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마음 시툰 : 안녕, 해태 1 청소년 마음 시툰 : 안녕, 해태 1
싱고(신미나) 지음 / 창비교육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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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기대했다. 시툰이 새로운 가능성이 되어줄 것인가. 일단은 많이 아쉬움.

시를 기저에 깐 이야기를 카툰 형식으로 소개한다는 시도는 이도저도 아닌 것이 된 듯 하다. 기본적인 이야기의 얼개가 평범치 않아 공감하기 힘들며, 이야기 얼개에 매어 시가 가진 의미의 확장성이 제약당하는 느낌이다. 시의 의미가 갇혀버린 듯한 모양새.

그러고보면, 어린이든 청소년이든 평범하기 이를데없는 이들이 참 많은데, 그들을 중심으로 만든 이야기들은 참 독특하기 이를데 없다. 생각보다,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평범하다. 그래서 이야기도 그닥 공감하기 쉽잖다. 뭐. 그렇다.

어쨌든, 1권은 넘어서지만, 2권으로 향하고 싶진 않다. 뒷 이야기에 대한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더불어, 새로운 가능성의 시도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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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가는 계단 - 제2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 창비아동문고 303
전수경 지음, 소윤경 그림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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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 특히 소설책이 무언가의 담론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읽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온작품읽기 수업 장면을 담은 글들을 통해 그런 모습들을 간혹 볼 때가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책읽기는 어떨까요?


그 효과성이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반대하는 방식입니다. 이야기를 접하는 많은 방식이 있지만, 저는 전통적인 방식인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 이야기가 펼치는 사건사고들, 그리고 이야기의 끝이 도달하는 점까지. 저는 이야기가 흘러가는 그것에 집중하고 몰두하고 싶습니다.


이 방법이 전통적이라는 말은, 아마도 이 방법이 고래로부터 전해온, 쉽게 통용되는 방법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묻습니다. 왜 이 장면에서, 작중인물은 이러한 선택을 하였을까. 그의 내심에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우리가 사건과 인물을 아울러 넘겨다 보는 것은, 그렇게 보았을 때 혹여라도 보일 수 있는 '나'를 발견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소설은 등장인물과 독자가 공명하며 함께 공감을 이루어갑니다.


그래서 책을 읽히는 방식도, 한 번에 읽히기를 좋아합니다. 소설 구조를 설명하는 전통적인 구조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입니다. 어린이들은 책을 읽어가면서 한 번에 이야기의 산을 올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부분부분 나누어 읽는 것은, 어린이들의 몰두를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즉, 이야기는 이야기 본연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주욱 따라가며 단번에 몰두하여 읽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교실의 읽기는 이것이 되면 좋을 듯 합니다.



이 책은 하나의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챕터마다 주된 과학적 현상이나 이론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물론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주인공이라, 혹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간추렸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아주 어렵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양자역학이나, [코스모스], 슈퍼문 같은 일상의 과학 이야기가 꾸준하게 나오지만, 그저 부담없이 읽을만 합니다.


그러다보니, 읽히고자하는 교사에게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본연보다 주변에 집중하는. 즉, 이걸 읽히고 과학 이야기를 좀 해 볼까나? 사실은 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본연에 집중하지 못하더라도, 초등학생이 가질만한 과학적 소양이라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렇게 고른 책들이, 특히 그것이 교사에 의해 수업 시간에 읽히기 위한 것이라면 재고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야기가 어린이들에게 주는 효용이 무엇입니까. 다시 한 번 반복하지만, 몰입입니다. 이야기 속 등장인물과, 사건들 속으로 깊이 몰입하는 것. 그래서 저도 초등학교 때, '5학년 3반 청개구리들' 같은 책을 읽으면서 그 이야깃속 많은 에피소드들이 내게도 펼쳐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면서 유년기를 보낸 기억이 납니다.


