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띤 채 조용히, 약간은 당황한 듯 저희들끼리 서로 부대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안내하죠. 넓은 잔디밭 가운데에는 너도밤나무가 몇 그루 모여 있습니다.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마치 나무들 스스로가 그곳을선택한 것 같아요. 그 자리가 마음에 드는 것처럼 보이죠. 안쪽에는 약간 정신없어 보이는 느릅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그 나무는 바람이 가져오는 별 대수롭지 않은 소식에도 얼마나 소란을 떠는지 끝이 나지 않을 지경입니다. 그래서 대체로 아무도 그 나무를 상관하지않지요. 그냥 거기에 혼자 있습니다. 그 앞쪽에는 호수가 있습니다. 호수 안에 가지를 넣고 끊임없이 흔들어대는 버드나무 한 그루도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떨지 않고는 일 분도 버틸 수 없는 환자 같지요. - P102

앙리: (슬프게) 지나치게 잘 맞지요. 어떤 장소들 중에는 마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행복을 환영할 준비를 하고 있는것 같지요. 아름다움은 인내심 있게 기다리고, 침묵은 조용히 관찰하며, 고독은 안전하게 숨을 장소를 제공하고, 우정은 세심하게 보살펴줍니다. 그런 장소에 가면행복을 갈구하는 마음이 그 어떤 장소에 있을 때보다 더 커지지요. 또한 그곳에서보다 더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곳도 없습니다. - P103

앙리: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녀가 지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프랑수아즈: 저도 지적이지 않기는 마찬가진데요.

앙리 : 당신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상관없습니다.

프랑수아즈 : 당신 정말 못됐어요.

앙리: 원하신다면 착하게 굴 수도 있습니다.

프랑수아즈: (침묵) 그건 싫어요. - P106

프랑수아즈: 훨씬 더 크다고요? 좀 솔직해지세요.

앙리: 아니, 동일하지요. 아니, 그것도 아니라 더 작다고 해야죠. 다시금 즐길 테니까요. 그러니 프랑수아즈, 아시겠어요? 우리는 우리의 즐거움을 선택하면서동시에 고통을 스스로 결정합니다. 고통은 즐거움의 이 - P108

면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만약 즐거움이 무엇인지 경험하지 못했다면 질투도 몰랐을 겁니다. 질투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여인이 다른 이와 나누는 즐거움을 상상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타인의 삶을 상상하기 위해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네 삶을 투영합니다. 그렇게 해도 성자들은 선하기 때문에 불행하지 않죠. 하지만 프랑수아즈, 안심하세요. 내 고통이 당신을 불편하게 한다지만아무리 큰 고통이라도 끝나게 마련이니까요. 작년에 내가 당신 곁에 가지도 못했던 것에 비하면 나도 많은 발전을 하지 않았나요?

- 대화_1 - P109

혼자가 아닌 경우에는 그것이 제게 아무 말도 않더군요, 당신이 저를 그곳에 데려다준 날은 제가 떠나는 날이었습니다. 호수를 다시 보지 않고는 도저히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파리를 출발하기 전에 그해의 결론을 내려야 했습니다. 그해를 다시 붙잡고, 이해하고, 판단할 힘을 내기 위해서는 그토록 아름다운 물가 옆에서 느꼈던 우수에 찬 감동만이필요했습니다. 그날 밤은 백조들과 거룻배들-풀밭과꽃들 사이의 땅에서부터 풀려난, 석양이 깔린 직후에는특히 더욱 강렬한 실재감으로 다가오는 거룻배들-사이를 하늘이 힘없이 흐르며 지나갔습니다. 옆 사공에게노를 맡긴 채 거룻배 바닥에 누운 젊은 사공과도 같이제 영혼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 움직이며 마법에 걸린 물, 이미 밤기운을 받아 서늘해지고 빛이 반짝이는 물의 더없이 감미롭고 영광에 가득한 표면을 경쾌하게 이동했습니다. 물에 닿는 공기는 너무나 감미로웠지요. 영혼은 어떻게 보면 공기와도 같지 않은가요? 그 앞에 얼마나 넓은 공간을 제시하건, 그것은 즉시 그공간을 채웁니다.

