘 이야기할 책은 이런 요즘의 정치 시국과 약간은 관련이 있는 <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이라는 책이란다. 이 책은 이영채라는 분과 한홍구 님의 공저란다. 한홍구 님은 <대한민국사>를 비롯하여 아빠가 예전에 그 분의 책들을 많이 읽었단다. 이번에 오랜만에 한홍구 님의 책을 읽는 것 같구나. 이영채 님은 처음 알게 분 작가인데, 일본에서 박사를 수료하고 국제사회학과 교수를 하는 분으로 일본 전문가란다.

이 책은 최근에 우경화되는 한국과 일본의 정치판의 우익의 뿌리부터 현 시점까지 정리해서 이야기해주는 책이란다. 이 책이 출간한 것은 2020년으로, 촛불혁명을 통해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정권까지 교체한 살아 있는 민주주의를 보여준, 우리나라 민주주의 전성시대가 아니었나 싶구나. 하기만 그 당시에도 한 켠에는 우익 세력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세력들이 언론과 힘을 합쳐 민주주의 전성기를 짧게 끝내고 괴물 대통령을 만들어냈단다. 그런 우익 세력에, 최근에는 오른쪽으로 더더더 치우친 극우 유튜버들의 선동으로 보수 정당으로 자칭하는 정당은 이제 극우 정당이 되어가고 있단다. 가끔 책에 시의성을 담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도 출간 된 2020년 정치 상황의 시의성을 조금은 고려해서 읽으면 좋겠구나.

 

1.

일본은 점점 우경화가 되고 있어 주변 국가들의 걱정이 늘고 있단다. 최근의 이런 우경화는 고이즈미 총리에서 시작된다고 하는구나. 고이즈미에서 아베로 이어지면서 일본 정치판은 우익이 주류가 되어 버렸단다. 이 책이 출간된 이후인 2022년 아베 신조는 암살되었지만, 그 뒤를 이은 총리들도 우경화 성향은 계속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란다. 한편 한국의 우익 세력의 뿌리는 해방 이후 청산되지 못한 친일파라고 볼 수 있단다. 그들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면서 한국사회의 우익의 중심이 되었어.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관계는 해방 이후 세 번의 국면이 있다고 했어. 먼저 1945년 해방 이후 단절이 이어졌고, 1965년 한일수교 이후의 관계. 이때는 미국의 압력에 의해 강제로 수교를 맺게 된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러면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경제 협력 형식으로 지원을 받게 되었다고 했어. 세 번째는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IMF 극복수단의 하나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한 것이야. 이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했단다. 일본의 문화가 물밀듯이 들어온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결과는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났단다. <겨울 연가> 등 한국의 문화상품이 일본에 대거 들어가면서 한류의 시작을 알렸단다. 당시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60~70%까지 치솟았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일본이 우경화되고 MB가 독도를 방문하면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18.4%로 급감하게 되었어.

이후 2019년까지 10%대로 이어지면서 일본에서는 혐한주의까지 유행하게 되었단다. 2010년대 아베 내각은 노골적인 극우보수의 역사 정신을 가지고 있단다. 북한이 자신들을 위협한다는 북한위협론과 한반도 위기론을 이용하여 정치 기반을 유지했단다. 당연히 우리나라에 민주세력이 정권을 잡게 되면 거부감을 가졌어. 괴물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일본이 얼마나 좋아했겠냐. 그리고 알아서 친일을 해주는데 또 얼마나 고마워했겠어.

일본의 정신은 야스쿠니 신사를 뿌리로 두고 있는데,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이 이것을 일반 신사처럼 생각한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거지. 야스쿠니 신사의 말뜻은 국가를 편안하게 한다는 뜻의 말이래. 하지만 본질은 메이지유신 이후 전쟁에서 죽은 이들을 합사해 놓은 곳이란다. 합사한다고 실제 시신을 가져도 놓은 것도 아니고, 이름만 적으면 끝이라고 하는구나. 그렇게 합사된 사람이 246 6000명이고, 이들을 모두 신격화했어. 그런데 이 중에는 그곳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사람들, 특히 한국, 대만 국적의 사람들도 있다는구나. 유가족들이 취소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 일본정부는 일본을 위해 죽은 다른 나라 사람들도 자신들이 보살펴주겠다는 의미인데, 강제로 끌려간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누가 그곳에 합사하고 싶겠니.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전범들도 그곳에 합사하게 되었단다. 천황도 이들의 합사를 반대했대. 그래서 천황은 야스쿠니 신사에 가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총리들도 야스쿠니 신사에 가지 않다가 1984년에 총리가 처음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갔는데, 그때는 야스쿠니 신사가 어떤 신사인지 잘 모르고 갔었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그 이후로는 또 안 갔대. 그러다가 고이즈미가 총리가 된 이후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공식화 되었다고 하는구나. 이제는 거의 연례행사가 된 것 같더구나. 미안함을 모르는 족속들

일본 우익의 뿌리는 아베의 정신적 스승인 조슈번에 있다고 한다. 메이지 유신 때 정한론을 주장하던 극우단체인 일본의회 소속의 사람이란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일본이 역사수정주의를 주장하면서 우익세력이 만든 역사교과서 채택율이 높아지게 되는데 그런 책으로 배운 이들이 자라서 우익의 지지세력이 된단다. 메이지 유신은 조슈와 사쓰마 지역에서 시작되었는데, 핵심 인간들로 요시다 쇼인과 그의 제자들이 있단다. 이것은 아빠가 예전에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 책 이야기할 때도 했던 것 같구나. 그래서 조슈 출신들의 우익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게 되었지. 전쟁후 보수의 본류는 요시다 시게루라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총리를 하고 있을 때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일본은 한국전쟁을 이용하여 손쉽게 전후에서 회복할 수 있었단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더만, 이렇게 사악한 일본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와주다니

 

2.

이제 한국 우익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일제 시대 친일파들은 돈 또는 신념에 따라 친일파가 되었단다. 대부분이 돈을 위해 친일파가 되었고, 신념에 따라 친일파가 된 이는 이광수와 윤치호 같은 사람을 들 수 있단다. 그럼 진정한 친일파의 시작은 누구부터인가? 을사늑약 전에 일본과 친했던 인사로 친일파로 봐야 하는가? 예를 들어 갑신정변의 주역들도 친일파로 봐야 하는가? 친일파는 맞지만 이완용, 송병준 같은 친일파와 같은 급으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한다. 지은이의 의견에 아빠도 동의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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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24)

갑신정변(1884)의 주역은 김옥균, 서재필, 서광범, 박영효입니다. 이 사람들 친일파일까요? , 친일파 맞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친일은 지금 이야기하는 친일과 아주 달랐다고 생각합니다. 다르게 봐야 합니다. 그때는 아직 일본의 침략적 본질이 확연하게 드러나기 전이었습니다. 구한말 우리가 보는 일본에는 분명 두 가지 성격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따라 배워야 할 모델로서의 일본입니다. 이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또 하나는 우리를 침략해오는 일본이지요. 적어도 1894년 갑오농민전쟁 이후에는 침략성이 아주 확고하게 드러났지만, 그 전에는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많이 배우려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박영효나 김옥균이 취한 방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방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사람들을 이완용, 송병준과 같이 취급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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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친일파는 일진회를 조직했던 송병준 때부터라고 하는구나. 송병준은 친일을 하는데 있어 이완용과 대립과 경쟁까지 했다는구나. 김가진이라는 사람도 친일을 했었는데,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독립운동을 하려고 망명을 했고, 그의 후세들도 독립운동을 했다는구나. 친일로 변절한 자들만 있는지 알았는데 이렇게 친일했다가 독립운동으로 전향한 이들도 있었구나. 일제 시대에 수 많은 친일파들이 생겨났고, 그들이 해방후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상태로 이어졌기 때문이란다. 이승만 독재, 박정희 독재로 이어지면서 친일파의 청산 기회는 더 멀어져만 갔고 오늘날에 이른 거야. 분하기 짝이 없구나.

이렇게 제대로 청산되지 않으니 <반일 종족주의> 같은 책도 버젓이 출판되는 거야. 당시 이 책은 논란이 많은 책이었단다. 우리나라 대학 교수라는 사람이 일본 극우 입장에서 책을 썼으니 말이야. 이 책은 일본에서 번역되어 공존의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대. 이 책의 저자 이영훈과 그의 스승 안병직은 유명한 경제학자였다고 하는구나. 이영훈의 경우 대학 때 학생 운동도 하다가 잡혀서 군대로 끌려가기도 했다는구나. 이런 사람이 어찌 그리 변했는지.. 일제 시대 친일파로 변절한 이들과 같은 부류로구나. 2005년 이영훈의 스승 안병직이 이사장을 맡은 뉴라이트라는 단체가 등장한단다. 이놈들은 역사교과서까지 냈는데, 다행히 채택율이 0%를 기록하고 있단다. 하지만 뉴라이트들은 오늘날 친일파의 주요세력이 되어 활동하고 있단다.

