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책임 - 한홍구 역사논설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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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독서모임 선정도서이다. 오늘 모임이었고, 모임 전에 서평을 쓰려고 했는데 출근 전 책을 다 읽기도 버거울 만큼 요즘 생활이 꽤나 바쁘고 여유가 없다. 책을 다 읽었으면서도 내용이 다 들어오지 않아 대충 훑은 느낌이다. 한홍구의 글은 언제나 명쾌해서 읽고 있으면 울컥하면서 분기탱천하게 된다. 한홍구다운 비유와 화법이 시원해서 좋다. 이 책은 역사 연구자로서 애써 공부하고 사료들을 찾아다닌 흔적이 역력하다. 6편의 호흡이 긴 글이 실려 있는데 논문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대한민국사 이후 한홍구의 저작들이 대한민국사와 비슷한 내용이 겹쳐 읽는 데 애를 먹었지만 이 책은 전작들과 확실히 달라 읽는 맛이 새록새록하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이 경상권에서 보편적으로 유행한 말인 줄만 알았더니 그 출처가 김기춘이었다. 김기춘이라는 생명력 강한 내시(?)에 대해 너무 모르고 살았다. 한홍구가 앞으로 해 나갈 작업이 무척 기대된다. 독재체제를 강화하고 그 속에서 권력을 행사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열전을 만들겠다는 한 역사학자의 의지가 존경스럽다.

 

독립운동시기, 집에서 머슴살던 이들의 빨래를 하고 밥을 지었다던 대가집 마나님들의 모습에서 보수의 참모습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눈발 날리는 매서운 겨울, 이국땅에서 꽁꽁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개울의 얼음을 깨뜨렸을 그늬들을 상상해본다. 이 땅에서 "보수"입네 떠드는 자들이 실상은 그저 이익단체에 지나지 않음을 자신들은 아는지, 진짜 보수는 무엇인지 한번쯤 고민해 보기는 한 것인지 묻고 싶다. 가짜 보수에게 반세기 넘게 휘둘려 사는 이 세계가 변화 가능한지. 지금까지대로라면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지만, 역사를 쭉 훑어보았을 때 그래도 옳은 가치관을 지키고 책임져 온 소수의 사람들 덕분에 꾸역꾸역(?) 이 나라가 버텨온 것이라고. 

 

해방전후사를 짧게 공부하며 스치듯 훑게 되는 것이 해방 후 남과북에서 내세운 강령들인데 공통목표가 거의 비슷하다. 한홍구는 그 중에서도 남한에서 발의한 제헌 헌법에 대해 상기한다. 노동3권도 아닌 4권을 만들어 노동자의 이익분배균점권을 인정했음을 기억하는 이가 있는가 하고. 그것도 좌익세력이 아닌 우파들만 모여 만든 법이 그들 스스로 획기적이었다 자부한 것에 왠지 으쓱하게 되고(내가 한 일도 아닌데) 대단하게 여겨진다. 지금의 보수꼴통들이라면 종북으로 몰아댔을 붉은 물 가득 든 사상이 무척 반갑다. 그때 그 숭고한(?) 법들은 어디로 자취를 감추어 버렸을까.

 

살기등등한 독재시대, 피눈물 나는 세월을 살아야했고, 너무나 억울하게 죽어갔던 우리 선배들 덕분에 그 전보다 덜 억울한 삶을 살고있는데, 여전히 억울한 사건사고들은 계속되고 있다.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배우지 못한 잘못이 반복되는 것이라던 서양사 교수님 말씀이 떠오른다. 역사를 책임지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몫임을 새기자고, 그것이 이 지리멸렬한 인생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임을 기억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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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6-30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교과서 바꾸고 집필진이 누군지도 모르는 역사서 배우면 앞으로가 더 깝깝합니다.벌써 그런 조짐들이 나오죠.

samadhi(眞我) 2016-06-30 07:53   좋아요 1 | URL
정권이 바뀌어서 다 뒤집어 엎어야죠. 그 희망 없이 우리가 당장 못 버티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30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보수들이 막말이라는 프레임으로 진보 진영을 옭매려고 하죠.

