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쿨함

8장 생각의 지도가 생각나는 장

이 인물을 피부가 얇다고 묘사한 것은 비유적인 표현이지만, 알고보면 상당히 문자 그대로의 표현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이 성격 특성을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시험 중에는 피부 전도율 시험이 있는데, 잡음과 강한 감정과 기타 자극에 반응하여 땀이 얼마나 나는지 기록하는 시험이다. 고 반응성인 내향적인 사람은 땀을 더 흘리고, 반응성이 낮은 외향적인 사람은 적게 흘린다. 이들의 피부는 문자 그대로 두껍고, 자극에 영향을 덜 받고, 만져보면 시원하다. 사실 내가 대화해본 몇몇 과학자들에 따르면 바로 여기에서 사회적으로 ‘쿨하다‘는 개념이 생겨났다고 한다. 반응성이 낮을수록 피부도 시원해지고, 사람도 쿨해진다. (그건 그렇고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는 이러한 바로미터의 극단에 있어서, 각성 수준과 피부 전도율과 불안 정도가 극도로 낮다. 이들이 편도체가 손상되었다는 증거도 어느 정도 있다.) - P221

우리는 ‘쿨함‘을 선글라스와 태연한 태도와 손에 든 술로 보여주는 일종의 포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액세서리를 고른 것은 그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짙은 색안경과, 느긋한 보디랭귀지와, 알코올을 기표로서 채택한 것은 다름 아니라 신경계가 과열되었다는 신호를 그것들이 가려주기 때문인지 모른다. 선글라스는 우리 동공이 두려움에 커지는 것을 타인이 보지못하게 막아준다. 케이건의 연구를 보면, 이완된 신체는 낮은 반응성의 특징이다. - P222

그리고 알코올은 우리를 억누르는 것들을 제거하고 우리의 각성 수준을 낮춘다. 성격 심리학자 브라이언 리틀 Brian Little이 말하듯 풋볼 게임에 갔는데 누가 맥주를 권한다면, "사실 그들이 말하는 건 안녕하세요, 외향성 한잔하시죠"다. - P223

일레인 애런은 여기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애런은 섬세함이 그 자체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 보통 그것과 함께 따라오는 주의 깊고 사색적인 유형들이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섬세 하거나 ‘반응이 큰’ 유형은 행동하기 전에 주의 깊게 관찰하는 전략을 택할 것이고, 따라서 위험과 실패와 에너지 낭비를 피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고 관찰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신경계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것은 ‘확실한 데 걸기‘ 혹은 ‘뛰기 전에 살피 - P226

기‘라는 전략이다. 반면에 다른 유형의 적극적인 전략은 먼저 완벽한 정보 없이 위험이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먼저 저지르는 것‘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고‘ ‘기회는 한 번뿐이기 때문에 ‘승산이 없더라도 해보는 전략이다." - P227

윌슨은 말한다. "하나뿐인 최고의 [동물] 성격은 없다. 자연선택에 따라 유지되는 다양한 성격이 있을 뿐이다." - P229

타협 이론은 인간에게도 적용되는 듯하다. 과학자들은 외향성(특히 새로움을 추구하는 면)과 연관되는 특정 유전자를 물려받은 유목민들이, 이 유전자가 없는 유목민보다 영양 상태가 좋다는 점을 발견했다. 하지만 정착 생활을 하는 이들 중에는 이 유전자가 있는 사람들의 영양상태가 오히려 나빴다. 유목민이 침입자에게서 가축을 보호하고 사냥하는 데는 도움이 되는 바로 그 특성들이 농사를 짓거나 시장에서 물건을 팔거나 학교에서 공부하는 등 한 곳에 머무르며 하는 일에는 장애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 P230

융이 거의 한 세기 전에 두 유형에 관해 말했듯이 "한쪽(외향적인 쪽)은 번식력은 뛰어나지만 저항력은 약하고 수명도 짧은 반면, 다른 쪽(내향적인 쪽)은 다양한 자기 보존 수단은 있지만 번식력은 낮다." - P231

금융의 역사는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 가속페달을 밟는 사람들의 사례로 가득하다. 행동경제학자들은 타 기업을 인수하는 경경쟁자를 물리치는 데 혈안이 되어 자기가 초과지불하고 있다는 신호들을 무시한다는 점을 오랫동안 지적했다. 이것은 너무나도 빈번하게 일어나 이름이 생겼을 정도다. 이를 ‘거래의 열병‘이라고 하는데, 그후에는 ‘승자의 저주‘가 찾아온다.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이 그 전형적인 사례다(이 일로 타임워너의 주주 가치가 2천억 달러 떨어졌다). - P243

누구에게나 낡은 뇌가 있다. 하지만 고 반응성인 사람의 편도체가 평범한 사람보다 새로운 것에 더 민감하듯이, 외향적인 사람들은 내향적인 사람에 비해 보상을 추구하는 낡은 뇌의 욕망에 좀 더 쉽게 굴복하는 듯하다. 사실, 일부 과학자는 보상 민감성이 외향성의 흥미로운 특성일 뿐 아니라 바로 그것이 외향적인 사람을 외향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요인이라는 발상을 탐구해보기 시작했다. 달리 말하자면 외향성은 최고라는 지위에서부터 성적 쾌락과 금전에 이르기까지, 보상을 추구하는 성향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외향적인 이들은 내향적인 사람보다 돈과 정치와 쾌락 면에서 더 야망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 관점에 따르면, 이들의 사교성조차 이런 보상 민감도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외향적인 이들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그것이 본질적으로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 P246

