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고리오 영감
1.
표지 그림은 구스타프 카유보트의 <비오는 날, 파리의 거리>이다. 책에는 <비오는 날의 유럽광장>이라고 되어 있다. 어쨌든,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라고 생각했는데 <도시와 인간>의 표지에서 보던 그림이다. <도시와 인간>은 몇 번 읽으려고 했다가 포기한 책이다.
찾아보니 카유보트는 인상파의 후원자로 유명하다. 파리의 부유한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가난한 인상파 화가들의 전시회를 열어주고, 화방 임대료를 내주고, 그림을 사주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모은 인상파 화가의 작품이 67점이나 되는데 모두 기증했고 지금은 오르세에 모여 있다고 한다.
르느와르는 그를 가리켜 후원자로 너무 드러나서 화가로서 진지하게 대접받지 못했다고 평했다. 얼마전까지 파주에 있는 헤이리스 겔러리에서 카유보트의 전시회가 있었다. 당근 <비오는 날, 파리의 거리> 전시되어 있었는데 조금 아쉽다. 뭐 너무 멀어 가볼 수도 없었지만.
2.
<봄의 제전> 프롤로그를 읽다 보니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리고 댜길레프는 허구적 캐릭터의 삶, 데제생트 공작이나 샤를뤼스 남작으로 위장한 현대판 라스티냐크 같은 삶을 살려고 했다."
왠만한 교양이 없고는 주석없이 위 문장을 해석하기는 어렵다. 데제생트 공작은 19세기 프랑스 작가 위스망스의 소설 <거꾸로>의 주인공이고, 샤를뤼스 남작은 역시 프랑스 작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인물, 그리고, 라스티냐크는 바로 프랑스 작가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의 주인공이다. 위 주석을 보아도 그 소설 내용을 모른다면 또 정확하게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끙
위 문장에 나오는 네명의 사람, 댜길레프, 데제생트 공작, 샤를뤼스 남작, 라스티냐크 중에 소생이 <고리오 영감>을 읽기 전에는 단 한명도 아는 사람이 없었지만, <고리오 영감>을 읽고 있는 지금 라스티냐크는 안다. 그렇다고 위 문장이 이해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끙! 하지만 통박을 잘 굴려보면 뭐 대충은 이해가 될 듯도 하다. 이래서 통박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교양보다는 역시 통빡!!
이건 여담인데, 글항아리의 세계걸작논픽션 시리즈는 상을 주고 싶을 만큼 정말 내 마음에 쏙드는 책들이다. 물론 읽은 것은 없지만. 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