요즘은 보수가 한홍구를 막말 지식인을 대표하는 인물로 뽑곤 하는 걸 보고 웃습니다.

참.. 보면 보수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긴해요. 엉뚱한 곳에 머리를 써서 그렇지만...

samadhi(眞我) 2016-06-30 17:1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밤새 일하고 공부한다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시비에 사로잡혀 니들은 잘못이야, 나빠. 라고만 해대고 정작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만날 집니다. 나중에 다시 각자 갈 일 가더라도 할 땐 해야지요. 똘똘 뭉쳐서 제발 다음 대선엔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스테판 에셀의 참여하라 - 청년 시민운동가와의 대담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 이루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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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천재(?) 김수철이 부른 "젊은 그대". 노랫말 참 좋구나, 좋아. 스테판 에셀이 이 책에서 하는 얘기도 김수철의 노래가사와 닿아있다. 다른 책을 사고 덤으로 받은 책 제목이 정직(?)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읽어보니, 스테판 아저씨 멋있구나!!

 

동아리 생활할 때 선배들에게 밥 먹듯 들었던 말, 분기탱천(憤氣撑天). 이 말만 들으면 잠자고 있던 분노가 불끈불끈 일어나는 듯했다. 우리끼리 이 말을 외치며 으쌰으쌰 했다. 아무것도하지 않는데도 뭔가 중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까닭 모를(?) 자신감, 자부심 같은 것들이 솟아났다. 동아리를 떠나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젊은이여! 저항하라! 참여하라!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약자들이 고꾸라지고 죽어나가도 속으로만 부글부글 끓고 정부를 향해 욕만 해대고 행동화에 나서는 것을 망설이고 강 건너 불구경하고 사는 가짜 청년들아! 제발, 일어나라고.

 

조금만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발언을 해도 빨간 색을 칠해서 종북, 빨갱이로 몰아가는 이 나라의 갑갑한 현실과 달리, 세계의 다른 곳에서는 왼쪽 날개를 퍼덕이는 사람들(좌익:左翼)이 주체가 되고 그런 사람들의 무리가 정부여당이 되어 약자를 대변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이 책을 쓸 당시 95세라는 고령(이 나라에서는 까스통 할배가 되기 일쑤인 나이)에 청년의 정신을 일깨우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이런 사람이 사는 세상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여겨진다.

 

미래를 부정하고 암울하게만 보고 지구멸망이 코 앞에 다가올 것으로 속단하는 나는 밝은 미래를 긍정하는 이 사람의 낙관주의에 충격을 받았다. 이런저런 이유 중에서도 환경오염, 식량란, 방사능 위험 등등 세상이 곧 망해버리고 말 것이라는 핑계를 대며 육아를 포기해 온 내게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행동주의자의 말 몇 마디가 새롭게 다가온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어떠한 일도 극복할 수 있다는 말에 용기와 위로를 얻었다.

 