교사가, 이야기를 도구로 소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특히 교사에 의해 함부로 사용된 이야기라면, 아마 어린이가 다시 읽을 마음을 쉽게 가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참 슬픈 일입니다. 우리가 수업 혹은 강의 때 사용한 교재를 웬만하면 다시 들여다보지 않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우리 어린이들에게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학은, 소설은, 이야기는 그러면 안됩니다. 어린이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즐겁게 읽은 이야기는 다시 읽고자 할 때 꺼내어들면 좋다고. 얼마 전, 다시 읽었던 [폭풍의 언덕]과 [제인 에어]가 생각납니다. 그러므로, 이야기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입니다.


이 책은, 그저 이야기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과학소설은 아닙니다. 충분히 의미있는, 어린이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이 아래로는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의 화자인 지수는 부모와 동생을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잃은 초등학교 6학년 학생입니다. 지수가 [월간과학]을 구독하여 읽고, 천체물리학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바로 사고로 가족을 잃은 그 사건 때문일 것입니다.


어느 날, 가족 잃은 쓸쓸한 집에서, 지수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통해 '평행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보게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와 똑같은 모습, 그러나 조금 다른 삶이 펼쳐지고 있는 곳. 지수는 평행우주 이야기를 통해, 다른 우주에는 자신의 엄마와 아빠, 그리고 동생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열심히 과학을 공부해 갑니다. 그리움입니다.


그 그리움의 다른 한 끝은 701호 할머니에게 맞닿아 있습니다. 미스터리한 그 할머니는, 평행우주의 다른 쪽에서 이 쪽으로 건너온 이입니다. 할머니의 모험 또한, 그리움에 맞닿아 있습니다. 충남 보령으로의 여행. 그리고 할머니는 지수에게 말합니다.


"여기엔 없더구나."


아직 어린이들에게 그리움이란, 큰 부피를 차지하는 인생의 부분은 아닙니다. 우리 속에서 그리움은, 더깨 앉은 세월의 흔적 만큼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야기의 주인공인 지수는 너무 어린 나이에 큰 그리움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삶에 자신의 가족이 큰 흔적을 남기기도 전에, 더 이상의 흔적을 가질 수 없게 되어버린, 초등학교 6학년.


어찌보면, 우리는 아마도 우리 어린이들의 그리움에 크기에 대한 큰 오해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만나는 어린이들, 그들의 속에 잠겨있는 그리움의 크기를 오롯이 들여다 볼 수도 없으면서, 어린이들이 무슨 큰 그리움을 가지겠어, 라며.


이 책은, 우리 어린이들의 속에 쌓여가는,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혹은, 우리 어른이 가진, 잃어버린 것들을 향하고 있는 간절함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그리움이 바탕이 되어, 지수와 할머니의 관계의 끈은 맺어집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지수에게는 민아와 희찬이라는, 우정의 관계의 끈이 또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계단 사이사이에서 만나는, 옅고 가늘지만, 지수를 지탱해주는 문 뒤의 삶들.



이 책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밝히지 않지만, 사실 모든 것을 조금씩 보여주는 세련된 방식으로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읽으면서, 701호 할머니(오수미)가 다른 우주로부터 왔다는 것을 드러내는 부분들이 더 잘 보였습니다. 처음 읽을 때는 의아하게 느껴졌던 것이. 이 책이 내러티브를 흘려보내는 방식은, 미스테리함을 담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몰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수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방식 또한 같습니다. 왜 부모가 아닌 삼촌과 살까, 라는 궁금증을 천천히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야기의 몰입도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큰 불행이라고 여겨지는 과거 앞에서도 지수가 가지는 덤덤한 태도는, 요즘 초등학생들의 모습과도 오버랩되곤 합니다. 아마 실제로는 덤덤함이 아니라, 너무 갑작스레 닥친 상실과 절망이 그저 몸에서 충분히 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몸 속에 다른 구획 속에 절망과 상실이 들어앉아 있기 때문에 드러나는 덤덤함일 수도 있지만. 그런 부분 때문에 이야기가 조금 더 독자의 마음에 세밀하게 찾아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2025년 케임브리지를 꿈꾸는 지수의 모습으로 끝이 납니다. 더 이상 보탤 수 없는 것에 대한 쓸쓸한 그리움이 아니라, 앞으로 가득 쌓아올릴 것에 대한 기대와 동경이 담긴 꿈.


