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왕의 사회학 - 지방 청년들의 우짖는 소리
최종렬 지음 / 오월의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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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계명대학교 최종렬 교수가, [복학왕]이라는 웹툰에서 모티브를 얻어, 지방대 재학생, 졸업생, 졸업생의 부모 29명을 인터뷰한 후 이를 분석한 책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서사적 인터뷰’를 들 수 있을 듯 합니다. 비록 사회학과 재학생/졸업생으로 특정되었다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이 책의 인터뷰이들은 과거와 현재의 자신에 대해 두텁게 진술함으로써 2, 30대 청년의 삶과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 줍니다.

그렇게 들여다 본 삶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세대 대립 담론과는 조금 다른 양태를 띄고 있지 않는가 라는 것이 저자의 분석 지점입니다. 이는 2, 30대를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이 수도권 중심의 해석이며, 지방의 삶은 조금 다르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지점으로 나아갑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사는 곳이며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의 중심으로써의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수도권의 삶 또한 과대대표되고 있으며 이러한 관점 아래에서 지방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젊은이의 삶을 분석하는 것은 제대로 된 결론으로 나아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저자는 건네는 듯 합니다.

지방 젊은이의 살아가는 방식을 저자는 ‘성찰적 겸연쩍음’이라는 단어로 정리하는 듯 합니다. 보수주의적 가족주의 아래에서, 지방의 젊은이들은 선호의 언어를 쫓기보다는 가족주의의 언어를 쫓으며, 유사가족적 문화를 제공하는 대학이나 반 대학 성격의 집단으로 구성된 가족적 공동체 안에서 그들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데 익숙합니다. 따라서 그들의 습속은 계속 회귀적이며 이는 안온함과 평안함을 제공하는 자리가 되어줍니다.

저자의 걱정은 아마도, 이러한 삶이 대를 이어갈수록 결국 이들의 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려 갈 것이라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수주의적 가족주의 아래에서 가족 공동체를 이루며 가부장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지방대 재학생/졸업생의 아버지는, 그러나 수도권 중심의 경제 질서 아래에서 외벌이로는 가정을 꾸려나갈 수 없음을 뼈져리게 실감합니다. 결국 가부장적 인식 아래에서 돌봄노동을 전담하던 어머니는 가계를 위해 가정 바깥에서 경제 활동을 시작하게 되고, 돌봄노동과 경제활동을 함께 하는 ‘가모장’적 삶을 영위하며 가정의 교육에 대해 믿음이라는 이름의 방기에 도달하게 됩니다.

보수주의적 가족주의 아래에서 형성된 가족 공동체는 결국, 이러한 부모의 희생과 헌신(과 방임) 아래에서 성장한 자녀들을 품게 되면서 이들에게 경제적인 지지대가 되어주지만, 결국 어느 시점에서 지방대 재학생과 졸업생은 홀로서기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지방에는 이들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해 줄 시스템이 빈약합니다. 선호의 언어를 쫓는 지방대 졸업생은 더 나은 성취(와 경제적 자립)를 위해 수도권으로 상경하지만, 이의 실패는 결국 다시 가족 공동체로의 회귀와 공고한 경제 공동체 - 그러나 그 기반은 한없이 취약한 - 안에서 지지받는 삶으로 귀결됩니다.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 책에서의 저자는 서사적 인터뷰를 최대한 정제된 목소리로 간추려 분석하지만, 이 책의 부제처럼 결국 ‘지방 청년들의 우짖는 소리’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목소리로 점점 커져만 갈 것입니다.

이를 단순히 세대 담론으로 해석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이 책은 따라서 이 이야기들 이후의 과제를 스스로에게 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커져만 가는 수도권과 지방의 괴리는 결국, 어느 시점에서 파열음을 내며 주저 앉을 수도 있는 노릇입니다.

서울에서 나서 자라고 생활해 온 저에게는, 개인적으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하였고, 그러나 감히 이런 거대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엄두도 낼 수 없는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 저자 혹은 이러한 문제 상황을 이어받은 다음 책 혹은 저작물을 기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의미있는 독서가 되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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