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 - 2013 제3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재찬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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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고3 수준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어른스럽다. 언젠가 환생한다면 끔찍했던 고교시절로 돌아가 어린(?) 친구들에게 그렇게 살 필요 없다는 걸 이해시키며 살아봐야지 하고 뻘 생각을 해 본 적은 있어 그런가 이 책의 주인공이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어른이 환생한 고3쯤 되지 않나 싶다. 이런 친구가 있다면 만날 같이 놀텐데 애들은 왜 몰라볼까. 몇 마디만 해 봐도 알겠구만 너무 똑똑해서 부담이 되었나.

 

세상에는 부모답지(?) 않은 사람이 많다고 하지. 부모노릇이라는게 쉽지 않지만 부모는 그저 사랑만 있어도 할 일을 다 끝내는 거라고 생각되는데. 사랑이 없는 부모 밑에서 끊임없이 상처받은 자아라면 그렇게까지 할 수도 있을까. 평범해지기 싫다고 박박 우기며 살아온, 보통이기만 한 내게는 이해가지 않긴 하다. 세상을 냉정하게 바라볼 줄 아는 비범하게(?) 영특한 그 아이의 선택을 도덕적 잣대로 뭐라 나무랄 생각은 없고. 한 순간도 부모가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준 적이 없었을까 하는 거다. 자식에게 뭐든 다 주려고 하고 늘 자식 생각에 눈가가 촉촉한 엄마의 딸이다 보니 비정상적이고(?) 이름만 부모인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믿기지가 않는다. 원치 않는 자식이라 해도 함께 살아가다 보면 미운 정이라도 들게 마련인데. 가족이라는 강제적인 울타리가 때로는 신물나도록 끔찍하기도 함을 잘 알지마는.

 

작가가 좋아하는 음악들이리라. 책을 읽다가 음악을 찾아 듣기 좋다. 그런 부분 때문에 더욱 작가 개인의 기록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소녀의 감성을 표현하려고 일부러 그랬는지도 모르겠으나... 가끔씩 들리는 섬뜩한 뉴스를 보면서 이 작품을 구상했나보다. 함께 있어도 소통되지 않는 사이처럼 답답한 것도 없지. 싫다고 떨어져 지낼 수도 없는 사이라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그런데 그 아이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기 보다는 그러고 싶었던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 타자에게 조종당하는 척 해주며 실은 그들을 조종하고 있는 냉철함. 그래서 유진이가 주인공을 괴롭혀보고 싶어했을 거다. 자신은 우월한 존재라며 세상의 기준으로 상대를 밟는 어딘가 고장난 유전자들이 주인공을 구석으로 몰아댄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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