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띤 채 조용히, 약간은 당황한 듯 저희들끼리 서로 부대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안내하죠. 넓은 잔디밭 가운데에는 너도밤나무가 몇 그루 모여 있습니다.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마치 나무들 스스로가 그곳을선택한 것 같아요. 그 자리가 마음에 드는 것처럼 보이죠. 안쪽에는 약간 정신없어 보이는 느릅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그 나무는 바람이 가져오는 별 대수롭지 않은 소식에도 얼마나 소란을 떠는지 끝이 나지 않을 지경입니다. 그래서 대체로 아무도 그 나무를 상관하지않지요. 그냥 거기에 혼자 있습니다. 그 앞쪽에는 호수가 있습니다. 호수 안에 가지를 넣고 끊임없이 흔들어대는 버드나무 한 그루도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떨지 않고는 일 분도 버틸 수 없는 환자 같지요. - P102

앙리: (슬프게) 지나치게 잘 맞지요. 어떤 장소들 중에는 마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행복을 환영할 준비를 하고 있는것 같지요. 아름다움은 인내심 있게 기다리고, 침묵은 조용히 관찰하며, 고독은 안전하게 숨을 장소를 제공하고, 우정은 세심하게 보살펴줍니다. 그런 장소에 가면행복을 갈구하는 마음이 그 어떤 장소에 있을 때보다 더 커지지요. 또한 그곳에서보다 더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곳도 없습니다. - P103

앙리: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녀가 지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프랑수아즈: 저도 지적이지 않기는 마찬가진데요.

앙리 : 당신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상관없습니다.

프랑수아즈 : 당신 정말 못됐어요.

앙리: 원하신다면 착하게 굴 수도 있습니다.

프랑수아즈: (침묵) 그건 싫어요. - P106

프랑수아즈: 훨씬 더 크다고요? 좀 솔직해지세요.

앙리: 아니, 동일하지요. 아니, 그것도 아니라 더 작다고 해야죠. 다시금 즐길 테니까요. 그러니 프랑수아즈, 아시겠어요? 우리는 우리의 즐거움을 선택하면서동시에 고통을 스스로 결정합니다. 고통은 즐거움의 이 - P108

면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만약 즐거움이 무엇인지 경험하지 못했다면 질투도 몰랐을 겁니다. 질투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여인이 다른 이와 나누는 즐거움을 상상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타인의 삶을 상상하기 위해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네 삶을 투영합니다. 그렇게 해도 성자들은 선하기 때문에 불행하지 않죠. 하지만 프랑수아즈, 안심하세요. 내 고통이 당신을 불편하게 한다지만아무리 큰 고통이라도 끝나게 마련이니까요. 작년에 내가 당신 곁에 가지도 못했던 것에 비하면 나도 많은 발전을 하지 않았나요?

- 대화_1 - P109

혼자가 아닌 경우에는 그것이 제게 아무 말도 않더군요, 당신이 저를 그곳에 데려다준 날은 제가 떠나는 날이었습니다. 호수를 다시 보지 않고는 도저히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파리를 출발하기 전에 그해의 결론을 내려야 했습니다. 그해를 다시 붙잡고, 이해하고, 판단할 힘을 내기 위해서는 그토록 아름다운 물가 옆에서 느꼈던 우수에 찬 감동만이필요했습니다. 그날 밤은 백조들과 거룻배들-풀밭과꽃들 사이의 땅에서부터 풀려난, 석양이 깔린 직후에는특히 더욱 강렬한 실재감으로 다가오는 거룻배들-사이를 하늘이 힘없이 흐르며 지나갔습니다. 옆 사공에게노를 맡긴 채 거룻배 바닥에 누운 젊은 사공과도 같이제 영혼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 움직이며 마법에 걸린 물, 이미 밤기운을 받아 서늘해지고 빛이 반짝이는 물의 더없이 감미롭고 영광에 가득한 표면을 경쾌하게 이동했습니다. 물에 닿는 공기는 너무나 감미로웠지요. 영혼은 어떻게 보면 공기와도 같지 않은가요? 그 앞에 얼마나 넓은 공간을 제시하건, 그것은 즉시 그공간을 채웁니다.

- 이방인 자크 르펠드 - P123

그녀가 나를 사랑하거나 아니면 내가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기를. 하지만 이 중 한 가지는 불가능하고, 저는 다른 나머지는 원하지 않습니다. 창조하신 최초의 빛처럼 저의 눈물을 비추소서.

- 사랑한다는 인식 - P146

프루스트가 방어적일 수밖에 없던 이유는 그가 속한 부르주아지의 보수성, 더 나아가 전체 유럽 사회를 지배하던 동성애 혐오에 기인한 사건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중 대표적으로 프루스트가 『즐거움과나날』을 발표하기 1년 전, 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뒤흔든 오스카 와일드 사건은 프루스트에게 시사한 바가 크다. 1895년, 정직함의 중요성 The Importance of Being Earnest의 대성공으로 오스카 와일드는 지난 3년간 발표한 4편의 희극이 모두 대중과 평단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당대 최고의 극작가로 등극한다. 성공 가도를 달릴 무렵 와일드는 명문 귀족 가문인 퀸즈베리가의 자제이자 자신보다 열여섯 살 어린 앨프리드 더글러스와 공공연히 연애를 하기 시작한다. 당시 영국에서는 동성애 행위가 범죄였고, 더글러스의 아버지는와일드를 고소한다. 결국 와일드는 유죄 판결을 받고2년간의 중노동형에 처해진다. 이 사건으로 당시 영국은 한바탕 들썩였고, 이웃 프랑스 언론도 이를 흥미롭게 지켜보며 상세하게 소식을 전했다.

- 해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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