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컴퓨터는 또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기술의 생태적 영향력을 무시하는 대응이다. 기술은 절대로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기술은 하나의 환경 속에 있는 모든관계를 재편성하여, 어떤 점은 개선시키고 또다른 측면은 악화시킨다. 컴퓨터는 특정한 유형의 학습방식만을 홍보하고 지지하면서 다른 방식은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비평가 닐 포스트먼이 지적한 바와 같다. "우리가 컴퓨터에 관해서 고려해야 할 점은, 교육적 도구로서 그것이 효율적인가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컴퓨터가 학습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어떤 식으로 바꾸어놓고 있는가 하는 점을 알아야 한다." - P98
만약 아이들이 감독을 받지 않은 사회적 활동에 발을 담궈보지 못한다면, 그들은 어른이 된 뒤에도 공민적 책임감의 바다에서 결코 헤엄을 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아이들이 흙을 파고, 거미, 벌레, 새, 그리고 포장이 되지 않은 운동장 한구석에 나 있는 잡초를 발견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자연을 탐험하거나 고마워하고 보호할 가능성이 적을 것이다. - P100
랭던 위너는 《고래와 원자로》의 서문에 이렇게 쓰고 있다. "나는 자기값어치를 하는 기술철학이라면 어떤 것이든 궁극적으로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 우리는 최량의 인간성과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계에 부합하도록 현대의 기술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학교들은 오히려 그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 우리는 어떻게 기술이 그 역량을 마음껏 펼치고, 기술이 건설할 세계에 조화될 수 있도록 인간에게 제약을 가할 것인가? 그 결과 우리 아이들은 텅 빈 내면으로 불구가 된 삶을 물질로 채우려는 헛된 시도를 되풀이하면서 이 소외의 과정(자기 자신과 타자, 지구를 하나의 수단으로 대하는)을 계속해서 감내해야 할 공산이 크다. 아이들이 그들의 개인적·사회적 문제들을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거나 공동체 구성원들로부터 용기와 지지를 구해서 풀어나가려고 하지 않고, 마약, 총, 인터넷상의 혐오 표출, 그 밖에도 다른 강력한 ‘도구‘들에 의존하여 해결할 때, 우리는 놀라서는 안될 것이다. 결국 바로 그것이 우리가 가르친 것이니까 말이다. - P107
오늘 또또 윤동주~
유유출판사의 문장시리즈 중 한권엄지혜 작가님의 [태도의 말들], 김겨울 작가님의 [책의 말들]에 이어 세번째로 이다혜 작가님의 [여행의 말들]을 읽었다.이다혜 작가님의 필력이야 말해 무엇하겠는냐마는, 역시 나는 감상 위주의 여행에세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음(일단 스토리가 있어야 함^^ 빌 브라이슨 처럼^^ - 이 책의 구성상 어쩔 수 없다)을 다시 한번 깨닫고;;하지만, 여행과 관련된 책의 인용구가 나오니깐, 읽은 책, 읽을 책, 읽고 싶은 책의 인용구를 보는 것은 언제나 반갑고 즐거우니깐!!이 시리즈 모아야겠어~
스캇님 포함 이 책 사랑하는 플친님들도 많고, 여러 매체(김영하 작가님 등등)에서 추천도 많은 책이다. 정말 단편소설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하는 소설집이다.표제작도 좋지만 - 내가 20대라면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가장 좋다고 느꼈을지도^^ - 지금의 나는 [코요테]와 [아술]에 더 마음이 간다. 내 부모를 생각나게 하고, 지금의 나를 생각하게 하는 아련함과 씁쓸함.
