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 이겨놓고 싸우는 인생의 지혜 ㅣ 현대지성 클래식 69
손무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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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너무 유명한 <손자병법> 그것도 완역본을 이야기해줄게. 아빠가 <손자병법>은 오래 전에 정비석의 소설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구나. 이번에 <손자병법>을 다시 읽으면서 예전에 쓴 독후감을 찾아보았는데, 소설 <손자병법>이 네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3권까지는 소설이고, 마지막 4권은 손자병법의 해설 편으로 손자병법의 원본과 내용을 설명해주는 내용이었단다. 그 독후감을 다시 읽고 나서야, 아빠가 소설이 아닌 <손자병법>을 이미 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하기야 20년도 더 되었으니 기억을 못할 법도 하지. 어쩐지 이번에 <손자병법>을 읽으면서 어디선가 읽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그건 <손자병법>이 너무나 유명해서 여러 책들에서 인용되고, 아빠가 읽은 소설 <손자병법>의 영향 때문인지 알았단다. 읽은 지 20년이 되었으니 다시 한번 읽어봐도 나쁜지 않은 거지. 20년 전의 아빠와 지금의 아빠는 다를 테니 말이야.

<손자병법>의 지은이 손자는 기원전 545년경에 태어나서 기원전 470년경에 죽은 사람이란다. 제나라 출신으로`오나라로 건너가 병법을 집필했다고 하는구나. 손자의 본명은 손무라고 알려져 있어. <손자병법>은 6천자의 한자로 되어 있대. 그런데 한자라는 것이 한 자 한 자에 뜻이 있다 보니, 6천자가 그리 적다고 볼 수는 없겠구나. 처음 <손자병법>을 쓴 이유는 전쟁에서 이기는 계책에 대해 쓴 것이지만, 오늘날에는 많은 리더들과 사업가들이 비즈니스나 투자를 할 때도 <손자병법>을 응용한다고 하더구나.

 

1.

<손자병법>는 36가지 계책을 소개하는데 결국 핵심 주제는 한 가지란다. 전쟁을 안 하면 가장 좋지만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한다면 이겨 놓고 싸우라는 것이야. 이길 전쟁을 다 설계해 놓고 확인하는 과정이 전쟁이라는 거지… 오늘날 MBTI로 봤을 때 손자는 완벽한 J일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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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따라서 용병의 최고 책략은 전쟁을 하지 않고 모략으로써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그다음은 적의 외교 동맹을 와해시켜 고립시키는 것이고, 다음은 무력으로써 승리를 거머쥐는 것이다. 적의 성을 격파하는 공성은 최악의 책략으로, 다른 선택이 없을 때 부득이하게 취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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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찮게 이 책을 읽을 즈음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침공하여 전쟁이 한창일 때였단다. 특별한 명분도 없는 무모한 전쟁을 일으켜서 군인과 무고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고,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놓고 있단다. 이 전쟁을 일으킨 무식한 두 늙은이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손자병법>을 읽어 본 적이 없는 것이 확실할 것 같구나. 미친 두 늙은이가 일으킨 이번 전쟁은 <손자병법>에 나오는 계책과 맞아 들어가는 것은 하나도 없어 보인단다. 전쟁을 하기 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운 후에 진행해야 하는데 이번 전쟁은 미친 두 늙은이의 섣부른 판단으로 시작한 것으로 보이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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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치밀한 묘산(廟算)으로 유리한 조건과 불리한 조건을 충분히 평가하면 전쟁에서 승리하고, 반대로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묘산을 충분히 진행하지 않으면 실패한다. 계획(계산)이 치밀하면 승리할 수 있고, 계획이 치밀하지 못하면 실패할 것이다. 그럴진대 계획이 전혀 없다면 어떠하겠는가? 이러한 관찰에 근거하여 누가 승리하고 누가 패할 것인가를 명백히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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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철저한 계획하에 전쟁을 하게 되면 단기간에 승리를 거두어야 한다고 했어. 전쟁을 오래 끌면 득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전쟁에서 이긴다고 해도 막심한 피해를 입게 될 뿐이야.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 이것은 <손자병법>이 쓰여진 이후 오랜 역사에서 일어난 전쟁에서 이미 겪은 일이구나. 이번 두 미친 늙은이가 일으킨 전쟁도 길어질 것 같더구나. 이미 3주가 지났으니 현대전 치고는 결코 짧은 기간은 아닌 것 같구나. 이번 전쟁은 미국 전쟁과 전세계 경제에 막심한 영향을 주고 있으니 말이야. 생각하면 할수록 두 미친 늙은이가 노망이 든 것 같구나.

….

앞서 이야기했듯이 <손자병법>은 전쟁뿐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즈니스나 투자에도 응용된다고 하는데 인간 관계에도 적용되는 여러 내용이 있단다. 상사의 불합리한 지시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하더구나.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지난 정권의 불법적인 계엄령에 항거했던 군인들이 생각나더구나. 이것은 전쟁에도 필요한 군인들의 정신이 아닐까 싶구나. 이스라엘과 미국의 두 미친 늙은이가 전쟁을 하라고 명령을 내려도 이것이 불합리한 명령이라고 생각했다면 따르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야. 지도자의 무식하고 어리석은 결정은 죄 없는 많은 사람들이 죽는데, 그 명령을 그대로 따르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딱 짚어 이야기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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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손자병법>은 말한다. “때로는 군주의 불합리한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을 줄도 알아야 한다. 이는 지휘관의 뜻을 무조건 꺾으라는 것이 아니다. 전쟁터에서 지휘관에게 항명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다. 반드시 형세에 대한 통찰과 대의를 위한 희생정신이 전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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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은 적군뿐만 아니라 아군의 희생도 감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신중하게 결정할 사항이란다. 이번 두 미친 늙은이들처럼 손바닥 뒤집듯이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는 거야. 손자병법에 일시적 분노를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번 두 미친 늙은이들은 자신들의 범죄를 덮기 위해서,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하고 전쟁을 일으킨 것으로 보이더구나. 그들에게 줄 것은 욕밖에 없구나. 전쟁에 ‘전’도 모르는 미친 두 늙은이들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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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

군주는 일시적 분노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되고, 장수는 일시적 원한으로 전쟁에 나가서는 안 된다. 국가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면 비로소 군대를 움직이고, 국가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군대를 움직이고, 국가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군대를 움직여서는 안 된다. 분노는 희열로 전화할 수 있고, 원한도 기쁨으로 전화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는 멸망하면 되돌릴 수 없고, 사람의 목숨은 더더욱 되살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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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책 부록에 나와 있는 <손자병법> 삼십육계를 적어보고  오늘 독서 편지를 마무리를 하련다. 삼십육계의 마지막 주위상계(走爲上計),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라는 작전도 있다는 것이 때론 위안이 되는 경우가 많더구나. 무슨 일을 하더라도 무작정 달려들지만 말고 가끔은 달아나도 나쁘지 않다는 것은 살을 살아가는 좋은 교훈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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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천과해(瞞天過海)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넌다.

2. 위위구조(圍魏救趙) 위를 포위하여 조를 구하다.

3. 차도살인(借刀殺人) 칼을 빌려 적을 죽이다.

4. 이일대로(以逸待勞) 편안하게 휴식하며 피곤에 지친 적에 맞서다.

5. 진화타겁(趁火打劫) 불난 틈에 도둑질하다.

