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전 보리 어린이 고전 13
서정오 지음, 이수진 그림 / 보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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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어린이 고전 시리즈 13권 운영전. 서정오 선생님의 우리 고전 다시 쓰기를 통해 쉬운 입말로 살려낸 책이다.


사극에서 항상 궁중암투의 조력자, 감초 역할로 나오는 궁녀. 궁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본 적이 없는데, 운영이라는 궁녀와 가난한 선비 김 진사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다.


궁녀임에도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운영의 대담함과 이러한 운영을 위하여 김 진사와의 만남을 도와주는 궁녀들의 연대와 우정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지상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니 결국 이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천상에서 재회하게 된다.


액자 구조의 형식(전설의 고향에서 처녀귀신이 나와서 억울한 사연을 얘기하는 구조와 비슷)과 이야기 속의 많은 시(운영을 포함한 10명의 궁녀들은 시를 잘 지어 안평대군에게 발탁된 궁녀들이다, 이들이 안평대군 앞에서 읊는 시들, 운영과 김 진사가 주고 받는 시들)를 음미하는 재미도 있다.


안평대군에게 속마음 들킨 위기 상황...


대군은 우리가 쓴 시를 하나하나 읽어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더군요.
"부용이 쓴 시는 임금님 생각하는 마음이 들어 있어 훌륭하고, 비취가 쓴 시는 은근한 멋이 있어 좋고, 소옥이 쓴 시는 술술 읽히다가 끝에 가서 묘한 맛을 내고, 자란이 쓴 시에는 깊은 뜻이 들어 있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고 나서 덧붙였습니다.
"나머지 시도 다 잘되었는데, 운영이 쓴 시만은 뭔가 쓸쓸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들어 있구나. 그게 누구인지 알아내어 벌을 주어야 하겠지만, 글재주를 보아 오늘은 그냥 넘어가겠다."
저는 얼른 엎드려 울면서 아뢰었습니다. - P30


"시를 쓰다 보니 어쩌다 그런 말이 나온 것이지, 결코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대군마마 의심을 받느니 차라리 죽겠습니다."
대군이 저더러 일어나 앉으라 하고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글이란 마음속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이어서, 억지로 숨긴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이 일에 대해 다시 말하지 마라."
그러고는 우리에게 상으로 비단 한 필씩을 내려 주었습니다. - P31



요 시리즈 옹고집전만 읽었는데, 나머지 시리즈도 찬찬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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