…            

그럼 앞으로 한일 관계 개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방 후 400만 해외동포가 있었는데, 그 중에 200만명이 일본에 거주하고 있었대. 해방 후 귀국을 한 이들도 있었지만, 재산을 가져가지 못하는 등 제한 사항이 많아서 일본에 정착하여 사는 이들이 60만 정도 되었다고 하는구나.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란다. 그들은 재일조선연맹, 재일본조선거류민단(민단) 등을 만들어 활동을 했대. 재일조선연맹은 좌익이 주도로 해서 만들어 일본경찰에 의해 해체되었다가 나중에 조총련으로 다시 만들어졌으나 오늘날 세력이 많이 약해졌다고 하고, 민단은 오늘날까지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대. 재일조선인의 처우는 오늘날까지 차별이 이어지고 있는 문제점이 있어. 그들은 한동안 무국적자로 지내다가 1965년 한일수교 이후 국적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어. 당시 대한민국과 북한의 국적에서 선택할 수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대한민국의 국적을 선택했대.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재일조선인을 받아주는데 관심이 없는 반면에 북한에서는 적극적으로 재일조선인을 받아주어 약 10만 명의 사람들이 북한행을 선택했다고 하는구나. 초기에는 잘 대우해 주었지만, 나중에는 불행한 삶을 살다가 다시 탈북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었대.

한일수교 이후 재일조선인들 중에 남한으로 유학을 오는 사람들도 있었대. 그런데 박정희 정권을 이들을 간첩으로 누명 씌워버렸다고 하는구나. , 사악한 사람이구나. 재일조선인들의 삶은 참 고들프구나. 일본에 있으면 차별 받고, 북한에 가도 홀대 받고, 남한에 가면 간첩 취급하고재일조선인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줄어들고, 그들의 정체성은 점점 일본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구나. 대한민국정부는 재일조선인 문제에 대해 논의된 적이 없으니 이 또한 큰 잘못이 아닌가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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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 문제. 그러나 그것을 청산할 것 같은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구나. 일본시민사회의 역사관은 자신들의 잘못된 역사를 인식하는 등 선명한 역사관을 가지고 있어, 이런 일본시민사회와 협력을 해야 하지만, 일본사회가 보수극우화 된 이후에는 일본시민사회는 많이 쇠퇴했다고 하는구나. 예전에 일본시민사회가 무척 활성화되어 있었는데 말이야. 일본과 한국이 치고 박고 싸우지 않을 바에는 서로 공존 협력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을 보면 쉽지 않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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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한국의 입장에서는 한일관계를 이렇게 쓸 수 있습니다. ‘한국이 일본과 협력하지 못하면 동아시아에 미래는 없을 것이다.’ 역시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지요. 물론 한국에는 북한이라는 동족이 있지만 이미 70년이나 다른 길을 걸어왔습니다. 장래 북한과 공존해야 하는 건 분명하지만 당장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지요. 또한 중국은 어쩔 수 없이 한국에는 큰 나라일 것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일본을 포기하면,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의 대립 사이에 끼어서 한반도는 영원히 분단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싫든 좋든 실리적으로 이웃인 일본과 협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한반도의 평화로운 미래가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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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전혀 반성하지 않는 우경화된 일본 정부가 있는 한또라이 친일 대통령이 하던, 과거 청산 없는 협력은 공존이 아니라 그냥 친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란다. 앞으로 새로 들어서게 될 정부는 어떤 해법을 가지고 일본과 관계 개선을 하지 모르겠으나,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우경화된 일본이 계속 오른쪽만 쳐다보는 한 쉽지 않을 것 같구나. 선거를 정말 잘 해야겠다고 생각되는 요즘이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일본에서 생활한 지 20년 이상이 지났다.

책의 끝 문장: 새로운 한국, 새로운 한반도, 새로운 동아시아를 꿈꾸는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한일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데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처음으로 방문한 일본인의 집이라 긴장하며 잘하지도 못하는 서투른 일본말로 첫인사를 했다. 나의 인사가 끝나자, 하타케야마 부부는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일본 정부를 대신해서 사죄한다"라고 인사를 했다. 처음 받는 인사 치고는 너무 갑작스러웠다. 나의 가족 중에는 강제 연행을 당한 사람도 일본군 ‘위안부’도 없다고 손사래를 치며 젊은 부부를 일으켜 세웠지만,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일본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이미지로 생생히 남아 있다. - P8

일본 극우보수세력의 실체는 일본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배가 청산되지 못한 한국사회에도 그 잔영이 남아 있다. 이른바 친일 부일세력으로 불렸던 이들은 한국사회의 엘리트로 변모해 해방 후 우리 사회의 기본 골격을 만들고 유지시켜왔다. 한국사회는 한국전쟁 후 반공 및 한미일 안전보장의 틀 속에서 이른바 안보경제의 의존관계를 맺으며 일본사회와 공존해왔기 때문에 친일 부일세력들의 실체를 해명하기는 쉽지 않았다. 민주화운동을 통해서 장기간에 걸쳐 군사정권을 민주정권으로 바꾸고 과거사 청산을 위해 해방 직후부터 한국전쟁 전후에 일어난 국가폭력의 실체를 파악해가는 과정 속에서 청산되지 않은 일본 식민지의 뿌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 P17

우리가 일제 청산을 애타게 부르짖었지만 결국 해내지는 못했습니다. 그 결과 일제강점기에 권세를 누리던 자들이 그대로 살아남았지요. 그리고 그들이 대한민국 군대를 운영했습니다. 일본에서는 미국이 군을 해체했지만, 한국에서는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육성한 일본군과 만주군의 조선인 장교들을 그대로 쓴 겁니다. 그들이 위안대를 만들었고, 그 규모와 위치를 <6.25사변 후방전사>에 자랑스럽게 실적이라고 써놓았습니다. 우리가 일본 군국주의를 반대해야 하는 이유, 아니 박정희식 군국주의에 빠진 ‘그 식구’들을 반대하는 겁니다. - P80

이토 히로부미는 쇼카손주쿠에서 공부한 요시다 쇼인의 제자였습니다. 한미한 가문의 하급 사무라이로, 처음에는 존왕양이적 입장에서 각종 테러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했었죠. 그러다가 1863년 조슈번에서 선발한 영국 유학생의 한 사람으로 외국 생활을 하며 영국의 선진문물에 압도되어 존왕양이론자에서 개국론자로 근본적인 사상 전환을 하게 됩니다. 존왕양이파는 원래 한국의 위정척사파와 크게 바를 바 없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위정척사파들이 내 목은 잘라도 상투는 못 자른다고 버틸 때 이토 등 존왕양이파들은 서구 문물을 접하고 스스로 상투를 잘라버린 것입니다. 19세기 후반 한국과 일본의 결정적인 차이가 여기서 발생했습니다. - P100

그런데 일본에서 외국인 학교를 각종학교로 취급하는 것은 조선학교 때문입니다. 외국인 학교를 정규학교로 규정하는 순간 조선학교에도 보조금을 지급하고 각종 제도로 보호해주어야 하는데 그러기는 싫은 것이지요. 그렇다고 조선학교만 각종학교로 취급하면 너무나 노골적인 차별 정책이 되어버립니다. 그 때문에 아예 모든 외국인 학교를 정규학교로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인 정책을 취하는 것입니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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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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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김기태 님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라는 책이란다. 이 책은 인터넷 서점 리뷰를 통해 알게 된 책으로 평이 좋아서 읽게 되었단다. 장편 소설인줄 알았는데, 단편 소설집이더구나. 소설이라는 것이 초반부에 상황 파악을 해야 하는데, 단편 소설집은 그런 소설마다 상황파악을 자주 하는 수고로움이 있어서 단편보다는 장편 소설을 선호하는 편이란다. 장편 소설은 책 한 권당 한번의 수고로움이 있으면 되니까 말이야. 그런데 오늘 소개할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책에 실린 모든 단편 소설들이 상황파악이 쉽고 명확했단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배경들이 소설의 소재가 되었어. 이 책에서는 표제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포함하여 총 아홉 작품이 실려 있단다, 작가 김기태 님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인데, 2024년 젊은작가상도 수상하셨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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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바다>

요즘은 K팝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잖니. 그래서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이 전지구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닌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구나. 첫 번째 실린 <세상 모든 바다>라는 소설도 그런 배경으로 한 소설이란다. 주인공은 한국으로 유학 온 일본인 하쿠라는 사람이야. 하쿠는 오랜 유학 생활으로 우리나라 말도 능숙하게 할 줄 알아. 하쿠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세상 모든 바다의 찐팬이었어. 세상 모든 바다(세모다)의 콘서트 티켓을 구하지 못한 하쿠는 밖에서도 보려고 콘서트장에 갔단다. 그리고 못 들어온 팬들을 위해 콘서트가 끝나고 콘서트장 밖에서 추가로 공연한다는 소문이 있었어. 콘서트 밖에는 엄청 많은 사람들이 있었어. 하쿠는 그곳에서 영록이란 소년을 만났어. 영록도 세모다의 팬으로 시골에서 올라왔다고 했어. 후쿠는 영록에게 그 소문을 이야기해주었어. 세모다가 공연을 마치고 못 들어온 팬들을 위해 공연장 밖에서 공연한다는 소문. 그런데 비도 오고 해서 하쿠는 중간에 집으로 돌아왔어.