‘FUD(그리고 그것을 잘 느끼는 사람)를 무시하는 태도가 대침체를 불러오는 데 일조했다"고 보이킨 커리Boykin Curry는 말한다. 그는 이글 캐피탈이라는 투자회사의 대표로서 2008년 붕괴를 코앞에서 목격한 바 있다. 공격적으로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의 손에 힘이 너무 집중된 것이다. 그가 <뉴스위크>에 한 얘기를 들어보자. "20년간, 거의 모든 금융기관의 DNA가 위험할 정도로 변했다. 자리에 앉은 누군가가 레버리지와 위험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할 때마다 그 사람이 맞다‘는 것으로 판명났다. 이들은 더 대담해졌고, 승진도 했으며, 자본을 더 많이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주저하면서,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경영자는 ‘틀렸다‘고 판명되었다. 조심스러운 유형은 점점 위협을 느꼈고, 승진 기회를 박탈당했다. 자본 통제력도 잃었다. 이런 일이 거의모든 금융 단체에서 날마다 벌어졌고, 결국 특정 부류의 사람이 상황을 통제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 P253

가끔 사람들은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나쁜 숫자에 버튼을 누르기도 한다. 외향적인 사람, 특히 매우 충동적인 경우는 내향적인 사람보다 이런 실수를 저지르기가 쉽다. 왜 그럴까? 외향적인 사람이 이런 문제에서 생각은 적게 하고 행동은 빨리 한다는 점을 보여준 심리학자 존 브레브너John Brebner와 크리스 쿠퍼Chris Cooper의 말에 따르면 이러하다. "내향적인 사람은 ‘조사하게 되어’ 있고 외향적인 사람은 ‘반응하게 되어’ 있다." - P256

인내력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천재가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인내심으로 구성된다면, 문화적으로 우리 사회는 1퍼센트만을 떠받들고 있는 셈이다. 그 반짝임과 눈부심만을 사랑한다. 하지만 커다란 힘은 나머지 99퍼센트에 담겨 있다.
순전히 내향적이던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그건 내가 아주 똑똑해서가 아니라, 문제를 오래 물고 늘어져서다." - P261

그러니 자신의 본성에 충실하자. 느리게 천천히 가는 방식이 좋다면, 다른 사람들 때문에 경주를 해야 한다고 느끼지 말자. 깊이를 즐긴다면, 넓이를 추구하려고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자. 멀티태스킹보다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면, 그런 방식을 고수하자. 보상에서 비교적 자유롭기에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헤아릴 수 없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한 독립성을 좋게 활용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 P266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요. 어떤 언어학 수업이었는데, 학생들이 떠드는 내용은 아예 언어학과 상관도 없는 것이었어요. ‘와, 미국에서는말만 하면 괜찮은 건가 보구나‘ 하고 생각했죠." - P283

어떤 사람은 아시아계 학생들이 강제로 말을 하거나 서양의 방식에 동조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스탠퍼드대학교 문화심리학자인 김희정은 말하기가 늘 긍정적인 행동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한 논문에 이렇게 썼다. "학생들의 방식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대학에서 학생들의 침묵의 소리를 경청하는 법을 배울 수도 있겠죠." - P284

어떻게 아시아인들과 서양인들은 서로똑같은 수업 상황을 보고서도, 한 집단은 ‘수업 참여‘라고 명명하는데 다른 집단은 ‘허튼소리‘라고 명명하는 것일까? 의문의 답은 <성격 연구 저널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에 연구 심리학자 로버트 매크레이Robert McCrae 박사가 그린 세계지도에 있다. 매크레이 박사의 지도는리책에서 볼 만한 것이지만, ‘강수량이나 인구밀도가 아니라 성격 특성‘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며, 거기에 나타나는 짙은 회색과 밝은 회색은 - P284

은—짙은 색이 외향성, 연한 색이 내향성-아주 뚜렷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시아는 내향적이고 유럽은 외향적이다." 미국도 지도에 포함되었다면 아마도 짙은 회색이었을 것이다. 미국인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외향적인 사람들에 해당한다. - P285

또 다른 연구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과 유럽계 미국인에게 추론이 필요한 문제를 풀라고 하고서 문제를 푸는 동안 생각하는 바를 소리내어 말하라고 요청했는데, 아시아계 미국인은 조용하게 풀 때 성적이 훨씬 좋았던 반면, 백인들은 소리내어 말할 때 성적이 좋았다. - P286

예를 들어, 동양의 이런 격언들을 생각해보자.

바람은 울부짖으나, 산은 고요할 뿐이로구나.
- 일본 속담

아는 자는 말하지 않는다.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 노자, 도덕경』

침묵의 계를 지키려 별달리 노력하지 않아도, 홀로 거하니 저절로 말의 죄를 멀리하게 되는구나.
- 카모노코메이 (12세기 일본의 은둔자)

이제 서양의 격언과 비교해보자.