생태주의, 환경주의가 단순히 환경문제에 대한 것만이 아님을 일깨운다. 결국 모든 저항과 참여는 차별을 깨부수고 동등한 관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것임을, 이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서로 같은 자리에 서기 위해 싸우는 것임을 새삼스레 인식해본다. 나도 모르게 나누고 갈랐던 것들이 부끄러워졌다. "혓바닥만 돌리고 머리통만 빠개는 빌어먹을 술을, 술을 끊겠다.~" 노래 한 가락 불러본다. 머리만 굴리고 속으로만 혀를 차는 짓거리를 그만둘 수 있을지 여전히 자신없지만, 지혜로운 어른의 말은 가슴에 담아두련다. 우주를 향해서 하얗게 재로 남아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릴 인간존재의 근원에 대한 생각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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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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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보면 스무 살에 처음 만나(?) 푹 빠진 김산이 떠오른다. 88올림픽 유치를 위해 해금된 도서였을『아리랑』주인공 김산. 김산이 구술하고 님웨일즈가 받아 적은『아리랑』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닌 학생들에겐 필독서였을 것이다. 내 또래 학번들은 김산을 잘 몰랐지만 80년대 후반 학번인 언니가 오래 전 책장에 꽂아둔『아리랑』을 뒤늦게 펼쳐보고 김산을 알게 됐다. 김산이 좋아 학부 졸업논문도 김산을 주제로 썼다. 차마 논문이라 부르기 어려운 조잡한 짜깁기 글이었지만. 이 책은 삶의 터전을 되찾으려 목숨 바쳐 싸우는 팔레스타인 김산이 부르는 아리랑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본 표지사진이 칙칙해 보여 몇 번이나 사기를 주저하다가 도서정가제 시행 며칠 전에야 겨우 샀다. 안 샀으면 어쩔 뻔 했나 싶을 만큼 좋다. 만화를 좋아해 만화방에 가면 안 읽은 만화가 거의 없을 정도인데 이 책은 우리나라나 일본 만화와 작풍이 많이 다르다. 꽤 낯선 그림인데 정이 간다. 구석구석 빼곡하게 표현된 사실묘사가 압권이다. 어쩌면 아랍 사람들 특징을 이렇게도 잘 잡아냈는지 신기하다. 만화로는 나이 든 사람 얼굴 표현이 어려워 어색하기 마련인데 이 만화는 딱 노인처럼 그려냈다. 예쁘고 보기 좋은 보여주기식 그림이 아니고 사실성이 강하게 느껴져 마음에 든다. 어쩌면 학습만화라고 볼 수도 있을텐데 무거운 주제를 거부감 없이 녹여냈다. 

 

작가가 아랍, 아프리카, 유럽을 둘러싼 지중해 섬 몰타에서 태어났기에 이런 작품을 그리고 쓸 수 있었겠다. 팔레스타인, 내게는 너무나 먼 이야기라 치부해왔다. 어쩌다 듣는 가자지구, PLO, 끝없는 분쟁, 난민...알아야 하지만 복잡하고 골치아프다 여겨 일부러 관심두지 않았다. 그런데 이건 남 얘기가 아니잖아.

 

가진 자들이 대놓고 드러내는 잔인함은 시대와 민족과 역사를 초월한다. 팔레스타인 상황은 종교를 가장한 폭력, 야만스러운 패권 문제이다. 인간 필요에 따라 생겨난 종교 따위(?)가 절대권력으로 사람을 재단하고 억압한다. 20세기에 끝났다고 믿었던 이데올로기, 종교 싸움이 21세기에도 여전히 계속되어 조상대부터 오래 뿌리내리고 살았던 사람들을 몰아낸다. 제국주의 땅따먹기식 패권다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네들 등쌀에 등 터지는 새우들이 부르는 한스러운 아리랑. 삶터 주인이 도대체 누구인지. 주와 객은 언제 제자리를 찾을까. 치떨리는 식민 시기를 거쳐 온 우리역사와 꼭 닮아 분노가 치민다. 제발 이스라엘군을 지원하는 스타벅스 좀 가지 말라고 해도 갈 사람은 다 간다. 내 일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겠지. 지금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피흘릴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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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빠 2015-06-0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은 나같은 불면증인 사람만 읽는 줄 알았는데...반갑네요.정 이 책 읽으면서 대놓고 야만스런 종교분쟁과 은근히 우리를 돈이라는 신에 중독되게한 근현대사의 전통신앙과 배금사상 전쟁중 뭐가 더 무서운 걸까 생각해봤습니다.

samadhi(眞我) 2015-06-06 11:04   좋아요 0 | URL
저도 불면증, 수면장애 중증이었어요 지금은 자연치유(?)가 되어버렸지만 가끔씩 불면이 찾아오는 정도구요. 저는 후자가 더 무서워요 인습의 껍데기에 갇힌 전통이 얼마나 큰 해가 될까 싶어요 물론 그게 큰 장벽이 되어 망가진 것들이 많지만 옛날엔 지금처럼 물질만능으로 어린아이까지 병들진 않았으니까요

samadhi(眞我) 2015-06-06 11:08   좋아요 0 | URL
아 종교분쟁이 전자였군요 ㅎㅎ 뭐가 더 잔인한 지 가늠할 수가 없는데요 맹목적인 종교전쟁도 답 안 나오는 일이라서...