그런데 그곳에서 테러가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어. 소문대로 세모다가 밖에서 공연을 했는데, 갑자기 총을 꺼내 들고 서로 쏘는 장면을 연출했대. 나중에 알고 보니 세모다 팬들이 세모다인 척 공연을 하고 가짜 총으로 그런 퍼포먼스를 한 것이라고 했어. 그런데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실제상황인줄 알고 도망가다가 압사사고가 발생하여 9명이 죽었다는 거야. 그 중에는 후쿠가 만났던 영록도 포함되어 있었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아빠는 이태원 사건이 떠올랐는데 지은이는 그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 아니었기를...

<롤링 선더 러브>

이 소설은 짝짓기 텔레비전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모방한 소설이었단다. 나는 솔로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본적은 없어. 그래도 워낙 유명한 프로그램이라서 대충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는 알고 있어. 두 번째 소설 <롤링 선더 러브>솔로 농장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참가한 맹희라는 사람이 주인공이란다. 프로그램 이름에 농장이 들어가 있어서 참가자들은 자신의 이름이 아닌 채소의 이름으로 참가하는데, 맹희는 완두라고 불렸단다. 그런데 맹희는 참가자보다 자신을 담당하는 PD에 더 호감을 갖게 되었어. 그러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다루고 있단다.

<전조등>

어떤 평범한 한 남자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였어. 어린 시절부터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이야기가 이어지게 돼. 그런데 그의 삶에서 단 한번 평범하지 않았던 사건이 하나 있었어. 아내에게 청혼하려고 지방으로 여행을 갔고, 무엇인가 부딪힌 것 같아서 차를 세우고 밖에 나갔더니 오른쪽 전조등이 깨지고, 여자 신발이 하나 있었어. 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단다. 찜찜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왔어. 그 이후에도 그 일로 어디선가 연락이 올 것 같은 불안감읽는 이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단다. 그날 밤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러시아에 태어난 우리나라 교포 4.. 그러다가 부모님이 한국에 이주해서 살아서 한국에서 자라게 된 김 니콜라이. 김 니콜라이는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했는데, 국적이 러시아인이다 보니 외국노동자 취급을 받았어. 한국 영주권을 따려고 알아보았는데, 36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아야 했어. 외노자 신분으로 쉽지 않은 연봉이지. 애인이 자주 바뀌는 엄마랑 단 둘이 사는 권진주. 행정학과에 들어가서 공무원을 준비했지만 쉽지 않았어.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냈지. 권진주와 김 니콜라이는 중학교 동창이었는데, 졸업 이후 오랜만에 우연히 길에서 만나고 그 이후 가끔씩 만나 밥을 먹고 그러다가 친해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MZ 세대들의 남녀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

<보편 교양>

이 작품이 가장 재미있던 것 같았어. 확신이 아니고 재미있던 것 같다고 한 이유는 읽은 지 좀 시간이 지났고, 비슷비슷한 재미 중에 이 소설이 살짝 더 재미있었던 것으로 기억해서 그런 거야. 곽은 고등학교 문학 선생님이었어. 고등학교 3학년의 선택 과목으로 <고전 읽기>가 있어서 나름 아주 열심히 준비를 했단다. 그런데 대부분 어쩔 수 없이 과목을 선택한 아이들이었어. 대부분 아이들이 수업시간을 자고, 서너 명이 듣는 둥 마는 둥 했어. 그런데 은재라는 학생만이 아주 열심히 들었단다. 은재가 자본론과 마르크스를 읽는다는 은재 아버지의 민원도 있었지만, 은재가 아버지를 잘 설득하여 큰 문제도 없었어. 3, 1년 내내 열심히 고전을 읽은 은재. 곽은 은재의 생기부에 아주 정성 들여 과목 활동한 것에 잘 써주었어. 그런데 은재가 서울대에 합격을 한 거야. 그 고등학교는 매년 한 명만 서울대에 합격하는데, 그 해에는 은재가 예상치 못하게 서울대에 합격하여 두 명이 합격한 거야. 학교는 난리가 났지. 교장도 기분이 좋아졌어. 다음 해는 <고전 읽기> 과목을 더 활성화해 달라는 말과 함께

<로나, 우리의 별>

TV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으로 월드 스타가 된 오로나에 관한 이야기란다.

<태엽은 12 1/2바퀴>

은혜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남자. 20여 년 전부터 숙박업을 했어. 예전에는 은혜장이라는 여관을 운영했는데, 딸의 조언으로 은혜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을 해서 한때 번성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손님이 거의 들지 않는 숙소가 되어 버렸어. 은혜가 아홉 살 때 아내를 잃고 혼자 은혜를 키웠고, 은혜는 지금은 타지에서 일하고 있었어. 손님이 거의 없는 숙소에 낯선 손님이 한 명 찾아오면서, 스릴러 소설의 냄새를 풍기면서 긴장감을 갖고 읽게 하는 소설이었단다.

<무겁고 높은>

탄광이 지금은 모두 문을 닫고, 카지노가 들어선 마을. 엄마는 도망하고, 아빠와 단 둘이 지내는 송희가 주인공이란다. 중학교 때 역도를 시작했어. 역도에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고, 무거운 것을 버리는 느낌이 좋아서 역도를 한 것이야. 3이 될 때까지 입상 한번 못했어. 송희도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꿈인 100Kg을 들고 나면 역도를 그만두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100Kg을 들지 못하고 역도를 그만 두었단다.

….

<팍스 아토미카>

팍스 아토미카라는 말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강대국들이 핵무기를 경쟁적으로 만들었는데, 그런 핵무기로 인해 세계 평화가 유지된다는 뜻이란다.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가 주인공인 소설로 주인공은 모든 것을 의심을 했어. 자신도 그런 문제점을 알고 있어 정신병자인지 병원에도 가는 그런 사람의 이야기란다.

이렇게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조금씩 모두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몇몇 작품은 줄거리가 잘 생각나지 않아서 언제나 그렇듯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이해해주길 바래. 아빠가 오늘 독서편지를 시작하면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 주변의 일상들을 소재로 해서 술술 잘 읽혀서 좋았단다. 필력도 나쁘지 않아서 장편 소설도 잘 쓰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한번 기대해 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당신은 세상 모든 바다의 팬입니까.

책의 끝 문장: “확실히 그렇네요



세상은 정치적인 음악가에게는 약간의 존경을 적선하지만, 정치하는 음악가에게는 무자비하다는 걸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언론은 정치에 발을 들였던 예술가들의 궁색한 말로와 군소정당의 반복적 실패를 부각중이다. 호사가들은 로나의 선언을 유력 정당 공천을 유리한 조건에 받기 위한 포석으로 폄하하고 있다. 가장 가슴 아픈 사실은, 팬들조차 그녀가 ‘순수함’을 잃었다고 손가락질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대 또는 아스팔트에 있어야만, 허락된 자리에 머물러야만 보존되는 ‘순수함’에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 - P204

공항이란 무섭다. 들어가도 되는 곳과 들어가면 안 되는 곳과 들어가야 하는 곳이 정해져 있다. 들고 가도 되는 것과 들고 가면 안 되는 것과 들고 가야 하는 것도 정해져 있다. 그렇게나 엄격하면서 정작 중대한 사정들은 내게 알려주지 않는다. 작은 딱지를 붙인 내 가방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사라지는 걸 지켜봤다. 내가 세상 저편이 갈 때까지 가방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어떻게 내 손에 다시 쥐어질 수 있을까. 내 운명도 가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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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8 - 제3부 불신시대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조정래 님의 <한강> 8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7권에서 고시에 계속 떨어지던 김선태가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했었지. 8권의 시작은 김선태의 가족들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김선태의 형 김선오는 김선태의 자살에 대해 조차 비꼬듯 이야기할 정도로 가족들을 점점 멀리하고 무시했단다. 돈에 쪄들어 버린 영혼이여김선태가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선오의 어머니는 충격으로 쓰러지셨단다. 어머니를 누군가 모셔야 하는 상황인데, 김선오는 여동생에게 강제로 책임을 떠넘기려고만 했어.

8권의 이야기는 1970년대 유신 개헌이 일어난 이후에 시점으로 전국적으로 유신 반대 데모가 점점 격렬해지고 있던 시기란다. 김선오의 또 다른 남동생 김선진은 대학생이었는데, 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신 반대 데모에 참석을 했단다. 당시 대학생들은 유신 반대 데모에 참석하는 것이 일종의 도덕적 의무라고 생각했을 것이야. 참석하지 않으면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을 느끼는

정동진은 동업자 임상천에게 사기를 당하고 나서 삶의 밑바닥에서 헤어나오질 못했어. 군대 후배의 회사에서 책 외판원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실적이 그리 좋지 않았어. 거기에 아내가 위암에 걸려 수술을 앞두고 큰 돈도 필요했단다. 아내가 위암에 걸린 것도 자신의 일로 신경을 많이 써서 걸린 것이라고 생각하여 자책감도 컸단다. 정동진은 군대 후배이자 사장한테 월급을 가불을 요청했다가 오히려 업무 실적에 대한 질책만 받다가 해고당하고 말았단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모든 것이 임상천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정동진은 돈을 구하지 못하면 아내는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단다. 임상천의 딸 임채옥의 아이를 유괴할 생각까지 했어. 그러다가도 그러면 안되겠다고 다시 마음을 먹었단다. 결국 자신이 예전에 모질게 굴어 연락하지 못했던 한인곤에게 연락을 했단다. 이제 더 이상 연락할 사람이 남아 있지 않았어. 한인곤은 정동진의 과거의 행동을 이해하면서, 현재 처한 정동진의 사정을 딱하게 생각하여 도와주겠다고 했어. 한인곤은 임채옥을 찾아가 정동진이 임상천에게 사기를 당해 어려움에 처해 있으니 아버지에게 편지를 써 달라고 했어. 임채옥은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하면서 자신이 도울 수 있을 만큼 돈도 드렸단다. 임채옥이라는 사람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사람이로구나.