- 이방인 자크 르펠드 - P123

그녀가 나를 사랑하거나 아니면 내가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기를. 하지만 이 중 한 가지는 불가능하고, 저는 다른 나머지는 원하지 않습니다. 창조하신 최초의 빛처럼 저의 눈물을 비추소서.

- 사랑한다는 인식 - P146

프루스트가 방어적일 수밖에 없던 이유는 그가 속한 부르주아지의 보수성, 더 나아가 전체 유럽 사회를 지배하던 동성애 혐오에 기인한 사건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중 대표적으로 프루스트가 『즐거움과나날』을 발표하기 1년 전, 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뒤흔든 오스카 와일드 사건은 프루스트에게 시사한 바가 크다. 1895년, 정직함의 중요성 The Importance of Being Earnest의 대성공으로 오스카 와일드는 지난 3년간 발표한 4편의 희극이 모두 대중과 평단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당대 최고의 극작가로 등극한다. 성공 가도를 달릴 무렵 와일드는 명문 귀족 가문인 퀸즈베리가의 자제이자 자신보다 열여섯 살 어린 앨프리드 더글러스와 공공연히 연애를 하기 시작한다. 당시 영국에서는 동성애 행위가 범죄였고, 더글러스의 아버지는와일드를 고소한다. 결국 와일드는 유죄 판결을 받고2년간의 중노동형에 처해진다. 이 사건으로 당시 영국은 한바탕 들썩였고, 이웃 프랑스 언론도 이를 흥미롭게 지켜보며 상세하게 소식을 전했다.

- 해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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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제가 혼자 있게 되잖아요." 마들렌이 황급히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무관심이 최고라는 격언,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는 나를 사랑한다"를 거의 무 - P14

의식적으로 떠올리기라도 한 듯 서둘러 덧붙였다. "당신 말이 맞아요. 약속이 있다면 어서 가셔야지요. 그럼 안녕히." - P15

그녀는 계속해서 바쁜 일정이나 밀린 일들에 대해 말하는 르프레를 막으려 했다가 하늘 아래 펼쳐진 드넓은 지평선보다도 더 먼 곳에 있는 듯한 상대의 가슴 깊은 곳으로 갑자기 시선을 옮겼고, 이내 자신이 하는 말이 헛됨을 깨달았다. 그녀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네, 당신이 매우 바쁘다는 사실을 잘 알겠어요."
저녁 끝 무렵, 그가 일어나면서 말했다.
"작별인사를 드리러 와도 될까요?"
그녀는 부드럽게 대꾸했다.

- 무관심한 이 - P31

나는 그녀에게 외투를 건넸다. 해는 이미 졌고, 사과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바다는 옅은 보랏빛이었다. 시들어버린 가벼운 화관, 혹은 후회처럼 고집스러운 파란색, 분홍색 작은 구름들이 수평선 위를 수놓았다. 우수에 젖은 백양목의 행렬이 머리를 성당의 장미 무늬 스테인드글라스 쪽으로 기울인 채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마지막 빛줄기는 나무 밑동에 닿지 못하고 그저 줄기 부분에 간신히 매달려 빛의 장식 줄을형성했다. 산들바람은 바다와 젖은 잎들과 소의 젖 세향기를 섞어놓았다. 노르망디의 시골이 저녁의 애수를 이처럼 감미로운 향락으로 감싼 적이 없었으나 나는 친구의 불길한 말 때문에 걱정되어 그것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 P38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파리를 보면 혐오감을 느끼며 피하지요. 반면 미슐레는 해파리의 신비한 색깔에 매료되어 그것들을 모았습니다. 전 원래 굴을 싫어했는데 어느순간 굴의 향이 그것이 거쳤을 바다에서의 여정을 떠올리게 된 순간부터, 특히 제가 바다에서 먼 지방에 있을때면 아주 특별한 진미로 여겨졌습니다.