보빠 2015-06-0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스에서 치니 글이 엉망이네요..쏘리!대화명이 삼매네요 삼매가 하나의 대상에 집중된 상태라고 원효는 해석하던데..저도 불면증 오면 제가 모르는 분야 책을 봐요... 모르는 분야 책을 보면 마음이 집중되어 기분이 좋거나 아니면 따분하고 졸려서 잠이 잘오더라구요

samadhi(眞我) 2015-06-06 11:23   좋아요 0 | URL
네. 인도 수행자의 글에 공감하게 되어서 정한 이름이에요. 전부터 ˝삼매˝라는 말을 좋아하기도 했구요. 보통 사람들은 자기 전에 책 읽으면 잠 온다는데 저는 오히려 잠이 깨더라구요. 저는 반신욕(게을러서 그마저도 지속적으로 하지 않지만)이 좋더라구요. 한동안 아로마(허브)에 빠져 있기도 했고. 불면엔 정말 답이 없더라구요. 실체가 있기나 한 건지 모를 마음을 놓아버리는 수밖에.

보빠 2015-06-06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잠잘려고 책보는데 재미있어서 계속 잠이 안오면 극강의 수면제 책인 아비달마구사론을 보거나 헤겔의 법철학 봐요 ㅎㅎ
그런데 건강에 좋은 수면법은 자기전에 한시간 산책이더라구요....

samadhi(眞我) 2015-06-06 11:32   좋아요 0 | URL
저도 고런 책을 구비해 두어야겠네요. 맞아요. 이른 아침 햇볕 보며 걷기만 해도 불면에게 자리를 내주는 일은 없을 것인데, 저는 게을러서 생긴 병이에요. 쓸데없는 것까지 예민하게 고민하고. 생각을 줄이고 말을 줄이는 작업이 제겐 필요합니다.

보빠 2015-06-06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여 타타타를 보면 진아가 생긴다고 하던데...그 진여를 볼려면 생각하지 말고 몸으로 느껴보세요..생각은 시뮬라시옹 즉 복제된 이미지 허상에 빠지기 쉬우니.. 걷다모면 온 몸에 전해오는 땅의 감촉이 좋아요..

samadhi(眞我) 2015-06-06 11:40   좋아요 0 | URL
제가 몸으로 하는 것에 많이 약해서. 생각만 저어만큼 가 있죠. 제 움직임이나 표정이 얼마나 어색한가를 보면서 느낍니다. 저도 흙을 밟는 퐁신함이 좋아요. 우리가 사는 거리에서 흙을 밟을 일이 별로 없긴 하지만 콘크리트를 피해서 일부러 흙을 찾아 걷는답니다.
 
도자기 - 마음을 담은 그릇
호연 지음 / 애니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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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도예를 시작해보려는 사람이나 도자기에 관심이 전혀 없던 사람에게도 스치듯 슬쩍 바라보기 단계-굳이 그런 것이 있다면-에 읽기 좋다. 살짝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어쩌면 너무 과한 것을 기대해서 인지도 모르고. "고고미술"이 붙지 않는 그냥 "사학"을 전공한 나와 달리 전공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진지한 작가에게 부러움 반 질투 반 마음이 생겼다. 그것도 학부생일 때 이 만화를 그렸다면 꽤나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만화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림" 실력은 미흡하다. 얼핏 보면 전혀 만화같지 않다는 느낌마저 드니까. 그렇지만 자신의 삶 속에서 도자기를 이끌어내는 이야기의 힘은 짱짱하다. 상상력이 기발하고 풍부하다. 작가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다보면 "풉" 웃게 될 것 같다. 풋내도 나면서 상상을 철학으로 이어가는 힘이 있다.