 

1.

유일표는 여전히 재건대에서 일하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날 재건대로 야학 선생을 했던 서경혜라는 사람이 찾아왔단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경찰에 쫓기고 있는데 숨겨달라는 것이었어. 유신으로 장기집권을 하려는 박정희는 계엄령을 선포하였단다. 책을 읽을 때 계엄령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구나. 이 과거 속의 단어가 오늘날에도 자주 들리니 말이야. 아무튼 그 유신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을 반체제 세력으로 몰아 구속한 용공조작 사건이란다. 이 사건으로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소속의 학생 180명이 구속되어 모진 고문을 받고 거짓 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단다. 당시 계엄령 포고령 긴급조치 1호를 보고 있자니,  작년 12월 내란수괴가 내린 포고령과 비슷하여 더욱 섬뜩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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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서경혜가 말하는 것은 긴급조치 1호의 5항과 6항이었다. 대통령 긴급조치 1호는 전체 7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1.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 반대, 왜곡 또는 비방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2. 대한민국 헌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 발의, 제안 또는 청원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3.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

4. 1, 2, 3호에서 금한 행위를 권유, 선동, 선전하거나 방송, 보도, 출판, 기타 방법으로 이를 타인에게 알리는 일체의 행동을 금한다.

5. 이 조치에 위반한 자와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법원의 영장 없이 체포, 구속, 압수 수색하며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에는 15년 이하의 자격 정지를 병과할 수 있다.

6. 이 조치에 위반한 자와 이 조치를 위반한 자는 비상군법회의에서 심판, 처단한다.

7. 이 조치는 1974 1 8 17부터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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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표도 이런 사실들을 알아서 재건대장인 이용진과 함께 서경혜를 숨겨주었단다. 그런데 오랫동안 재건대에서 숨을 수가 없어서 유일표는 서경혜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숨겨주었단다. 이웃들에게 시골에서 올라온 친척이라고 했어. 유일표의 형 유일민과 동생 유선희도 서경혜의 은거생활을 도와주었단다. 그렇게 유일표의 집에서 지내다가 서경혜와 유일표는 애틋한 마음이 생겨났단다. 정말 잘 된 일이로구나.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억울하고 답답하기만 했는데 말이야. 민청학련 사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다음에서야 서경혜는 집으로 돌아갔단다.

유신 반대 시위는 멀리 독일의 광부들과 유학생들도 동참했단다. 그만큼 유신으로 인한 종신정권은 말이 안 되는 조처였단 거야. 그런데 드디어 박사학위를 딴 배상집은 시위에 불참할 수밖에 없었단다. 자신도 마음으로는 유신을 반대하지만, 괜한 트집이 잡혔다가는 그 동안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그는 박사학위를 따고 귀국을 준비했단다. 경제학 박사로 그것도 독일에서 취득한 경제학 박사로 귀국하면 꽃길만 걸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같이 일했던 광부들도 배상집의 박사학위 축하연 겸 송별회를 거창하게 해주었단다.

한편 독일에서 의사의 꿈을 갖고 간호사 일을 하면서 틈틈이 열심히 공부하던 김광자허리가 아파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진료를 받았는데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았단다. 독일에 건너간 우리나라 간호사가 많이 걸리는 병 중에 하나가 허리디스크였대. 왜냐하면 자신보다 덩치가 엄청 큰 치매환자를 돌보다 보니 허리를 많이 다친다는 거야. 오늘날 허리디스크는 수술을 하면 대부분 낫는 병이지만, 당시 허리디스크 수술은 무척 어렵고 위한한 수술이었단다. 그래서 허리디스크에 걸리면 대부분 귀국을 했어. 누구보다 김광자에게 귀국은 커다란 좌절이었단다. 의대 공부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실감김광자를 아무리 울어도 좌절과 상실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단다. 결국 김광자는 귀국하기로 결정했단다.

김광자의 친구 주선녀도 같이 귀국했단다. 자신이 보내준 돈으로 가족들이 어느 정도 다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야. 그런데 귀국한 후 가족들의 반응은 자신이 생각한 것과 거리가 멀었어. 식구들은 주선녀를 외면했어. 주선녀는 너무 서운했단다. 주말에 쉬지도 않고 일하여 식구들의 생활비와 학비를 모두 대주었고, 자신은 저축한 돈은 하나도 없는데 짐이 되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으니 말이야. 그것도 엄마한테 말이야. 딸사랑은 아버지라고 아버지만 주선녀의 편을 들어주었지만, 심한 배신감은 지울 수 없었어. 주선녀는 김광자를 찾아갔어. 김광자는 다행히 몸이 많이 좋아졌어. 귀국한 이후 한의원에서 치료를 꾸준히 받아서 아직 허리에 무리를 주면 안되지만 수술을 하지도 않고 많이 좋아졌다는구나. 김광자는 주선녀의 이야기를 받고 선녀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해주었단다. 주선녀는 고민하다가 결국 다시 독일로 가기로 했단다. 이제는 돈을 가족에 주지 말고 자신을 위해 쓰겠다는 마음과 함께

 

2.

신문기자 이상재는 신인 탈렌트 민다리 스캔들을 취재하게 되었어. 장주호라는 재벌사장이 민다리를 첩으로 두었다가 아기를 낳자 아기만 빼앗고 민다리를 버린 것이야. 그 사건을 민다리의 오빠들이 신문사에 제보를 한 것이란다. 이 사연은 이상재 자신이 사랑했던 허미경이 당한 것과 거의 비슷한 사건이었단다. 허미경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하고, 이 사건을 낱낱이 파헤치겠다고 생각했어. 민다리의 오빠들을 만나보니 그들도 동생을 위하는 마음보다 동생을 이용하여 돈을 뜯어내려는 수작이 보였어. 그리고 장주호 사장을 찾아갔는데, 오히려 당당했단다. 신문사에 바로 전화해서 광고를 끊는다는 협박을 해서 신문기사를 내지 못하게 했단다. 그렇게 이 스캔들은 신문에 실리지 못한 채 잊혀졌단다. 유전무죄의 세상은 그때는 지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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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이상재는 자꾸 눈앞에 떠오르는 허미경의 모습을 지우려고 애썼다. 허미경은 그렇게 짓밟히고 얼마나 받았을까. 양품점 차린 돈이 전부가 아니었을까. 그녀는 결혼을 단념한 눈치였는데, 한 여자의 일생을 망쳐 놓은 보상이 그 양품점이라면 말이 되는가. 그 두 배를 받았다 해도 그건 말이 안 된다. 강제로 한 여자의 일생을 망쳐놓은 것은 범죄다. 분명 사회적 범죄다. 그런데 그게 다 돈으로 해결이 된다. 도대체 그자가 지금까지 망쳐온 여자들이 얼마나 될까. 앞으로는 또 얼마나 망쳐놓을까. 그런데도 그자는 돈의 힘으로 죽는 날까지 건재할 것이다. , 돈이란 무엇인가…… 과연 이 세상에 진실이란 있는 것인가…… 내일 아침 신문들을 본 민다리의 오빠들은 어찌 될까. 자기네 편이 하나도 없는 세상에 분노하고, 절망하고…… 그러다가 끝내 체념하고 그자가 조금 낮게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 재벌은 거대한 산이다. 아니, 산맥이다. 돈으로 덮이지 않을 사회악은 없고, 그들은 그 무기로 완전무장되어 있다. 그들은 자본주의가 잉태해 낸 공룡이고 악마들이다. 노동 착취를 일삼으면서 그 따위 짓들을 하는 한 그들은 분명 사회의 악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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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권에서 딸을 잃어 세상을 버리고 싶었지만, 아들 생각에 다시 마음을 먹은 천두만 생각나지? 할 수 있는 일이 없이 지게꾼 일을 다시 하게 되었어.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서동철을 만났단다. 서동철은 천두만 아저씨의 성실함을 알고 있어서 자신의 동생 서수철의 쌀가게의 배달 일을 주선해 주었단다. 그렇게 천두만은 아파트 단지의 쌀가게에서 쌀 배달일을 시작했어. 지게 일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돈도 많이 벌었단다. 그렇게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보니 좀더 욕심이 생긴 천두만. 쌀가게의 쌀을 몰래 훔치는 버릇이 생겼어.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사장에게 그만 현장에서 걸려서 그날로 잘리고 말았단다. 소탐대실이로구나.

박정희가 유신으로 종신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당시 헌법으로는 불가능했어. 그래서 법을 바꾸는 개헌을 해야 했고 이것의 찬반을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이루어졌단다. 하지만 당시 여론은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어. 정부는 찬성표를 얻기 위해 돈선거를 하기 시작했단다. 결국 79.8%의 투표율에 73.1% 찬성으로 유신 헌법은 통과되었단다. 이제 박정희가 마음만 먹으면 종신대통령이 될 수 있었어.

