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들에게 요리를 해주고 그들은 내 요리를 먹는다. 펄벅은 내게 노벨 평화상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요리야말로 우리를 대동단결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대동단결 따위의 표현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거침없는 과장법을 쓰는 사람이고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이 중국인 덕택이라도 되는 양 중국인들만 보면 선심을 쓸 것처럼 구는데 그것 역시좋은 일이다. - P39

메멕스를 흡수한 소설과 소설에서분리된 메멕스를 편의에 따라 분리했고 각각을 배치한 후 크게 덩어리를 나눠 두 편의 글로 완성했다. 메멕스(memex)는 메모리(memory)와 인덱스(index)를 합친 용어로 배니바 부시는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한 달 전인 1945년 7월『애틀랜틱 먼슬리』에 발표한 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에서 메멕스에 대해 처음 언급했다. 이는 하이퍼텍스트나 인터넷 의시초가 되는 개념이었다. - P50

웃기면 웃으면 되는 거다, 하는 식으로 속으로 되뇌었고나도 웃길 수 있는데 생각했지만 태순아, 여자가 웃긴 건 미덕이 아니야 하는 큰오빠의 말이 떠올랐다. 웃기고 있네, 웃기지도 않은 주제에, 태순은 생각했지만 말하지 않았다. 생각난 걸 말하지 않고 속으로만 말하다 보니 어느 순간 말하지 않는 게 편해졌고 받아칠 타이밍도 잊어버렸고 난 더 이상 웃기지 않나 - P64

봐 하는 생각이 들어 우울하기도 했지만 내가 나를 웃기니 그걸로 됐어, 웃기는 사람들을 가만히 지켜보거나 생각하고 집에 들어가 오늘 있었던 일을 쓰고 내일 있을 것 같은 일을 쓰고 더 기분이 좋을 때는 10년 후의, 30년 후의 일에 대해 일기를쓰는 걸로 시간을 보냈다. 30년 후에는 마음대로 해도 된다, 그때는 나도 오십이 넘고 손녀 손자에 볼 장 다 봤을 나이고 텔레커뮤니케이션으로 외국인들과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세기말이니까 여자가 웃긴다고 지랄할 사람은 없겠지, 안 그래, 양코 씨? 하고 태순은 생각했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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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5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5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2-12-15 1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햇살과함께님, 알라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햇살과함께 2022-12-15 21:21   좋아요 2 | URL
감사하고 축하드리고요^^
오늘 길이 많이 미끄럽던데 외출시 조심히 다니시고요~
 

2022년 12월 민음사 패밀리데이

지난주 주문한 민음사 패밀리데이 책 어제 도착.
어제는 간만에 저녁 약속으로 집에 늦게 와서(술도 좀 많이 먹고) 첫째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세수하고 책도 사진도 안보고 그냥 잤다(그 와중에 빨래는 게고). 회사와서 사진 확인 ㅎㅎ 사진 잘 찍었네. 역시 나보다 잘 찍어.

잃시찾은 내년에 반기별로 한 권씩 읽기
제인 에어는 지금 읽고 있는 정지돈 작가님 단편집 읽고 나서 바로 읽기(아. 정지돈 작가님은 역시 정지돈이다..)
걷기와 사유 관련 책 보고 싶어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
버지니아 울프 책은 야금야금 모으기
5만원 이상 결제시 주는 민음북클럽 특별판은 안톤 체호프 단편으로. 근데 민음사 세문 체호프 단편선 있는데 왜 이걸 골랐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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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2-14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잃시찾 월1권 읽기로 바꾸셔야 합니다 ^^

햇살과함께 2022-12-15 00:10   좋아요 1 | URL
제 수준에 맞게 반기 아님 분기로 가겠습니다 ㅎㅎ 월은 너무 힘듭니다!!
 