6.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에서 소리치고 서쪽을 치다

7. 무중생유(無中生有)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다

8. 암도진창(暗渡陳倉) 은밀히 진창을 건너다

9. 격안관화(隔岸觀火)  기슭을 사이에 두고 강 건너 불을 지켜보다

10. 소리장도(笑裏藏刀) 웃음 속에 칼을 품다

11. 이대도강(李代桃畺)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 대신 말라 죽다

12. 순수견양(順手牽羊) 기회를 맞아 양을 훔치다

13. 타초경사(打草驚蛇) 풀을 쳐 뱀을 놀라게 하다

14. 차시환혼(借尸還魂) 시체를 빌려 혼을 되돌리다

15. 조호리산(調虎離山) 호랑이를 다루어 산을 떠나게 하다

16. 욕금고종(欲擒故縱) 사로잡고자 잠시 놓아주다

17. 포전인옥(抛塼引玉) 벽돌을 던져 구슬을 얻다

18. 금적금왕(擒賊擒王) 적을 잡으려면 왕부터 잡아라

19. 부저추신(釜低抽薪) 가마솥 밑에서 장작을 빼다

20. 혼수모어(混水摸魚) 물을 휘저어 고기를 잡다

21. 금선탈각(金蟬脫殼) 매미가 허물을 벗다

22. 관문착적(關門捉賊) 문을 닫아걸고 도적을 잡다

23. 원교근공(遠交近攻) 먼 나라와 손잡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하다

24. 가도멸괵(假途滅虢) 길을 빌려 곽나라를 정복하다

25. 투량환주(偸梁換柱) 대들보를 훔쳐 기둥으로 바꾸다

26. 지상매괴(指桑罵槐) 뽕나무를 가리키며 회화나무를 꾸짖다

27. 가치부전(假痴不癲) 바보 행세를 하되 미치지는 말라

28. 상옥추제(上屋抽梯) 지붕에 올려놓고 사다리를 치우다

29. 수상개화(樹上開花) 나무 위에 꽃을 피우다

30. 반객위주(反客爲主) 손님이 도리어 주인이 되다

31. 미인계(美人計) 미인으로 상대를 교란해 파멸시키다

32. 공성계(空城計) 성을 말끔히 비우다

33. 반간계(反間計) 적의 첩자를 이용하다

34. 고육계(苦肉計) 제 몸 상해가며 계책을 꾸미다

35. 연환계(連環計) 사슬을 엮듯 여러 계책을 결합하다

36. 주위상계(走爲上計)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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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기원전 5세기에 세계는 새로운 변혁의 진통을 겪고 있었다.

책의 끝 문장: 역사 속에서 펼쳐진 97가지 이야기로 만나는 손자의 지혜는, 삶의 전장에서 우리를 지켜주고 위기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나아가게 하는 든든한 무기이자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맹자는 왕도(王道)와 패도(覇道)를 구별한다. 패도는 인의를 저버리고 힘으로 다스리는 방식이며, 왕도는 덕으로 다스리는 방식이다. 패도를 유지하려면 강력한 무력과 그 바탕이 되는 넓은 영토가 필요하지만, 왕도는 소국에서도 충분히 펼칠 수 있다. 성탕의 영토는70리 남짓에 불과했으나 능히 왕도를 구현해냈다. 이처럼 왕도는 왕자라는 지위에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왕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애써 갖춰야 할 자격이었다. - P35

이처럼 대군을 동원하는 전쟁은 반드시 단기간에 속승(速勝)을 거두어야 한다. 전쟁을 오래 끌면 병사는 피로해지고, 날카로운 기세는 꺾이기 마련이다. 성을 공격하는 공성에는 군사력의 손실이 따르며, 장기간의 출정은 국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준다. 만약 병사들이 오랜 전쟁으로 피로해지고 예기가 꺾이며, 군사력이 소모되고 재정까지 고갈되면 주변 국가들이 기회를 노려 군사를 일으킨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지모가 출중한 자라도 이 위난을 해결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용병 전쟁은 마땅히 신속한 승리를 추구해야 하며, 계책이 교묘한가 졸렬한가를 따지지 않는다. 오래 지속되는 전쟁이 국가에 이로웠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러므로 용병의 폐해를 모두 알지 못하는 자는 그 이로움 또한 온전히 알 수 없다. - P56

따라서 용병의 최고 책략은 전쟁을 하지 않고 모략으로써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그다음은 적의 외교 동맹을 와해시켜 고립시키는 것이고, 다음은 무력으로써 승리를 거머쥐는 것이다. 적의 성을 격파하는 공성은 최악의 책략으로, 다른 선택이 없을 때 부득이하게 취하는 방식이다. - P82

‘형’과 ‘세’를 비교해보면 개념이 한층 선명해진다. 철학적 관점으로 보면 ‘형’은 사물의 외적 현상이자 구체적 상황으로 실재하는 반면, ‘세’는 사물의 성향으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요소다. 군사적으로는 ‘형’이 작전 형량의 본체(本體), ‘세’는 그 작용에 해당한다. ‘형’은 군대의 병력과 장비 같은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역량으로, 비교적 고정되어 단기간에 변하지 않으며 수치로 측정할 수 있다. 반면 ‘세’는 ‘형’을 토대로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발휘되며, 지형, 기후, 보급 상황, 군의 사기, 작전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지는 가변적이고 비가시적인 역량이다. 따라서 수시로 변하며 수치화하기 어렵다. - P128

그러므로 분석을 통해 적의 계획이 가진 득실과 강약을 가늠하고, 자극을 주어 행동 방식을 살필 수 있다. 또 아군의 거짓된 모습을 일부러 드러내어 적의 강점과 약점을 드러나게 하고, 시험적인 공격으로 병력 배치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기만책을 극도로 능숙하게 구사하면 아군의 실체는 흔적조차 감출 수 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아무리 깊숙이 숨어든 간자(間者)일지라도 나의 허실을 알아낼 수 없고, 아무리 지모가 출중한 적장일지라도 나의 계책에 대응할 수 없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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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뜻을 품은 자여, 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가 - 정약용편 ㅣ 세계철학전집 3
정약용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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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오랜만에 정약용에 관한 책을 이야기할게. 정약용은 여러 번 이야기한 것처럼, 아빠가 좋아하는 또는 존경하는 위인 중에 세 손가락에 꼽을 만한 위인이란다. 그의 저서들도 여럿 읽어보고, 정약용을 다룬 교양서와 소설들도 여럿 읽어보았어. 안타까운 것은 아빠의 저질 기억력으로 그 내용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 한다는 사실. 그래서 늘 새롭고 늘 감탄하면서 읽곤 한단다.

오늘 이야기할 책은 책 표지가 독특해서 눈이 간 책이란다. 알고 보니 세계적인 철학자들의 글들을 엮은 시리즈 중에 하나더구나. 세계철학전집 시리즈의 3권이 <정약용 편>이었어. 책의 지은이는 정약용으로 되어 있지만, 정약용의 글보다 엮은이 이근오 님의 생각이 더 많이 실려 있는 것 같구나. 정약용의 글들을 발췌하고 그 글들에 숨어 있는 뜻과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 도움이 되는 글들을 소개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빠는 정약용 님의 글들만 실려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책을 펼쳤는데, 그렇지 않아 다소 아쉬웠단다. 마치 순금 반지인 줄 알았는데, 24K 반지란 걸 뒤늦게 알게 된 느낌? 그래도 이 책에 좋은 내용들이 많이 있어서 아빠가 여기저기 발췌를 많이 해 두었단다. 아빠가 그 전에도 정약용에 관한 책들을 그래도 꽤 읽어서인지 어디선가 본 내용들인 것 같았어. 아빠가 저질 기억력이긴 하지만, 그래도 읽다 보면 가라 앉아 있던 기억력이 떠오를 때도 있거든.

 

1.

