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기록하기 바쁘다. 순간을 경험하며 마음과 정신에 순간을 공명하는 것을 포기한 채, 순간의 외양을 그저 0과 1의 데이터로 바꾸어대는 일에 정신을 잃고 있다. 기록은 회상의 단초가 되지만, 그 때의 회상은 순간에 집중하고 순간을 느꼈던 마음과 정신까지 불러들이진 못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진을 찍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나비가 겁을 먹을 것 같다. 게다가 순간을 기록하는 것은 순간을 경험하는 것에 한참 못 미치는 형편없는 대체재로 보인다. - P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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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를 알아차린다. 별 것 없구나. 한 번 잡아본 사람들이, 그 후 따라온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저지르는 행동이며, 아마 그 자신도 잘 알 것이다.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거지. 그걸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으니. 그건 부끄러운 일이다. 기만이니까. 자기 자신에 대한.

지적 조급함은 물에 빠진 사람이 칼이라도 붙잡으려 하는 것처럼 나쁜 아이디어라도 붙잡으려고 한다. 베유는 우리의 모든 실수가 "생각이 아이디어를 너무 성급하게 붙잡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며, 이렇게 일찍 차단되면 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원대한 아이디어를 낚아채려고 열심인 사람들에게서 이러한 심리 상태를 본다. 그들은 원대한 아이디어가 자신을 그저 그런 사상가에서 선구자격 사상가로 바꿔주길 바란다. 그들은아이디어를 숙고하는 것보다 포장하는 데 더 관심이 많고, 아이디어가 충분히 무르익기도 전에 세상에 내보낸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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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 사이에서 근무하니 확실히 동의하게 된다. 어린이(들) 사이에서 살기만 했다면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모르고 있는 이들도 솔찬히 될 것이다.

우리는 관심을 거두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안다. 관심을 거두는 것은 곧 사랑을 거두는 것이다.
결국 관심은 우리가 주어야 하는 전부다. 돈이나 칭찬, 조언을 포함한 나머지는 불충분한 대체재다. 시간도 불충분한 것은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시간은 주지만 관심은 주지 않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가장 잔인한 사기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그걸 안다. 아이들은 가짜 관심의 냄새를 순식간에 맡아낸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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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이, 자주, 우리는 새로운 것을 따라잡기 위해 발버둥치는가. 꼭 1분 정도 늦게 시간을 따라가는 시계처럼, 잡을 수 없는 분침을 쫓아 부질없는 발걸음을 하고 있는가.

차라리 가만 서 있는 것이 낫다. 지금의 순간에 몰두하며 지금을 배우고 익히며 가득 받아들이는 것이, 범자에게는 더 나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분침은 한 시간에 한 번, 내가 서 있는 곳을 지나쳐가니까. 평생 뒤쳐져 쫓아가는 것보다는, 그래도 만날 기회를 가질테니.

에세이 <저술에 대하여>에서 쇼펜하우어는 사람을 멍하게 만드는 소셜미디어의 소음을 미리 보여준다. 소셜미디어 안에서 진정한 소리는 새로움이라는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 쓰인 것이 늘 더 정확하다는 생각, 나중에 쓰인 것이 전에 쓰인 것보다 더 개선된 것이라는 생각, 모든 변화는 곧 진보라는 생각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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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힘든가. 끊임없이 영점 나사를 조절하며 살아야하는 인생은. 그 에너지를 쓰기 싫어하는 이들이 자기에게 침잠하는 것도 일견 이해가 된다.

쇼펜하우어는 다른 동물인 고슴도치의 도움을 받아 인간관계를 설명한다. 추운 겨울날 한 무리의 고슴도치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고슴도치들은 얼어 죽지 않으려고 서로가까이 붙어 서서 옆 친구의 체온으로 몸을 덥힌다. 하지만 너무가까이 붙으면 가시에 찔리고 만다. 쇼펜하우어는 고슴도치들이 "두 악마 사이를 오가며" 붙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서로를 견딜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거리"를 발견한다고 말한다.
오늘날 고슴도치의 딜레마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딜레마는 우리 인간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필요로 하지만 타인은 우리를 해칠 수 있다. 관계는 끊임없는 궤도 수정을 요하며, 매우 노련한 조종사조차 가끔씩 가시에 찔린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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