 

전공을 살려 학예사가 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한 적이 있다. 전공을 살리는 가장 그럴싸한 직업군이라는 속물적인 이유로. 박물관이라는 곳은 정적인 공간에서 변화없이 딱딱하게 굳어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박물관에 가면 뛰어다녀서도 안되고 시끄럽게 떠들어도 안되는 답답하고 차분한 곳이어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도저히 내 본성에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진지하게 열망하며 공부하고 도자기를 생각하는 사학도도 있구나. 심심하고 조용하기만 할 것 같은 공간을 온갖 즐거운 상상으로 뒤바꿀 수도 있구나.

 

아쉬운 것은- 내가 기대했던 것뿐일 텐데- 하나의 도자기에 담긴 일화가 자신의(현대의) 경험만이 아니라 그 도자기가 품고 있을 옛이야기가 없다는 거다. 나라면 천년 전설류로 나아갔을 거다. 어쩌면 내가 더 굳어 있어서 뻔한 상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요즘 일상의 이야기로만 풀어나가려는 것이 작가의 의도일 터인데. 그걸 굳이 옛날 꽃날, 전설의 고향으로 만들어주지 않을 거냐고 항의하는 내 억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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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를 팝니다 - 대한민국 보수 몰락 시나리오
김용민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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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작년 이맘 때다. 며칠 동안 공허와 허탈과 좌절로 헤어나오지 못하게 했던 대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도무지 믿기지 않았던, 석연치 않은 결과와 머릿속에서 들고 일어나는 각종 음모론들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누군가 살짝만 건드려도 눈물이 툭 떨어지고 세상이 끝난 것 같고 억울하고 화나고 진정하기 힘든 나날, 그리고 1년은 체념과 포기와 실망의 연속이었다. 그러면서도 촛불을 들어본다. 엊그제 그 추운 날에도 촛불이 언 손을 녹여주어서 버틸 수 있었다. 그래도 우린 이땅에서 살아가야하니까.

 

저자가 이 글을 쓸 때만 해도 꽤 희망이 있었을 텐데. 나꼼수를 들으며 버스안에서, 전철안에서 나도 모르게 크게 웃어버렸던 그때만 해도, 당연히 정의가 바로 설 줄 알았다. 우리가 늘 이해하지 못하는 일은 상식이 통하지 않고, 상식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그게 바로 우리나라식 보수들이라는 걸 알려준다. 행정학적으로 보수의 행태를 낱낱이 파헤쳐서 분석해 놓았다. 진짜 보수는 상식이 통하는 사람들이건만 우리나라에서는 "꼴통", "불통"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안타깝다. 곳곳에 있는 진짜 보수들이 억울해 하고 있을게다. 여기서 북한빵공장 이사라는 언니 얘길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겨울이나 다름 없는 11월에도 이 빌어먹을 시국 때문에 길바닥에서 108배를 했다고 한다. 난 겨우 며칠 촛불집회 나간 걸로도 낑낑댔는데. 그런데 그 언니가, 자신은 사실 보수라고 했다는 얘기에 껄껄 웃었다.

 

이 책은 결국 꺼삐딴 리(기회주의 보수)와 꺼삐딴 리의 자식들(모태보수) 얘기를 하고 있는거다. 더불어 그들의 물주(자본주의 보수)까지. 내 식대로 정의한 거지만. 책 제목은 참 적절하다. 그렇지만 보수의 정의나 역사가 조금 언급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보수가 대체 무엇인지 정의를 내려놓고 우리나라 보수는 이러합네. 해야 하지 않을까. 제목은 좋은데 내용이 조금 빈약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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