- 밤이 오기 전에 - P41

"이 방 손님들은 오늘 아침에 떠났습니다." 바닥을닦으며 호텔 직원이 말했다. "남은 향수를 아무도 쓰지못하게 병들을 모두 깨버렸어요. 이곳에 머무는 동안 이것저것 사다 보니 가방에 향수병을 넣을 자리가 없었던 거지요. 정말 너무합니다."
나는 향수가 바닥에 몇 방울 남아 있는 병을 발견하고 얼른 그것을 집어 들었다. 미지의 여행자들이 알지못한 채 그것은 아직까지 내 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 추억_2 - P60

며칠 전부터 다시 맑아진 하늘 아래 고요해진 바다를 볼 수 있다. 시선 너머 그 사람의 영혼을 볼 수 있는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제 9월 바다의 분노나 차분함을 즐기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모두들 8월 말에 바다를 뒤로하고 시골 내륙으로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게 유행이니까. 나는 바닷가 근처나 트루빌위쪽에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그들을 자주 방문하곤 한다. 가을을 노르망디에서보낼 수 있는 사람들이 나는 정말 부럽다. 그들이 생각할 줄 알건, 느낄 줄 알건 상관없다.

- 노르망디의 것들 - P65

좋아하는 대상을 존경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니콜의 풍요롭고 그윽한 아름다움에서, 그녀의 너그러운 자비심과 온 존재에서 발산하는 거대한 심성의 매력과 충만함을 느끼는 것은 귀한 경험이다.

- OOO 부인의 초상 - P72

비를 머금은 바람이 향기 가득한 꽃잎을 흐트러뜨리고, 지게 하고, 썩게 만드는 것처럼 친구의 불행에 생각이 미치자 이런 관능적인 생각은 눈물 속에 잠겨버렸다. 우리 영혼의 모습은 하늘만큼이나 시시각각 바뀐다. 우리의 불행한 삶은 그것이 감히 닻을 내리기를 두려워하는 관능미의 바다와 정박하기에는 벅찬 정숙함의 항구 사이에서 정처 없이 표류한다.

- 미지의 발신자 - P85

그곳에서는 빛이 아주 작은 부분들까지 환하게 비춰서 내게는 무엇보다 아름답게 보였다. 나의 외부에 존재하는 그 자체로 완전한 그 세계는 뜻밖에 놀랍도록 밝은 빛을 머금은 채 온유한 아름다움을 가진다. 나의가슴, 그 시절 쾌활했던 나의 가슴은 지금의 나를 보며슬퍼하면서도 또한 즐거워하며 한순간 나의 다른 가슴, 지금의 병약하고 건조한 가슴에 활기를 띠게 한다. 그때의 쾌활한 가슴은 햇빛이 가득한 그 정원에, 멀면서도 그토록 가까운, 그토록 이상하리만치 내게 가까운, 완전히 내 안이면서도 동시에 완전히 내 밖에, 결코 다시는 다다를 수 없는 막사의 안뜰에 있다. 노래하는 빛에 안긴 작은 마을에서 나는 태양이 가득한 거리를 채우는 맑은 종소리를 듣는다.

- 어느 대위의 추억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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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세계 - 뇌과학자가 전하는 가장 단순한 운동의 경이로움
셰인 오마라 지음, 구희성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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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둘째가 읽을 과학 책 찾다 과학 분야 근처 스포츠 분야에서 발견한 책이다. ‘걷기’ 관련 책을 좋아해서(많이 읽진 않았지만) 덥석 집어왔다(옆에 있던 <요가의 언어>라는 책도 같이 집어왔는데 이 책은 읽지 않고 그냥 반납했다. 대충 넘겨본 책에서 보이는 동작들이 너무 고난이도라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3기니>를 읽다가 도통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아 가볍게 읽으려고 펼쳤으나, 뇌과학자가 쓴 책이었다.


뇌과학자가 쓴 걷기 관련 책이라, 책이 아주 재미있지는 않지만(역시 과학 싫어하는 나…), 아주 난해한 수준은 아니고 역시 다양한 뇌 관련 실험이 나온다. 걷기를 좋아하는 저자가 뇌과학적 관점에서의 걷기의 필요성,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수긍할 만한 내용들이 많다.