이 책은 얇아서 금방 읽을 수 있지만, 정약용의 가르침은 가슴 속 깊이 스며드는 느낌이란다. 오늘은 아빠가 발췌한 내용 일부를 소개하는 것으로 독서편지를 대신 할게. 아래 문구들은 얼마 전 내란을 일으킨 무능한 이를 이야기하는 것 같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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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정약용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는 마땅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이 있고, 물러나야 할 자리가 있다. 벼슬이 아무리 높아도 그릇에 맞지 않으면 오히려 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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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7)

정약용은 <다산시문집>에서 이렇게 말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신중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주 자신을 과소평가라고, 스스로를 업신여긴다. 그래서 말이 막 나가거나, 아무렇게나 사람을 칭찬하거나 헐뜯고, 생각 없이 억누르거나 부추기면서, 결국 그로 인해 사람의 명예와 이익이 크게 엇갈리게 되는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지위를 허락하면 그 책임은 나 혼자만 질 수 있지만, 오히려 자격 있는 사람을 배척하면 그 해악은 결국 다른 이들에게까지 번지게 된다. 더구나 은혜와 원한은 한마디 말에서 생기기도 하고, 재앙과 복도 때로는 단 한 글자의 문장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그러니 사리에 밝은 선비라면 이 점을 깊이 새기고 늘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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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지만 하기 어려운 것.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 너희들에게도 아빠가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 정약용도 그런 이야기를 해 주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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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정약용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다산에서 연못을 파고 대를 쌓으며 밭농사에 마음을 다한 것은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디 내가 그 일을 좋아해서였다. 진정으로 좋아한다면 ‘내 것’, ‘네 것’의 구분은 없다.”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그 일을 남에게 미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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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가끔 말실수를 하고 나서 한참 후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경계하라는 말씀도 있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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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99)

정약용도 이렇게 말했다. “혀 때문에 죽고, 혀 때문에 살며, 혀끝에서 싸움이 일어나 소리도, 자취도 사라진다. 이 모든 것은 ‘말이 절제되지 않음’에서 비롯된 것이니, 아주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지워지지 않고 되풀이되어 온 잘못이다. 입은 재앙의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말은 칼보다 날카롭다고도 한다. 칼은 상처를 내도 시간이 지나면 흉터로 아물 수 있지만, 말로 인한 상처는 보이지 않아 더 오래 간다. 그래서 말은 마음을 전하는 도구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무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진심을 담았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내가 옳다는 확신만으로 말의 칼날을 휘두를 때가 많다. 그러나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날카롭게 내뱉는 순간 진실은 전달되지 않고, 상처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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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허물은 있을 수 있어. 하지만 그 허물을 숨기는 사람이 아닌 고칠 수 있어야 한다. 허물을 고치는 사람은 허물이 없는 사람과 같다는 말은 가슴에 깊이 새겨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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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그래서 정약용은 “허물을 고치는 자는 허물이 없는 사람과 같다”고 말한 것이다. 누구나 허물을 고칠 수는 있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실제로 행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요한 건 넘어졌는지가 아니라, 다시 일어났는가 이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고쳐나가는 태도, 그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그러니 두려워 말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담담히 고쳐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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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잡념을 대하는 자세를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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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정약용은 말했다. “잡념이 생기면 휘저어 보내라. 다시 떠오르면 또 휘저어 보내라. 그래도 떠나지 않으면 억지로 쫓지 말고, 그냥 두어라. 그것이 곧 다스림이다.”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잡념이 전혀 없는 상태가 아니라, 떠오르는 생각을 억누르지 않고 흘려 보내거나 그대로 둘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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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 오늘 수업 끝^^

 

PS,

책의 첫 문장: 다산 정약용은 마흔의 나이에 큰 잘못 없이 종교 문제와 정치적 이유로 유배를 당했습니다.

책의 끝 문장: 그러니, 유독 잡념이 많다면 조금 힘 빼고 살길 바란다.

 




그래서 정약용은 이렇게 말했다. "좋은 품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갈고닦아야 하고, 의로운 기상은 언제나 얼굴에 드러난다." 그렇다. 손톱을 보면 그 사람의 청결함이 드러나고, 체형을 보면 그 사람의 생활 패턴이 드러나고, 성격은 얼굴에서 드러나게 되어 있다. 이처럼 작은 습관과 태도 속에서 사람의 깊이가 드러나는 법이다. - P21

정약용은 이렇게 말했다. "요즘 화가들이 그리는 용은 마치 귀신 그림 같아서, 머리는 무섭고 꼬리는 뱀처럼 묘사된다. 그런데도 용을 실제로 본 사람이 드물다 보니 사람들은 그럴 듯 하다고 믿어버린다. 그렇게 사람들은 진실을 보지 못하고, 허망한 이미지에 쉽게 현혹된다. 하지만 청나라 화가 정공이라는 사람은 그런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진짜 용의 모습을 그리고자 애썼다. 비늘 하나, 눈동자 하나까지도 생생하게 묘사한 그의 그림은 마치 금방이라도 하늘로 솟구칠 것처럼 느껴졌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보다 밀실에서 조용히 그려야 할 정도로 귀했다. 그림이란 작은 기예일 뿐이지만, 그 곳에 진실과 정신이 담겨 있다면 세상을 바르게 표현할 수 있지 않겠는가." - P24

정약용은 이렇게 말했다. "자연은 모든 것이 제때를 만나 기쁨을 누리는데, 나만은 어쩐지 앞이 막막하게 느껴진다. 나는 대체 무엇을 기다리며 이렇게 멈춰 있는가? 물질적 욕심이나 세상의 기준을 벗지 못한다면, 어찌 뜻을 크게 품고 분발할 수 있겠는가. 백 년 인생 안에서 뜻을 펼치지 못하고, 이 몸 하나도 내 뜻대로 할 수 없는데, 결국 자신을 잘 다스리는 것이 곧 세상을 다스리는 일이다. 그러니 함부로 남을 탓하기만 할 수 있겠는가." 정말 그렇다. 성장하는 사람은 탓하는 대신, 자신의 태도와 삶을 먼저 다스린다. - P35

정약용은 말했다. "큰 그릇이 되려면 반드시 용광로의 불에 들어가고, 망치질을 여러 번 견뎌야 하는 법이다." 쉽게 만들어진 그릇은 쉽게 깨지는 법이다. 반면에 불과 망치를 견뎌낸 그릇은 단단하고 오래 가게 되어 있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 처음에는 순조롭게 흘러가던 일이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히고, 그 고비가 길어지면 마음은 쉽게 지치게 된다. 하지만 그 시련이 곧 나를 단련하게 시간일 수 있다. 단지 결과가 늦게 오는 것일 뿐, 결코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니다. - P47

삶의 깊이는 겪은 만큼 깊어지고, 앎의 밀도는 직접 부딪힌 만큼 단단해진다. 큰 뜻을 품었다면 남의 말로는 세상을 배우려 하지 말고, 자신만의 걸음으로 그 길을 걸어야 한다. 그러다 넘어질 수도 있고, 진흙탕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이 당신을 진짜로 만들어준다. 두려움은 해보지 않아서 생기고, 용기는 해본 사람에게만 생긴다. 삶은 결국, 맛본 자만이 제대로 누릴 수 있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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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란 무엇인가 1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ㅣ 파리 리뷰 인터뷰 1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 다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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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 이야기할 책은 <작가란 무엇인가 1>이라는 책이란다. 작년에 아빠의 친구분께서 추천한 책이야. 이 책은 3권까지 나와 있고 아빠가 이번에 읽은 것은 첫 번째 책이란다. 뉴욕에서 출간되는 잡지 <파리 리뷰>라는 것이 있는데, 이 잡지에서 진행한 작가들의 인터뷰들 중 36명의 작가들의 인터뷰를 모은 책이란다. 각 권당 12명의 작가들의 인터뷰가 실려 있단다.