….

안경자의 남편은 결국 미국에서 딴살림을 차리고 돌아오지 않았어. 안경자는 홀로 아들을 키워야 했어. 안경자는 산부인과 병원을 개업하여 일하고 있었어. 어느날 친구 강숙자가 찾아와서 중절 수술을 부탁했단다. 강숙자는 아이 셋을 키울 자신이 없었거든.. 강숙자는 안경자의 병원에서 수술을 마치고 서울에 올라온 김에 유일표를 만났단다. 유일표가 고등학생부터 든든한 후원자 같은 역할을 했었잖니. 유일표는 자신의 결혼 소식을 알려주었어. 앞서 이야기했던 서경혜와 결혼을 하게 된 거야. 강숙자는 왠지 모를 섭섭함도 있었지만 진심 어린 축하를 해주었단다. 형 유일민과 동생 유선희도 유일표와 서경혜의 결혼식 준비를 정성껏 했단다. 유일표의 결혼식이 끝나고 동생 유선희는 편지만 남기고 사라졌단다.

임채옥의 남편은 대기업에서 영업을 맡고 있는데 영업을 하다 보니 늘 술을 먹을 수밖에 없었어. 그런데 그게 탈이 나고 말았단다. 간경화로 입원하고 말았어.

….

이상재와 원병균은 신문기자로 유신정권에 저항하는 기사를 썼다가 그만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단다. 다른 곳의 취직도 막혀 7개월째 백수로 지내야했어. 이상재와 원병균은 출판사를 차리기로 했단다. 이상재는 친구 유일표에게 부탁하여 먼저 출판사 일을 하고 있는 유일표의 아내의 도움도 받았단다. 한편 이상재는 허미경을 잊지 못하는 마음에 계속 연락을 했고, 허미경도 그런 이상재에게 차갑게 굴지 못하고 선을 지키면서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어.

..

이규백 검사의 막냇동생 이규동은 유신정권 반대 시위 주동자로 체포되고 말았어. 검사의 동생이 유신 정권 반대 주동자로 체포되었으니 이규백은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단다. 동료 검사의 도움으로 이규동을 감옥에서 빼내어 군대를 보내려고 했어. 그런데 이규동은 단칼에 거절했단다. 동지들을 배신할 수 없다면서 말이야. 형보다 멋진 동생이구나.

김선오 검사도 식구로 인해 위기가 찾아왔어. 양장점에서 일하던 동생 김명숙이 보석 밀수 사건에 휘말려 체포된 거야. 단순 가담자였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단다. 그 보석 밀수 사건에 한정임도 연루되어 있었는데, 한정임은 진짜 주동자인 최혜경을 대신하여 자신이 희생하여 체포되었단다. 나중에 다 보상을 받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과연 그렇게 될까?

국내로 돌아온 경제학 박사 배상집은 일년째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었단다. 인맥이 없던 그에게 교수 자리는 쉽지 않았어. 국내 대학의 교수 자리는 실력보다 학연, 지연이 더 중요했던 거야. 교수에게 잘 보이기 위해 대필 논문도 써주고 궂은 일도 알아도 알아서 했지만 전임강사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았어. 신문사에 연재하는 글을 쓰면서 인지도 높아지고 나서야 드디어 시간 강사 딱지를 떼고 전임 강사가 되었어. 그런데 갑자기 당시 정부에서 이상한 발표를 했어. 교수재임명 정책으로 임명된 교수들의 임명이 취소되었다는 소식…. 배상집의 인생도 계속 꼬이네.

….

정신 없이 이야기를 한 것 같구나. 여기까지가 여기까지 8권의 이야기란다. 1970년대의 계엄령은 성공하여 국민들이 악몽 속에서 살았단다. 오늘날 계엄령이 실패하여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구나. 계엄령과 내란이 성공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구나. 그런데 아직도 내란 수괴는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구나. 얼른 정리되기 위해서는 이번 선거를 잘 해야 하는데 아직도 불안하긴 하구나.

 

PS,

책의 첫 문장: “이봐, 학생들! 꼼짝 말고 이리 와.”

책의 끝 문장: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내 앞에서 당장 꺼져버려!

 



그게 바로 독재자들이 써먹는 전형적인 수법이야. 팔십 넘은 나이에 이승만도 나 아니면 이 나라는 안 된다는 했거든. 그런데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다른 게 바로 경제문제야. 박 통이 경제개발을 추진했고, 그 덕에 이만큼 잘살게 됐다. 앞으로 계속 더 잘살게 되려면 박 통이 나라를 이끌어가야 한다. 아주 그럴듯한 감언이설이고, 판단력이 약하거나 가난한 일부 국민들은 속아넘어 가기 딱 좋은 괴변이야. 그러나, 오늘의 경제발전을 이룩한 것은 박 통이 아니라 하루 14시간이 넘는 중노동, 그러면서도 입에 겨우 풀칠이나 하는 저임금,건강을 해치는 형편없는 작업환경 등 온갖 악조건 속에서 피땀을 흘리며 일해 온 국민들의 노력과 힘이라는 것을 이번 데모에서 동시에 일깨워야 해. 국민 여러분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다.이 진실을 밝혀 박 정권이 유포해 온 최면에서 국민들을 깨어나게 하는 게 우리들의 또다른 임무야.국민들이 그 최면에서 깨어나는 건 바로 박 정권이 안주하고 있는 성벽을 무너뜨리는 거니까. - P16

"맞소. 그건 부정할 수 없는 명확한 사실이오. 그러나 그런 인식을 하는 건 극소수 지식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또한 문제요. 참 불행하게도, 박 정권은 그동안 경제발전을 자기네 업적으로 선전하는 데 크게 성공했고, 현명하지 못한 대중들은 정치선전에 최면되면서 대중들의 약점인 영웅주의에 빠져들어 박정희를 경제를 일으킨 영웅으로 믿고 받들게 되었소. 대중들이 그렇게 된 데는 그동안 그 영웅주의를 깨는 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 야당, 언론, 지식인들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소. 다시 말하면 정치, 사회적 투쟁이란 폭넓은 대중들이 호응과 지지를 받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는데, 오늘의 현실에서 그게 과연 얼마나 가능할 것이냐 하는 것이오." - P75

"물론 싫어하지요. 그렇지만 노동자들이 언제까지 착취만 당하며 살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GNP 80불에서 시작한 경제개발이 15년이 된 지금 600불이 넘었어요. 이렇게 경제가 발전한 건 누구 때문인가요? 박 통 때문인가요? 기업주들 때문인가요? 그게 아니지요. 그건 그동안 모든 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환경과 형편없이 적은 임금에 시달리면서도 뼛골 빠지게 일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기업주들은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정당한 보수를 줄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자기들 배만 더 불릴려고 혈안이 되어 있고, 정부는 또 아직 분배의 시기가 아니라 자본을 더 키워야 한다면서 기업들 편만 들고 있어요.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돼요. 노동자들이 제대로 대접받아야 하고, 그러려면 공장마다 노동조합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싸워야 해요. - P221

유일민은 곰탕집으로 걸어가며, 술이나마 없었다면 이 세상을 어찌 살았으랴, 하고 생각했다. 술은 세상사의 괴로움이나 고통에 대하여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일시적인 망각제나 도피처 역할은 해주었다. 특히 악몽을 피할 수 있는 수면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서 감정을 토해내는 것도 괴로움과 고통이 덜어지는 것 같은 착각의 효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또한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묘해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끼리 술잔을 나무며 속 깊은 하소연을 하고 나면, 실제로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도 마음은 다소 편해지고 또 하루를 살 수 있는 위인을 얻기도 했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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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7 - 제3부 불신시대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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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조정래 님의 <한강> 7권이란다. 어느덧 7권이구나. 7권부터 10권까지는 3불신시대의 제목이 붙어 있단다. 7권 첫 부분에 7.4 남북 공동 성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은 1972 7 4일에 있었던 것이란다. 그러니까 <한강> 3부는 1972년부터 이야기가 시작되고, 3부의 마지막은 1980 5월까지 이어진단다. 박정희 독사 독재라는 폭주기관차가 자기 마음대로 폭주하던 그런 시기란다. 온갖 불법이 성행하던 시기, 아무도 믿지 못하는 시기그래서 3부의 제목을 불신시대라고 한 것 같구나. , 그러면 제3부의 첫 번째 이야기 <한강> 7권의 이야기를 해줄게.

유일민의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어느날 재일교포 사업가로부터 연락이 왔어. 아버지의 편지를 가지고 왔으니 만나자고 했어. 아버지의 편지라... 얼마나 보고 싶었겠니. 하지만 그 편지가 불러올 풍파가 눈에 보였기 때문에 유일민은 고민 끝에 그 사람과 만남을 거절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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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아버지, 남쪽의 반공주의를 자극하고 유도하는 행위를 계속하는 북쪽의 저의는 무엇입니까? 모든 정치행위에는 반드시 목적이 있게 마련인데, 저는 오래 전부터 북쪽이 노리고 있는 그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고 있습니다. 남쪽의 반공주의를 강화시켜 가며 북쪽이 정치적으로 얻는 이득이 무엇일까 하고 신경을 집중시켜 왔습니다. 그동안 한 가지 사실은 확실히 알았습니다. 남쪽의 반공주의가 분단을 강화해 나가듯이 남쪽의 반공주의 강화를 유도하고 있는 북쪽도 분단의 벽을 쌓아올리는데 열중할 뿐 진정으로 민족통일을 이룩할 뜻이 없다는 걸 말입니다.