강해지도록 화법의 달인이 되어라. 사람의 힘은 혀에서 나오며, 말은 싸움보다 강하노라.
- 기원전 2400년전, 프타호텔(고대 이집트의 고관)의 금언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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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질과 성격의 차이

내 말은, 앞으로 나아가려면 얼굴을 마주보며 협력하는 것 자체를 중지하지 말고 그 방식을 세심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얘기다. 먼저, 내향성-외향성이 공생하는 관계, 즉 리더의 역할과 기타 역할이 사람들의 타고난 장점과 기질에 따라 배분되도록 능동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가장 효율적인 팀은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이 건전하게 섞여 있고, 리더십의 구조도 다양하다. - P153

어떤 사람들은 가장 확신이 없을 때조차
내가 가장 확신 있을 때보다 더 확신이 있다.
-로버트 루빈, [불확실한 세상에서」 - P157

심리학자들은 ‘기질‘과 ‘성격‘ 의 차이를 논한다. 기질은 타고난, 생물학적 기반의 행동과 정서 패턴으로 유아기와 초기 아동기에 나타난다. 성격은 문화적 영향과 개인적 경험이 뒤섞이면서 나타나는 복잡한 양상이다. 어떤 사람은 기질이 토대이고 성격이 그 위의 건물이라고한다. 케이건의 연구는 유아의 특정한 기질을, 톰이나 랠프 같은 청소년기의 성격 유형과 연관 짓는 데 유용하다. - P163

내가 그에게 끌린 까닭은 그의 연구 결과가 너무나 설득력 있었기때문일 뿐 아니라, 거대한 ‘천성-양육‘ 논쟁에서 그가 상징하는 것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1954년에 ‘양육‘의 편에 견고하게 서서 경력을 시작했는데, 그것은 당시 과학계의 정설이기도 했다. 당시에 기질이 타고난다는 발상은 정치적 다이너마이트여서, 나치의 우생학과 백인우월주의의 망령을 떠오르게 했다. 반면, 아이가 빈 서판이어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개념은 민주주의를 토대로 한 국가에 매력적으로 비쳤다.
하지만 케이건은 중간에 방향을 전환했다. 그는 말한다. "발길질을 하고 비명을 지르며, 저는 제가 발견한 데이터에 끌려갔던 겁니다. 기질이 제가 생각한 것보다, 제가 믿고 싶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1988년 <사이언스>지에 개재된 고반응성 아이에 관한 그의 초기 연구 결과는, 타고난 기질이라는 개념을 정당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데, 부분적으로는 그가 전에 ‘양육주의자‘ 로서 명성이 워낙 강한 탓이기도 했다. - P170

사실 대중 강연 불안은 반응성이 높은 신경계를 타고난 사람들에게 한정되지 않는, 원시적이고 본질적인 인간의 특성인지 모른다.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lson의 글을 토대로 한 어떤 이론에서는 우리 조상들이 사바나에 살 때, 주의 깊게 관찰 당한다는 것이 오직한 가지를 뜻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동물에게 추적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곧 잡아먹힐 것 같을 때, 우리는 똑바로 일어서서 자신 있게 말을 늘어놓을까? 아니다. 우리는 도망친다. 다시 말해서, 수십만 년 동안 진화는 우리에게 무대에서 당장 내려오라고 촉구했다. 청중들의 시선을 포식자의 눈빛으로 착각할 소지가 있는 탓이다. 하지만 청중은우리가 그 자리에 있기를 기대할 뿐 아니라, 느긋하고 자신 있게 행동하기를 바란다. 생리와 규약 사이의 이러한 갈등은 강연이 그토록 무시무시한 한 가지 이유가 된다. 그리고 청중이 옷을 벗고 있다고 상상하라는 조언이 긴장한 연사에게 도움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벌거벗은 사자나 멋지게 차려 입은 사자나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니까. - P173

벨스키는 내게 반응성 높은 아이의 부모가 엄청나게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양육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이 실제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이 아이들을 역경에 쉽게 무너지는 유형으로 보기보다 가변성이다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나쁜 쪽으로도, 좋은 쪽으로도 쉽게 변할 수있다는 말입니다." 그는 반응성 높은 아이에게 이상적인 부모가 어떤사람인지, 내게 유창하게 묘사한다. "아이의 신호를 읽고 개성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 뭔가를 요구할 때는 혹독하거나 적대적인 방식이 아니라, 온화하지만 단호하게 하는 사람. 호기심, 학업 성과, 만족 지연, 자제력을 장려하는 사람. 혹독하지 않고, 아이를 무시하지 않고, 일관성있는 사람" 물론 이 조언은 모든 부모에게 아주 훌륭하게 들어맞지만, 반응성 높은 아이를 기를 때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자신의 아이가 반응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면, 아이를 잘 기르기 위해 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이미 궁금해하고 있을지 모른다(11장에서 몇 가지 힌트가 소개된다). - P181

슈워츠의 연구는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우리는 성격을 개조할 수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까지다. 타고난 기질은, 우리가 어떻게 살았든 간에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우리라는 존재의 상당한 부분은 유전자, 두뇌, 신경계에 따라 정해진다. 하지만 몇몇 고 반응성 십대들에 - P186

게서 나타난 융통성은 이와 반대되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우리에게자유의지가 있고 우리가 그것을 이용해 성격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모순되는 얘기처럼 들리지만, 그렇지 않다. 슈워츠 박사의연구가 암시하듯 자유의지는 우리를 상당히 멀리 데리고 갈 수는 있어도, 유전적 한계를 넘어서까지 무한대로 멀리 데려가주지는 못한다. 빌 게이츠가 아무리 사교기술을 갈고 닦는다고 해도 빌 클린턴이 될수는 없고, 빌 클린턴이 혼자 컴퓨터를 아무리 많이 한다고 해도 빌 게이츠가 될 수는 없다.
이것을 ‘고무줄 이론‘ 이라고 해도 좋겠다. 우리는 늘어져 있는 고무줄이다. 탄성도 있고 늘어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까지다. - P187