<파리 리뷰>는 1953년에 출간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어. 많은 작가들 중에 36명을 고른 것이니, 소위 거장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모두 포함되어 있겠구나. 아빠가 읽은 <작가란 무엇인가 1>에 실린 12명의 작가들 역시 모두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라서, 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는 작가일 거야. 아빠도 이 책에 실린 대부분 작가들의 책을 적어도 한 권은 읽었고, 아빠가 읽어보지 않은 책의 작가들도 읽어보겠다고 구입한 책들이 책장에 꽂혀 있단다.

움베르토 에코, 오르한 파묵, 무라카미 하루키, 폴 오스터, 이언 매큐언, 필립 로스, 밀란 쿤데라, 레이먼드 카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E.M. 포스터. 이렇게 12명이 <작가란 무엇인가 1>에 실린 작가들인데,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거나 유력한 수상자로 거론되는 그런 작가들이구나.

이 책에는 각 작가들만의 글쓰기 방식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단다. 이름만 들어봤던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생각과 삶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단다. 훌륭한 작가들이라고 그런지 그들이 한 말들은 훌륭한 글이 되었단다. 그들의 한 인터뷰를 통해서 삶을 대하는 자세도 배우는 기회가 되고, 글쓰는 방법에 배우는 기회가 되었단다. 아빠가 오십 대에 들어서서 그런지, 오십 대에 들어섰을 때 인터뷰를 진행한 폴 오스터의 인터뷰가 많이 공감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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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178)

폴 오스터 : 잘 모르겠네요. 이제 저는 오십 대에 접어들었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많은 것이 변하더라고요. 신간이 훌쩍훌쩍 흘러가 버리기 시작하고, 살아온 삶이 남은 삶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몸이 조금씩 망가지기 시작하고, 전에 통증을 느끼지 않던 부위에 통증과 고통을 느끼게 되고, 사랑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죽기 시작했어요. 나이가 오십 쯤되면, 우리 모두는 귀신에 씌인 것처럼 살게 되지요. 귀신이 우리 안에 살면서, 산 사람들에게 하는 것만큼 죽은 사람들에게도 이야기를 하지요. 젊은 사람들은 이런 것을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스무 살 먹은 젊은이라고 해서 자신이 죽을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다른 사람의 죽음은 나이 든 사람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요. 자신에게 이런 상실이 계속해서 쌓이는 것을 직접 겪기 전까지는 그런 일들이 나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인생은 너무나 짧고 너무도 연약하고 너무도 알 수 없지요. 결국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정말로 사랑하는 걸까요? 정말로 몇 사람뿐이겠지요. 몇 명 되지 않을 거예요. 이 사람들이 대부분 죽고 나면 당신의 내적 세계의 지도는 변할 겁니다. 제 친구 조지 오펜은 늙는 것에 대해 제게 “어린아이가 늙어간다는 것은 얼마나 기인한 일인가.”라고 말한 적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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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빠가 이 책에 실린 작가들의 책들을 좀 많이 <작가란 무엇인가 1>을 읽었다면 좀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것 같구나. 아무래도 작가들을 인터뷰하다 보니, 그들의 책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아빠가 읽지 않은 책들이 대부분이라서 그들이 나눈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거든. 아예 한 권도 읽지 않은 작가들은 그들의 책을 읽어보고 이 책을 펼 걸… 이런 생각도 했단다. 나중에 너희들도 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작가들의 책을 먼저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

오늘은 이 책에 실린 작가들에 대한 아빠의 생각을 짧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독서 편지를 대신하련다.

움베르토 에코. 아빠가 그의 <장미의 이름>과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젊었을 때 읽고 이 작가는 아빠가 읽기에는 너무 수준이 높다고 멀리한 작가란다. 몇 년 전에 <제0호>라는 소설을 읽고 나서 이건 좀 괜찮네, 라고 생각하고 예전에 읽다가 실패한 <푸코의 진자>를 읽으려고 사 두었단다. 언젠가는 꼭 읽고 말 테야. 시간만 있으면 <장미의 이름>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구나.

오르한 파묵. 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다음 읽어 본 <내 이름은 빨강>이라는 책이 아빠가 읽은 읽은 유일한 그의 책이란다. <작가란 무엇인가 1>에서 소개된 <눈>이라는 소설을 읽어보고 싶더구나.  

무라카미 하루키. 군대에 있을 때 그의 <노르웨이의 숲>을 읽고 솔직히 아빠의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하여 멀리한 작가란다. 예전에 재미있게 들은 팟캐스트 <지대넓얕>에서 하루키의 소설들을 극찬해서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그의 초기작 3편을 구매했었단다. 그리고 한 편씩 읽어보겠다고 생각했는데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한 편만 읽고 중단된 상태로구나. 읽어야 할 책은 많고, 아빠가 책 읽는 속도가 느려서 어쩔 수 없구나.

폴 오스터.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어렸을 때는 책을 읽지 않고 이십 대 후반 책을 읽기 시작했거든. 폴 오스터는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할 때 즈음 알게 된 작가로, <달의 궁전>, <환생의 책>, <우연의 음악>을 읽었단다. 그 이후 한 동안 그의 책을 읽지 않았는데, 얼마 전 그의 서거 소식을 들었단다. 아빠가 폴 오스터의 책들을 읽을 때 그의 소설이 젊은 감각으로 쓴 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의 서거 소식에 좀 놀랐었단다. 작년에 그의 마지막 작품 <바움가트너>가 출간되었는데, <작가란 무엇인가 1>를 읽고 나서 읽었는데, 이 책에 대한 이야기도 조만 간에 해줄게.

이언 매큐언. 이 분도 많은 작품들이 사랑을 받고 있지만, 아빠는 세 편만 읽었단다. <넛셀>, <바퀴벌레>, 그리고 최근에 읽은 <레슨>. 세 권 모두 독특하면서도 아빠의 취향에도 근접한 책들이라서 그의 다른 작품 두어 편이 읽지 않은 채 책장에서 기다리고 있단다.

필립 로스. 다른 작가에 비해 그의 책은 좀 많이 읽은 것 같구나. <에브리맨>, <휴먼 스테인>, <네메시스>, <미국을 노린 음모>, <샤일록 작전> 아빠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필립 로스의 작품와 이언 매큐언의 작품의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 필립 로스가 좀더 읽기 편한 것만 빼고 말이야. 이건 단지 아빠의 생각이란다.

밀란 쿤데라. 그의 책들은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한 권도 읽지 않은 줄 알았는데, 아빠의 독서기록을 보니 2001년에 밀란 쿤데라의 <향수>를 읽었더구나. 예전에 읽은 <나쁜 책>에서 알게 된 밀란 쿤데라의 <농담>은 꼭 읽어볼 예정이다.

레이먼드 카버. 그의 책은 읽은 것이 없구나. 그의 대표작 <대성당>을 읽으려고 구매를 해두었지만, 책장에서 먼지만 먹고 있구나. 언젠가는 읽겠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그가 노년에 찍은 사진 한 장을 보고 멋있게 나이 드셨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구나. 그래서 그의 책을 읽어보려고 <백년 동안의 고독>이라는 책을 사 두었으나, 어려울 것 같아서 아직 펼쳐보지 못하고 있단다. 그리고 아빠가 젊었을 때 재미있게 본 영화 <세렌디피티>에 나왔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라는 책도 꼭 읽고 말 테다. 리스트에 올려 놓은 책들은 많은데 이것을 모두 읽으려면 유튜브를 좀 줄어야 하는데…

어니스트 헤밍웨이. 너무 유명한 사람이고 예전에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에서 이야기했으니 패스

윌리엄 포크너.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소설에 손꼽히는 <소리와 분노>를 읽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그의 다른 작품은 앞으로도 읽지 않을 것 같구나. 그는 아빠에게 그런 작가란다. <소리와 분노> 한 권으로 충분했던 작가.