아버지, 단견이라는 저를 나무라지 마십시오. 저는 우리 집안의 특수성 때문에 몸사리고 조심스럽게 살아오면서 남과 북이 대립하고 있는 분단현실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고 심각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제가 그 사람을 만나지 않고 아버지의 편지를 되돌려보내는 뜻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앞으로도 남과 북의 정치적 저의에 대해 계속 관심을 두고 살필 것입니다. 그건 구겨지고 찢겨진 제 인생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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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민이 올바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한 것이라고 아빠도 생각했단다. 하지만 윗사람들은 더 독하고 무서운 사람들이었단다. 그렇게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일민은 얼마 후에 잡혀 들어가 모진 고문을 당해야 헸어. 이유는 접선한 사람이 있었는데 왜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냐는 거야. 며칠 동안 잠도 안 재우고 자서전을 쓰게 했어.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술집의 자금을 어디서 구했냐고 추궁 당했단다. 유일민은 채옥의 이름을 이야기할 수 없었단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친구 서동철의 이름을 팔 수밖에 없었단다. 유일민이 감금되어 고문당하고 있을 때,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었어. 남한과 북한의 대립이 격화되는 시기라서, 약간은 뜬금없는 7.4남북공동성명발표였단다. 조국 통일 원칙도 발표되었어. 얼마 후 유일민도 풀려나게 되었단다. 하지만 더 이상 술집 운영도 할 수 없었어.

 

1.

박정희는 경제를 살린다는 이유로 친기업 정책을 엄청 발표했단다. 그러면서 뇌물도 엄청 먹었지. 그 중에 하나가 사채를 빌려 쓴 사업가들에게 엄청난 혜택을 정책인데, 3년 동안 사채를 갚지 않아도 되고, 그 이후에는 매년 분할해서 갚고 이자는 1/3로 팍 줄여준 정책이란다. 사채를 빌려 쓴 사업가들은 대박이었고, 사채업자들은 분노를 일으키는 정책이었단다. 심지어 어떤 사업가들은 이런 정책이 발표될 것을 알고 있었는지 최근에 엄청난 사채를 빌려 쓰고, 이 정책이 발표할 때는 외국에 피신해 있던 사업가들도 있었어. 정말 불법이 판을 치던 시대로구나.

그런데 많은 일반 노동자들도 피해를 입었어.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 줄 수 있어 자신의 돈을 회사에 빌려주고 있었거든. 천두만도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야. 자산의 돈과 딸의 돈을 딸의 공장에 빌려주었거든. 얼마 있으면 조그마한 하청공장을 세우려는 꿈이 있었는데.... 3년 동안 돈이 묶이고, 그 이후 일년마다 적은 이자로 받으니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어. 뿐만 아니라 물가도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도 있어서 3년 뒤 자산의 돈은 그 가치가 더 떨어지게 되는 거야.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자50만원 이하의 사채는 제외하기로 했단다. 천두만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돈을 찾으러 갔더니, 황당한 소리를 들었단다. 공장에서 한 명이 노동자들의 돈을 취합하여 회사에 빌려주었다는 거야. 그러니 회사에서 받은 사채는 50만원이 넘기 때문에  50만원 이하 사채 예외 규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거야. 노동자의 속은 부글부글 끓었지. 김명숙도 자신의 돈을 회사에 빌려주어 못 받을 처지였어. 김명숙은 방법을 찾다가 검사인 자신의 오빠 김선오에게 부탁했어. 그러자 공장장은 바로 김명숙의 돈을 갚았단다. 검사라는 권력은 예나 지금이나 너무 막강하구나. 한편, 김선태는 몇 년째 계속 사법고시에 떨어지고 나서, 결국 비극적인 선택을 했단다.

강숙자의 친구 안경자는 의사 남편 신기훈과 결혼했다고 이야기했었나? 아무튼 안경자는 서울에서 산부인과를 차렸고, 남편 신기훈은 더 공부하겠다면서 미국으로 유학을 갔단다. 의학 박사 남편과 병원장 아내.. 그야말로 막강한 스펙 부부가 되겠구나. 그런데 얼마 전부터 미국의 남편의 소식이 끊겼어. 안경자는 남편이 바람 피우고 있다는 것을 의심했으나, 당시 미국에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았어. 강숙자는 결혼한 후에도 유일표와 가끔씩 만났단다. 사이 좋은 누나 동생과 같은 사이였지. 강숙자는 자신의 동생 강미현을 유일표에게 소개해주었단다. 일종의 맞선 자리였어. 유일표는 자신의 처지를 솔직히 이야기하면서 거절했단다. 자신의 아버지가 어느날 불쑥 내려오기라도 하면 자신의 집안뿐만 아니라 아내의 집도 풍비박산이 날 거라고 말이야그래서 자신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했어. 그것은 유일표의 형 유일민도 마찬가지였단다.

유일민은 결혼하지 않는 이유가 하나 또 있는데, 그것은 임채옥 때문이란다. 임채옥은 부모님의 강요에 의해 결혼을 하긴 했지만, 임채옥 역시 여전히 마음 속에는 유일민뿐이었단다. 임채옥은 결혼하고 나서도 유일민을 찾아왔어. 유일민이 설득하여 일년에 한번만 만나기로 했단다. 임채옥의 부모들은 주변 사람들 몰래 미국 이민을 준비하고 있었단다. 한국은 언제 또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안전한 미국으로 이민하겠다고 한 거야. 자신들 뿐만 아니라 자식들 식구들도 모두 데리고 가려고 했어. 하지만 임채옥은 안 가겠다고 했단다. 다른 이유를 댔지만, 임채옥은 미국에 가면 유일민을 만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 거야. 결국 임채옥의 부모는 임채옥 식구들만 집에 남겨두고 미국 이민을 가버렸단다. 그래서 자식이다 보니 임채옥 부모는 임채옥에서 큰 돈을 주고 떠났단다.

….

그런데, 임채옥의 아버지 임상천이 이민을 떠나면서 얌전히 떠난 것이 아니란다. 어음을 잔뜩 떼어 놓고 현금을 틀고 튼 거야. 그리고 그 어음의 이름은 동업자인 정동진 앞으로 해 놓고 간 거야. 정동진은 몰려드는 어음을 지급할 수 없어서 회사는 부도 직전이었어. 뒤늦게 자신이 임상천에 사기를 당한 것을 알았지만, 임상천은 이미 미국으로 가버렸단다. 그는 옛친구 남재구에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남재구는 한번 만나 사연을 들은 이후로는 계속 그를 피했단다. 마치 자신이 옛날 한인곤을 피했던 것처럼 말이야.

정동진은 한인곤에게도 도움을 청하려고 했지만 자신이 옛날 한인곤을 매몰차게 군 것이 있어 연락을 하지 못했단다. 정동진은 어렵게 임상천의 딸 임채옥을 만나 임상천의 미국 주소를 알아냈단다. 당시 미국을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갈 돈도 없었단다. 임상천의 주소를 알아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편지를 보내는 것뿐이었단다.

부모로부터 큰 돈을 받은 임채옥은 그 돈을 다시 유일민에게 주려고 했어. 유일민은 극구 반대했단다. 임채옥이 그 이유를 계속 묻자, 잡혀 들어갔다가 사업 자금의 출처를 이야기해야 했던 일을 이야기했어. 그러자 임채옥은 자신의 이름을 대지, 왜 안 댔냐는 이야기를 했단다. 그런 이유라면 돈 받고 또 그런 일이 생기면 자신의 이름을 대라는 거였어. 정말 유일민을 엄청 사랑하고 있구나.

 

2.

다시 천두만의 이야기를 해줄게. 소설 시작부터 천두만의 일은 늘 꼬이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그야말로 최악의 사건이 일어났단다. 천두만의 딸이 돈을 조금이라도 더 모으려고 새벽까지 일하다가 집에 오는 길에 그만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고 만 거야. 소설 속 인물이긴 하지만 너무 가슴 아픈 사연이구나. 조정래 작가님, 너무 하셨어요. 충격을 받은 천두만은 날마다 술에 취해 세상을 욕하고 분노했어. 그리고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며 죽고 싶다고 울었단다. 그를 옆에서 지켜보던 전도사 김진홍이라는 사람이 잘 설득하여 남은 식구들, 특이 남은 아이들을 위해 다시 일자리를 찾아나서게 되었단다.

….

유일표의 친구 허진의 이야기를 해주어야겠구나. 허진은 회사에 입사한 이후에 꿈이 명확했단다. 이 회사에서 성공을 하겠다는 것그는 회사에 목숨 건 사람처럼 일해서 한 단계 한 단계 잘 밟아 올라가고 있었단다. 고등학교 때 그렇게 힘들게 일하던 허진이었으니 그가 성공에 대한 야망은 이해가 가는구나.

….