Ch.3 Christianity Comes to Britain

로마에서 카톨릭이 영국에 전파된 이야기. Augustin과 그의 동행들이 Canterbury에 정착. 교회와 수도원을 세우고 Britain에게 카톨릭과 글을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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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한때는 싫어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미국이 아니면 어디? 라고 베른하르트는 생각했고 계속해서 쾌적한 진창 속에 발을 디미는 것 같은 요즘의 기분이 캘리포니아의 날씨와 겹쳐지는 순간에는 미래가 실현될 것 같은 기분, 우주 시대로 돌아간 것 같은묘한 흥분이 느껴졌다. - P10

그러나 생각해보시오, 베른하르트, 당신은 『기술적 대상들의 존재 양식에 대하여』의 편집자와 조판 디자이너와 영업자와 유통업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까, 책이 나오기위해 기능하는 물질적, 인적 기반들에 대해 아주 사소한 사실도 모르지 않습니까, 저는 이러한 작은 힘들이 모여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결부되어 있는 관계에 대해 아무런 인식없이 넘어가고 그러한 인식을 하지 않는 것이 인간 고유의 능력으로 발전되어온 추상화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해석하고 망각하고 가르고 나누지 않고는 아무것도 흡수할 수 없고 점점 더 그러한 방향으로 모든것을 정리하고 흡수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어떤 절대적인 현실인 양 행동해왔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렇게 신경 구조가 생겨먹었거나 그러지 않으면 폭발하는 기억과 감각으로 인해 돌아버릴 거라는 공포감 때문인지, 인지 스스로 인지 고유의 편협성을 키워왔던 것입니다, 라고 하인츠 폰 푀르스터는 말하며 자신이 직접 땅을 일구고 집을 세운 래틀스네이크 힐의 쉽게 바스라지는 갈색 흙을 으깨듯 밟았다. - P12

니체의 뒤통수를 친 헬레네 드루스코비츠의 책 『논리적으로, 윤리적으로 있어서는 안되는 존재이며 세상을 위해서는 욕된 존재인 남성』을 퍼뜨리고 다니며 여자들은 분석을 싫어해, 여자가 공부를 하면 대머리가 되지, 여자가 공부하면 손이 자라서 나무꾼처럼 된단다 따위의 말에 저항했지만 정작 유행한 건 오토 바이닝거나 크리스티안 에렌펠스 같은 이들의 사상이었고 곧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으며 그다음엔 제2차세계대전이 일어났고 우리는 인종 문제에 모든 걸 집중해야 했거든. 나는 검은 머리를 가진 독일인들이 예나 지금이나 싫은데 이런 생각 역시 너무나 역겹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해. 루스 베네딕트는 커다란 손으로 도끼를 들고 장작을 패며 기분 전환을 했는데 그건 그녀가 공부를 너무 했기 때문일까. 나는 나이가 들수록 깨닫게 되고 외할머니에 대해서 생각하게 돼. 그녀는 자전거를 좋아했는데 자전거가 여성해방을 앞당겼다, 자전거가 가져온 빠른 발놀림이 여성의 한계를 돌파하는 반여성적이고 반남성적인 새로운 유형의 인간을 탄생시겼다고 한 로자 마이레더의 말을 믿었고 자전거에 크뇌들을 싣고 다니는 걸 예순 살 넘을 때까지 멈추지 않아 많은 분들을 걱정시켰어. - P20

베르사유조약을 그때 처음 알았고 메이시회의에서 일한 지 10년이 넘도록 이 사람들이 하는 얘기가 뭔지, 이것은 하나 마나 한 얘기가 아닌가, 우리는 어디를 맴돌고 있는 걸까,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어요. 그렇지만 하인츠가 말한 대로일지도 모른다. 저는 당연한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제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걸, 당신과 그레고리, 마거릿 같은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했고 그전까지 존재했던 생각이라는 게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으니까, 하지만 알 수 있는 것도 있어요, 저는 얼마 전에 이혼했고 이제 다시는 전남편 같은 사람을 만날 일이 없으며 어릴 때는 플로이드 델과 젤다 피츠제럴드의 책을 즐겨 읽었지만 그것도 다시 읽을 일이 없습니다, 플래퍼들을 동경했지만 그들에게 흥미를 잃었고 얼마 전에는 마거릿 미드와 논쟁을 벌였어요. 그녀는 은인 같은 사람이지만 처음 만난 건 전쟁 때였어요,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고 모두가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가정보다 일이었고 그게 가정을 지키기 위한 일이었다는 사실은 전쟁이 끝나고 난 뒤에 알았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가정으로 돌아가라는 사이렌이 울리지 않았나요. - P21