걷기는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하고, 내면을 자신과 차단시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역시 운전을 하고, 항상 기차를 타고 출근한다. 그러나 걷기는 나에게 매우 특별한 이동수단이다. 걷기로 많은 것을 해소할 수 있다. 걷기는 정신을 맑게 해 꼼꼼히 생각하고 사고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몸과 뇌의 경험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다른 종류의 움직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자동차, 자전거, 기차, 버스와 같은 이동 수단은 우리를 다양한 방법으로 주변 환경과 단절시킨다. 기계적으로 전진하고, 때로는 유리 가림막 뒤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을 하며, 충돌할지 모른다는 걱정에 사로 잡히고 새로운 노래를 찾아 라디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린다. 거기엔 매우 특이한 수동성이 있다. 바로 앉아 있는데도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걷기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걷기로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한 발이 다른 발보다 앞서 나가고 자신의 동력을 사용해야 한다. 스스로 움직이고 우리만의 속도와 방법으로 세상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 P19~20


걷기를 좋아한다. 헤비 워커는 아니지만. 유일하게 꾸준하게 하고 있는 운동이 걷기다(지금은 필라테스도 꾸준히 하고 있다. 3개월 완료하고, 4개월째 접어들었다~. 그러나 필라테스는 걷기와는 달리 언젠가 끝이 있을 운동이다). 지하철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이 지하철을 싫어하는 이유로 - 지하철은 환승 포함 많이 걸어야 한다는 그 이유 - 버스보다 지하철을 선호한다. 지하철은 매일 일정 수준의 걷기를 강제할 수 있는 멋진 교통수단이다(물론 지하철을 좋아하는 첫번째 이유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호주머니 속 개인 연구소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한가? 스마트폰 워킹앱은 걷기를 실천에 옮기도록 동기부여를 한다. 만보계는 나의 죄책감을 투영하는 거울이다. 나는 하루에 최소 9,500보를 걸으려고 노력하고 가능한 매일 12천 보 이상 걷기를 바라며, 1 4천보 이상 달성한다면 아주 만족한다. 현재 나는 9,500 보라는 일일 목표는 거의 매일 달성하고 있고 한 달 기준 18일 정도는 1 2천 보를, 10 정도는 14,500보를 달성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만보기 기능이 없다면 매일 몇 보를 걷는지, 정확하게 오랫동안 기억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앱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기록한다면 전혀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가 될 확률이 높다. 그러니 이러한 지루한 작업은 주머니 속 작은 로봇에 맡기는 것이 옳은 선택일 것이다. – P36~37


저자처럼 나도 스마트폰 워킹앱으로 매일 걸음수를 기록한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도 만보계를 허리에 차고(삐삐처럼 생긴너무 옛날사람 인증^^;;) 매일 걸음수에 신경 썼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부터 아이폰의 건강 앱으로 매일의 걸음수를 관리한다. 항상 만보를 마음속 목표로 삼았고, 첫해엔 연평균 7,425보를 달성했고, 이후 계속 꾸준히 올라가서, 2019년에는 연평균 9,967보로 거의 만보에 도달했고,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로 걸음수가 조금 줄었으나, 9,000보 이상은 되었다. 오늘 기준 2022년 평균 걸음수는? 9,514~! 12월에 날씨가 추워서 평균보다 많이 걷지 못할테니 조금 낮아질 것 같다.


걷는 목표를 가지고, 계속 꾸준히 관리하면 자꾸 결과를 갱신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더 열심히 걷게 된다. 알라딘도 독보적 활동이 생기면서 열심히 하게 되었다. 독서와 걷기라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2가지를 결합한 최상의 활동이다.



규칙적으로 걷기운동을 하는 이들은 단 며칠이라도 걷지 못하면 몸이 무거워지고 피곤함을 느끼고때로는 기분도 우울해지는데이에 대한 자가 처방은 밖에 나가 걷는 것이다놀랍게도 이 입증되지 않은 감정에 대한 과학 증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걷기특히 자연환경에서 규칙적으로 하는 걷기 활동이 실제로 기분을 더 좋게 한다고 밝혀졌다이렇듯 좋은 산책은 기분을 북돋아주고그 외에도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 P167

우리는 야외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적게 시간을 보낸다미국에서 실시한 어느 대규모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사무실가게와 기타 건물 안 같은 인공적인 환경에서 보내는 시간이 전체 시간의 87퍼센트에 이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심지어 어느 연구에서는 "앉아 있는 것은 오늘날의 흡연과 같다"고 표현했다이 주장의 배경은 단순하다신체는 규칙적인 운동을 하도록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움직임이 없는 삶은 근본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고 근육량근력의 감소로 이어진다더 나아가 장기간의 무활동 상태는 뇌에도 유사한 변화를 일으킨다. - P168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안중근 의사의 말씀처럼, 하루라도 걷지 않으면 몸이 무거워지고 기분이 좋지 않다(코로나 격리기간에도 독보적 채우려고 방부터 방까지 수시로 걸어다녔다…). 오래 앉아 있는 사무직 노동자로, 수시로 일어나서 몸을 움직여주어야 하지만 막상 일할 때는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고 거의 움직이지 않게 된다. 그래서 최소한 출퇴근 시에는 가급적 차를 타지 않고, 외부회의 시에도 택시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하고, 점심시간에도 밥을 먹고 잠시라도 걸으려고 한다.