당시 박정희 정권은 유신헌법을 선포하고 계엄령을 발표했단다. 유신헌법이라는 것은 대통령을 국민들이 직접 뽑는 것이 아니고, 몇몇 선거인단이 대신 뽑는 것이 기본 골조란다. 체육관 선거라고도 했어. 그렇게 헌법을 바꿔 박정희는 평생 대통령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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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그래, 말 잘했다. 이번 사태는 그 누구보다도 대학생들이 그 흑심과 악영향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해. 신문에 보도된 왈 유신헌법이라는 것을 빨간 줄 쳐가면서 조목조목 따져봤는데, 그건 한마디로 법이 아니야. 아까 말한 대로 대통령을 임금으로 바꾼 건데, 이북에서 김일성이 혼자 출마해서 당선되는 것처럼 이쪽도 똑 같은 수법을 만들어냈어. 세상에 소가 웃을 일이지, 달에 사람이 오가는 20세기에 이 무슨 졸렬하고 유치한 만행이냐. , 내가 법을 공부한다는 것에 절망하고 환멸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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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수업도 중단되어 김선진은 일찍 방학을 했단다. 형 김선오가 찾아와서 김선진에게 고향에 내려가 있으라고 했어. 어머니도 보살펴드리면서 말이야. 아무래도 동생이 시위를 할까 봐 김선오가 미리 선수 친 것 같구나.

….

독일에서 일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배상집이라는 사람 기억나지? 그 사람은 열심히 공부해서 결국 경제학 박사학위를 준비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어느날 후배가 찾아 와서

함께 동베를린에 가자고 했어. 당시 독일은 서독과 동독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베를린도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으로 나뉘어져 있어 그것을 구분한 장벽이 있었는데 이는 냉전 시대의 하나의 상징이었어. 그러니까 동베를린은 공산주의 동독의 수도인데 그것으로 가자고 했으니 배상집은 거절했지. 자신의 성공에 방해가 요소가 될 것이 뻔하니까. 후배는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설득했지만 배상집을 끝내 거절했단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후배의 배후에 정부가 있었고, 배상집의 사상 검증을 위해 떠봤던 것이었어. 배상집의 입장에서 큰일날 뻔한 일이었어. 간호사들도 여전히 힘들게 일하고 있었어.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기 위해 주말도 쉬지 않고 일했어. 그러다가 탈이 나는 사람도 있었는데,  

김광자의 친구 정남희라는 사람도 아픈 몸을 이끌고 계속 일을 했어. 아스피린만 먹으면서 참고 일했는데, 결국 야근하다가 쓰러져 죽고 말았단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은 소설 속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고 실제에서도 있던 사건이었을 거야. 참 슬픈 역사로구나.

다시 국내 사정을 이야기해줄게. 유신헌법과 계엄령이 발표되고 나서 야당정치인들을 뇌물수수사건으로 대거 체포했단다. 조작 사건이었지. 야당 강성 국회의원이었던 한인곤도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당해 정신을 잃기도 했어. 하지만 그는 끝내 결백을 주장했단다. 그의 옛친구이자 지금은 여당 거물급 인사가 된 남재구가 찾아와서 회유했어. 하지만 한인곤은 배신자의 말을 듣지 않았지. 유신헌법에는 대통령이 국회의원의 1/3을 선임할 수 있는 말도 안되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졌단다. 그러니 야당은 더욱 힘을 쓸 수 없게 되었지. 대기업 사장 박부길의 아들인 박준서도 그렇게 유정회 국회의원이 되었단다. 박준서의 친구이자 매제인 원병균그동안 4.19 정신을 잃어가는 박준서에 대해 원망을 하긴 했지만, 그가 유정희 국회의원이 된다는 것은 원망을 넘어 큰 배신감을 받았어. 박준서를 만나 친구로써 따져보았지만, 아버지의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핑계만 들을 수 있었단다.

이상재는 기자로 포항제철 박태준 사장을 취재할 수 있었어. 이 부분은 상당히 많은 지면에서 다루었단다. 당시 포항제철은 우리나라에서 할 수 없다던 제철소의 성공신화를 썼고 그 중심에는 박태준 사장이 있었다는 것이 취재의 핵심이야. 조정래 작가님은 어린이들을 위한 위인전을 몇 편 쓰신 적이 있는데, 그 중에 박태준도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박태준을 높이 평가했던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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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308)

저에 대한 것은 과찬입니다. 저는 별로 한 일이 없습니다. 오늘의 포철이 이룩된 것은 임직원 여러분들과 공사에 참여한 수많은 분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피땀을 흘려 쌓아올린 공입니다. 다시 말해 공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피와 땀의 결정체입니다. 이 말은 후판공장에서 첫 생산된 두루마리 후판 몸체에 제가 쓴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포철 준공을 기적이라고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포철의 성공을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계를 비롯해서 재계, 언론계까지 포철은 실패할 거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그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 후발국들은 종합제철 건설에 거듭 실패하고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나라가 브라질과 터키입니다. 특히 브라질은 나라가 굉장히 크고 천연자원이 풍부한데도 실패했는데 우리나라는 별다른 자원도 없으니 더 어렵지 않으냐 하는 생각들이었습니다. 성심을 다한 사람의 힘은 하늘도 움직인다는 말을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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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재는 결혼을 했지만, 여전히 허미경에 대해 잊지 못하고 있단다. 허미경이 버림을 받아 혼자 된 뒤로는 그 마음이 더 커져갔어. 툭하면 허미경의 양품점을 찾아오곤 했어.

….

유일민은 임채옥이 준 돈으로 다시 사업을 준비했어. 당시 각광을 받고 있는 플라스틱 용기 사업을 하였는데, 이것이 잘되어 회사 규모도 조금씩 커져갔어. 여동생 유선희도 그 회사에서 경리를 보며 함께 일했어. 유일민과 유일표의 걱정거리 중에 하나가 동생 유선희가 결혼을 안 하는 것이야. 하지만, 유선희도 오빠들과 마찬가지 이유로 결혼을 안하고 있었단다. 아버지가 내려온다면 자신의 시댁까지 고초를 당하게 될 테니 말이야. 유일민의 어머니 해촌댁의 건강이 갑자기 악화되면서 결국 돌아가셨단다. 해촌댁의 유언은 아버지를 원망하지 말라는 것이었어. 남편과 헤어지고 언젠가는 만날 것이라고 희망을 가지면서도 겉으로는 이야기를 못하고 가슴에만 품은 채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으니 유일민의 어머니는 그 한으로 온몸이 가득 차지 않았을까 싶구나.

7권의 이야기는 대충 여기까지란다.

7권에서 계엄령에 대한 내용도 나오는데 이런 역사 대하 소설에서나 나오는 계엄령과 내란이 오늘날에도 벌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으면서도 아직도 그 내란 세력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구나. 그들이 행한 행태를 보고서도 지지를 하겠다니 이게 말이 되냐 말이야. 내란 세력에 사법부도 포함되어 있다니, 정말 충격적이고대선이 제대로 진행될 지 걱정이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강꼬꾸노 조세이와 야스리가리다.(한국 여자는 싸다니까.)”

책의 끝 문장: 유선희는 그제서야 집안일을 맡게 되었을 때처럼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10월유신’이란 지금까지 있어 온 군부독재가 더욱 강화된 것이 아니었다. 그건 죽을 때까지 권좌를 보장하는 임금의 탄생이었다. 그건 정치제도 중에서 가장 추악한 봉건제도의 부활이었고, 몇백 년의 뒷걸음질이었다.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이승만 독재를 비판하고, 소외되고 고통받는 민중의 편에 설 것을 역설하며 후배들을 이끌었던 신 선배는 그때와 정반대의 배를 바꿔 타고 있었다. - P239

"사실 인생이란 게 별게 아니긴 한데 고비고비 잘 풀리지 않으면 그것 참 팍팍한 모래밭인 거라. 죽고 나면 다 헛것인데 산 목숨 하루하루는 심각하고 절실하니까 최선을 다해 노력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숱한 사람들이 인생에 대해 제 나름으로 많은 말들을 했는데 정작 정답은 없는 게 인생이거든. 사는 것, 그것에 열중할 수밖에 없어."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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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배우다
전영애 지음, 황규백 그림 / 청림출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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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는 유튜브를 통해 즐겨보는 EBS <건축탐구 집>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단다. 그 중에 특히 시골에 지은 집이 나올 때 유심히 보곤 한단다. 나이가 들다 보니 그런 시골살이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 생긴 것 같아. 어느날 아주 작은 시골 집에서 생활하는 인상 너그러운 할머니의 영상을 보게 되었어. 처음에는 시골의 여느 할머니라고 생각했는데, 반전의 반전집에 잔뜩 쌓여 있는 책들. 독문학 일인자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경력에, 괴테의 모든 책을 번역하셔서 괴테 할머니라는 별명을 갖고 계신 전영애라는 분이었단다. 2011년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이자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괴테 금메달이라는 상을 수상하였다고 하는구나.