1967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여전히 심리학 수업에서 인기리에시연되는 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아이젱크는 내향적인 어른과 외향적인 어른의 혀에 레몬주스를 놓고서 누가 더 침을 많이 흘리는지 측정했다. 당연하게도, 감각 자극에 더 많이 각성되는 내향적인 사람들에게서 침이 더 많이 나왔다. - P195

반응성에 관한 케이건의 발견과 결합해보면, 이러한 연구들은 우리성격을 들여다볼 매우 강력한 렌즈가 되어준다. 일단 내향성과 외향성을 자극 수준에 대한 선호도 정도로 이해하고 나면, 자신의 성격에 잘맞는 환경을 의식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자극이 과하지도 않고 부 - P196

족하지도 않게, 지루하지도 않고 불안하지도 않게 만드는 것이다. 성격 심리학자들이 ‘최적 수준의 각성‘ 이라고 하고 내가 ‘스위트 스폿sweet spot‘ 이라고 하는 것에 따라서 생활을 구성하고, 그럼으로써 전보다 더 활력 있고 생동감 있다고 느낄 수 있다. - P197

엘리너는 결코 자신의 연약함을 초월하지 못했다. 일생동안 자칭 ‘그리젤다(중세 신화에 나오는 침묵에 빠져든 공주의 이름) 분위기‘라고 한 어두운 감정에 시달렸고, "코끼리 가죽 같은 튼튼한 피부"를 만들려고 발버둥쳤다. "숫기 없는 사람은 언제까지나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극복하는 법은 배울 수 있지요." 하지만 어쩌면 바로 그러한 섬세함 덕분에, 그녀는 궁핍한 사람들과 쉽게 이야기하고 그들을 위해 행동할 만큼 양심적인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대공황 초반에 대통령으로 선출된 프랭클린은 자비심 많은 이로 기억된다. 하지만 프랭클린으로 하여금 미국인들이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알게 해준 것은 바로 엘리너였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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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말에 완전공감! 그래서 내가 글을 쓸 수가 없네 ㅎㅎ

짐 콜린스는 말한다. "교훈은 명백하다. 회사를 바꾸는 데 거인 같은 사람은 필요하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자신의 에고가 아니라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을 키우는 지도자다." - P97

직원들이 수동적이거나 능동적이라는 사실에 지도자들의 실적이 좌우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랜트는 내향적인 사람들이 능동적인 사람들을 이끄는 데 유달리 잘 맞는다고 지적한다. 상대의 말을 잘 듣고 상황을 지배하는 데 무관심하다는 성향 때문에, 내향적인 사람들은 제안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시도해볼 확률이 높다. 이들은 사람들의 재능에서 도움을 받고 나서 더더욱 그들에게 능동적으로 행동하도록 독려하기 쉽다. 바꿔 말해서 내향적인 지도자들은 능동성이라는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티셔츠 접기 연구에서, 팀원들은 내향적인 지도자들이 더 개방적이고 수용적이었다고 느꼈고 그 때문에 더 열심히 셔츠를 접었다고 말했다. - P100

하지만 그런 면을 지나치게 중시할 소지도 있다. 어떤 환경에서는 조용하고 겸손한 리더십도 그와 동등하거나 심지어 더 효과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캠퍼스를 나서면서, 나는 베이커 도서관에 들러 로비에 전시된 유명한 <월스트리트 저널> 만화를 본다. 만화 속에는 한 초췌한 경영자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수익률 도표를 바라보고 있다.
경영자가 동료들에게 말한다. "이게 다 프래드킨 때문이라고. 그 인 - P110

간은 사업 센스는 꽝인데 리더십 기술은 엄청나서 사람들이 다들 그 인간을 따라서 곤두박질친단 말이야." - P111

작가 프루스트는 이렇듯 독자와 작가가 합일하는 순간을 "고독의 한가운데서 일어나는 그 유익한 교감의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가 종교적인 표현을 쓴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 P118

하지만 내향적인 사람들의 창의성에 관해 그보다는 덜 명백하지 만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가설이 있다. 모두가 이 설명을 듣고 교훈을 얻을 수 있으리라. "내향적인 사람들은 홀로 일하기를 좋아하고, 고독은 혁신에 촉매가 될 수 있다."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한스 아이크HansEysenck도 지적했듯이 내향성은 "눈앞에 있는 일에 집중하게 하고, 일과 무관한 사회적 성적 문제에 에너지가 흩어지지 않도록 방지한다." 바꿔 말해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테라스에서 술잔을 부딪치고 있는데 여러분 혼자 나무 아래에 앉아 있다면, 여러분 머리에 사과가 떨어질 확률이 더 높다. (뉴턴은 세계적으로 대단히 내향적인 사람에 해당한다. 윌리엄 워즈워스는 그를 이렇게 묘사했다. "영원히 항해하는 마음/생각이라는 기이한 바다를 헤치며.") - P125

협력 모형은,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에게서 배울 때 학습에 주인의식이 생긴다는 이론을 내세우는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에 뿌리를 두지만내가 뉴욕, 미시건, 조지아 주의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에서 면담한 초등학교 교사들에 따르면 그 방식은 기업계의 팀 문화에 따라 자신을 표현하도록 아이들을 길들이기도 한다. 맨해튼의 한 공립학교 5학년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교육 방식은 독창성이나 통찰력이 아니라 언어 구사력에 따라 사람을 존중하는 기업계를 따른 겁니다. 말을 잘해서 이목을 끌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하는 거죠. 능력이 아닌 다른 뭔가를 토대로 하는 엘리트주의입니다." 조지아 주 디케이터에서 초등학교 3학년 교사로 일하는 한 사람은 이렇게 설명했다. "요즘은 기업계가 그룹으로 일하니까 학교에서도 그렇게 해요." 교육 컨설턴트 브루스 윌리엄스Bruce Williams는 이렇게 썼다. "협력 학습은 팀으로 일하는기술을 향상시켜줍니다. 직장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술이죠." - P129

