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페이퍼는 현암사가 제공한 전우익의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를 읽고 쓴 서평이 아닙니다. 당 서재 주인장인 붉은돼지의 뜬금없는 생각을 대충 옮겨 본 잡문이올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꿀꿀
소생이 밥 벌어 먹고 있는 공장에 ‘H님’ 이라는 상사분이 계신다. 작년에 6개월 정도 모시고 일한 적이 있다. H님은 상당히 샤프하고 카리스마가 넘치지만 조금 쌀쌀맞고 정이 없는 그런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첫인상이라는 게 있고, 같은 부서에서 일한 경험은 없지만 같은 공장에서 벌어먹고 있으니 오며가며 보고 또 주워들은 소문에 근거하여 소생은 H님의 ‘인성’을 대충 그렇게 파악하고 있었다.
H님이 술을 즐기지는 않지만 근무하다보면 한 달에 서너 번 정도는 이런저런 명목으로 술자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어느 술자리에선가 H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자신은 가족들과 외식할 때나 아니면 혼자 커피를 사 마실 때는 일부러 한번씩 장사가 안되는 가게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본인이 젊었을 적에 안 해본 장사가 없는데, 텅빈 가게에 앉아 파리만 날리는 그 쓰라리고 애타는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한다. 잘 보이려는 인기성 발언 같지는 않았다. 그말을 들으니 H님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아둔한 소생은 ‘이거는 본 받을 만한 일이 아닌가? 나도 한번 해 봐야겠네.’ 하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올 초에 우리 공장에 인사이동이 있어 소생은 자리를 옮겼다. 옮긴 사무실 근처에는 복어집이 두 군데 있는데 서로 붙어 있다. 어쩌다 직원들과 한번씩 가보면 A집은 항상 손님들로 바글바글하고, B집에는 파리나 참새가 날아다닌다. 당연히 복어집에 갈 때는 매번 A집에 간다. 안그래도 바글바글한 가게에 또 한 바글을 보태고 만다. 갈 때마다 보면 B집은 허전하고 쓸쓸하다. 뭐 주방장이 가래침 뱉고 코풀어 비빈 음식(생각만 해도 우웩! ㅋㅋ)을 내올리도 없건만 B집에는 선뜻 발을 들여놓기가 어렵다. 인지상정이다. 허나 사자는 소리에 놀라지 않고 바람은 그물에 걸리지 않듯이 선비는 인정에 얽메이지 않는 법이니 한번 가르침을 받았으면 바로 실천궁행하는 것이 또한 선비다.
소생도 잘하면 방귀 꽤나 뿡뿡 뀌는 꼬장한 선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욕심에 쓸쓸하고 적막한 B집에도 한번 가보려고 했다. 그러나 어쩌다 혹간 있는 외식 오찬의 메뉴 선정과 같은 그런 엄혹한 과업을 소생 마음대로 쭈물쭈물 할 수는 없다. 소생의 실천궁행은 부득이하게 차일피일 연기되었다. 그러던 중 어느 주말에 동네 공원에 산책을 나왔다가 일부러 파리 날리는 가게에서 커피를 사서 먹어 봤다. 그런데... 아이씨.... 열라 맛이 없는 것이다. 손님이 없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내 돈 내고 내가 먹는 데 맛없는 것을 먹을 이유는 없다. ‘손님이 없는 집이라고 다 맛없는 집은 아닐 거야’ 하고 생각해 보지만 왠지 자신이 없다.
다같이 잘 먹고 잘 살믄 정말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그렇다면, 재미야 있든 없든 혼자라도 잘 먹고 잘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그것도 뭐 쉬운 일은 아닐 것인데... 어쨌든 잘 먹고 잘 사는 혼자들이 자꾸자꾸 꾸역꾸역 모이다 보면 언젠가는 모두가 되는 거 아이가? 음....내참,,, 이게 말이가 막걸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