나는 다양한 이유로 걷기를 좋아한다. 그중 내가 최우선으로 꼽는 걷기의 매력은 머릿속의 소란함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걷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나 자신과 조용한 대화를 하며 천천히 심사숙고할 자유를 준다. 오래전부터 걷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져 왔다. 고대 그리스의 소요학파 철학자들은 이동을 하며 가르침을 전파하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학파의 어원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걷는다‘라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걸으며 생각한 것만이 가치가 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 P191

역설적으로 걷기는 일종의 활동적인 나태함이고, 의식과 연결된 몽상에 빠지게 만든다. 걷기는 목적을 가진 행동이며 집중을 요하지만 딴생각을 쉽게 할 수 있게 하며, 이때 그날 하루, 지나간 하루, 앞으로의 1, 지난 10, 얻었거나 잃은 기회들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한다. 《율리시스》에서 작가 제임스 조이스는 이것을 잘 표현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걸어서 통과한다. 강도를 만나고 유령들을 만나고 거인도 만나고, 늙은이도 만나고 젊은이도 만나고, 아내와 사랑하는 형제들도 만나고, 이렇게 누군가를 만나면서 결국 자신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걷는 동안 자신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다른 이들과 소리 내어 대화를 할 수 있고, 또 음악, 오디오북, 팟캐스트 등을 들을 수도 있다. 다른 이들과 함께 걷는 장점은 정보의 교환을 돕고 이 정보를 자신의 기억과 생각, 감정과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196~197


나에게 걷기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다. 혼자 걷기도 좋고, 같이 걷기도 좋고, 도심 골목길 걷기도 좋고, 공원이나 시골길 걷는 것도 좋고, 여행 가서 걷는 것도 좋다. 혼자 걷을 때 팟캐스트를 듣거나 음악을 들을 때도 있지만, 그냥 아무것도 듣지 않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익숙한 길을 걸을 땐 몸은 그냥 알아서 목적지를 가고, 머리는 과거와 미래와 현재에 대해, 회사일과 집안일과 책에 대해, 가족과 친구/동료와 나에 대해, 또는 엉뚱한 상상으로 마구 오가며 꼬리에 꼬리를 문다. 걸을 때 몸과 머리가 분리되는 듯한 유체이탈의 느낌이 좋다. 걷다 보면 고민하던 문제와 걱정들의 무게가 다소 가벼워지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이 든다. 몸이 묵직해지는 만큼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이 책을 읽은 후, 이 가르침을 더 오래 기억하게 할 수는 없을까? 한가지 방법은 워킹 앱Walking App을 사용하는 것이다. 알림 수신 설정을 하라. 오늘 몇 보를 걸었는가? 자신의 걸음수를 기록하는 것뿐만 아니라 친구들, 동일 연령대, 나라 평균도 비교할 수 있다. 그리고 걷기를 조금 더 늘리기 위해 자동차를 목적지에서 조금 더 멀리 주차하고, 버스에서 한 정류장 더 일찍 내리고 가게와 학교로 걸어가는 것 같은 간단한 실천을 해볼 수도 있다. - P240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걷기는 우리의 사회적·심리적 그리고 신경 기능의 모든 면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또한 삶의 질을 개선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처방으로, 적든 많든 정기적으로 실행하고 적당한 속도로 매일매일 자연 속에서도 도심 속에서도 수행해야 한다. 걷기는 자연스러운 일상의 습관이 되어야 한다. 당장 나가서 걸어라. 얼굴에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오후의 햇살과 밤의 가로등 불빛이 눈동자에 비춰 춤을 추고,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과 발 밑의 땅을 느껴라. 주변의 소리를 들으며 스스로에게 말을 걸고, 걷기의 리듬에 맞춰 여유를 찾고, 마음과 정신이 떠돌고 고심하고 사색하고 과거로 여행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탐색하게 하라. 혹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아라. 걷기는 우리의 깊은 진화론적 과거에서 시작되었지만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다. 이제 모두가 알게 되었듯이 걷기는 우리에게 무한한 도움을 줄 때문이다. - P241