memex 8. 자전거
이란이 여성의 자전거 탑승을 금지하는 파트와(이슬람 율법해석)를 발표했다. 20일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실은 지난 18일 웹사이트를 통해 이런 파트와를 발표했다. 하메네이는 이슬람 시아파의 최고위 율법학자 자격으로 신도의 질문에답하는 형식으로 발표한 파트와에서 여성이 공적인 장소에서자전거를 타면 가족 이외 남성의 눈에 띄게 되기 때문에‘하람(Harām)‘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슬람 율법에는 ‘의무’, ‘장려’, ‘허가’, ‘기피‘, ‘금지‘의 다섯 단계 의무 규정이 있으며 하람은 이 중 ‘금지‘의 범주에 들어간다. - P23

memex 11. 유토피아
유토피아란 말은 now-here(지금 여기)가 아니라, no-where(없는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유토피아적 사고의 가치는 폄하되고 있다. 유토피아적 사고의 가치는 당대의 경험과 정치적 욕구들 사이에 공간을 창조하고, 그러한 욕구들을 새로운 형태의 정치 건설에 낙관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언제나 페미니즘의 기획이었고, 페미니즘이 결정론적 사회 이론을 혐오하는 이유들 중 하나였다. - P31

memex 14. 타자기
김훈은 인터뷰에서 소설을 원고지에 쓴다는 이야기와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하다는 이야기를 했고 여고생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며 참 아름다운 존재로구나, 생명이 있는 여자는 찬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내가 일했던 회사에는 고은 시인의 원고를 전담해서 타이핑하는 여자 직원이 있었는데 고은의 악필이 너무 심해서 그녀 말고는 아무도 알아볼 수 없었고 그녀가 옮기는 과정에서 단어나 조사를 조금 틀린다고 한들 그걸 알아낼 사람도 없었다. 육필 원고는 권위주의이자 - P32

가부장, 자유주의 휴머니즘의 상징이다. 타자기가 처음 들어왔을 때 이 신기술은 편리하지만 하찮아 보였고 보수주의자들의 공격을 받았으며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아직 투표권을 획득하지 못한 여성들이 타이피스트가 되어 사회에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체스터턴은 집 안에서 남의 말을 듣기 싫어하는 여성들이 밖에 나가서 남의 말을 받아쓰는 일을 하고 있다고 비아냥댔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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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2-12-14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체스터튼 말 웃픕니다~

햇살과함께 2022-12-15 00:09   좋아요 1 | URL
그죠~ 아니 남의 말을 듣기 싫어하는 것 남성 아닌가요? 그리고 밖에 나가 남의 말을 받아쓰는 일은 돈을 받는 일이죠~!!
 

13장 상실감이 빚은 예민함
조지 엘리엇의 숨겨진 비전

조지 엘리엇의 100페이지도 안되는 중편 <벗겨진 베일>에 무려 한 장을 할애한다. 예지력을 가진 ‘여성적인’ 남성 주인공과 남편인 그를 독살하려는 부인(무려 이름이 버사!! 이 책 읽을 때는 인지 하지 못했는데 앞으로 버사라는 이름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조지 엘리엇의 분열적인 모습, 자기혐오. 조지 엘리엇의 인생이 궁금하다.

에덴의 여자들은 어두운 무덤 속에 자신들을 감추기 위해 손수 짠 부드러운 비단 베일 속에서 겨울잠을 잔다.
그러나 남자들은 여자의 죽음을 통해 부활해 영원한 삶을 산다.
- 윌리엄 블레이크!

