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제가 혼자 있게 되잖아요." 마들렌이 황급히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무관심이 최고라는 격언,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는 나를 사랑한다"를 거의 무 - P14

의식적으로 떠올리기라도 한 듯 서둘러 덧붙였다. "당신 말이 맞아요. 약속이 있다면 어서 가셔야지요. 그럼 안녕히." - P15

그녀는 계속해서 바쁜 일정이나 밀린 일들에 대해 말하는 르프레를 막으려 했다가 하늘 아래 펼쳐진 드넓은 지평선보다도 더 먼 곳에 있는 듯한 상대의 가슴 깊은 곳으로 갑자기 시선을 옮겼고, 이내 자신이 하는 말이 헛됨을 깨달았다. 그녀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네, 당신이 매우 바쁘다는 사실을 잘 알겠어요."
저녁 끝 무렵, 그가 일어나면서 말했다.
"작별인사를 드리러 와도 될까요?"
그녀는 부드럽게 대꾸했다.

- 무관심한 이 - P31

나는 그녀에게 외투를 건넸다. 해는 이미 졌고, 사과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바다는 옅은 보랏빛이었다. 시들어버린 가벼운 화관, 혹은 후회처럼 고집스러운 파란색, 분홍색 작은 구름들이 수평선 위를 수놓았다. 우수에 젖은 백양목의 행렬이 머리를 성당의 장미 무늬 스테인드글라스 쪽으로 기울인 채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마지막 빛줄기는 나무 밑동에 닿지 못하고 그저 줄기 부분에 간신히 매달려 빛의 장식 줄을형성했다. 산들바람은 바다와 젖은 잎들과 소의 젖 세향기를 섞어놓았다. 노르망디의 시골이 저녁의 애수를 이처럼 감미로운 향락으로 감싼 적이 없었으나 나는 친구의 불길한 말 때문에 걱정되어 그것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 P38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파리를 보면 혐오감을 느끼며 피하지요. 반면 미슐레는 해파리의 신비한 색깔에 매료되어 그것들을 모았습니다. 전 원래 굴을 싫어했는데 어느순간 굴의 향이 그것이 거쳤을 바다에서의 여정을 떠올리게 된 순간부터, 특히 제가 바다에서 먼 지방에 있을때면 아주 특별한 진미로 여겨졌습니다.

- 밤이 오기 전에 - P41

"이 방 손님들은 오늘 아침에 떠났습니다." 바닥을닦으며 호텔 직원이 말했다. "남은 향수를 아무도 쓰지못하게 병들을 모두 깨버렸어요. 이곳에 머무는 동안 이것저것 사다 보니 가방에 향수병을 넣을 자리가 없었던 거지요. 정말 너무합니다."
나는 향수가 바닥에 몇 방울 남아 있는 병을 발견하고 얼른 그것을 집어 들었다. 미지의 여행자들이 알지못한 채 그것은 아직까지 내 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 추억_2 - P60

며칠 전부터 다시 맑아진 하늘 아래 고요해진 바다를 볼 수 있다. 시선 너머 그 사람의 영혼을 볼 수 있는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제 9월 바다의 분노나 차분함을 즐기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모두들 8월 말에 바다를 뒤로하고 시골 내륙으로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게 유행이니까. 나는 바닷가 근처나 트루빌위쪽에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그들을 자주 방문하곤 한다. 가을을 노르망디에서보낼 수 있는 사람들이 나는 정말 부럽다. 그들이 생각할 줄 알건, 느낄 줄 알건 상관없다.

- 노르망디의 것들 - P65

좋아하는 대상을 존경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니콜의 풍요롭고 그윽한 아름다움에서, 그녀의 너그러운 자비심과 온 존재에서 발산하는 거대한 심성의 매력과 충만함을 느끼는 것은 귀한 경험이다.

- OOO 부인의 초상 - P72

비를 머금은 바람이 향기 가득한 꽃잎을 흐트러뜨리고, 지게 하고, 썩게 만드는 것처럼 친구의 불행에 생각이 미치자 이런 관능적인 생각은 눈물 속에 잠겨버렸다. 우리 영혼의 모습은 하늘만큼이나 시시각각 바뀐다. 우리의 불행한 삶은 그것이 감히 닻을 내리기를 두려워하는 관능미의 바다와 정박하기에는 벅찬 정숙함의 항구 사이에서 정처 없이 표류한다.

- 미지의 발신자 - P85

그곳에서는 빛이 아주 작은 부분들까지 환하게 비춰서 내게는 무엇보다 아름답게 보였다. 나의 외부에 존재하는 그 자체로 완전한 그 세계는 뜻밖에 놀랍도록 밝은 빛을 머금은 채 온유한 아름다움을 가진다. 나의가슴, 그 시절 쾌활했던 나의 가슴은 지금의 나를 보며슬퍼하면서도 또한 즐거워하며 한순간 나의 다른 가슴, 지금의 병약하고 건조한 가슴에 활기를 띠게 한다. 그때의 쾌활한 가슴은 햇빛이 가득한 그 정원에, 멀면서도 그토록 가까운, 그토록 이상하리만치 내게 가까운, 완전히 내 안이면서도 동시에 완전히 내 밖에, 결코 다시는 다다를 수 없는 막사의 안뜰에 있다. 노래하는 빛에 안긴 작은 마을에서 나는 태양이 가득한 거리를 채우는 맑은 종소리를 듣는다.

- 어느 대위의 추억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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