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기 전, 그러니까 햐~ 30년이 넘었네!!,(도 터지는 소리 내다 보니 내 나이가 뽀록날라하네, 뭐 중요한 건 아니고),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그땐 돈이 없어서, 뭐 지금도 많지는 않지만, 그럼 30년 동안 돈 안벌고 뭐했나? 책만 읽었나? 그건 아니고, 뭐가 아니야! 어쨌든 당시에 범우사 세계문학전집이 조금 저렴했었던 거 같은데, 이거의 완독에 도전했었다. 정말 꽤나 열심히 읽었는데 무슨 고시공부 하듯이 대가리에 띠 두르고, 이 악물고, 혀 깨물고, 아얏! 피난다. 아! 이것도 아니고, 전투적으로다가 읽었다. 도끼옹의 죄와벌, 머시기 형제들, 백치 같은 어려운 소설들도 그때 읽어내었던 것이다. 물론 세계문학전집을 완독하지 못했다. 암만.
그 뒤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등 여러 세계문학전집 완독을 위한 무슨 5개년계획 같은 것을 세워서 시도해봤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습니다.(여기서 완독이란 전집 1권부터 차례차례로 읽는다는 말인데, 중간 중간에 이미 읽은 책이 있어도 건너뛰지 않고 무조건 차례대로 읽는다는 말이올시다.)
가장 최근의 시도는 을유세계문학전집 완독 계획이었는데 6권 <시인의 죽음>을 끝내 다 읽지 못하고 피를 한말이나 토하며 장렬히 전사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거이 한 5~6년 전의 일이었고. 절치부심 실패의 원인을 궁구한 결과 소생이 극복해야할 문제는 바로 조급함이었다는 결론. 그리하여 저 위대한 우공이산, 마부작침, 우보만리의 정신으로 다시 도전해보기로 하였다. 5개년이니 7개년이니 하는 개소리는 모두 집어치우고 그냥 뒈질 때까지 쉬지않고 꾸준히 읽기로 하였다. 민음사세계문학전집
이건 여담입니다만, 그러다보니 히말라야의 저 설산보다 넘기가 어렵다는 그 <마의 산>을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넘었던 것인데(뭐 진짜 산은 아니고 토마스 만의 소설 말입니다.) 이건 사실적으로다가 정말입니다. 무슨 증명서 같은 것은 없지만 말이요. 내 장담하건데 우리 조국에 <마의 산>을 두 번 읽은 사람이 그리 흔치는 않을 것이오다. 하지만 “내가 바로 <마의 산>을 두 번 읽은 사람이오”라고 당당하게 말하기는 좀 거시기 한데, 왜냐?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롱 환자들이 무슨 산 속 팬션같은 곳에 모여 되도 않는 썰을 푸는 이야긴데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더란 말이올시다.
작년 8월부터인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벽돌깨기를 시작해서 이제 18권 <고리오 영감>을 읽고 있다. 18권 중의 절반 이상은 두 번째로 읽는 것이지만(세번째로 읽는 책도 있는 것 같더라) 역시 두 번 세 번째로 읽어도 처음 읽는 것 같은 이 기분은 대체 뭔지 참내...민음사판 전집의 발간 속도로 봐서 향후 10년 정도면 따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읽는 속도가 조금 느리지만 앞으로 일년에 50권쯤 읽는다면 아마도 2032년쯤이면 민음사전집 500권이 나올 것이고 그때 나는 500권을 읽고 있을 것이다. 10년후의 이야기다.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알라딘 나의 서재의 페이퍼에 민음세계문학이라는 카테고리도 만들었고 앞으로 일일이 건건이 리뷰는 못 쓰더라도 몇날 몇일 무슨 책을 읽고 있다는 일일상황보고 같은 것은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우공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