…분별력과 훌륭한 감식력은 순수과학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룩한 여자로 하여금 일반적인 관찰자들이 자신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항상 베일을 쓰게 만들었다. 그런 성취는 여자의 성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 두걸드 스튜어트

천천히, 머뭇거리며, 기어서,
여자는 여기까지 왔다! -
그녀는 베일을 쓴 채 졸면서 걷는다,
자신의 힘을 알지 못하므로.
- 샬럿 퍼킨스 길먼 - P767

샬럿 브론테의 소설은 여성문학에 나타난 폐쇄라는 문학적 형상과 분신 사용의 관련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우리가 그녀의 작품에서 보았듯이, 이 둘은 여성의 희생을 나타내는 상보적인 기호다. 불편한 공간과 불편한 자아에 갇혀 있는 브론테의 여자주인공들은 그들 자신이 두려워하는 충동을 대체하거나 가장하는 대행자를 피할 수 없다. 따라서 그녀들은 존 어윈이 남성 소설에서 최근에 탐색했던 ‘운명의 손아귀에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죽음에 직면해서, 모든 힘 있는 아버지의 손 안에서 무력감을 경험할 때조차‘ 프로이트가 ‘억압된 것의 귀환’이라고 말했던 것을 반복해서 견뎌야 한다. 여자들의 이런 무력감은 여성 정체성의 수수께끼에 대한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적절한 해결책으로 처방되는데, 이 사실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예를들면 루시 스노는 스스로 수동적 상태를 선택했다고 생각하려 애쓴다. - P768

여성들이 정치, 사회, 교육 분야에서 그들의 영향력과 활동을 확대해가던 19세기 중반까지, 역설적으로 여성 작가들은 반항하기보다는 한 발 물러나 내면화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따라서 19세기 중반의 여성 작가들은 천사 같은 순종과 괴물 같은 자기주장이라는 쌍둥이 같은 유혹에 붙잡혀 있는 가운데 남성 지배 문화에서 문제적인 여성의 역할을 특히 강조했다. 그들은 모두 오스틴, 울스턴크래프트, 메리 셸리, 브론테의 열렬한 독자였기 때문에 여성의 하위문화에 의식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가장 두드러진 이름을 들자면 영국의 조지 엘리엇과 크리스티나 로세티, 이탈리아의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미국의 에밀리 디킨슨과 해리엇 비처 스토가 있는데, 이들 사이에 감지되는 끈끈한 유대를 설명해주는 것은 바로 여성의 하위문화다. - P769

또한 래티머 이야기의 초기 무대를 제네바의 알프스로 설정하고, 죽은 시체를 다시 살려낸 영국 과학자 친구를 등장시키고, 늙어가는 래티머가 ‘악마를 숭배하는 것 외에는 어떤 숭배도 신앙도 불가능하다‘고 말하게 하고, 마지막으로 래티머를 외로운망명자로 묘사함으로써, 엘리엇은 자신이 메리 셸리에게 신세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 P787

이런 판단은 엘리엇이 자신을 한 여자인 동시에 암암리에 여성 혐오자로도 인식했다는 점에서 매우 타당하다. 엘리엇이 낭만주의에 양가적 반응을 보인 것은 빅토리아적이지만, 그것은 여성에게 특히 위험하다고 생각한 전통을 내면화하지 않으려는 여성의 반응이라고도 할 수 있다. - P798

낭만주의 전통의 비평가이자 계승자로서 엘리엇은 특히 여성선구자들에게 관심을 보였는데, 「벗겨진 베일이 반향하는 또다른 그물망이 이 점을 논증한다. 이 이상한 단편이 메리 셸리의 소설을 상기시킨다면, 엘리엇이 반복해서 영국의 조르주 상드라고 옷차림만 덜 도발적일 뿐이다‘ [편지 2]) 칭송했던 한 여성 작가의 걸작도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샬럿 브론테의 소설은 「벗겨진 베일」의 집필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브론테 - P798

의 소설은 엘리엇에게 여성으로 확인된 여성과 여성 혐오자 사이에서 엘리엇이 경험했던 자기 분열을 극화하도록 허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샬럿 브론테는 미친 여자를 통해 그녀의 분노는 자신과 자신의 유순한 분신에게서 사랑을 빼앗아간 남성적 권력의 상징을 찢고 불태우고 파괴한다) 메리 셸리와 에밀리 브론테의 인물들이 경험하는 자기 분열과 살인적인 물질성, 섹슈얼리티로의 추락을 그리고 있다. 따라서 엘리엇은 분노에 찬미친 여자를 ‘버사‘로 명명함으로써 「벗겨진 베일」이 여성의 복수 시도에 관한 이야기임을 제시한다. - P799