저자의 결론처럼, 뇌과학은 잘 모르겠고, 그냥 걷자. 목표가 3천보든, 5천보든, 만보이든 각자의 사정에 맞게, 꾸준히 기록하며, 걷자. 그냥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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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1-28 1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네요. 저는 매일 만보 이상을 걸으려고 하는데 출퇴근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제가 걷고 있는게 잘하는 거라고 해주는 것 같아서 너무 좋네요. 후훗.

햇살과함께 2022-11-28 19:3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못하는게 없으신 분!
저도 차 가급적 안 타고 튼튼한 두 발로 계속 열심히 걸으려고요~!
오늘도 11000보!!

서니데이 2022-12-08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햇살과함께 2022-12-08 19:5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저 이거 처음 인데요~!
이런 것도 되네요 기분 좋네요^^
 

9장 비밀스러운 마음의 상처
<교수>의 학생

역시 읽은지 얼마되지 않아 기억이 생생하니 몰입도 잘 되고 이해도 좀 잘 되는 듯? 그런데, 샬럿 브론테의 다른 소설보다 화자와 작가가 신중하게 구분되었나?


9장 앞에 나오는 실비아 플라스의 무화과 나무에 관한 글을 읽다가 어제 읽은 무화과 요리에 관한 글이 생각남. ㅎㅎ 우리가 먹는 무화과가 과일이 아니라 사실 꽃이라니!

무화과(無花果)는 '꽃이 없는 과일'이라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지만,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데서 많은 꽃을 피우고 있어요. 열매처럼 생긴 껍질이 꽃받침이며, 그 속에 융털처럼 보이는 빨간 부분 하나하나가 모두 꽃이랍니다. 바로 우리가 과일이라 생각하고 먹는 부분이지요. 무화과 특유의 작은 알갱이가 씹히는 식감은 무수한 꽃들이 만들어 내는 하모니라고 할 수 있어요. 엄밀히 따지면 무화과는 과일이 아니에요. 우리는 무화과 꽃을 먹고 있는 거지요.

- 김수향의 제철 담은 병절임, 개똥이네 집, 202호(2022년 9월)



나는 눈앞에서 나의 인생이 이야기 속 초록빛 무화과나무처럼 가지를 뻗어나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모든 가지 끝에서, 통통한 자줏빛 무화과처럼, 찬란한 미래가 손짓하며 윙크했다. 어떤 무화과는 남편이고 행복한 가정과 아이들이었다.
어떤 무화과는 유명한 시인이었고, 다른 무화과는 뛰어난 교수였으며, 어떤 무화과는 에제, 그 대단한 편집자였다. […]
어떤 무화과를 선택해야 할지 결정할 수 없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나는 나 자신이 무화과 나무 등치에 앉아서 굶어 죽어가는 것을 보았다. [] 그리고 내가 결정하지 못하고 거기 그대로 앉아 있자 무화과들은 쭈그러들더니 까맣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씩 하나씩 땅으로, 내 발치에 툭 하고 떨어졌다.
- 실비아 플라스 - P557

브론테의 어휘와 상상력 대부분은 그녀가 몰두했던 19세기 초의 작가들(워즈워스, 콜리지, 스콧, 바이런)에게서 나온 것이지만, 그녀가 무아지경이 될정도로 빠져서 썼던 반복적인 주제와 은유는 우선 자신의 젠더에 의해, 즉 험난한 자신의 성적 운명에대한 의식과 세계 속에 처한 이상한 ‘고아 같은‘ 위치에 대한 불안에 의해 결정된 것 같으니 말이다. - P559

이런 점에서 브론테의 작업은 19세기 많은 여성들이 가부장적인 집과 ‘여성의‘ 역할에 갇힌 채 느끼는 감정에 대해, 그리고 그런 집과 역할에서 도망치고 싶은 자신들의 열렬한 욕망에 대해 강박적으로 글을 썼던 방식, 대개 (은유적으로) ‘무아지경‘ 상태라고 부를 수 있는 글 쓰는 방식의 모범을 제공한다. - P561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샬럿은 천국과 지옥, 천사와 괴물이라는 이분법에 대해 에밀리보다 훨씬 더 모순되는 모습을 보인다. - P561

