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쿨함

8장 생각의 지도가 생각나는 장

이 인물을 피부가 얇다고 묘사한 것은 비유적인 표현이지만, 알고보면 상당히 문자 그대로의 표현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이 성격 특성을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시험 중에는 피부 전도율 시험이 있는데, 잡음과 강한 감정과 기타 자극에 반응하여 땀이 얼마나 나는지 기록하는 시험이다. 고 반응성인 내향적인 사람은 땀을 더 흘리고, 반응성이 낮은 외향적인 사람은 적게 흘린다. 이들의 피부는 문자 그대로 두껍고, 자극에 영향을 덜 받고, 만져보면 시원하다. 사실 내가 대화해본 몇몇 과학자들에 따르면 바로 여기에서 사회적으로 ‘쿨하다‘는 개념이 생겨났다고 한다. 반응성이 낮을수록 피부도 시원해지고, 사람도 쿨해진다. (그건 그렇고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는 이러한 바로미터의 극단에 있어서, 각성 수준과 피부 전도율과 불안 정도가 극도로 낮다. 이들이 편도체가 손상되었다는 증거도 어느 정도 있다.) - P221

우리는 ‘쿨함‘을 선글라스와 태연한 태도와 손에 든 술로 보여주는 일종의 포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액세서리를 고른 것은 그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짙은 색안경과, 느긋한 보디랭귀지와, 알코올을 기표로서 채택한 것은 다름 아니라 신경계가 과열되었다는 신호를 그것들이 가려주기 때문인지 모른다. 선글라스는 우리 동공이 두려움에 커지는 것을 타인이 보지못하게 막아준다. 케이건의 연구를 보면, 이완된 신체는 낮은 반응성의 특징이다. - P222

그리고 알코올은 우리를 억누르는 것들을 제거하고 우리의 각성 수준을 낮춘다. 성격 심리학자 브라이언 리틀 Brian Little이 말하듯 풋볼 게임에 갔는데 누가 맥주를 권한다면, "사실 그들이 말하는 건 안녕하세요, 외향성 한잔하시죠"다. - P223

일레인 애런은 여기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애런은 섬세함이 그 자체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 보통 그것과 함께 따라오는 주의 깊고 사색적인 유형들이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섬세 하거나 ‘반응이 큰’ 유형은 행동하기 전에 주의 깊게 관찰하는 전략을 택할 것이고, 따라서 위험과 실패와 에너지 낭비를 피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고 관찰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신경계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것은 ‘확실한 데 걸기‘ 혹은 ‘뛰기 전에 살피 - P226

기‘라는 전략이다. 반면에 다른 유형의 적극적인 전략은 먼저 완벽한 정보 없이 위험이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먼저 저지르는 것‘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고‘ ‘기회는 한 번뿐이기 때문에 ‘승산이 없더라도 해보는 전략이다." - P227

윌슨은 말한다. "하나뿐인 최고의 [동물] 성격은 없다. 자연선택에 따라 유지되는 다양한 성격이 있을 뿐이다." - P229

타협 이론은 인간에게도 적용되는 듯하다. 과학자들은 외향성(특히 새로움을 추구하는 면)과 연관되는 특정 유전자를 물려받은 유목민들이, 이 유전자가 없는 유목민보다 영양 상태가 좋다는 점을 발견했다. 하지만 정착 생활을 하는 이들 중에는 이 유전자가 있는 사람들의 영양상태가 오히려 나빴다. 유목민이 침입자에게서 가축을 보호하고 사냥하는 데는 도움이 되는 바로 그 특성들이 농사를 짓거나 시장에서 물건을 팔거나 학교에서 공부하는 등 한 곳에 머무르며 하는 일에는 장애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 P230

융이 거의 한 세기 전에 두 유형에 관해 말했듯이 "한쪽(외향적인 쪽)은 번식력은 뛰어나지만 저항력은 약하고 수명도 짧은 반면, 다른 쪽(내향적인 쪽)은 다양한 자기 보존 수단은 있지만 번식력은 낮다." - P231

금융의 역사는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 가속페달을 밟는 사람들의 사례로 가득하다. 행동경제학자들은 타 기업을 인수하는 경경쟁자를 물리치는 데 혈안이 되어 자기가 초과지불하고 있다는 신호들을 무시한다는 점을 오랫동안 지적했다. 이것은 너무나도 빈번하게 일어나 이름이 생겼을 정도다. 이를 ‘거래의 열병‘이라고 하는데, 그후에는 ‘승자의 저주‘가 찾아온다.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이 그 전형적인 사례다(이 일로 타임워너의 주주 가치가 2천억 달러 떨어졌다). - P243

누구에게나 낡은 뇌가 있다. 하지만 고 반응성인 사람의 편도체가 평범한 사람보다 새로운 것에 더 민감하듯이, 외향적인 사람들은 내향적인 사람에 비해 보상을 추구하는 낡은 뇌의 욕망에 좀 더 쉽게 굴복하는 듯하다. 사실, 일부 과학자는 보상 민감성이 외향성의 흥미로운 특성일 뿐 아니라 바로 그것이 외향적인 사람을 외향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요인이라는 발상을 탐구해보기 시작했다. 달리 말하자면 외향성은 최고라는 지위에서부터 성적 쾌락과 금전에 이르기까지, 보상을 추구하는 성향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외향적인 이들은 내향적인 사람보다 돈과 정치와 쾌락 면에서 더 야망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 관점에 따르면, 이들의 사교성조차 이런 보상 민감도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외향적인 이들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그것이 본질적으로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 P246