버사의 관점을 고려하기 위해 래티머의 시각을 벗어나면, 래티머가 버사를 통해 어떻게 욕망의 거세와 활력의 포기를 나타내고 있는지가 분명해진다. 그러므로 래티머가 지옥 같은 버사와의 결합을 점차 수동적으로 받아들였을 때, 버사는 자신의 생명을 되찾는 유일한 방법으로 래티머의 죽음을 열렬히 욕망하는 것이다. 버사는 래티머에게 남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하며, 래티머에 대한 ‘공포에 끊임없 - P800

이 시달리고, 이 공포는 한 번씩 그에 대한 반항으로 표출되었다. 어떻게 하면 자기 삶에서 이 악몽을 떨쳐낼 수 있을지, 자신이 한때 바보라고 경멸했고 이제는 심문자처럼 두려워진 존재의 이 가증스러운 속박에서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버사는 계속 생각했다.‘ 버사의 공포는 자신이 래티머의 플롯에 따라 움직여왔다는 깨달음, 심지어 래티머에 대한 자신의 원한조차 자신을 섬뜩한 눈을 가진 괴물로 보는 그의 통찰에 따라 예견되고 만들어졌다는 깨달음의 산물이다. - P801

엘리엇은 자신 안의 분열을 여성 혐오주의자 남성과 남성을 증오하는 여성 사이의분열로 간주하고, 자기 자신의 문제이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기혐오의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상속받은 전통에서 벗어난다. 상호적이면서 상반되는 두 인물인 여성적인 래티머와 거세하는 버사는 삶에서 자유를 강탈해간 그들 자신의 한 측면으로서 서로를 경험한다. 더 나아가 래티머의 초월적 신통력과 버사의 정열적 욕망 사이의 투쟁은 일레인 쇼월터가 말한 매기의 ‘여성적인‘ 정열과 톰 털리버의 ‘남성적인‘ 억압 사이의 갈등을 상기시킨다. 이런 투쟁과 갈등은 또한 『미들마치』의 결혼관계에서도 (엘리엇이 이런 결혼 관계를 통해 자신의 무력감과 자신의 성을 약화시키고 폄하하는 태도를 내면화했다는 죄책감을 극화할 때조차 나타난다. - P803

젠더의 한계를 비상할 정도로 초월한 작가로서 엘리엇은 자신의 노력과 성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의 중요한 소설에서 여성적 체념의 신조와 복종의 서약에 자주 의지한다. 그런 신조와 서약은 공격적으로 자신의 경력을 쌓아나갔던 엘리엇 자신의 삶과는 정면으로 대치된다. 따라서 엘리엇은 ‘나의 책들이나를 괴롭힌다‘고 소리쳤던 것이다. [편지 5] 버지니아 울프도 엘리엇에 대해 ‘오랫동안 그녀는 차라리 자신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우리·엘리엇이 ‘영원히 여성적인‘ 고귀함을 찬미하면서도 자기 이야기를 쓰는 일은 거부함으로써 두통에 시달렸으며, 두통 때문에 괴테의 마카리에 같은 유형, 즉 작가에게는 결코 기분 좋지않은 유형의 인물이 되어버렸음을 알게 된다. 더 나아가 「벗겨진 베일」에서 엘리엇은 타락의 신화와 여성적 악의 신화에 양가적 태도를 견지하는데, 이로써 그런 신화를 영속시켜 여자를 ‘타자‘로 규정하는 가부장적 문화를 엘리엇 자신이 내면화하고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엘리엇은 전 생애 동안 이런 내면화의 - P804

징후들(사회적 승인을 받지 못한 일에 대한 계속된 죄책감, 남자 친구를 더 좋아한다는 공언, 여성의 반페미니즘, 여성의 예속보다 다른 형태의 불의 전체가 더 중요한 자기 예술의 주제라는 자기 변명 같은 주장, 격려와 인정을 받기 위해 루이스에게 극도로 의존했던 모습, 작가로서 세상을 바라볼 수 없었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가장 호의적인 비평조차 읽을 수 없었던 무능력)을 보여준다. - P805