표면적으로 보면 샬럿 브론테는 ‘바이런을 덮고, 괴테를 펼치라‘는 칼라일의 충고를 따라 자신의 수정 충동을 철저하게 수정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샬럿의 소설 네 권을 주의 깊게 읽어보면, 자신의 괴테와 자신의 바이런을 어느 정도 동시에 읽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P562

우리가 살펴보았듯 남성이 지배하는 문학적 전통에서 글을 쓰는 많은 여자들은 처음에는 남성을 모방할 뿐 아니라 은유적 남성으로 분장함으로써 자신들의 모호한 상황을 해결하려 한다. - P565

여자가 남성 사회에서 상속권이 없는 고아 신세이듯, 크림즈워스도 ‘상업의 바닷가에서 난파당해 좌초된‘ [4장] 여자처럼 무력하다. 이런 무력감은 샬럿 브론테 자신이 일찍이 경제적인 독립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을때 느낀 심정과 같다. - P570

‘기숙학교! 그 단어는 나를 뒤숭숭하리만치 흥분시켰다. 그것은 억압에 대해 말하는 것 같았다. [7장] 그 단어는 확실히 크림즈워스 자신보다 크림즈워스의 창조자에게 훨씬 더 큰 억압을 의미했을 것이다. 사실상 크림즈워스의 브뤼셀 시절 직업에 초점을 맞춘 『교수』의 중요한 중반부에서 브론테는 2년 동안 굉장히 고통스럽게 갇혀 지냈던 기숙사의 좁은 여자의 세계를 점검하기 위해 그를 일종의 렌즈로 사용한다. - P572

여자란 무엇인가? 브론테가 의식적으로 이 문제에 천착하고 있지는 않긴 해도, 크림즈워스라는 도구를 통해 그녀는 여자란자주성이 없고 ‘정신적으로 타락한‘ 피조물로, 천사이기보다 노예이고 꽃보다 동물에 더 가깝다고 말한다. (크림즈워스/브론테는 암시하지 않을지라도)이 작품이 암시하는 바에 따르면, 여자가 그렇게 되는 것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그런 존재가 되는것이 그녀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거짓말하기, ‘점수를 얻을 수 있을 때 정중하게 말하기‘, 소문 퍼뜨리기, 뒤에서 험담하기, 새롱거리기, 추파 던지기. 이 모든 것은 결국 노예의 특성, 즉 복종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복종하지 않는 방식, 남자의 권력을 회피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또한 도덕적으로 ‘괴물적인‘ 특성이며, 따라서 다시 한번 천사 같은 여자의 외관 뒤에 괴물-여자가 나타난다. 브론테가 『제인 에어』에서 검토한 천사와 괴물의 연관성에 비추어보면, 『교수』에서 여성 괴물/노예의 특징에 지나치게 공포심을 품고 반응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 P575

그뿐만 아니라 조라이드가 겸손하다고 가정되지 않는 모든 것에 반감을 갖는다는 것은 젊은 스위스계 영국인 레이스 수선가 프랜시스 앙리를 사악한 계모처럼 대하는 데서 강하게 표현된다. 이 소설에서 프랜시스의 진정한 본성만이 여성성에 대한 남성의 이상화를 모순적이거나 거슬리는 방식으로 깨뜨리지 않기 때문이다. - P578

『교수』는 크림즈워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프랜시스 앙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이 이 두 인물의 생애는 마치 각각이 서로를 반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병치되어 있다. 윌리엄처럼 프랜시스도 가난한 고아에 가톨릭 국가의 프로테스탄트이며, 물질주의 사회에서 이상주의자로 살아가며, 자수성가한 인물로 남자 교수와 동등한 지위라 할 수 있는 전문가인 ‘여자 교장‘이다. 한편 이 둘의 인격 차이는 유사성만큼 중요하다. - P578