그가 번역한 책들을 조회해 보니, 아빠가 읽은 책들도 두어 권 있더구나. 아빠가 번역가들을 유심히 보지 않은 죄가 크구나. ^^ 가끔씩 그 분의 유튜브를 보면서 배우고 힐링하고 그랬단다. 몇 달 전에 책도 출간하셔서 책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빠 친구 중에 한 명이 전영애 님의 <인생을 배우다>라는 추천해 주었단다. 이 책은 최근에 출간된 것은 아니고 십여 년 전에 출간된 책이었단다. 전영애 님의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차에, 친구가 추천해주니 반갑기도 해서 얼른 읽어보았단다. 겉보기와 다르게 참 치열한 삶을 살아오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그리고 평생 공부를 하신 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 마치 공부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단다. 자신의 공부에 열중하면서도 서울과 독일을 오가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등 후학 양성에도 무척 힘을 쓰셨더구나. 일분 일초를 허투루 쓰지 않으셨는데, 그가 소원하는 후회하지 않은 삶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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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작가 헤벨이 주는 정답은 이렇다. 천사가 당신에게 나타나 세 가지 소원을 물어줄 경우 답해야 할 첫째 소원은,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할지 알 수 있는 지혜를 달라는 것. 둘째 소원은 무얼 빌어야 할지 물어서 알게 된 그 소원을 비는 것. 마지막으로 빌어야 할 세 번째 소원이 중요한데, 바로 후회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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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일과 서울을 오가면서 공부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정작 자신의 아이들은 뒷전이라고 했어. 그래도 다행히 아이들이 알아서 잘 큰 것 같다고 했단다. 그렇게 공부만 엄마를 보면서 자란 아이들이 잘못된 길을 가긴 쉽지 않겠지. 유전자도 물려받았다면 더욱 엄마를 닮지 않았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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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어두운 밤 지쳐서 집으로 돌아올 때 불 켜진 딸의 방을 쳐다보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안에 정말로 따뜻하고 아름답게 피어 있구나, 작은 한 송이 지혜의 꽃이. 세상의 비바람 속에서도 견뎌야 할 텐데. (어미가 일하며 힘든 모습을 너무 많이 보인 탓인지 딸은 용돈을 달라고 떼를 써야 할 나이에도 용돈은커녕 학교에 내는 돈조차 안 받으려 들었다. 훗날 장학금 주며 데려가 공부 잘 시켜준 좋은 학교를 잘 마쳤다.)

만년필을 잡으면 글을 쓰지 않아도 손이 따듯하다. 만년필을 놓고 스탠드 불빛 앞에서 손을 펴본다.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주먹을 가만히 쥐었다가 다시 펴면, 내 손안에서 꽃 한 송이가 피어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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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전영애 님은 아이들을 혼자 키운다는 생각을 갖지 않았대. 이웃들, 주변 사람들과 함께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는구나. 우리와 같은 아파트 생활은 쉽지 않은 생활인 것 같구나. 아니다, 요즘은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그런 생활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웃들과 웬만큼 친하지 않고는 말이야. 그래도 아빠가 어렸을 때 시골에서 살아서 그런지 집 문은 늘 열려 있었고, 이웃에 일이 있으면 서로 아이들도 봐주고 음식도 전해주고 그랬던 같구나. 책을 읽을 때는 전영애 님의 육아 방식이 남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아빠도 어렸을 때 그런 생활을 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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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아이를 나 혼자 기른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어차피 세상에서 살 것이기도 하지만 당장 있으나마나한 어미 대신, 주변 사람들이 내 아이를 한번이라도 아끼는 눈길로 보아주길 바랐다. 나도 이웃아이들에게 그렇게 했다. 늘 문이 열려 있다 보니 가끔씩은, 냉장고 안에는 이웃이 넣어두고 간 김치나 다른 반찬이 들어 있기도 했다. 헌 신발이나 옷가지가 현관문 안에 놓여 있기도 했다. 얼마나 고마웠던지. 내 아이들이 어디선가, 아프거나 슬퍼서 어쩔 줄 모르고 있을 때, 그 분들이 왜 그러느냐고 물어주셨을 것이다. 내 아이들은, 절절 매며 시간을 쪼개 쓴 어미가 아니라, 그 분들이 키워주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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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이야 우리나라 문화가 다른 나라에 많이 알려져 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잖아. 전영애 님은 어떤 상을 받았는데 그 상금으로 독특한 일을 하셨단다. 독일 도나우 강변에 한옥을 짓는 것이었어. 한옥의 자재를 독일에서 구할 수 없으니 한국에서 자재들을 조달하여 독일에서 재조립하는 방식으로 한옥을 지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한옥의 이름을 시인의 집이라고 짓고 다른 문인들이 와서 머물다 갈 수 있게 했다는구나. 자재를 독일로 공수하고 그곳에서 조립하는 일이 얼마나 번거로운 일일까? 아빠 같았으면 생각이 있었어도 그런 번거로움 때문에 실천하지 못했을 텐데 말이야.

자신의 제자들 이야기도 해주었는데, 그 스승에 그 제자들인 것 같더구나. 전영애 님은 스승으로 제자들에게 가르치기만 한 것이 아니고, 제자들의 삶을 통해 자신도 배우는 자세를 보여주었단다. 자신의 자세의 낮추는 모습도 보기 좋았단다. 독일의 여러 문인들과 만남도 이야기를 주었는데, 특히 라이너 쿤체라는 시인과는 각별한 관계였다는구나. 독일에서 전영애 님의 시집을 내주기도 했대.

독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에서 오랫동안 독문학을 가르치셨어.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함께 책을 읽고 공부하기 위해 집을 지었다고 하는구나. 경기도 여주에 여백서원이라는 집을 지으셨는데, 그 여백서원이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건축탐구 집>에 소개된 집이란다. 책을 읽고 그 프로그램을 다시 한번 보니, 괴테 할머니는 정말 존경하실 만한 분이구나. 여백서원이 3200평인데, 대부분이 손님들과 책들의 공간이고 자신은 1평도 안 되는 방에서 지내면서 내내 행복한 표정을 갖고 계셨어. 책을 바라보는 표정은 더욱 그래도 전영애 님은 문학과 빼고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지. 전영애 님께서 생각하는 문학을 이야기해주었는데, 결국 사람과 연결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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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252)

나는 지금까지 글을 읽어오면서 문학이란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남기고, 전하고, 읽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글에는 사람이 담긴다. 현실에서는 일일이 다 만나낼 수 없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일, 사람들의 속마음까지 속속들이 만나보는 일은 세상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의 갈피를 헤아리고 배려하는 것은 아마도 함께 살아가면서 가능 필요한 일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글을 배우고 읽는 궁극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가장 힘들여 남기고, 전하고, 읽는 것은 아마도 바른 삶이어야 할 것이다. 글 읽는 시간이란 것도 궁극적으로 바른 삶을 생각하는 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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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애 님께서 최근에 출간한 책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그토록 따뜻한 분들을 처음 만났던 건, 괴테 탄생 250주년이던 해 여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기념 확회에서였다.

책의 끝 문장: 향기롭기까지 할 리야 없지만, 내 자신에게 혹시 어떤 양질(良質)의 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다스려온 긴 기다림, 견뎌온 어둠의 덕인 것 같다.



세상의 일은 다 어렵다. 그런데 같은 일을 하면서, 이를테면 내가 죽지 못해서 이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제 일인걸요" 하면서 성실히 임하는 것은 많이 다를 것이다. 일의 성과도 다르겠지만 무엇보다 일하는 사람의 삶의 질이 다를 겁니다.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감사함으로 하는 것이 지금 주어진 일을 감당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 P35

아이들은 아이들일 때 놀아야 한다. 놀아야 몸도 마음도 튼튼해지고 주위를 살피며 세상 이치도 깨닫고, 무엇보다 심심해서 이것저것 해보는 가운데 진정한 창의력이, 생각이 자란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아이 때 아이노릇 잘 해야 학생 때 학생노릇 잘 하고 어른 때 어른 노릇 잘 하는 건 자명한 이치이다. 아이 때는 공부하고, 어른 되어서는 남의 눈치나 보며 그저 놀고 싶어 하고, 저밖에 모르는 사람들로 세상이 가득 차면 어떻게 되겠는가. - P40

공부하느라 고생이 막심한 어미를 일찍부터 보아온 탓에 어려서부터 공부는 절대로 열심히 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거의 좌우명 삼고 산 것 같다. 그러나 자기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든 한도 끝도 없이 했다. 그러고 보면 어떤 점에서는 어미로부터 그리 멀리 가지도 않은 것 같다. 온 식구가 그렇다. 다들 가끔씩 만나면 매우 반가워하는 그런 사이가 일찍부터 되어버렸다. - P57

남의 살을 세세히 알 수야 없다. 그러므로 남들은 대체로 편안하거나 그저 그만한 것 같고 나 혼자만 이런 수렁에 빠져 있는 것 같은 오해, 어쩌면 그런 오해를 기반으로 우리는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한 구절을 대할 때 다시 생생하게 되살아나 내 눈 앞을 스쳐가는 삶의 굽이굽이들. 그걸 지나고 살아남아 있다는 것이 고마울 뿐이다. - P139

어딘가에서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눴고, 어딘가에서는 무얼 읽었고, 또 어딘가에서는 뭔가 간절한 생각을 했고, 그런 이유로 소중해진 곳들이 어느새 다 내 자리가 되어 있다. 푸코의 말마따나 이 세상에서 자리 하나 만드는 일은 우리 시대의 개인에게 중요한 과제가 되어 있는데 ‘나는 참 부자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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