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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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의 것이 점점 가까와지며 쌓아올린 미스테리를 벗겨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로의 이야기는 마치 메기고 받듯이 자연스레 흘러가며 이야기의 끝을 향해 치달아간다.

그러나 이야기의 종지부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주인공(들)을 둘러싼 모략과 협잡과 음모와 (새하얀) 사기 가운데서도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듯 서로의 손을 부여잡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주체로써의 종지부를 위한 마지막의 장치 - 탈주와 탈출 - 가 너무 허술하고 맥빠진다는 느낌이 든다. 일껏 스테레오 사운드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더니, 마지막에 이를 합쳐놓으니 모노톤의 밋밋한 사운드가 되어버린.

이야기가 겨누어대는 표적도 명쾌하고, 이야기의 흘러감도 경쾌하지만, 묘하게 둘이 화음을 이룬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루는 소재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고, 내러티브를 둘러싼 이야깃거리도 풍성하지만, 글쎄.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으로 책을 덮었다면... 독자가 너무 메마른 것일까? 잘 살았으면 좋겠다만... 진짜 문제의 시작은 실은 책장을 덮으면서부터 아닐까?

좋은 미스테리 소설이지만, 다루는 소재는 논쟁적이지만, 둘은 어울려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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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의 사생활 - 블랙홀을 둘러싼 사소하고 논쟁적인 역사
마샤 바투시액 지음, 이충호 옮김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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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잘 정리된 블랙홀 이야기.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되기까지의 스토리와 함께 그를 둘러싼 이론들의 기여까지 잘 정리되어 있다. 잘 정리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마추어에게 놀라운 깨달음을 안겨주는 서술도 두어군데 있어 즐거운 독서를 제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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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자리 V1500으로 정식 명명된 그 별은 실제로는 백색왜성과 작은 빨간색 별로 이루어진 쌍성으로, 약 6000광년 거리에있다. 두 별은 거리가 아주 가까운 이웃이기 때문에, 백색왜성의 강한 중력장은 빨간색 별의 가스 물질을 끌어당기는데, 이 가스 물질은 백색왜성 주위를 휘감으며 빙빙 도는 원반을 형성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물질은 백색왜성에 도달하여 얇은 담요처럼 별 전체를 둘러싼 수소 가스층을 이루었다. 이 가스층은 중력에 의해 압축되고 가열되다가 갑자기 점화되어 강렬한 열핵 폭발이 일어나면서 백색왜성이 확 불타올랐다. 이렇게 해서 신성이 태어났다. 백조자리 V1500은 밝기가 순식간에 약 1억 배나 증가하면서 20세기의 가장 밝은 신성 중 하나가 되었고, 며칠 동안 밤하늘에서 볼 수 있었다. (118쪽)

특이점 자체는 사건의 지평선 뒤에 영원히 숨어 있어 절대로 볼 수 없다. (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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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빛의 속도에 가까와져도 빛이 그저 빛의 속도로 인식되는 것은, 시간이 상대적으로 느려지기 때문이다. 그저 빛은 제 속도로 가고 있을 뿐. 그렇구나...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주 빨리 움직이는 우주 비행사들에게 일어나는 역설적 상황 - 빛의 속도가 지구에 있는 우리와 똑같이 측정되는 상황 - 은 시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해결된다. 그렇다. 시간도 상대적이다. ‘속도’ (시속 몇 km 혹은 초속 몇 m)라는 용어 자체는 시간을 재는 과정을 포함하지만, 우주 비행사와 지구에 머무는 사람은 동일한 시간 표준을 공유하지 않는다. 바로 여기에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이 있었다. 그는 뉴턴의 보편적 시계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 (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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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 스토리(끝없는 이야기)]를 서울 자양동의 어린이회관 무지개관에서 본 것이 중 1 때였다. 서울극장에서 [모모]를 보았던 것은 중 2 때. 당시에는 미카엘 엔데라고 불렀다. 영어식으로.

미하엘 엔데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환상 소설 작가이다. 환상을 만들어내는 구조에 천착하지 않고, 환상 자체에 집중하는 환상 작가. 이 책은 그런 미하엘 엔데의 단편집이다.

이미 유명한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이나, <곰돌이 워셔블의 여행> 같은 단편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미하엘 엔데의 이야기가 다 그렇지만, 우리가 중요해 할 만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 안에 담았다. 어찌보면, 어른들을 위한 환상의 가장 전형적인 예로 꼽을 수 있겠다. 다만, 단편집이다보니 각 작품별로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냄비와 국자 전쟁>이나 <헤르만의 비밀 여행> 같은 것들이었다. <니젤프림과 나젤큐스>도.

한 번 쯤은 읽어볼만한 책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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