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25일에 1박 2일로 예천천문우주센터 가족캠프에 다녀왔다. 미항공우주국 방문기가 아니어서 아쉽지만 뭐 나름 유익했다면 유익한 방문이었다.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우주선을 타고 화성을 방문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런 희망을 품고 방문기를 시작해 본다. 예천센터는 중앙정부나 지차체에서 운영하는 공공기관은 아니고 민간에서 운영하는 기관이다. 연혁을 보니 2002년에 예천어린이우주과학관으로 처음 시작되었다. 천문우주센터라고 해서 NASA 본부 같은 걸 상상해서는 조금 곤란하다. 사실 소생도 나사본부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모른다. 시설도 뭐 첨단 최신은 아니다. 그래도 초등학생용으로는 무난하다. 1박2일 가족캠프의 비용은 4인 기준 24만원이다. 조식이 제공된다. 아침은 밥, 국, 찬 3~4종 정도다. 괜찮다. 숙소는 온돌방 형태고, TV나 PC는 없다. 취사 장소가 별도로 있어 음식을 해 먹을 수도 있다. 원래는 어린이날 전인 3일~4일 신청했었는데 비가 오신 관계로 24~25일로 연기했다. 날씨가 흐리거나 우천으로 관측이 곤란할 경우에는 모형만들기 체험 등으로 대체된다.
1박 2일 가족캠프 프로그램 일정은 이렇다.
<1일차>
20:00~20:30 OT 및 망원경 설명(천문관 3층 강의실)
20:30~21:30 망원경 실습(강의실 및 야외 잔디밭)
21:30~22:00 별자리 설명(천문관3층 우주영상실)
22:00~22:30 육안 관측, 망원경 관측(천문관 4층)
23:30~ 심야관측(희망자에 한함)
<2일차>
08:30~09:10 조식
09:30~10:30 주간관측(천문관 4층)
처음에 하는 망원경 실습은 삼발이 달린 길이 1미터 가령의 이동식 망원경으로 한다. 망원경은 1가족당 1대씩 제공된다. 그날 캠프는 모두 8가족이 참여했는데, 인원수는 한 40여명 되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온 가족도 있었다. 강의실에서 망원경의 구조 및 사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일단 실내에서 망원경 조종법을 실습한 후에 망원경을 가지고 나가 잔디밭에서 천체를 관측했다. 달, 목성, 금성 등을 살펴봤다. 망원경 조정하는 게 쉽지는 않다. 달 표면의 움푹움푹한 곰보자국 같은 분화구도 선명하게 보인다. 전문용어로 뭐라 했는데 기억이 안난다. 목성이나 금성은 그냥 반짝이는 점으로 보일 뿐이다. 망원경으로 본다고 해서 콩알만한 것이 수박만하게 보이는 건 아니다. 천체 망원경은 기본적으로 확대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우주영상실은 40~50여석 규모의 돔형 천장이 있는 둥근모양의 방이다. 완전 뒤로 젖혀지는 의자가 둥글게 두줄로 놓여있다. 의자에 앉아 몸을 뒤로 젖히면 돔 형태의 천장에 별자리 영상이 상영된다. 큰곰자리, 작은 곰자리, 처녀자리 등 강사의 별자리 설명을 들으니 옛날에 별자리 공부하던 때가 생각난다. 카시오페이아, 안드로메다 어쩌고 하던 그리스 로마 신화와 연결된 별자리 이야기가 뜨문뜨문 떠오른다. 작은 곰자리의 꼬리 끝에 위치한 북극성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길잃은 여행자들에게 방향과 위도를 알려주는 길잡이 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북극성은 북극에서 1도 정도 벗어나 있기 때문에 조금씩 움직인다고 한다.
영상실에서 별자리에 대한 개략적인 학습을 하고 4층 관측소로 올라간다. 우선 육안으로 하늘을 보며 강사님의 설명을 듣는다. 그날을 날이 좋아 어두운 밤하늘에 무슨 보석 조각을 흩뿌려놓은 듯 무수한 별들이 총총 빛나고 있었다. 북두칠성은 대번에 눈에 들어온다. 육안 관측후에 참가자들을 두팀으로 나누었다. 한팀은 달, 금성, 목성, 토성 등등에 각각의 망원경(망원경이 6~7개 쯤 있다)을 맞추어 놓은 관측 장소로 가고, 다른 한팀은 거대 망원경이 있는 관측장소로 갔다. 두팀이 번갈아서 관측한다. 토성이 콩알만한 크기로 보이는데 콩알 주위에 고리도 보인다. 예쁘고 신기하다. 거대 망원경이 있는 관측소는 마징가 제트의 머리 뚜껑이 열리듯이 천장이 열리면 그 열린 구멍 사이로 망원경을 조정하여 천체를 관측한다. 망원경과 돔천장은 360도 회전한다. 1600광년 떨어진 늙은 별들의 모임이라는 구상성단을 보여준다. 쌀알을 타원형으로 뿌려놓은 듯한 모습이 흐릿하다. 인터넷 등에서 흔히 보는 그런 선명한 성단의 모습은 아니다. 별 감흥이 없다. 밤 10시30분경 관측을 마쳤다. 심야에는 별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고 심야 관측 희망자는 밤 11시 30분에 사무실 앞에 모이라고 한다. 심신이 허약한 소생은 피곤해서 방에 드러누웠고 아내와 혜림씨는 심야 관측을 다녀왔다.