이 비우호적인 우정은 무엇 때문인가? 왜 브론테는 『교수』의 시작과 결말에서 그들의 우정을 극화시키는가? 헌스든의 빈정거림과 (처음에 나타나는) 크림즈워스의 빈정거림 사이, 헌스든의 반항성과 (나중에 나타나는) 프랜시스나 빅터의 반항성 사이에 점점 뚜렷한 유사성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해답에 가까운 무언가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 헌스든은 『교수』에서 불만이 많은 사람처럼 보인다. 헌스든은 (찰스 웰즐리, 자모르나, 또는 노생거랜드의 공작처럼) 샬럿 브론테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분노의 무의식적인 이미지다. 그의 이름 헌스든 요크 헌스든은 기존의 제도를 전복하려는 야만적 의지뿐만 아니라 프랜시스 앙리와 크림즈워스가 되돌아가고자 열망하는 ‘어머니의 나라‘ 영국과의 밀접한 관계를 암시한다. 헌스든은 분노로 가득한 ‘터의 기운‘이기도 하면서 어딘가 양성적인 인물이다. - P591

어떤 의미에서 헌스든은 반항의 목소리이기도 하지만 플롯의 조종자이자 위장한 화자이고, 줄거리를 나가야 할 방향으로 진행시키며 일어나는 사건을 논평하는 자다. - P592

그 사건은 이야기를 진전시키기보다는 브론테의 상징성을 명료하게 밝히는 역할을 한다. 크림즈워스는 개를 죽이고 싶어할 뿐만 아니라 개가 나타내는 것을 죽이고 싶어한다. 이제 완전한 가부장이자 교수가 된 그는 요크 헌스든과 개 요크를 그의 삶에 있어서 병들고 광적인 요소로 보는 것이다. - P594

이 작품은 샬럿 브론테의 작가 전체 이력에 걸쳐 점점 중요해질 주제를 처음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은유적으로 눈을 감은 채 글을 쓴 브론테는 여기에서 자신의 소명과 상처를 탐색했고, 완전성을 향한 다른 길을 발견하려고 마치 꿈속에서처럼 더듬거리며 노력했다. - P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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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전 보리 어린이 고전 13
서정오 지음, 이수진 그림 / 보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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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어린이 고전 시리즈 13권 운영전. 서정오 선생님의 우리 고전 다시 쓰기를 통해 쉬운 입말로 살려낸 책이다.


사극에서 항상 궁중암투의 조력자, 감초 역할로 나오는 궁녀. 궁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본 적이 없는데, 운영이라는 궁녀와 가난한 선비 김 진사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다.


궁녀임에도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운영의 대담함과 이러한 운영을 위하여 김 진사와의 만남을 도와주는 궁녀들의 연대와 우정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지상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니 결국 이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천상에서 재회하게 된다.


액자 구조의 형식(전설의 고향에서 처녀귀신이 나와서 억울한 사연을 얘기하는 구조와 비슷)과 이야기 속의 많은 시(운영을 포함한 10명의 궁녀들은 시를 잘 지어 안평대군에게 발탁된 궁녀들이다, 이들이 안평대군 앞에서 읊는 시들, 운영과 김 진사가 주고 받는 시들)를 음미하는 재미도 있다.


안평대군에게 속마음 들킨 위기 상황...


대군은 우리가 쓴 시를 하나하나 읽어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더군요.
"부용이 쓴 시는 임금님 생각하는 마음이 들어 있어 훌륭하고, 비취가 쓴 시는 은근한 멋이 있어 좋고, 소옥이 쓴 시는 술술 읽히다가 끝에 가서 묘한 맛을 내고, 자란이 쓴 시에는 깊은 뜻이 들어 있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고 나서 덧붙였습니다.
"나머지 시도 다 잘되었는데, 운영이 쓴 시만은 뭔가 쓸쓸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들어 있구나. 그게 누구인지 알아내어 벌을 주어야 하겠지만, 글재주를 보아 오늘은 그냥 넘어가겠다."
저는 얼른 엎드려 울면서 아뢰었습니다. - P30


"시를 쓰다 보니 어쩌다 그런 말이 나온 것이지, 결코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대군마마 의심을 받느니 차라리 죽겠습니다."
대군이 저더러 일어나 앉으라 하고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글이란 마음속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이어서, 억지로 숨긴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이 일에 대해 다시 말하지 마라."
그러고는 우리에게 상으로 비단 한 필씩을 내려 주었습니다. - P31



요 시리즈 옹고집전만 읽었는데, 나머지 시리즈도 찬찬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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