우리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보태주어야 할 것은, 자신의 인생에 무언가를 가득 담을 수 있다는 희망이어야 할텐데, 혹시 우리는 어린이들로 하여금 지나간 삶을 자꾸 뒤돌아보게 만들면서 희망도, 기대도, 꿈도, 동경도 잃어버리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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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찰을 전하는 아이 푸른숲 역사 동화 1
한윤섭 지음,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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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주변의 평가가 워낙 좋았다. 특히 초등 사회 역사 시간에 동학농민운동 - 혹은 동학농민전쟁/갑오농민전쟁 - 부분에서 이 책을 읽히는 것으로 수업을 대신한다는 선생님도 계셨던 터라 나름 기대하며 책을 읽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소년의 노래였다. 약이 되는 노래. 그리고 그 노래의 마지막은 ‘새야 새야 파랑새야’가 되었다. 동학농민운동의 의의라면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모두를 치유하는 평등의 약이 된다는 말일게다.

그러나, 이 메시지를 전해주기에는, 이야기가 너무 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가면서 여기저기 흩뿌려둔 많은 이야깃가지들 - 예컨대 공세의 김 진사 댁 - 이 그냥 버려져 버린 것이 가장 아쉽다.

급전직하적인 결말이라 한다. 녹두 장군이 체포되면서 모든 이야기들이 다 무위로 돌아간다. 그렇게 어렵게 서사를 쌓았는데, 애써 일군 이야기들이 그냥 해뜬 후 안개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래서인지 묘하게 이인화 씨의 [영원한 제국]의 느낌이 난다. 모든 것을 파국으로 끝내버린 결말. 아마 많은 분들이 ‘감동적이었다’고 느낀 것은, 급하게 닫아버린 결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직도 궁금하다. 왜 그리도 댓가를 치루고 댓가를 치루게하면서 서찰을 전했는지. 아버지의 갑작스런, 이유없는 죽음은 도대체 무슨 이유가 있는지. 녹두 장군의 체포와 함께 일껏 쌓아올린 그 많은 이야깃거리들은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게 가장 아쉽다.

이 책으로 동학농민운동에 대한 역사 공부를 대신한다면 이는 꼭 말리고 싶다. 이 책은, 오히려 동학농민운동과는 전혀 상관짓지않고 읽히는 것이, 차라리 여러 노래들이 군데군데 들어간 것이 오히려 더 인상적인 부분이었던지라, 그를 염두에 두고 읽히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전작인 [봉쥬르, 뚜르]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말글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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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가는 계단 - 제2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 창비아동문고 303
전수경 지음, 소윤경 그림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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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리 짧을 책은 아니다. 훨씬 더 풍부하고 다채로운 내러티브를 품고 있는데, 그걸 미처 다 표현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그럼에도, 이 책은 크나큰 미덕을 가지고 있다. 상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요즘 읽은 어린이책들은 다 어린이의 입말을 빈 어른들의 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 쓴 어린이책. 그래서 상상과 환상은 없고 정답과 교훈만 있는 것들 투성이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린이들에게 열광하는 것은 그들이 꾸는 꿈과 상상이지 않은가. 어느샌가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당위를 슬쩍 주입시키는 것들을 좋은 책이라며 읽히고 있진 않은가 싶다.

어린이들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왜냐하면 다루는 물리학 이야기가 친절하진 않기 때문이다. 이해는 된다. 제대로 다루려고 했다면 아마 이 정도 분량에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내러티브를 낭비했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그러나 지금을 발딛고 살아가는 우리들이, 물리학적 이론을 기반으로 다른 세상을 상상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아주 매력적인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요즘 본 어린이 책 중에 재미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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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뜨기에 관하여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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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내가 가진 것이 없어진다는게 아니라 나를 벗고 새로운 나를 입어가는 것이다. 주윙빈담이 카이와판돔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카이와판돔이 주윙빈담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더 나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덜 나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가야 한다.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게 어른이다.

"소멸이 아니라 포기입니다. 어른은 아이를 포기해야 도달할 수 있는 곳입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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