질병이란 내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처음으로 ‘청자‘가 생겼다는 느낌을 받았다. ‘장애를 극복하지 않고서도 타인과 소통할수 있구나, 한계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고유한 이야기가 될 수 있구나‘ 홍수영 씨는 생각했다. "제 아픔을 말한다는 게 결국 타인에게 다가가 생각의 균열을 만드는 일 같아요." 그가 가진 연약함은 다른 연약함을 볼 수 있게 했다. 그러자 질병은 더 이상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 P21
‘엄마 아빠가 날 팔아넘길 것 같다‘는 생각에 불안해질 때마다 동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목우야, 괜찮아. 그거 망상이야"라고 이야기해주었다. 환청과 망상은 다른 정신장애인 동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다.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그때 처음 깨달았어요." - P23
‘아프면 아픈 대로의 삶이 있을 것‘이라고 정씨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오히려 울상이 된 지인들의 걱정과 위로를 받으며 ‘괜찮다‘ 안심시키느라 매번 진을 뺐다. 사회가 질병을 얼마나 낯설어하는지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아픈 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쉽게 대상화되었다. 아프다는 사실보다, 아픈 몸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 때문에 슬펐다.정씨는 질병과 함께 사는 소소한 일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한다. 미디어가 보여주는 암 환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싶었다. "아픈 사람이 질병에 대해 자꾸 얘기해야 덜 불편해질 것 같았어요. 이게 일상인 사람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요." - P25
건강했던 시간보다 질병과 같이 산 세월이 길어지면서 김씨가 깨달은 사실은 몸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아픈 몸을 ‘잘 데리고 살아갈’ 방법을 터득해야 했다. "다섯 번 수술해서 멀쩡했는데 여섯 번도 받을 수 있겠지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는 마음을 버리고 나니 몸의 변화를 좀 더 편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김씨는 아팠던 시간들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덕분에 하고 싶은 일들을 더 이상 미루지 않는 사람이 됐다. "나으면 해야지 했는데 그 시간이 언제 올지 알 수 없었어요." - P28
건강했던 몸을 마냥 그리워하지 않게 된 건 ‘느린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부터다. 장애인권동아리 활동을 하며 걷고, 말하고, 문자를 치는 데에는 사람마다 속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동안 자신이 빠른 속도로 추월해왔던 사람들이 머릿속에 스쳤다. 새로운 관계 속에서 안씨는 아픈 몸을 감추며 ‘괜찮은 척’하지 않았다. "아프고 약한 사람들이 강해져야 하는 게 아니에요. 아프고 약한 채로 살다가 편하게 죽고 싶어요."‘나는 아마 낫지 않을 것이다.’ 이 한 문장을 쓰기까지 5년이 걸렸다. 안씨가 쓴 책 〈난치의 상상력>(동녘, 2020)에 나오는 문장이다.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싶었어요." - P30
건강은 추구해야 하고 질병은 퇴치해야 하는 이분법적 세계에 ‘질병권(아플 권리)’이라는 새로운 권리를 디딤돌처럼 놓았다. 아픈 사람을 빨리 회복시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아픈 상태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자는 제안이다.건강한 몸을 정상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아픈 몸은 열등해진다. 질병은 병원으로, 요양원으로, 그 밖의 각종 시설로 ‘처박힌다.’ - P34
한 사회가 ‘아픈 몸’을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은 죽음의 미래를 엿보는 일이기도 하다. 질병은 죽음을 이해하는 소중한 단서이기 때문이다. 질병과 죽음에 관한 각자의 내밀한 경험이 더 많은 보편의 이야기로 나눠질 때, 삶도 조금은 덜 잔인해진다. - P35
의료를 비롯한 모든 시스템이 아픈 사람을 빨리 회복시키는 걸 목표로삼고 있지만, 저는 아픈 사람이 회복되지 않더라도 아픈 상태로 이 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는 없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 P37
병원에서 버려졌다는, 믿고 있던 시스템에서 버려졌다는 느낌을 받는 거죠. 그래서 환자가 호스피스에 오면 저희가 제일 처음하는 일 중 하나가 ‘안심‘시키는 일입니다. ‘당신은 버려지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책임을 지겠습니다.’ 통증이 없게 하고 증상을 조절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이 이런 커뮤니케이션입니다.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이 질환의 예후는 불가피하지만 이 시스템에서 당신은 아직 버려지지 않았고 우리가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어떻게 보면 호스피스·완화의료의 핵심입니다. - P41
반대로 어머님들은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을 걱정하느라 남은 시간을 잘 못 보냅니다. ‘내가 죽고 나면 내 자식, 내 남편은 어쩌지‘라는 근심걱정에 꽉 차 있어요. 제가 어머님들에게 자주 드리는 말씀은 ‘이기주의자가 돼야 한다’예요. 아버님들에게는 이런 얘기를 안 해요. 할 필요가 없어요(웃음). 남은 시간을 어떻게 자기를 위해 써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기를 위해서 살아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거죠. - P49
호스피스 제도는 돌봄을 훈련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해요. 죽음을 수용하는 것도 ‘용기‘라고 할 수 있지만 자신이 연약해진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건 더 큰 ‘용기‘라고 할 수 있거든요. 돌봄을 받아들이는 훈련은 환자와 보호자가 그냥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잘 아는 의료진의 예후 예측, 연명의료 결정에 대한 의료진과의 의사소통이 얼마나 충분히, 또 깊이 이뤄지는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 P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