에릭슨과 동료들은 다른 전문가들을 연구했을 때도 유사한 고독의 효과를 발견했다. 이를테면 토너먼트급 체스 선수들의 기술을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진지하게 혼자서 연구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이다. 그랜드마스터는 보통 처음 체스를 배우는 10년 사이에 혼자 연습하는 시간이 무지막지하게도 5천 시간에 이른다(중간급 선수들의 거의 다섯 배다). 혼자서 공부하는 대학생들은 그룹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에 비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 많이 배우는 편이다. 팀 스포츠를 하는엘리트 운동선수들조차 개인 연습에 상당한 시간을 투입할 때가 많다.
고독의 어떤 점에 그런 마법이 숨어 있는 것일까? 에릭슨에 따르면,
여러 분야에서 오직 혼자 있을 때만 ‘의도적인 연습‘을 할 수 있다고한다. 이 연습은 그가 보기에 탁월한 성과의 문을 여는 열쇠다. 의도적으로 연습할 때, 우리는 자신이 도달해야 할 정확한 지점을 알고 자기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애쓰며, 자신의 진전 정도를 점검하고, 그에 - P134

따라 방향을 조정한다. 이런 기준에 못 미치는 연습 시간은 덜 유용할뿐 아니라 거꾸로 역효과를 낳는다. 기존의 인지 기제를 개선하지 않고 오히려 강화하기 때문이다.
의도적 연습‘은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 있을 때 가장 잘할 수 있다. 강한 집중력이 필요한데 다른 사람이 있으면 산만해질 소지가 있다. 강력한 동기도 필요하다(스스로 동기를 부여해야 할 때가 많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그 사람 자신’에게 가장 힘겨운 일에 도전해야 한다. 에릭슨은 이렇게 말한다. 오직 혼자 있을 때만 "자신에게 힘겨운 일에 곧바로 도전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더 잘하려면, 상황을 자기가 주도해야 하죠. 그룹 수업을 상상해보세요. 그때는 전체 중에서 아주 작은 시간만을 주도하게 됩니다." - P135

실제로 과도한 자극은 사람들의 학습을 저해하는 듯 보인다.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도심의 거리에서 시끄럽게 걷기보다는 숲에서 조용히 산책할 때 더 잘 배운다는 점이 발견되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노동자 3만 8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른 연구는 단순히 방해받는 것 자체가 생산성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점을 밝혔다. 현대의 사무실 전사들의 귀중한 능력인 멀티태스킹조차 신화였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제 과학자들은 두뇌가 두 가지 일에 동시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점을 안다. 멀티태스킹처럼 보이는 행동은 사실 여러 가지 일을 왔다 갔다 하는 것에 불과하며, 이는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실수가 일어날 비율을 50퍼센트까지 높인다. - P140

프라이드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창의적인 이들이 늘 알고 있었던 점을 큰 소리로 대변해준다. 예를 들어 카프카는 일하는 동안 사랑하는 약혼녀가 옆에 있는 것조차 못 견뎠다.

당신은 언젠가 내가 글을 쓸 때 옆에 앉아있고 싶다고 말했죠. 내 말 잘들어요. 그러면 나는 전혀 쓸수가 없어요. 글쓰기란 자신을 과도하게 드러낸다는 뜻이에요. 그 궁극의 자기표현과 투항, 그 순간에 한 인간이 다른 사람과 관계한다면 자기를 잃어버리는 것처럼 느끼고 따라서 제정신인 한 언제나 그런 일에서 움츠러들게 돼요...…. 바로 그래서 글을 쓸 때는 결코 충분히 혼자일 수도 없고, 글을 쓸 때는 결코 충분히 고요할 수도 없고, 심지어 밤조차 충분히 밤이 아닌 거예요. - P142

조직 심리학자 에이드리언 퍼넘Adrian Fumham은 이렇게 썼다. "과학적 근거를 보면 기업 사람들이 집단으로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다. 재능 있고 의욕적인 사람들이 있다면, 창의성이나 효율이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는 혼자서 일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이것의 한 가지 예외는 온라인 브레인스토밍이다. 연구 결과, 온라인 집단 브레인스토밍은 적절히 관리만 하면 개인적으로 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낼 뿐 아니라 집단이 커질수록 결과도 나아졌다. 학문연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으로,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협력하는 교수들은 혼자서 일하거나 얼굴을 보고 협력하는 교수들보다 더 영향력 있는 연구를 발표한다.
이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이미 말했듯 애초에 ‘새로운 집단사고‘가 생겨나도록 공언한 것도 온라인 협력의 이런 흥미로운 힘이었다. 대규모 온라인 브레인스토밍이 아니었다면 무엇이 리눅스, 위키피디아를 만들어냈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온라인 협업의 힘에 너무나 감탄한 나머지 종류를 불문하고 집단 업무를 과대평가하면서 단독 업무를 희생시켰다. 우리는 온라인 집단에 참여하는 일이 일종의 단독 작업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 대신 온라인 협력의 성공을 실제 세계에도 도입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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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와 관련된 10편의 이야기. 외모라는 주제는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흥미로운 주제인 것 같다. 10편 중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8장과 7장이었다.