소설에서 엘리엇은 베일에 담긴 이 모든 의미를 불러낸 것이 분명하다. 래티머는 허영의 베일을 걷어올리는 셸리의 성직자처럼 ‘사랑할 대상‘을 찾지만, 그 결과 자신이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만 발견할 따름이다. 태양이 ‘아침 안개의 베일‘을 걷어올리는 것을 볼 때, ‘미래의 커튼‘을 꿰뚫어볼 때, ‘[가까운 관계에 있는] 인물들의 관계망이 현미경으로 보는 것처럼 조각조각 떨어져나가는 것처럼 보일 때‘, ‘또 다른 어두운 베일‘인 죽음을 꿰뚫어볼 때, 래티머는 어떠한 차이도 발견하지 못하고 ‘숨겨진 것을 보고 싶은 영혼의 욕구가 너무 절대적이어서‘ 장막이라면 무엇이든 환영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안에 아무것도 없을지라도, 베일은 충분히 두꺼워야 한다.‘ 다시 말해 「벗겨진 베일」은 사람들이 기대할 법한 무시무시한 비밀을 전달하거나 악의 관념을 견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포, 디킨스, 호손의 이야기와 다르다. - P810

결국 베일 뒤의 존재를 기록하는 일은 분명 여성적인 작업이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베일 뒤에 존재하며, 공적 시선에서 보이지 않는 사적인 영역에 거주하는 자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이에 엘리엇은 워즈워스 시에서 알아본 소리 없는 괴로움과 기록되지 않은 고통을 탐색하기로 결심한다. 엘리엇은 포프 류의 시인이 택한 올림포스 신 같은 육중한 시각을 왜 인간은 현미경과 같은 미세한 눈이 없는가? / 이것이 바로 인간이 파리가 아닌 이유다’) 거부했다. 왜냐하면 엘리엇은 일반 렌즈로는 보이지 않는 세밀한 것을 보기 위해 ‘배율이 큰 렌즈’를 사용해 래 - P816

티머의 ‘현미경적인 시각‘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가정에서 전통적인 여성의 자리를 유리하게 이용해 공적인 태도 뒤에 가려져 있는 사적인 연약성을 폭로하며 남성적 신화를 반박하는데,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이라면 엘리엇의 이런 방식을 전형적으로 여성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동양적 전통과 베일로 가린 여성의 얼굴을 통해 가부장이 성공적으로 다루었던 악은 과연 어떤 종류의 악인가? 만약 민첩하고 확실한 본능과 정직하고 순수한 눈을 가진 가모장이 그 가부장을 흘깃 바라보고 이름을 불러 그들을 손쉽게 추방한다면 어떻게 될까? - P817

엘리엇은 꽤 최근까지 거의 전적으로 남성 문학사의 차원에서만 주목받았지만, 「벗겨진 베일」은 그녀가 강력한 여성 전통의 일부임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여성 작가들과 자신이 연결되어 있다는 자의식, 남성적 문학 관습에 대한 비판, 예지력과 영적 교감 능력에 대한 관심, 감금 이미지, 파편화에 대한 정신분열적인 인식, 자기혐오, 에밀리 디킨슨이 그녀의 ‘가려진 비전‘이라 불렀던 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전통에 엘리엇을 자리매김해준다. - P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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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2-12-13 1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빌레뜨>만 읽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벗겨진 베일>도 읽어야 하네요.
갈 길이 머네요.... @_@

햇살과함께님 화이팅입니다 ^^

햇살과함께 2022-12-13 11:15   좋아요 1 | URL
수하님도 빌레뜨 화이팅입니다!! 저 빌레뜨 안읽고 12장 읽어서 망했어요 ㅎㅎ
벗겨진 베일은 그나마 100페이지도 안되요~ 다행히 5월에 민음북클럽 버전으로 읽었네요.
이제 다음 장 미들마치와 플로스강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네요:;;