익일 조식을 먹고는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의 두목인 태양에 대한 강의를 듣고 망원경으로 태양 관측을 했다. 태양이 무슨 폭발 같은 걸로 없어지게 되면 지구는 목성의 중력에 끌려가서 결국은 목성과 충돌하게 된다고 한다. 물론 그 이전에 지구에는 빙하기가 도래해 모두 다 땡땡 얼어 죽겠지만. 태양의 지름은 지구의 108배이고 부피는 지구의 130만배라고 한다. 태양의 표면온도는 6000도라고 한다.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광속으로는 8분 거리이고, 인간이 만든 로켓을 타고가면 15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뭐 물론 갈 수도 없고 갈 일도 없겠지만 어쨌든 이런 걸 다 어떻게 계산하고 측정했는 지 소생같이 아둔한 인사는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다.
우주가 한 점에서 빅뱅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가정 한다면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와 형태는 반지름이 137억 광년인 구형이고, 우주의 나이는 137억 년이라고 한다. 인류라는 생명체가 살고 있는 이 티끌 먼지같은 지구보다 수천, 수만, 수억 배 큰 어마어마한 별들이 억수로 무수하고, 이 우주라는 것의 나이와 크기가 그렇게나 어마무시하게 많고 무지막대하게 광활한 것일진대, 머리를 숙이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인간이란 종이 이 우주 속에서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도 없을 만큼의 작은 존재이며 또 인간의 한 삶이라는 것이 얼마만큼이나 찰나에 지나지 않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문득 정비석의 <산정무한>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유구한 영겁으로 보면 천년도 수유던가! 고작 칠십 생애에 희로애락을 싣고 각축하다가 한 웅큼 부토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하니 의지없는 나그네의 마음은 암연히 수수롭다.”
연이나,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우리 인간이란 그 티끌같은 지구 위에서, 비유컨데 달팽이 뿔 위에서 영토싸움을 하며 아웅다웅 사는 극히 미미하고 소소한 존재일 뿐만아니라 또 각 개체로 볼 때는 고작 칠십 생애를 겨우 버티어 낼똥말똥한 수유의 시간을 사는 인생이지만, 그렇지만, 인류라는 한 종족으로 볼 때는 어미가 새끼를 낳고, 또 그 새끼가 새끼를 낳고 낳고 낳고하여 세대를 거듭하며 근근히 명맥을 유지함으로써 우수한 DNA를 유전시키고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전승하여 오늘날의 이 빛나는 성취를 이루었으니 실로 경이롭다 할 것이다. 인류가 철을 이용해 칼이나 농기구를 겨우 만들어 쓰기 시작한 이래 5000여년 만에 우리는 컴퓨터를 발명했고, 달을 정복했고,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고 화성으로 탐사선을 쏘아 올렸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는 너무나 엄청나서 소름이 돋을 정도다. 우주의 역사를 1년으로 본다면 인류 역사 5000년은 10초 정도 밖에 안되는 시간인 것이다. 이런 추세로 계속 약진한다면 앞으로 5000천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인간이 신이 되어 우주를 정복할지도 모른다. 그전에 멸망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정말 불가사의하다. 내가 나를 모르니 그저 답답할 따름입니다. 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구입한 지 한 보름 되었다. 양장본을 사야하나 보급판을 사야하나 고민 좀 했다. 가격이 두 배이상 차이가 난다. 몇날 몇일을 두문불출하며 장고한 끝에 보급판을 구입했다. 결론은 만족한다. 이제는 읽는 일만 남았다. 책의 두께를 보니 엄두가 안난다. 당초 계획은 예천천문우주센터에 갈 때 이 책을 가지고 갈려고 했었다. ‘천문우주센터’방문이라는 이번 여행의 목적에는 기똥차게 부합하지만 1박 2일의 여행 기간을 고려하면 얼토당토 않은 선택이다. 거기다가 만약 이 책을 짐가방에 넣는 것을 아내가 목도했다면 분명 한 소리 주워 들었을 것이다. “쓸데 없는 짓도 되우 하네....흥흥흥” 그리하여 결국 가져간 책은 무라카미 라디오2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이다.
예천 천문우주센터의 별천문대 건물이다. 무슨 우주선을 본떠서 지었다고 하는데, 우주선은 아닌 거 같고
우주기지 비슷한 모습이다.
주간 관측 모습이다. 낮에도 관측이 가능한 거시기 별을 맞추어 놓았다는 설명인데, 눈알빠지게 아무리 들여다 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혜림씨라고 뭐 별수 없다. ㅋㅋㅋ 생각해 보라. 지구에서 1600광년 떨어져 있다는 거시기 별이 저런 걸로 그리 쉽게 보이겠는가 말이다. 그것도 대낮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