8장 박정호의 [얼굴을 잃지 않는 대화]는 좀 더 알고 싶은 장이다. ‘대화란 서로 얼굴을 주고 받으며얼굴을 말에 실어 나르며, 증여의 사이클을 따라간다는 문장이 코로나로 절실하게 와 닿는다모두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하면서 얼굴을 주고 받지 못하여 대화의 단절거리감을 느끼고, ‘증여의 리듬을 타지 못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상대방의 주저함과 모호함과 망설임 같은 표정 언어를눈빛만으로는 파악하지 못하는 얼굴 전체에서 풍겨 나오는 표정 언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험또 나의 표정 언어를 상대방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대화가 뻗어가지 못하고 가라앉는 듯한 경험 말이다


저자가 프랑스에서 마르셀 모스의 사회학을 공부했고현대 사회의 선물과 희생 제의에 관한 문화적 담론과 실천을 연구하면서증여와 선물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고 하는데, ‘선물과 증여의 의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저자의 책은 없고 지만지 천출읽기 시리즈의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과 커뮤니케이션북 이론총서 시리즈의 류정아 저자의 <마르셀 모스증여론>이 있다사회학 책은 거의 읽지 않아서 어렵겠지만 분량이 많지 않은 책이니 한번 시도해 봐야겠다(언제?). 9장 김현주 [비누거품 아래죄와 부채]도 예술의 선물과 증여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 8장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얼굴을 보호하려면 선물을 주고받듯이 대화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얼굴은 사고 팔거나 훔치고 빼앗는 물건이 아니다. 얼굴은 선물처럼 건네받고 답례해야 할 자아상이며, 대화는 얼굴을 말에 실어 나르는 수레바퀴를 굴리는 일이다. 대화 속에서 말은 증여의 사이클을 따라간다. 사업상의 거래든 일상의 사교 관계든 아니면 길거리에서 낯선 이와의 마주침이든 모두 마찬가지다. ‘이제 당신이 말할 차례입니다‘라는 소리 없는 암시, 발언권을 서로에게 부드럽게 넘겨주는 선물의 정신은 우리 모두를 대화의 장으로 이끄는 초대장이다. 이렇듯 경직된 근육을 풀어 주듯이 대화가 오가려면 주의 깊게 마련된 증여의 리듬 규칙이 필요하다. 리듬 규칙은 대화 당사자들에게 동조 압력을 행사한다. 나와 상대 모두 이 압력을 인식하고 느껴야 한다. 그래야만 서로 자연스럽게 장단을 맞추는 말을 구사할 수 있다.

대면 상호작용 의례로서 대화는 메시지의 즉각적 교환으로 축소되지 않는다. 마르셀 모스가 말했듯 무언가를 주는 것은 나 자신을 주는 것이다. 우리는 말을 줌으로써 나를, 나의 얼굴을, 그리고 얼굴로 표현되는 신성한 자아를 준다. 아무리 사소한 대화라고 해도 상대방은 내 말에 실려 오는 나의 얼굴을 받고, 이어서 자신의 얼굴도 내게 내놓는다. – P152~153






















7장 정희원의 [지속가능한 몸 만들기]은 내용도 관심 가지만, 저자가 아산병원 노년내과전문의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내과세부과목 중 노년내과라는 게 생겼구나.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로 소아청소년과가 아니라 노년과가 생겨야 한다는 말이 이제 더 이상 우스개소리가 아니구나. ‘바프 만들기를 위한 몸이 아닌 죽기 전까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몸 만들기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저자의 <지속가능한 나이듦>이라는 책도 찾아봐야겠다.


그때의 심증을 지지하는 사회적 현상은 여전히 도처에 있다. 어느 날 길을 걷다 "뼈 빼고 다 빼 드립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본 일이 있다. 퍼스널 트레이닝업체의 광고였다. 이런 괴기스럽고 말도 안 되는 목표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문구로 쓰인다. 더 아연실색할 일은, 마른 몸매를 추구하는 사람 중 종아리 근육을 위축시키는 종아리 퇴축술 같은 시술을 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보행에 필요한 종아리근육은 매끈한 ‘일자 다리‘가 중요한 여성에게 부기를 가라앉히고 없애야 할 ‘종아리 알‘로 인식된다. 이는 외모에 대한 그릇된 신념 체계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자기만족을 향후 50년 이상 지속될 근골격계의 불균형과 교환하는 극도로 비대칭적인 거래가 아닐 수 없다. - P130























10장은 보수적인 대구 지역에서 여성 퀴어 페미니스트로 살고 있는 청소년(청년?) 활동가의 외모 통증 생존기이다. 외모 꾸미기에 관심 없는 나조차도(유일한 꾸미기는 흰머리 감추기용 뿌염?) 평생 가장 열심히 외모를 가꾸던 사춘기 중학교 시절이 떠오르며, 그때보다 더 외모 꾸미기에, 꾸밈 노동에, 관심과 압박을 받고 있을 오늘의 청소년, 청년 세대의 이야기다.