E.M. 포스터.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에 포스터의 책들은 겉표지가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되어 있어서 눈길이 갔고 그래서 읽어보고 싶어서 <전망 좋은 방>과 <하워즈 엔드>를 구입했는데 아직 읽어보지 않았구나. 둘 중에 하나는 올해 꼭 읽어보도록 할게.

….

오늘은 이렇게 작가들에 대한 아빠의 생각을 짧게 이야기해봤다. 헤밍웨이가 이야기하는 작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인터뷰 속에 이 책의 주제가 담겨 있는 것 같았어. 그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오늘 독서편지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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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

어니스트 헤밍웨이 : 맞습니다. 만일 작가가 관찰하는 것을 멈춘다면 그는 끝장난 것이지요. 그러나 의식적으로 관찰할 필요는 없으며 관찰한 것을 어떻게 쓸 것인지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마도 처음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맞을 거예요. 그러나 나중에는 그가 관찰하는 것 모두가 그가 알고 있거나 본 것들로 이루어지는 거대한 자산이 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항상 빙산의 원칙에 근거하여 글을 쓰려고 애썼습니다. 빙산은 전체의 8분의 7이 물속에 잠겨 있지요.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안 쓰고 빼버린다 해도, 그것은 빙산의 보이지 않는 잠겨 있는 부분이 되어 빙산을 더 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작가가 무엇인가를 알지 못하여 안 쓰는 것이라면 이야기에는 구멍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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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움베르토 에코에게 처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이탈리아의 아드리아 해 근처 우르비노에 있는 17세기 저택의 책상에 앉아 전화를 받았다.

책의 끝 문장: 이것이 지속될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폴 오스터 : 항상 손으로 글을 씁니다. 대개 만년필을 쓰지만 종종 연필도 씁니다. 고쳐 쓸 생각이 있을 때는 연필로 쓰지요. 타자기나 컴퓨터에 직접 글을 쓸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자판은 제가 글을 쓰는 것을 늘 방해합니다. 자판 위에 손가락을 얹으면 명징하게 생각할 수 없어요. 그런 점에서 펜은 훨씬 더 원시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겠지요. 말이 몸에서 흘러나오고, 그 말들을 종이에 새겨넣는 과정을 느끼는 것이지요. 늘 글쓰기는 촉각적인 면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육체적인 경험이라고 해야겠지요. - P153

이언 매튜언 : 저는 종종 모든 문장이 그 자체의 과정에 희미한 해설을 담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 느낌이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당신이 이 느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기껏해야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자기 지시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하며, 언어가 한 사람의 정신으로부터 다른 사람의 정신으로 생각과 느낌을 전달할 때 언어의 감각적이고 정신에 감응하는 능력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 P228

필립 로스 : 일반 독자에게요? 소설은 독자들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하지요. 기껏해야 작가는 독자들이 책을 읽는 방식을 바꿀 뿐입니다. 이것이 제가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것은 또한 충분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소설을 읽는 것은 깊고 독특한 기쁨이며, 성(性)과 마찬가지로 도덕적, 정치적 정당화를 요구하지 않고 흥미롭고 신비로운 인간 활동입니다. - P279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글쓰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조심스럽게 행해지는 일은 모두 다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글쓰기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란 저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저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과도하게 요구하는 편입니다. 완벽할 때까지 글을 써야 하는 것 역시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종종 과대망상증에 걸려 있어서 자기들이 세계의 중심이며 또한 사회적 양심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가장 숭앙하는 것은 아주 잘 마무리한 글입니다. 여행을 할 때 조종사가 작가로서의 제 수준보다 나은 수준의 조종사라는 것을 알게 되면 무척 기쁩니다. - P375

레이몬드 카버 : 좋은 소설은 부분적으로는 한 세상의 소식을 다른 세상으로 전달해주는 것입니다. 그 목적 자체로 훌륭해요. 하지만 소설을 통해서 세상을 바꾸거나 어떤 사람의 정치적인 입장을 바꾸거나 혹은 정치체제 자체를 바꾸거나 고래나 레드우드 나무를 구하거나 하는 것은 못합니다. 당신이 이런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말이에요. 그리고 소설은 이런 어떤 것과도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요. 소설은 뭔가를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소설은 단지 그것에서 얻는 강렬한 즐거움 때문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뭔가 지속적이고 오래하고 그 자체로 아름다운 어떤 것을 읽는 데서 오는 다른 종류의 즐거움이지요. 아무리 희미할지라도 계속해서 불타오르는 이런 불꽃을 쏘아 올리는 어떤 것이랍니다. -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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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책 - 금서기행
김유태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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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책 소개를 해주는 책도 가끔 읽곤 한단다. 그 책을 통해서 새로운 책들을 알게 되는 즐거움도 있지. 오늘 이야기할 책도 책 소개를 해주는 책인데, 독특하게도 금서들만 모아놓은 책이란다. 김유태 님의 <나쁜 책>이라는 책이고 부제는 ‘금서기행’이란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금서로 지정되는 책들이 있단다. 우리나라도 물론 마찬가지이지. 최근에는 금서가 거의 없지만, 예전에 군사독재시절에는 많은 책들이 금서로 지정되었고, 그런 금서를 출간한 지은이나 출판사들은 법적 처벌을 받기도 했단다.

보지 못하게 하면 더 보고 싶은 것이 인간의 심리 아닐까? 그렇게 금서로 지정되어 오히려 더 유명해진 책들도 많이 있단다. 오늘 이야기할 김유태 님의 <나쁜 책>은 매일경제신문사 온라인 뉴스로 연재했던 내용을 엮은 것이라고 하는구나. 김유태 님의 책은 처음인데, 글솜씨가 좋으셔서 술술 잘 읽히더구나. 그리고 소개해주는 책들은 읽고 싶게 소개해주었어. 그래서 이 책에서 소개된 ‘금서’들 중 몇몇은 아빠의 독서리스트에 추가해 두었단다. 그럼 어떤 금서들을 소개해주었는지 몇몇 이야기해볼게.

 

1.

첫 번째 챕터는 아시아인들이 못 읽는 책들이라는 제목으로 이야기했어. 아이리스 장의 <난징의 강간>이라는 책은 1937년 12월 일어났던 난징대학살 사건에 관한 책인데, 난징대학살을 서구세계에 처음으로 자세히 알린 책이라고 하는구나. 난징대학살로 30만 명이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얼마나 잔인한 만행이었냐면, 당시 중국에 머물던 나치 출신의 독일인 욘 라베라는 사람도 일본의 만행에 치를 떨면서 일본군의 만행으로부터 20여만 명을 구출했다고 하는구나. 나치도 두손두발 다 들게 한 만행을 일본이 저지른 거야. 이 책을 쓴 지은이 아이리스 장은 중국계 미국인이었는데, <난징의 강간>이라는 책을 쓰고 나서 일본 극우들로부터 협박을 받고 그로 인해 정신적 고통과 신경 쇠약을 겪다가 우울증으로 자살하고 말았다는구나. 일본에서는 <난징의 강간>을 반박하는 책이 오히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하니, 사과와 반성을 모르는 일본을 어찌하면 좋을꼬.

