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어떻게 넘쳐나는가. 문학은 언어로 어떻게 넘쳐내는가.

아마도 문학은 그것이 허구적인 혹은 ‘상상적인’ 글이냐 아니냐에 따라 정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특별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근거로 정의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론에 있어서의 문학은, 러시아의 비평가 로만 야꼽슨(Roman Jakobson)의 말을 빌자면, ‘일상언어에 가해진 조직적인 폭력’ (organized violence committed on ordinary speech)을 나타내는 부류의 글을 말한다. 문학은 일상언어를 변형하고 강도있게 하며 일상적인 말로부터 계획적으로 일탈한다는 것이다. 만일 누가 버스정류장에서 내게 다가와 ‘그대 아직 순결한 고요의 신부여’라고 중얼거리면 나는 곧 문학적인 것을 마주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 이유는 그 단어들의 결, 리듬 그리고 울림이 그 추상될 수 있는 의미를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은 언어학자들이 더욱 전문적으로 표현하는대로, 씨니피앙(signifiant, 記標)과 씨니피에(signifié,記意) 사이에 비례가 어긋나 있기 때문이다. 그 언어는 ‘운전사들이 파업 중이라는 것을 모르십니까? 와 같은 진술과는 달리 언어 자체에 주의를 끌며 자신의 물질적 존재를 과시한다.
이것은 사실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 내놓는 ‘문학적인 것’의 정의인데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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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문학의 이해 고려대학교출판부 인문사회과학총서 31
오탁번, 이남호 지음 / 고려대학교출판부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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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전공하던 당시에, 이런저런 작품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대부분은 서사의 것.

지금은 거의 문학을 읽지 않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읽었던 여러 작품들을 떠올리게 되고, 그 때 내게로 찾아왔던 것들이 희미하게나마 잠시 반짝이는 묘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은 서사를 둘러싼 많은 주제들을 비정형적으로 다루는 책이다. 저자들은 다양한 이론과 많은 인용을 통해 주제를 안내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고, 그 인용은 옛이야기부터 멀티미디어 콘텐츠까지 다양하며, 많은 학자들을 인용하며 내용을 강화하고 있기도 하다. 그저 서사적으로 읽기보다는 목차에 따라 관심있는 분야를 읽으면 좋을 듯 싶다.

저자들이 교육학 교수이니만큼, 서사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이들을 목표로 쓴 책임을 내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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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이와 같은 지향을 현장 교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향(경험! 패턴? 루틴?)이 만드는 함정

군용버스 한 대에 36명이 탈 수 있다. 1128명의 군인들이 버스를 타고 훈련장소로 이동하려면, 버스 몇 대가 필요한가?

시험을 본 학생들 중 70%가 계산을 잘 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29%의 학생들은 필요한 버스 수는 ‘31과 나머지 12’라고 답했다. 18%의 학생들은 올림 대신 내림하여 31대의 버스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23%의 학생들만 정답을 말했다. 그의 ‘31과 나머지 21대의 버스 같은 건 없으므로, 학생들의 답은 터무니없다. (중략)
간단히 말해서, 학생들은 ‘학교수학‘을 했다. 버스 문제는 실생활 표현으로 이루어져 있어 마치 실생활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학생들이 국가수준의 평가에 참여할 때까지 그들은 수학 시간에 유사한 문제를 수천 개쯤 풀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서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배운, 암묵적인 하지만 강력한 교훈은 문장제 문제에서 제공하는 상황은 간단한 계산 문제로 바꿀 수 있는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중략)
요컨대 학생들은 문장제 문제해결 게임에 대해 나름의 특정한 이해를 한 것이다. 그것은 "수업시간에 또는 시험 볼 때 문장제 문제가 나오면, 문제를 읽고 적당히 주어진 수와 연산을 확인한 후 실행한 결과를 적는다."라는 일종의 지향이라고 할 수 있다. - P40

경험에 의한 규칙은 생산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일하도록 하는 데 도움을준다. 그러나 이렇게 얻은 규칙에 부적절하게 의존하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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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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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철학 에세이 쯤 되는 듯 싶다. 삶에 대한 이야기를 철학에 기대어 하고 있다는 말이다. 보통 그럴 경우, 철학적 사유에 삶을 맞추거나, 철학적 사유를 삶에 맞추는데, 이 책은 흔치 않게 이 두 가지가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 여행을 이어간다. 그 여행은 기차와 함께 하는데, 아마도 ‘기차 안에서’ ‘생각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9쪽)인 듯 하다. 기차 여행을 통해 저자는 자신의 삶을 기댈 수 있는 철학자들과 그들의 사유를 삶의 면면에서 살펴보고 있다.

다양한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철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이들도 있고, 잘 철학한 삶을 산 이들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들의 삶과 생각을 때로는 정리하면서, 때로는 돋보기로 삼으면서 독자들에게 두 가지 삶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독자의 삶에 맞닿는 듯 싶다.

책은 잘 읽힌다. 심지어 재미도 있다. 머리카락 없는 자신의 처지(!)를 여러 차례 언급하는 것에서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의 자존감에 가장 큰 충격을 주는 지점이 탈모 문제임을 절감(!)하게 되기도 한다. 때로는 풋, 하는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하고, 간혹 저자의 회한에 공감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 책은 삶에 대한 에세이니까. 나도 비슷한 감정을 비슷한 상황에서 느껴본 적이 있으니까.

철학에 대해 알만한 책은 아니지만, 철학하며 사는 삶을 엿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러면서도, 철학자들의 사유와 사상을 정리하여 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왜 많은 이들에게 읽히는지 알겠다. 그리고 재미있게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에피쿠로스와 에픽테토스, 니체 부분이 잘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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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일련의 연구자들이 최종 합의를 보기 위해 베를린에 있는 막스플랑크 인간 발달과 교육 연구소에 모였다. 이 베를린 지혜 프로젝트는 지혜를 규정하는 다섯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사실적 지식, 절차적 지식, 인생 전체에 걸친 맥락주의, 가치 상대주의,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능력이 그것이다.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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