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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빨간책 ㅣ 목수정 셀렉션 2
소렌 한센 외 지음, 목수정 옮김, 공현 해설 / 레디앙 / 2016년 4월
평점 :
고등학교 때 거리에 나섰을 거다. 요즘은 1인 시위도 보편적인 일상으로 자리잡았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 했다. 늘 가슴 속 가득 분노만 켜켜이 쌓아두고 부글부글 끓는 것을 어디에 어떻게 풀어야 할 지 몰라 답답하기만 했다. 고 3때 같은 반 친구가 내게 그랬다. 너는 어떻게 아직도 날을 세우고 사냐고. 이제 무뎌질 때도 되지 않았니? 하고. 그 친구는 자연계열 대학을 거쳐 재수해서 의대를 갔으니 지금쯤 어디선가 잘 나가는(?) 의사 노릇을 하고 있을테지. 나는 여전히 주위사람들이 못 미더워하는 찌질한 인생을 살고 언제든 싸울 준비를 하고. 그래도 신영복 선생님 말씀이 위로가 된다.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 밤이 깊을 수록 별이 빛난다는 것. 그냥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꼴통 인생인 걸.
요즘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내가 자꾸만 꼰대가 되어가는 것 같다. 아이들을 통제하려 들고 이른바 잡으려(?) 드는 자신이 무섭고 한심하다. 그렇지 않으면 교실이 엉망이 될 것 같은 두려움을 안고 있다. 주위 사람들은, 요즘 아이들이 다 그래. 라고들 한다. 사실 조금 심한 아이들이 많긴 하다. 자율성은 좋지만 예의없는 것들은 딱 질색인데, 예의를 모른다. 그렇다고 화를 내는 것도 문제일 텐데, 날마다 버럭버럭버럭버럭 거리고 있다. 그러고는 이 아이들을 어찌할꼬. 그 생각만 머리 속에 가득해 스텐(트)레스 폭발 직전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책은 교사의 할 일, 10명 중 8명이 아닌 2명의 다른(제대로 된)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것을 얘기한다. 학교와 달리(물론 사립은 비슷하겠지만) 자기가 주인인 원장이 있고, 여러가지 환경이나 여건을 조율할 수 없어서 뒤집어질 것 같은데 나더러 어쩌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머리를 쥐어 뜯어보지만 별 수가 없다. 당장 아쉬워서 버티고 있는데 그러자고 저 초롱초롱한 눈을 한 어린 생명들을 못 본 체 해야하는 것인지. 갈수록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라 어느 일터이건 노동자가 감내해야 하는 일 투성이다. 고용주의 전횡(?)에 휘둘려 "예" 라고 할 수밖에 없고 더러우면 나가라는 것이고. 교사와 학생들 얘기를 하려는데 자꾸 울컥하고 마네.
꼰대 만큼은 되지 말자고 마음 먹었는데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그때 그 선생들처럼 행동하는 내 자신을 인식하고 잠시 멈추기도 한다. 애들이 "선생님, 얘가 이랬어요, 저랬어요." 라고 하면 일단 화부터 나기 시작한다. 함께 사는 세상 이라고 했잖아요! 이르는 짓. 하지 말라고. 어른들 세상이 어지럽다 보니 아이들이 배우기 쉬운 못 된 것부터 익히나 보다. 이 책에서 교사가 부당한 행동을 할 때,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때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70년대 유럽에서 금서가 되었다고 하니, 보수의 정점에 서 있는(?) 학교에서 난리가 났던게지. 너도 알고 나도 아는데 솔직하게 까발려보자고. 뭐 이런 얘기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란 말이야.
옹알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나 말을 전혀 하지 못 하는 아기들을 볼 때면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니라 다 알면서 단지"미숙" 이라는 인간의 발달과정을 밟고 있을 뿐이고 능청을 떠는 게 아닐까. 아니면 어쩔 수 없이 기다리고 있는거야. 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꼰대가 되어버린 우리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잊은 것 뿐인데. 자, 기억해 내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