‘FUD(그리고 그것을 잘 느끼는 사람)를 무시하는 태도가 대침체를 불러오는 데 일조했다"고 보이킨 커리Boykin Curry는 말한다. 그는 이글 캐피탈이라는 투자회사의 대표로서 2008년 붕괴를 코앞에서 목격한 바 있다. 공격적으로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의 손에 힘이 너무 집중된 것이다. 그가 <뉴스위크>에 한 얘기를 들어보자. "20년간, 거의 모든 금융기관의 DNA가 위험할 정도로 변했다. 자리에 앉은 누군가가 레버리지와 위험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할 때마다 그 사람이 맞다‘는 것으로 판명났다. 이들은 더 대담해졌고, 승진도 했으며, 자본을 더 많이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주저하면서,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경영자는 ‘틀렸다‘고 판명되었다. 조심스러운 유형은 점점 위협을 느꼈고, 승진 기회를 박탈당했다. 자본 통제력도 잃었다. 이런 일이 거의모든 금융 단체에서 날마다 벌어졌고, 결국 특정 부류의 사람이 상황을 통제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 P253

가끔 사람들은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나쁜 숫자에 버튼을 누르기도 한다. 외향적인 사람, 특히 매우 충동적인 경우는 내향적인 사람보다 이런 실수를 저지르기가 쉽다. 왜 그럴까? 외향적인 사람이 이런 문제에서 생각은 적게 하고 행동은 빨리 한다는 점을 보여준 심리학자 존 브레브너John Brebner와 크리스 쿠퍼Chris Cooper의 말에 따르면 이러하다. "내향적인 사람은 ‘조사하게 되어’ 있고 외향적인 사람은 ‘반응하게 되어’ 있다." - P256

인내력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천재가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인내심으로 구성된다면, 문화적으로 우리 사회는 1퍼센트만을 떠받들고 있는 셈이다. 그 반짝임과 눈부심만을 사랑한다. 하지만 커다란 힘은 나머지 99퍼센트에 담겨 있다.
순전히 내향적이던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그건 내가 아주 똑똑해서가 아니라, 문제를 오래 물고 늘어져서다." - P261

그러니 자신의 본성에 충실하자. 느리게 천천히 가는 방식이 좋다면, 다른 사람들 때문에 경주를 해야 한다고 느끼지 말자. 깊이를 즐긴다면, 넓이를 추구하려고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자. 멀티태스킹보다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면, 그런 방식을 고수하자. 보상에서 비교적 자유롭기에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헤아릴 수 없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한 독립성을 좋게 활용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 P266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요. 어떤 언어학 수업이었는데, 학생들이 떠드는 내용은 아예 언어학과 상관도 없는 것이었어요. ‘와, 미국에서는말만 하면 괜찮은 건가 보구나‘ 하고 생각했죠." - P283

어떤 사람은 아시아계 학생들이 강제로 말을 하거나 서양의 방식에 동조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스탠퍼드대학교 문화심리학자인 김희정은 말하기가 늘 긍정적인 행동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한 논문에 이렇게 썼다. "학생들의 방식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대학에서 학생들의 침묵의 소리를 경청하는 법을 배울 수도 있겠죠." - P284

어떻게 아시아인들과 서양인들은 서로똑같은 수업 상황을 보고서도, 한 집단은 ‘수업 참여‘라고 명명하는데 다른 집단은 ‘허튼소리‘라고 명명하는 것일까? 의문의 답은 <성격 연구 저널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에 연구 심리학자 로버트 매크레이Robert McCrae 박사가 그린 세계지도에 있다. 매크레이 박사의 지도는리책에서 볼 만한 것이지만, ‘강수량이나 인구밀도가 아니라 성격 특성‘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며, 거기에 나타나는 짙은 회색과 밝은 회색은 - P284

은—짙은 색이 외향성, 연한 색이 내향성-아주 뚜렷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시아는 내향적이고 유럽은 외향적이다." 미국도 지도에 포함되었다면 아마도 짙은 회색이었을 것이다. 미국인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외향적인 사람들에 해당한다. - P285

또 다른 연구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과 유럽계 미국인에게 추론이 필요한 문제를 풀라고 하고서 문제를 푸는 동안 생각하는 바를 소리내어 말하라고 요청했는데, 아시아계 미국인은 조용하게 풀 때 성적이 훨씬 좋았던 반면, 백인들은 소리내어 말할 때 성적이 좋았다. - P286

예를 들어, 동양의 이런 격언들을 생각해보자.

바람은 울부짖으나, 산은 고요할 뿐이로구나.
- 일본 속담

아는 자는 말하지 않는다.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 노자, 도덕경』

침묵의 계를 지키려 별달리 노력하지 않아도, 홀로 거하니 저절로 말의 죄를 멀리하게 되는구나.
- 카모노코메이 (12세기 일본의 은둔자)

이제 서양의 격언과 비교해보자.

강해지도록 화법의 달인이 되어라. 사람의 힘은 혀에서 나오며, 말은 싸움보다 강하노라.
- 기원전 2400년전, 프타호텔(고대 이집트의 고관)의 금언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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