그런데 일본의 만행이 이것 하나뿐이겠니. SF 작가로 유명한 켄 리우의 단편 중에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은 일본의 또 다른 만행 731부대의 인체실험을 소재로 소설이란다. 이 작품 또한 일본에서는 금지되어 켄 리우를 출간할 때 이 작품은 빼고 출간했다고 하는구나. 켄 리우 작품에는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작품도 있는데, 그렇다 보니 중국에서도 켄 리우의 작품은 일부 빠져서 출간되었대. 동아시아에서 우리나라만 제대로 된 켄 리우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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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켄 리우는 이 소설에서 먼저 ‘과거의 정보와 기억을 그래도 체험할 수 있는 기술의 발견’을 언급한 뒤, 그 기술이 인간 사회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상상력을 동원해 이야기했습니다. 반일 소설만은 아니고, 중국과 미국까지 동시에 비판한 작품입니다. 소설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은 켄 리우의 단편 14편이 실린 <종이 동물원> 맨 끝에 수록됐는데, 일본에서는 이 소설만 빼고 작품집을 펴냈습니다. 그의 책은 중국에서 4권 이상 출간됐는데, 중국어판에는 공산당을 비판한 대목이 곳곳에서 삭제된 채 출간됐다고 전해집니다. 한중일 가운데 이 소설을 온전한 형태로 읽을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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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팡팡의 <우한일기>라는 책은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몇 년 전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갔던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책이란다. 전세계로 퍼져나간 코로나 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한 우한의 상황에 대해서 사실대로 쓴 글이나 이 책은 중국에서 금서로 지정되었고, 지은이 팡팡은 이 책 이후 중국 내에서 집필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구나. 글을 써도 출간해 주는 출판사가 없다는 거야. 책 하나를 금서로 지정하는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지은이까지 억압하다니… 양심 있는 출판사가 없는 것인가, 공산당 정권에서 불가능한 것인가. 아빠가 얼마 전에 이야기해 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지은이 옌렌커도 금서 타이틀을 많이 갖고 있는 작가라는구나. 그의 책 중에 무려 여덟 권이 금서래. 이 책에서는 집단 에이즈 발병을 소재로 중국 공산당 정치를 비꼬는 작품인 <딩씨 마을의 꿈>이란 책을 소개해 주었단다.

...

얼마 전에 박찬욱 감독이 미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서 유명해진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조자>도 소개했단다. 이 책은 호치민을 비판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베트남에서 금서로 지정된 책이래. 자국의 영웅들이나 역사적 사실들을 비판하면 금서로 지정되기 쉬운데, 너무 속 좁은 모습을 보이는 것 아닌가 싶구나.

 

2.

책의 내용을 전혀 모른 상태에서 읽다가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아주 간혹 있단다. 그 불편함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작품이 분명 있단다. 그렇게 읽는 이들을 불편하게 하는 작품들 중에 금서로 지정되었던 작품들이 있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중에도 그런 작품들이 있는데, 토니 모리슨의 <가장 푸른 눈>이란 작품도 그런 작품 중에 하나란다. 책 내용에 근친상간과 소아성애 등을 다루어 읽는 내내 불편함을 준다고 하는구나. 브렛 이스턴 엘리스의 <아메리칸 사이코>라는 소설도 소개했는데, 이 작품은 소설보다 영화가 더 유명하지 않을까 싶구나. 이 영화는 아빠도 어떤 경유에 의해서 보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20여 년 전에 본 기억이 있구나. 보면서 너무 불편했던 영화인데, 이를 원작으로 한 소설도 너무 잔인한 소재로 인해 금서로 지정되었다는구나. 우리나라에서도 금서로 지정했었는데, 출판사의 항소로 19금 소설로 지정했다는구나.

아무튼 이 작품은 아빠는 영화로 봤지만 잔인함만 기억으로 남는 작품으로 너희들에게는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작품이구나. 스페인 작가 카밀로 호세 셀라의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작품은 엄마를 살해하는 소재를 했는데, 스페인 내전 당시 군부에 참여했던 지은이가 나중에 금서를 결정하는 검열관이 되었대. 그럼에도 그 사람의 작품도 금서로 지정되었다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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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셀라의 문학적 위상은 독특합니다. 그의 생애와 작품은 두 가지 아이러니를 형성합니다. 셀라는 스페인 내전을 겪은 시민들의 무의식을 건드려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올랐지만, 그는 프랑코의 군부에 참전한 군인 출신이었습니다. 폭력의 원인에 대한 소설을 썼는데 작가 스스로가 폭력의 가담자였다는 예기지요. 또 그는 금서의 작가였지만 프랑코 정권이 들어선 이후 금서를 결정하는 검열관으로 참여했습니다. 그가 검열관으로 일한 이후에도 그의 다음 소설 <벌집>은 또 금서가 됩니다. 금서를 결정하는 검열관의 작품이 금서가 되는 아이러니라니 인생이든 문학이든 참으로 복잡한 요물입니다. 셀라가 논쟁적인 인물일지라도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이 가진 사회문화적 위상까지 부정하진 못할 겁니다.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그 작품은 작가만의 소유물이 아니라 독자와의 공동 소유물이 되니까요. 어쩌면 ‘어머니를 살해한 소설’이 아직도 살아남아 우리에게 읽힌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을 둘러싼 가장 큰 아이러니일 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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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 유명한 밀란 쿤데라의 <농담>이라는 작품이 밀란 쿤데라의 자국 체코에서 금서라는 것은 조금 놀라운 소식이었단다. 아빠가 대학교 다닐 때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이 거의 필독서일만큼 유명한 작가인데, 유독 우리나라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는 작가라고 하는구나. 그의 책은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아빠는 읽어보질 않았는데, 이 책에서 <농담>을 소개해주었는데 읽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조만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또 다른 체코 작가인 보후밀 흐라발이나는 작가의 <너무 시끄러운 고백>이라는 책도 소개해 주었는데, 두 작가 모두 체코 작가라서 그런지 두 작가를 비교하여 이야기해주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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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71)

한탸라는 인물의 하층민적 지위, 그리고 작가 흐라발이 한탸를 그려낸 방식은 흥미롭습니다. 보후밀 흐라발과 밀란 쿤데라는 같은 체코 출신 작가이면서 여러 면에서 대조적 위상을 지닙니다. 위기의 시대를 문장으로 견뎌낸 작가라는 점에서 둘은 동질적이지만 쿤데라는 프랑스로 망명해 프랑스어로 소설을 썼고, 흐라발은 끝까지 체코에 체류하며 체코어를 고집했습니다. 이는 단지 거주지 차이만이 아닙니다. 쿤데라와 흐라발의 소설 속 주인공도 차이를 보이니까요. 쿤데라가 창조한 문학적 인물이 ‘시대를 내려다보며 고뇌에 빠진 허무주의적 지식인’인 반면, 흐라발의 피조물은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사회에 아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바보’로 묘사됩니다. 또 쿤데라의 소설에는 성적 자유를 획득했지만 만족하지 못하는 인물이 줄곧 등장하는 반면, 흐라발의 소설에는 성적 불구의 인물이 자주 나타난다는 것도 차이점입니다. ‘성(性)의 실현’이 한 인물의 자아를 형성하는 강력한 증거라고 볼 때 흐라발의 남성상은 좌절된 동시대인들의 정서를 대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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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소개한 금서들 중에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은 두 작품이 소개되었단다. 이문열의 <필론의 돼지>라는 작품인데, 이 작품은 1980년 4월에 출간되었대. 그런데 그로부터 한 달 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는데, 마치 이 책의 내용이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인들을 비판하는 듯한 내용처럼 보였다는구나. <필론의 돼지>의 내용은 군인들과 전역병들의 싸움을 다룬 소설이었대. 그래서 계엄군과 광주 시민 모두 이 책을 싫어했다고 하는구나. 이문열은 정치적 노선이 아빠와 상극이라서 그의 작품은 무조건 패스. 또 다른 작품은 마광수의 <운명>이라는 작품인데, 한때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이가 외설적인 작품을 썼다고 해서 세상에 크게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었단다. 그 이후 교수직도 잃고 힘들게 살다가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작품은 작품으로만 평가하지 지은이까지 연좌해서 평가하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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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인 주제 사라마구의 <예수복음>, 디스토피아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지 오웰의 <1984>, 예전에 아빠도 읽어보려고 사두었다가 아직 읽지 않은 필립 로스의 <포트노이의 불평> 등 금서로 지정된 적이 있는 많은 작품들이 실려 있었단다.