나는 서울로, 수도권으로 ‘망명‘을 가지 않고 대구에 남아 청소년 페미니즘 활동을 한다. 나는 계속해서 지금 여기의 여성 퀴어 청소년으로서 자유를 찾아 나설 것이고, 그와 함께 나와 내 친구들은 아마 영영 외모를 가지고 아파할 것 같다. "제일 외모 통증이 덜한 때는 언제야?"라는 나의 질문에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때."라고 답한 친구가 기억난다. 그 친구를 잘 알기 때문에, 그의 사후 묘비에나마 ‘이제 외모에 관해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라고 새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다들 지금 편안하길 바란다. 다들 자기 살을 잘 붙이고 덜렁덜렁 터덜터덜 삐질빼질 쿵쾅쿵쾅 다니길 바란다. 동네에서 뻥 뚫린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간간이 외모 통증을 언어화하며 살아가길. 이상할 만큼 정말로 괜찮은 어떤 날에 우리는 모두 덩어리진 생명일 뿐이었으니까. - P197




2장 김애라의 [메타버스 아바타의 상태]는 메타버스라는 곳도 오프라인의 연장선상에서 과시욕과 꾸미기를 분출하는 공간으로서, 철저히, 더욱더 자본주의적 성격의 공간임을, ‘물리적 세계를 초월하지 못한 공간임을 확인한 페이퍼라고나 할까.


메타버스 공간에서 정체성은 물리적 세계에 얽매인 이미지로 구현된다제페토에서 형성되고 있는 인플루언서 문화와 각종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아바타 패션과 현실의 아이돌 이름을 딴 ‘월드‘의 존재는 우리가 아직 초월적 세계보다는 물리적 세계 안에 존재하도록 강제되고 있음을 알려 준다. - P48



4장 임소연의 [K-성형수술의 과학]는, 민음사에서 올해 출간한 강렬한 빨강의 탐구 시리즈 중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의 저자라서 기대하고 읽었으나, 내용에 다소 동의되지 않았다. 나의 고정관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상적인 얼굴의 비율을 상세하게 정의하는 인체계측학의 작업은 성형수술의 발전에 날개를 달았다. 인종을 바꾸는 것처럼 보이는 성형 기술이 외모 개선의 문제로 전환된 것이다. ‘아시아인은 백인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더 아름다워지고 싶을 뿐‘이라는 간단명료한 설명은 성형수술이 사회병리적 현상이거나 인종주의의 도구라는 혐의에서 자유롭게 해 주었다. 이른바 인종’과학’의 출현이다. - P78



다음 편은 "대학"이네. 이 또한 할 말 많을 흥미로운 주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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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10-18 1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민음사에서 이런 잡지를 내고 있군요?
외모, 이거 참 심각한 문제 같습니다. 10살밖에 안 된 여자아이들이 자기 허벅지 굵어서 싫다고 한다는 얘기에 너무 슬펐어요 ㅠㅠ ˝이상할 만큼 정말로 괜찮은 어떤 날에 우리는 모두 덩어리진 생명일 뿐이었으니까˝라는 문장이 좋네요. 햇살님 잘 읽고 갑니다^^

수이 2022-10-18 13:33   좋아요 3 | URL
마흔여섯살이 된 아줌마도 자신의 허벅지를 바라보며 어우 넘 뚱뚱한데 하지만 그래도 튼실한 게 좋은 거리고 위안을 스스로 하지요. 십대때 하던 허벅지 걱정을 굳이 이 나이까지 해야 하는가 미니 스커트 안 입어도 잘 사는데 이런 생각이 또 드는군요 으흠

햇살과함께 2022-10-18 17:44   좋아요 2 | URL
괭님, 4개월 마다 발행되는 잡지예요^^
매번 한 가지 주제로 10편의 글이 실리고요.
마지막 문장 너무 좋으면서도 씁쓸하네요.
너무 어린 아이들이 어른처럼 꾸미고 살 찔까 걱정하는 거..너무 슬프죠..
어른들, 미디어 따라 배우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걱정되네요..

햇살과함께 2022-10-18 17:43   좋아요 2 | URL
vita님, 외모 걱정은 그냥 죽을 때까지 할 것 같아요;;;
그 강도와 부위(?)와 투여하는 시간과 돈의 정도가 다르겠지만요. ㅎㅎㅎ
 

인격의 문화에서 성격의 문화로.

어른이 된 지금도, 좋은 책을 읽고 싶은 마음에 저녁 초대를 거절하면서 죄책감을 느낄지 모른다. 아니면 음식점에서 혼자 밥을 먹으면서여유를 찾으려 할 때 옆 테이블 사람들의 딱하다는 듯한 시선은 더이상 받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흔히 조용하고 이지적인 사람들이 듣는 "너무 생각이 많아" 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사람들을 가리키는 또다른 단어도 있다. 사색가 - P25

내향성에 해당하지 않는 몇 가지가 있다. ‘내향성‘이라는 낱말은 은둔자나 인간 혐오자와 동의어가 아니다. 내향적인 사람이 실제로 그럴수는 있지만, 대다수는 매우 친근하다. 영어에서 가장 인간적인 구문이라 할 수 있는 "오직 연결하라 only connect!"는 뚜렷하게 내향적이었던 E. M. 포스터가 어떻게 ‘지고의 사랑‘에 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풀어낸 소설에 쓴 문구였다. - P33

왜 어떤 사람은 수다스러운데 어떤 사람은 말을 삼갈까? 왜 어떤 사람은 일에 파묻히는데 어떤 사람은 사무실 직원들과 생일파티를 준비할까? 왜 어떤 사람은 권한을 쓰는 데 익숙한데 어떤 사람은 지도자가 되기도 싫고 끌려가기도 싫어할까? 내향적인 사람도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외향성을 선호하는 우리의 문화는 자연적인 것일까, 아니면 사회적인 것일까? 진화론의 관점에서, 내향성이 하나의 성격 특성으로서 살아남은 이유가 반드시 있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분이 내향적이라면, 자연스럽게 끌리는 활동에 에너지를 쏟아야 할까, 아니면 로라가 협상 테이블에서 했듯이 무리를 해야 할까?
이 질문의 답을 알면 놀랄지도 모른다. - P38