…

이 책을 읽다 보면 지은이 김유태 님이 노벨문학상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시고, 예측도 하시곤 했어. 이 책이 출간된 것이 2024년 4월이라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도 조심스럽게 예측도 하셨는데, 실제 수상을 우리나라 한강 작가가 되었을 때 지은이 김유태 님은 어떤 기사를 썼을까 궁금해서 한번 찾아봤단다. 그런데 김유태 님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 얼마 전에 인터뷰를 했었고, 그 인터뷰를 신문에 실으려고 준비 중에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발표된 거야. 그래서 그날로 바로 작업을 해서, 한강의 노벨문학상 발표 후 다음날 한강 독점 인터뷰로 장문의 인터뷰를 싣는 대박을 터뜨렸단다. 아빠도 그 기억이 나는구나. 노벨문학상을 받은 지 하루 만에 어떻게 독점 인터뷰가 가능하지? 하고 말이야. 그런데 그게 이미 몇 주 전에 이루어진 인터뷰였더구나. 그 인터뷰를 한 사람이 이 책의 지은이이고 말이야. 아빠도 이번에 그 인터뷰를 다시 찾아 읽어봤는데, 한강 작가의 작품들을 깊이 있게 읽어야만 할 수 있는 양질의 질문이고, 한강 작가의 답변들도 문학작품 같은 답변들이라 좋았단다.

…

이번에 읽은 김유태 님의 <나쁜 책>은 새로 알게 된 책들이 많아서 좋았고, 글솜씨 좋은 작가 한 명을 알게 되어 좋았단다. 김유태 님의 다른 책들도 한번 눈여겨 봐야겠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몇 해 전 어느 주말, 나는 늦깎이 대학원생이 되어 서울 시내의 한 대학 중앙도서관 책장과 책장 사이에 말없이 혼자 앉아 있었다.

책의 끝 문장: 책의 바다에서 조지 오웰이라는 이름의 강은 영원히 마르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오래된 책을 정기적으로 펼쳐 읽는 행위는 생의 곁길로 빠지면서 즐기는 잠깐의 군것질이 아니라 정신의 식탁에서 기꺼운 마음으로 즐기는 정찬의 의례에 가까웠다. 묵은내가 폐부 끝까지 전해지는 도서관을 에어포켓 삼아 숨 쉬어보는 몽상을 거듭한 나는 수은을 삼키고 불가사의하지만 흡족한 미소를 짓는 표정으로 귀가하곤 했다. 일회적이지 않고 영원성을 간직한 책들을 내 안에 꾹꾹 눌러 담고 나오는 날의 노을빛은 아름다웠다. 생활인으로서, 한 명의 독자로서 그것은 내가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책은 누군가의 삶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 P7

해외의 한 출판사 편집장이 국내의 유명 평론가에게 해준 이야기를 떠올려옵니다. 이 평론가가 ‘좋은 책의 조건’을 편집장에게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고 하네요. 저도 사석에서 전해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옮겨봅니다. "첫째, 흥미진진할 것. 둘째, 새로울 것. 그리고 셋째가 가장 중요한데, 바로 독자를 ‘불편’하게 할 것. 별생각 없이 드러누워 보다가 엇, 하고 몸을 일으켜 자세를 바로잡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입니다." <인비저블 몬스터>는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췄습니다. 흥미진진하면서 전에 없던 새로움까지 있는데, 독자에게 ‘하나의 불편한 질문’을 남기기 때문이지요. 그 질문은 이렇습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인 나의 참된 자아는 과연 어떤 모습인가.’ 나 자신을 확신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일까요, 저주일까요. 척 팔라닉은 바로 그 점을 묻습니다. - P123

예술가의 창작이란 당이 추구하는 이념적 지평 위에서만 유효하다고 보기 때문이었지요. 일체의 낭만과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주의 예술의 엄숙주의가 지닌 문제점을 쿤데라는 간파했습니다. 예술의 도구화는 사회주의 예술, 좀더 구체적으로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실체이자 한계점입니다. 핸드리흐와 같은 사회주의 당직자들은 예술의 자유를 제한하고 이로써 ‘예술의 한계’를 규정하는 데 열중했습니다. 예술의 한계를 규정하는 순간 인간이 추구하는 자유의 한계가 노정된다고 쿤데라는 확신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알듯이 예술은 스스로를 도구화하지 않는 무한한 자유 위에서의 진보적 창조이며, 문학이란 자유와 옹호를 위한 인간의 총체적인 언어활동이 아니던가요. 현실의 의미를 밝혀내고 해석하는 것이 언어예술로서 문학의 유일하고도 입체적인 목적이며, 예술에 굴레를 확정하는 순간 이는 죽어버린 예술이자 예술의 종막이 됩니다. - P157

문학은 정치와 동떨어진 예술로 간주되곤 합니다. 문학이 현실과 괴리되었다는 반감은 독자와 문학 사이의 거리를 멀게 만듭니다. 그러나 문학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예술 장르이며 때로는 정치 그 이상일 수 있음을 이스마일 카다레는 삶으로 또 작품으로 증명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그러므로 영원히 빛날 겁니다. - P206

<눈먼 부엉이>를 읽은 일부 독자의 우울증과 자살은 이 책에 담긴 문장들로 생(生)의 근원을 염탐했다는 좌절과 막막함 때문이었으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결과 자기 삶에서 유의미성을 발견하지 못한 영혼들은 영영 삶을 포기한 것이겠지요. 물론 이 책도, 이 글도, 삶을 지양하고 죽음을 찬미하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인생이란 살 만한 가치가 있으며, 세상에 주어진 모든 삶에는 섭리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적 죽음은 문학 바깥에서는 제한되어야 하며, 죽음을 다룬 문학은 삶의 깊이를 고민할 기회를 제공하는 선에서 그쳐야 합니다. 다만 삶의 이유가 모두에게 다르더라도, 우리가 제대로 된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삶으로부터 죽음을 격리하고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좀더 삶 가까이에 두고 정확하게 통찰하면서, 삶의 유의미성을 발견해야 한다는 진리만큼은 영원히 불변할 것입니다. - P333

런던에 세워진 조지 오웰의 동상의 벽면에 그의 문장이 새겨져 있습니다. "자유가 무엇인가를 의미한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지 않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선과 악의 격렬한 대립 속에서 인간의 자유를 갈망했던 오웰의 이 한마디를 저는 오래 간직할 생각입니다. 그의 이름은 필명으로, 오웰(orwell)은 그의 부모가 사는 지역에 흐르는 강의 이름입니다. 책의 바다에서 조지 오웰이라는 이름의 강은 영원히 마르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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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12-11 0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히려 읽으면 좋은책 아닐까요?

bookholic 2025-12-12 22:27   좋아요 0 | URL
ㅎㅎ 네, 맞아요~~ 저도 이 책에서 소개된 책들 몇 권을 리스트에 올렸습니다.^^
 
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나민애의 다시 만난 국어 ㅣ 나의 두 번째 교과서
나민애 지음, EBS 제작팀 기획 / 페이지2(page2)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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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학창 시절 중요 과목 중에 가장 자신 없던 과목이 바로 국어였단다. 시험을 봐도 컨디션이 좋은 날은 성적이 좀 잘 나오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성적이 잘 안 나오고… 일단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어. 그냥 우리말인데 말이지.. 어떤 문제는 아빠가 고른 답이 정답인 것 같은데 틀렸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지. 설명을 읽어봐도 아빠가 고른 것이 왜 틀렸는지 잘 모르겠고 말이야. 아무튼 국어는 공부하기 힘든 과목으로 기억되는구나. 그런데 요즘 너희들은 아빠 때보다 더 힘들게 국어 공부를 하는 것 같구나. 문법도 상당히 심도 있게 배우는 것 같고 말이야. 아빠 때는 국어 문법에 대해서는 너희들처럼 심도 있게 배우지 않았거든. 그래서 너희들 국어 교과서를 보면 낯선 용어들이 많이 나오더구나. 너희들이 어렵다면서 국어 문제를 물어볼 때면 아빠도 바짝 긴장하면서 진땀 흘리는 경우가 많단다. 그래서 좀 도움이 되는 책이 없을까, 검색하다가 좀 쉽게 설명이 되어 있을 것 같은 책을 찾은 것이, 오늘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줄 <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나민애의 다시 만난 국어>라는 책이란다.

지은이 나민애 님은 서울대학교 교수이자 평론가로 활동하시는 분이더구나. 아빠는 처음 보는 분 같은데,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현하는 등 유명하신 분인 것 같았어. 이 책을 읽다 보면, 나민애 님의 아버지가 시인이라서 어렸을 때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내용이 있어서 나민애 님을 다시 검색해 보니, 나민애 님의 아버지가 유명한 시인이신 나태주 시인이시더구나.

…

1.

<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나민애의 다시 만난 국어>는 EBS에서 기획한 <나의 두 번째 교과서>라는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국어 과목을 책으로 엮은 책이라고 했어. 이 시리즈는 국어 이외에 과학, 미술, 경제 과목이 더 있단다. 국어라는 과목에 다시 감각을 익히고, 최근 변화된 국어 교과서는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폈단다. 차례를 훑어 보면 국어 교과서에서 주로 다루는 구분이 눈에 들어왔단다. 일단 차례로만 봤을 때는 다시 만난 국어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단다.

국어를 공부함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읽기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해주었어. 가뜩이나 떨어지고 있는 독서량이 스마트폰의 역습으로 더 떨어지고 있단다. 1장에서 독서와 책의 매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약간은 평범한 내용으로 아빠의 머리나 가슴을 치는 그런 마른 없었단다. 2장부터는 본격적인 장르별 강의가 시작된단다. 시, 소설, 고전시가, 동화, 에세이와 읽기 이외에 듣기, 글쓰기 순으로 이루어져 있었단다. 그런데, 아빠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었는지 모르겠구나. 다시 만난 국어라고 해서 예전에 알고 있던 국어와는 다른 시각으로 국어를 대하자는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전에 만난 그 국어인 것 같다는 느낌이었단다.

시(詩)는 내 안의 나를 만나는 것이고, 소설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 즉 간접 체험을 하는 것이라고 하는 등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내용들이었단다. 이 책에는 국어 수업이다 보니, 문학 작품들 일부를 소개해주고 했어. 그 발췌해 준 글들이 짧긴 하지만 아빠의 마음에 와 닿았단다. 아빠가 모르고 있던 문학 작품들도 많이 발췌해 주었는데, 책 추천을 받기 좋아하는 아빠로서는 그것이 참 좋았단다. 그 중에 나이 들어가는 아빠에게 인상 갚은 작품이 하나 있어 소개해줄게. 이상국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시인의 시인데, 읽다 보면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딸을 향한 아버지의 깊은 사랑이 느껴지더구나. 이런 시야말로 정말 좋은 시라는 것이 느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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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225)

딸애는 침대에서 자고

나는 바닥에서 잔다

그애는 몸을 바꾸자고 하지만

내가 널 어떻게 낳았는데……

그냥 고향 여름 밤나무 그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바닥이 편하다

그럴 때 나는 아직 대지(大地)의 소작(小作)이다

내 조상은 수백년이나 소를 길렀는데

그애는 재벌이 운영하는 대학에서

한국의 대 유럽 경제정책을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보다는 부리는 걸 배운다

그애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우는 저를 업고

별하늘 아래서 불러준 노래나

내가 심은 아름드리 은행나무를 알겠는가

그대로 어떤 날은 서울에 눈이 온다고 문자메시지가 온다

그러면 그거 다 애비가 만들어 보낸 거니 그리 알라고 한다

모든 아버지는 촌스럽다

나는 그전에 서울 가면 인사동 여관에서 잤다

그러나 지금은 딸애의 원룸에 가 잔다

물론 거저는 아니다 자발적으로

아침에 숙박비 얼마를 낸다

나의 마지막 농사다

그리고 헤어지는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

그애는 나를 안아준다 아빠 잘 가

  

         _이상국 <혜화역 4번 출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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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는 자신의 생각과 생활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그냥 글로 써보라고 했어. 그렇게 글을 쓰다 보면 힐링이 된다고 말이야. 아빠도 가끔씩 일기를 쓰긴 하지만, 시간을 내서 무엇인가 쓰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아서 잘 쓰지는 않는단다. 그런데 이 책의 지은이가 이야기한 것처럼 글쓰기가 힐링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힘든 일이나 짜증나는 일이 있을 때 그 일을 잠시 치우고 다이어리를 꺼내서 생각나는대로 두서없이 글을 써 보았단다. 그러니 그 스트레스와 짜증이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거야. 그 대신 쓸데없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채워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심박수를 편안히 하는 것 같았단다. 앞으로는 손글씨를 더욱 자주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긁적이는 것이지… 좀더 예쁜 글씨체를 써보려고 노력하거나 나만의 요상한 글씨체로 만들어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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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그런데 일단 써보시면 아실 겁니다. 과정 자체가 힐링이 된다는 사실을요. 에세이를 쓰는 시간은 감정의 디톡스 시간이 됩니다. 에세이를 쓰면서 나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되고 이해하게 됩니다. 타인에게 보여주어야만 글입니까. 가장 소중한 내가 볼 건데요. 그러나 쓰는 것 자체로도 충분한 기쁨을 느끼실 거예요.

======================

…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너희들이 질문하는 국어 문제를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구나. 그래도 계속 물어봐 주면, 아빠도 최선을 대해서 문제를 풀어보도록 할게. 역시 국어는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아.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안녕하세요.

책의 끝 문장: 결국 국어는 그 제목 하나를 위해 배우는 거 아닐까요.


어느 시대가 더 행복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때도 행복한 사람, 불행한 사람이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죠. 다만, 이런 맥락을 알았으니 이제 우리는 현재 소설을 읽을 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겁니다. 소설은 갈등을 겪으면서 시작해요. 문제적 자아가 집을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을 하면서 ‘나는 누구?’라는 답변을 찾는 거예요. 답을 못 찾을 수도 있습니다. 찾았다고 생각한 답이 오답일 수도 있고, 나중에 바뀔 수도 있죠. - P113

여기서 말하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인생, 그러니까 진정한 나를 찾는 과정이야말로 에세이 쓰기가 밀접하게 접목되어 있습니다. 에세이는 나의 기억을 갖고 내가 쓰는 것입니다. 과거나 현재에서 중요한 사물, 인물, 사건 등을 떠올리면서 잘 표현되지 않았던 내 감정이나 포착되지 않았던 내 생각을 다시 잡아서 쓰는 거예요. 즉,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합심해서 만드는 일종의 ‘자아 찾기’, 이것이 바로 에세이입니다. 우선 자아를 찾아야지만 쓸 수 있냐고요? 아뇨, 쓰면서 찾을 수 있습니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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