카네기가 농장 소년에서 판매원으로, 다시 대중 연설 아이콘으로 변신해가는 이야기는 ‘외향성 이상‘이 부상하는 이야기와 겹친다. 카네기의 여정에는 20세기로 전환하는 시기에 임계점에 달한, 문화적 진화의 과정이 나타나 있다. 이로써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어떤 사람에게 경탄하는지, 취업 면접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직원에게 어떤 자질을 찾을지, 짝에게는 어떻게 구애하고 아이는 어떻게 기를지 등의 가치관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영향력 있는 문화역사가 워런 서스먼warren Susman에 따르면 미국은 ‘인격의 문화‘에서 ‘성격의 문화‘로 전환했고, 결코 회복하지 못할 개인적 불안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 - P46

인격의 문화에서 이상적인 자아는 진지하고, 자제력 있고, 명예로운 사람이었다. 중요한 것은 대중에게 어떤 인상을 주느냐가 아니라 홀로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였다. ‘성격‘이라는 단어는 18세기 이전에는 영어에 존재하지 않았고, ‘좋은 성격‘이라는 개념은 20세기가 되어서야 널리 퍼졌다.
하지만 ‘성격의 문화‘를 수용한 뒤로, 미국인들은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대담하고 재미있는 이들에게 매혹되었다. 서스먼은 이를 이렇게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새로운 성격의 문화에서 가장 각광받는 역할은 연기자였다. 미국인은너나 할 것 없이 ‘연기하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 P46

미국인들은 이제 이웃이 아니라 낯선 이들과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주민‘은 ‘직원‘으로 바뀌었고, 같은 주민으로서 혹은 가족으로서 인연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역사가 롤랜드 마천드Roland Marchand는 말한다. "누구는 승진을 하는데 누구는 따돌림 당해야 하는 까닭을 이제는 다년간 형성된 편애나 케케묵은 집안싸움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점점 더 모르는 타인과 사업하고 관계하게 되는 시대에, 사람들은 첫인상을 비롯한 모든 것이 중대한 차이를 만들지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인들은 이러한 압박에 반응하여 자기 회사의 최신 장치뿐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 팔 수있는 판매원이 되려고 노력했다. - P47

하지만 자신감 있게 보여야 할 필요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게 한 것은 심리학에서 대두된 열등의식 inferiority complex이라는 개념이었다. 인기 언론에서 IC라는 이름으로도 통하던 열등의식은 1920년대에 빈의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 Alfred Adler가 부적응과 그 결과를 묘사하기 위해 쓴 표현이다. 아들러의 베스트셀러 『인간 본성 이해하기 Understanding Human Nature의 표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자신감이 없는가? 소심한가? 순종적인가?" 아들러는 유아와 아동이 너나 할 것 없이 열등하다고 느끼는데, 이것이 어른들과 형들 틈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거치는 동안 아이들은 이런 감정을 승화하여 목표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 P53

물론 ‘외향성 이상‘은 근대의 산물이 아니다. 외향성은 우리 유전자에 있다. 몇몇 심리학자는 이것이 문자 그대로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 특성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덜 나타나고 유럽과 아메리카에서 더 나타나는데, 이들 대륙의 후손들은 상당 부분 이주민이었다. 심리학자들은 여행하던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던 사람들보다 외향적이라는 점, 그리고 그러한 특성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었다는 점이 이치에 맞는다고 설명한다. 심리학자 케네스 올슨KennethOlson은 이렇게 말한다. "성격 특성이 유전적으로 전달되므로, 신대륙으로 이주민이 물결처럼 몰려들 때마다 구대륙에 거주하는 사람들보다 더 바쁜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으로 바뀌게 된다." - P58

한 지식인은 1921년에 이렇게 썼다. "개개인의 성격을 존중하는 태도는 이제 바닥을 쳤고, 우리처럼 성격에 관해 이토록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국가가어디에도 없다는 점은 유쾌할 정도로 아이러니하다. 우리에겐 실제로 ‘자기표현‘과 ‘자기계발‘을 위한 학교도 있지만, 그것이 뜻하는 바는 성공적인 부동산업자 같은 성격을 개발하고 표현한다는 것인 듯하다." 또 다른 평론가는 미국인들이 연예인들에게 노예처럼 관심을 갖다바치기 시작한 상황을 개탄했다. "요즘 잡지들이 무대 위, 그리고 그에 연관된 것들에 얼마나 주목하고 있는지 보면 놀랄 정도다. 고작 20년 전에는 (그러니까 인격의 시대에) 그런 주제를 다루면 상스럽다고 간주되었다. 이제는 그것들이 "사교생활의 엄청난 부분을 차지하게 되어계층을 막론하고 대화의 주제가 되고 말았다." - P60

이스트먼 코닥Eastman Kodak사의 한 고위간부는 대니얼 골먼DanielGoleman에게 말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환상적인 회귀분석에 흥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결과를 중역들에게 발표할 생각에 불쾌해진다면 말이다." (발표한다는 생각에 들뜬다면 회귀분석을 한다는 생각에 불쾌해지는 것은 괜찮은 모양이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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